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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절친과의 여행. 곧 태어날 아기가 너무나 기다려지지만 내가 누군가의 엄마라는 명찰이 달아진 순간부터는 난 더 책임감과 무거움의 짐을 더 지게 될거다. 나는 그전까지 더 움직이고 많이 돌아다니고 보고 경험하기로 결심했다. 그걸 이해해주는 가족들도 너무 고마웠고- 이번 여행은 내 그런 갈증을 풀어주는 마지막 사이다가 될거라 짐작했다. 주로 광화문에서 만났던 내친구를 누구와의 집이 아닌 제3의 공간에서 만나게 되다니 너무 설렜고 경주까지 와준 내친구가 너무 고마웠다. 울산에서 기차를 타고 가다가 그런 생각을 하다가 잠시 울컥하기도 했다. 만나기로한 아침에 일어나서 어 비온다 는 남편의 말에 잠시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지혜랑 함께하면 그것도 분위기를 한껏 올려주는 장치가 될것만 같아서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저녁타임에 만난 우리는 만나자마자 놋그릇에 정갈하게 담긴 곤달비비빔밥을 먹었다. 친구혼자 시원한 맥주를 따라 마시는데 나도 딱 한잔 함께하고싶었지만 아기를 위해 꾹참고 시원한 물한잔 들이켰다. 그렇게 물을 마시면 참을만 하다. 맥주킬러가 맥주를 참는 방법ㅎㅎ 밥을 싹비우고 카페를 목적지로 두고 걸었는데 지혜가 지은아 저기 봐봐 내 시선을 돌렸다. 작은 도자기 공방이었다. 안에 사람 여럿 있는게 보였다. 우리는 주인이 밖으로 나오기까지 (내심 밖으로 나와 들어오라고 말걸어주길 바랬다) 멍하니 안을 바라봤다. 오히려 주인분이 체험해보라는 권유도 없었고 유난스러운 울산 아줌마 둘이 해보라구 먼저 말을 걸었다.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에 혹하기도 했고 어느곳도 아닌 경주에서 흙을 만진다는게 너무 낭만적인 일이였다. 뭔가에 이끌린 애들처럼 각자 원하는것들을 만들었다. 지혜는 아빠와 남자친구를 위한 술잔과 머그컵. 나는 평소에 가지고싶었던 납작그릇과 수저 젓가락 받침대 두개를 만들었다. 누군가를 위해 만드는 지혜가 귀여웠다. 복닥복닥거리며 완성했고 짧게는 7일 길게는 15일 후면 도자기가 도착할거라는 말에 어떻게 구워질까 구워진 모습을 상상했다. 까먹고 있는 와중에 도착하면 오늘 이시간 여행도 떠오르겠지. 도예공방을 나와 한옥 스타벅스는 쳐다보지도 않고 허름한 카페안에서 전화로 할 수 없었던 말. 진심의 말들이 오고갔다. 인적드문 카페에다 어느 누구의 눈치도 안보고 우리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역시 여행은 지혜랑 해야해. 계획없는 우리의 여행은 뜻밖의 행복을 가져다줬고 역시 너라는걸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날이었다. 지금은 호텔안. 작고 군더더기 없는 공간이다. 예쁜 동영상도 보고 각자 좋아하는 노래도 틀었다. 서로 말안하고 각자의 시간(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을 보내기도했다. 정말 정말 잠자기도 아까운 하루다! 내일은 울산 우리집에 데려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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