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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사람은 외로운 사람이 가진 외로운 냄새를 좋아한다. 그래서 매번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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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를 누리는 일
혼자 잠을 자고,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영화를 보러 가는 나를 친구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본다. 외롭지 않느냐고 조심스레 묻는다. 나는 친구의 질문을 곱씹는다. 외로운지 그렇지 않은지. 그러곤 대답한다. 외롭다고. 외롭지만 참 좋다고. 친구는 그게 말이 되냐는 눈빛이다. 괴짜를 바라보듯 씨익 웃으며 나를 본다. 그리고 연애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한다. 사랑이 얼마나 활기를 주는지를 설파하며 못내 안타까운 표정을 짓는다. 바로 그때. 나는 즐거운 토론을 시작할 마음으로 자세를 고쳐 앉는다.
어쩌면 친구에게 외롭지 않다는 대답을 해야 했을지도 모르겠다. 친구의 도식에 의해서라면, 나의 면면은 외롭지 않은 쪽에 가까운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확한 대답을 하고 싶어서 나는 외롭지 않느냐는 질문에 긍정을 할 수밖에는 없다. 외롭다. 하지만 그게 좋다. 이 사실이 이상하게 들릴 수 있는 건, 외로운 상태는 좋지 않은 상태라고 흔히들 믿어온 탓이다. 가난하다는 상태가 좋지 않은 상태라고 흔히들 믿고 있듯이. 하지만 나는 외롭고 가난하지만 그게 참 좋다. 홀홀함이 좋고, 단촐함이 좋고, 홀홀함과 단촐함이 빚어내는 씩씩함이 좋고 표표함이 좋다. 그래서 나는 되도록 외로우려 하고 되도록 가난하려 한다. 그게 좋아서 그렇게 한다. 내게 외롭지 않은 상태는 오히려 번잡하다. 약속들로 점철된 나날들. 말을 뱉고 난 헛헛함을 감당해야 하는 나날들. 조율하고 양보하고 희생도 감내하는 나날들의 꽉참이 나에겐 가난함과 더 가깝기만 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알람을 굳이 맞춰놓지 않고 실컷 자고 일어나는 아침, 조금더 이불 속에서 뭉그적대며 꿈을 우물우물 음미하는 아침, 서서히 잠에서 벗어나는 육체를 감지하며 느릿느릿 침대를 벗어나는 아침이다. 찬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사과 한 알을 깎아 아삭아삭 씹어 과즙을 입안 가득 머금고, 찻물을 데우고 커피콩을 갈아 까만 커피를 내려서 책상에 앉는 그런 아침이 좋다. 오늘은 무얼 할까. 영화를 보러 나갈까. 책을 읽다가 요리를 해볼까. 내가 나와 상의를 하는 일. 뭐가 보고 싶은지, 뭐가 먹고 싶은지를 궁금해 하는 일. 그러면서, 나는 소소한 마음과 소소한 육체의 욕망을 독대하고 돌본다. 외롭다. 그러나 오랜 세월 매만진 돌멩이처럼, 그런 외로움은 윤기가 돈다.
외로움이 윤기나는 상태라는 사실과 마주하게 된 건 그리 오래되진 않았다. 외로울 때면 쉽게 손을 뻗어 아무나에 가까운 사람을 애인으로 만들었던 시절도 있었고, 외롭다는 사실과 마주치는 것이 두려워 전화로든 채팅으로든 늘 누군가와 연결되어 아무 말이든 나누어야 잠이 들 수 있었던 시절도 있었고, 혼자서 식당에 찾아가 밥을 먹는 일이 도무지 어색해서 차라리 끼니를 굶는 시절도 있었다. 연락처 목록을 뒤져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해야지만 겨우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은 나날도 있었고, 사람들에게 완전히 잊히는 게 두려워 누군가가 나를 생각하고 있다는 확인을 해야 안도가 되는 나날도 분명 있었다. 누군가와 연결이 되어야만 겨우 안심이 되는 그 시절들에 나는, 사람을 소비했고 사랑을 속였고 나를 마모시켰다. 사랑을 할수록, 누더기를 걸친 채로 구걸을 하는 거지의 몰골이 되어갔다. 사랑이 사람을 그렇게 만들었다기보다는, 나의 허접하고 경박한 외로움이 사랑을 그렇게 만들었다. 서로를 필요로 하며 부르고 달려오고 사랑을 속삭였던 시간들은 무언가를 잔뜩 잃고 놓치고 박탈당한 기분을 남기고 종결됐다. 그래서 지나간 사랑을 들춰보면 서럽거나 화가 났고, 서럽거나 화가 난다는 사실에 대해 수치스러워졌다. 어째서 사랑했던 시간의 뒷끝이 수치심이어야 하는지, 그걸 이해하지 못했다.
“외로움으로부터 멀리 도망쳐나가는 바로 그 길 위에서 당신은 고독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린다. 놓친 그 고독은 바로 사람들로 하여금 ‘생각을 집중하게 해서’ 신중하게 하고 반성하게 하며 창조할 수 있게 하고 더 나아가 최종적으로는 인간끼리의 의사소통에 의미와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숭고한 조건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당신이 그러한 고독의 맛을 결코 음미해본 적이 없다면 그때 당신은 당신이 무엇을 박탈당했고 무엇을 놓쳤으며 무엇을 잃었는지조차도 알 수 없을 것이다.” - 지그문트 바우만,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동녘
지금 나는 사랑의 숭고함보다 혼자의 숭고함을 바라보고 지낸다. 혼자를 더 많이 누리기 위해서 가끔 거짓말조차 꾸며댄다. 선약이 있다며 핑계를 대고 약속을 잡지 않는다. 아니, 거짓말이 아니다. 나는 나와 놀아주기로, 나에게 신중하게 오래 생각할 하루를 주기로 약속을 했으므로 선약이 있다는 말은 사실이기는 하다. 하지만 ‘나와 놀아주기로 한 날이라서 시간이 없어요’라는 말은 안타깝게도 타인에게 허용되지 않는다. 허용받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한다. 거짓말을 하다하다 지치면 두어 달을 잡고 여행을 떠난다. 여행지에 가족이나 친구가 함께 하는 것을 두고 나는 가끔 농담처럼 ‘회식자리에 도시락을 싸들고 가는 경우’와 같다는 표현을 쓰곤 한다. 관광을 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나를 인간관계로부터 언플러그드하러 떠나는 것이므로. 오롯하게 혼자가 되어서, 깊은 외로움의 가장 텅빈 상태에서 새로운 세계를 받아들여야 하므로. 감정 없이 텅빈, 대화 없이 텅빈. 백지처럼 텅빈, 악기처럼 텅빈. 그래야 내가 좋은 그림이 배어나오는 종이처럼, 좋은 소리가 배어나오는 악기처럼 될 수 있으므로.
외롭다는 인식 뒤에 곧이어 외로움을 벗어나고 싶다는 욕망이 뒤따르는 일을 나는 경계한다. 잠깐의 어색함과 헛헛함을 통과한 이후에 찾아올 더없는 평화와 더없는 씩씩함을 만나볼 수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어쩐지 어딘가에서 감염된 각본 같아서이다. 슬프다는 인식 뒤에 곧이어 슬픔을 벗어나고 싶다는 욕망이 뒤따르는 일 또한 나는 경계한다. 역시 어딘가에서 감염된 각본 같기만 하다. 외로움에 깃든 낮은 온도와 슬픔에 깃든 약간의 습기는 그저, 생물로서의 한 사람이 살아가는 최소조건이라는 걸 잊지 않고 싶다.
요즘은 외로울 시간이 없다. 바쁘다. 탁상달력엔 하루에 ��� 가지 이상씩의 해야 할 일이 적혀 있다. 어쩌다가 달력에 동그라미가 쳐져 있지 않는 날짜를 만나면, 그 날짜가 무언가로 채워지게 될까봐 조금쯤 조바심도 난다. 바쁠수록 나는 얼얼해진다. 얼음 위에 한참동안 손을 대고 있었던 사람처럼 무감각해진다. 무엇을 만져도 무엇을 만나도 살갑게 감각되지를 않는다. 그래서 나는 요즘 좀 질 나쁜 상태가 되어 있다. 쉽게 지치고 쉽게 피로하다. 느긋함을 잃고 허겁지겁거린다. 신중함을 잃고 자주 경솔해진다. 그런 내게 불만이 부풀어오르는 중이다. 그래서 매일매일 기다린다. 오롯이 외로워질 수 있는 시간을. 오롯이 외로워져서 감각들이 살아나고 눈앞의 것들이 투명하게 보이고 지나가는 바람의 좋은 냄새를 맡을 수 있을 나의 시간을.
외로워질 때에야 이웃집의 바이올린 연습 소리와 그애를 꾸짖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모르는 사람들의 생활에 빙그레 웃기 시작한다. 외로워질 때에야 내가 누군가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어떤 연결은 불길하고 어떤 연결은 미더운지에 대해 신중해지기 시작한다. 안 보이는 연결에서 든든함을 발견하고 어깨를 펴기 시작한다. 골목에 버려진 가구들, 골목을 횡단하는 길고양이들, 망가진 가로등, 물웅덩이에 비친 하늘 같은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것들에 담긴 알 듯 말 듯한 이야기들이 들리기 시작한다.
어쩌면 좋은 사랑을 하기 위해서 이런 시간을 필요로 하는 걸 수도 있다. 사랑으로 가기 위한 하나의 의식을 오래토록 행하고 있는 중일 수도 있다. 경박한 외로움이 사랑을 망치게 하지 않으려고, 사랑을 망쳐서 사람을 망가뜨리고 나또한 망가지는 일을 더이상 하지 않으려고, 무공을 연마하는 무예가처럼 무언가를 연마하는 중일 수도 있다. 집착하고 깨작대고 아둔하고 이기적인 사랑이 아니라, 든든하고 온전하고 예민하고 독립적인 사랑은 어떻게 가능한지를 알게 되는 게 지금은 나의 유일한 장래희망이다.
김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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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2 2017 갈무리 작년은 내게 많은 사람들은 만나고 보내고 얕기도 깊기도 한 관계를 가졌다. 돌이켜보면 유독 유난스러웠던 한 해였다. 코끝을 찡하게 울리는 일도 꼭 닫은 입꼬리 사이로 웃음이 새어 나오는 일도 하던 일 멈추고 멍하게 만드는 일도 있었다. 사람 관계 사이의 일에 대해 맘을 많이 쓰기도 했으며 사이에서 맘을 많이 받기도 했다. 잦은 격차 때문인지 유난스럽게 생각이 드는지도 모르겠다. 사람.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사람 대 사람의 관계에서 가장 희비를 많이 느끼지 않을까 싶다. 가족, 친구, 연인, 지인도 모자라 생판 처음 보는 사람으로부터도 감정은 고저를 오가니깐. 나 외에는 모두 타인이고 상대방의 말과 행동에 생각에 빠진다. 상대방이 자신의 생각을 말과 행동으로 표한다고 해서 완전히 알 수도 느낄 수 없는 부분이지 않은가. 그 부분에 대해 고민이나 의심까지 더해진다면 그건 내 머릿속의 사고는 공황상태에 빠진다. 계속해서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이 부분은 올해도 내년에도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술. 술을 먹지 않는 사람은 모르겠지만 나는 술을 즐긴다. 술자리에서 나오는 묘한 진지한 기류나 괜히 즐거워지는 분위기를 즐기기도 하지만 술 그 자체도 즐기는 편이다. 소주가 달다고 하는 건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근데 그 씁쓸한 맛도 나쁘진 않다. 맥주는 맛있다. (둘을 섞어 먹는 건 어떤 비율이든 난 다 맛있다.) 재작년 나는 정말 술을 많이 마셨다고 생각했는데 작년에 더 많이 마신 듯하다. 정확한 건 모르겠지만 일단 기억이 나지 않는 횟수가 작년이 더 많은 것으로 보아하니 분명 작년에 ���신 술이 더 많을 거다. 좋았든 나빴든 감정의 극고나 극점에 많았기에 기억을 잃을 만큼 술을 많이 마셨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분명히 그래도 조절을 해야 한다는 건 백번 느낀다. 다행히도 휴대폰이나 지갑을 기억과 같이 잃어버리지 않은 게 용할 정도니! 진로. 참 누구에게나 가지고 있는 문제지 않을까. 명확하든 불명확하든 고민하고 또 고민하게 만드는 문제. 작년 나는 진로를 잡고 처음부터 공부를 시작했다. 아직 뭐 크게 이룬 게 있는 건 아니다. 그냥 정말 잘 하지는 않았지만 성적도 괜찮게 받았다 그 정도이다. 근데 뭐가 중요할까라는 우위에서 돈도 장래도 무시하라는 건 절대 아니다. 사람의 선택사항에 따라 다른게 아닐까 적어도 나한테는 즐거움이다. 즐겁고 싶다. 내 삶이 내가 하는 일을 통해 즐겁고 싶다. 죽기 전까지도 죽어서도 즐거웠던 사람으로 남는 것이 희망사항. 2018. 쓸데 없는 잡다한 목표는 많이 없다. 신년 계획을 세우는 편도 새 달력을 펼쳐들고 앉아 날짜에 체크를 하면 일정이나 계획을 세우는 편이 아니기에. 그냥 2018년 12월을 넘길 때 작년보다 더 즐거웠길 바랄 뿐이다. 물론 '나'에 대해서 욕심은 작년보다 더 커질 계획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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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9 오늘들을 쓰고 싶어서 이주 전 다시 학교라는 길에 서서 한 걸음씩 걷기 시작했고 크게 하루의 패턴도 바뀌었다. 해를 4번 보내고 들어간 학교는 마냥의 설렘보다는 걱정이 나를 맞이했고 긴장감이 무거운 아침의 기상을 이끌었다. 이주 정도를 지내고 새로운 학과 건물의 원형 계단이 생각보다 가파르고 5층에는 정수기가 없어 4층을 내려가야 한다는 점도 쉬는 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에어컨이 꺼지는 것도 나름 익숙해져 갔다. 두 달 전까지만 해도 휴대폰 메모든 들고 다니던 수첩이라고 말하기도 애매한 무인양품 메모지에 길든 짧든 몇 줄씩 일관성이 있지는 않지만 내가 보내온 시간 속에서 이리저리 써두곤 했다. 학교를 들어가면 타이트해질 오늘을 생각하며 지금의 루즈한 오늘을 좀 더 유하게 흘려보내고 싶었다. 아침의 기상에 알람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 소리는 생각보다 기분이 나쁘지 않은 시간에 울렸고 그 시간은 늦은 아침을 먹어도 나름 괜찮은 때였다. 운동을 하는 시간은 정해두지 않고 하고 싶은 만큼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면서 충분히 즐겼고 오늘이 끝나는 새벽 1시. 그대로 집에 들어가 오늘을 보내도 괜찮았고 퇴근 후 갑작스러운 술자리도 다음날의 오늘에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주변 사람들과 더 많은 오늘을 보냈고 많은 그들의 오늘을 들었고 나의 오늘을 나눴다. 오늘에서 전보다 책을 쥐는 때가 줄었고 자연스레 메모지에 옮겨지는 단어도 줄었다. 집에서 혼자 보내는 오늘도 줄었고 자연스레 마지막으로 혼자 봤던 영화가 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티비를 보지는 않지만 영화관보다는 불 꺼진 방에서 보는 영화를 열렬히 선호한다. 이러한 과정들이 줄어 잔잔한 오늘이 많이 줄은 듯하다. 무더운 점심에 마신 차가운 커피가 무심하게 느껴지는 성크름한 해 질 녘을 가진 오늘을 잔잔히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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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1 엘리 너는 우리 가족에게 반려 견이라기보다는 막내이자 모두의 친구였지. 널 처음 만나는 날, 간난 강아지가 아닌 이미 이름도 가지고 있고 다 큰 상태였어. 많이 낯설어하고 잘 때 작은 소리에도 깨던 널 쓰다듬으며 재우려다가 내가 먼저 바닥에서 잠들었지. 가족들 중 나만큼이나 식탐도 강했고 편식도 심해 한동안은 살 때문에 고생도 했고 늘 사고뭉치에 가출도 일삼았지만 집을 찾아오는 네가 우리의 마음을 안심시키고 했어. 넌 나의 유년시절부터 성인인 지금까지 늘 상 곁에서 웃음이었지. 무심히 신경을 못 쓴 나들이 지나쳐가 아쉽고 맘이 무겁다. 한여름 네가 털을 짧게 자르면 아기처럼 귀여웠고 추운 겨운 날 길게 자란 털은 마치 두툼한 옷을 입은 듯 곰처럼 귀여웠어. 네가 옆에 있던 10여 년 동안 넌 어느 강아지보다 사랑스러웠어. 잘 때 발바닥 사이에 비쭉 튀어나온 털을 간지럽히면 움찔거리는 것도 바람을 불면 내 품으로 비집고 들어오던 것도 평소에 짖지도 않던 네가 나와의 장난칠 때만 짖는 것도 나에겐 행복이었어. 한 달 전 네가 많이 아프다는 것을 지난주에 들었을 때 내려가 힘없는 너를 보니 맘이 무척이나 쓰렸어. 그리고 이번 주 다시 만난 너는 지난번 보다 기운을 차려 한숨 돌렸지. 근데 그런 거 있잖아 왠지 불안한 거 분명히 기운은 차렸는데 찝찝하고 그런 거. 어제 대구로 올라오던 날 집 밖을 나서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라. 집을 나서기 전 너는 밥도 잘 먹고 짖으면서 나랑 장난도 치고 인형을 가지고 노는데 보기 예쁘고 사랑스러운데 안쓰럽더라. 네가 내게 마지막에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 애쓰려는 듯이 그래서 참 고마워. 그러고 나서는데 왜 이렇게 발길이 안 떨어지던지 다음에 만나도 그대로 있어주길 바라면서 멍하게 서서 사진으로 동영상으로 네가 날 바라보는 모습을 담았어. 대구로 올라온 나는 그날 아침해가 뜰 때까지 계속 잠을 설쳤고 잠들지 못했었지. 그리고 출근길 저녁 어머니께서 말씀해주셨어. 네가 좋은 곳으로 떠났다고. 새벽 5시 반부터 많이 아파하기 시작했다고 참 마지막까지 함께 있으려고 했기에 나도 잠들지 못했나 봐. 지금 널 생각하며 한 글자 한 글자 내려가며 두툼했던 휴지가 많이 얇아지고 무거웠던 맥주 잔도 가벼워졌네. 며칠간 비가 내려 너의 아픔과 같이 내려가 좋은 것만 들고 가길 바라며 그 누구보다도 소중한 친구이자 가족이기에 고맙고 사랑해. 잠들려는 지금 비가 그쳤고 내 마음도 조금이나마 진정이 돼. -2017.08.15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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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30 한 달의 마지막 날 하루를 최선을 다했다. 공부도 운동도 일도 돌아봐도 후회 없을 만큼 부지런히 달려 올해의 절반을 보냈고 현재 지점까지 가득 채워왔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마냥 갈증이 난다. 준비가 안됐으면서도 그것을 취하고 싶고 그것에 하루를 취해 보내고 싶기도 하다. 분명 이타적이지 못한 오욕적 생각이지만 계속 끌리는걸. 가족 친구 그 누가 됐든지 간에 나는 나르시시즘적이다. 그러면서도 타인을 사랑하고 싶고 사랑을 원한다. 같이 길을 거닐고 싶으면서도 귀에 이어폰을 꽂고서는 혼자이고 싶다. 수납함의 잡동사니 마냥 뒤엉켜져 있지만 겉으로는 정리된. 정말 하루의 패턴에 큰 일탈은 없다. 일어나서 밥을 먹고 수업을 듣고 운동을 하고 출근을 하고 잠을 자고 반복적이고 진부한 삶이지만 내내 머릿속은 지독히도 많은 생각들로 엉켜져 있고 단지 인식하지 않으려 애쓰며 하루를 더 바삐 움직이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길게 이어나가고 싶은 생각도 글로 내려갈 용기도 없는 비겁한 태도만 취한 유월의 마지막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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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12 안 풀림에 대한 사소한 것부터 생각보다 중요한 것까지 크고 작은 문제들이 하루 종일 괴롭혔다. (물론 지금도 완전히 해방된 것은 아니다) 가장 아끼는 텀블러를 잃어버린 것 냉장고가 시원하지 않고 세면대가 한 번씩 말썽을 부리고 잘 쓰던 이어폰이 고장 났고 예비군 문제가 골머리를 아프게 한다. 한 번씩 누구나 작고 큰 문제들이 엉키면서 하나를 생각하면 가느다란 실 일 뿐이지만 점점 커져 풀기 어려운 실타래 뭉치처럼 생각할수록 저 한편으로 밀어내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한동안의 생활을 보면 참 엉킬 만도 싶었구나 싶다. 부쩍 술자리도 많았고 게으름도 피웠고 그래도 하루에 몇 줄이라고 읽던 책도 놓았고(심지어 가방 안에 책을 넣지 않는 날도 많았다) 이 핑계 저 핑계로 가장 일상적인 부분이 무너지면서 참 뒤엉켰다. 전에 읽었던(아마 한때 돌풍이었던 아프니깐 청춘이야 일 거다) 책에서 안 풀릴수록 술 담배를 멀리하고 일상적인 작은 것을 신경 써라고 했던 부분이 참 요즈음 절실히 와 닫는다. 예로 하루 삼시 세끼를 챙겨 먹는 사소함이 얼마나 크게 작용하는지 아침을 먹으려면 그만큼 일찍 일어나고 끼니를 거르지 않으므로 리듬을 되찾고 스케줄을 무난히 이어갈 수 있음을 결코 작다고 가벼운 게 아닌 사소하지만 생각보다 무거운 그런 것들. 아! 아침밥 먹은 오늘 텀블러는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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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7 한창 잘 쉬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고 알람 없는 기상이 너무나 행복하다. 너무 잘 쉬고 있어서 한편으로 불안감이 생길 정도다.지금이 쉴 때인가 무언가를 해야 할 때는 아닌가 하는 잡스러운 생각들이 방해한다. 그럴 때마다 이어폰을 꽂고 귀에 가장 익숙한 노래 앨범을 재생시킨다.한동안 울산에 내려가서 커피를 하루에도 서너 잔 마신 터라 커피 생각이 안 날 법한데 고새 커피 생각이 난다. 가방 속에 무지 노트 한 권 노란색 모나미 1.0 볼펜 한 자루 보조배터리 이어폰 그리고 요새 읽고 있는 소설가 공지영 씨의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를 챙겨 누레진 컨버스 끈을 묶고 나선다. 최근 읽어본 책 중에 가장 재밌게 읽고 있다. 한 장 한 장을 넘길 때마다 아쉽다. 이 책을 다 읽어버릴까 봐 아쉽다. 어차피 책을 읽으려고 들고 다니지만 어쩔 수 없다. 최근 버스를 탈 때마다 간간이 읽고 몇 번 혼자 카페에서 읽던 책이 벌써 30장 내외 밖에 안 남았다. 좋은 책이란 뭘까라는 생각도 많이 했다. 물론 좋은 책이란 책의 내용도 중요하고 흐름 단어 문장 모든게<중요하다. 하지만 책을 읽는 독자의 당시 상황과 가장 잘 어우러지는 책도 좋은 책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나는 책한권을 읽는데 많이 시간이 걸린다. 읽으면서 다시 돌아가 몇번을 읽기도 하고 내가 느끼기에 좋은 부분이 있으면 책을 읽다가 멍하니 생각에 빠지기도 하고 노트에 따로 적어두기도 한다. 지금 이 책은 나에게 가장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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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08 두 달간의 자격증 시험을 준비했고 마무리했다. 지난 2주간 긴장도 많이 되고 불안한 마음에 더해서 감기 때문에 며칠을 밤을 새우고 밤낮이 뒤바뀌었다. 시험을 치르고 집에 오는 버스 안 18시에 나오는 가답안을 기다리며 5분 전부터 시계만 들��다보면서 이생각 저생각이 머리를 채웠다. 가채점 결과는 내가 예상한 것보다 잘 나왔으며 마음 한편의 부담감을 내려놨다. 감사하고 고마운 사람들이 생각났고 연락해서 합격 소식을 듣고 축하를 받고 감사함을 전했다. 집에 가는 길에 급하게 준비한 카네이션을 들고 현관을 들어섰다. 누나랑 어머니는 여전히 또 한번 축하와 수고했다고 격려를 해주고 함께 저녁을 먹었다. 마냥 좋았고 감사했다. 그동안의 지지와 믿음에 대해. 작지만 하나의 결과적으로 증명을 했고 다른 과정과 도전에 대한 자신감과 좋은 바이브를 담고. 어쭙잖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자신감과 타인에 대한 존중이 없는 자세가 본인을 더 낮게 가치가 메겨짐을 알았으면 좋겠다.자신감이 아니라 치기 어린 자만감으로 비치고 더 좋은 관계를 잃은 순간일 수도 있다. 며칠 전 일하는 가게 사장님과 ‘어묵 바'에서 소주를 한 잔 하면서 여러 얘기를 나눴다. 감당 안 될 만큼 바쁜 새로 오픈한 가게부터 개인의 삶까지. 소모적인 것을 원하지 않았으나 하나의 큰 인스타그램 속에 있는 것 같다는 말씀에서 가게의 타임랩스 동영상을 보면서 휴대폰만 보고 있는 손님과 그 손님이 자리를 뜨고 앉은 다음 손님도 휴대폰만을 보고 있는 모습이 떠올랐다. 이렇게 새로 오픈한 가게가 잘 된 것은 이때까지 주변에서 맺어온 여러 좋은 관계의 가능성의 결합이라는 표현에 자신감 속에서도 겸손함을 느낄 수 있었다. 나보고 사랑을 하라고 하시더라. 격하게 공감하는 부분이다. 정말 헤어지면 폐인이 될 것 같은 그런 사랑을 하라고. 사랑을 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마냥 운명처럼 기다리는 액션은 멍청한 짓이라고. 20대 때 자기가 하는 일도 중요하고 꿈을 향해서 준비해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좋은 에너지를 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서 연애를 하라고. 나는 아직까지 외형적인 이상형도 모르겠고 확고하게 잡힌 부분이 없다 그래도 반스보다 컨버스를 좋아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고 그 둘에서 나오는 차이(단지 브랜드성의 차이가 아닌)를 느낄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물론 여기서 또 하나의 들은 조언을 덧붙이자면 컨버스보다 반스를 좋아해도 둘의 차이를 알고 이해한다면 좋은 사람이라고. 마냥 집은 좋다. 늦잠자고 일어나서 어제 먹다 남은 식은 통닭을 먹을 생각에도 좋고 아침 일찍 나를 깨우는 엘리도 좋고 마냥 더워도 친구랑 같이 운동가는 것도 좋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러 나온다는 것도 좋고 가족이랑 시간을 보낸다는 소중함을 느끼고 좋은 사람들�� 만날 수 있음에 좋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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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시간의 외출 1. 일탈 점심때 가게에서 보건증 가져오라는 연락을 받았고 찾으러 가는걸 잊고 있었던 게 불현듯이 떠올랐다. 공부를 시작하고 이 시간에 밖에 나간다는 게 너무 오랜만이어서 설렜다. 날씨가 어떤지 감이 안 잡혔고 괜스레 옷을 뭐 입을지 고민했다. 며칠 사이로 봄비가 내린 후였고 가볍게 입고 나갔다. 어깨에 걸친 지난���에 산 하얀색 가방은 더 가볍게 했다. 버스 창가 자리에 앉아 따뜻해진 날씨를 느꼈고 분홍색을 띠기 시작한 벚꽃들을 배경으로 한 산책로에서 사람들은 사진을 찍으며 그들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2. 우손갤러리 보건증을 받아 가방에 넣고 밖에 나온 김에 1주일 연장 전시 중인 갤러리를 찾아갔다. (우손갤러리: 왕유핑-데카당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 하나는 그의 메인 작품인듯했다. 배가 불러오는 여자(아내?)와 덥수룩한 수염을 가진 남자(남편?)였다. 그는 눈을 감고 팔짱을 낀 채로 심란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그녀는 잘못한 사람마냥 뒤돌아서 있었다. 그녀의 표정이 보이지는 않지만 그려진다. 아이가 생겨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그들의 상황도 그려진다. 3. 사람많은 곳을 피해 들어온 카페 전에는 어디 카페를 가나 웬만해서는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요즘은 카페라테를 마신다.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바로 한 블록 떨어진 곳에 유명한 카페(코그커피)가 있나 보다 사람들이 많았고 손님 모두가 여자 손님이었고 들어가서 커피 한 잔을 먹기에 편하지는 않을 거라는 판단에 눈에 보이는 가장 조용한 카페로 들어왔다. 나쁘지 않은 분위기와 나쁘지 않은 커피. 조용히 한 잔을 다 마신 후 일어났다. 생각보다 여기도 앉아있기에 편하지 않았다. 4. 누군가 끼워둔 책갈피 주변에 중고서적만을 파는 곳이 있다고 해서 집에 가는 길에 들렸다. 들어서자마자 통로 양가로 쌓인 책들. 일반 서점에서 맡을 수 없는 책 냄새가 난다. 사장님은 내가 원하는 장르의 책들이 있는 곳을 안내해주셨고 몇 권의 책들도 추천해주셨다. 책들에는 요새 책에는 잘 볼 수 없는 책 끝에 책갈피 용으로 달린 줄이 달려 있었고 내가 고른 한 권의 책에는 그것마저 불편했는지 누군가 끼워둔 책갈피, 가 있었다. 노랗게 변색된 5권의 책들과 끼워진 책갈피 하나를 5천 원과 맞바꾸고 사장님은 다 읽고 다시 또 책 사러 오라고 하셨다. 서점에 8, 9천원 하는 책들을 고르면서 한 번씩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렇다고 새 책들이 안 좋다는 건 절대 아니다) 그러면서 어머니가 책에는 돈 아끼는 거 아니라는 말씀을 생각하며 읽고 싶은 책을 사곤 했다. 한 권에 천원 여기는 다이소보다 천원을 값지게 쓸 수 있는 곳이다. 가벼웠던 가방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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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의 일주일. 내가 선택한 결정을 위해서 공부를 시작했고 생각보다 힘들었고 내가 원하던 대로 되지 않아서 아쉬움이 컸던 한 주. 응원해주는 가족과 주변 사람들. 나는 미술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고 또한 그 분야를 원하는 것도 아니다. 나는 디자이너가 추구하는 디자인을 감각적으로 적합하게 재현시킬 건축가가 되고 싶다. 단지 시공적인 기술능력만을 갖추는 게 아니라 디자이너와 피드백을 나눌 수 있는 감각을 가지고 싶고 디자인으로만 남겨지거나 디자인과 다른 아쉬운 인테리어가 아닌 그것들을 실질적으로 살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건축이란 기술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그에 따라 감각적인 요소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얼마큼 살려낼 수 있고 재현할 수 있는가. 아르바이트. 금요일 토요일 일주일에 이틀만 일하기로 했고 내가 접해보지 못했던 분야를 일하고 싶었다. ‘브루어스브라더스’. 수제 맥주. 일도 마음에 들지만 같이 일하는 매니저 형과 사장님들과의 대화에서 접해볼 수 없던 많은 것들을 배웠다. 나를 좋게 봐주셨고 학교에서 책에서 배울 수 없고 접할 수 없는 직접 필드에서 겪은 얘기들과 나에게 필요한 대화들을 나누었다. 오늘 사장님과 커피를 마시면서 2시간 정도 얘기를 나눴고 그는 내게 지금은 다양하게 많이 받아들여야 할 때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게 열어둘 것들은 열어두고 닫을 것들은 닫는 걸 알아가라고 하셨다.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분이셨다. 미니멀적임을 따라가는 추세에 대한 아쉬워했고 개성적 부분에 대해 중요하게 여기셨다. 문화적인 부분에서 다방면적으로 습득하고 알아가길 바라셨고 나 또한 그러면서 내 색을 찾길 바라는. 이터널 션샤인. 네게도, 오늘 사장님도 추천을 받은 영화. 매번 봐야지 하면서 미루던 영화 중 하나였고 혼란스럽다.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를 남은 파스타마냥. 욕심부려 만든 파스타는 결국 남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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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직도 철이 덜 들었나 보다. 군대를 다녀오고 휴학을 1년 더 하면서 하고 싶은 것들을 했다. 그리고 개강하고 지도교수님과 첫 면담에서 “저 전과하고 싶습니다.“라고 말씀드렸다. 저질렀다. 속에 있는 말을 내뱉었고 ���는 곧바로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전과하고픈 과를 찾아가서 상담을 받고 부모님께 말씀을 드리고 또다시 휴학했다. 어디서 확신이 선다고 명확히 말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공부하고 싶었다. 24년간을 살아오면서 좋아하는 것도 많았고 해보고 싶은 것도 많았다. 그런데 공부를 해보고 싶은 적은 처음이다. 건축(구체적으로는 실내건축)을 배우고 공부하고 싶다는 맘이 들었다. 학창시절 어머니는 공부하기 싫으면 공부하지 말라고 말씀하셨고 언제나 나의 의견을 존중해주시는 분이었다. 아버지. 너무나도 곧으신 분이고 책임감 강한 남자���. 내가 봐도 아버지는 멋진 분이다. 그만큼 나에게는 아직도 어려운 부분이 있다. 휴학을 결심하고 아버지께 먼저 말씀을 드렸고 아버지는 “네 인생이니 열심히 해보라고 부족하고 모르는 부분은 그만큼 네가 감수해야 는 부분이고 노력해야 한다고 하셨다.” 목이 메고 감사했다. 가장 친한 친구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내가 걱정돼서 쓴소리도 많이 해줬다(감정이 상할 만큼) 그만큼 친하기에 해줄 수 있는 부분이다. 막연한 응원보다는 현실적인 부분에서 내가 짊어져야 할 부분을 말해줬고 고마웠다. 현실적이면서 더 먼 부분까지 사회적 선배로서 누나는 걱정과 도움을 줬다. 응원해주는 친구들과 정말 자기 일처럼 격려해주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다행이라고 자신의 얘기를 해주면서 응원해주는 이까지. 며칠간 내가 받아봤던 가장 큰 응원이었고 격려였다. 오늘 휴학을 결정하고 다시 상담을 받았던 교수님을 찾아가서 얘기를 나눴다. 그분은 내게 “그럼 이제 우리 식구네.” 라고 말씀해주셨다. 걸어가는 길 계속해서 식구라는 말이 맴돌고 혼자 입 밖으로 몇 번이나 식구라는 말을 내뱉었다. 내가 따라가야 할 부분 때문에 학원을 찾아가서 상담도 받고 앞으로 반년의 계획을 세우고 내가 할 수 있는 목표들을 정한다. 누군가의 시선에는 분명히 철부지로 보일지 모른다. 잘 관리해둔 학점 취업도 유리하고 연봉도 안정적이다. 그래도 나는 야근을 하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야근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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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정감. 따뜻해지는 날씨. 버스에서 자리를 양보하는 학생들을 보며 여기서 완연한 봄내음을 맡다. 대구에 올라와서 몇 일간 혼자 방을 꾸며 보겠다고 페인트도 묻히면서 혼자 애썼다. 주변사람들이 그런다 “평생 살 집도 아닌데 뭘 그렇게 애써서 방을 꾸미냐고” 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가 평생 살 집은 없다. 어려서 더러 나도 몇번의 이사를 다녔고 영원한 것은 없다. 분명한 것은 내가 지니고 있는 것은 다 한순간이다. 그 순간이 단만 좀 더 짧던가 길 뿐. 이 순간에 나는 집중을 다하고 싶을 뿐. 내가 사서 고생하는 이유다. 비록 내가 혼자 지내는 공간이지만 이 안에서 만족을 느끼고 싶다. 불편함과 아쉬움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순전한 자기 만족. 집에 조명을 구석구석 많이 뒀다. 원룸이고 하나의 방이지만 각각의 자리를 구분하고 싶은 의도다. 식탁, 책상 그리고 침대. 전부 다른 스탠드와 다른 전구를 사용했다. 어두운 밤 불을 끄고 그 자리의 조명만 켜면 오로지 그 공간에만 집중할 수 있기에. 방은 흰색 도화지같이 새하얗게 칠했다. 내 색깔이 잘 드러날 거라고 생각이 들어서. 못, 핀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그냥 테이프로 붙이고 싶었고 모든 것들을 그냥 그러고 싶었다. 내방에는 내 냄새가 났으면 좋겠다. 좋은 향. 커피를 안 마신지 언 4일, 내일은 커피 마셔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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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찍 일어나도 피곤하지 않은 날. 1.첫사랑. 각자 본인의 첫사랑 기준은 다르고 시간이 흘러 뒤돌아 봤을 때 또 다르다. 오늘은 평소보다 부지런했고 운동을 마치고 집에 가던 길 우연히 마주쳤지. 잠시 눈이 마주쳤다. 나는 걸음을 멈추지않으며 걸어갔고 너는 횡단보도 앞에 서있었다. 간헐적으로 네 생각이 나기도 했지. 몇년이 지나고 이제는 네 소식도 모르지만 여전히 멋있더라. 2.커피. 예쁘고 분위기 좋은 카페도 좋은데 내입에 맞는 커피가 있는 곳이 좋다. 그곳이 집에서 가깝다면 더 좋다. 대구로 올라가면 아쉬운 것 중에 하나. 앞으로의 대안. 나의 첫 핸드드립은 맛이 없다. 3.친구. 이제는 정확한 날짜도 모르겠다. 10년지기는 넘었고 알고 지내면서 같이 산지 14년 정도. 대구가서 쓸 침구류가 왔고 너는 내방 침대위에 실례를 범했지. 간만에 빨래하는 셈치지 뭐. 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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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중에 아버지 선물로 두 장의 옷을 사왔다. 그는 언제나 내게 크니깐, 크게 느껴졌기에. 옷을 입어 보신 아버지는 “옷이 크네. 이제 이 사이즈는 안 맞네.” 괜스레 맘이 무겁다. 외국에서 근무하시는 아버지는 한국오면 입맛이 안 맞는지 살이 빠진다고 하신다. 런던생활동안 내가 요리한 음식을 보여드리면서 두 남자는 요리얘기를 신나게 한다. 분명 엄마보다 부자가 요리에 대한 열정이 더 한 듯하다.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일을 하며 날 따뜻해지는 꽃피는 봄이면 한국에 다시 들어오신다고 하신다. 그가 작아진 만큼 내가 더 커질 수 있길. 언젠가 내게 기댈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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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질 까봐. 오늘 문득 런던여행 중 친구가 생각이 나서 연락을 했고 우리는 귀국 후에 처음으로 연락을 했다. 3일동안 시차가 적응이 안돼서 밤을 샜고 복학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조만간 만나자고 했다. 그리고 너는 여행기억이 잊혀질까 두렵다고 했다. 마찬가지다. 아직 정리가 안된 여행사진, 여기저기 적어 둔 일기와 메모. 작년 4번의 여행을 다녀왔고 여행에 들고 간 옷가지와 짐들만 정리 했을 뿐, 그 기억과 사진들이 널브러져 있다. 클라우드와 드라이브에 구겨 넣듯 저장했을 뿐. 제법 짧지 않는 여행을 두 번 다녀오고, 읽고 싶던 책과 여행서적을 읽으면서 아쉽더라. 내 여행이 그냥 이대로 잊혀지는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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