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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
자유가 통제되는 상황을 극도로 싫어한다. 그 상황을 피하기 위해 집요하게 모든 방법을 다 시도해보았다. 실패했다. 일주일 동안 내가 택하지 않은 장소에서 모르는 사람과 함께 지낸다. 주어진 음식만 먹으며, 밖에 못나가며.
오기 전에는 상상만해도 죽도록 싫다가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을 직시하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내 24시간은 여전히 내꺼다. 오히려 어디 나가거나, 음식, 옷 등 생활에 대한 고민 없이 온전히 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평소에는 나가기 귀찮아하다가도, 못나가게 되니 바깥이 ���무치도록 그립다. 하지만 또 언제 나가지? 어디 가지? 하는 고민은 안하게 돼서 좋다. 다만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고 어제인지 그제인지 오늘인지 헷갈리게 되기는 한다.
마치 출근하는 것처럼 밖에 나갈 준비를 짠 하고 책상으로 온다. 일을 한다. 사실 어떻게 보면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아니, 이건 호캉스보다 더 좋잖아? 밥도 주고, 쓰레기도 치워주고. 그리고 내가 언제 이렇게 조용하게 집중할 시간이 있겠어? 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그러다가 어제부터는 조금씩 쳐지기 시작했다. 바뀐건 환경밖에 없는데.
그러고 보면 예전부터 환경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편이었다. 다이어트 해야지! 하고 늘 앞에는 이런 전제가 붙었다 '~~하는 상황이 되면' 사실 어떤 상황에서든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인데. 그리고 막상 그 상황이 되면 또 다른 핑계를 찾아냈지.
'너가 이런말을 해서 기분이 나빴어. 그래서 나도 그렇게 나쁘게 말한거야.'라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그게 사실일지라도, 결국엔 내 손해다. 상대가 뭘 어떻게 하든 기분이 나쁘고 혹은 상처받고 말고 그건 내 자유 의지다.
중심이 내면에 있는 사람이 제일 강한게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 요즘이다. 어떤 환경에 처하든, 중심을 잃지 않는 사람. 살면서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이 한둘이 아닌데, 매번 거기에 휘청휘청하다보면 닳아 헤지는건 나 자신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지키고, 내 페이스대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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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과 콘서타
나에게 맞는 용량을 찾아가기 위해서 27mg를 추가로 처방받았다. 18mg을 기본으로 먹고, 일이 많은 날이나 컨디션이 괜찮은 날 먹어보려고 받아왔다. 보통은 식욕부진이 제일 큰 부작용이라는데, 나에게는 불면이 가장 큰 부작용이다.
처��� 며칠은 새벽 세시까지 잠들지 못했고, 그나마 조금 괜찮아진 요즘도 아주 잘 자지는 못한다. 약 안먹을 때도 생각이 많아서 잘 잠들지 못하거나, 떠오른 생각에 대한 답을 찾느라 늦게까지 뭘 찾아보다가 늦게자기도 하는 날들이 많았다. 밤에 약기운이 떨어져서 생각이 많아지는건지, 아니면 각성상태라서 잠에 못들고 깨어있는 뇌가 생각을 하는건지 모르겠다. 아니면 요핸이 잠들고 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걸지도. 아무런 방해도, 의무도 없는 조용한 이 밤시간이 나는 좋다.
27mg을 먹어본 며칠도 잠이 안와서, 아직 제대로 복용은 못해보고있다. 2-3일 정도 먹어본 결과, 조금 더 선명한 느낌이 있었고 하지만 밤에 잠들기가 힘들었고, 집중해서 뭔갈 하고나면 멍한 느낌도 있었다. 요즘 정말 일이 많기는 했지만!
행복의 기본 요건이자 필수 요건은 잠이 아닐까 생각한다. 잠을 자야 다음날 좋은 컨디션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고, 잠이 부족하면 인지 뿐만 아니라 감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그래서 정말 잘 자고 싶은데 쉽지 않다.
술을 많이 마시고 나면 몸에서 도파민을 찾는데, 그 때 콘서타가 들어가면 주의력이 아닌 감정을 건들일 수도 있다고 했다. 어제는 술을 조금 많이 마시기도 했고, 부족한 잠을 보충하고자 오늘은 휴약을 했다. 아침부터 라면을 한그릇 끓여먹고, 점심과 저녁을 거나하게 챙겨먹었다. 식욕이 확실히 다르기는 하네..
약을 안먹고 쓰는 글도 확실히 다른 것 같다.. 콘서타에 의존하지 않고, 긍정적인 경험으로 나의 잠재력을 발굴하고 습관을 형성하여 약없이 살아보자! 가 목표인데 벌써부터 조금씩 의존하는 마음이 생긴것같아 경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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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조절
나는 감정이 그리 풍부한 사람은 아니다. 대역이 넓지 않은 저점과 고점 사이의 기분으로 살아간다. 기뻐 날뛰는 일도, 미친듯이 화가 나는 일도 거의 없다.
하지만 어떤 일에는 주체못하는 감정이 터져나오기도 한다. 처음에는 작은 감정이었다가, 같은 상황이 반복될수록 감정이 커지고 갑작���럽게 불어난 감정이 더 빠르게 입 밖으로, 못난 말과 못난 행동으로 터져나온다. 결국 내가 뱉어낸 못난 말과 행동, 나의 못난 마음으로 상대와 스스로에게 상처를 준다.
비슷한 맥락으로, 그럭저럭 괜찮은 기분으로 살아간다. 너무 행복해서 감격스러운 기분도, 바닥까지 치고 내려갈듯한 우울한 기분도 잘 없다.
그래도 며칠은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가, 무슨 일이 있던 것도 아닌데 내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대역폭이 크지 않아서 크게보면 그럭저럭 괜찮게 살아가고 있지만.
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게 내 마음이 아닐까 싶다. 아무것도 바뀐게 없는 똑같은 상황에서도, 내 마음에 따라 세계 최고인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가 또 인생의 의미를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만큼 다 쓸모없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니까.
콘서타가 감정조절에도 도움이 된다는데. 생각해보니 약을 먹고나서 부터는 조금 더 균일한 기분으로 살아가는 것 같기도 하다. 그건 그렇고, 어쨌든 늘 내 마음같지 않은 내 마음에 휩쓸려 살아가기 보다는 못난 마음이 밖으로 삐져나오려고 할 때 한 템포 멈추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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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약일
약을 꾸준히 먹기 시작한지 한 달정도 되었다. 콘서타 중 가장 작은 용량인 18mg.
처음 약을 먹었을 때는 시야가 선명해지는 경험과, 일의 우선순위가 보이기 시작하고, 해야하는 일들을 쉽게 시작할 수 있게 되는 등 효과가 명료했다. 하지만 밤에 잠이 안와서 3일만에 중단하고, 또 adhd 진단을 믿지 못하고 6개월간 방황하면서 집중할 일이 있을 때 2-3주 처방을 간헐적으로 먹었다.
아무튼, 일하지 않는 주말이라도 한 번 꾸준히 먹어봐야지 한지 한 달이 되었는데 초반에 비해서 약효도 명확하게 느껴질 정도는 아니고 다행히 부작용도 줄어들었다. 식욕부진이 가장 큰 문제라던데, 식욕이 평소보단 덜하지만 배는 똑같이 고파서 끼니는 잘 챙겨먹고 있다.
그런데 요즘 고민이 많은 탓도 있겠지만 잠을 통 못잤다. 매일 삼십분에서 한시간쯤 부족한 수면시간에 깊게 잠들지 못하거나 잠들기까지 오래걸리는 날들이 계속되다보니 너무 피곤했다. 할려면 할 수 있는 일이 많은 주말이지만 오늘은 하루 쉬어가기로했다.
약도 안먹고, 침대에 늘어질대로 늘어져있다가 별 의미없는 유튜브를 보기도하고 밥을 먹고, 산책을 하고, 티비를 보고, 낮잠도 자고, 산책을 하고, 또 밥을 먹고 정말 생산적이지 않은 하루를 보냈다. 이런 하루가 얼마만��던가.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초집중해서 투두리스트를 지워나가고, 그때 그때의 돌발상황이나 이슈에 대처하고, 여기저기에서 전화를 받고, 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런 정신없는 하루하루들을 보내고 있지만 가끔은 이런 하루도 좋네.
하루정도, 혹은 며칠정도 쉬어가도 괜찮지. 어제 팀원이 떠난다고해서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잠이 들고 아침부터 기분이 안좋았지만, 역시 사람은 잠을 자야해. 한 숨 푹 자고 나니까 조금 더 기분이 나아졌다.
떠나보내고 싶지 않지만, 이미 떠나간 마음을 억지로 붙잡을 수 없는걸지도 모른다. 갑자기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할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가 이렇게 흔들리는 대표가 되면 안되지. 나머지 팀원들도 불안해지지 않게.
아이유가 첫 데뷔 무대에서 욕을 먹고, 큰 상처를 받은 후 한 명의 응원하는 팬을 위해 팬이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가수가 되어야겠다는 목표가 생겼다고 한다. 가수가 주눅들어있으면, 팬들도 주눅들수밖에 없다고. 내가 힘빠지는 작은 일들에 주눅들고 흔들리고 쳐져있으면 나머지 팀원들도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다. 나는 앞으로 나아간다. 무슨 일이 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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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이 날 땐
흰색 티셔츠, 검정 바지가 대부분인 한 칸짜리 옷장을 가지고 있다. 간결한 내 옷장이 좋다가도, 종종 나도 멋지고 예쁜 옷들을 입어야하나 싶어질 때가 있다. 젊음은 다시 오지 않는데, 너무 꾸미지 않고 다니나? 싶어져 이런 저런 쇼핑몰을 기웃거리다가 결국 주로 사게되는 것들은 매일 입어도 질리지 않고 편한 옷들이다.
물건이 많지 않은 11평 남짓의 집에 산다. 식탁부터 옷장, 책장 등이 다 붙박이로 있어서 원래 집에 있던 가구들도 많이 버리고 왔다. 간결한 우리집이 좋다가도 넓은 집을 취향대로 멋있게 꾸미고 사는 사람들을 보면 넓은 집에 이사가고 싶은 강한 욕구가 생긴다.
옷과 물건, 공간의 소유에 대한 욕심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요즘. 잊지말자. 내가 입을 수 있는 것은 한 번에 한 벌의 옷 뿐이고. 집이 아무리 넓다고 한들, 내가 한 번에 있을 수 있는 곳은 내 몸이 차지하는 작은 공간일 뿐이다.
만족은 소유의 대상과 여부가 아니라, 내 마음에 달린 문제이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나와 잘 어울리는 옷들, 멋진 풍경과 눈부신 채광, 높은 삼각 지붕이 매력인 우리집으로도 충��하다. 더 아끼고 더 좋아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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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런게 아닐까 사람이란.
심지어 계란후라이를 하나 할 때도, (거의) 똑같은 계란이지만 후라이팬의 종류와 온도, 기름의 양과 종류, 깨는 방법과 떨어질 때 닿는 면적과 속도 등 상호작용하는 물체와 그 방식에 따라 정말 다른 모습으로 완성된다. 살면서 만든 수백 개의 계란후라이 중 단 한 번도 완전히 똑같은 모양으로 만들어진 적은 없었다.
나도 어떤 환경에서 누구와 어떤 상호작용을 하는 지에 따라 대중없이 달라진다. 흰자와 노른자의 형태가 살아있기도 하고, 까맣게 타버리기도, 눌러 붙기도, 바삭하게 잘 구워지기도, 부드럽기도, 말라 비틀어지기도, 혹은 흰자와 노른자가 섞여서 형태를 알아볼 수 없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나를 알다가도 모르겠다. 나는 똑같이 나인데, 가끔 처음 보는 나의 모습에 놀라기도 하고, 시간이 아주 많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들도, 그리고 알게 모르게 변하는 것들도 있다.
나는 딱 적당한 모습으로 예쁘게 잘 만들어져서 이상한 취향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고서야 누구든 좋아할 수 밖에 없는 계란후라이가 되려 애써왔다. 때로는 속에서 일렁이는 부정적인 감정을 무시하기도 하며. 나보다는 상대의 기분을 더 살피고, 혹시 상처를 주지 않을까,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사람��� 되고 싶다는 생각만 버리면 아주 쉽다. 살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데, 그 모든 관계들이 다 완벽하고 좋을 순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그 다음은 아주 쉬워진다. 사실 정말 중요한 사람들은 몇 없거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좋아해주고, 가끔의 실수나 단점, 이상한 면들도 인정해줄 수 있는 그런 사람들.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까지 인정받고싶고 사랑받고 싶다면, 결국 내가 힘들어지는 경우가 생긴다. 내가 힘들면, 사랑을 주기가 어렵다. 그러면 정작 진짜 중요한 사람들과의 관계도 위태로워 질 수 있다.
너무나 다양한 모양의 계란 후라이들이 모여 사는 세상이고, 그저 그 중에서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즐겁게 살아가면 되는 것 아닌가. 모두의 사랑보다는, 소중하고 중요한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그리고 듬뿍 나누어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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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 대한 보고서
심리, 기질, 성격, 지능, 뇌, 주의력 등 모든 측정 가능한 방법으로 나를 평가한 종합 보고서를 받았다. 내가 직접 대답을 하거나 작성한 것, 임상심리전문가인 평가자가 검사 중의 나의 행동을 보고 판단한 것, 그리고 10가지 웩슬러 지능검사와 그림그리기, 보이는 것 말하기, 개인적인 질문들에 대한 답변들을 토대로 만들어진 것이다. 사전 질문지는 2-3시간 정도, 평가자와 검사하는게 3시간 정도, 뇌파와 집중력 검사에 30분, 검사를 마치고 2주 후 결과를 듣는데 30분 정도 걸렸다.
내가 모르던 새로운 사실을 알게되었다는 느낌보다는, 내가 평균과 비교해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객관적으로 스스로를 바라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지능지수는 표준편차 15 기준으로 124(상위 5%)가 나왔다. 선생님이 지금까지 병원에서 본 검사 결과 중 가장 높은 수치라고 해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과제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건 암산을 해야하는 산수였고, 가장 낮은 것은 상식이었다.
분야별로 보면, 지각추론과 처리속도가 125로 상위 5%, 작업기억이 122로 상위 7%, 언어이해는 108로 상위 29%가 나왔다. 관심 있는 것들만 유의깊게 보고, 기억하는 편이라 남들은 다 아는 상식도 모르는 것들이 많다는걸 알았고, 딱히 또 고치고 싶은 생각도 없어서 놀라운 결과는 아니었다.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글이나 말로 설명하는 것이 늘 어렵게 느껴졌는데, 그래도 어쨌든 평균 이상이라니 다행이다.
그리고 작업 기억에 있어 어려운 것은 오히려 최우수로 잘하다가도, 오히려 즉각적/기계적 회상 과제 (비교적 단순한 과제) 에서는 상대적으로 저조한 편이었다. 수능 때도 가장 잘하던 수학에서 어려운 건 다 맞추고 앞장에서 제일 쉬운 문제를 하나 틀렸었는데, 다소 비효율적인 주의력 탓이었다니.
데칼코마니 그림을 보고, 떠오르는 것을 이야기하는 로샤 검사에서는 단순하게 보이는 사물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내 주관대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가끔 아주 쉽고 명확한 것들이 나에게는 보이지 않을 때가 있기도 하니까, 이것도 수긍이 갔다.
정서나 스트레스는 괜찮았고, 다만 일상에서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방식으로 사고하려는 경향이 있어서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으려 하고, 가끔은 스스로 힘든 부분도 잘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감정적인 동요를 의식적으로 피하려고 한다고도 했다.
종합적으로는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인지 기능 수준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효율적인 주의력으로, 뜻대로 잘 되지 않았을 때 좌절했을 것 같다. 하지만 성취에 대한 강한 동기, 자극을 추구하는 기질, 주도적인 면으로 약점을 보완하고 문제 해결 방법을 스스로 개발하고 적용하며 잘 대처해온 것 같다. 스스로에 대한 유능감도 많고 자기상도 긍정적이다. 성격적으로 수줍음이 많고 내성적이지만, 사회적 민감성과 연대감도 높아서 긍정적인 대인 관계를 쌓아온 것 같다. (내성적인 성격이지만 사람들 만나는거 좋아하는게 이제야 설명이 되었다!)
스스로 자신의 감정이나 마음에 대해 충분히 헤아려보고 이를 표현하며 적절히 해소해나갈 필요가 있다. 주의력 문제는 약물 치료를 고려해보라는 제언의 말로 마무리된 보고서.
추가적으로 (이전 결과를 믿을 수 없어서) 두 번째로 했던 뇌파와 CAT 검사 결과는 뇌파는 아직도 조용한 편이지만 그래도 그 전보다는 나아졌고, 주의력은 '오경보오류' 즉, 반응하지 말아야 할 중요하지 않은 자극에 반응하는 것이 여전히 문제였다.
TCI-RS 프로파일에서 타고나는 기질도 꽤 극단적인 편이고, 성격도 극단적인 편으로 나왔다. (높은 자극추구, 사회적 민감성, 자율성. 사회적 민감성과 연대감은 그나마 중간이었고, 위험회피는 극단적으로 낮게 나왔다.) 성격이 동글동글해서 누구와든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나에 대해 더 잘 알게되면서 사실 나와 잘 맞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극단적인 내 기질과 성격 탓이려나.
스스로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타인을 판단하고 평가하고 피드백을 주어야하는 아주 어려운 자리에서, '나는 쉬운데 왜 이걸 못해?' 라는 태도보다는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평균점에서 상대를 이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균에 비해 나는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기도, 스스로에 대해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 이번 종합검사.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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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하는 것은 인정하기
못하는 것들에 대해 스스로를 자책하며 살아왔다. 규칙적으로 일어나서, 규칙적인 아침 루틴을 가지고, 규칙적인 시간에 집을 나서고, 5분에서 10분 일찍 도착한다. 규칙적인 시간에 잠이 든다. 얼마나 쉬운 일인가!
하지만 우리에겐 아니다. 의지의 문제처럼 보이는 간단한 것들이, 나에게는 쉽지 않았다. 노력하고, 또 몇 번은 하더라도 다시 실패하는 레파토리를 수없이 겪으며 끊임없이 자책해왔다.
성공한 사람들은 새벽 다섯시에 일어난다던데. 매일 아침 운동을 한다던데. 목표를 세우면 꾸준히 한다던데. 깨닫고, 시도하고, 또 몇 번 하고, 실패하고, 또 시도하고, 자책하고, 까먹다가 또 상기시키고. 그러길 수십번.
ADHD를 인정해버리면서, 나의 그런 면모도 인정해버렸다. 매일 매일이 색다르고 새로운 지각 이유와 또 새로운 문제와 역경으로 가득한 하루를. 사실 규칙적인게 뭐 그렇게까지 중요한가! 내 의지와 다르게 작동하는 뇌를 이해해주기로 했다.
새벽 다섯시에 일어나진 못해도 생각이 많은 밤 시간을 즐기면 된다. 매일 똑같은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진 못하더라도, 그때그때 하고싶은 운동들을 하면 된다. 5분 10분 일찍 나가기는 커녕, 거의 모든 약속에 5분 10분씩 늦는 내가 싫지만 그리고 그렇게라도 안늦으려고 쓴 택시비가 아깝긴 하지만, 그래도 더 늦지 않는게 어디야. 그 신뢰는 다른 곳에서 만회하면 된다.
못하는 것은 인정해주자. 누구나 다 잘할 수는 없다. 그리고 ADHD 뇌는 잘하기 어려운 것들이 있기 마련이니까. 대신 나는 잘하는 것도 많다. 그거면 됐다. 충분히 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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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tend to be generous, funny and creative.
ADHD'ers are 300% more likely to start their own business. We not only think outside of the box, we're not often aware that there is a box.
ADHD brains are great at tackling tasks that are urgent, working with ideas that are new, wrestling with problems that are challenging, and dedicating themselves to projects that are of personal interes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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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re not weird. You are not stupid. You do not need to try harder. You are not a failed version of normal. And you are not alone.
그녀가 살면서 느껴온 것을 전하는 진심이 전해져 뭉클해진 영상. 내가 이상한게 아니다. 멍청한게 아니다. 더 노력할 필요 없다. 실패한 버전이 아니다. 그리고 혼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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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adhd - 진단
소심하고 조용한 아이였다. 선생님 말도 잘 듣고, 공부도 잘했다. 원하던 대학에 갔고, 성적도 괜찮았다. 취직도 금방했고, 일도 잘했다. 사업을 시작했고, 차근차근 성장하는 중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괜찮은 인생을 살았던 것 같다.
머릿속은 항상 복잡했다. 생각이 많았다. 4차원이라던가 특이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잠에 들기 어려운 밤이 많았고, 그래서 늘 아침에 눈뜨기가 어려웠다. 하고 싶은게 늘 많았는데, 크게 느껴질수록 시작이 쉽지 않았다. 시작했다고해서 지속하기가 쉽지 않았다. 시간에 대한 현실 감각이 떨어졌다. 늘 더 짧은 시간에 더 많은 걸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준비하고 나가는 길은 늘 허둥지둥, 늦을까봐 뛰어다니고, 5분 10분은 항상 지각했다. 계획세우는 것을 좋아했지만, 실상으로는 생각이 나는 것들을 하며 살아왔다. 루틴이라는게 없었다. 부딪히고 잃어버리고 문제가 우당탕탕하는 바람 잘날 없는 하루하루를 살아왔다.
그냥 그게 나라고 생각했다.
성인 adhd에 대해 처음 알게된 것은 오래 우울증을 앓던 친구를 통해서였다. adhd를 진단받고, 약을 처방받은 후 인생이 달라진 친구였다. 그 친구가 나를 의심했다. 병원에 가봐. 무슨 소리야. 하고 넘겼다.
두 번째는 성인adhd에 대한 책을 읽었을 때였다. 하하 재밌네.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었지만 남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다시 만난 친구는 동생도 adhd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 다시 한 번 권유했다. 책을 두 번 읽었고, 혹시 나도? 하는 생각을 처음 하게됐다. 병원에 가기까지는 1년 반이 걸렸다. adhd에 대한 의심도 있었지만 공황이나 경미한 우울을 겪었던 터라 무섭게만 느껴지는 정신과를 한 번 가보고 싶었다.
나의 이야기를 듣고 선생님은 주의력 저하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adhd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그래도 확실히 아닌거라고 진단을 받고 싶어서 뇌파검사와 CAT라고 불리는 ���의력검사를 했다.
전형적인 adhd의 결과가 나왔다. 만 28세, 한국 나이로는 서른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었다. 혼란스러웠다. 과중한 업무를 마치고 간 피곤한 저녁이었기에 나의 컨디션이 안좋았던거야. 내가 틀린건 실수일 뿐이야. 믿을 수 없는 결과에 밤 열한시까지 선생님과 긴 대화를 나눴고, 아무튼. 약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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