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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밤이 아쉽다
나는 매일 밤이 아쉽다. 이런 나에게 사람들은 보통 오늘만 날이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는 항상 "오늘이 바로 그 날이야."라는 생각으로 가득차 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밤을 놓을 때를 나는 점점 미룬다. 한 잔이 아쉽고, 한시간이 아쉽다. 한 사람이 아쉽고, 한 밤이 아쉽다. 누군가에 의지하려는 버릇을 놓자고 다짐한지는 꽤 되었지만 이제는 밤에 의지하는 것으로 나의 전략을 바꾼 듯하다. 사실 밤의 거리를 걸어도 딱히 하고 싶거나 가고 싶거나 마시고 싶은 술은 없다. 그럼에도 나는 걷는다.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여자를 찾아 나서는 것도 아니다. 그냥, 잠드는 시간을 미루고 방에 혼자 남아 있는 시간을 줄이려는 것이 내 목적인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약간 취한 나는 잠깐 하늘을 올려다보며 오늘이 지나감에 감사한다. 할증이 시작될 때까지 나는 집에 들어갈 줄을 모른다.
그 밤에 나는 술을 마신다. 혼자서도, 친구와도. 외출을 안한 방에서도 나는 맥주 한 캔은 꼭 따는 편이다. 한 때는 술에 취하지 않으면 잠이 들지 않을 때도 있었다. 이별 후 가슴이 아프다는 노래들. 나는 마냥 레토리컬한 말인 줄 알았지만 그것이 단순한 묘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나는 취하지 않으면 잠에 들 수 없었다. 혼자 마시던, 친구와 마시던 내 고독감과 가슴의 통증은 나를 지나치지 않았다. 사실 친구와 마실 때도 그 자리가 끝난 후에는 혼자 마시는 시간을 갖는게 대부분이다. 나는 혼자 마시는 것이 외롭지 않다. 아니 혹시 혼자 마시는 것으로 내 고독감을 이겨내려, 아니 무마하려 노력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시도는 번번히 실패한다. 가끔은 누군가와 얘기가 붙는다. 원치도 않고 원하지 않는 상황도 아니다. 나는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으며 나를 드러낸다. 그들이 나에게 호감을 가지던 아무 생각이 없건 우린 전화번호를 교환하지 않는다. 가슴의 통증을 조금은 잊어버린 나는 그냥 상상력이 결여된 꿈을 꾼다.
아프지 않을 때도 술을 마시는 것은 매한가지다. 혹시 나는 매일 아픈 것이 아닐까? 그래도 이제는 가슴의 통증은 가신 상태이다. 누군가를 생각할 때 후회는 가질지언정 시간을 되돌리고 싶지는 않다. 시간은 실수들을 지운다. 내가 했던 많은 실수들은 더이상 나에게 죄책감을 일으키지 못한다. 나는 그 실수에게서 배우려는 노력을 가진다. "이제 그러지 말아야지. 이제 다신 놓치지 말아야지." 나는 바둑 기사 처럼 잦은 복기를 하는 사람이다. 가끔은 무언가를 배우며, 다시 그 실수를 안할 태세를 정비한다. 실제로 몇몇 실수는 이제 조금 나에게서 멀어진 것 같다. 하지만 여전한 내 습성은 치명적인 실수를 반복하게 만들며 영원한 시간은 또 다른 실수를 매우 창의적인 방식으로 나를 찾아오게 만든다.
나도 사실 이 반복되는 밤들에 진저리가 쳐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더이상 밤거리를 서성이고 싶지 않을 때도 많다. 가끔은 어서 빨리 내 방으로 돌아가 이어폰보다는 조금 좋은 스피커로 내 감성을 달래고 싶다. 이별을 노래하는 노래보단, 담백히 사랑을 노래하는 가사가 좋다. 아니면 마치 나처럼 지나간 여러가지 것들을 복기하는 노래들이 좋다. 아니면 새로운 사랑들에 대한 희망을 노래하는 가사들이 나의 밤을 지배한다. 하지만 노래 가사만큼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것들이 또 없어서 그 노래들을 듣는 나에게 아무런 희망이 떠오르지 않는다. 가끔은 가사를 쓰고 싶다. 후렴구는 분명히 "나를 사랑해줘."가 될 것이다. 벌스들은 언제나 변명들일 것이다. 나는 나의 변명들이 그들의 마음을 전혀 동하게 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아니면 역효과가 날 것을 알면서도 지리하게 쏟아낸다. 나는 마치 내 감정을 걷어차주길 바라는 것 만 같다. "그래도 내 손을 잡아주겠니."가 내 곡의 주제이다. 내가 밤에서 얻고 싶은 것은 사랑이나 사람이 아닌 것만 같다. 아무래도 내가 얻고 싶은 것은 동정이 분명하다. 하지만 누가 나를 동정해 준다는 말인가. 약간 감이 온다. 앞에서 말했듯이 나는 밤에게서 그것을 얻고 싶을 뿐이지, 사람에게서 그것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취한 나를 새까만 하늘�� 위로한다. 밤은 적어도 나를 침대에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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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계획표
이 글의 해시태그는 오늘도 #불안 으로 하려 한다. 하지만 불안은 상당한 욕심쟁이라 다른 감정까지 먹어치우기 일쑤다. 나는 불안에게 어떤 먹잇감을 줘야 하나 고민을 한다. #불안 을 이을 다른 해시태그로 무엇이 있을까. 쉽게 떠오르는 #주색 은 내 홈그라운드지만 너무 내 글의 오래된 주제였다. 주색 말고 내가 쓸 말이 없나? #불안 이란 해시태그를 집어치우고 희망찬 사랑의 찬가를 쓸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쓸 기분이 아니다. 왜그럴까? 나는 요즘 잠을 많이 잔다. 의욕이 없다. 많은 것을 나름 성공적으로 마친 후에 나는 더욱 텅 빈 기분이 된다. 누구도 채워줄 수 없는 그런 공허. 여자친구가 해외여행을 간 상태라 물리적으로도 내 옆자리는 텅 비었다. 정신적으로는 더더욱 그렇다. #빈자리, 오늘의 내 해시태그다.
내 가장 친한 친구는 나에게 연인에게 너무 의존하지 말라고 한다. 나는 무슨 말이냐 재차 묻는다. 나는 여자친구에게 힘들다는 말도 거의 안한다고. 나는 요즘 잘하고 있다고, 나름 홀로 우뚝 서고 있다고. 친구는 그냥 내가 연애를 할 때와 하지 않을 때가 너무 달라하는 말이라고 한다. 그리고 "너는 부정하겠지만, 미래는 모르는거야."라고 말한다. 옛날과 달리 나는 부정까지 하지는 않는다. 내 옆자리에 다정히 있는 사람은 나를 떠나갈 수도, 내가 그 사람을 떠나갈 수도 있다. 빈자리, 빈자리가 생길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다. 지금은 누군가가 있어서 홀로 설 수 있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 그렇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대비해 맘을 다잡는 것은 조금 웃긴 짓이다. 나에게는 더 시급하게 당면한 문제가 있다. 그것은 내가 지금도 큰 공허를 느낀다는 것이다. 요즘은 특히 그래서, 침대에서 뒹굴거릴 때가 많다. 그래서 글을 쓰고 싶었다. 생활계획표를 작성하듯이, 글로나마 내 지금의 상태를 분석하고 다짐해야하지 않을까? 계획까지는 쓰지 않을 것이다. 나는 감성이 철철 넘쳐 흐르는 글을 쓰는데, 그 결에 계획은 맞지 않다. 다짐도 크게 맞지 않다. 감정을 폭발하고, 그 곳에 함몰되는 글을 나는 좋아한다. 어쨌든, 이불을 박차고 나와 커피를 한잔 내려 마시고 글을 쓴다. 나는 왜 이렇게 불안한가. 공허한가.
그것은 내가 빈자리를 보기 때문이다. 불안을 쳐다보고, 빈자리를 곱씹기 때문이다. 나는 글을 쓸 때 "누구나 그렇겠지만,"이라는 문장을 자주 쓴다. 이런 문장이 나온다는 자체가 내가 자의식에 도취된 사람이라고 나는 본다. 혹시 누군가가 언제나 든든한 동반자, 마음 상태, 상황들을 가지고 있다면 나에게 알려달라. 나는 그에 대한 글을 쓰겠다. 정말 유니크한 그런 타입의 사람을 글로 쓰며 나는 많은 돈을 벌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누구나 그렇다. 누구나 공허하다. 그런데 나처럼 불행을 부르짖지는 않는다. 어쩌면 이러한 부르짖음이 나를 더욱 더 풍부한 사람으로, 재능 있는 사람으로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바라는 것은 안온함이다. 굳이 내가 글을 잘쓸 필요가 있을까? 매력적인 사람일 필요가 있을까?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나는 거래하지 않겠다. 과거의 나는 이 거대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다고 글을 쓴 바 있다. 이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느끼는 큰 빈자리를 그렇게 채우진 않겠다. 오히려 나는 이 빈자리를 가꾸려 한다. 공허를 통해 내 공허를 조금씩 지워나가겠다. 동력으로 삼겠다. 많은 위대한 자들이 그렇게 했던 것처럼. 빈자리를 외면하지는 않지만, 매몰되지도 않을 것이다. 또한 내가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않겠다. 내 옆에 소중한 것들, 사람들이 많다. 그들을 위해 내가 잘해야한다.
오늘 자기전까지 침대 위에 눕지 않겠다. 방을 치우고, 운동을 한 다음 목욕 재계를 하고 할 일들을 정리할 것이다. 음악도 듣고, 책도 읽고, 영화도 봐야지. 내일도 마찬가지다. 충실해야지. 하루하루에 충실해야지. 물론 그렇게 하더라도 위에 썼던 대로 완벽히 불안을 지우는게 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채워 나갈 것이다. 계획을 써버렸다. 불안에 대한 글이 어쩌다 생활계획표가 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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