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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celona day 9 (2018.11.27)
오후 1시 반 비행기임에도 불구하고 설레어 6시에 일어났다. 일찍 씻고 나갈 준비를 하고 남은 흑자두를 아침으로 먹었다. 창원에서 오신 아주머니 분들께 인사를 하고 9시에 숙소 체크아웃을 했다. T10을 마지막으로 사용하고 남은 돈을 탈탈털어 까탈루냐 광장에서 AEROBUS를 갈아탔다. 이번에는 백팩도 자물쇠로 걸어잠그고 앞으로 매기까지 했다. 가는 길까지 긴장의 끈을 놓치 않았다. 버스를 타고 30분 정도 갔다. 마지막 바르셀로나 거리를 감상하며 가고 싶었는데 잠이 쏟아졌다. 그치만 잠들 틈도 없이 공항 터미널1에 다다랐다. 체크인 전에 택스리펀을 받기 위해 세관으로 가 도장을 받았다. 택스리펀은 처음하는거라 어떤 걸 도장을 받아야하는지 도장을 받아서 어떻게 보내야하는지 몰라 한참을 헤맸다. 간신히 다 마무리하여 봉투에 넣어 붙이려고 하는데 봉투를 봉할 수가 없어 우선 체크인하고 출발선에서 찾기로 했다. 입국심사는 없었는데 출국심사는 있었다. 일처리가 느려 대기���에 꽤나 오래 기다렸다. 무사히 출국심사 도장을 받고 택스리펀을 메일로 보내고 호안미로 살라 라운지로 갔다. 이번 여행에서 간 라운지 중 제일 좋았다. 아침메뉴도 생각보다 푸짐하고 다양했다. 샌드위치를 두 번이나 만들어먹었다. 12시가 넘으니 점심 메뉴로 변경되었는데 늦게 알아 더 먹지는 못했다. 이렇게 매일 매일 즐겁게 빵을 먹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물론 한국 음식이 굉장히 생각났지만 여기 음식을 적응하지 못해 못 먹지는 않았으니 나름 선방한거다. 그렇게 시간이 되어 모스코바로 경유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이제 한 번의 긴 비행만 마치면 드디어 한국에 발을 디디게 된다. 지금 돌이켜보면 전부 꿈같다고 느껴진다. 내가 몸소 경험했던 것들이 마치 신기루같다. 사진을 보아도 이랬었지 싶다. 모두들 돌아오면 현실에 적응하는데 오래 걸릴거라고 한다. 그것조차 달갑게 맞을 준비가 되어있다. 여행 내내 사랑하는 내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한국이 그리웠다. 돌아가면 가끔 이 곳에서의 일상이 생각날 것이다. 그 감정들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 약 두 달간 꽉꽉 채운 유럽에서의 추억을 앞으로의 일상에 녹여내고 싶다. 음식 하나를 먹을 때도 그 곳에서의 맛과 비교하면서 먹을 수도 있고, 미술관에 갈 때도, 공간을 볼 때도 좀 더 넓은 폭으로 바라보고 싶다. 이번 여행을 계획할 때 하고 싶었던 일들이 있었다. 나라마다 친구들을 사귀고 싶었고,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어떤 것일지 명확하게 찾아서 돌아가고 싶었다. 막상 오니 새로운 사람들과 이야기할 여유가 없었고 미래를 생각하기에 당장에 보는 것들이 넘쳐났다. 그래도 기대한 방식은 아니지만 나의 여행을 함께 해주며 이야기를 나누며 전보다 조금 더 가까워진 사람들이 생겼다. 앞으로 무엇을 할지 모르지만 많은 이야기거리를 담았다. 여행에서 무언가를 찾기보단 여행으로 무언가를 찾을 수 있는 소스를 많이 얻은 것 같다. 여행을 오지 않았더라면 여전히 나는 경계없이 펼쳐진 갖은 정보에 모호하고 성급한 관심만 가졌을 것이다. 직접 경험함으로써 나는 그 중 무엇을 더 좋아하는지 무엇이 나와 맞지 않은지 알게 되었다. 계획 했던 것들을 모두 이루진 못했지만 자연스럽게 일어난 모든 일들을 기쁘게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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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celona day 8 (2018.11.26)
어제 밤에 라라랜드를 보다가 잠이 들었다. 다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잊고있던 내용도 많았다. 오늘은 일정이 딱히 없어 푹 자다가 9시 반에 일어났다. 밖을 보니 비가 오고 있었다. 아침으로 카레랑 햇반을 먹었다. 어제 부산 아주머니가 주시고 간 깻잎이랑 올리브와 맛있게 먹었다. 날씨도 흐리고 딱히 일정이 없어 1시까지 테이블에 앉아 노트북을 하며 놀았다. 잠시 한국인 아주머니 두 분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비가 그치고 해가 떴다. 옷 입기도 귀찮아서 잠옷에 바지만 갈아입고 모자를 쓰고 나갔다. t10 교통권에 총 세 번이 남아 오늘은 편하게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다. parallel역에 내려 quimet&quimet으로 걸어갔다. 바형태로 된 좁은 가게라고 해서 사람이 많을까 했더니 다행히 식사 시간이 아니라 바로 테이블을 잡아 먹을 수 있었다. 미리 기록해 두었든 baby squid & onion과 salmon, yogurt & truffle honey 타파스 두 조각과 까바와인을 주문했다. 오징어어니언 타파스는 내가 생각한 모습이 아니였다. 조금 비리긴 했지만 그래도 먹을 만 해 다 먹고 사람들이 추천하는 연어 타파스를 먹었다. 트러플 향이 나는 꿀과 연어의 궁합이 좋았다. 맛있긴 했지만 예상 가능한 맛이었다. 거기서 멈췄어야 하는데 이 놈의 식욕을 못 이겨 한 조각을 더 주문했다. 또 배부른 식사를 마치고 보까레이 마켓에 갔다. 식료품을 파는 시장으로 식사 시간이 아님에도 많은 사람이 있었다. 각종 과일들과 해산물, 하몽이 주로 판매되고 있었다. 맛있어보이던 흑자두와 작은 무화과를 사고 지중해 허브가 섞인 허브와 샤프란을 구매했다. 올리브 오일과 트러플 허니도 구매하고 싶었는데 무게 때문에 마음을 접었다. 시장을 빠져나와 고딕지구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해가 뜬 김에 Ciutadella 공원에 가 산책을 했다. 바르셀로니타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이 곳은 동물원도 있고 분수도 있는 생각보다 큰 규모의 공원이었다. 날씨 때문에 생략할 까 했던 곳 이었는데 오길 너무 잘했다. 천천히 걸어 반 바퀴를 돌고 햇살이 좋아 잠시 나무에 기대 잔디 밭에 앉아 있었다. 그런데 좀 전에 잠시 마주 친 인도 남자가 다가와 계속 말을 걸었다. 직접적으로 혼자 있고 싶다고 했는데도 계속 말을 걸었다. 휴.. 나의 좋았던 무드를 망쳤다. 조금 더 걸어 한 바퀴를 돌고 난 후 호프만 베이커리로 가 저녁으로 먹을 마스카포네 크로와상을 또 샀다. 이번 여행에서 이 베이커리 크로와상만 5개를 먹었다. 그 정도로 너무너무 맛있다. 까탈루냐 광장쪽으로 걸어가 oysho에 들려 귀여운 잠옷 바지를 동희 선물로 구매했다. 사실 다른 사람들 선물을 구매하지 않은 게 마음에 걸리긴 한다. 그치만 이렇게 긴 여행에 짐 때문에 너무 고생했어서 선물을 구매하기엔 여유가 없었다. 돌아가서 사람들에게 여행에서 찍은 사진을 인쇄해 선물로 주려고 한다. 나의 마음을 알아주기를! 숙소로 돌아와 짐을 정리했다. 여행의 마지막이니 버릴 수 있는 것들은 버리고 내일 아침에 지체하지 않기 위해 완벽하게 kg도 맞추어 짐을 싸 두었다. 그러고 나니 마음이 얼마나 편한지! 걱정없이 마지막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내일 오후 1시 30분 비행기로 서울로 가는 머나먼 비행을 떠난다. 올 때 느꼈던 16시간과 돌아갈 때 16시간은 같은 시간임에도 큰 차이를 느낀다. 16시간만 참으면 집에 도착한다라는 마음으로 긴 시간도 맞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마지막까지 긴장 늦추지 않고 서울까지 무사히 도착하기를! 잠자리에 들기 전 메모장과 일기장을 정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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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celona day 6 (2018.11.25)
구엘 공원에 일출을 보러 가기 위해 6시에 일어났다. 해 뜨는 시간이 아이폰 기준 7시 50분이라고해 서두를 건 없었는데 그래도 혹시나 일찍 뜰 수도 있으니 서둘러 채비했다. 공원에 갔다가 다시 숙소로 돌아올 예정이라 세수만 하고 나갔다. 버스 시간을 확인해보니 7시가 첫 차였다. 가기 전에 시간이 있어 밥을 먹고 나가려고 했는데 키친이 8시 오픈이라는 걸 깜박했다. 배가 고파 버스를 기다리면서 근처 슈퍼에서 바나나, 사과를 구매했다. 예정된 시간대로 버스는 왔다. 원래 24번 버스를 타야되는데 첫차 시간이 30분이라 17번을 탔다. 입구에 내려주는 것도 아니고 구비구비 돌아가 애매한 위치에 내려주는 것 같아 반대편 입구와 가까워보이는 정류장에 내렸다. 13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된다고 했는데.. 깜박한게 구엘 공원은 언덕 높이 있다는거였다. 입구로 가는 길이 전부 오르막길이었다. 아침부터 본의아닌 걷기 운동을 했다. 올라가는 길에 바다 쪽으로 하늘이 서서히 밝아져 마음이 조급해졌다. 언덕길임에도 불구하고 뛰어올라갔다. 구엘공원에 들어가 길을 돌아 긴 벤치가 있는 곳으로 갔다. 길고 큰 뭉게구름이 수평선에 걸려 있었다. 해가 뜨는 걸 볼 수 있을까 반심반의로 기다렸다. 서서히 밝아지는 공원을 보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마침내 붉고 뜨거운 태양이 떠올랐다. 구름을 뚫고 올라오는 태양의 모습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사진으로 찍어도 그 모습이 담기지 않았다.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고 있으니 1월 1일 강릉에서 일출을 봤던 게 생각이 났다. 그 때도 떠오르는 해를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살면서 처음으로 일출을 보기 위해 먼 곳을 떠났던 날이었다. 서른을 맞이하기도 했고 앞으로의 삶에 대한 귀감이 필요했던 것 같다. 오늘 바르셀로나의 구엘공원에서 첫 일출을 봤다. 예전에는 일출을 보러간다는 거에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나의 삶에 대한 한 순간 순간을 더 예전보다 값지게 여기게 되며 바뀌게 된 것 같다. 오늘 이 해는 나에게 어떤 작은 변화를 가져다줄까. 조금 더 머무르니 위에 미리 떠있는 구름사이로 해가 쏙 들어가며 아침이 밝았다. 공원에 온 김에 처음 온 날 둘러보지 못했던 곳까지 전체를 다 돌며 산책했다. 구엘의 친구 변호사가 입주 했었다는 집도 들려보았다. 예정대로라면 60채의 가구가 들어오는 거였는데 만약 입주가 성공했다면 지금 이 모습은 볼 수 없었겠지. 한 바퀴를 다 돌고 24번 버스를 타고 숙소로 다시 돌아왔다. 바르셀로나는 일요일에 거의 모든 상점이 문을 닫는다. 그래서 오늘은 일정을 빡빡하게 잡지 않고 느긋히 숙소에서 쉬다가 나가려고 했다. 돌아와 숙소 조식을 먹었다. 빵 위에 하몽과 치즈를 잔뜩 얹어 샌드위치를 두 번이나 만들어먹었다. 먹으며 옆에 있는 한국 아주머니와 이야기를 나눴다. 부산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인데 안식년으로 이번에 여행을 올 수 있다고 했다. 어른 혼자서 여행하시는 모습은 처음봐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여행 중에 강아지가 너무 보고 싶어 비행기를 변경하여 이틀 앞당겨 돌아가신다고 하셨다. 그 마음이 너무 이해가 됐다. 나도 이제 이틀만 참으면 고요를 본다. 배가 터지도록 조식을 잔뜩 먹고 침대에 누워 쉬다가 12시가 넘어 나갈 채비를 했다. 바다를 한번 더 보러 포트벨역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그런데 가는 도중에 스페인어로 방송을 하더니 사람들이 다음 정류장에서 다 내렸다.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더니 앞에 행사가 있어서인지 더 못간다고 했다. 걸어가기엔 조금 먼 것 같아 지하철로 갈아타 바르셀로니타역에서 내렸다. 도착해보니 하늘이 조금 흐렸지만 평화로운 바닷가의 모습이었다. 사진에서 봤던 것처럼 요트들이 뺴곡하게 있었다. 근처에 젤라또집에서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사서 먹으며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조금 있으니 먹구름이 걷히며 맑은 하늘이 보였다. 포트벨 반대편까지 걸어갔다. 요트들이 지나다닐 수 있도록 움직이는 다리도 있었다. 부둣가에 걸터앉아 잠시 뜨거운 햇살을 즐겼다. 바닷물이 잔잔하게 일렁이는 걸 보고 있으니 세상 여유롭다. 마지막이라 누릴 수 있는 여유라 더 마음 편하게 즐겼다. 조금 있다 길을 따라 올라가 라보케리아 ���켓을 갔다. 도착했더니 문이 닫아있었다. 여기도 일요인엔 쉬나보다. 하는 수 없이 발걸음을 돌려 토스카로 갔다. 사실 아침을 너무 많이 먹은 탓인지 배가 고프지도 않았지만 샹그리아가 마시고 싶어 화이트 샹그리아와 맛있다는 미트볼을 하나 주문했다. 생각보다 양도 많이 줬다. 걸쭉한 마요소스와 미트볼은 샹그리아와 잘 어울렸다. 먹다보니 샹그리아 도수가 센지 얼굴이 엄청 빨게 지는 걸 느꼈다. 그래도 너무 맛있어서 한 잔 더 주문할까 생각도 했다. 그러기엔 배가 너무 불러 주문한 음식만 깨끗히 다 먹고 나왔다. 다음 목적지인 바르셀로나 디자인 뮤지엄까지 걸어갔다. 술이 취해서인지 빨리 걸을 수가 없어 엄청 천천히 걸었다. 그렇게 도착한 디자인 뮤지엄은 대형 총알처럼 생긴 건물 옆에 위치해 있었다. 일요일 3시 이후에는 무료 입장이라 시간에 맞춰 갔다. 뮤지엄은 총 5층으로 이루어져있었고 전시층은 3층이었다. 1층은 오브제 디자인에 대해 2층은 고대 장식 디자인 3층은 의복디자인 4층은 페이퍼 그래픽 디자인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위치에 먼 만큼 무료입장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별로 없었다. 여태 많은 디자인 뮤지엄을 갔지만 거의 독일, 북유럽 위주의 디자인이었는데 스페인 디자인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옅볼 수 있었다. 전시를 다 보고 나오니 어둑어둑해지고 기온도 뚝 떨어져있었다. 대각선으로 쭉 뻗어있는 diagonal거리를 따라 숙소로 돌아왔다. 바르셀로나는 인도 길이 총 세개 또는 네개이다. 도로 한 가운데 사람들이 걸을 수 있는 산책로가 차도만한 크기고 마련되어있다. 계획 도시인만큼 공원과 산책로가 갖추어져있다. 돌아가면 다른 것보다 이런게 많이 그리울 것 같다. 언제든 앉아서 쉴 수 있게 마련되어 있는 벤치들과 작은 공원들. 숙소에 도착하니 6시 반쯤 되었다. 조금 쉬다가 저녁으로 라면을 먹었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아침에 대화를 나누었던 부산 아주머니가 짧은 메모와 함께 한국 음식 몇 가지를 나누어주시고 가셨다. 메모지를 보고 미소가 지어졌다. 다시 볼 수 없을 인연이지만 그 짧은 대화가 준 소소한 감동이 마음을 적셨다. 이제 바르셀로나에서의 일정은 내일 하루 남았다. 2밤만 자면 한국행 비행기를 탄다. 바르셀로나만의 일정이 아닌 길고 길었던 두달 간의 일정을 마무리 짓는거다. 아쉬운 것도 없이 마음 툴툴 털고 돌아갈 준비가 되었다. 내 능력 안에서 즐길 수 있을 만큼 즐겼다. 아쉽기보단 한국에 돌아갔을 때 당연했던 이 곳의 일상들이 그리워지는 날이 올거다. 그치만 그 그리움도 달갑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흘러 들어올 자연스러운 기분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 그럴 수 있도록 남은 날을 잘 마무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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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celona day 5 (2018.11.24)
어제 알리샤를 만난 감동이 쉽게 가시지 않아 늦게 잠들었는데 기분이 좋아서인지 여기서 머문 날 중 제일 푹 잘 잔것 같다. 8시 쯤 일어나 나갈 준비를 했다. 어제 샀던 hofmann 크로와상과 오틀리 밀크를 마시고 숙소를 나섰다. 어제 같은 정도의 온도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쌀쌀했다. 옷을 얇게 입고 나갔다가 추워서 다시 돌아왔다. 근처에 brunch & cake에서 스크램블에그와 베이글 플레이트, 라떼 한잔을 주문했다. 커피 가격이 1.7유로로 굉장히 저렴한 편이었다. 견과류가 빼곡히 박힌 베이글은 정말 맛있었다. 테라스에 앉아 햇빛을 받으며 먹는데 기분이 좋았다. 식사를 하면서 어제의 감동에 대해 지연언니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너무 좋은 걸 봤어도 이 작가에 대해, 그리고 내 경험에 대해 지대한 관심이 없으면 사실 이야기해도 무의미하다. 이런 걸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게 정말 감사했다. 식사를 마치고 천천히 걸어 에스파냐 광장 쪽으로 다시 걸어갔다. 뜨겁게 내리쬐는 햇빛 덕분에 쌀쌀한 공기를 참을 수 있었다. 까딸루냐 미술관 바로 옆에 미드반데어로에의 파빌리온이 있었다. 거대한 미술관의 규모에 비해 굉장히 작게 느껴졌다. 이 공간은 1920년대에 바르셀로나 박람회에서 독일관으로 건설했던 건물이었는데 반응이 좋아 후에 같은 방식으로 다시 재건축한거라고 들었다. 도착한 곳에는 생각보다 사람이 너무 많았다. 건축관련 학과에서 견학을 온건지 모두 바닥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건물을 걸으며 구조를 파악하고 있었다. 그 덕분에 나도 원하는 사진들을 찍으려 안간힘을 써야했다. 건물 전체를 몇 바퀴 이상 돌았다. 미스반데어로에의 평면적이고 수평적인 구조가 참 마음에 든다. 르꼬르뷔지에의 건물들과 유사한 듯 하지만 더 단순하고 단조롭다. 그치만 그 사이에 오는 평온함이 있다. 둘러보고 나오니 까탈루냐 미술관 앞 몬주익 분수가 눈에 띄었다. 저번에 왔을 땐 작동하지 않았는데 주말이여서 그런지 미술관 앞쪽까지 화려하게 물을 뿜고 있었다. 잠시 미술관 쪽으로 올라가 풍경을 구경했다. 이 순간 이렇게 당연하게 보고있는 유럽의 일상도 이제 3일 뒤면 끝난다는게 실감났다. 남은 시간 더 많이 걸어다녀야지. 처음 가는 길로 해서 점심으로 팬케이크를 먹으러 La Desayunería로 갔다. 도착한 곳은 정말 맛집 분위기의 아기자기한 옛날 카페였다. 고민하다가 친절한 안내 덕에 들어갔고 메누델디아를 먹으려다 달달한 팬케이크가 먹고 싶어 스태프에게 추천받아 커피와 함께 주문했다. 저렴한 가격에 굉장히 두껍고 양이 많았다. 팬케이크 사이사이 시럽과 크림이 발라져있고 위에는 카라멜라이즈된 설탕 가루같은게 뿌려져있었다. 다행히 와이파이가 빵빵 터져 천천히 먹으면서 쉬었다. 커피와 함께 다 마시고 나니 배가 엄청 불렀다. 오늘 시립미술관이 4시 이후부터 무료입장이 가능했다. 벙커에 갔다가 갈 예정인데 그럼 해가 질 것 같아 해가 지기 전 모습을 보기위해 시립 미술관으로 걸어갔다. 걸어가는 좁은 골목길이 너무 예뻤다. 도착한 곳은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남자들로 가득했다. 얼마나 많던지 보드 소리 밖에 안들렸다. 쨍하게 내리쬐는 햇살과 서로 섞이면서 갖은 묘기를 부리는 모습이.. 너무 멋졌다. 여태 본 유럽의 모습 중 가장 힙한 모습이였다. 베를린의 힙이 여기로 이동 된 듯. 골목을 돌아나가니 더 많은 보더들이 있었다. 한창 구경하다가 벙커로 가는 17번 버스를 타러 갔다. 토요일 오후라 그런지 까탈루냐 광장 쪽은 평소보다 더 붐볐다. 가방을 조심하며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버스를 올라타니 다 벙커를 가는 듯한 사람들이 가득했다. 숙소를 지나 한창을 구비구비 언덕까지 올라가니 마지막 종창역인 벙커에 도착했다. 5분 정도 길을 따라 걸어올라 가야했다. 왼쪽으로 보이는 나무들과 멀리 펼쳐진 바르셀로나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바르셀로나의 동쪽에 위치한 몬주익 전망대에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조금 걸어 올라가니 벙커 모습이 보였다. 사람이 얼마 없어 보였는데 정상에 다다르니 이미 엄청 많은 사람들이 앉아서 풍경을 즐기고 있었다. 한국사람이 분명 많다고 했는데 그 많은 사람들 중 동양인은 나 뿐이었다. 덕분에 더 낯선이가 된 느낌으로 즐길 수 있었다. 다행히 맥주를 파는 상인이 있어 2유로에 맥주를 구매해 절벽에 걸터앉아 풍경을 바라보며 마셨다. 음악을 들으며 햇빛을 받으며 넋 놓고 앉아 있으니 세상 평온했다. 담배 연기 때문에 자리를 오른쪽으로 옮겨 앉았는데 조금 낮은 곳에 자리 잡은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 좋은 곳이었다. 사진을 찍는 사람, 책을 읽는 사람, 휴대폰을 하는 사람, 술을 마시는 사람, 누워서 자는 사람 등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고 각자 자기의 시간을 즐기는 것 같았다. 나만 이 모습을 관람하러 온 관광객 같다고 해야하나. 갑자기 그 외국인들 사이에서 그들과 동떨어진 외딴 섬에 있는 듯한 거리감이 느껴졌다. 해가 더 떨어지기 전에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걸어 내려왔다. 마침 버스가 대기하고 있어 오래 기다리지 않고 바로 내려갈 수 있었다. 술을 마셔서 인지 내려가는 내내 졸려서 완전 꾸벅꾸벅 졸았다. 눈을 뜨니 까딸루냐 광장을 지나고 있어 서둘러 내렸다. 잠시 졸았더니 피곤해져 그냥 숙소로 갈까 하다가 억지로 일정을 따랐다. 해가 지기 시작한 시간까지도 미술관 앞엔 보더들로 가득했다. 템포러리 전시와 컬렉션 전시가 2,3층에서 열리고 있었다. 무료관람인만큼 부담없이 즐길 수 있었다. 1층에서는 저녁에 있을 행사를 준비하는 것 같았다. 구조적인 건물 구조가 돋보였는데 아메리카 베이스인 Richard Meier가 설계했다고 했다. 관람을 마치고 동팡에서 햇반과 간된장비빔밥을 구매한 후 숙소로 돌아왔다. 조금 지쳐서인지 걸어 올라오는 길이 멀게 느껴졌다. 숙소에 도착해 식사준비를 하러 부엌에 갔는데 한국인 아주머니 두분이 계셨다. 밥도 같이 먹자며 앉으라고 권하셔서 이것저것 많이 얻어먹었다. 엄마보다는 나이가 더 적은 것 같았지만 이렇게 여행을 즐기시고 현지 음식들을 자연스럽게 드시는 걸 보니 보기 좋았다. 우리 엄마도 이런 여행의 기쁨을 안다면 좋을텐데 싶으며 엄마 생각�� 났다. 식사를 마치고 씻고 이것저것 정리하니 벌써 11시가 되었다. 오늘은 생각보다 시간이 엄청 빨리 갔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새로 대화를 섞게 된 사람이 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해 같은 여행지를 생각하는 공통점과 취향 등으로 인해 여행 내내 대화를 이어가는 중이다. 이성이라 폭을 좁혀나가기 조심스럽긴 하지만 좋은 관계로 계속 유지가 잘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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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celona day 4 (2018.11.23)
어제 2시가 넘어 겨우 잠들었는데 오늘도 알람보다 먼저 일어났다. 침구가 불편한건지 그만큼 피곤하지 않은건지 바르셀로나에 도착해선 잠을 깊게 못 자겠다. 원래 10시쯤 천천히 나가려고 했는데 다 준비하고나니 9시쯤 되었다.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오고 흐리기도 하고 블랙 프라이데이라 모든 가게들이 20%이상 할인을 한다. 대폭 할인은 아니지만 봐두었던 것들을 구매하면 좋을 것 같아 고딕지구에서 시간을 보낸 후 까탈루냐 광장쪽으로 쭉 올라오기로 계획했다. 첫 번째 목적지로 보른 지구 위쪽에 위치한 Nømad Coffee Lab & Shop에 갔다. 좁은 골목 사이에 작은 정원과 함께 자리잡고 있었다. 카페는 생각한 것보다 작은 규모로 잠시 앉아 커피를 마시며 쉬고 가거나 테이크아웃 위주로 운영하는 것 같았다. 플랫화이트 한 잔을 주문했다. 티셔츠나 가방, 원두 등도 구매가능했다. 고소한 맛이 강한 커피였다. 아침을 안 먹고 먹어서인지 더 맛이 강하게 느껴졌다. 와이파이가 없어 오래 앉아있지는 못하고 고딕지구에 있는 타파스집이 문이 여는 시간에 맞춰나갔다. 걸어 도착한 Golfo de Bizkaia는 10시에 오픈한다고 했는데 문이 닫혀있었다. 안에 불빛이 있는 것 같아 물어보니 1시에 오라고 한다. 오픈시간이 들쭉날쭉하다는 하다는 시간을 들었지만 막상 당하니 당황스러웠다. 근처에 츄러스 맛집에 들려 찍어먹을 수 있는 초콜릿과 츄러스 한 봉지를 3.2유로에 구매했다. 츄러스는 맛있었지만 초콜릿은 역시나 내 취향이 아니었다. 다음에 한 번 더 먹을 수 있다면 츄러스만 먹어야지. 아침 일찍 가서 기다리지 않고 바로 구매해 먹을 수 있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근처에 오픈한 가게도 없어서 어디갈지 고민하다 결국 근처에 있는 Satan's Coffee Corner으로 갔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앉아서 일기를 쓰는 등 시간을 떼웠다. 여기도 와이파이가 없었다. 계획에서도 저녁까지 이 카페에서 시간을 떼우려 했는데.. 트립어드바이저로 근처에 다른 타파스 맛집들을 검색해 봤는데 딱히 땡기는 곳도 없고 제대로 메뉴 모르고 갔다가 15유로 이상 쓰느니 기다렸다가 저녁에 먹기로 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걸어 올라가는 길에 오이쇼와 코스에 들려 속옷 한 세트와 카드 포켓 네크레스를 구매했다. 스페인은 최소금액 제한 없이 택스프리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까딸루냐 광장을 지날 때 동팡이라는 아시안마켓에 들려 신라면과 너구리를 구매했다. 숙소로 돌아와 점심으로 신라면에 계란을 넣어 끓였는데 너무 맛있게 끓여졌다. 호로록호로록 10분만에 다 먹어버린 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 노트북으로 이것 저것 정리하고 놀며 시간을 보냈다. 동희가 알려줬는데 보헤미안랩소디 영화가 한참 한국에서 난리라고 했다. 커뮤니티에 검색해보니 아예 좌탠딩이라며 영화관에서 콘서트처럼 즐긴다고 했다. 숙소 근처에 영화관을 검색해보니 가까운 곳에 두 군데가 있었고 가격도 8~8.5유로로 괜찮은 편이었다. 저녁 일정을 마치고 시간이 맞으면 보기로 계획했다. 4시쯤 숙소를 다시 나와 이른 저녁을 먹기 위해 고딕지구까지 다시 걸어갔다. 몇 번 걷다보니 길이 익숙해져 Golfo de Bizkaia까지 지도없이 걸어갔다. 다행히 오픈해있었고 타파스 3개와 까바와인을 주문했다. 타파스는 개당 2.10유로로 굉장히 저렴했다. 연어, 하몽, 게살이 올라간 타파스를 먹었는데 모두 무난하게 맛있었다. 맛있어서 게살로 하나 더 주문해서 먹었다. 확실히 저렴하긴 하지만 배가 차는 양은 아니다. 후식으로 가이드님이 추천해준 젤라또집을 갔는데 여기도 운영시간인데 문이 안 열려있다. 며칠 전 맛있게 먹었던 호프만 베이커리 치즈 크로와상을 먹기로 하고 가는 길에 고딕지구를 천천히 구경했다. 사탄 카페를 지나가는 길에 차 용품을 파는 곳에서 기타 연주를 하고 있길래 쳐다봤더니 갑자기 들어오라는 손짓을 했다. 영문도 모르고 일단 들어갔는데 굉장히 신비로운 사운드의 뮤직 퍼포먼스를 준비하는 것 같았다. 안 쪽 공간을 보니 차를 따로 내려 마시는 공간인 듯 보였다. 무슨 공간이냐고 물어보니 지금 연주하는 건 오늘 저녁에 있을 티 세레모니를 준비하는 거라고 했다. 공연과 함께 차를 마시는 시간을 가진다고 했다. 참가비용도 25유로로 합리적이었는데 alicja kwade전시 오프닝 시간과 겹쳐 아쉽게도 못 갈 것 같았다. 나중에 찾아보니 내일 오후에도 있어서 일정이 맞으면 들려야겠다. 비가 그치고 해가 지면서 좁은 골목사이 맑은 분홍빛 하늘이 잠시 보였다. 어둑어둑해진 골목을 따라 걷다보니 가로등 불이 들어왔다. 며칠 지내다보니 소매치기에 대한 두려움도 서서히 없어졌다. 물론 조심은 하지만 그렇게 항상 경계만 하고 있을 정도로 위험한 건 아니라는 걸 느꼈다. 고딕지구에서 왼쪽으로 가니 아기자기한 작은 가게들이 모여있었다. 미리 찾아두었던 ivori와 clay 외에도 재밌고 좋은 가게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우연히 원석과 주얼리, 인센스 스틱 등을 파는 gruta barcelona라는 가게를 발견했는데 smudge sticks를 저렴한 가격에 팔아 하나 구매했다. 골목을 빠져나와 hofmann 베이커리에서 마스카포네 치즈 크로와상과 플레인 크로와상을 구매했다. 처음 먹은 것보다 좀 더 텍스쳐가 살아있었다. 너무너무 맛있어. 손으로 뜯어 오물오물 먹으며 blueproject foundation으로 걸어갔다. 걸어가는 길에 고양이 카페같은 곳을 봤는데 너무 너무 귀여웠다. 고양이들을 볼 때 마다 고요가 얼른 보고싶다. 7시 조금 전에 blueproject foundation에 도착했다. alicja kwade의 전시가 마침 바르셀로나의 이 곳에서 열린다고 했다. 오프닝 시간에 맞춰 오면 혹시나 알리샤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조금은 기대하고 왔는데 진짜 그녀가 있었다! 오픈 시간이 다가오니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모여들었다. 7시가 되니 전시장이 오픈되었다.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인 거울과 유리를 이용한 작품과 시간을 표현한 사운드 설치물을 볼 수 있었다. 알리샤의 남자친구로 보이는 사람과 지인들도 몇몇왔다. 멀찍이서 바라보다가 다가가 인사를 하고 유럽에서의 작품들을 봤다고 이야기했다. 내 이름을 물어봐줬고 상냥하게 몇 마디 말도 걸어주었다. 사실 하고 싶은 말이 더 많았는데 너무 떨려서 제대로 말도 못 했다. 같이 사진을 찍을 수 있냐고 물어보니 흔쾌히 승낙했고 남자친구 분이 찍어주셨다. 그런데 남자친구분이 키가 너무 커서 대두컷으로 찍어줬다. 소장용으로 간직해야지. 좀 더 서성거리며 전시를 구경하다가 아쉽지만 발걸음을 뒤로 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니 지인들만 남아 떠나야할 것 같았다. 영화 상영시간보다 여유있게 끝나 17번 버스를 타러 고딕지구를 다시 빠져나갔다. 걸어가는 내내 계속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가며 웃음이 나왔다. 누군가를 만나기를 기대하고 설레이는 감정으로 만나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글자 그대로 순수하게 설레였다. 이번 여행을 통해 알게된 작가를 이번 여행 안에 그것도 마지막 여행지에서 만나게 되다니... 이건 정말 선물 같았다. 미리 검색해두었던 영화관에 도착했다. 시간에 맞춰 도착했고 근처에서 맥주도 사고 같이 먹을 과자도 샀는데 티켓을 구매하려고 물어보니 스페인어 더빙이라고 했다. 이럴수가... 다급히 근처 영화관을 검색했더니 다행히 몇 블럭 떨어진 곳에 있었다. 8시 10시 30분 영화과 있었는데 막 8시가 지나고 있어 10시 30분 영화를 봐야할 것 같았다. 오리지날 보이스인지 확인하려고 영화관에 들렸다. 물어보니 맞다고 했고 8시 티켓을 끊을 수 있다고 했다. 10시 30분까지는 기다리기 어려울 것 같아 이미 시작했어도 발권하고 들어갔다. 한국 영화관들과는 달리 좌석이 평평하게 놓여있었고 스크린을 올려다보는 구조였다. 이미 놓친 부분은 아쉽긴하지만 퀸의 음악이 주된 내용이라 도중에 들어가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 지장은 없었다. 영화는 갈수록 고조되어 가만히 앉아서 볼 수 없을 정도로 흥분됐다. 왜 한국에서 그렇게 다같이 콘서트처럼 보는지 대번 이해가 됐다. 영화 한 편을 다 보니 눈 앞에서 콘서트를 본 것 같았다. 영화관을 빠져 나오니 이미 10시가 넘어 깜깜해졌지만 크리스마스 장식 불빛들로 거리는 밝았다. 블랙 프라이데이여서인지 사람들도 많았다. 장식등이 늘어진 길을 따라 걸으면서 다른 사람들이 ��랬다는 것처럼 퀸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숙소로 돌아갔다. 아 오늘 하루는 정말 잊지 못할 하루다. 코펜하겐에서의 두 번째 날처럼 너무 행복해서 마치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았다. 바르셀로나에서 여행을 마무리 하기로 한게 여러모로 현명한 선택이었음을 체감한다. 도착한 날에는 안 좋은 일을 겪긴 했지만 나의 부주의도 있었으니 감내해야한다. 그 뒤에 겪은 모든 일들은 다 지난 여행의 바쁜 일정들에 대한 선물 같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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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celona day 3 (2018.11.22)
추워서인지 푹 못 자고 밤새 뒤척였다. 조금 늦게 까지 자려고 했는데 5시에 깼다가 다시 잠들어서 8시 30분에 일어났다. 나갈 준비를 다 하고서 조식을 먹었다. 어제보다 햄도 두배로 치즈도 두배로 넣어서 먹고 엄청 많이 먹었다. 아침에 까사밀라 내부를 보고 호안 미로 미술관으로 가려고 했는데 현장 예매와 인터넷 예매 가격이 거의 10유로가 차이가 났다. 그래서 인터넷 예매를 하려고 하니 당일 3시가 제일 빠른 시간이었다. 그래서 일정을 변경하고 호안 미로 미술관에 먼저 들리기로 했다. 에스파냐 역으로 가 150번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몬주익 산 안 쪽에 외진 곳에 있어서 인지 굉장히 한적했다. 최근에 알게 되어서 들린 곳이였는데 알고보니 코스 매거진 ss 2018 화보를 찍은 곳이기도 했다. 호안 미로 컬렉션과 템포러리 전시를 관람했다. 호안 미로의 작품도 멋졌지만 미술관 자체가 인상적이었다. 구조적인 동선과 자연스럽게 전시 관람 중 자연 풍경을 만날 수 있도록 설계되어있었다. 컬렉션 전시 관람을 마치면 자연스럽게 루프탑으로 올라가도록 되어있었다. 날씨가 좋아 좋은 풍경을 볼 수 있었다. 다른 아티스트 미술관들과는 달리 많이 붐비지 않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템포러리 전시까지 본 후 샵을 구경했는데 예쁜 굿즈들이 많아서 반고흐 뮤지엄에서도 사지 않았던 컵을 구매했다. 마지막 도시라 그런지 고삐가 풀린건가. 그래도 전시도 너무 마음에 들었고 필요한 사이즈의 유리컵이라 기분 좋게 구매했다. 미술관을 나와 오른쪽으로 난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길을 따라 보이는 풍경은 너무 평화로웠다. 하늘은 맑고 적당히 선선하게 부는 바람이 들뜨게 했다. 7분정도 걸으니 까딸루냐 미술관이 나왔다. 에스파냐 광장에서 보이는 커다란 건물이었다. 미술관 앞 광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소매치기를 당한 후로 사람이 많은 곳은 피하게 된다. 조금 더 구경하고 싶었지만 바로 계단을 내려 에스파냐 광장으로 걸어왔다. 걸어오는 길에 구름이 많아져 조금 어두워졌다. 까사밀라에 가기 전 2시간이 조금 안 되게 남아 호안 미로 공원에 들렸다가 밥을 먹고 가려고 했다. 에스파냐 광장 바로 근처에 있는 호안 미로 공원은 현재 공사중이라 그런지 조금 으슥했다. 바로 공원을 가로 질러 식사를 하러 까사밀라 쪽으로 쭉 걸어왔다. 바로셀로나는 다 평지로 이루어져 있어서 그런지 멀진 않은 거리들인데 블럭이 많아 더 멀게 느껴진다. 25분정도 걸어 식당에 도착했다. 점심특선메뉴인 메누델디아와 까바와인을 주문했다. 메누 델 디아는 식전 빵, 샐러드, 메인요리, 디저트로 구성되어 있었다. 엄청 맛있진 않았지만 가격대비 좋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내가 가격표를 잘못 본거였다. 7.70유로인줄 알았는데 와인포함 16.40유로가 나왔다. 다음엔 더 맛있는 곳으로 가야지.. 시간이 다 되어 까사밀라로 뛰어서 갔다. 일기 예보로는 3시쯤 다시 해가 뜬다고 되어있었는데 하늘엔 먹구름이 가득했다. 입장을 하고 오디오 가이드를 따라 루프탑으로 올라갔다. 구불구불 오르락 내리락한 바닥과 다스베이더같은 형태의 환기구는 가우디의 건축적 특색을 잘 볼 수 있었다. 사실 어제 가이드님은 까사바트요를 더 추천하셨다. 근데 왠지 모르게 난 까사밀라가 더 끌려서 표를 구매했는데 조금 기대 이하이긴 했다. 루프탑 관람을 마치면 다락방 같은 곳부터 아래 2층까지 가우디에 대한 전시로 이루어져 있었다. 오디오 가이드는 생각보다 미흡한 편이라 조금 아쉬웠다. 그렇게 다 둘러본 후 일층에서 따로 연결된 계단이 있었는데 전시장이었다. 까사밀라 표가 있으면 관람할 수 있다고 했다. 20세기 전위 예술 운동에 관한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유기적이고 화려한 가우디 작품을 보다가 갑자기 모던한 작품들을 보니 이질적으로 다가왔다. 스테데릭 뮤지엄에서 알게된 작가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었다. 전시를 다보고 루프탑으로 다시 올라갔다. 까사 밀라를 다 보고 나오니 다섯시가 조금 안 된 시간이었다. 근처에 가려고 했던 음료바에 갔는데 문을 닫아 못 가고 그 근처에 일본 식료품점에 들렸다. 두부와 벤또 등 일본 식료품을 살 수 있는 곳이었는데 생각보다 가격이 비싼 편이었다. 데리야끼 라멘하나만 구매했다. 길을 따라 걸어 숙소 근처에 있는 Emma Pardos Store에 갔다. 여행 오기 전부터 궁금했던 곳이었는데 사진 속 모습과 똑같았다. 해가 있는 낮에 들렸으면 더 좋았을테지만 내부는 구경하기 지장이 없었다. 구매하고 싶언 CLYDE 모자들도 써봤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서 쉽게 구매하긴 어려웠다. 대신 스페인에서 만든 울 베레모가 마음에 들고 가격도 괜찮아 구매했다. 코코아베이지, 아이보리 중 고민하다가 결국 아이보리 색으로 구매했다. 하루에 40유로씩만 쓰자고 해놓고 결국 또 예산 초과다. 숙소로 돌아와 구매한 데리야끼 볶음라면위에 계란후라이를 얹어 미소스프와 함께 먹었다. 다 짜고 맛없다. 바르셀로나 음식은 너무 짠 것 같다. 다 먹고 카모마일 티로 중화시켰다. 일기를 쓰기 전에 일정을 다시 조절했다. 분명히 쉬기로 해놓고 시간이 여유있으니 계속 다른 일정을 집어넣어보려고 한다. 시체스에 기차로 30분이면 갈 수 있다고 해서 일요일에 날씨가 좋으면 다녀오려고 하지만 억지로 하진 않을 계획이다. 여행 막바지인만큼 지난 여행들에 대해 다시 정리해봐야하는데 그러면서도 여행을 진행 중이니 아무래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서울에 돌아가서 차근차근 정리 해야겠다. 다 기억 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벌써 지난 일정들이 헷갈리기 시작한다. 이름이 기억 안 나는 곳도 있고.. 여행내내 일정에 따른 단순한 기록의 일기이지만 이거라도 남긴게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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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celona day 2 (2018.11.21)
아침에 늦잠을 잘까봐 불안해서인지 새벽부터 계속 일어나기를 반복했다. 잠시 또 눈 붙였다가 늦을 것 같아 알람이 울리기 전에 일어났다. 나갈 준비를 다 하니 7시였다. 조식 오픈이 8시인데 프론트에 일찍 나가야되서 그런데 미리 먹을 수 있냐고 했더니 가능하다고 해서 조식을 구매했다. 4.5유로에 꽤 푸짐한 구성이었다. 다음에 먹으면 점심 도시락을 싸나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샌드위치를 만들어먹고 쉬폰케잌과 바나나를 챙기고 8시에 숙소를 나갔다. 지하철에 내려가 t10티켓을 구매했다. 버스, 지하철을 10번 사용할 수 있고 금액은 10.20유로로 다른 유럽 지하철에 비해 저렴한 편이었다. 20분정도 가 에스파냐 역에 내렸다. 8시 40분 집합이었는데 20분쯤 도착해 에스파냐 광장을 둘러보았다. 생각한 것보다 날씨는 쌀쌀했지만 어제 밤에 비가 와서 인지 하늘은 굉장히 깨끗했다. 생각한 것보다 투어인원은 많았다. 대부분 가족, 연인, 친구 등 일행이 있었다. 버스를 타고 몬주익광장으로 이동했다. 여행을 다니면서 투어신청을 한 건 처음이었다. 다른 곳보다 가우디 건물을 이해하려면 가이드가 필요할 것 같아 검색했는데 투어 진행방식이 마음에 들어 결정했다. 마이크로 시끄럽게 말하는 것도 아니고 각자 수신기에 이어폰을 끼고 조용하고 차분하게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버스 가는 길에도 너무 부담스럽지 않게 설명을 잘 해주시고 중간중간 틀어주는 노래와 멘트도 재치있었다. 아침의 몬주익 광장은 굉장히 조용하고 차분했다. 앞으로 펼쳐지는 바르셀로나의 전경은 정말 평화로웠다. 날씨까지 좋아서 더 좋은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잠깐의 자유시간을 가지고 둘리보고 난 뒤 구엘공원을 향했다. 구엘공원은 예전부터 궁금했던 곳이었다. 설명을 들으며 둘러보니 더 마음에 와닿으며 가깝게 느껴졌다. 사람이 이미 너무 많아 제대로 둘러보기는 힘들었지만 공원이 가지고 있는 자연의 모습은 평화롭게 느껴졌다. 이어 까사바트요, 까사밀라를 건물 밖에서 보면서 설명을 들었다. 두 건물 다 현재 소유주가 기업과 은행이라 입장료가 비싸 자율적으로 나중에 들려보라고 추천해주셨다. 투어가 아니었으면 몰랐을 재미난 이야기들을 많이 듣게 되었다. 이어 바르셀로니타 해변으로 이동해 점심을 먹었다. 혼자 온 사람들과 함께 뭐 먹을지 이야기하다가 서로 먹고 싶은 곳으로 나누어 가기로 했다. 나는 빠에야가 먹고 싶어 먹물 빠에야를 파는 곳으로 갔다. 걸어가는 길에 보이는 풍경은 정말 비현실적이었다. 야외에 앉아서 주문을 하고 바다 쪽을 바라보고 있으니 이제서야 여행다운 휴식을 하고 있다라는걸 절실히 체감했다. 같이 밥을 먹은 사람과 각자의 여행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며 밥을 먹은 후 해변을 산책했다. 기온이 좀 낮은 편이었지만 햇살을 뜨거워 볼이 익는 느낌이었다. 3시가 조금 넘어 다시 모여 버스를 타고 마지막 장소인 사그라�� 파밀리아 성당으로 이동했다. 아직 완공이 되지도 않았고 짓기 시작한지 100년도 넘은 성당.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2040년 쯤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조금 걸어 골목을 꺾어 건물과 처음 마주쳤을 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압도적인 감정을 느꼈다. 무신론자인 나조차도 그런 느낌이 드는데 천주교, 기독교인이 와서 봤을 때 기분은 감히 상상할 수 없다. 현재 건물 총 네 면중 세면만 외관문이 갖추어진 상태라 동쪽부터 북, 서쪽 순으로 돌면서 보았다. 건물의 세심한 디테일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내부관람도 자유롭게 진행되어 외부 설명을 끝으로 가이드 투어는 끝이 났다. 4시 30분껄로 예약을 해두어 바로 본당에 입장을 했다. 실내에 들어가자마자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스테인드글라스 사이로 들어오는 빛과 숲에서 하늘을 쳐다봤을 때 처럼 높게 솓은 천장, 자연을 사랑한 가우디가 건축으로 실현한 모습은 표현할 수 없게 아름다웠다. 마침 빛이 좋아 서쪽 스테인드 글라스로 쭉 들어오는 빛이 반사되어 성당 내부를 가득 채웠다. 너무 좋아 한참을 둘러보았다. 종탑 입장은 따로 하지 않았지만 완공이 되었을 때 다시 온다면 그 땐 꼭 들리고 싶다. 지하에 박물관까지 둘러본 후 가우디 건축 투어를 끝냈다. 어디로 갈까 하다가 보른 지구에 있는 호프만 베이커리에 크로와상을 사러 천천히 걸어갔다. 갑자기 현실로 급 돌아온 느낌이라 지금 생각해보니 같은 하루 안에 일어난 일같지 않다. 개선문이 있는 쪽 까지 걸어가 호프만에 도착했다. 크로와상이 웬만한 파리 베이커리 맛집보다 맛있다고 했다. 플레인 크로와상 두개를 산 후 직원에게 마스카포네 크로와상을 추천 받아 총 3개를 구매했다. 고딕지구를 통과해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플레인 크로와상을 먹었는데 버터맛과 텍스쳐가 아주 맛있었다. 마스카포네 맛도 궁금해 조금 뜯어 먹었는데 너무 맛있어 육성으로 외쳤다. 고딕지구에 또 가면 한 번 더 들려야겠다. 고딕지구부터 까딸루냐광장을 지나 숙소까지 총 50분 정도를 걸어 돌아왔다. 너무 지쳐서 숙소에 널부러져 잠시 쉬다가 어제 실패했던 일본 라멘집에서 저녁을 먹기 위해 오픈 시간에 맞춰 가기로 갔다. 8시반 오픈이라 8시 10분쯤 나가 24분쯤 도착했는데..왠걸..줄이 엄청 길게 서있다. 설마 라멘집 줄인가 했는데.. 맞았다. 내부 테이블은 5개도 안되어 보이는데 기다리는 사람은 족히 30팀은 되어보였다. 가게 문 앞에 한명이 따로 기다리길래 혹시 테이크아웃 기다리냐고 했더니 맞다면서 대신 일회용기가 없어서 본인이 통을 따로 챙겨와야한다고 했다. 휴 라멘먹기 너무 어렵다.. 다시 숙소로 돌아가 혹시 플라스틱 볼이 있는지 봤더니 없었다. 그래서 포기하고 일층에 마트에서 적당히 장을 봐 저녁을 먹었다. 숙소 근처에 마땅히 먹을 게 없으니 계속 대충 사먹는데 금액은 거의 외식가격이다. 다른 대안을 찾아놔야겠다. 일찍 일어나 움직였더니 피곤하다. 내일은 일정이 거의 없다. 천천히 일어나 느긋하게 움직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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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celona day 1 (2018.11.20)
1시간 반 정도 비행 후 바르셀로나에 도착했다. 파리와 달리 맑은 하늘에 큰 구름이 가득했다. 많이 긴장했던 탓인지 피곤해 비행기에서 내내 졸았다. 도착해 짐을 찾는 수속대에서부터 긴장이 다 풀린 것 같다. 짐도 빠르게 나왔고 와이파이도 잘 터지고 평온한 분위기가 그렇게 만든 것 같다. 게다가 입국심사도 따로 없어 평탄하게 공항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공항버스도 바로 앞에 탈 수 있게 되어있어 기분좋게 인사하고 라운드 티켓을 끊고 버스에 올랐다. 30분정도 달리니 바르셀로나 시내에 들어왔다. 맑은 하늘에 큰 뭉게구름과 넓은 도로와 낮은 건물들, 해안도시에 왔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종착역인 까딸루냐 광장에 내려 짐을 끌고 신나게 걸어갔다. 이 때부터였다... 왜 나는 가방을 앞으로 매지 않았을까. 짐을 이끌고 가고 있는데 갑자기 어떤 한국 여자분이 가방이 열렸다고 알려주었다. 깜짝 놀라서 보니 지갑이 없는거다. 버스 라운드티켓을 구매하고 가방 제일 윗 쪽에 지갑을 두었는데.. 걸어오는 사이 소매치기가 가방을 열어서 지갑을 가져갔다. 다행히 현금봉투는 무사했다. 너무 깜짝놀라서 몸이 벌벌 떨렸다. 일단 빠르게 카드 분실신고를 하고 현금카드에 현금도 다 인출했다. 다행히 지갑에는 15유로 정도의 현금과 주민등록증, 카드 두개와 공항버스 라운드티켓만 있었다. 현금 봉투를 훔쳐가지 않은게 어디냐고, 카메라를 도둑 맞은게 아닌게 어디냐고 위로를 해보지만.. 위로가 되지 않았다. 가방을 앞으로만 맸더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텐데... 공항에 들어갈 때부터 불안했던 하루였다. 여태 잘해왔는데 결국은 유럽여행의 관례라는 소매치기를 당했다. 너무 속상하다. 긴장이 많이 풀렸던 만큼 평소보다 덜 조심했던 건 사실이다. 남은 기간 동안 더더욱 조심해야겠다. 휴 속상해. 저녁으로 근처 일본라멘집에서 먹으려고 했는데 8시반에 오픈한다고 했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 숙소 아래 마켓에서 장을 봐서 먹었다. 숙소에는 한국인과 동양인이 많은 것 같다. 내일 아침에 일찍 나가야하니 정리하고 얼른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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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is day 8 (2018.11.20)
아침에 일어났는데도 집 안에 가스냄새가 가득했다. 아무래도 가스를 잘못 잠근 것 같아 다시 반대로 돌려보니.. 잘못 잠근게 맞았다. 혹시 몰라 집주인에게 연락했는데 잠시 들리겠다고 했다. 그 사이 아침을 먹고 나갈 채비를 했다. 공항에 여유있게 도착한다고 준비하고 나갔는데 아무래도 짐도 무겁고 비가 오는 출근시간이라 조금 지연되긴 했지만 무사히 버스를 타야하는 곳에 도착했다. 그런데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이 생각보다 너무 많은거다. 거기서 30분정도 기다리고 버스가 예정대로 도착한다면 조금 빠듯하긴 하지만 늦진 않을 시간이었다. 그런데 버스가 예상시간보다 더 소요되어 비행기 시간이 12시 40분인데 공항에 12시 20분에 도착을 했다. 공항에 도착하니 눈보라가 쳤다. 짐을 찾아 빠르게 뛰어갔는데 다행히 1시 45분으로 지연되어있었다. 그런데 안내된 공지판에는 보딩마감이 12시 40분이라고 되어있어 일단 짐을 빨리 맡기고 들어가야할 것 같았다. 캐리어 무게가 20kg가 넘어 짐을 넣었다 뺐다 반복했다. 가방에 가득차게 옮기고 난 후 수화물을 체크인하고 보안검사대로 갔는데 사람이 너무 많은거다. 보딩마감이 지연되었거나 했으면 방송을 해주거나 공지판을 바꿔주면 되는데 그것도 아니고 영어도 아닌 불어로 나오는 방송은 나를 더 촉박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을 뚫고 바르셀로나행 비행기가 막 출발한다고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보안대 앞으로 갔다. 그런데 또 보안검색대 아저씨는 특히나 까다롭게 굴었다. 비행기를 놓칠 것 같아 불안한 마음에 검색대를 통과하는대로 달려갔는데 아직 비행기도, 변경된 방송도 없이 모두 나와 같은 표정으로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일단 혼자가 아니니 안심이 되긴 하는데 그래도 불안함은 떨칠 수 없었다. 조금 더 기다리니 데스크에 사람이 왔고 무사히 게이트가 오픈되었다. 모든 상황이 여태 여행 중 제일 정신없고 심장이 쪼그라들었다. 파리에 들어올 때는 가장 평온하게 들어왔었는데 나갈 떄는 가장 제일 정신없게 나갔다. 연착된 후 안내된 상황은 어쩔 수 없지만 덕분에 비행기를 놓치지 않았으니 감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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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is day 7 (2018.11.19)
어제 2시가 넘어서 자고 8시 반에 일어났다. 자는 내내 추워서 잠을 설친 것 같다. 반팔을 입고자다니.. 일어나자마자 옷을 대충 챙겨입고 근처 마트로 갔다. 나갔는데 너무 추워! 어쩜 일주일동안 날씨가 이렇게 변화무쌍한건지.. 먹고싶은 귤이랑 계란, 파스타, 햄, 과자 등등 여러가지 구매했더니 19유로가 나왔다 ㅋㅋㅋ 돌아와서 계란 후라이를 두개 하고 크로와상에 햄이랑 치즈를 넣어 먹었다. 크로와상은 정말 맛있었다. 갓 구웠을 때 먹으면 더 맛있을 듯.. 바게트에 버터와 잼도 발라 먹었다. 배 터지게 먹은 뒤 나갈 채비를 했다. 사실 가기 전에 카페랑 근처에 있는 갤러리에 들릴까 했다. 마지막에 또 더 가보고 싶은 욕심이 발동한거지. 결국 시간이 모자라서 루이비통재단으로 바로 향했다. 어제로 교통권이 끝나서 t+이라는 일회권을 발급해야했다. 파리는 그래도 교통권이 1.9유로로 다른 유럽국가들에 비해 저렴한 편이었다. 내일 사용할 것 까지 총 3장을 구매하고 M1을 타고 개선문에 내렸다. 개선문 2번출구로 나가면 루이비통 재단 전용 셔틀버스를 탈 수 있다. 인터넷으로 전시 티켓과 같이 구매했다. 귀여운 셔틀을 타고 개선문 회전 로터리를 지나 전시장으로 향했다. 가는 길 뒤로 보이는 개선문 배경과 버스 뒤에 검정색 아우디 세단, 페라리 SUV, 포르쉐 SUV가 줄지어 따라왔다. 운전을 하는 사람은 모두 중후한 아저씨들이었다. 이 모습을 보며 아 내가 정말 파리에 있구나 싶었다. 사진으로 담지 못해 아쉽다. 10분정도를 달리니 미술관에 도착했다. 프랭크 게리가 디자인한 건물은 압도적인 비주얼이었다. 겉면을 동그랗게 둘러싼 유리 캡슐형태로 군데 군데 갈라져 있어 너무 답답한 느낌도 들지 않고 더 넓고 커보이는 효과를 냈다. 티켓을 이미 예매하고 왔는데도 미술관 앞엔 줄이 길게 늘어서있었다. 시간대별로 맞게 줄을 서고 15분정도 기다려 입장했다. 전시를 이렇게 줄 지어서서 기다리는 건 낯선 풍경이다. 그만큼 연령대 상관없이 모두에게 의미있고 관심있는 장소인 것 같다. 에곤쉴레와 바스키아전은 전시장이 따로 구별되어 있었고 바스키아 전은 갤러리 10개로 나뉘어져 있을만큼 상당히 큰 규모였다. 넓은 공간인만큼 사람들도 많았다. 너무 많아서 그림을 제대로 보지도 못할 정도였다. 바스키아의 작품이 큰 편이어서 그나마 멀리서도 대충 볼 수 있었다. 어렸을 때 마냥 화려해보여서 좋아했던 앤디워홀. 그러다 알게된 장 미셸 바스키아. 60년생인데 지금 봐도 스타일과 느낌이 세련됐다. 타고난 스타기질이 있던 아티스트인것 같다. 바스키아 전에 비해 쉴레 전은 상대적으로 작았다. 쉴레 대부분의 작품 크기가 a2도 안 될 만큼 작은 편이었다. 크로키나 드로잉 위주였고 몇몇 인상적인 자화상들을 볼 수 있었다. 영화 에곤 쉴레를 통해 보았던 그림들도 볼 수 있었다. 전시를 다 본 후 샵을 구경했는데 바스키아의 포스터와 보드 작품은 품절됐었다. SOLD OUT이 주는 멋을 오랜만에 느꼈다. 건물 한 바퀴를 둘러 본 후 다시 셔틀을 타고 에뚜아 개선문으로 돌아갔다. 바로 메트로를 타고 바르세유역에 내려 화이트 와인 작은 병을 산 후 집으로 돌아왔다. 다시 고양이를 만나고 싶었는데 어려울 것 같다 ㅠㅠ 오자마자 늦은 점심을 먹었다. 인스턴트 까르보나라 파스타에 햄과 치즈를 추가하고 와인을 곁들어 드라마를 보면서 먹었다. 이제 진짜 계획된 일정이 다 끝났다. 사실 아침에 못 갔던 갤러리에 들리고 카페도 갈 수 있었다. 근데 이제 쉴 수 있다는 걸 느끼고 나니 빠뜻한 계획에 질린 것 같다. 더 이상 봐야할 때도 가야할 때도 아닌 쉬어야 될 때이다. 와인을 3잔 정도 마시고 또 목욕을 하고 그러고나니 졸음이 쏟아져 낮잠을 잤다. 내일 아침 바르셀로나로 이동하는 비행기를 탄다. 첫 번째 숙소에서 이동할 때 짐을 꾸려놔서 따로 챙기지 않아도 된다. 파리에서의 마지막 밤. 조금 더 쉬었다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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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is day 6 (2018.11.18)
파리 첫 번쨰 숙소를 체크아웃하는 날이다. 어느 때보다 빨리 갔던 5일이었다. 편안하게 별탈없이 머물 수 있던 곳이었던 것 같다. 사실 위치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였다. 많이 가는 중심가에서 떨어져 있고 마레지구도 버스로 20분정도 이동했어야 했다. 그치만 주택가 쪽에 위치해 관광객도 별로 없고 사람사는 동네 느낌이라 좋았다. 체크아웃을 하기 전 숙소랑 가까운 방브앙마켓을 들렸다. 버스를 타고 별로 안 걸리는 곳이었는데 주말이어서 그런지 버스 배차간격이 커서 10분 넘게 기다렸다. 기다리는데 너무 추워서 나오자마자 들고나온 뜨거운 티를 홀짝홀짝 마셔댔다. 정말 이렇게까지 추울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아이폰 날씨로는 7도라고 하는데 영하처럼 바람이 차가웠다. 방브앙마켓은 아침 7시부터 오후 2시까지만 하는 아침 마켓이었다. 파리에는 생뚜앙마켓과 방브앙마켓 두 곳이 유명한데 오늘 두 곳을 다 가려고 했으나 방브앙만 구경하기로 했다. 9시쯤 도착했을 때 벌써 마켓엔 사람들이 많았다. 여태 갔던 다른 나라의 마켓들보다 조금 더 깔끔하게 정돈되어있었고 각 매대마다 고유의 색깔들이 있었다. 나연이가 방브앙마켓은 볼 게 별로 없다고 했는데 베를린보다 훨씬 더 주인들의 컬렉션이 돋보여서 재밌었다. 마켓을 구경할 때도 계속 추위에 떨었다. 햇볕이 드는 곳은 그나마 괜찮은데 그늘에선 정말 오들오들 떨었다. 얇게 입고 나온 것도 아닌데 여행 때 구매한 패딩과 무스탕이 정말 큰 역할을 해내는 중이다. 길을 따라 쭉 마켓을 다 둘러보고 자드킨 뮤지엄으로 이동했다. 룩센버그 공원 근처에 위치한 조그만한 뮤지엄으로 원래 컬렉션 전시는 무료로 관람이 가능한데 현재는 상설전시와 섞여 있어 입장료가 있었다. 이 곳도 시리얼 시티가이드북에서 봤던 곳인데 내가 생각했던 부드러운 조각들이 아니라서 기대 이하였지만 해가 잘 드는 비스듬한 유리창이 예뻤다. 12시 체크아웃이라 그 전에 돌아가야해서 조금 빠르게 구경을 하고 버스를 타러 갔다. 가는 길에 룩센버그 공원도 잠시 들렸다. 평화로운 분위기에 주말이라 그런지 조깅하러 나온 사람이 많았다. 날씨가 조금만 덜 추웠다면 더 시간을 내서 구경했을거다. 버스를 기다리는데 주말이라 그런지 배차간격이 커서 20분도 넘게 기다렸다. 너무 춥고.. 이미 오래 기다렸고.. 다른 방법이 없었다. 무사히 숙소에 도착해 짐을 내리고 무거운 짐 때문에 메트로는 타기 어려울 것 같아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한 번 갈아타야했는데 퐁피두센터 근처에서 기다리는 29번 버스는..역시나 또 엄청 오래 기다렸다. 행사때문인지 경로도 우회해서 가고 숙소 도착하는데 1시간 정도 걸린 것 같았다. 그래도 도착한 곳은 바스테유 광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번화가 쪽이었고 좁고 어두운 골목길에 개인집이라 걱정했는데 공용문이 있고 안쪽에 뜰이 있는 구조여서 안전했다. 들어와서 오른쪽에서 세 번째 올리브나무가 있는 곳이었다. 들어오자마자 고양이와 마주쳤는데 애교가 엄청 많은 아기 고양이였다. 숙소 문을 열고 들어왔는데 고양이가 따라 들어왔다. 마음 같아선 같이 있고 싶었는데 아직 체크인 시간이 아니라 들일 수가 없었다. 다음에 다시 놀러오라고 하고 물도 줬다. 고양이를 보니 고요가 더 사무치게 보고싶었다. 아무튼 도착한 숙소는 너무 마음에 들었다. 사진으로 봤을 때보다 작은 편이었다. 너무 큰 공간에 혼자 있으면 좀 무서울 것 같았는데 그래서 더 좋았다. 숙소 바로 앞에 카페 인더스트리라는 유명한 카페 겸 레스토랑이 있었다. 여기서 파스타를 먹고 싶어서 기다렸는데 계속 안내도 안해주고 앉았는데도 주문도 안 받아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아 그냥 나오고 첫 날 맛있게 먹었던 핑크맘마의 피자가 다시 먹고 싶어 오베르맘마에 갔다. 다행히 피크타임을 넘겨 사람이 별로 없었고 혼자라서 바에 앉아도 상관없다고 했더니 바로 안내해주셨다. 고민하다가 꽈뜨로 포마지 피자와 샤도네이 와인 한잔을 주문했다. 가격이 비싼 편이었지만 이제 정말 모든 일정이 끝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맛있게 먹고 티라미수를 주문했다. 티라미수를 와인과 같이 먹으면 정말 맛있다. 남은 피자를 포장해달라고 했는데 한조각 정도 남았는데 홀사이즈 피자 박스에 포장을 해줬다. 그냥 비닐에 해줄 수 없냐고 했더니 이것밖에 없다고 했다. 몽마르뜨 언덕에 가야하는데 피자를 들고 갈 판이다. 어쩔 수 없이 들고 메트로를 타고 이동했다. 몽마르뜨 언덕에 올라가는 방법이 여러가지가 있었다. 회전 목마가 있고 사크레쾨르 대성당으로 올라가는 길로 가는게 제일 쉬운데 여기에는 소매치기와 팔찌 군단이 있다고 했다. 막상 도착해보니 그냥 번화한 관광명소 느낌이었고 위험한 느낌도 없었다. 옆에 피자박스를 끼고 셀카봉을 들고서 천천히 걸어 올라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 모습이 너무 웃긴 것 같다. 혹시 몰라 소지품을 계속 조심하긴 했는데 별 문제는 없었다. 대성당 앞 계단에는 벌써 노을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공연하는 아저씨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높지 않은 건물들로 빼곡히 채워진 파리의 풍경은 정겨웠다. 프릭이 몽마르뜨 언덕에 꼭 가라고 했는데 오길 잘 한 것 같다. 천천히 내려와 근처에 맛있다는 빵집에 들려 바게트와 크로와상을 사고 마레지구로 돌아왔다. ofr에 들려 봐두었던 티셔츠와 은슬이 가방을 구매했다. 주인 아저씨가 있길 바랬는데 다른 분이 계셨다. 여기서 마주친 한국인이 바게뜨 들고 어디가냐고 했다. 내 행색이 웃긴가보지..ㅋㅋ 그리고 소영이가 추천한 La Chambre aux Confitures라는 곳에 들려 무화과 잼 작은 걸 샀다. 소영이는 복숭아가 들어간게 맛있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새콤했다. 여기서도 내 피자박스를 보고 귀여워하셨다. 그리고 COS에 들려 버킷햇을 구매했다. 코스 직원들도 내 피자박스를 보고 자기네들끼리 뭐라고 했다...하하 그리고 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 숙소로 다시 돌아왔다. 마트에 들려 먹을 것을 사고 싶었는데 일요일이라 그런지 모두 닫았다. 저녁으로 남은 된장국 큐브를 먹고 차를 마시며 목욕을 했다. 아 이 얼마만의 따뜻함과 여유인지.. 몸이 사르르 풀리면서 긴장도 풀렸다. 아직 내일 루이비통 재단에서 바스키아 에곤쉴레 전시를 보는 일정이 남아있는데 다 그만하고 집에만 있고 싶었다. 이제 정말 지친거지. 지칠 때가 됐다. 자연스러운 과정인 것 같다. 뜨거운 물에 오래 있으니 노곤노곤해졌다. 침대에 누워 밀린 드라마를 2시까지 봤다. 일기도 써야하고 사진도 정리해야되는데 만사가 귀찮았다. 그런 귀찮음을 즐기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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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is day 5 (2018.11.17)
7시 쯤 눈이 떠져 일어났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인지 자는 내내 추위에 떨었던 것 같다. 어젯밤에 화장실 레버가 고장나는 바람에 1층에 공용화장실을 이용해야했다. 7시 10분이 넘었을 때 조식을 먹으러 내려갔다. 오늘도 역시 바게트 4조각에 버터랑 잼을 듬뿍 발라 먹었다. 매일 빵 먹는게 지겨울 줄 알았는데 빵도 맛있고 버터, 잼도 맛있다보니 항상 맛있게 먹고 있다. 준비하면서 창 밖을 보니 화창하다. 오늘 일정은 가까운 근교에 다녀와야해서 10시에 도착할 수 있도록 맞게 나갔다. 버스를 타고 센강을 건너 다다음 역에 내려서 15분 정도 걸어올라갔다. 르꼬르비쥐에의 빌라 라호슈에 방문했다. 티켓을 발권하고 들어가니 1층 그라운드 플로어에서 1층으로 올라가니 탁 트인 넓은 거실과 구조가 펼쳐졌다. 넓게 난 수평의 창문들로 빛과 풍경들이 들어왔다. 그라운드층까지 포함 해 총 3층 건물이었고 건무리 두개가 나누어져 있고 2층 복도로 연결되어있었다. 루프탑까지 구경할 수 있었는데 여기서 생각지도 못한 멋진 뷰를 볼 수 있었다. 사진을 찍으면서 놀고 있는데 한 외국인이 나를 사진 찍고 싶다고 했다. 본인 PR로 포토그래퍼이며 지금 여기 좋은 뷰와 함께 누군가를 찍고 싶은데 내가 아주 완벽하다고 하며 기분을 띄어주었다. 사진을 기대하진 않지만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다시 한 번 더 둘러보기 위해 거실 쪽으로 가니 아까와 달리 수평의 긴 창문으로 해가 쏟아져 들어와 그림자를 드렸다. 구경을 한 뒤 점심을 먹기 위해 근처에 있는 르봉막셰 식품관 분점에 갔다. 소영이가 스페인 햄이 들어간 샌드위치가 맛있다고 했는데 어딘지 몰라 찾다가 연락이 오기 전에 근처를 한 번 돌아봤다. 버터랑 쿠스미 디톡스티, 마리아쥬 얼그레이티를 샀다. 그리고 그냥 베이커리에서 머쉬룸 키슈를 사서 점심으로 먹고 샌드위치는 포장을 했다. 너무 추워서 따뜻한게 먹고 싶었는데 직원이 고맙게도 먼저 빵을 데워주겠다고 했다. 3.9유로에 사이즈도 큰 편이라 배부르게 먹었다. 근데도 추위는 가시지 않았다. 해가 쨍쨍하지만 바람이 엄청 차가웠다. 다음 일정인 foundation arp로 가기 위해선 RER 기차를 타고 타워에펠역에서 한 번 갈아타야했다. 여기서 해당 열차를 못 찾고 배차간격도 큰 편이라 시간이 많이 지체됐다. 우여곡절 끝에 맞는 기차를 찾아 20분정도 남쪽 근교로 내려갔다. ARP재단에 가려면 역에서 내려 언덕길을 10분정도 걸어올라 가야했다. 도착했을 때는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언덕배기에 위치한 이 곳은 찾아오는 사람만 들릴 수 있을 정도로 외진 곳에 있었다. 내가 갔을 때는 한국인 여자분 한 명과 외국인 3명만 있었다. 동절기에는 2시에 오픈한다고 하는데 해가 이미 기울고 있어서 채광이 밝게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오프화이트에 가까운 조각상들이 빛을 반사시켜 공간 자체가 밝게 느껴졌다. 생각한 것 보다 작품이 많았다. 마치 그냥 아무런 값이 없는 조각들이 놓여져 있는 것 마냥 빼곡하게 놓여 있었다. 사진을 얼마나 많이 찍었는지 모른다. 별관 한 곳은 세 번이나 들락날락거렸다. 옆에 있는 서점에서 마음에 드는 엽서가 많아 소장용과 선물용으로 총 10장을 구매했다. 이번 파리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공간이다. 추위에 역까지 거의 달려서 내려왔다. 해가 있는 곳은 그나마 버틸 만했다. 열차를 타고 팔레드도쿄가 있는 에꼴역으로 돌아갔다. 센강을 건너가 버스로 갈아타야하는데 노을지고 있는 센강의 풍경은 정말 예뻤지만 추워서 사진을 찍을 용기가 안 났다. 수십번 내적갈등을 했던 것 같다. 골든타임이라 해가 더 떨어지면 이 모습을 못 보기 때문에 다리로 가 사진을 몇 번 찍고 팔레 드 도쿄로 갔다. 줄이 길다고는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전시를 보려고 이렇게 까지 기다리다니.. 상상할 수 없다. 다행히 전시가 취향은 아니라 미리 안 보기로 했어서 외관만 둘러본 후 바로 옆에 있는 모던아트뮤지엄으로 갔다. 여기도 현재 자오우키 전이 하고 있었는데 최근에 경매에서 아주 비싼 값에 거래되어 사람들이 더 흥미롭게 느끼는 것 같았다. 자오우키전 역시 보고 싶지는 않아서 컬렉션관에만 들어가서 구경했다. 사실 구경했다기보단 추위를 피해서 들어간 것 같다. 숙소로 다시 돌아갔다가 쉬고 따뜻한 티를 보온병에 들고 에펠탑을 보러 갈까 했다. 그치만 또 갔다가 다시 나오고 하는게 번거로울 것 같기도 하고 일정을 빨리 끝내고 싶어 그냥 트로카데로 공원으로 갔다. 에펠탑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이었다. 관광명소인만큼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비수기인데도 이렇게 많은 데 성수기에 오면 어떨지 가늠이 안 됐다. 그치만 보이는 뷰는 북적임을 감수할 만큼 너무 아름다웠다. 천천히 걸어올라가 해가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해가 지고 불이 켜진 뒤에는 매 정각마다 반짝인다고 했다. 5시 20분쯤이었는데 6시가 될 때 까지 샌드위치를 먹으며 기다리기로 했다. 사실 정말.. 감기가 걸리겠다 싶을정도로 너무 추웠다. 결국엔 푸드트럭에서 티를 사 몸을 녹였다. 덕분에 조금은 더 버틸 수 있었다. 시간이 다가올 수록 사람들은 더 많아졌다. 정각이 됐을 때 본 에펠탑은 정말 예뻤다. 사진으로는 담기지 않았다. 자정에는 불이 꺼지고 반짝이기만 해 화이트에펠이라고 부른다는데 그 모습은 얼마나 예쁠 지 실제로 보고싶었지만 12시까지 밖에 있으면서 에펠탑을 볼 만큼의 열정은 없었다. 에펠탑을 뒤로 하고 메트로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평소보다 일찍 돌아와 샤워를 마치고 짐을 정리했다. 모아두었던 무게가 많이 나가는 종이들도 버릴 것들을 솎아냈다. 여전히 짐이 많지만 여행의 끝자락이 되어가니 여행에서만 쓰고 버릴 것들, 여행에서 얻은 것들로 짐이 좀 더 명확해져 간다. 내일은 마레지구 옆 11구에 위치한 에어비앤비로 이동한다. 여행 흐름에 맞게 피로를 풀 걸 생각해 호스트가 없는 집 전체를 사용하는 곳으로 예약했다. 1박에 10만원이 넘는 숙소였지만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주저없이 예약했던 곳이다. 이제 여행이 10일도 안 남았다니! 아쉬움보다는 하루하루 카운트 다운을 하는 게 즐겁다. 많이 보았고, 많이 즐겼다. 아쉬움 없이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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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is day 4 (2018.11.16)
어제 일기도 안쓰고 사진도 미처 다 정리하지 못하고 잠들어버렸다. 일어나니 혓바늘도 나있다. 몸이 이제 더 이상 못 참겠다고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이럴 때 감기가 들거나 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겠다. 날씨를 체크해보니 예상대로 흐리다. 해는 볼 수 없을 것 같고 급하게 서두를 일정도 없는 하루라 늦게 나가기로 했다. 조식을 먹고 방으로 돌아와 이것저것 정리했다. 숙소에서 사진 정리를 하고 있으면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 본 게 많아 정리하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사진을 컴퓨터로 옮겨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고르고 웹하드와 아이폰으로 업로드 후 SNS에 다시 또 마음에 드는 사진을 요약하여 포스팅한다. 별도로 모든 일정순으로 긴 일기도 쓴다. 그냥 잠들어버려 다음 날 쓴 적도 몇 번 있지만 그래도 여행 내내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썼다. 지금 피곤하더라도 훗날에 큰 도움이 될 거라 확신한다. 나갈 채비를 하고 11시쯤 마레지구로 가는 버스를 탔다. 앙리 카르띠에 재단에서 연 미술관에 MARTINE FRANCK라는 작가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다. 인물과 풍경 위주의 흑백사진을 만나볼 수 있었다. 꾸밈없는 단조로우면서 자연스러운 사진들이 마음에 동요를 일으켰다. 전시장 내부 벽에 적힌 마티네의 말들이 가슴에 와닿았다. 마티네가 찍는 사진도 멋지지만 마티네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단정하게 차려입고 단단해보이는 눈빛이 나를 사로잡았다. 입장료를 내고 봐야하는 전시였고 규모도 입장료대비 저렴하지 않은 편이었지만 만족스러운 전시였다. 전시를 다 본 후 송흥이 근처라 점심을 먹으러 갔다. 걸어가면서 보게 되는 마레지구의 좁은 골목들이 시선을 사로 잡았다. 날씨가 흐림에도 너무 아름답다고 느끼며 맑은 날의 마레지구를 기대했다. 도착한 송흥에는 줄이 길게 서있었다.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동흥이라는 곳이 유명한데 여기는 잘 알려지지 않은만큼 한국인이 없었다. 내 뒤에 사람들은 한국인이었는데 관광객이 아닌 파리에서 사는 사람들이었다. 차례를 기다리다 혼자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생겨 일찍 들어갈 수 있었다. 안내 받은 식당내부는 굉장히 좁아 외투도 간신히 벗을 수 있는 정도였다. 메뉴는 누들스프와 보분 두가지 뿐이었다. 어제 보분을 먹었으니 누들스프 큰 사이즈를 주문했다. 같이 합석한 테이블에는 프랑스인 두명과 동양인 한명이 있었는데 아시아 푸드를 같이 체험하러 온 듯 했다. 음식이 나와 먹는데 옆에 앉은 여자분이 계속 나를 쳐다봤다. 알고보니 젓가락질을 못해서 고생하고 있었다. 재미있는 상황에 서로 계속 힐끔거리며 식사를 했다.조미료 맛 없이 깔끔하고 담백하며 고기도 많이 들어있었다. 파리 물가치고는 저렴한 가격에 엄청 배부르고 든든하게 먹었다. 다 먹고 나와 마레지구 윗쪽부터 아래쪽으로 내려가며 샵들을 구경했다. 처음 들린 ofr서점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큐레이팅이 훨씬 방대해서 좋았다. 서점만이 아닌 갤러리도 있고 직접 출판도 하는 것 같았다. 공간이 너무 마음에 들고 굿즈들도 좋아 한참을 구경했다. 에코백과 티셔츠를 마음에 두고 다시 오기 위해 오너에게 운영시간을 물어봤는데 대뜸 나에게 사진을 너무 많이 찍었다고 비난을 했다. 이렇게 대놓고 불평을 받은 건 처음이라 당황스러웠다. 안 살게 아니라 짐을 들고다니기 어려워 운영시간 참고해서 다시 방문할거라고 하니 그래도 뭐라고 하면서 바이. 라고 말한 뒤 나를 외면해버렸다. 내 의도가 어찌됐든 상대방이 그렇게 느낄 수 있는 상황이라 미안하다고 사과를 한 뒤 서점을 나와 걸어가는데 기분이 몹시 찜찜했다. 마음을 가라 앉히고자 the broken arm 카페에 갔다. 도착한 곳은 굉장히 평온하고 따뜻했다. 말끔한 분위기에 밝은 미소로 맞아주는 스태프들 덕분에 마음이 조금 풀어졌다. 라떼를 한잔 주문하고 창가 자리에 앉았다. 커피를 마시며 어제 일기를 마저 썼다. 4유로로 여태 들린 카페 중 커피 가격이 비쌌지만 적당히 부드럽고 진한 커피였다. 편안한 분위기라 마지막 날에 올 수 있음 한 번 더 와야겠다. 일기도 쓰고 와이파이도 되니 지인들과 연락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더 앉아있고 싶었지만 초조한 마음에 떠밀려 다시 나갔다. yvon lambert라는 서점과 파리에 오면 꼭 들린다는 Merci, saint james, Le maire 본점에 갔다. Merci에는 볼것도 많은 데 넓은 규모라 편안하게 구경할 수 있었다. 마음에 드는 모자도 몇 개 발견했다. 세인트제임스도 들렸는데 사이즈도 핏도 애매해서 좀 더 고민해봐야겠다. 그리고 들린 Le maire는 정말 고고했다. 매장에 있는 여성 스태프 두명은 꼭 쇼에서 본 듯했다. 옷과 신발, 가방에서 재료 본연의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충분히 써포트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구매하고 싶은 정도였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조금 더 걸어가 소영이가 알려준 Lafayette Anticipations로 갔다. 파리 3대 백화점 중 하나인 Lafayette 에서 최근 설립한 현대미술 전시공간으로 1층에는 wild & the moon카페가 있었다. 방문 전 미리 찾아봤을 때 전시가 흥미롭지는 않아 샵만 보고 가려고 내부에서 서성거리니 직원이 와서 오늘은 무료입장이라고 말해줬다. 덕분에 전시를 부담없이 볼 수 있었다. 안나 프랭크가 책상에 앉아 일기를 쓰고 있는 모습을 재현하여 모형으로 만들어두었다. 전시 형태와 모습이 너무 기이했다. 전시를 다 본 후 wild & the moon에 재밌어보이는 착즙 형태의 티를 하나 구매했다. 바닐라, 마차가 섞였는데 생각보다 너무 더 건강한 맛이었다. 어느덧 시간은 7시가 다 되어갔다. 마지막으로 MARUANI MERCIER라는 갤러리를 들렸는데 클로징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서둘러 보라고 했다. 내부를 보니 유리 천장으로 되어있어 낮에 오면 훨씬 예쁠 것 같았다. 현재 하고 있는 RON GORCHOV전시는 내일까지라 재방문은 어려울 듯 하다. 갤러리를 나와 코스 등 주변 샵을 조금 더 돌아보다 마지막 목적지인 몽쥬약국을 가기 위해 메트로를 타러 걸어갔다. 센 강쪽의 역에서 타면 되는데 가는 길에 또 넋을 잃고 센강을 구경했다. 밤의 파리는 너무 낭만적이야... 3정거장을 가 폰드 몽쥬역에 내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니 바로 몽쥬약국이 있었다. 스킨, 로션, 샴푸가 다 떨어져 당장 써야할 것을 사야했다. 선물용이나 유명한 제품들을 몇 개 사고 싶었지만 수화물 여유가 없어 필요 한 것과 동희 줄 눅스 오일하나를 구매했다. 프랑스는 125유로 이상 구매시 택스리펀이 된다고 한다. 베를린은 20유로 이상만 구매해도 됐는데... 이런거에서 프랑스의 치사함을 느낀다. 50유로쯤 구매하니 샘플도 생각보다 두둑히 챙겨주셨다. 메트로를 타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으로 햇반과 짬뽕국을 먹었다. 양이 충분하진 않았지만 오랜만에 칼칼한 걸 먹으니 속이 풀렸다. 후식까지 먹고 방으로 돌아와 씻고 일기를 쓰고 있다. 오늘은 그래도 일찍 마무리를 했다. 조금 있다 잘테지만 1시 전에는 잠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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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is day 3 (2018.11.15)
아침 일찍 일어나 어제 구매한 버터와 잼 맛이 궁금해 바로 조식을 먹으러 내려갔다. 바게트 사이에 버터를 바르고 무화과 잼을 넞었다. 먹어보니 맛이 환상적! 버터는 느끼하지 않고 순한 우유맛이나 담백했고 무화과잼도 너무 달지 않고 맛있었다. 소영이에게 물어보니 소금이 들어간 것도 맛있다고 하는데 이 기본 버터 위에 소금, 후추를 쳐서 먹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너무 맛있는 나머지 바게트를 세 조각이나 먹었다. 배부르게 먹은 뒤 미리 사둔 쿠키를 챙겨 르꼬르비쥐에의 빌라 사보아가 있는 푸아씨 역으로 가는 기차를 타러 갔다. 외교에 기차를 타야해서 티켓을 따로 구매해야 할 줄 알았는데 다행히 나비고 카드로 갈 수 있다고 했다. 20분쯤 타고 가 푸아씨역에 내려 구글맵의 안내대로 걸어 올라갔다. 날이 많이 추워서 입김이 나왔다. 구비구비 나 있는 정겨운 시골 언덕 길을 20분쯤 걸어 올라가니 빌라 사보아를 만날 수 있었다. 비가 와서인지 사람이 거의 없었다. 이번 여행 중 찾아간 건축가의 생가나 작은 집들에 비해 보존 상태가 양호 한 편이었다. 르 꼬르뷔지에가 강조했던 건축의 5양식과 르 꼬르뷔지에가 의도한 건물의 동선에 맞게 빌라 내부를 걸어보았다. 걸어다니는 내내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빛들과 넓은 창으로 들어오는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사진을 찍지 않고 한 바퀴를 돈 뒤 구석 구석을 둘러보며 다시 한번 보았다. 건축가의 능력과 건물에 위대함을 느끼지만 다른 건축가들의 집에 비해 살고 싶다는 느낌이 덜 들었다. 집은 내 모든 것을 편안히 두고 휴식하고 살아가는 공간인데 건축가가 의도한 것들로만 가득하니 사는 사람을 위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충분히 공간을 즐긴 후 소영이가 근처에 괜찮은 베이커리를 추천해주어 점심으로 먹을 빵을 사기 위해 길을 따라 다시 푸아씨역 근처로 내려갔다.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빵을 포장하기 위해 사람들이 줄서 있었다. 다 맛있어보여서 뭘 살지 고민하다가 크로와상 하나와 치킨이 들어간 바게트 샌드위치를 샀다. 파리는 불편한게 영어 설명이 없이 온통 다 불어라 감으로 선택하거나 도통 모르겠으면 사전을 검색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게다가 영어로 물으면 불어로 대답해주는 사람이 꽤 많다. 암튼 다시 푸아씨역으로 와 파리로 가는 기차 안에서 샌드위치를 먹었는데 결과는 대 만족이었다. 이번 여행에 소영이의 추천이 큰 도움이 됐다. 원래 계획은 빌라 사보아에 갔다가 맨션 라호슈에 가는 거였는데 날이 너무 흐려서 라호슈는 맑은 날 다시 오기로 변경하고 다음 계획이었던 퐁피두 센터로 바로 갔다. 도착해보니 생각한 것보다 건물이 더 컸다. 뮤지엄패스로 들어갈 수 있다고 했는데 일부 컬렉션 전시만 볼 수 있고 상설전시는 따로 발권해야한다고 했다. 이렇게 따져보니 결국 뮤지엄패스는 안 사도 될 뻔했다. 내가 가고 싶은 곳은 뮤지엄패스에 포함이 안 되는게 많았고 뮤지엄 패스로 간 곳을 다 찹쳐도 결제한 49유로보다 적었다. 그래도 이미 결제했으니 너무 후회말고.. 다음엔 구매 안 하기로.. 티켓을 발권하고서 에스컬레이터를 따라 5층까지 올라갔다. 올라가는 길에 보이는 파리 마레지구의 풍경은 흐림에도 불구하고 너무 운치있었다. 파리에 잔뜩 취한 게 틀림없다. 채도 낮은 베이지, 그레이 컬러의 일정한 높이의 건물들이 단정하면서도 낭만적이었다. 낭만적이다는 말로는 파리를 다 형용할 수 없다. 풍경을 뒤로 하고 갤러리 1에 독일 태생의 FRANZ WEST의 전시를 봤다. 종이를 이용하여 모형을 만들고 다양한 컬러를 입힌다. 작품 형태가 굉장히 세련되서 당연히 현존하는 작가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주 활동 시기가 1940년~1960년대였따. 이럴 때 외국과 한국의 문화, 예술의 차이를 크게 느낀다. 전시를 다 본 뒤 바로 옆에 큐비즘에 관한 전시도 봤다. 주로 피카소 작품 위주로 구성되어 있었다. 관람을 마친 후 4층 컬렉션 전시관으로 내려갔다. 모던 디자인과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연대별로, 센션별로 정리해 두었는데 대충 보기만 해도 방대해보여서 더 어두워지기 전에 아뜰리에 브랑쿠시를 보러 갔다. 퐁피두 센터 별관에 따로 실제 쿤스탄틴 브랑쿠시의 아뜰리에를 재현해 둔 공간이 있었다. 높은 유리 천장으로 들어오는 채광에 어두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갤러리 내부는 밝았다. 총 네 군데의 아뜰리에에 가득 찬 브랑쿠시의 조각들은 무채색을 띄고 있었지만 압도적이었다. 계속되는 관람에 조금 지쳐 잠시 쉬었다가 갤러리 3의 안도타다오 전시를 보러갔다. 그의 필모그래피와 주요 건축물들에 대한 소개와 모형, 인터뷰 영상으로 이루어져있었다. 이 전시관에 특히 사람이 붐볐다. 인터뷰 영상 앞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 그의 말에 집중했다. 이번 여행에서 유럽사람들의 일본에 관한 높은 관심을 몸소 체감했다. 뭔가 진중해보이고 동양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이런 걸 볼 때마다 과거에 대한 분노와, 현실에 대한 체념, 미래에 대한 다짐같은 다양한 감정이 뒤섞여 든다. 나오시마 박물관 섬은 언젠가 꼭 가보고 싶다. 다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4층 컬렉션 전시장으로 갔다. 1900년대부터 시작해 디자인 운동과 주요작가들을 연대별로 잘 정리해 두었다. 전시는 볼 수록 점입가경이었다. 컬렉션 양이 얼마나 방대한지 보다가 속으로” 이제 그만!”을 외칠 정도였다. 1시30분에 퐁피두 센터의 모든 전시와 아뜰리에 브랑쿠시까지 다 보니 6시 30분이 넘었다. 퐁피두 센터는 원래 일정을 마치고 밤에 와서 보려고 했는데 일찍 오길 잘 한것 같다. 저녁으로 따뜻한 쌀국수가 먹고 싶어서 근처에 있는 송흥이라는 레스토랑에 갔다. 도착하니 문이 닫겨있었다. 확인해보니 11시부터 4시까지 짧게 낮동안만 운영을 한다. 내일 다시 오기로 하고 소영이가 추천해준 캄보디아 레스토랑으로 갔다. 7시 오픈이라 천천히 걸어가 딱 맞게 들어갈 수 있었다. 쌀국수가 먹고싶었지만 보분이라는 비빔누들샐러드가 유명해 스탠다드 메뉴인 비프보분을 주문했다. 결과는 대만족! 너무 맛있는데 조금 짜서 면을 추가해서 먹었다. 면양이 많았지만 너무 맛있어 싹싹 다 긁어먹었다. 저녁을 먹으며 숙소로 바로 돌아갈까 개선문에 야경을 보러갈까 고민했다. 뮤지엄패스로 들어갈 수 있고 본전을 찾자는 마음에 가려했지만 날씨도 흐리고 오랫동안 걸어다녀 많이 피곤해 그냥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38번 버스를 타고 가면서 버스 안에서 꾸벅꾸벅 졸았다. 다행히 역을 지나치지 않고 맞게 내려 숙소로 걸어가는 길에 맥주가 마시고 싶어 마트에 들려 과자 두개와 맥주를 구매했다. 점원이 잔돈을 잘못 거슬러주어 실랑이가 있었지만 어쨌거나 숙소로 돌아갔다. 노트북을 들고 1층으로 내려가 간식을 먹으며 사진을 정리했다. 한국인 여행객들과 짧은 대화도 나눴다. 숙소로 올라가 씻고 누워 마저 정리하는데 쏟아지는 잠에 눈꺼풀이 저절로 감겼다. 이 일기는 그 다음날에 쓴 것.. 피곤하다 피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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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is day 2 (2018.11.14)
어제 늦게 들어온만큼 정리를 다 하고 자려고하니 2시가 넘었다. 7시 30분에 알람을 맞추면서 너무 피곤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오늘도 역시 알람 전에 눈이 떠졌다. 그래도 오랜만에 마음 편히 잠을 자서인지 조금 잤는데도 피곤하진 않았다. 조식을 먹으러 일층으로 내려갔다. 바게트 빵에 잼과 버터, 커피가 제공됐다. 별거 없는 간단한 식사였지만 미리 사둔 사과가 있었고 커피, 빵이라도 제공해주니 따로 돈을 쓸 필요 없어 너무 좋았다. 그리고 바게트가 딱딱하지 않고 엄청 부드럽다. 어제 과식을 하고 오랜만에 술을 마셔서인지 먹자마자 화장실 신호가 왔다. 치즈를 너무 많이 먹은 것 같다. 식사 후 9시가 조금 넘어 숙소를 나섰다. 오랑주리 미술관으로 가기 위해선 메트로를 타고 센강 건너편에서 내려 9분정도 걸어가야했다. 메트로에 내려 올라오니 어제 소영이와 밤에 걸었던 그 길이었다. 미드나잇인파리 ost를 들으며 강을 건너니 웃음이 절로 나온다. 혼자서 배시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풍경에 취해 걷다보니 오랑주리 미술관이 나왔다. 뮤지엄패스로 티켓 발권없이 입장할 수 있었다. 파리에 오기전부터 오고 싶었던 미술관이었다. 모네의 그림에 큰 흥미가 없었지만 오랑주리 미술관에 있는 수련은 이 공간을 위해 그려진 것 같아 사진으로만 봐도 관심이 갔다. 입장하니 단체로 견학 온 학생들이 벤치에 빼곡히 앉아있었다. 일단 작품을 천천히 즐겼다. 전시장은 두 곳으로 나뉘어져 있었도 사면이 다양한 색감의 수련 그림으로 채워져있었다. 둥근 전시장을 감싼 그림이 나를 포근하게 감싸주는 것 같았고 모네의 정원에 대해 더 궁금해졌다. 오랑주리 미술관만큼 지베르니에 있는 모네의 정원도 가고 싶었는데 3월부터 10월까지만 운영한다고 했다. 여름의 파리에 꼭 가봐야지. 유치원생들도 견학을 왔다. 그림을 구경하고 바닥에 옹기종기 쪼그려앉아 그림을 그린다. 이런 견학 프로그램이 잘 되어있는게 정말 부럽다. 어렸을 때부터 모네의 그림을 보면서 자라다니.. 두 전시장을 번갈아가며 여러번 둘러봤다. 지하로 가니 다른 전시도 있었는데 버츄얼 리얼리티 체험이 있었다. 여태껏 해보지 않았었는데 이건 어떤거일지 궁금했다. 줄이 길지 않아 바로 할 수 있었다. 수련이 있는 오랑주리 전시장으로 물이 밀려오더니 모네의 정원으로 변했다. 이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와 과정에 대해서 시각적으로 풀어 알려주었다. 사방으로 가득차있는 그림과 풍경을 볼 수 있다니 색다른 경험이었다. 만족스러운 관람 후 뛸트히 공원으로 걸어갔다. 조금 걷자마자 큰 분수가 있었고 분수 가장자리를 둘러 사진에서만 보았던 연두색 벤치의자들이 즐비해있었다. 원하는 자리로 의자를 옮겨 앉을 수 있었다. 이 얼마나 자유로운지! 마침 내려쬐는 햇살과 흩날리는 분수대가 정말 평온했다. 가져온 프레첼을 점심으로 먹으며 잠시 앉아있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치유되는 기분이었다. 조금 더 걸어 뛸트히 공원을 가로질러갔다. 보이는 매 순간이 그림이라 셔터를 계속 눌렀다. 알리샤쿠웨이드 작품이 있다고 해서 이곳저곳 둘러보며 찾았지만 루브르박물관에 다다를때까지 찾지 못했다. 이 때 쯤 방심해서 중동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봉변을 당할 뻔 했다. 너무 순식간이라 깜짝 놀랐다. 사람들이 많은 장소였으니 다행이지 정말 큰일날 뻔 헀다. 루브르박물관 외관만 본 후 소영이가 추천해준 장식미술관으로 갔다. 뮤지엄패스로는 사설전시외에 컬렉션전시만 관람할 수 있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시대별로 전시되어있었다. 현대 전시도 딱히 흥미롭지는 않았는데 별관쪽으로 따로 올라가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엄청난 공간이 있었다. 컬렉션도 어마어마했지만 장식미술관에서 내려다보이는 뛸트희 정원이 장관이었다. 이런 뷰를 보게 될 줄이야. 깜짝 선물을 받은 것 같았다. 오늘 하루가 다 채워진 것 같았다. 사설 전시도 좋을 것 같아 이건 다음에 다시 보러 오기로 하고 배가 고파 주변에 소영이가 추천해준 아키 베이커리로 갔다. 녹차 에끌레어가 맛있다고 해서 먹었는데 육성으로 소리를 지를만큼 엄청 맛있었다. 이걸 먹고나니 소영이의 추천에 믿음이 확 갔다. 추천해준 다른 곳들도 꼭 들려야지. 너무 맛있어서 다른 빵들도 궁금해져 식사용 빵 두개와 마차쿠키도 샀다. 바로 주변에 telescope이라는 카페로 라뗴를 마시러갔다. 한 골목 뒤에 위치한 작고 조용한 카페였다. 들어가니 한국인만 두 테이블이 있었다. 조금 천천히 머물고 싶었는데 와이파이가 없다고 해서 굉장히 아쉬웠다. 다시 뛸트히가든 쪽으로 걸어가 알리샤쿠웨이드 작품을 찾아보았는데 사진과 비교해보니 전시가 끝난 것 같았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센강을 건어 오르세미술관으로 갔다. 이 곳도 고대미술과 조각 위주의 콜렉션을 선보이고 있었다.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보러 갔다. 주요 작품만 본 후 미술관을 나와 센강을 따라 동쪽으로 걸었다. 노래를 듣고 부르며 해가 지는 파리의 길을 걸으니 꿈만 같았다. 하염없이 걷다가 노트르담 다리를 건너 세익스피어 서점을 들렸다. 가는 길에 노트르담 성당도 보였다. 집으로 바로 갈까 하다가 소영이가 추천해 준 버터를 사기 위해 르봉마르쉐 식품관으로 갔다. 다양한 식료품들이 있어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재밌었다. 영어 설명이 하나도 없어 고르는 데 오래 걸렸지만 무사히 플레인을 찾았다.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 모노프리스가 있어서 들려 미리 봐두었던 본마망 무화과잼과 카모마일티 밤맛요거트를 샀다. 숙소로 돌아와 저녁으로 햇반에 카레와 북어국을 먹었다. 오랜만에 먹는 흑미밥 정말 맛있었다. 맛있어서 좋기도 하고 짐 무게를 줄였다는 거에 행복해졌다. 방에는 베드가 하나 더 놓아졌고 나 포함 세 명이 머무른다. 다들 1박 씩 짧게 머물다가 간다. 오늘은 일찍 들어와서인지 12시 전에 모든 정리를 마쳤다. 내일 조금 타이트한 일정을 위해 일찍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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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is day 1 (2018.11.13)
thalys 기차를 타고 3시간 정도 달려 파리 북역에 도착했다. 여행 오기 전 부터 파리 북역 쪽 흑인들이 모여살고 무섭다고 해서 엄청 겁먹었었다. 정작 오니 역 안은 넓고 평화로웠다. 암스테르담에서 별의 별 일을 다 겪어서 그런지 둔감해진걸지도 모른다. 검색한대로 나비고 카드와 뮤지엄패스를 무사히 구매하고 메트로 4호선을 타고 숙소가 있는 역으로 왔다. 파리 지하철은 에스컬레이터와 리프트가 없다고 했다. 탈 때는 내려갈 때라 어렵지 않았는데 올라갈 때가 문제다. 다행히 숙소와 가까운 역에는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가 있었다! 일부러 파리는 체크인 시간을 맞추어서 기차시간을 예약했었기 때문에 따로 기다리거나 짐을 미리 맡기는 일 없이 숙소에 바로 체크인 할 수 있었다. 위치도 그렇고 후기가 별로 없어서 도중에 숙소를 변경할 까 했었는데 1박에 3만원 정도하는 저렴한 가격에 조식도 포함되어 있고 방도 4인 여성도미로 했는데 2인 여성도미로 제공해줬다. 그리고 무엇보다 화장실이 쾌적한 점! 너무 마음에 든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느낀게 숙소가 메인에 있으면 이동하는 시간을 아낄 수 있어 좋지만 메인인 만큼 숙소상태가 나빠진다거나 너무 번잡한 느낌이다. 이동하면서 생각도 정리하고 귀가하는 느낌도 든다. 여행을 할 수록 나만의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아무튼 짐을 풀고 못했던 빨래도 하고서 해가 지기 전에 서둘러 나왔다. 날씨가 너~~무 좋다. 무스탕이랑 패딩은 입을 일이 없을 것 같다. 소영이를 6시 반에 만나기로 해서 그 전에 시간이 남아 무작정 에펠탑을 볼 수 있는 근처로 가는 버스를 탔다. 가는 길에 버스 창 밖으로 에펠탑이 보이기 시작했다. 두근거리기 시작. 정류장에 내렸을 때 해가 떨어지는 하늘은 서서히 밝은 핑크빛으로 변해가고 있었고 우뚝 서있는 에펠탑은 정말 비현실적인 풍경이었다. 너무 신나서 에펠탑이 잘 보이는 곳 까지 신나게 달려갔다.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에펠탑을 향해 카메라부터 들이밀었다. 비수기라 붐비지도 않았고 적당히 관광지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사진을 계속 찍으면서 에펠탑 쪽으로 걸어갔다. 해가 떨어지고 얼마 안돼 에펠탑에 불이 들어왔다. 너..무 예쁘다. 왜 사람들이 파리를 좋아하는지 이제서야 알게되었다. 적당히 넓은 거리에 일정하게 낮은 건물들과 채도 낮은 건물들과 사람들, 걸을 때 마다 풍경에 걸리는 에펠탑. 적당히 낭만적이고 도시적이다. 그 조화가 너무 좋다. 더 있다가는 늦을 것 같아서 에펠탑을 뒤로 하고 핑크맘마로 가는 메트로를 탔다. 가는 길에 팔찌를 억지로 손에 채워 돈을 요구한다는 상인들도 마주쳤지만 단호하게 거절하고 지나가니 따라오진 않았다. 메트로를 한번 갈아타 blanche역에 도착했다. 40분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빨리 도착했다. 핑크맘마로 걸어가니 웨이팅도 없었고 입구가 어디쪽인지 몰라 두리번 거리다가 30분쯤되니 사람들이 모이는 걸 보고 입구를 찾아 줄을 설 수 있었다. 시간에 맞춰 소영이가 왔다. 여기서 보니 정말 색다르다. 단둘이 본 것도 처음이라서 어색할 수도 있었는데 타지에서 만난다는 반가움과 오랜만에 만난거라 나눌 이야기들이 많았다. 에피타이저로 부르타치즈와, 치즈피자와 트러플파스타 화이트 와인을 주문했다. 여기는 이태리 비스트로로 요리하는 사람들도 모두 이탈리아 사람이라고 했다. 이스트맘마, 오베르맘마 등 분점들이 있고 컨셉이 다 다르다고 했다. 주문한 음식들이 나왔는데 하나같이 너무 맛있었다. 음식도 맛있었지만 소영이와 나눈 대화와 그 시간이 너무 좋았다. 기분이 좋아서 와인도 한 잔 더 마셨다. 후식으로 티라미수까지 배부르게 먹고 기분 좋게 계산했다. 식당을 나와 소영이가 안내하는대로 길을 따라 센강 쪽으로 걸어내려갔다. 평일이여서 그런지 골목들은 조용했다. 좁고 붐비는 암스테르담 골목에 치이다가 이렇게 한적한 골목들을 걸으니 무섭다기 보다는 평온했다. 어쩌면 감사한게 암스테르담에서의 경험이 파리의 시간을 더 값지게 만들어줄 것 같다. 파리를 먼저 왔다면 같은 곳이여도 다르게 느꼈을 것이다. 소영이는 친구들이 여행 올 때마다 가이드를 해서인지 베테랑이었다. 덕분에 생각지도 못 한 곳들도 구경하고 자연스럽게 센강까지 밤산책을 할 수 있었다. 에펠탑 근처에서 작별인사를 했다. 아쉽지도 슬프지도 않은 담백한 인사였다. 거의 10시가 다 되어서 숙소로 돌아왔는데 늦은 시간이었지만 무서운 느낌이 하나도 없다. 서울의 동네 밤과 비슷한 기분. 앞으로의 날들이 편안할 것 같아 마음이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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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sterdam day 6 (2018.11.13)
암스테르담에서의 일정을 끝내고 11시 15분 파리 북역행 thalys기차를 타고 가는 중이다. 기차시간이 여유가 있어 아침 일찍 일어나 짐 정리를 모두 마친 후 coffee & coconut에 가 크로와상과 커피를 마시며 파리 일정표를 짰다. 여유있게 온다고 했는데 시간이 빨리 지나 금방 일어나야했다. 숙소로 돌아와 짐을 챙기러 방을 갔는데 남자 2명이 먼저 체크아웃을 했다. 오래도 머물다가네. 마지막날까지 어김없이 떠들고 밤에 시끄럽게 했지만 주의해달라고 이야기하고 난 뒤 나름 신경써줬다. 비행기를 탈 경우 공항에 2시간 전에 가서 대기를 해야하고 비행기 안에서도 와이파이가 터지지 않아 따로 할 수 있는 게 없었는데 기차를 타고 이동하니 미리 가 있지 않아도 되고 짐 무게제한도 없으니 좋은 것 같다. 시간이 3시간 이상 걸리지만 비행기를 타려고 미리 공항에 가 있거나 하는 경우와 따져봤을 때 비슷한 셈이다. 런던에서 암스테르담으로 오는 유로스타와 달리 thalys는 와이파이도 잘 켜져서 가면서 파리 일정을 마저 짜면 될 것 같다. 아침 먹은게 아쉽기도 하고 기차 안에서 이것 저것 먹고 싶어서 albert hein에 들려 생각보다 많은 걸 샀다. 우리나라 편의점 ,마트와 달리 다양한 샌드위치와 랩종류, 샐러드 보울이 있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라 만약 공용 주방을 사용할 수 있는 호스텔이었다면 아침, 저녁을 잘 먹을 수 있었을 것 같다. 혼자이기도 하고 음식이 저렴하지 않은 편이라 아낀다고 항상 어중간한 식사를 했다. 제대로 먹은 건 없는데 그렇다고 돈을 안 쓴 것도 아니고.. 확실히 암스테르담은 유로 국가 중 물가가 비싼 편에 속한다. 도착한 첫 날과 로테르담에 간 날을 제외하곤 모두 비가 오고 흐린 날씨였다. 중간 중간 비가 그치기도 했지만 폭우처럼 많이 쏟아지기도 했다. 잔잔하게 흐르는 암스테르담의 운하길을 따라 걸으면 어느 도시보다 낭만적이고 평화롭다 느껴지다가도 밤낮으로 관광객으로 골목골목 북적여 정신이 없다. 친절한 사람들과 풍경 덕분에 미소가 지어지다가도 인종차별이 섞인 캣콜링을 하는 사람들 때문에 잔뜩 인상이 찌푸려지기도 한다. 어느 도시보다 다양한 감정을 가질 수 있었던 암스테르담. 다른 도시보다 크게 욕심도 안 부렸고, 그만큼 나도 모르게 놓친 것도 많을거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몇 년 뒤에 와도 할 수 있을 것을들 다음을 위해 남겨두었다. 암스테르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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