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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너머 빌딩 불이 꺼졌다 켜지기를 백 번쯤 반복하고 나면 또 무언가 지나가버렸구나. 그게 무엇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감정보다는 조금 더 실재하는 무언가라는 기분이 든다. 또 라벨의 왈츠를 들으며 가슴이 비장해져서 금세 침대에 누워 내일을 기다린다. 언제까지 이런 걸 반복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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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
뻗어나간 에너지가 남기고 간 파편들..자만이나 도취 같은 기름진 것들을 채로 거르는 일. 위선이나 자기 비하가 아니라 다음 것이 출발하기 전 활로를 단정히 하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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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건 없겠지만 사랑이여
그런 건 없겠지만, 사랑이여 그대가 없어도 혼자 담배 피우는 밤은 오네
보르헤스의 책을 펼쳐놓고 꿈의 호랑이들 을 읽는 밤은 오네
밤이 와서 뭘 어쩌겠다는 것도 아닌데 깊은 밤 속에서 촛불로 작은 동굴을 하나 파고 아무도 읽지 않을 시를 쓰는 밤은 오네
창 밖에는 바람이 불고 가끔 비가 내리기도 하겠지만
내 고독이 만드는 음악을 저 홀로 알뜰히 듣는 밤은 또 오네
한때 내가 사랑했던 그대, 통속소설처럼 떠나간 그대는
또 다른 사람 품에서 사랑을 구하고 있겠지만
이제는 아무리 그대를 생각해도 더 이상 아프지도 않아
나는 아프네, 때로는 그대와의 한 순간이 내게 영원으로 가는 길을 보여줬으니
미안해하지 말게, 사랑이여, 그런 건 없겠지만, 그래도 사랑이여
그대에 대한 짧은 사랑의 기억만으로도 나는 이미 불멸을 지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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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의 매력 중 가장 으뜸은 모두 한 곳을 바라보게 한다는 데에 있다. 어떠한 강압이나 폭력따위 필요없는 자의적 통일, 아름다운 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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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카이 마코토는 작화 외에도 다방면 뛰어난 사람이란 것을 너의이름은 을 보며 알게 되었다.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이 영화의 이야기가 나오면 항상 내가 울었다는 것을 실토하게 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가장 정확한 나의 감상이기 때문인 듯 하다. 나는 이 영화가 이성간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다중우주에 빗댄 자아의 반쪽에 대한 탐구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쓸쓸했고 그래서 더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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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retend when I look in your eyes Don't know where you're going Don't come back please come back tonight Just about the only thing left is a lie I wonder where you are Then I wonder But I won't wonder anymore And I can see you now Sitting there in front of the station Feel the rain fall down again I'd love to be there now but I'm heading in the other direction Feel the rain fall Feel the rain fall Why is the moon so bright? Why are you so nice? See you alone at the Walgreens at night I used to think that you'd always return to your woman-in-waiting My love belongs to no one And just about the only thing left is a lie I wonder where you are Then I wonder again And I can see you now Sitting there in front of the station Feel the rain fall down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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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매한 지성도 형이상적 관념도 때 묻지 않은 순수함 앞에서 볼품없는 존재가 된다.
신의 실체를 목격하게 된다면 그 형상은 아마도, 초연히 페달을 밟는 시릴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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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는 정신없이 흘러갔다. 신세계 대구점에 내려가서 겨울 디스플레이 현장을 보고, 표까지 미리 끊어두고 목 빠지게 기다렸던 르코르뷔지에 전, 덕수궁 MMCA 유영국전을 다녀왔다. (승민이형은 암한국이라고 답 하셨다..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다르덴 영화 두 편 (로나의침묵, 자전거탄소년) 을 보았고, 뭐 하다가 여태 안 보고 있던 몽상가들을 드디어 보았다. 경험하는 것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으로) 그것에 대한 사유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요즘은 그냥 닥치는 대로 집어삼키고 탐닉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쓰고 있다. 폭식증 환자같다. 순수한 지적호기심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것인지, 예술 엉덩이 뒤에 숨어서 현실을 외면하고 싶은 것인지 헷갈리지만, 한동안은 쭉 이렇게 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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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계속 봐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지성을 키우는 일은 검사의 기준을 까다롭게 만드는 과정이며, 사랑하는 아름다운 것들, 그것들의 실체에 내가 조금 더 가까워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들은 모두 실천을 위한 일시적인 선언적 다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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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대교는 지날 때 창밖을 보지 않으면 몬가.. 손해 보는 기분이 든다. 특히 요즘 같은 계절에는 더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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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우주 우리가 누구를 만나도 쉽게 고독해지는 이유는, 어쩌면 상대가 너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를 온전히 채워 줄 수 있는 절반은, 우리가 본능적으로 찾아 헤매는 향수의 대상은 현실의 네가 아닌 다른 우주의 나이기 때문이다. 절대 만날 수 없는 그를 그리워하며 여기 반쪽짜리 나는 평생을 외로움과 마주하며 떨고 있다.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나와 닮은 취향과 정서, 영혼의 온도를 가진 누군가를 부여잡고 나를 찾았다고, 그렇게 억지로 착각하며 버텨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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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일 년에 한, 두 번 들을까 싶은 레이 찰스 히트 판을 꺼냈다. 먼지가 잔뜩 쌓여 있어서 그냥 다시 넣어 놓을까 하다가 그래도 대충 닦아 턴테이블에 올려보았다. 독한 버번을 한 잔 마신 것처럼 따듯한 무언가 느리게 퍼지는, 레이의 목소리에는 그런 다정한 박력이 배어 있다. [아이 캔트 스톱 러빙유] 에서 ‘I’ll just live my life In dreams of yesterday.’ 라는 가사가 새삼 좋아서 오후부터 해가 질 때까지 내내 틀어 놓았다.
b. 고운 모양새와는 별개로 제 위치를 찾기가 영 쉽지 않은 모빌. 천장에 점 같은 빈 구멍이 늘고 있다.
c. 나이 들면서 내가 예민하게 느끼는 것인지 실제로 그랬던 것인지, 올 11월 날씨는 유난히 변덕스러웠던 것 같다. 너무 따듯한 거 아니야 싶다가도 지독한 한겨울 찬바람이 돌기도 하고. 11월이 원래 그런건가? 낙엽들도 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지 헷갈렸던 거 같다. 귀여워서 몇 개 주워옴.
11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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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 inside look at transfer.
경유하는 베이징공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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