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yabiidama-blog
minyabiidama-blog
miNYAbiidama
16 posts
Don't wanna be here? Send us removal request.
minyabiidama-blog · 8 years ago
Text
두서도 개연성도 없는 이야기.
저녁에 약국에 가서 처방전 내밀고 앉아서 기다리는데, 내 또래쯤 되어보이는 엄마와 아직 말도 잘 못하는 딸이 옆에 있었다. 엄마는 트랜디하지만 소재가 싸보이는 옷을 입고 피곤한 표정으로 날 경계하듯 쳐다보고 있었지만, 딸이 징징대자 이내 억지로 쥐어짠 듯한 밝은 목소리로 대꾸해줬다. 그 모녀가 약을 받아서 나가려는데, 딸애가 "나 동화책 한권만 읽고 갈래!!!" 라고 했고, (우리 엄마같았으면 집에 가서 읽어! 하면서 날 끌어냈을 건데) 그 엄마는 나가다 말고 다시 들어와 코딱지만한 대합실에 앉아서, 딸이 꺼내온 책을 빨리,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주었다. 이게 일반적인 엄마의 행동인건지 뭔지 모르겠지만, 우리엄마라면 절대 안그랬을테니까 뭔가 이런 육아방식도 있구나 하면서 은근 신경써서 보고 있었다.
한권을 다 읽고 나서 엄마는 "이제 가���"면서 약국을 나서는데, 딸은 "나 한권만 더 읽을래!!" 하면서 인어공주 책을 꺼냈다. 근데 엄마는 더는 안되겠다 싶었는지 약국을 나갔고, 자동문이 닫혔고, 애기는 책을 가슴에 안고 엄마를 따���가려 했는데 자동문은 전자동이 아니라 버튼을 눌러야 열리는 자동문이어서 아이에겐 너무 높은 곳에 버튼이 있었고, 문은 물론 다시 열리지 않았다. 순식간에 애기는 울상이 되고, 근데 낯선 곳이라 울지도 못하고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곧 엄마가 다시 돌아와 서둘러 책을 애기한테서 뺏어서 책꽂이에 꽂고는 도망가듯 애를 데리고 나갔다. 이런 일이 몇번 반복되면 아이는 불안정애착이 되는걸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때까지 조제실에서 아무렇지 않게 약을 만지던 약사분들이, 엄마와 딸이 나가자마자 수군수군하는 것이다. 아마 약을 다 받고 나서도 약국에서 안나가고 책읽고 앉아있는 게 맘에 안들었던거겠지. 근데 문이 닫히기 무섭게, 다른 손님(나)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뒷담을 까기 시작하니까, 그걸 듣고 있는데 소름이 끼치는거다. 그것도 동네 약국인데. 진짜 조그만 약국이고 손님도 약사도 동네주민일텐데. 
국민성이라고 후려치긴 뭐하지만 사실 일본 사람들이 그런 사소한걸로 뒷담 잘 까는건 익히 경험해서 (편견일 수는 있지만) 알고 있었고, 그래도 진심이 통하는 좋은 사람도 있으니까, 하면서 일상을 살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그런 장면을 보니까, 내 주위 사람들은 믿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어쩌면 연구실 사람들도 앞에서야 아무말 않지만 뒤에서는 내가 잘못 쓴 한자 하나, 허술한 논리, 이상한 리액션 하나하나에 점수를 달고 품평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00프로 믿어서 손해보는건 나뿐이란 걸 잊고 있었다.
잊고 있었던 감각. 그치만 방심해서는 안되는 감각. 
저녁에, 바둑이랑 좀 싸웠다. 싸운 것도 사실 불쾌하긴 한데, 원래는 내 논문 원고를 바둑이한테 체크해달라고 했고, 그 원고를 오늘중으로 보내려고 했는데 싸우는 바람에 물론 원고도 완성을 못했고, 이제 와서 보내기도 그렇게 되었다. 근데 다른 일본어 화자인 교열자가 누구 없을까, 하고 생각을 하니까 없는 거다. 우리 과 사람 아닌 사람을 찾아야 되는데 다른 과에는, 이 방학에 갑자기 연락해서 원고 읽어 달라고 부탁할 일본인이 없는거다. 아니 다른 과 이전에 만약 우리 과 사람들한테 부탁했으면 들어주는 사람이 있었을까? 친절하니까 들어줄지는 모르겠지만 뒤에서 무슨 소리를 할지 모르니 결국 못물어봤겠지. 결국 연애관계라도 없는 이상 외국 땅에서 내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없는 것이다. 아니 연애라도 결국 의지하지 못하잖아. 나는 바둑이의 원고를 봐줬지만 결국 내 원고는 보여주는 거에 내가 부담을 느껴서 한번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누군가와 결혼을 해서 좀 더 공고한 관계로 묶이고 배우자비자라도 받으면 달라질까? 글쎄, "남편"이란 단어는 남의 편이라서 남편이라며? 물리적으로 같이 사는 부부가 정신적으로 얼마나 교감하고 사는지에 대해선 최근의 난 좀 회의적이다. 그냥 사회적으로 용인되고 가족이 돼버렸고 사회적 재생산을 해야되니까 그렇게 맘 좀 맞는 사람들끼리 같이 사는거지 얼마나 소울메이트가 있겠어. 결혼을 해도 이혼서류에 도장 찍으면 끝인데 그 관계 자체가 얼마나 공고하겠어. 
그러면 이 외국 땅에서 내가 무슨 일이 있을 때 기댈 수 있는 사람은? 연락해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떠오르지 않았다. 부모님?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지금까지는 정말 등골브레이커로 살아오고 있지만 부모님이 은퇴라도 하시면 그 뒤에는? 친구? 대부분의 친구는 한국에 있고, 내가 유학 4년째에 접어들면서 연락하는 사람 수도 빈도도 진짜 많이 줄었다. 이제 와서 수틀린다고 귀국해봤자 나에겐 아무것도 없다. 월세를 낼 능력조차 없다. 외국을 전전한 인생에 남은게 이렇게 아무것도 없던가? 누군가는 외국 생활이 그렇게 좋다고 헬조선을 욕하던데 나는 헬조선을 욕하기엔 너무 멀리 와버렸고 에스니시티의 림보에 갇혀버렸다. 
어쩌면 "내가 죽으면 누가 내 장례식에 와서 울어줄까" 하는 중이중이한 질문의 연장선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아무도 없음을 느꼈다. 
0 notes
minyabiidama-blog · 8 years ago
Text
생각해보고 싶은 것.
2 notes · View notes
minyabiidama-blog · 8 years ago
Text
이 밝은 아침부터 청승을 떨어보자.
1-1. 어릴 때, 충치가 잦아서 치과를 많이 다녔다. 신경치료를 해야 해서 마취주사를 거의 매번 맞았는데 그래도 아팠다. 아프다고 울면 넌 어떻게 그렇게 엄살이 심하니 마취 다 했고 안아픈 거 아니까 좀 가만히 있어! 라고 혼이 났다. 그래서 난 엄살이 많구나, 남들보다 유난을 떠는구나, 참아야 하는구나, 하는 걸 배웠다.
그리고 어른이 된 후, 내가 마취가 엄청 늦게 듣고 안듣는 체질이란 걸 알았다. 사랑니 뽑을 때는 마취가 들을 때까지 남들보다 2-3배의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1-2. 고등학교 때, 같이 놀던 친구들 중에 허언증이 있는 애가 있었다. 다른 애들은 그녀의 거짓말을 전혀 눈치를 못챘는데, 어째서인지 나는 그 거짓말을 다 간파해버렸다. 그녀의 거짓말 중 하나는 “아프다"고 하는 거였다. 물론 남들보다 몸이 약해서 진짜 식은땀을 흘리면서 아픈 날도 있었는데, 그런 날이 있으니까 안아픈데도 배가 아픈 척을 해서 가기 싫은 약속을 짼다던가, 조퇴한다던가하는데 써먹었다. 다른 친구들은 걔가 아프기만 하면 모든 걸 다 제쳐두고 안절부절못하고. 근데 모든 날에 그녀가 아파보이진 않는 것이다. 걔의 꾀병 때문에 몇달간 기대해왔던 모두의 약속이 날아간다던가, 다른 친구들이 자기 일정을 희생한다던가 하는 걸 보는게 너무 싫었다. 누군가가 아프면 다른 사람들에게 이렇게까지 피해가 돌아간다는 걸 느꼈다.
1-3. 혼자 살고 있으면 아플 때가 가장 서럽다고 한다. 나는 20살 때부터 계속 혼자 살았고 (혼자산게 벼슬이냐pass)(룸메가 있거나 하더라도 결국 가족은 아니니까)(거지같던 전남친들은 문병도 잘 안왔고 나중엔 내가 기대��다 지쳐 오지 말라고 했다) 혼자 모든 걸 처리하는데에 익숙해졌다. 아파 외로워 누군가 도와줄 사람 없을까 없네, 라고 생각하면 해결되는 건 아무 것도 없고 힘든 건 배가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점점 아픈 것 자체에 무뎌졌다.
노새는 묵묵히 모든 노동을 견디다가 임계점을 넘어선 순간 지푸라기 하나만 더 얹어도 픽 쓰러져서 그대로 죽는다고 한다. 그런데 난 미묘하게 생명력이 질겨서 쓰러져 죽지도 않는다. 그냥 그렇게 여기저기 너덜너덜한 상태로 계속 노동을 한다. 한번 좀 쓰러져서 입원이라도 해봤으면 좋겠고 코피라도 좀 흘려봤음 좋겠는데 이런 말을 하는 대다수의 사람들만큼 건강하지도 못하다. 제일 손해보는 타입.
2.이번에도, 계속되는 스케쥴에 몸이 점점 안좋아지는 건 느꼈고, 그치만 내가 아프다고 해서 뭔가를 조정하고 쉴 수 있을 여지가 없다는 것도 아니까 그냥 인식을 안하려고 했다. 월요일 아침에 목이 아파오고 어질어질했을 때도 아 잠을 못자서 그렇지 전날까지 술마셨으니까. 더 아파오기 전에 약을 먹어야겠다 플라시보라도 나을거야 하면서 무려 1500엔짜리 감기약을 사먹었다. 오후내내 멍했지만 스케쥴관리부족 수면부족이라고만 생각했다.
인플루엔자 판정을 받고도 "난 그냥 감기정도고 이정도는 금방 이겨낼 수 있는데 왜 다들 호들갑이야!” 라고 생각했다.
근데 어젯밤에 어둑한 방을 봤는데 일어나서 불을 켜고 어둠을 내몰을 만큼의 기력이 없었을 때, 이가 아픈데 항생제나 진통제를 구해다 주던 아빠가 없었을 때(아빠는 서양의학 신봉자이기 때문에 어떤 종류의 약이든 처방전이든 어디선가 다 구해다 준다), 보냉제를 꺼내서 얼음찜질 대신 얼굴에 댔는데 너무 시원하고 행복했을 때, 아 내가 무리하고 있었구나. 근데 이걸 지금 이 순간 인지한다 한들 아무 것도 달라질 것은 없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논문 마감을 넘기고 있으며, 그저 아픈게 낫기를 묵묵히 무던히 기다려야 하는구나 싶었다.
문득 바둑이에게 아프다고 징징징징대는 라인이 엄청 늘어났음을 느끼면, 아 얘도 아픈데 내가 이렇게 징징대는 것에도 자기혐오를 느끼고, 갑자기 태도를 확 바꿔서는 응 걱정시켜서 미안 쉬어, 하고 급하게 얘기를 마무리해버리는 것도 상대방을 불안하게 만드는 연애고자같아서 웃기고, 근데 그게 지금의 나에겐 최선의 방법이라서 짜증난다. 내 상태가 이런데 차를 타고 보러 가겠어 어쩌겠어 설령 납치해 온들 내가 콧물이 줄줄이라 계속 바둑이 보는 앞에서 얼굴은 빵빵히 부은 채로 팽팽 코나 풀고 있어야 되는데.
그냥 이 감정도, 인플루엔자도, 치통도 이 또한 다 지나가리라. 그리고 사흘 뒤에는 청승 떤 내 자신을 또 비웃으렸다.
0 notes
minyabiidama-blog · 8 years ago
Text
엘리자벳 갈라콘서트 후기 메모.
0. 기본 정보를 정리하자면 엘리자벳 일본 초연 20주년을 기념해서 초연부터 줄창 열심히 우려먹고 있는 다카라즈카(정확히는 한큐)에서, 과거에 상연한 엘리자벳에서 주요 역을 맡은 OG들을 중심으로 갈라콘서트를 했다. 대사나 연극부분은 다 제끼고, (내가 본 버젼은 풀코스튬버젼이어서) 다카라즈카에서 의상을 빌려와서 자기가 현역때 했던 배역의 의상을 입고 곡만 처음부터 끝까지 불러나가는 콘서트. 
나는 07년 설조가 한 공연이 처음 다카라즈카 관극이었고, 그 때 루돌프로 발탁된 테루를 보고 사랑에 빠졌고<<, 그때의 테루는 진짜 평가가 좋았어서 다시 꼭 보고 싶었던 마음도 있어서, 일부러 설조 중심으로 캐스팅이 짜여진 회를 골랐다. 당시 테루는 역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멘붕이랄까 정신적인 타격이 되게 컸고, 공연이 끝날 때 즈음에는 완전히 너덜너덜해져있어서 (다른 의미로도) 유명했다. 역에 대한 과도한 직업정신이 가져온 테루의 멘탈붕괴가 계기가 돼서 그 뒤로 루돌프 역은 더블/트리플 캐스팅이 됐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1. 그래서 캐스팅은 미즈 나츠키 토트, 시라하네 유리(토나미) 씨씨, 코즈키 와타루(와탈) 루키니, 테루 루돌프였다. 
2. 일단 토나미가 너무 예뻐 진짜 예뻐 움직이는 블라이스인형같애서 오페라에서 눈을 못뗐다. 퇴단하면서 회춘했나 이언니 너무 예뻐 가발도 너무 잘어울리고 노래도 너무 잘부르고 엉엉 
3. 미즈 토트는 여전히 화장이 무섭고 얼굴이 길었다. 
4. 공연자체는 되게 복잡한 느낌이었는데, 퇴단 후 다들 노래가 훨씬 발전했고, 메이크업은 적당히 옅어졌고, 각자 자기 분야에서 관록이 생겨서 콘서트 자체의 퀄리티는 정말 높았다. 무대 세트가 전혀 없는데도 그 장면이 그려지는 느낌(인건 내가 엘리자벳을 많이 봐서가 아니라 퀄리티가 ���아서라고 거듭 강조한다). 특히 미즈랑 토나미가 호흡이 너무 잘 맞아서, 이게 연륜이구나 싶었다. 
근데 대부분의 역할은 "늙지 않으니"(조피라던가 대신들), 혹은 인생 전체를 시계열적으로 관통하는 역이거나(씨씨, 프란츠), 아예 처음부터 사신이라 나이가 관계 없는 역할이기 때문에 그 연륜이 좋게 작용하는데, 그게 역효과를 내는 유일한 역이 소년루돌프와 성인루돌프. 대개 소년 루돌프는 여역 입단 1-5년차가 맡으니 작고, 어리고 목소리가 높은 애기 남자애같은 느낌인데, 그걸 퇴단한지 n년이 지난 사람이 맡으니 목소리는 늙어지고 억지스러워지는 것. 심지어 다른 배역이 드레스나 양복, 정장, 관복인데에 비해 루돌프는 하얀타이츠같은 백바지를 입고 있기 때문에 퇴단후 조금이라도 살이 찌면 그 여성스러운 다리 라인이 바로 보여서 더 gg. 심지어 테루는 퇴단 후 계속 여역을 맡아왔기 때문에 보이스트레이닝의 방향성이 완전히 바껴서, 원래도 가늘고 높은 목소리였는데 그게 완전 여자목소리가 돼버렸다. 젊고 풋풋한 청년 루돌프가 아니라 여자인 테루가 부르는 느낌이 너무 강하게 들었고, 심지어 얼굴도 10년 지났으니 늙어서 팍팍해졌지, 머리는 염색을 현역때만큼 열심히 안해서인지 검은 머리 보이지, 그야말로 현실의 합스부르크가의 30먹은 루돌프같았다. 
결국 테루의 아름다움도, 연극의 완성도도, 기형적인 시스템 속에서 재능있는 여성들을 착취함으로써 얻어지는 젊음의 힘으로 만들어지는 것이었구나, 결국 즈카오타가 보는 건 연극인 동시에 미완성인 여성들의 젊음과 풋풋함(AKB가 그야말로 차용해간 부분)이구나 싶어서 좀 섬찟해졌다. 
5. 동시에 즈카의 고리를 끊을 수 없었던건 내부의 인간관계인데, 미즈가 토나미를 어떻게 내쫓듯이 퇴단시켰는지를 너도알고 나도 아는 시점에서, 이제와서 둘이 커플로써 열연하는 모습을 봐도 애초에 유사연애(?) 혹은 이상적이고 동화적인 사랑이라는 환상이 깨져버린 이후의 모습에서는 "곡 자체의 완성도" 이외의 무엇도 감히 무서워서 볼 수가 없는 것이다. 
심지어 와탈(토나미 전남편) 토나미 미즈가 쭈루룩 서서 미즈가 멘트를 하는데 그 무슨말을 해도 걸리는 사람이 있고 무슨말을 해도 팬들도 납득이 안되는 그 미묘한 분위기란... -_-
6. 옛날에 그 역할을 맡은 젠느들도 퇴단 후 같은 역을 맡은 배우들에게 영향을 꽤 받았구나 하는게 느껴진게 와탈의 루키니. 현역 때 그녀가 표현한 루키니는 덥수룩한 홈리스스타일 무정부주의자였는데, 뭔가 멋있어졌다. 깔끔해지고. 
그리고 역시 와탈은 멋있고 대단하다. 
7. 관객층도 나잇대가 꽤 있어서, 전반적으로 루키니 나오는 씬은 디너쇼st였다. 개그도 뭔가 썰렁하고 아라비안나이트 스타일....인데 젠느들 본인들도 중년이 되어 가고, 즈카 때는 분위기상 못했던 이상한 개그를 치며 즐기기 시작해서 젠느와 팬들이 일치단결해서 망해가고 있었다 아아아아 괴로워 그런 개그 그만해 멋진 모습을 보여줘 
8. 결론 
1) 원작 엘리자벳을 좋아하고 즈카 안보고 갈라만 본 사람들이 만족도가 제일 높을 거 같다
2) 즈카오타는 그렇게 OG를 보고 내 애정은 변함없지만 이건 아니야 하면서 현역 하급생을 찾을 거 같다 
3) 토나미 예뻤다
4) 와탈 와탈 시름시름 
5) 테루 팬클럽은 아마 갱신 안할 거 같다 
0 notes
minyabiidama-blog · 9 years ago
Text
손맛나는 음식에 대해서.
아주 어릴 때는 일본에 살았고, 한국에 귀국해서도 친척들이 거의 없는 지역에 우리 가족만 외딴 섬처럼 살아왔고, 친척집에 가는 건 명절 때 정도였다. 게다가 엄마의 자녀교육은 꽤 엄격한 편이어서, 친구 집에서 밥을 얻어먹고 오면 혼이 났고, 무슨 일이 있어도 친구네 집 식사시간 전에는 집에 돌아오도록, 남의 가족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도록 배웠다. 
그래서 나는 언제부턴가 런던하츠의 아츠시마냥, 남이 만들어준 (그 사람의 역사와 입맛과 버릇이 배여 있는) 요리를 못먹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위생이라던가 결벽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누군가의 버릇이 있는 맛을 견딜 수 없게 된 것이다. 먹을 수 있는 건 비교적 간이 옅은 엄마의 요리와 (손맛이 안나는) 외식 정도. 외식도 가정식같은 외식은 잘 못먹었다. 그리고 십년지기 친구가 만들어 주는 요리 정도. 언제부턴가 그렇게 솜씨좋기로 유명한 외할머니가 만들어준 요리도 잘 못먹게 돼서 바쁘다는 핑계로 외갓집에도 잘 안가게 되었다. 원래부터 비위가 약한 편이어서, 조금만 손맛나는 요리를 먹어도 속이 메슥거리고 울컥울컥했고, 만약 내가 결혼을 한다면, 누군가와 같이 산다면 그 조건은 무엇보다도 그 사람이 해준 음식을 먹을 수 있느냐에 달렸지 않을까, 그건 애정과는 별도의 문제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누군가 직접 만들어준 요리를 선물해주면 그걸 어떻게 다 처치해야하나 하는게 언제나 가장 큰 부담이었고 문제였다. 
심지어 엄마가 무슨 고집이었는지 도시락은 보온밥통이어야 하고 밥은 따뜻해야 한다는 걸 엄청 중요하게 생각해서 따뜻한 밥만 ��다 보니까, 무슨 곱게 자란 아가씨도 아닌데 차가운 도시락, 차가운 밥, 차가운 음식도 잘 못먹었다. 편의점 김밥, 오니기리, 친구가 싸온 도시락 반찬, 이런 것도 총체적으로 다 못먹었다. 근데 대개는 이런 것도 다 직접 만든 요리인 경우가 많아서 소풍날 친구와 김밥 나눠먹는게 그렇게 고역이었다. 아직도 김밥은 잘 못먹고, 오니기리도 어지간히 배고프지 않고는 안사먹는다. 
자취생활이 길어지고, 이런 저런 사람들과 같이 살고, 해외 각지로 조사를 나가면서 별 에스닉 요리를 다 줏어먹고, 친구의 자취방이나 결혼한 지인들 집에서 뭘 얻어먹는 날이 많아지면서 나도 둥글둥글해지고, 이런 버릇은 많이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터부였던건 내가 만든 요리를 남에게 선물하는 것. 남에게 뭔가를 받아서 처리하는 게 너무 힘들었으니까 내가 뭘 만들어서 남에게 준다는 것 자체가 선물을 주는게 아니라 원전 폐기물이라도 떠넘기는 기분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누군가를 사귈 때, "쵸콜렛 만들어 줄거야? "만들어" 줄거지?" 라고 하는 기대도 너무 버거웠고, 매년 쵸콜렛을 만드는건 [멀쩡한 걸 만들어야 한다]는 나와의 싸움이었고, 전남친이 소풍가자면서 도시락 싸달라고 했을 땐 그냥 이새끼를 죽여버릴까 헤어져버릴까 고민하다가 ㅇㅎ사랑에서 김밥과 유부초밥을 사다가 도시락통에 채워넣은 적도 있다. 지금도 친구들이 집에 오면 나베나 그릴요리같이 내 버릇이 별로 나오지 않을 무난한 요리를 주로 만들어줬었다. 
그런 나에게 약간의 변화를 가져다 준게 한 병의 유자차였다. 몇 주일 전 우연히 가게 된 요리 교실에서 유자차를 다같이 만들긴 했는데 [다같이 만들었다는 이유로] 어째서인지 먹기가 싫어서[물론 내가 혼자 만든 것보다 훨씬 맛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평소부터 차라고는 홍차밖에 안마셨으니 유자차를 마시는 습관도 별로 없어서 이걸 어쩌나 하고 있었는데 그날 따라 이상하게 사람 만날 일이 많았던 거다. 만나는 사람마다 오늘 뭐했냐고 물었고 유자차를 만들었다고 하면서 그 한 병을 보여주면 [빈말인지도 모르겠지만] 다들 좋겠다고 하고, 누군가는 그거 누구 줄거냐고 하고, 자기건 없냐고 했다. 그날 저녁, 요리교실을 다녀온 걸 알고 있는 바둑이에게 아무 것도 안주기도 뭐해서, 이러이러해서 이걸 만들었는데 너 부담 안되면 줄까? 라고 했더니 받아줬다. 그리고는 몇 번을, 지금 마시고 있다, 오늘도 마셨다, 아빠가 잼인줄 알고 드셨다, 같은 말을 해줬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내 것 이외의 분량을 생각해가면서 유자차공장을 차렸던 것 같다. 연말연시 망년회하면서 만난+이번주에 만날 사람들 몫, 올 한해 신세져서 감사한 마음이 드는 사람들 몫, 지도교수님 몫(도 만들긴 했는데 왠지 죄송스러운 마음을 아직 다 못벗어서 못드릴 것 같다), 바둑이 몫, 등등. 뭔가 타인을 몰모트로 쓴 거 같은 죄책감이 아직도 엄청 남아있긴 하지만, 과거에서 아주 조금씩 인생이 변화하고 있는 걸 느낀다. 언젠간 요리도 더 잘하게 돼서, 자신있게 나눠줄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0 notes
minyabiidama-blog · 9 years ago
Text
니게하지가 빡치는 이유.
어쩌다 한번씩 니게하지라는 드라마를 보게 되면 (그 예쁜 각키가 나옴에도 불구하고) 나는 3분에 한번씩 욕지거리를 내뱉는데 그 요점은 결국 "아 저 동정새끼야(짤짤)" 이다. 지인이 이 드라마 얘기를 할 때마다 나는 "왜 이따위 드라마가 공중파로 이 골든타임에 방영이 되어야 하는지 모르겠고 이건 분명 절식남을 사회안전망속으로 끌어들이고 도태되지 않게 해서 사회적 재생산을 어떻게든 이뤄내려 하는 미디어와 정부의 계략이며 그게 아니고서야 내가 저 따위 괴로운 동정의 삽질을 참고 봐야 하는 이유는 없는 거 같다" 고 속사포 랩으로 뱉어내게 되었다. 
그리고 셰어혼(シェア婚)에 이르러서는 "미친거 아냐?" 라는 말 밖에 나오지 않게 되었다. (언제나 말하지만 나는 고도성장기에 수컷으로 태어났어야 할, 멸종직전에 마지막으로 남은 육식녀지만 그걸 자인했다가는 이 사회에서 여성으로서 살아갈 수가 없으므로 롤캐비지 정도로 마일드한 여성을 연기하고 있다.)
지금도 내가 할일이 미친듯이 쌓였는데 이 말만은 쓰지 않으면 니게하지 보다가 홧병나서 죽겠어서 컴퓨터를 켰다. 
내 속사포랩을 보다 못한 지인(이라고 쓰고 요즘 트위터에 자주 등장하는 그 분)이 얼마전에 링크를 하나 보내줬다. 호시노 겐(주연 동정)이 드라마의 설정에 대해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생각해보자는 인터뷰였는데. 난 이걸 읽고 나서 역설적으로, 왜 내가 "동정"이라는 존재에게 부조리할 정도로 화풀이를 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이유를 알게 됐고 역시나 니게하지는 좆같은 드라마인 것 같다. 먼저 한번 읽어보시라.  
http://miyearnzzlabo.com/archives/40888
게이의 섹슈얼리티에 대해서는 차처하고, 남녀를 바꿔서 생각해보자는 부분, 그러면 너는 동정을 비난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가 얼마나 색안경을 끼고 남주동정을 보고 있었는지 알게 된다는 이야기인데. 이 부분에 대해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반론(이랄까 저래서 동정이야말로 멸종돼야 한다는 주장)을 할 수 있을 거 같다.
1) 젠더문제를 빼고 인간대 인간으로 오장육부를 꺼내놓고 생각했을 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남주동정은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예의와 매너를 져버리고 있고, "나는 동정이니까" 라는 말로 그 모든걸 정당화하면서 자아성찰은 1도 없이 자기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 사람이 썸을 타다 깨져도 "그럴거면 처음부터 불지르지 말던가"로 욕을 먹는 마당에, 상대방의 동의도 뭣도 없이 상대방이 오해할 만할 행동을 하고 여지를 주고 호감을 갖게 만들고, 자신의 행동의 어떤 부분이 그렇게 상대방에게 영향을 끼치는지도 생각을 안한다. 자기가 상대를 "좋아하는지" "어떤 관계인지"에 대해 생각하려 들지도 않는다. 자신의 행동을 반추하고 반성할리도 없다. 그렇게 상대방을 정신적으로 휘두르거나, 상대방에게 민폐가 되는 짓을 계속 한다. 그냥 자기중심적인 것이다, 한마디로. 
그러고 상황이 뭔가 틀어지거나 상대방이 자기가 의도한 것에 반하는 감정(그게 호감이든 혐오든)을 가지면, "난 동정이니까 몰라서 그래" 로 방어한다. 그치만 이 세상에 연애하고 결혼하는 모든 사람이 처음엔 동정이었다(그게 중딩때 끝나든 35까지 질질 끌든). 누구나 벽찰 짓을 하고 흑역사를 쓰고 연애학개론(ㅅㅂ)을 찍고 그러면서 성장해서 성숙한 연애를 하게 되는 건데, 그런 과정은 싫으니까 다 무시하고 못본척하고, 나는 경험이 없으니까 어쩔 수 없어, 라고 퉁치는건 언뜻 보면 겸손과 자기성찰로 보이지만 사실 자기방어와 책임전가와 자기애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렇게, 미쿠리가 "당신이라면 이런저런그런걸 해도 좋아요" 라고까지 말했는데 철벽을 친다? 자기가 어떤 행동이나 반응을 했을 때 상대방이 곤란해지고 상대방의 기분이 괴로워지고 부끄러워지는지에 대한 생각은 하나도 안하는거다. 그러면서 자기 프라이드만 챙기는거다. 이거는 결과로써 동정이어서가 아니라 그런 상태로 동정이라는 말 뒤에 숨으면서 자기 프라이드만 챙기고 경험과 실패 한번 안하려 드는 새끼가 병신인거다. 이건 35살까지 동정으로 남아있어서, 경험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렇게 35년간 아무것도 안해온 라이프스타일과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는거고 그러니 연애를 못하는 거고(딱히 사람이 연애를 해야만 한다고도 생각하지 않지만_왜냐면 난 계간홀로의 열혈독자니까) 멀쩡한 인간관계를 구축하지 못하는 거다. 그런 문제있는 인간을 로맨스마냥 포장해서 봐야 하는 상황이 짜증나기도 한다. ��� 난 병신을 보면서 억지로 두근거리도록 사회화당해야 하는거지? 
2) 젠더문제를 고려해서 페미페미하게 생각했을 때.
2-1. 이건 남녀가 아니라 여남이어도 남남이어도 여여여도 성별과 젠더를 뭘로 바꿔도 동정이 잘못한거다 일단. 그걸 반전이랍시고 여남으로 바꿔서 짠 발상의 전환��죠? 라고 말하는 거 자체가 얼마나 나이브해. 이건 성별을 바꿔서 될 문제가 아니고 내가 남자고 상대가 여자래도 어이가 없는건 마찬가지라고. 그게 연애경험이 오래 없는 사람의 답답함이라고. 그걸 참으면서 1부터 가르쳐가고 참고 이끌어가고 할 정도로 상대방이 좋으면 계속할 거고, 그건 개인의 선택이지만, 그렇다고 인터뷰에서까지 이건 비난할 일이 아니예요! 고정관념에 틀어박힌 당신이 잘못한거예요! 라고 말하는건 좀 이상하지. 
2-2. 여기에 개인의 섹슈얼아이덴티티 뿐만 아니라 좀더 사회적인 요소를 넣어서 생각을 하면, 남녀구조를 빼고 이 드라마를 생각할 수 있을까? 미쿠리는 (아마도) 일본 사회의 일반적인 여성이고, 취업이 잘 안된것도, 갑자기 회사를 잘린 것도, 그 상황에서 다른 직업을 찾기가 힘들어져서 "가사노동"을 직업으로 선택하는 것도 지극히 젠더적인 차별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일어날 법한 일이다. 그리고 노동을 하기 위해 위장결혼까지 해야 하지. 이게 밝혀졌을 때 미친자가 되는건 누구다? 남주동정이 아니라 미쿠리지. 꽃뱀이 되고 생각없는 병신이 되고 이상한 딱지가 붙어서 소문한번 잘못나면 향후의 연애와 직장과 결혼이 다 어긋날 수 있는 상황인거지. 그리고 남주동정은 얼마나 합리적이고 대단한 계약서를 쓰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전혀 그 부분은 생각하고 있지 않고. 주위 사람들이 하나둘 다 눈치채는 거 보면 업무상기밀유지도 제대로 못하고 있고. (이런거 보면 솔직히 이 사람이 얼마나 유능하고 일 잘하는 프로그래머인지도 솔직히 모르겠다. 그 회사 전체가 병신집단이어서 상대적으로 잘나보이는거 아냐? 싶을 뿐이고.) 이 상황에서 성별을 바꿔서 생각하면 다르게 보이죠? 라는 말이 나오는가? 애초에 미쿠리의 인생과정과 취직구조는 (젠더까진 바라지도 않고) 성별을 떼고 생각하기 어려운 구조가 아닌가? 뭐 동정이 일 짤리고 가사노동해서 이쿠멘이 됐다고 하면 좀 생각해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유리천장으로 가득한 상황에서 미쿠리를 데리고 있는, 사회적으로 유리한 자의 입지에 있으면서, 남주동정은 그 유리한 위치는 생각하지 말고 두 사람을 평등한 두 존재로 보자고 말한다?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인거 같은데. 역차별 운운하는 사람들이 맨날 꺼내는 논리 아냐. 책임은 갖기 싫은데 권리만 갖고 싶다 이거 아냐. 얼마나 비겁해 야 그럴거면 고추 떼고 얘기해라 소리가 절로 나오죠. 기득권자의 입장에 있으면 그걸 인정하고 성차별을 줄이도록 바꿔 나가던가, 아니면 수십년 전의 멋있는 마초남처럼 내가 다 알아서 할게(설령 속으로는 불안해죽더라도) 라고 멋있는 척이라도 하던가. 연애도 도망가면서 여자가 고백부터 로맨스부터 다 알아서 해주길 바라면서 그렇다고 그에 상응하는 뭔가를 제대로 주는 것도 아니면 그런 불평등한 관계속에서 왜 연애는 해야 되는데? 도대체 이 헤테로남자의 존재의의는 뭐지? 여자가 저렇게까지 모든 걸 다 해주지 않으면 번식조차 못하는데? 그럴거면 그냥 재기해서 자연도태돼야 하는거 아닌가요. 
결국 요약하자면 동정자체도 그 자체로 짜증나지만, 이 21세기에! 무려 페미니즘이 이렇게 발달하는 21세기에!! 동정이라는 단어 뒤에 숨어서 젠더와 성역할과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예의와 자아성찰과 기타등등의 모든 책임을 회피하려 드는 저 작은 존재를,  마치 얼마나 순수하고 당연하고 대단한 노력을 하는 존재인 것처럼 보면서 떠받들어주고 우쭈쭈해줘야 하는 이 상황이 싫은 거다.
인간이여 고기를 먹자. 그리고 힘내서 인간답게 살자. 굳이 연애를 하라고는 하지 않겠지만 일이든 일반적인 인간관계든 사람구실은 하고 살자. 
0 notes
minyabiidama-blog · 9 years ago
Text
펫샵에 들어가서.
발레 끝나고 집세 내고 터덜터덜 걸어오다가 뭐에 홀린듯이 펫샵에 들어가봤다. 유리 너머로 퍼그가 잠들어있고 포메가 꼬리를 모터처럼 흔드는 너머에서 고양이 칸이 있었고, 새끼고양이 여러마리가 반평쯤 되는 공간에서 똥꼬발랄하게 엎어치고 메치고를 하고 있었다. 멍하니 보고 있는데 점원이 아주 나에게 고양이를 한마리 팔아넘길 기세로 영업을 시작했다. 장모가 좋냐 단모가 좋냐 성격은 어떤 애가 좋냐 색은 무늬는 등등등.
그냥 제풀에 지쳐 말하다 가겠거니 하는 생각에 적당히적당히 대답해주고 있었는데 마침 다른 직원이 케이지를 열었고, 내 옆에 있던 직원은 이때다 싶었는지 하이랜드폴드(제대로된 인증서가 있는 것도 아닌데 70만엔이다. 할부로 한달에 2만엔씩 내면 된단다) 를 덥썩 집어서 나에게 안겨줬다. 
놀라울정도로 털이 많고 길고 푹신푹신곱슬곱슬한데 그 속의 생명체가 너무나 작고 약하고 가벼워서 내심 놀랐다. 정말 손가락 두개로 비틀면 모가지가 똑 부러질 것만 같은 약함이었다. 생일을 보니 7월 2일 생이었다. 세상에 두달도 안됐잖아 싶은 마음과, 아니 두달이 돼가는데 이렇게 무르단 말이야 하는 마음이 교차했다. 우리집 똥고양이들은 두달째 됐을 때 이미 작고 단단한 굇수가 되어 자취방을 다 휘젓고 뛰넘고 부수고 떨어뜨리고 다녔는데. 그리고 그 약한 생물은 불안한 듯 몇번 주위를 둘러보더니 불안할 기력도 없는건지 그냥 안심한건지 내 두 손 위에 축 늘어져 누웠다. 몸을 내맡기고 누웠구나 하는게 느껴질 정도로 추욱. 목덜미를 좀 긁어줘봤지만 그저 그렇게 누워있었다. 고양이들 틈바구니에서 지친걸까. 
미안한 마음에 이제 괜찮다고 케이지에 넣어달라고 했는데 직원은 영 말을 안듣고 계속 나에게 고양이를 떠넘겼다. 
-고양이가 이렇게 릴랙스하는 걸 보니 손님이 진짜 좋은가봐요. 
(나를 그렇게 좋아하는 똥냥이도 이렇게 내 손위에서 잠든 적은 없다)
억지로 직원한테 고양이를 넘겨주니 직원이 고양이를 주물주물하면서 
-얘네는 애기때부터 사람이랑 있어서 이미 사람이 만져주고 같이 있어주는게 좋다는 걸 알아요. (난 고양이를 딱 저만할 때 데려와서 4년을 키웠는데?) 그리고 이렇게 만져주고 하는거는 향후에 얘네가 사람이랑 살면서 이걸 자연스럽게 느끼기 위한 훈련도 돼요 (내가 4년동안 고양이를 얼마나 주물럭거렸는데?) 스코티쉬폴드는 다른 고양이랑 다르게 사람을 되게 좋아해서 안으면 안겨 있고(네? 저희집에 있는 건 귀 접힌 코숏인가요?) 사람이랑도 잘 지내요 (네 음 어 잘 지내는 것 같진 않은데요) 얘는 이렇게 귀엽게 생겼는데 사실 수컷이예요 온나야쿠(여역)같은 애죠 (네 그치만 성별이 불분명한건 다카라즈카만으로 충분해요 어차피 성별이고 뭐고 고자별로 날아갈거잖아요) 
그런 말을 들으면서도 내가 빨리 자리를 떠야 저 고양이를 도로 케이지에 넣어주겠구나 하는 마음에, 집에 있는 고양이랑 얘기해보고 오겠다고 하고 자리를 뜨는데 
직원은 고양이 앞발을 잡아 흔들며 "안녕~ 다시 와~ 기다릴게~"하더라. 아. 아아아아아. 진짜 죽고 싶어졌다. 이 지구상의 최고의 공해물질은 인간인 것 같다 역시.
그리고 집에 와서 그렇게 사람을 특별히 좋아하고 만져주고 같이 있는 훈련이 된 왕년의 개냥이의 허리춤을 베고 누워서 야 니가 그렇게 개냥이라며? 했더니 똥냥이가 앞발로 내 얼굴을 주우우욱 밀어내고는 내 냄새가 밴 자기 몸통 털을 다시 다 빨아서 정돈하더니 몸을 빼서 1미터 옆으로 이동해서 다시 누웠다. 
0 notes
minyabiidama-blog · 9 years ago
Text
듣던 음악이야기의 한 조각.
지금은 즈카얘기 발레얘기가 트윗의 대부분이고 뭐 공연덕후같이 보이지만 사실은 음악쪽이 더 좋았다. 
믿거나 말거나 라르크 팬질을 1n년 했었고
믿거나 말거나 한동안 비쥬얼계를 팠고 락페며 공연을 쫓아다녔고
믿거나 말거나 그 뒤에는 급전향해서 로킹온계 인디즈를 팠고
믿거나 말거나 밴드한답시고 여기저기 일을 벌려댔고 
믿거나 말거나 노뮤직 노라이프로 인한 흑역사로 가득한 20대를 보냈었다.
근데 유학오면서 밴드도 다 파토나고, 첫학기에 정신적으로 피로해져서 음악을 거의 안듣고 살았고, 그러다 정신을 차리니까 음악없이도 잘 살고 있었다. 시끄러워서 록음악을 못듣겠다는 엄마 말이 이해가 가기 시작하고 아 그렇게 나도 재미없는 어른이 되었구나 싶었다. 요 1년은 즈카며 해외뮤지컬쪽 노래를 엄청 들었는데, 이건 음악감상이라기보다 현실도피에 가깝지 않나 싶다. 
그러다 지난 주말에, 9년전 밴드동아리를 같이 하던 언니와 어느때처럼 만나서 얘기하던 중, 기르가메 해산 라이브 얘기가 나오고, 너 요새는 비쥬얼계는 전혀 안듣지? 란 질문을 듣고, 응 밴드 노래 자체를 전만큼 안듣는 거 같아요. 저 요새는 보사노바 들어요 허허헝. 했더니 변절자를 보는 듯한 시선을 쐬었다. 
뭘까? 왜 이렇게 됐을까? 
유학와서부터는 schroeder-headz 풍의, 드럼/베이스/피아노 로 구성된 곡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했었지만 (왜냐면 결국 기타는 코드 이상을 못치겠으므로) 실수로라도 근 1년 이내에 개러지밴드를 켠 적이 없다.
뭘까? 이 병신은? 
0 notes
minyabiidama-blog · 9 years ago
Text
제미에서 질문하기.
트위터에서 너무 공감되는 내용의 트윗을 봐서 한번 써봐야겠다 싶었다.
여기서는 보통 과 전체 제미가 있고 한학기에 한번 이상 발표를 하게 되는데, 발표 후엔 교수님선후배들이 질문을 하고 토론을 한다. 물론 교수님의 질문은 질문이라기보단 코멘트에 가깝지만, 선후배의 질문은 동년배의 레벨에서 다른 시각에 깨닫는 계기이기도 하고, 자신의 논리나 데이터에서 모자란 부분을 발견할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고, 세부전공이 다른 서로간의 궁금증을 채워주기도 하고, 그러한 질문을 통해서 학회발표에서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어느 정도까지 설명을 해야 하는가를 훈련하는 방법이기도 하고, 학회의 긴장감과 분위기를 익혀서 본방에서 긴장을 덜 하게 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한편으로 질문을 한다는 것은, 조금 더 무언가를 깨달은 자로써, 오피셜하게 조언을 해주면서 논문을 더 나은 방향으로 끌어가주는 방법이기도 하다. 아무렴 허접한 연구를 일부러 머리써가면서 들어주고, 생각해주고, 조언을 해준다는 건 상당한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것이고, 그 안에서 서로의 발전을 꾀한다는건 고맙기도 하고, 생산적이기도 한 활동이다.
하지만 나는 주입식교육의 산실에서 자라왔고, 딱히 지적 욕구가 있는 것도 전혀 아니며, 발표자의 발표를 들으며 졸기도 하고, 일단 남의 전공이 머리에 금방 들어올 만큼 두뇌회전이 빠르지도 못하다. 때문에 발표를 듣고 있으면 아 그렇구나! 로 끝나버려서 비판적 사고라고는 눈꼽만치도 못하며, 설령 뭔가 궁금한게 생겼다 해도 "아무렴 지금 발표 20분 들은 나보다 저거 연구하고 있는 저 사람이 훨씬 잘 알겠지" 하는 마음이 커서 여기 온 뒤로 2년 내내 입을 다물고 있었다. 유학생 와꾸가 있으니까 질문을 안해도 크게 뭐라 하는 사람도 없고 그렇게그렇게 소시민으로 잘 살고 있었는데. 가끔 너도 질문하라면서 지명을 당하면 정말 얼토당토않은 어이없는 질문을 해서 좌중을 경악시키고 집에 와서 벽을 차고 난 역시 머리가 나쁘다며 술을 마시고 모든 걸 잊고 자곤 했다. 
박사 2년차가 되고, 발표 사회를 볼 일이 많아지면서 점점 힘들어지는 건, 발표후 플로어가 조용해서 질문이 없을 경우 그 싸한 분위기를 무마하고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서 사회자가 질문을 해주는게 관례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때부터 나는 발표를 듣는게 아니라 뭐라도 질문할 거리를  찾기 위해 초 집중해서 발표를 듣게 되는데(....) 
그러다가, 질문과 토론이 습관화되지 않은 사람이 질문을 하게 되기까지는 몇 가지 단계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요즘 들었다. (물론 이 단계는 순차적인 건 아니지만 결국은 이 과정을 순서에 상관없이 거치지 않을까 하는 가설.) 
1. 바보같은 자신에 대한 트라우마 극복하기. : 내가 모르는 건 남도 모르고, 혹은 내가 몰라서 물은 것에 발표자가 대답을 잘 하면 발표자의 자신감 상승으로 이어지니 좋은 거고, 발표자가 몰라서 쩔쩔매면 내 질문의 레벨이 +1 되는거고, 설령 의미가 잘 전달되지 않아서 네? 뭐요? 아 그러니까요? 하는 것도 사실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누구나 그럴 수 있어서 나와 발표자를 제외하면 별로 신경을 안쓴다는 걸 인식하는 것.
최근에는 질문을 할까말까 하다가 에이 됐다고 안하고 다물고 앉아있는데, 같은 질문을 교수님이 하셔서 억 싶을 때도 있다. 결국 내가 내 지적 트라우마를 극복못해서 평가절하를 더 심하게 하고 있다는 거 아닐까 싶고. 
2. 질문의 클리셰를 파악하기. : 크게 궁금한건 없는데 질문을 해야 할 거 같으면 질문거리가 털어서 나올 부분을 유심히 관찰하기. 내 기준으로 털어서 잘 나오는건 1) 그게 ㅇㅇ학적인 거라고 할 수 있나요 2)서론(혹은 연구의 의의)가 이걸로는 부족하지 않나요 3)~에 대해서는 기존연구가 없으니까 라고 하셨는데 없는데에는 이유가 있지 않나요 4)이 데이터는 왜 이런 건가요 / 이렇게도 볼 수 있지 않나요 (그러나 나는 데이터를 읽는데 시간이 걸리므로 이 질문은 잘 하지 않는다) 5)그래서 이 부분이 전체 연구에서, 혹은 논문에서 어떤 포지셔닝이 될 수 있나요(는 상대방을 엿먹이고 싶을 때나 하는 질문.)
정말 할 질문이 없으면 나는 이 분야에 있어서는 문외한이라는 걸 티내면서 "정말 초보적인 질문이긴 한데, 이건 뭔가�� ㅇㅅㅇ" 하고 질문을 던지면 친절하게 발표자가 설명을 해줌.
(그리고 난 초보적인 질문이라고 했는데 그게 논리의 구멍의 일부분인 줄을 모르고 질문을 하는 바람에, 돌직구로 이거 알려주세요 +_+ 하고 물었다가 지뢰를 터뜨렸다. 2주일전에...) 
3. 발표의 언어와 관습을 익히기. : 지금 내가 당면해 있는 부분은 이건데, 돌직구를 던져버리면 발표자도 스크래치를 받고, 나는 분위기 못읽고 얘나쟤나 다까는 인간이 되고 연구에 도움은 전혀 안되기 때문에, 그 발표의 개선방향을 생각해가면서, 어느 정도 유한 언어로, 답변을 유도할 수 있는 분위기로 힌트/조언을 줄 수 있는 질문을 하기. 
그런데 나는 돌직구밖에 안나오니까 그냥 입다물고 있는 어제오늘. 
아직도 나는 자신있게 질문을 하고 있진 못해서 어쩌면 이 뒤로도 거처야 할 과정이 더 있을 것 같긴 하다. 그치만 언젠가는 시기적절하게 적절한 레벨의 질문을 해서 선배로써 후배를 도와줘야 한다는 의무감도 있고, 그게 가능해져야 박사과정 이후에 학생을 지도할 수도 있게 되는 것 아닐까 싶기도 하다(내가 교수직이 안맞다는 기본 전제는 일단 좀 넣어두고...) 
아니 애초에 질문하는 법을 생각할 게 아니라 학문적인 호기심을 더 키우고, 사고능력과 조직능력을 더 키워서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오도록 하는게 맞는 거긴 한데 제가 머리가 딸리고 노력이 딸려서 아무리 해도 거기까진 못하겠더라구요. 그러니 요로코롬 꼼수나 쓰고 살죠.
그리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다음주 발표는 질문을 안해도 된다. 왜냐면 내가 발표자거든. 그리고 원고는 아직 한장밖에 못썼다. 이번 발표도 개같이 까이고 너덜한 마음으로 술마시러 갈거란 걸 너무나 잘 알고 있고 이제 와서 2주일 더 준비한다고 어떻게 될 레벨이 아니다. 죽고 싶다.
0 notes
minyabiidama-blog · 9 years ago
Text
1789 2차 관극기.
1차 관극기를 쓰고 프뮤 파시는 분들과도 딥토킹(!)을 하고, 이래저래 생각도 많이 하고 그렇게 20일가량이 지나서 2차관극을 가게 되었다. (솔직히 세시간을 그 구린 제국극장 의자에 앉아서 버텨야 한다는 것이 정말 괴롭고 싫었다)
2차는 생각보다 각오를 하고 봐서 그런지, 이미 충격적인 그 연출들에 익숙해져서인지는 몰라도 생각보다 괜찮았고, 그 20일 사이에 은근히 갈고닦여진 부분도 많아서 전보다는 보기가 훨씬 매끄럽게 느껴졌다. 이번에 본 캐스팅은 코이케텟페이 로낭+칸다사야카 올랑프+테루앙트와네트 조합. 그리고 자리가 2층 카이석 맨 뒷줄이라 그냥 오페라를 들고 살았다. 전체 구성이 더 잘보여서 좋긴 했는데 그래도 1층이 더 좋아.. 전에 전체적인 측면이 많이 눈에 들어왔다면 이번엔 자잘한 부분에 주목할 수 있었다. (아 이래서 사람들이 끝없이 관극을 가는구나 싶고). 
1)전체적으로 불필요한 부분이 많이 없어진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아직 도쿄공연이 끝난 것도 아니라 크게 뭐가 바뀌었을 거 같진 않고 그냥 내 기억력이 쇠퇴한건지 충격요법을 너무 심하게 받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이상한 형제애(..)도 처음보다 덜 강조되는 거 같고, 코이케 로낭의 놈팽이스러움? 건들건들함?도 많이 생략되어서 그나마 좀 멀쩡한 청년같아 보이고. 뭔가 모르겠지만 정제되고 정리된 느낌.
2)전반적으로 배우들 노래 실력이 늘었다. 코이케가 전보다 노래를 잘하네! 하며 한소절 듣고 안심하는 순간 음정 어긋났지만(....) 발성이 초반보다 나아진 느낌. 오히려 아역들이 고음을 사리면서 멜로디를 좀 바꾼 것 같다. 전엔 깽깽하니 강하고! 활기차게! 고음을 냈는데 그런 부분이 확 줄음.  무엇보다 테루가! 우리 테루가! 노래가 나아졌어요! 초반에는 고음부 완전 보험걸고 살살 하는 느낌이었는데 이젠 자신있게 우렁차게 노래불러줘서 좋았고, 감정도 더 들어간 거 같았고, 아니 근데 진짜 내 최애라서가 아니라 노래 많이 늘었더라. 목소리도 훨씬 높아지고. 
3)애드립도 많이 늘고, 대사를 치고 받는 느낌이 물씬 들어서 좋았다. 20일만에 이렇게까지 녹아들어가는구나 싶어서 좀 놀랐음. 보기에 편안해졌음. 
4)칸다 사야카는 되게 신기한 존재였다. 노래도 정말 잘하고(음정박자 되게 정확하고), 대사 칠 때 호흡도 적당하고, 뭔가 모든걸 평균 이상으로 한다. 그런데 별로 감흥은 없다. 이정도 잘하면 감동이 올만도 한데, 뭔가 극에 녹아들지 않고 혼자 벽 속에서 연기하는 느낌? 그래서인지 로낭이랑 케미도 별로 안돋고 두근두근한 느낌도 그다지 없고. 근데 못하는건 또 아냐. 목소리가 뮤지컬이라기보다는 성우? 애니메이션 느낌이 나서 그런가. 그치만 작고 귀엽고 귀여웠다. 네네 올랑프 볼 때는 즈카느낌이 전혀 안빠져서 부자연스럽다 생각했는데, 칸다는 칸다대로 뭔가 또 부자연스러운게 올랑프 역 자체가 자연스럽기가 어려운 그런건가. 잘하는건 칸다인데 네네 올랑프가 더 프랑스처녀! 같은, 진짜 사람같은 연기라 더 정이 간다. 
5)난 코이케 말고 카토의 로낭이 보고 싶었다.. 코이케 2연타는 힘들었다.
6)코이케의 앞섶 어필이 더 심해진 거 같은건 내 착각인가, 초반보다 앞단추가 한두개 더 풀린 거 같은데. 그보다 내가 그것만 본건 전혀 절대 아니지만! 고문씬에서도 바닥을 기는 씬에서도 비-치쿠가 있어야 할 위치까지 앞섶이 벌어지는데도 있어야 할 위치에 아무것도 안보이는게 그의 그것은 고양이의 그것처럼 이상한데에 달려있는 것인가 아니면 그 위에 살색 스티커라도 붙이는 것인가. 
7)테루는 표정 변화가 더 섬세해지고 손가락하나하나까지 더 앙투와네트여서 정말 언제나 연기 보는게 재미있다. 철없는 왕비>한 사람의 여성으로 변하는 느낌도 더 전달이 잘 되게 된 거 같고, 철없는 왕비라고는 하지만 (하나상 마리가 철부지느낌을 준다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축은 있지만 무료함, 권태함, 자포자기가 엮여서 나오는 철없는 왕비느낌이라 비교적 어른스러웠다. 아 인형극 바로 다음 장면에 마리오네트처럼 움직이는 장면은 좀 너무 흔들흔들해서 불안하긴 했다. 그래도 예쁘니 됐어. 
8)테루 나오는 씬은 죄다 내가 테루 얼굴만 보느라 다른 무대 장치가 하나도 기억이 안남. 높은데서 그네타고 내려왔다는 것도 기억이 안남. 그저 얼굴밖에 기억이 안남. 오페라로 보다가 시센 이타다키마시타 하하하 눈마주쳤다 하하하하 (다른걸 또 다 잊음) 테루한테 높은데 무섭지 않냐고 하는 질문이 있었는데 테루가 다카라즈카에서 많이 해봐서 익숙하다고ㅋㅋㅋ 했는데 익숙한 원인은 대계단입니까 페가코입니까.... 하긴 그 움직이는 위치로 보면 페가코랑 비슷한 위치일 거 같긴 하다. 
9)2막의 여자 폭동씬은 보면 볼수록 ??????? 싶었다. 즈카판에서는 혁명가들한테 그 노래를 줬었는데 그걸 굳이 여자들을 준 이유도 모르겠고. 먹을게 없다>애가 굶는다>빵을 내놔라, 라면 모성애와 빵과 애에 집착을 해야 할건데 노래 가사는 (시간이 지나서 정확히 기억이 안나지만) 바보같은 남자들, 남자들은 정치하느라 어쩌고저쩌고, 여자에게는 세상을 바꿀 힘이 있고, 이 세계를 손에 넣겠다는 둥 어쩌는 둥. 여성의 잠재력을 왜 거기서 갑자기 드러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렇게 강하게 드러낸 결과가 밀가루 없어서 빵도 못만드는 빵집 주인 테러 하기인 이유도 모르겠고, 결국 노래 가사만 보면 그냥 여자도 정치하고 싶단 얘기 같아서 도대체 의도도 뭣도 읽을 수가 없었다. -_-; 이케코의 여혐인가
10)즈카에서 배역 정할 때 반테순으로 배역이 나오고, 월조의 반테 아수라장ㅋㅋㅋ의 기형적인 구조도 있고 했던게 배역 번안에 변화를 준걸 생각해보면, 여기서도 결국 그런 어른들의 약속에 의해서 이것저것 많이 바뀐거 아닌가 싶은게, 앙투와네트+페르젠 노래를 로낭에게 돌려준다던가, 형제 넘버를 추가한다던가, 일본 뮤지컬 풍의 이상한 신곡이 나온다던가, 여자 폭동씬에서 소닌이 노래부른다던가, 하는 거는 결국 코이케 주인공에게 넘버 비중 몰아주기+뮤지컬밭 사람들에게도 어느 정도 비중 부여+기타등등의 인사문제인건가 싶기도 함.
11)전에 무슨 몰래카메라냐며 일반인 같은 이상한 남자가 섞여있다면서 분개했는데 그남자 머리스타일은 좀 정리됐더라. 다만 머리 색과 안면편차치와(...) 연기의 허술함은 그대로여서 그의 분장력은 프로의식이 부족한건지 실력이 부족한건지는 모르겠지만 원래 그런거였군 하는 것만 확인함. 비쥬얼 너무 구���. 
12)아르토와가 걍 오카마 변태가 되었다. 2막에서는 마술쇼를 하고 최면을 걸고 미약을 먹이고 초반 씬에서는 우라고에(...한국어로 뭐지)로 막 오카마같이 말하는데, 왕좌와 권력을 탐하는 부분에서는 존내 목소리 굵은 야망찬 상남자. 아르토와는 그냥 미야루리의 1승인 거 같다. 캐릭터의 매력이 없어지고 그냥 평면적인 변태 악역으로 끝남. 
13)군무가 나오면 쪽수를 계속 세어봤는데, 대부분의 군무가 주조연 포함해서 서른몇명 정도. 좀 강조해야 하는 피날레같은 장면에서는 다 모아와도 40명정도. 전체 캐스트가 50명쯤 되려나 50명 안넘을 거 같다. 그래서인지 쪽수가 많이 부족해서 무대가 빔. 감옥씬만 봐도 토호판은 철창네개+각 철창마다 죄수 한명씩이 붙어서 기어오르고 돌고 기예쇼를 하는데, 즈카판은 철창 다섯개+각 철창마다 죄수 세명.....이고 다른 민중씬은 말할 것도 없음. 병사도 모자라고 민중도 모자람. 귀족도 모자라고 삼부회는 여전히 인형극....쪽수는 매우 중요합니다 정말 중요합니다. 심지어 각 배우들이 출신 배경이 다 다르니까 군무가 칼군무도 아니고, 후리츠케도 박력은 있지만 어딘가 동작 수가 모자라고 빈 느낌이 강하게 든다. 즈카는 발레베이스로 기본 실력이 있는데다 같은 과정에서 모던이나 탭댄스같은걸 다 배웠어서 춤 동작도 많아서 군무 보는 맛이 있는데, 토호판 군무는 좀 장식용 적당적당, 같은 느낌. 
14)무대장치가 너무 없어서 재미가 없다. 뭐 사람만 죽으면 다 가운데에 똑바로 뉘이고 지하로 잠수시켜서 떨어뜨리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리로 몇사람 죽어 나갔지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대가 돌아가지도 않고 세리는 정중앙에 하나밖에 없고(그게 관객석 통로를 더 활용하는 이유인 거 같기도 하지만) 특수한 장치는 그 경사진 큰 판자떼기 하나뿐이라 동선이나 무대장치가 참 단조롭고 무대 자체도 작고 그렇다 싶다. 대계단도 없고(야
15)아무리 생각해도 코에나키코토바 넘버를 뺴버린 건 (나쁜 의미에서) 신의 한수였다. 볼게 하나도 없어 군무가 단체가.... 프랑스 혁명의 감동도 뭣도 없어.... 그냥 떼거지로 돌아다니는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16)커튼콜 할 때 루이죠세프가 루이16세하고 손잡고 다니고 안기고ㅋㅋㅋㅋ 루이16세 애봅니다 이쿠멘이예요 앙투와네트가 인사할 동안 애 봐주고 있어요 자상한 아부지... 
17)로베스피에르 존나 잘생김여.... 내가 타마키치를 안좋아해서 그런가 로베스피에르는 이쪽이 갑. 데믈랑은 그래도 카챠가 좋고. 당통은 둘다 그 닝글닝글한 연기 하는게 너무 좋으다. 
18)이케코가 연습하다가 테루한테 페르젠 역을 시범보이라고 시켰ㅋㅋㅋㅋㅋㅋㅋ는뎈ㅋㅋㅋ 그게 그렇게 멋있었다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테루 페르젠 보고 싶다. 아니 테루1인 1789가 보고 싶다. 재단시�� 테루가 그립고 또 그립다 8ㅅ8.... 
19(애프터 토크쇼에서 "저 여자애거든요" 하는데 목소리 낮고... "두근두근하네요.."하고 맞장구치는데 여자애의 두근거림이 없잌ㅋㅋ 영혼없는 맞장구곸ㅋㅋㅋㅋ.... 남자들이 에스코트 하려니까 성큼성큼 걸어들어가고.... 칸다 손잡고 둘이 들어가고..... 남역 언제쯤되면 빠질 것인가.... 그녀는 언제 여자가 될 것인가... 그치만 이런 갭모에 짱좋아... 
그리고 관계없는 얘기인데, 관극 끝나고 나와서 멍때리고 있다가 키타상이랑 히즈키상이랑 지나가는 걸 봤는데, 존재감이라그럴까 아우라가 장난 아니더라. 무슨 기분 나쁜 일이라도 있었는지 원래 그런 성격인지는 모르겠지만 인상 콱 쓰고 성큼성큼 사람들 사이 제치고 걸어가는데 무슨 도검 한자루가 걸어가는 느낌이었음. 카리스마 쩔어. 같은 사람인데 저쪽은 카리스마덩어리고 이쪽은 그냥 한마리 햇볕에서 말라가는 반건조오징어같은 느낌... 카리스마있는 사람이 되고 싶으다... 
0 notes
minyabiidama-blog · 9 years ago
Text
지금 내 식재료들
어느 자취벗의 식재료 리스트를 보고 한번 써보았다. 
육류생선류: 닭고기 100그램, 소세지 한봉지, 생선 마리네(델리에서 산거), 칵테일새우 한봉지, 오징어 얼린거 3-4마리분, 
면류: 진라면,진짬뽕,짜왕,파스타,중국식당면 과일,채소: 프릴레터스, 교나(시들시들하지만 미련으로 넣어둠), 공심채, 라임1개, 아보카도1개, 딸기 한팩, 바나나 5개, 당근, 감자, 양파, 피망 각각 1개씩, 머쉬룸 반팩
곡류: 햇반(...), 쿠스쿠스, 그래놀라, 밀가루.... 곡기를 끊었구만 
통조림: 참치, 고추참치, 소고기와인찜
향신료: 암염, 건파슬리, 건바질, 통후추, 통후추(백후추), 케이준스파이스, 통고춧가루, 페페론치노, 간장, 쯔유, 발사믹, 참기름, 올리브유, 꿀, 캡사이신, 화이트 비네거, 와리시타, 미링, 맛술, 미원, 중국요리용 미원, 닭육수내는 미원, 멸치국물다시다...
소스: 초고추장, 케첩, 마요네즈, 칠리소스, 나폴리탄소스, 다진마늘, 오코노미야키소스, 샐러드드레싱 1 2 3 4 5, 스테이크 소스 1 2, 양배추에 뿌려먹는거, 바냐카우다소스, 케이퍼, 버터, 잼, 레몬커드, 야키토리소스, 쌈장, 된장, 미소, 갈릭라이스소스, 아보카도샐러드소스, 재래기 소스(...), 아히요 만들고 남은 올리브유 
기타: 계란 다섯알, 우유 한팩, 생수, 자몽주스, 엄마가 보내줬지만 못먹고 2년이 된 한약, 김치 2키로, 남이 줬지만 입맛에 안맞아서 손안댄 김치 두통, 한국에서 가져온 멸치조림이란 명태?껍데기조림, 화이트와인 반병, 츄하이 두세캔, 맥주 두세캔과 한병, 팟타이페이스트, 똠양꿍페이스트, 소테페이스트, 인스턴트카레, 기타 요리용 키트들이 수없이 들어있지만 나도 뭔지 잘 모르겠는 서랍하나(...) 
결론:요리를 못하는 사람은 향신료와 소스에 의지한다 고기를 사고 싶은데 생활비가 떨어졌다 
0 notes
minyabiidama-blog · 9 years ago
Text
생일날 아침에.
스물 아홉이 되었다. 그래봐야 우리집 고양이는 이미 서른이 넘었으므로 고양이만도 못한 나이이다. 고양이를 짤짤 흔들면서 야 오늘 니 주인님 생일이야 해봤자 고양이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하물며 자기 생일에 통조림 케이크를 준다 한들 고양이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을 정도인걸. 이 즈음 되면 몇십 년 전 자기가 태어난 날에 대한 쓸데없는 감상은 버리고, 바쁜 오늘을 살아가야 할 팍팍한 나이이다. 또래의 페북 글에서는 자신들이 얼마나 평범하고 아무렇지 않게 생일을 보냈는가 하는 글들이 종종 올라오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생일날 하루는 [내가 주인공인 날]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 표현은 미국으로 이민가서 오래 살았던 아는 언니가 해준 말인데, 되게 웨스턴한 아이디어다 싶고 동양의 정서에는 맞지 않는다(우리는 생일날 부모님께 감사인사를 드려야 하니까)싶으면서도 되게 기억에 남는 표현이었다. 생일날 만큼은 바깥의 나뭇잎이 더 반짝거리며 빛나는 것 같고, 공기도 포근한 것 같고, 담배조차 평소보다 더 맛있다는 걸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게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알면서도, 여전히 무언가를 기대하게 되기 때문이다. 
할일없는 여중생 때야, 작은 수첩에 온갖 친구들의 이름을 다 적어놓고 12시 땡 치면 문자를 보내며 우정을 과시했지만, 지금은 각자의 인생이 너무나 바쁘고 출근해야 할 아침이 있고 책상위에 쌓인 일이 많다. 그렇지만 그 와중에 오는 카톡 한통은 더 기쁘다. 많은 일들을 제쳐두고, 굳이 생일이란 걸 기억해서 연락을 주는 사람들의 마음을, 그렇게  평소부터 나를 기억해주는 사람들의 존재를 다시금 느끼며 감사할 수 있는 날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도 더 잘해야지 하고 마음을 다잡는 날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지극히 동양적인 정서인 [생일날에 미역국을 먹는다]는 것도, 그런 의식이 아닐까 싶다. 미역국을 먹으면서 엄마가 날 얼마나 힘들게 낳고 산후수발로 이런걸 먹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새삼 부모님에게도 감사할 기회를 만들고, 그런 누군가의 육체적, 정신적, 금전적인 희생으로 이 세상에 계속 살아있는 나의 가치를 다시금 확인하기도 하는 기회. 비록 내가 오늘 먹을 미역국은 햇반에서 나온 인스턴트 국밥일지언정 말이다.
물론 나도 모두에게 축하만 받고 살아온 것은 전혀 아니어서, 생일 당일에 자기방어적으로 연락을 끊고 학교도 일도 팽개치고 일본으로 여행을 갔던 적도 있고, 사귀던 사람에게 누구보다도 축하다운 축하를 전혀 받지 못한 채 우울해져서 트라우마로 남은 적도 있고, 여러 가지 안좋은 기억도 많다. 그렇지만 그런 기억만을 안고 생일날에도 기분 우그러지고 어딘가 모를 허전함이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함 때문에 내 자신의 존재를 외면하기엔 인생은 너무나 찬란하고 남은 생일날들도 너무나 아깝다. 
혹은 생일이라는 별 의미 없는 분기점은 감사라느니 삶이라느니 하는 거창한 걸 생각하지 않더라도, 조금 더 맛있는 걸 당당하게 먹을 수 있는 날. 홀케이크를 통으로 사서 숟가락으로 퍼먹어도 용서받을 수 있는 날. 이유없이 헤실헤실 웃고 다녀도 괜찮은 날로써 작용하기도 하는 것 같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았지만,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축하한다는 말을 들을 수 있고, 예상치 못했던 선물도 받을 수 있는 날. 일년에 하루쯤 이런 날을 가지고 있어도 좋지 않을까. 
0 notes
minyabiidama-blog · 9 years ago
Text
1789 관극 후의 생각들.
토호판(아무도 못알아들을 거 같아 제국극장판이라고 썼지만 의외로 다들 토호판이란 말을 쓰고 있길래 그냥 이쪽으로 쓰려고 한다) 보고 와서 분노의 관극 후기를 남긴지 며칠이 지났고, 나는 월조 1789를 끝없이 정주행하고 있고, 한국에서 라이센스를 받아서 하는지 팬들이 좀 있어서 검색으로 내 글을 읽어가는 걸 봤고, 나도 그들의 감상을 좀 읽어보고, 뭐 그랬다. 
그러는 과정에서 무언가의 꽁기함과(피해망상일 수도 있다), 다카라즈카의 위치성과 맥락, 관극을 하는 나의 맥락, 원작팬(아무래도 소설이 있는 것 같다)/프뮤팬/즈카팬등의 위치가 다 다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일단 나의 경우, 뮤지컬을 이것저것 봐오긴 했으나 그닥 큰 관심은 없었고, 테루에 빠져서 즈카를 보고, 즈카 특유의 연출 방식이나 레뷰(리뷰말고 ���뷰) 방식, 안무, 젠느의 수행성, 그리고 얼굴(!)을 즐기는 편이고, 가창력은 포기했으며, 연기력은 크게 바라지 않는다. 다만 연기가 비교우위인 테루를 볼 때만큼은 연기를 즐기는 편. 아마 내가 즈카에서 제일 좋아하는 건 안무와 얼굴이겠지. 1789의 경우 즈카판이 마음에 들어서, 그 중에서도 혁명을 [집단]의 관점에서 다루고 합창을 하는 부분에 반해서 두세번 관극을 가고, 영상도 음악도 계속 접했다. 그리고 모르는 사이에 아마 배우들의 역할만들기(役作り)가 생각보다 취향이어서 자연스럽게 흡수해갔던 것도 같다. 다만, 외국 뮤지컬을 즈카가 가져왔을 때의 한계는 분명히 인지하고 있어서, 전 글에서도 서두에 미리 내 글의 제한점을 적어두었지만, 토호판이라면 그 부분을 고쳐서 원작에 가까운 버젼을 내놓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었다. 왜냐면 이케코영감이 원작과도 다른, 즈카판과도 다른 토호판을 만들겠다고 호언장담을 했기 때문에.
약간 사족이지만 라이센스를 받은 뮤지컬이 원작에 가까워야 하는가 아니면 독자노선을 걸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많은 관점이 존재할 것이다. 다만 즈카를 보던 나로서는 애초에 그 부분에 있어서는 (같을리도 없고 그걸 기대할 수도 없고 같을 필요도 없고 어쩌면 같아서도 안되는 것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별개의 물건으로 기대하고 들어갔고, 의외로 원작의 노래를 잘  가져와서 부른 것, 군무 연출이 뛰어난 것에서 기대 이상의 감동을 얻었던 것 같다.(거기에는 집단 협업이라는 이상한 포인트에서 버튼이 눌리고 감동하는 나의 취향도 있다.) 게다가 프랑스혁명 페티시즘이 있는 즈카이기 때문에 페르젠과 마리앙투와네트와 루이16세와 로베스피에르는 아마 처음부터 즈카팬의 콘센서스를 얻기 위한 성격이 어느 정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고. 
그런 배경을 가지고 토호판을 봤을 때, 토호판은 즈카판에서 크게 변한 것도 없었고, 대사도 거의 다 그대로였고, 개그까지 그대로였고, 무대에서의 움직임은 좌우반전만 시켜놓은게 너무 많았고, (원작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원작과의 비교는 하기 어렵지만) 즈카판에서 달라진, 혹은 나아진게 뭔데? 라는 느낌이 가장 컸다. 다카라즈카의 경우 사회적으로 되게 부정적인 시선을 많이 받는 편이지만 그런 평가에 비해서는 상당히 내실이 있는 극단 운영(이라고 쓰고 노동착취라고 읽어도 좋다), 연출, 공연규모 등등을 가지고 있고, 그 평가절하가 안타까운 면도 있어서(라고 쓰면 또 누군가는 니가 빠순이니까 그렇겠지라고 할게 뻔해서 이 스파이럴에 대해서는 더이상 말하기도 그렇다), 그러면 그걸 다 극복했다는 토호판은 얼마나 대단한건지, 마침 좋아하는 극이기도 하고 최애가 나오기도 한다니까 보러가자, 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갔는데 상당히 기대이하였고, 원작을 반영했다기엔 너무 즈카판의 카피인데 그런 즈카판에서 얼마나 개선을 가했냐고 하면 그렇지도 않았다는 거. 결국 아이돌팬과 즈카팬이 고객층의 일부로 자리하고 있는 걸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어중간한 각색에서 그쳤지 않나 싶다. 그리고 나��� 그 두 작품을 비교하기 위해서 글을 썼던 것이기도 하고. 그렇게 생각하면 프뮤와 일본판 두 작품은 곡은 공유하고 큰 줄거리는 공유하지만 강조점이나 구체적인 포인트는 각자의 고객의 취향, (역사적 사실에 대한) 지식수준과 관심사 등에 따라 상당히 세분화된 타게팅을 한 (상당히) 다른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 지금까지는 그런 일본의? 혹은 일부 연극계의 배경을 공유하는 사람들과만 교류를 해오다가, 전혀 다른 문화권의 다른 사람들의 리뷰를 보면서 조금 놀랐던 점, 혹은 아쉬웠던 점은, 원작팬의 시선, 혹은 1세계발(혹은 심하게 말하면 1세계 팬을 자처하는 사람)의 시선이었던 것 같다. 물론 원작팬이나 프뮤팬의 입장에서 보면 "헐 내 최애작품을 가져다가 뭘 이상하게 만들어놓고 사람들을 변태로 만들어놨어!" 가 될거고 그 억울함도 이해가 안가지는 않는데, 한국어로 된 (아마도 즈카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을 사람들의) 리뷰를 읽어보면 그냥 그들에게는 비웃음거리인 거다. 응 여기는 원작만큼 했는데 여기는 왜곡했고 여기는 볼썽사납고, 그정도. 내가 만화로 즐기던 걸 애니판으로 봤을 때 정도의 느낌이겠지 싶다. (반면 토호판에 대해서는 그렇게 큰 언급도 비판도 없는걸 보면 이건 왜일까 싶다. 영상이나 정보가 없어서 그런건지, 극단이나 연극 구조에 비슷한 면이 많아서인지.) 그렇지만 그런 문화적 차이나 구조적 차이같은걸 고려하지 않은채 비판당하는 걸 보면 조금 시선이 불편하고 편협해보이는 면도 있다(어쩌면 내 피해망상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것 역시 언제나 생각하고있다). 
이러한 시선이 불편한 이유는, 얼마전 독일에서 느꼈던, 1세계에서 학문을 연구한다는 사람들이 기타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원작이, 혹은 선진국에서의 작품이 기준이고, 그것을 향유하는 자신들의 가치관이 기준이고, 그 기준에 들어맞지 않으면 뭔가 우스꽝스러운 것이 되어버리는 것. 다른 구체적인 차이는 (사실 아주 깊이 연구하고, 거의 연구주체=대상이 되지 않는 이상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해하지 못한 채 1세계에서 보이는 것 만으로 모든 것이 판단되는 시선 말이다. 한 예로 노래 가사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지적을 했지만, 거기에 대해서 과연 판단을 쉽게 내려도 되는가 싶은 것이, 프랑스판의 가사는 나는 전혀 모르지만, 프랑스에서 어느 정도 이상의 언어능력을 갖춘 원어민이 아닌 이상 해석이 된 걸 볼텐데, 그 해석판이 원어 가사랑 같으리란 보장이 있는가. 그러한 불확실한 걸 기준으로 즈카판이나 토호판의 가사를 비교해서 가치판단을 내릴 수 있는가(심지어 청자도 다른데). 심지어 즈카판/토호판의 가사를 보는 사람들은 일본어를 또 원어민만큼 이해할 수 있어서 그걸 프랑스어/일본어로 비교하는 것도 아닌 거 같고, 아마 일본어>한국어 번역판이나 일본어>영어번역판을 보고 있는 것일텐데. 그렇게 이중삼중으로 번역된 것을 보면서 가사 내용이, 뉘앙스가 다르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 그것도 전반적인 연출과 타겟과 진행 구성을 다 고려해가면서 말이다. 노래를 통틀어서 ���용 전체가 바뀌었다는 걸 지적하는 게 아니라면 뭘 비판해도 비판하는 시점에서 한계가 있을텐데?
그런 답이 나오지 않을 여러 가지 생각을 하다 보니 그냥 괜히 이런저런 소리 하지 말고 비웃음이나 사면서 테루나 파는 게 제�� 바보같지만 제일 현명하고 내 자신에게 스트레스가 없는 향유방법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라는 결론없는 글. 이자 문화상대주의를 너무 심하게 받아들여진 나머지 판단기준이 모호해진 글. 
0 notes
minyabiidama-blog · 9 years ago
Text
1789[제국극장판] 관극기
먼저 나는 1789의 프랑스 원작판은 유튜브에서 일부밖에 보지 못했고, 원작 OST만 들었고, 실제로 본건 즈카판, 제국극장판이 전부이기 때문에 니가 본게 전부도 아니면서 무슨 대단한 분석을 한다고 하느냐고 물으신다면 죄송합니다. 제가 언젠가 연구비를 따내면 프랑스에 가서도 보도록 하겠으니 조금만 기다려주십쇼. 
글의 전체적 흐름과 조직성같은건 모르겠고,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서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하려고 한다. 왜냐면 어차피 이 탐라에 1789를 본 사람은 3명 미만이고 이 글을 끝까지 읽을 사람도 즈카팬1+즈카팬2+내 글을 좋아해줄지 모르는 1/673의 착한 분 한분 정도일거라는 것을 아주 잘 알기 때문이다. (서론이 길다)
제일 눈에 띄게 재미있었던건 다카라즈카판과 제국극장판의 작품 외적 차이를 보는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다카라즈카에서 원작이 있는 극작품을 가져오면 대개 조금씩 각색을 하는데, 그 목적은 1남탑을 주인공으로 한다 2러브라인을 만들어 연애지상주의를 외친다 3다카라즈카라는 극단조직의 특성(혹은 한계)을 반영한다 4프랑스혁명패티시즘을 극대화한다, 정도가 있다. 그런 걸 생각하면서 제국극장판에서의 차이점을 보면 
-무대가 작고 극장 규모도 생각보다 아담하다. 그리고 브라스밴드가 없다. 음악을 그냥 다 틀어주고 거기에 맞춰 노래를 하더라. (여기에서 1차쇼크)
-와 남자가 있어 남자다 심지어 엄청 잘생기고 크고(정말 크다 살이찐 건 아닌데 떡대가 좋고 엄청 존재감이 있다, 심지어 힐신은 테루보다 크다) 목소리가 굵고 발성이 짱짱맨이다
-남자가 있기 때문에 떼창의 화음이 화려하고 장엄함이 더해진다(대신 여자목소리는 좀 묻힌다)
-여자배우들의 몸무게가 (키-120)이 아니기 때문에 드레스를 입으면 모을 가슴이 있고, 창녀 컨셉 언니들은 정말정말정말 섹시하다 
-각자 쌓아온 커리어가 다르기 때문이겠지만 춤은 컨템퍼러리나 재즈댄스, 시어터댄스 중심. 1789자체가 프랑스혁명 소재+락사운드여서 젊은 느낌엔 맞는다 
-한 극에 동원되는 전체 인원수가 적다. ��로 다 나와도 서른 몇명, 거기에 주요 캐릭터 다 합쳐도 40명대일 거 같다. 그래서인지 떼창이나 군무, 쪽수로 간지나게 만드는 연출은 별로 없고, 심지어 ... 인형극을 했다. 군대는 그림자(영상)으로 처리하기도.(여기에서 2차쇼크: 1789는 떼창이 멋진거 아니었나??)
-그런 인원문제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떼거지장면이 더 없고 주요 캐릭터 중심으로 얘기가 진행된다. 참고로 주연급은 아이돌/퇴단한 젠느/뮤지컬라인이 각각 한두명씩이고, 그 바로 밑 조연급은 실력파 뮤지컬배우들(뮤지컬배우들이라고 하는 것도 좀 이상하긴 한데 뮤지컬 텃밭출신 배우들?).
-주연급/조연급의 비율 때문인지, 주연배우들의 스타성 때문인지, 일부 넘버에서 노래하는 사람이 바뀌어있었다. 혹은, 없던 노래_그것도 전형적인 일본뮤지컬 풍의 노래_를 만들어내서 중간중간 끼워넣는다던지, 있는 노래를 빼버린다던지.(여기에서 3차쇼크)
-전반적인 스토리는 비슷한데 강조하는 포인트나, 연출 방법이나, 장면 순서는 약간씩 바뀌어 있었다. (아 그치만 연출가는 양쪽 모두 같은 사람이 했다_코이케 슈이치로라고 정열대륙에도 나온 적 있는 사람.) 다만 대사는 거의 비슷했다. 왜 비슷한걸 아냐고? 그건 내가 즈카판 영상을 백만번 돌려봐서 다 외웠기 때문이지. 
-관객석을 이용한 연출이 많다. 
-별 관계는 없는 얘기지만 대계단 내려오는 퍼레이드가 없으니까... 커튼콜을 계속 하더라. 뭔가 비공식처럼 두번 세번 캐쥬얼한 분위기로 계속 나오는게 신기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는 이러한 차이에서 비롯된 주관적인 감상평과 불평불만인데. 물론 각인효과라고 내가 즈카판을 먼저 보고, 거기에 익숙해져서 못마땅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건 감안해도 그래도 말이지 이건 아니다. 
1) 티켓값이 13500엔이었고, 같은 좌석레벨이면 즈카는 8800엔인데 전반적인 무대 구성이나 규모나 스펙타클함에서 제국극장판이 훨씬 뒤진다. 막 손발이 안맞다거나 아마츄어같다거나 하는 건 아닌데, 뭔가 홍보규모나 이런거에 비해서 무슨 소극장 공연 보고 온 느낌이다. 마니악하고 별나기로 소문난 다카라즈카판보다도 웅장함도, 압도하는 느낌도 없는데 이거 뭐야 소꿉장난이야? 싶은 느낌. 마리 앙투와네트 등장씬도 다카라즈카판은 드레스로 카지노판을 만들어서 돌리고 놀았는데 제국극장판은 뭐 단벌드레스정도? 베어같은 비밀경찰이 여장하고 돌아다니는 정도?(그거 필요없거든?) 각 의상은 공들인(돈들인) 티가 나고 예쁘고 화려한데 옷이 화려해봐야 배경이 다 컴퓨터 영상이고 군무도 없고 이러면 별로 소용이 없는 것이다. 제일 어이없던건  아니 삼부회에서 1계급 승려 2계급 귀족 3계급 시민 그리고 왕 왕비 짠 하고서 떼거지로 나오게 해서 쪽수 설명하면서(얘네 300명 쟤네 300명 걔네 600명 하는걸) 보여주는 장면을... 무려 인형극으로 각 계급을 인형 하나씩으로... 시발 장난하냐.. 그리고는 떼창+군무(그 중에서도 민중이 나오는 부분)을 반���상 빼버렸지. 그래놓고 슈토와이양!! 해봐야 도대체 시민이 어딨는데? 싶은 것이다. 그리고는 즈카판 1부 마지막 장면의 떼창 장면을 통째로 빼버렸지. 난 그 장면보고 전율이 올 정도로 감동했는데 그게 통으로 사라졌어. 
2)심지어 편의시설도 구리고 화장실도 구려. 관객 9할 이상이 여자관객인데 여자화장실은 코딱지만해서 계단타고 줄을 서서는 지하철역까지 줄이 길어지고 화장실 갔다오니 인터미션이 끝남. 굿즈도 통일성 없고 거지같고 그런 와중에 프로그램은 2천엔임(다카라즈카판:천엔). 굿즈코너에서는 각자의 개인 팬클럽 굿즈를 팔고 있었다고 한다. 
3)그리고 내 최애나 치기나 마사오(친절한 각주: 류 마사키, 월조 남탑, 1789때 로낭 역_의 애칭)가 노래 못부른다고 존나 깠는데, 코이케 텟페이가 첫 등장부터 노래를 못해. 존나 못해. 마사오보다 더 못해. 뮤지컬 커리어라인 밟아온 사람들은 좀 느낌이 2차원 느낌으로 연기나 노래를 하긴 해도 정말 목소리도 멋있고 노래도 안정돼있는데 그 외 라인으로 들어온 사람들이 죄다 노래를 못해. 첫소절 부르는 순간 정말 육성으로 욕할 뻔 했음. 뭐 남 얘기가 아니고 우리 최애 얘기기도 하죠 사실.. 남역이 여역으로 전향한거 치고는 단시간에 고음도 많이 올라가고 음색도 예뻐졌고 대사치는 목소리도 (객관적으로 봐도) 예쁜 목소리였고 노래도 곧잘 부르긴 하는데... 그 뭐랄까 노래를 이미 알고 있으니까.. 고음이 나오려 할 때마다 팬클럽석에는 긴장이 감도는 것이다. 앙투와네트 첫 곡 끝났을 때 내 자리 주위에서 안도의 한숨이 터져나오던걸 난 들었지, 물론 그중 하나는 내 한숨이었고. 그래도 잘하긴 잘하더라 내 최애니까. 
4)그런 노래 실력문제인지 연출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노래를 죄다 주연 둘한테 몰아주는 바람에, 노래 분위기도 안살고, 그 노래 가사랑 전체 스토리도 안맞고, 내 최애는 분량이 줄고!!!!!!, 뭔가 이래저래 재미가 없었다. 아니 애초에 내가 남편이 있고 애가 있는데 니가 좋아 미치겠는데 아이고 이 죄스러운 여자를 어쩌면 좋으니 하는 노래를 가져가서 정치사상 다른 남친이랑 싸운 여자애한테 부르게 해놓고 “용서받을 수 없는 사랑”이라는 가사를 끼워맞추는 거는 진짜 말도 안되지 않냐 
5)심지어 중간에 새로 끼워넣은 노래들은 되게 별로고, 다른 원곡들이랑 어울리지도 않고, 도대체 왜 넣었나 싶고, 그딴거 넣으려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넘버를 뺐냐!!!!!!!!!!! 장엄하고 웅장하고 정말 모든 인물의 심정이 한소절씩 다 표현되는 그 구구절절한 그 넘버가 어디 갔냐고!!!! 와 나 이거 진짜 쇼크였음. 테루 보고 이 노래 들으러 간 거나 다름없었는데. 
6)가슴팍에 낙인 찍는 장면에서 코이케 텟페이의 어중간하게 벌어진 셔츠 앞섶과 그에 대한 어필을 보고 있느니 차라리 AV같다는 평을 들은 마사오의 신음소리를 듣는게 백배쯤 행복하겠다 싶었다.
7)아르토와 백작(악역)이 섹시하지가 않고 그냥 평범한 변태였다. 최음제 쓰는 변태. 즈카판에서 미야루리가 노래도 되게 잘부르고 분위기도 독특했어서, 아르토와 나오는 넘버도 되게 좋아했는데 그런 섹시한 느낌이 전혀 안살아서 너무 평범한 변태 악역이고 쫄깃하지가 않더라. 그게 결국 남녀가 같이 나오는 극에서 남자역이 뽑아낼 수 있는 역의 한계인가 싶기도 했다. 남자+악역이 매력적이어야 할 필요성이 적으니까. 
8)얘기가 되게 남자시점, 남자중심이었다. 주인공이 남자니까! 라고 하면 그것도 그렇긴 한데, 정치 얘기는 남자 배역들이 다 끌어나가고, 거기서 정치를 하는 헤테로 남자의 남성성과 성역할이 되게 강조되는 느낌? 즈카판에서는 남자배우래봐야 여자가 하니까 그런 임팩트가 없었던건지, 더 역할에 몰입해서 보게 되니까 그런건지는 모르겠는데, 그렇게 막 싸나이 냄새 나는 느낌은 아니었다.   그리고 중간에 여자들이 군무추면서 부르는 넘버가, 남자는 바보라고, 싸움질에 정치질만 하고 실속을 모르는데 우리 애는 굶고 있다고 남자는 바보라고 하면서 빵집을 터는 장면이 있는데, 시민 안에서 남녀 대립구조를 새롭게 만드는 이유도 모르겠고, 남자는 바보라고 하면 좀 더 현명하게 무슨 혁명을 제대로 하던가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결국 밀가루 없어서 빵도 못만들고 있는 빵집 청년들 후드려 패다가 그 정치하는 남자들한테 혼나고 끝난다. 뭐임? 
9)로낭 역이 야쿠즈쿠리?라고 해야 하나 그 배우가 만들어낸 캐릭터의 성격이 즈카판이랑 되게 다른데, 그냥 한마디로 놈팽이다. 중이병 걸려서 설치다가 지 아빠 총맞아죽게 만들고도 뻔뻔하게 파리 올라가서 정치한다고 지랄하고, 되게 찌질하게 돌아다니다가 여자애한테 막 키스나 하고, 크게 막 여자를 좋아한다던가 책임진다 싸랑한다!! 하는 느낌도 없는 딱 찌질이 놈팽이. 즈카판은 결국 사랑을 해야 하니까 로낭이 올랑프를 한결같이 사랑하는 느낌은 들었는데, 제국극장판의 로낭은 그냥 응 더도말고 덜도말고 헛바람든 ㅇㅇㅇ당 청년당원같음. 보고 있기에 별로 반할 수가 없는, 개운하지 않은 느낌의 역할이었다. 
10)자리가 팬클럽석이다 보니까 모님이 나오면 다같이 망원경을 들어올리는게 즐겁고 안부끄럽고 단결력느껴지고 짱좋았다. 테루도 팬클럽석쪽을 쳐다봐줘서 더 좋았다. 하필 나는 팬클럽석 중에서는 꽤 앞쪽이었던 거 같고 (망원경의 분포로 보건대-_-), 심지어 정 중앙자리 (무대에서 말하는 0번위치)여서 테루가 정면에 있어서 개좋았다. 개이득. 
11)로베스피에르역의 남자배우가 카챠를 닮아서 카챠가 ���고 싶어졌다. 니반테에서 밀려난 우리 카챠와 미야루리는 언제까지 월조에 있어줄 것인가 흑흑. /딴소리 
12)네네쨩도 테루도 다카라즈카식 연기에서 전혀 탈피를 못하는데, 그 스타일이 일반 뮤지컬 스타일이랑 좀 달라서 위화감이 느껴지긴 했다. 연기력 자��는 엄청 높았고, 역시 테루 연기 진짜 잘하는구나 싶긴 했고, 표정변화 하나하나가 대단하긴 했는데 그게 극 자체랑 밍글이 안돼서 안타까운 느낌. 
뭐니뭐니 해도 즈카판 1789가 나는 꽤 맘에 들었었구나 하는걸 다시한번 실감하기도 했고, 작품 해석이나 연출에 따라서 이렇게 망작이 나올 수도 있구나 하는 걸 깨달았고,
아무리 테루가 나온다지만 여튼 이걸 한번 더 봐야 한다니, 사실....... 괴롭다. 
테루에 대한 사랑도 고백해야 하는데 이미 글이 기니 다른 글로 잘라야겠다. 
0 notes
minyabiidama-blog · 9 years ago
Text
꽃구경을 하다가.
어제 연구실에서 봄소풍경 꽃구경을 갔다가, 교수님께 이런 저런 질문을 듣고, 주입식 교육의 폐해와 내 지식의 얕음과 한국인으로서의 전형성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다. 
꽃을 보고 있던 교수님이 한국에서도 오하나미(꽃구경?)가 있냐고 물었고, 있다고 대답했다. 매 시즌 부상하는 벚꽃좀비를 떠올리며. 교수님은, 일본인=벚꽃이라는 국민적인 이미지가 있을 때, 거기에 대비되는 한국의 국민적인 꽃은 뭐냐고 하셨고, 퍼뜩 떠오른 대답은 (도덕교과서에 수없이 나오던) 무궁화였지만 대답하기에는 2% 부족함이 느껴져 멈칫멈칫했다. 왜 무궁화일까. 그렇게 배웠으니까. 우리 민족을 상징하고 있고, 접시꽃이랑 달리 지는 모습도 단아하고. 근데 그게 뭐? 무궁화를 보러 꽃놀이를 가지도 않고 길가에 매년 피어나지도 않고 어디 정부청사 마당에 가면 몇그루 있는 정도지. 환경에 까다로워서 그렇게 많이 심을 수가 없다는 얘기도 들었던 것 같다.
그럼 벚꽃은? 일본인의 꽃, 왜색짙은 꽃의 이미지도 있지만 사실은 우리나라에 나는 벚꽃은 소메이요시노(일본에서 지금 가장 보급이 많이 된 벚꽃) 이외에도 한국에서만 나는 자생종도 있다고 들었다. 그렇지만 그걸 한국의 꽃이라고 또 대우해주지는 않지. 여튼 우리는 계획적으로 (양으로 승부하게) 심어진 꽃나무 밑을 걸어다니면 그만이니까. 
일단 식민지와 전쟁 기타등등으로 식생이 크게 파괴된 후 전후에 식생사업을 다시 시작한 탓에, 그리고 경제성장을 위해서 손바닥만한 공간도 싹 밀어버리고 빌딩을 짓는 다이나믹코리아 정신 덕분에 주위에는 공원도 별로 없고, 몇백년된 나무도 거의 없다. 그런 상황에서 주위에 피어있는 꽃은 홍매화? 목련? 철쭉? 진달래? 개나리? 라일락? 그 어느 것도 대표성은 없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헤이안시대부터 꽃놀이를 했다는 ���록이 있고, 벚꽃에 대해 읊은 시도 많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복숭아꽃(도화?)가 그런 역할을 한다고 한다. 우리는 무궁화가 나라꽃이라는 것만 배웠지 그게 역사적으로 민족과 어떤 관계를 지니는지, 언제부터 즐겼는지, 그 외의 자연물은 뭐가 있는지는 거의 배우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아님 내가 기억을 못하는 것 뿐일지도 모르겠다.) 굳이 배운 걸 떠올리자면 충신에 비유되는 소나무나, 만수산 드렁칡정도? 
다른 얘기를 하다가, 한국에서는 죽순은 많이 먹느냐, 후키(...뭔지 모르겠다 머위?)는 먹느냐, 소나무의 북방한계선은 어디까지냐 하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것도 모르겠더라. 굳이 변명을 하자면 나는 야채를 안먹고, 취나물 무슨나물 어쩌고나물 해봤자, 응 씁쓸한 풀! 정도로밖에 인식을 안했고, 슈퍼에 가봤자 그렇게 야채코너가 잘 돼있는 것도 아니어서 결국 사는건 양배추양상추당근양파정도였고, 나물이 있어봤자 요리법을 모르니 눈길도 안줬고, 애초에 한국에서 자취하면서 요리를 즐거워했던 적도 거의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결국 김치김치 두유노김치? 한다 뿐이지 자생하는 동식물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었던 것이렸다. 
애초에 나는 여러 가지 이유로 애국심도 민족의식도 별로 없는 편이고(중이병으로 들린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러하다),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두유노 김치? 두유노 싸이? 하는 한국인이 되지 못했기 때문에 섣불리 대답을 못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정말 민족의식의 이론과 실제에 구멍이 있는 것일 수도 있지만, 결국 뭔가 확실히 대답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는 건 정말 극동에 붙은 어중간한 코딱지만한 나라의 이미지만 더 심어놓는 거 같아서 기분이 그리 좋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아니면 내가 내셔널리스틱한 모든 걸 눈에 넣길 거부해서 이꼴이 난 걸 수도 있고. 한국을 대표하는~ 한국의~ 한국적인~ 이런건 좀 듣고 있으면 소름돋는 것도 사실이니까. 
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신 분이 있다면, 정보도 좋고 역사적 경위도 좋고, 그런 걸 알 수 있는 소스도 좋으니 뭐든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애국하실거예요. 
1 note · View note
minyabiidama-blog · 9 years ago
Text
마천루 사이사이 무수한 삶들
공항은 동쪽 끝, 우리 집은 서쪽 끝. 
공항에서 리무진 버스를 타고 집까지 오려면 수도고속도로를 타고 동경 도심을 관통한다. 졸다가 눈을 뜨면 레인보우브릿지를 지나고 있고, 동경 타워 옆을 지나 나가타쵸-신주쿠-타카이도-를 거쳐 집까지 온다. 어제도 그랬다. 레인보우브릿지 즈음에서 눈을 뜨니 환상적인 야경이 눈앞에 늘어서 있었고, 억지로 잠을 깨우며 풍경을 보기 시작했다. 
동경의 고속도로는 정말 재밌다. 도로 양 옆으로 오피스빌딩이며 주거용 건물들이 늘어서 있어서, 저녁이 되면 야경 사이사이로 여러 삶을 훔쳐볼 수 있다. 관음증일 수도 있지만 빌딩의 안쪽편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야근하는 사람, 집에 와서 막 티비를 트는 사람, 미나토구 타워맨션의 심플한 인테리어, 요요기 근처 오래된 아파트에 퍼런 커튼을 달고 짐을 쌓아놓고 구겨져서 사는 사람, 기모노를 입고 일본무용을 배우는 할머니들, 영화에 나올 거 같은 아기자기한 핑크빛 인테리어와 간접조명들. 
도시마다 창문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많이 다르다. 뉴욕에서는 플로어 램프가 창가로 보이고, 그 너머로 파티를 여는 사람들이 보였고, 독일에서는 인테리어가 얼마나 심플한지 창문 너머로는 흰 벽밖에 안보여서 도대체 이 나라 사람들은 뭘하고 사는지 멍해지기도 했다. 
그런 풍경들을 보면서 우리집은 어떻게 꾸며나갈까, 창밖에서 본 우리집은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그 속에 사는 내가 소중히 하는 그릇들, 화분들, 그림들이 가지는 의미는 뭘까, 뭘 바꾸고, 뭘 가져갈까. 계속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그 집이 이 큰 도시에서는 티끌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에 이르면 도시의 광대함과 무수한 삶들과 그 삶들 사이를 교차해 가며 하루하루 별것 아닌 무언가를 계속 해 나가야 하는 시간에 압도당하는 것 같아 숨이 답답해진다. 그리고 그 답답함이 좋아서 계속 도시에 머무는 것 같다. 
동경에 돌아왔다. 
0 no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