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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ghterj · 18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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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별 도리없이 인정해야겠지. 나는 그릇이 매우 작아. 작은 슬픔에 푹 잠겨 젖고 작은 성취가 자랑스러워 벅차고 작은 말에 내 세상을 다 주었다가 단 한 번의 되물음에 마음을 접는 날들을 겪다보면 이 작은 찻잔만한 마음들이 얼마나 많은 갈래로 나를 방향전환 해왔는지 돌이켜보게 되지. 큰 그릇을 우러러보던 내가 어쩌다 이다지도 잘게 쪼개진건지 한탄스러워. 이 작은 마음 안에서도 저 많은 소재들이 한 번에 하나씩 온전히 차지하지 못하고 춘추전국시대처럼 저마다 소리를 높이는 많은 날들엔 가끔 어떤 영웅적인 마음 하나 가진 낭만적인 독재자를 만들어내고 싶어지기도 하고.
하지만 세상에 그런 게 어디있을까. 나는 손쉬운 영달을 밀어두고 다시 오합지졸의 감정들을 다스려봐. 어느 하나 멸종 되면 안될 이다지도 다양한 감정의 배합물들, 이런 미지근하고 이도저도 아닌 감각과 너무 사소해 섬세한 지표들. 이것들이 모여있는 이 나이의 나는 지금 이외의 시간엔 살아있지 않아. 오늘 겪은 일이 나를 바꾸고 어제와 문득 떠오른 6년 전 어떤 말 한마디가 겹쳐 또 다른 합성물로 잔류를 결정해. 나의 체성분은, 체감각과 체온도 체지표 는 쉴새없이 변하고 이제 내가 할 일은 잔류하는 것들의 퀄리티체크. 너무 나쁜 것들은 남겨두지 않기로 해. 너무 무겁거나 너무 아프거나 너무 악한 것들은 아무리 소중해도 처분하려고 해. 한 번에 수거가 어려운 것들은 조각내어 먼 곳에 여행을 가있을 때, 바다같은 웃음을 만났을 때, 풍랑에 휩싸여 헝클어진 머리로 육교를 건너는 퇴근길에, 유난히 또렷한 출근 길 버스정류장에, 한 조각 씩 모른 척 잃어버리고 집으로 돌아오자고.
나는, 유난하지만 그래도 균형잡으려 노력하는 사람. 어떻게든 해보고 싶은 사람. 멋지진 않아도 무너지진 않는 사람. 엉킨 것 처럼 보여도 개미굴을 여러개 가진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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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ghterj · 3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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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드리러 가는 길, 인사드리고 나오는 길 소복소복 한 눈이 쌓이는 풍경이 문득 잘 쓰여진 편지처럼 느껴집니다. 고요하고 희게 도톰한 송이들을 어깨에 머리 위에 쌓아두고 하늘을 올려다보니
온통 흩날리는 나뭇가지 위로 휘모는 눈, 눈, 눈.
마지막 미소지은 모습과 이 장면으로 저는 당신을 담아 둘 마음에 표지를 삼겠습니다. 아름다웠던 날들과 그리운 이들과 이제 아픔도 불편함도 없이 웃으시길. 잘 지내노라 답장을 얻은 듯한 마음으로 감히 작은 잔을 한 잔 올려두고 돌아옵니다. 슬플 일 아닌 듯 할 수 있는 날이 언젠가 오겠지만 아직은 눈물 없이 보기 너무 어려워요.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자꾸만 우는 이 친구의 그리워하는 마음만은 잊지말고 가져가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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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ghterj · 3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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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시릴 때
여전히 나를 돌아가게 만드는 어떤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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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ghterj · 5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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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의 목소리로만 잔잔하게 흘러가다가 풍성한 연주로 확장하여 전개되는 순간. 꽃이 만개하는 것만 같은 가득찬 소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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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ghterj · 5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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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에 가장 좋은 것들에 더 많은 시간과 흔적이 쌓이길 언제나 바라고 있어요. 어수선한 시국이지만, 조월의 신보 소식에 반가움을 빌어 안부를 남깁니다.
유행에 뒤쳐지기 싫었는지 요즘 대유행인 감기로 앓는 와중이지만 좋은 것을 같이 좋다고 말 나눌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기뻐요. 말 할 수록 더 좋아지는 타입이라.. 좋은 것을 많이 쌓는 한 해를 저도 당신도 보낼 수 있길.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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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ghterj · 6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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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보고 안봤는지 모를 스페이스 공감을 왜 예약 해 뒀을까 약간의 술기운인지 보편적 이라는 단어가 스쳐가며 준 인상때문인지 새로 산 엄청 큰 티비 때문인지. 그러게 이제 생각나지 않는 시간도 장소도 마음도 기억나지 않는 그 때, 그 중에 문득 선명하게 생각나는 그 때 같은 게 왜 자동으로 생각났을까. 너무 유치하다 그치
하지만 그 앨범의 첫 곡 첫 마디를 듣던 순간을 기억해, 뽀얗게 서린 차창 유리 안으로 전주도 없이 부드럽게 쑥 들어오던 춤의 첫 가사를. 음반으로 들어서인지 바깥이 선명치 않아 대조되었던 것인지 유난하게 또렷하던 그 한 곡과 그 뒤로 못지않게 마음에 오래 남던 그 음반의 모든 곡들. 그리고 모든게 또렷하고 오래되리라던 예감을 가볍게 밟고 지나가던 짧은 시간과 희미한 미련들, 사무치게 오래 그리웠는데 이제 상대가 있는 사랑이 아니라 긴 독백으로 기억 되는 나의 소중한 시간과 눈물과 후회없이 깊어지던 마음으로 남은 시간들. 결론적으로 잘 된 일이지 덕분에 이렇게 좋은 어른이 되었어 이제 바뀐 멤버들과 목소리 만큼이나 나는 이제 나를 응원하고 적응하고 있어. 여전히 가끔 낯설지만 꼭 모든게 그 자리 일 수도,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면서.
좋은 1시간이었어 10분의 회고는 여기에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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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ghterj · 6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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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마음에 5분짜리 연애감정이 찾아왔다가 사라진다. 나는 솔직하게 상황을 고백한다. 너만 솔직했으면 끝이냐고 물을 수 있지만 나는 나 자신에게도 솔직하기 힘든 사람. 이 마음 앞에서도 당신앞에 솔직했다는 것 하나로 나의 선에 최선이었다는 본능을 안다. 솔직하기로 했다는 것은 내 의지를 벗어난 제어를 타인과 세상의 관념이란 굳센 벽 앞에 가져다 두는 것 제도와 관습을 벗어날 만큼인지 가늠하는 저울 위에 올려두는 것 감정을 내려두고 초라해보이는 내 자리로 다시 돌아와 앉아 쓸쓸해 하는 것
나에게 아무런 최선도 다하지 않는 당신의 옆으로 돌아와 부족한 마음을 정면으로 얻어맞으며 얼얼해 하는 것
어쩌면 조밀한 기쁨으로 가득했을지도 모르는 가상의 열매를 이따금 곱씹어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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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ghterj · 7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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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일기를 보다가
털이 길고 얼굴이 아주 예쁜 노르웨이숲 고양이가 풀숲에 웅크리고 새초롬 눈을 뜬 사진을 발견. 저 먼 나라에서도 길거리엔 고양이가 버려지고 날은 어김없이 추워진다. 침대 발치에 몸을 웅크리고 앉은 내 집고양이의 발바닥 아래엔 11월부터 자리를 차지한 온수매트가 윙윙 돌아가고 저 친구는 꾹 닫힌 베란다 문을 이따금 박박 긁으며 바깥공기에 대한 어리광을 부린다. 나는 마음이 애달프며 안타깝고 안심도 되면서 퍽 난감하다. 아무것도 돕지 못하고 도움이 될지 모를 서툰 손길이나 푼돈을 토막내어 정기후원 했답시고 죄책감을 뭉갠다.
여름은 들척지근해 초라하고 겨울은 미지근하게 온정적이라 죄스럽다. 사람 미워하지 말아야지 생각하면서 마주 웃는 내 입꼬리의 각도가 어제와 다르지 않은지 생각했다. 혐오는 가장 잘 아는 방향으로 흐른다. 내 안으로 흐르는 것이 당연하다. 꿀꺽 기쁜 마음으로 삼켜본다.
하지만 석열아, 너는 진짜 이제 추운 골방으로 가라 이 겨울 길바닥에 서서 소리지르기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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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ghterj · 7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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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점심을 먹으면 거의 오게되는 포케집이 있는데, 여름엔 사람이 꽉꽉 차서 조금만 늦어도 자리가 없어 방황하게 하곤 했다. 체인점이면서 참 인기가 좋네 생각했던 곳인데 언제부턴가 재방문 쿠폰을 주더니 체감 될 정도로 날이 추워지니까 사람이 줄어서 자리가 여유있어졌다. 이래서 진즉 쿠폰을 뿌렸네 지혜롭다 싶다가도 나는 계속 이렇게 여유로운 식사를 할 수 있었음 하는 마음으로 지난 번 받은 쿠폰을 사용해 달걀을 추가한다. 괴롭지않을 만큼 잘 되고 내 자리 남을 만큼은 여유롭길, 사장님을 위한 기도를 살짝 해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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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ghterj · 8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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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도 들여다 보지 않는 너의 구석 어떻게 보아도 가련하지않도록 잘 우거진 그 틈으로 손을 넣어 더듬어 보았어 두텁게 쌓인 먼지더께를 만지며 생각했지 보드라운 것 �� 먼지가 이렇게나 소복소복 쌓여가며 기다리고 있었네 누군가 손을 넣어 더듬을 때 손가락을 베지 않도록 오래 기다렸겠네 그리고 오래 외로웠겠네
내 손자국이 남은 먼지 위로 또 많은 먼지가 쌓여가겠지 너의 기관지가 왜 그다지도 나쁜지 너의 콜록임이 어디서부터 고쳐져야 하는지 나는 알고도 지나 갈 것이고 너는 잔기침을 능숙하게 다루며 또 걸어갈거야 나는 너에게 몇 개의 손자욱만 남기고 다시 팔랑이며 멀어져가 그 손자욱의 희미하고 의미없음 만큼이나 가볍게 지나가 우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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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ghterj · 9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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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나를 설명하는 말을 아끼게 되는 것은 나를 만나고 돌아가는 길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을 만나고싶지 않단 것을 깨닫고 나서였다 그건 나였고 가끔 깊게 생각하다 그만두곤 했다 나에게조차 들키기 싫은 누추한 부분은 나조차 볼 수 없게 덮어두는 방식이고 효과가 나쁘지않았다 뭐 썩 좋을 것도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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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ghterj · 9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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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못 살았단 것도 아니고 선택에 후회가 있다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어떤 한 낮은 짚어 말할 수 없는 모양으로 적적하다 축축하지도 버석하지도 않은. 비어있지만 단정하지는 않은 그런 방 안에 결국은 누구와 도란도란 앉지 못하고 나만 고요히 앉은 것이 눈이 아닌 무언가로 들여다보인다
나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가구랄까 모양새만 갖춘 사물이랄까 하는 것 몇 개를 곁에 세워두고 바닥에 옹종하게 반쯤 앉아 있다 모양새는 잘 갖추고 살아보자 했더니 정말 뭔지는 모르겠는 어떤 모양만 있는 것들이 듬성듬성 들어선 방 안에. 아니라고 손을 저으며 지나칠 수 없이 너무 또렷한 내가 거기있다
살뜰하지 못한 고양이도 끝 모를 삶 끝 서로의 요양병원 입원서류에 동의를 작성 해 줄 이도 없이 부모도 형제도 친구도 없이 몹시 적적해보이는 가슴을 하고 책 한 권 음악 한 자락 조그만 휴대폰화면 한 장 없이. 어깨를 들썩이며 호흡을 이어가는 것을 보고 살아있다는 것에 조그만 안심을 억지로 쥐어잡고 돌아나오면
술을 마시고 콧잔등을 찡그리며 웃는 내가 보잘것 없는 푼돈으로 부모의 위안이 되어보려 힘껏 웃는 내가 다정하고 동그랗게 말하며 속으로 매듭 여러개를 묶는 내가 감정대로 가려는 나를 어금니로 잡아두는 듯 관자놀이에 힘이 들어간 내가 악을쓰며 나를 설명하는 내가 실없는 말을 하며 후회하다 정작 할 말을 참는 내가 아쉬움에 손 대신 가방끈을 잡는 내가 책 대신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내가 여행이 다 뭐냐 고양이를 생각해라 악다구니 하는. 나름대로 잘 살아가고 있는 내가 보인다
양 쪽 다 그럭저럭. 그렇지 다들 그렇게 사는거지
흔한 풍경의 문을 닫아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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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ghterj · 10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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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드니까 좋다 낮은 소리로 노래부를 수 있네 이제 creep을 원음으로 부를 수 있게 낮은 사람이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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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ghterj · 10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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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굽이가 지날 때면 그래도 한 자락은 남기게 되는 줄글.
살다살다 신장이 다 아파본다. 거기에 그런 것이 있는줄도 모르고 살다가 처음으로 느껴본 감각이 찌르는 듯한 통증. 역시 있을 때 잘해, 그러니까 잘해 의 근본인 내장기관답게 있는 힘껏 자기 존재감을 과시해준다.
광복절엔 아점 잘먹고 소파에 앉았다가 갑자기 너무 춥길래 한여름에 이불을 둘둘 감고 잠이 들었다. 꿈인 줄만 알았던 끔찍한 오한과 두통이 꺠고보니 실화였다. 점점 더 추워지는 것 같아 35도에 바람막이를 챙겨입고 다섯시 반에 아무 동네 의원에 찾아갔는데 초진접수를 하며 재어보니 열이 39도였다. 바깥온도와 4도밖에 차이 나지 않는 체온이 사람을 이렇게 괴롭히는구나, 참 보잘것 없는 면역이다 싶으면서도 너무 괴로워 우선 모르겠고 제일 강한 항생제 처방과 근육주사를 청했다. 의원에선 해줄 것이 없으나 우측하복부와 등 뒤 통증이 맹장과 신장질환의 소견이 보인다며 더 큰 병원에 제출 할 진료의뢰서를 써주었는데, 공휴일 그 시간에 갈 수 있는 병원이 많지 않아 우선 견뎌보기로 했다. 피부과나 감기 진료 환자들이 대부분이던 의원은 이마트 내부에 있어서 저녁거리를 대강 사서 갈까 하고 들어갔는데 시식으로 주는 진라면 한 입을 얻어먹고 저녁으로 라면먹자 하니 종우가 머리를 쓰다듬으며 넌 라면을 먹으면 뭐든 낫는구나 했다. 틀린말은 아닌데 머리를 쓰다듬는 행위가 나를 아래로 보는 것 같아 기분이 들척지근하길래 마트를 걸으며 좀 툴툴대고 카트로 발 뒷꿈치를 몇 번 일부러 공격했다.
다음 날 오전엔 꼭 처리해야 할 것들이 많아 우선 출근했더니 지연언니가 아주산뜻한 걱정을 내비치며 힘들면 병가도 고려해보라고 이야기해주셨다. 말씀만이라도 감사했으나 이번주에 추석 프로모션 오픈..이라고 하니까 웃으며 대무자를 언급하시는 것이 나의 대무는 설명하다보면 내가 돌아와야 하는 시점임을 설명하기 어려워 나도 마주보고 웃었다. 오후에 간 병원에선 별 소득이 없었으나 신우신염일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는 소견서와 초음파 CD 한 장을 건네주었다. 친절한데 자기 검진 결과에 자신이 없고 전원조치에 화내는 환자들에 대한 겁이 많아보이는 의사선생님이었다.
다음 날 들른 신장내과에선 항생제를 복용 한 것 치고도 혈뇨와 염증수치가 높으나, 우선 '아직 젊으니' 복용약으로 염증을 잠재워보자고 한 의사선생님의 말씀이 있으셨다. 그러나 그 뜻과 달리 젊은 나의 몸은 아침점심저녁 먹는 항생제에 속절없이 컨디션을 정복당하는 중. "광복절에 처방받은 3일치 약은 오늘로 끝나야 하는데 많이 남았네요?" 로 시작한 선생님 말씀은 "약을 아/점/저 처방해줬는데 아침저녁만 먹는다거나, 증상이 호전된 것 같다고 임의로 단약한다거나 하는 것은 염증이 약을 이길 수 있는 필승기법을 알려주는 거예요~^^ 우리는 그걸 내성이라고 하죠?" 하고 친절한 긴 문장을 이어갔으나 '약 주는대로 똑바로 먹어라 입원하기 싫으면' 이라는 단호한 함의가 똑똑히 느껴져 고개를 숙이고 예.. 하고 대답했다. 역시 부드럽다고 강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고열이 한 번 더 찾아오면 입원해서 링거로 항생제 치료를 시작하는 수 밖에 없다고 하길래 주사만은 싫다 는 마음으로 나오자마자 점심을 먹고 신종우와 개싸움을 하면서도 약을 챙겨 입에 넣고 물을 삼켰다. 그래 나는 결심하면 하는 사람이었지, 작은 효능감을 얻었는데 얻어도 되는 대목이었는진 잘 모르겠다.
맹장일까봐 공휴일에도 여는 병원을 소개해줬던 친구와 신우신염 입원선배인 친구의 조언, 면역력약화로 고생중인 친구가 추천해준 영양제 3종 쿠팡구매 등 많은 조력자들 덕분에 무사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합니다. 수상소감 같은 감사를 전해보며 태어나서 가장 성실히 항생제를 삼키는 하루하루. 그 좋아하던 술 생각이 안난다...는 거짓말이고 그냥 먹으면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내가 참는다 라는 철없는 마음으로 밍밍한 식사를 성실하게 해나간다.
회사엔 1주일 재택을 청해 허가 받았고, 목요일쯤 컨디션이 계속 난조를 보이면 병가를 제출해볼까 싶은 마음이 든다. 회사는 나 없이도 잘 돌아가는 것 아는데, 내가 돌아갔을 때 내 자리가 아직 공고할까? 아냐 이런 질문보다는 아까일곱명이 모여 하는 회의에서 나만 팀즈로 초대받았더니 내가 하는 말만 딜레이 걸려 씹히는게 찜찜하다. 이거 나중에 잘못 된 방향으로 나에게 우르르 쏟아지면 어떡하지. 미리 예방해주지 못한 사람이 되는 건 싫다.
고양이는 하루종일 집에 머무는 인간이 좋은지 침대 발치에 계속 머문다. 냐-아 꺄--아 깨앵! 양양양 어찌나 다양하게도 우는지 저 말들이 모두 어떤 다른 의미를 가진 것인지 많이 궁금해 하는 하루하루다. 양파 감자를 담아두려고 산 단단한 라탄바구니에 호기심을 보이길래 타월을 깔아두었더니 종일 바구니에 동그랗게 담겨 잠을 잔다. 바구니를 들어 침대 발치에 가져다 두었더니 바구니 속에서 둥글게 몸을 말고 자다, 바구니에서 침대로 두어발짜국 걸어나와 선풍기를 쐬며 길게 뻗어자다, 번갈아가며 좋을대로 잠을 잔다. 저 고양이 한마리의 평온이 요즘 나의 가장 큰 기쁨이다. 자식을 위해선 심장이라도 내어준다던 옛 이야기 좀 잔인하다고 생각했는데, 신장이 일부 훼손되니까 고양이가 좋아하는 일이 생겼다고 생각하니 뭐 내가 회복 잘 하면 되는거지 지금은 정말 좋군 하는 마음이 든다.
정말 뻘없는 병상일기네. 너무 덥고 입맛은 없어서 지금 나에게 여윈 느낌이 나야 할 것만 같은데 몸피는 너무 매끈하고 건강한 구릿빛에 통통한 볼륨감을 잃지않아서 뭐랄까 보기엔 멀쩡한데 품질이 나쁜 식재료가 이런 느낌일까 싶다. 더 견딜 수 있는 체구로 줏대로 마음으로, 여기에 일기를 적을 생각 같은건 나지도 않는 하루하루를 더 보내고싶다. 지난 일기를 읽는 일은 재미있지만, 적은 날 중 단 하루도 재미만 있었던 날은 아니었던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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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ghterj · 1 year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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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도 더 된 이야기
오늘은 조금 늦은 출근을 했어. 날이 따뜻해져서인지 사람들 옷이 가벼워졌더라. 멋 좀 부린 사내애들을 보면 다가가고 싶어지는게 아니라 멀찍이 물러서는 걸 보니 나도 나이가 들었나봐. 하긴 적은 나이는 아니지.
지하철에 서서 시집을 읽었어. 두번째로 읽은 시는 위안부에 대한 세장짜리 시였는데 다 읽고 나니 꽃 이야기를 하는 다음 시가 도저히 읽히지 않아 책장을 덮고 눈을 감았어. 잠은 오지 않았어. 갈빗대 사이로 울컥 뜨거운 물이 올라왔어 요즘 앓고있는 것인지 어제 마신 술인지 액체인척 울렁이는 감정인지 셋 다 인지는 알 수 없어. 지하철에 사기치지 않습니다 제발 믿어주세요 여러분에게 사기쳐서 싸구려 물건 팔아먹지 않습니다 라고 말하며 칫솔을 파는 아저씨가 있었어. 사기치지 않는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칫솔을 두개 샀어. 칫솔은 당연하게도(슬프게도)싸구려였어. 모가 형편없고 손잡이의 만듦새가 조악했지. 하지만 그런 터무니없는 맹세라도 믿고싶은게 요즘인 것 같아. 그리고 그런 마음은 쉽게 배신당하겠지. 어젠 오랜 친구들과 술을 마셨어. 요즘은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만을 만나게 되는 것 같아. 술을 마시다 애인1호가 머리 긴 친구 하나를 집어갔고 남은 친구와 둘이 독주를 마시러 자리를 옮겼어. 우리에게 듣고 싶은 노래를 말해달라길래 술에 취한 우리들은 신나게 듣고 싶은 것들을 적어댔어. 듣고 싶은 것 중 많은 것이 없었어. 그래도 찾을 것들은 많았지. 나중엔 내가 가서 목록을 만들어 틀었어. 주인은 우리의 취향이 탐탁치않은 것 같았지만 돈내는 손님을 내쫒을 순 없었겠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화를 냈어. 무엇에 화가 났는지는 모르겠는데 막연히 감당 할 수 없는 분노를 그 친구에게 다 보여버린 것 같아. 그리고 끝내 전화기에 대고 크게 울었어. 모든게 다 와그르르 무너지는 ���분이었어. 우리 결혼을 할까, 내가 물었고 친구가 웃었어. 올 수 없는 걸 알면서도 그리워하게 되는 것이 싫어 아무것도 그리울만큼 좋아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 그런데 이젠 한 번이라도 그리울 때 나타나 줄 수 있는 사람을 가지고싶어. 따듯했던 기억이라는게 부적처럼 간직 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렇게 하고싶어. 이 친구라면 그럴 수 있지 않을까. 믿음이 가는 친구야. 오랜 연애를 끝낸 친구가 말했어. 모든 것이 끝났는데 왜 마음은 끝나지 않을까. 그러게. 어째서 끝내지지 않을까 우리들은. 너의 일기를 읽지 않은 지 오래되었어. 떠다니는 너의 단어들에 취해 많은게 달라지거나 전혀 달라지지 않는 일들이 지긋지긋했던 어느 술취한 밤 주소를 지웠지. 휴지통에 넣고 비우기를 여러번 꾹꾹 눌렀어. 하나가 아니라 여러갤 버린 날이었어. 내 마음은 곧게 한 곳을 향하고 있는데 누수처럼 새는 물줄기들이 자꾸 반대방향으로 흘러. 막아보려고도 애썼고 그런 나를 미워도 해봤는데 많은 것이 달라지진 않았어. 그래서 원래 누구에게나 새는 마음 같은 건 있는거라고 생각하기로 했었어. 너의 마음 역시 내게 흐르는 것이 아니라 느슨한 틈으로 새어나온 무엇 정도일테니 나도 심각하게만은 생각하지 않기로. 그러니 너무 우습게 생각하지는 말아줘. 이러다가 또 어느순간 나는 다시 너에게서 조금 더 멀리 꼬리를 끊고 달아나겠지. 술이 덜 깬 날 글이 쓰고 싶어지는 것 보면 나는 재능이 있는 편은 아닌가봐. 아니면 시를 읽고 나서일까. 이런건 사실 누구에게든 쓸 수 있는 편지, 그리고 되도록이면 널리 알려지지 않았으면 하는 이야기. 나의 구질한 마음을 여기 두고 갈게. 감춘다고 감춰지는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들어. 점점 작아지는 덩어리들로 나는 위안 삼고있지만 이렇게 덜어내기보다 닳아지는 것이라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했던 것 같아. 많이 만지작댄 덕에 많이 닳은 것에 감사해. 짧았던 것에도 적었던 것에도 영영 잃어버리고 싶을만큼 슬펐던 것에도.
닿기 위해 시작한 여행이 아니라서인지 끝이 없는 걸음으로, 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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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ghterj · 1 year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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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부족한 상태일 때 인 것 같아
늘 그렇지 꿈 속에서 우리는 서로 바라보는 일이 어쩜 그렇게 자연스러운지 깨어나고 보면 이제 더이상 그럴 수 없는 사이라는 것이 그것은 당연한 일이란 것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에 도대체 몇 년을 썼는데. 너는 그렇게나 다정하게 나를 바라보고 이제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손으로 나를 맞잡고 우리는 부드러운 공기 속에서 아름다운 감정을 주고 또 받고 그리고 그 모든게 없는 나로 깨어나 당황하고. 왜 이런 반복을 해야해? 싶다가도 이건 모두 내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니까말이야 너에겐 아무 의미도 없는 일이지 나는 나를 더 가다듬는 하루를 보내 나에게 어떤 의미를 찾고싶은건지 자주 묻고 어루만지는 시간이 필요한건지를 생각하며 천천히 걸어
좀 슬프기도 해 이젠 어떤 달콤함이나 유희를 원할 수도 있는 나이가 되었지않니 그런데도 아직 내가 네게 원하는 것은 아주 작은 하루의 공유 일 뿐이라는게 아직도 나는 원도 한도 없는 마음이 되어 너에게 포근한 스웨터를 입혀 단정하게 머리를 자른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게 할 뿐 이라는게 이런 다정함은 결국 가 닿을 곳이 없이 사라져버렸다는게 그런데도 내 다정은 여전히 끈질기게 흔적으로 살아남아 꿈에 살짝 나타나 하나도 폭력적이지 않고 슬프지않게 나를 살짝 안아주고 갈 뿐이라는게 나의 가장 질 좋은 다정이 낭비 된 것만은 아니라 다행이라 해야할까?
너는 어떻게 나이 들어가고있니? 나는 어렸던 나 보다 지금의 내가 더 마음에 들어 자주 슬프지도 않고 내 감정에 의존적이지도 않아 훨씬 더 단순하고 내 마음을 꼭 다 드러내 적으려고 들지도 않아 그 감정이 적혀서 어딘가 남겨진다는건 그 감정으로 쉽게 돌아갈 수 있는 즐겨찾기가 되는 기분이라서 말야 많이 잊으려고 하고 그래도 잊혀지지 않는 것들을 조심하며 살아 사랑보단 고양이의 부드러운 털과 나를 핥는 작고 촉촉한 혀의 실체감이 구원이라 믿어
너도 지금의 너를 더 좋아하니? 너도 그랬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는 영영 만나지지 않고 소식을 알 수 없는 사이로 남자
가끔 꿈에서 만나 어제는 반가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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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ghterj · 1 year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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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감. 늦은 새벽에 눈이 뜨인 밤 왼쪽으로 돌아누우면 팔 뻗은 자리에 내 몸만큼 움푹한 틈이 마련 되어 있는 것. 너를 안으면 익숙한 깊이만큼 너와 내가 겹쳐지고 팔 안으로 감겨오는 알맞은 허리품과 박동소리. 정말로 네가 거기에 있다는 것. 만져지고 들리는 너, 기억이 아니라 살아움직이는 너. 머리칼을 만지작대도 괜찮아 잠깐 침울해져도 가끔 이해 할 수 없어도 괜찮아 여기에 있으니까. 나는 살아있는 너를 위해서 더 많은 걸 해줄 수 있어. 여기 오래도록 같은 시간선 위에서 함께 지내자. 하루아침에 들려오는 허망한 뉴스처럼 없어져버리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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