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ngminjae94 - Tumblr blog

kangminjae94 · 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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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그림(은/이) 끝났다.

(환상을) 줬다.

(이상을) 줬다.

(상상을) 줬다.

(쾌락을) 줬다.

(기대를) 줬다.

(논란을) 줬다.

(감상을) 줬다.

(새로움을) 줬다.

지금은 아니다.

(환상이) 없다. (이상은) 없다. (상상은) 없다. (쾌락은) 없다. (기대가) 없다. (논란이) 없다. (감상이) 없다.

미래가 없다.

그림은 환상을 주고 이상만을 ‘제시’한다. 고정되어있다. 걸린다. 직접 손으로 그린다. (붓이 있지만) 편도 티켓 같은 감상만 있다. 답이 없다. 확장이 무한하여 해석의 한계가 유동적이다. 새로움이 없다. 한 가지 감각을 통해서만 감상할 수 있다. 한계가 있다. 정지해있다. 행동을 이끌 수 없다. 움직이지 않는다. 너무나 오래되었다. 그렇기에 이전의 기준/집단/유대가 없다.

이젠 개인적인 면모가 더 강해지고, 작가들만의 스타일에 더 크게 반응하게 된다. 내용은 유동적인 해석이 가능하기에 오독의 남용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변호를 하지도 않는다.

동시��란 개인이 인지하는 real time이다. 개인이, 개인의 해석이다. 동시대는 다른 시대와 반응한다. 과거/현재/미래와 만나서 이야기한다. 개인이 중요해지면서 작가의 이것저것이 중요해졌다. 가령 작가의 캐릭터(대주제와 태도 어딘가라고 하자), 나이(220v, 110v 같이 어떤 시대에 반응할 수 있는지, 하는지, 소환할지를 결정한다.), 말(개인들의 필요조건을 충족해야한다. 동시대는 개인들의 것이기에 개인들의 이야기에 아이러니하게도 동의, 동기화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스스로가 개인이어도 개인들에 속해지지는 않는다.)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 또한 명쾌하면 좋지 않다. real time은 확실하기 위한 불분명의 총합을 원하기 때문이다. 이 불분명은 형태가 꽤나 확실한데 역사와 시간에 따른 경험과 환경변화, 기억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즉 분명한 꼴이 있지만, 시각적으로 인지한 후의 감각의 의미나 상징성은 불분명한 것이다. 우린 이 꼴에 공명한다. 시간이란 광범위하게 흘러가고 환경과 경험은 생각보다 보편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같은 문화, 인종, 언어란 것이 크게 작용하겠지만 이들 또한 시간에 의한 무목적의 결과물들이다)

다시 돌아와서 그렇다면 개인인 작가는 무엇과 유대 하는가? 어느 것을 소유하는가? 소유해야만 하는가? 시간이다.

분명하지만 불확실한 ‘미래’. 확실하지만 불분명한 ‘과거’. 이 둘을 모두 가진 ‘현재’.

내가 태어나 자란 곳의 미술은 어떤가. 지금의 현재와 같다. 그를 통과하는 공허함. 확실하지만 불분명한, 그렇기에 분명하지만 불확실했던 당시의 미래. 모두가 맞물린 현재.

작가의 스타일은 스타일이 아니다. 모두 시간성에 영향 받기 때문이다. 새로움과 맞춤정장을 맞추기 위하면 위할수록 근거 없이 희망찬 나르시시스트가 된다. 차라리 적극적으로 뻔해지자. 적극적으로 인정하자.

2019년 11월2일 오후8시12분의 부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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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gminjae94 · 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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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가 시리게 상쾌한 요즘이다.

근데 시큰할 정도의 비릿한 가을 냄새가

처음엔 나더니 이젠 또 익숙해졌다고 잘 안난다.

익숙함이 이럴땐 야속하기도하다.

참 좋았는데

변한다는 걸 알게 될 때 그 상쾌한 맛을 알게된다.

그럴 때면 웃음이 많아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이런 즐거움이 다음에도 계속 반복되어

익숙해지지 않게 하기위한 지금을 무디게 만드는 익숙함이 있나보다.

2019년 10월 12일 오후 6시 31분 부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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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gminjae94 · 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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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저기 쓰레기를 버리고 치우는 사람도 행복히 꿈꾸던 자신이 이러고 싶다 했을까 저기 항상 설겆이를 하고 있는 사람도 최고가 되고싶어 노력한줄 이런줄 알았을까 저기 누구와 추억을 담고싶은 고독한 사람도 희망을 가졌다 생각한 그 때 지금을 알았을까 저기 평생을 일하며 헌신하는 사람도 그만의 세상을 담던 그 공기가 지금과 같을까 저기 죽음에 의해 세상에 홀로 남겨진 사람도 사랑받던 추억을 떠올릴 때 이럴줄 알았을까 2019년 9월16일 새벽 1시 59분의 부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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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gminjae94 · 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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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가지 맛

귀뚜라미 소리 귀뚤귀뚤 귀를 뚫을 정도가 되지 않을 정도의 미물 이상의 생명 소리는 아침의 일깨움을 그에게 일깨워주는데 한 개인으로 다가와 정신이 시작되던 침대와 선풍기 소리만이 남아 그의 잠을 깨우며 달아난다. 빛이 난반사 되어 눈에 들어오듯 정신없는 그의 정신 속 빛은 착란을 일으키며 그의 하루를 생각지도 못한 시간의 불규칙적 나열을 떠올리게 만들며 오히려 정해지지도 않고 규칙적인지도 불규칙적인지도 모르는 하루에 던져버렸다. 좀 쑤시고 몸이 아리고 시큰한 오징어 비린내가 나도 앞을 볼 수 없고 냄새를 맡을 수 없어 그냥 저냥 구름위에 푸욱 누워 습기에 눅눅해 냄새가 날 듯 한 황사 섞인 구름 위 하늘을 보며 웃고 싶어 하지만 아린 몸과 같이 그의 배에도 습기가 축축해 삭아간다. 또륵. 꾸르륵. 또르륵. 똑또르똑똑한 그의 몸 속 난장판 같이 눈도 난장판이고 입도 난장판인 상황이다. 입술에 닿아버린 고깃덩이는 5분이나 난장을 쳤다 또 사라져 입을 허하게 만들었다가 난장이 그리워 고기를 부르니 눈물을 또륵 또르륵 꼬르르륵 소리 내며 난장판에 난장이 아닌 난장을 부려 난장판에 더 난장을 더했다. 습한 빗덩이는 몸을 더 소리나게 만들다 못해 나가게 만들어 소리 속으로 들어가게 하고자 눅눅한 황사를 몸에 간직한 채 앞으로 나아가 더 나아 걸어가는 중이었다. 어찌 지나다 보니 너도 싫어지고 싫어 하는 만큼 그가 싫어지는 건가 의문이 드는 것도 싫어지다 다시 너가 싫으나 싫다 말하는 것도 싫어지는 만큼 그가 싫어지긴 싫어서 다시 그도 너도 모르는 싫어 죽겠는 상황이 그는 싫다 말하기도 싫다. 생각이 안날 만큼 정신이 아득해지는 소 한 마리의 춤사위는 창을 넘고 그를 넘고 너의 엄지발가락도 넘고 넘고 넘어가는 중일 것이다. 소리가 나는 동안엔 소는 조용히 눈물을 흘린 상태로 너를 싫어하고 나를 싫어하고 그의 눈 속 무지개인척 하는 귀뚜라미 난장판이 아닌 난장을 싫어하는 척 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가 그러니까 소리가 귀뚤귀뚤 정신이 싫다 그는 싫다.

2019년 9월 14일 오후 8시 44분의 부분일기

글로 머리에 부유할 비구상적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떠오르는 구상을 벗어나긴 지금 들리는 귀뚜라미 소리만큼 어렵군요.

<지도와 암실>을 읽고 따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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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gminjae94 · 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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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드는생각

요즘에 아트선재센터에서 나왔던 책을 읽고있는 와중

오인환 작가와 김범 작가의 작품에 대한 글들을 접하게되며

인스타로 최신 작품들을 눈으로 (아이폰)가까이 보니까

그냥 하는 일상같은걸 해야겠다는 생각

하고싶으면 일단 해야겠다는 생각

진지하거나 유치하거나 영향받았거나(모티브라 하지만 제일 듣기 싫고 피하고 싶은 거지만 다들 알잖아요 그거 그 우리만의 비밀) 웅장하거나 가볍거나 뻔하거나

대충같은데 뭔 말을 하는지 알 수 없는데 뭔가 머리에 그 옹알옹알 맺히는 그런

그런거를 계속 내보여야겠다는

요즘드는 생각

아 물론 정치사회문화경제역사 같은 무거운걸로 나아가고 싶지 않고 평가되기도 싫지만 편승해서 겉을 유유자적 휘젓고 싶은 강민재

이것저것하는데 뭔가 아다리가 맞지 않는 근데 뭔가 해보고 싶고 엮고는 있는 강민재

허무이상비현실탈피욕망주의자

강민재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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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gminjae94 · 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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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하는 것에 대해 써본 글들 _ 2019년 3월부터 6월말까지의 글

3월부터 시작한 그림들과 관련된 작가 노트 中

지금을 분명히 받아들이기엔 너무나 많은 대화와 사건, 다양한 관계와 경험들이 두서없이 나에게 쓸려온다. 지금을 바라보고 설명하는데 용기가 나지 않는다. 정확히 지금을 난 모르겠다. 현재가 조각나있다. 지금 내 감정과 생각을 불러내는 것들을 찾고 싶다. 순간을 기억하고자 한다. 현재의 내 의식은 과거의 경험이 구성하고 있다. 지금을 위해 나에게 쓸려온 과거의 것들을 다시 바라본다. 조각나있는 과거의 순간적 감정을 지금 이 순간 맞이하기 위해, 이를 붙이기 위한 행위의 결과. 덧칠, 빠른 붓질, 빠른 완성. 연필의 남아있는 선 자국. 순간의 반응은 다양한 변화가 동반되기에 그림의 스타일은 일관될 수 없었다. 찍은 기억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양의 핸드폰 속 지난 일상의 사진들. 감정적으로 공감하며 내가 동경하고 섣부르게 나와 동일시했던 옛 문학가들. 힘들어서 술을 마신 나의 감정을 증폭시키고 눈물 흘리게 만들어준 인터넷 동영상 속 가수. 그리는 것들은 감정과 기억이 제일 선명하게 현재에도 살아나는 과거의 이미지들. 현재의 나와 붙어있는 것들. 언어로 구체화하기 힘들지만 분명하다고는 말할 수 있는 어떤 것들. 당시의 상황. 빛, 대화. 분위기. 감정. 생각들을 지금의 붓질을 통해 그림 속에 담고 싶다. 일상적인 감정들과 순간의 반응에서 나온 감정들, 생각까지 그림에 표현하고 싶다. 과거와 현재의 시간 사이에 존재하는 기억과 거리 덕분에 지금 난 창작한다. 빠르게 나온 이 결과물들은 지금 그 무엇도 잡거나 기댈 수 없는 혼란함을 드러내고 동시에 안정시켜준다. 쓸려와 쌓인 방대한 과거의 조각들을 지금 앞에 붙이고 나열함으로 조각난 현재인 나를 선명히 붙이려 한다. 불가능해 보이는 이 시도를 앞으로 다가올 생경한 지금을 맞이하며 지속적으로, 새로 시도하고자 한다.

작업하지 않을 때 문득 들던 생각을 적은 것들

올해 들어 소중한 사람들이 내 곁을 떠나는 것을 경험했다. 잊지 못할 감명 깊은 생각이 났던 때가 있었다. 시선이 고였던 아름다운 시간과 풍경이 있었다. 그러나 항상 나에게 머물러있지 않았다. 사라지고, 잊혀지고, 지나갔다. 지금에야 그때를 회상한다. 왜 그때는 모르고 지났을까. 아무리 생생하게 기억해 내 앞에 두고자 해도 언제나 부서진 조각에 불과했다. 머물던 것은 다시 내게 오지 않는다. 온 힘을 다해 지금의 순간에 집중하여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해도 항상 미끄러지고 후회한다. 지금 나를 미끄러지게 하는 것은 지나간 것들 때문이다. 완전히 앞에 둘 수 없는 머물다 간 것들. 부서진 조각으로 현재의 나에게 존재하는 순간들. 지금은 어찌 보면 머물다 간 흔적들을 바탕으로 존재하는 것 같다. 지난 조각을 지금 붙여서 살아나게 할 수 있다는 미련. 지금 순간적으로 감각하거나 경험하는 것들은 머물다 떠난 그때를 불러낸다. 혹은 떠난 것들을 통해 지금을 바라본다. 떠나가고 사라진 것들이 모두 그런 것이 아니다. 시간이 필요하다. “왜 그때는 몰랐을까?”라고 생각할 때 영원히 머물길 바라게 된다. 뒤늦게 깨닫게 된 후에 이 불가능한 목표를 위해 그림을 그린다. 다시는 그 순간이 머물길 나중에 깨닫지 않도록 지금 그때를 그린다. 시간이 지나면 이 그림들이 조금이나마 내게 머물다 간 것이 아니라 흔적이라도 남기고 간 듯 나뿐만 아니라 모든 이가 조각들을 찾길 바란다. 그림을 그리고 난 후 다음날엔 언어로 표현 못 할 상실감과 허무함이 드는 것은 그림이 그때를 완벽히 내 앞에 불러낸 것이 아닌 한계 때문일 것이다.

그림을 그리거나 일련의 작업을 하는 이유는 위의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영원히 머물도록 하고 싶은 내 이뤄질 수 없는 욕심이다.

지금의 나를 난 모르겠다. 과거의 나를 난 희미하게 알 수 있다. 이 행위들은 지금 알 수 없는 지금의 나를 알기 위한 불가능한 반복이다. 알 수 있는 과거를 바라보는 것 또한 그럴 것이다. 지나감이 없으면 지금의 나를 내가 알 수 있을 텐데. 그때가 머물러있다면 난 나를 지금보단 스스로 바라볼 수 있는 용기가 날 텐데.

최근 나도 포함되는 세대는 문제없이 무난하고 평화롭게 자란 세대라는 말을 들었다. 앞선 세대들이 남긴 여러 굵직한 정의들에 무감각하게 지배당하고 눈에 띄지도 않는 문제나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삼도록 되어졌단 이야기. 뒤통수를 맞은 듯 했다. 분명한 의식을 가질 바탕조차 없는 이 세대는 역사가 되어가는 앞선 세대들의 부산물을 자신들의 바탕으로 바라보며 답습하고자 한다. 문제의식이나 분명한 주제와 신념이 있어야 한다는 고정 관념적 작가상은 아직도 유효하게 심지어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다. 지금 한결 자유로워져 부유할 수 있는 상황이 된 세대는 문제의식이라 삼을 것도 없고 시대라 말할 정확한 것도 없다. 과거의 문제의식을 자꾸 호명해 과거의 작가상을 불러낸다. 그렇게 작가가 된다. 난 그러고 싶지 않다. 그저 내가 바라보고 반응한 것을 나열, 배출하고 싶을 뿐이다. 이 과정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강요된 정의들과 생각을 멀리서 바라보고만 싶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는 하나로 묶이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게 지금의 나이고 앞으로의 나일 것이기 때문이다. 당연하게 바라보던 것을 다시 바라보고 싶다. 지금의 미술계가 싫다. 전유물이자 오래된 재판소, 회사 같다. 한 목표와 문제의식이 뚜렷한 사람만을 원하는 이들이 싫다. 가식적이고 멍청하다. 나무만 보는 것이 아닌 나무에 있는 벌레와 흙에 난 잡초, 나무의 냄새, 흙의 냄새, 잡초의 다양함 등을 당연하지만 허접하고 의미 없다 생각하는 것들 까지 모두 다 같이 보고자 한다. 이 모든 것이 모여 지금 시대 위의 ‘나’라는 작업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어쩔 때는 쓰레기 같은 정치문제에, 어쩔 때는 차가워진 커피에, 어쩔 때는 무기력함에 이런 저런 이야길 두서없이 배출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것이 소비되는 샐러리맨 같은 뚜렷한 작가들의 시대 요청 적 죽음들에 비해 더 질길 것이라 생각하기에 나는 작업으로 이런 저런 이야길 난잡하게 말하고 싶다. 그러고 싶다.

우리는 모두 현재에 살아있지만 과거에 박제된 것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완전하기에 빠르게 그들을 정의내리고, 그로 안도하고, 지금에 존재하고자 한다. 일부의 사람은 현재라는 선후 관계에서의 시간적 우월함에 과거를 섣부르게 동기화하거나 현재를 위해 과거를 무분별하게 가져온다. 타자가 아닌 동일존재로 현재는 과거를 녹여 형태 만든다. 하지만 나는 이와 다르게 과거를 맞닿을 수 없는 ��전한 타자로 인식하며 나에게 쓸려오거나 줍게 된 것으로 인식한다. 이를 바라보고 불완전한 공감을 하며 이러한 일련의 분투의 과정을 통해 지금의 파편들을 발견하고 현재를 선명히 하고자 한다. 내 작업이 현재와 과거의 타자들을 바꾸거나 지금을 계몽시키고자 하는 그런 강인한 힘을 가진 물건들은 아니다. 그를 위한 것도 아니다. 그저 지금을 나 나름의 솔직함과 발버둥으로 드러낼 뿐이다. 타인들은 동화되어 공감할 수 없는 이 작업들을 무심하게, 가볍게 넘겨 봐줬으면 좋겠다. 현재를 찾고 있는 나의 다양한 조각들을 바라보며 그들의 부분을 떠올리는데 일부분으로 쓸려가길, 주워가길 희망한다.

난 예전에 찍었던 사진들이나 내가 감명 받았던 것들, 이미지뿐만 아니라 여러 대상들을 주로 그린다. 감동 받았던 것은 추상적으로 그리지 않고 감동받았던 그 대상을 그리고자 한다. 감정적인 이미지라기 보단 감정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껍데기라 할 수 있다. 그런 것들을 그린다.

과거의 것들을 현재에 반응할 때는 한가지의 감정만 드는 것이 아니다. 동어 반복적이지도 않다. 다만 몇 가지의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내가 찍거나 받은 사진들의 경우 순간의 포착에 가깝기에 이를 현재에 반응할 땐 여유롭게 붓질을 할 수 없다. 각 사진들의 힘이 강해지는 것도 순간적이고 현재의 감정이 생겨나는 것도 한 순간에 가깝기에 붓질의 흔적이 눈에 보일 정도로 붓이 빠르게 움직이며 양감이나 조색의 고려가 거의 되지 않는다. 그들을 호명하고 불러오는 것은 순간의 붓질들과 순간의 집중이 필요하다. 스케치도 할 겨를이 없다. 우선 붓이 앞서나간다. 이 과정을 거친 후 현재에 남겨졌던 감정들을 다시금 그림에서 찾는다. 그 후 시선이 맺히거나 감정이 고이게 되는 부분이나 상황에 마감재를 발라서 정착시킨다. 정착된 부분들은 매끈하고 빛이 난다. 광택이 나는 부분 마감으로 그림은 완성된다. 조각들을 붙이듯 과거로부터 온 조각들이 현재에 감정으로 선명히 드러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공허함이 없어지고 그림에 감정이 선명해서 찾을 필요가 없어졌을 때 붓질이 멈춘다. 조형적인 완성도를 우선적으로 신경을 쓰진 않아서 미완성 같은 것도 있지만 그림을 그리고 싶은 감정이 없어지면 그림을 멈춘다. 그 순간만큼은 마음이 공허해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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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gminjae94 · 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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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하는 작업에 대한 글

강민재

당연한 소리지만 각각의 그림들은 붓질로 구현되어 설명되고 있다. 그러나 내 작업들 각각은 분명하나 전체는 쉽게 연관성이 보이지 않고 불분명하다. 짧은 호흡으로 분명하게 만든 작업들의 나열은 언뜻 잡히지만 모호해진다. 현재란 시간 또한 비슷하게도 축적되는 다양한 지식과 새로운 정보들의 범람으로 일깨움을 주지만, 그만큼 현재는 다원화와 모호함이 심화되어가고 불확실해지고 있다. 이 작업은 과거에서부터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나, 부유하는 나를 위한 하나의 시도다.

현재 넘쳐나고 있는 다양한 정보나 이미지와 같이 난 그리고자 하는 것들을 단일 주제로 쉽게 묶고자 하지 않는다. 반대로 너무 많은 이미지나 정보가 무분별함으로 통일감을 이루듯 나의 작업도 그런 무분별함과 부유함으로 묶여 보이고자 한다. 난 소재를 주로 내 핸드폰 속 사진이나 개인 클라우드에 저장된 이미지, 인터넷상에 검색되어 나오는 이미지, 유튜브 속 존재하는 예전 영상 장면에서 가져왔다. 난 인터넷과 연관된 최근의 논의를 위한 작업을 하고자 사용한 것이 아니다. 소재를 가져오기 위해 사용한 것들은 내가 경험했지만 놓치고 지나갔던 것들, 나의 가치관을 만들어준 것들, 내 감정을 불러내는 것들을 붙잡아두고자 사용한 지극히 나의 일상적인 도구들일 뿐이다. 난 스쳐지나가듯 존재하는 내 무분별함들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나는 감정을 집중하고, 이를 내 붓으로 표현하여 작업 각각의 분명함을 갖고자 시도한다. 그러기 위해 나는 빠른 붓질과 비교적 짧은 호흡을 통해 다양한 이미지를 서둘러 내 눈앞에 내보인다. 또한 난 각 부분들에 진정성 있게 다가가 각각을 더욱 분명히 하기 위해 “소재가 있다 해도 내가 그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면, 나의 마음가짐과 소재가 완벽하게 하나가 되지 못하면 소설은 쓸 수 없다.” 라고 말한 내 그림 속 근대 일본의 소설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태도를 답습하고자 한다.(딱히 그를 짚어내는 것은 아니다. 내 그림 속 인물들의 태도는 모두 비슷하다.) 나의 태도는 현재에 통용되는 쿨 함과는 거리가 멀다. 과거의 이상적 작가상을 답습하고자 하는 것은 근대로의 회귀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나는 현재에 의해 정의 내려진 근대란 태도를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나의 불확실함 또한 보다 선명하고 순수하게 정의하고 드러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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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gminjae94 · 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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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글

요즘 그리는 것들이 왜 솟구쳐 왔는지 정리해봤다. 사실 하라고 해서 한 건데 맨날 같은 글같이 느껴져 질린다.

작가의 글

강민재

하루가 너무 소중한 것과 비교해 하루는 너무 빠르게 지나간다. 하루는 시간 위에서 잊히기도 하고 떠오르기도 한다. 어제는 슬펐다가 오늘은 기쁘고 내일은 누군가를 사랑할 수도 있다. 어제는 사랑했다가 오늘은 기쁘고 내일은 슬플 수도 있다. 시간은 어느 순간엔 바람보다 가볍기도 하고 언젠가는 바람만큼 무거워지기도 한다. 내가 느끼는 감정은 한순간 존재했다가 사라지기도 하고 질척거리게 붙어 다니기도 한다. 추억은 추억이 남아있어야 추억할 수 있다. 완전하다고 생각한 것이 완전히 불완전해지기도 하고 불가능한 것이 가능해지기도, 가능한 것이 불가능해지기도 한다. 누군가는 과거에 살고, 누군가는 현재에 살고 누군가는 미래를 산다. 생각은 멈추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하고 솟구치기도 한다. 말은 시작과 끝이 존재하고 전달된다. 말은 끝에서 시작하기도 하며 완전히 전달되지도 않는다. 나는 부동성의 시간 위에 왔다 갔다 하며 완전함과 불완전함에 시달린다. 내가 하는 것이 우리일 수 있으며 내가 하는 것은 나만의 것일 수 있다. 내가 존재하며 내가 존재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내가 무엇인가를 바라봄은 일순간이기도, 내 일생이기도, 나와 관계없기도, 나와 너 이기도, 바라본 행위에 그치기도, 과거를 이어주기도, 바람을 느끼기도, 끝과 시작을 알게 해주기도 한다. 나는 시간 위에 서 있기 위해, 나는 나를 인지하기 위해, 나는 너를 알기 위해, 나는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기억하기 위해, 나는 가능한 것을 하기 위해, 순간을 붙잡기 위해, 시작을 알기 위해, 끝을 바라보기 위해, 이 이분법적이며 다중적인 현실과 이상에서 서 있기 위해, 온전히 바라보기 위해 나의 행위를 조금이나마 한다. 하고 싶다. 하고자 한다. 너무 소중한 하루 위에 서 있기 위해. 너무 소중하기 위해. 서 있기 위해. 하고 싶다. 나의 행위를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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