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mgik
sentrog · 3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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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성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면 그 어떤 누구의 말도 의심없이 들을 수 없게 된다. 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표면에 드러나지 않고 숨겨져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진정성이라는 잣대에 어긋나고 만다.
숨는 마음에 드러나는 나약함, 자기기만에 가까운 위선, 상처 입은 자존심, 그런 것들을 발견했다고 근거 없이 믿고는 섣불리 미워하게 된다.
내면의 부드럽고 취약한 부분들을 완벽히 숨기지 못해 어쩔 줄 몰라 하는 불완전하고 어설픈 모습이 어쩌면 가장 사랑스럽고 인간적인 것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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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trog · 3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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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뚜렷한 목표를 가진 사람을 멋있다고 여긴다. 나는 반대의 느낌을 받는다. 한 가지 대상에 집중된 매력을 느끼고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 내게는 더 없이 편협하고 유치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잘하는 일을 혹은 즐거운 일을, 잘하고 즐겁기 때문에 계속 해왔을 뿐이다 라는 말이 더 가깝게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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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trog · 3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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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4. 29 목요일
진실로 살아있는 감정들은 더 이상 내게 허락되지 않는 것일까. 홀로 뚝 떨어져 서있는 듯한 기분. 다들 환호하며 웃고, 들떠있는데 그걸 흉내 내보려 하다가 금세 지쳐 무뚝뚝하거나 피곤한 표정을 짓고 마는 것이다. 그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저렇게 난리들인지, 마치 우월감에 젖은 사람처럼 이런 생각을 하면서.
진지한 얼굴로 자신이 품은 꿈에 대해 고백하는 사람을 내심 비웃게 된다. 어떤 상태, 어떤 성취, 어떤 자리, 그렇게 특정 지을 수 있는 무언가에 흔들림 없는 염원을 가질 수 있는 것, 그리고 이를 확신에 차 드러내는 것, 난 이게 가능한 사람이 부러우면서도 우습다.
어쩌면 매우 용기 있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보잘것없는 일임을 알면서도 스스로 정한 방향이기에 한눈팔기 없이 가고자 하는 길을 묵묵히 꾸준하게 걷는 것은 눈 먼 자기 확신과는 다른 거니까. 그런데, 모든 것이 의미 부여에 달렸으며, 그 자체로 불변의 가치가 있는 일이 아님을 인정하는 여유, 혹은 냉소 같은 걸 가지면서도 그렇게 조용하고 꾸준한 용기를 갖는 게 가능한지 궁금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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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trog · 3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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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4. 20
아무 것도 내 관심을 강하게 끌지 못한다. 모든 무미건조하고 지루한 것들 중 그 형태를 약간 달리하여 피상적으로 새로워 보이는 것을 선택할 뿐이다. 어느 것도 지키고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정도의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 모든 일시적이고 개인적인 것들 중 내 애착이 더 강하게 묻어 있는 것을 선택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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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trog · 4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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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 애인을 기다리며 앉아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초조하다. 두 눈이 가렵고 피곤하다.
엎드려 잠깐이라도 선잠에 들고 싶은데 카페 음악이 거슬려 다시 일어났다. 
가만히 노래를 듣고 있어보려 했지만 잘 되지 않는다. 
빨리 그녀가 왔으면 좋겠다. 하지만 동시에, 조금은 늦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하품을 하고 목을 주무르며 눈을 감았다. 몇 분의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진정이 되지 않는다. 
카페 음악이 바뀌었고 가수의 목소리와 멜로디는 발랄하고 신이 날 만한 것이었으나 지금의 내게는 시끄러울 뿐이다. (시끄럽고 짜증을 불러일으킨다고 적었다가 지웠다. 짜증이 난 건 아님을 적고 나서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녀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 다시 유쾌한 기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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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trog · 4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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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키려 노력한 적은 없는 거 같아. 그런데 다 무너지는 꼴을 보고 있자니 정신을 못차리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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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trog · 4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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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YNEXTDOOR - Only 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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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trog · 4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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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 물건들 속에서 인생을 꺼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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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trog · 5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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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버는 엄마가 자기와 상관없는 이야기를 하는 게 죽도록 싫었다. 그래서 항상 에이미에 대해서만 물어보곤 했던 것이다. 나머지는 덴버가 없어서 더욱 찬란하게 빛을 발하는 강력한 세계였다. 그 안에 자기가 없기 때문에 덴버는 그 세계를 증오했고, 빌러비드도 함께 증오해주기를 바랐다.” 외로웠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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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trog · 5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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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3. 22
무엇이든 가볍게 시작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벼운 시작이 과정 상에서의 가벼움을 확정해놓은 것은 아니었다. 나는 항상 무겁게 임하곤 했다.  모든 게 끝을 향해 치닫고 있는 지금, 혹은 이미 다 끝나버린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는 지금, 한 가지 교훈을 깨달았다. 무겁게 시작하여, 가볍게 임해야 했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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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trog · 5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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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a Saturday Morning Cartoons: Baopu #15) by Yao Xiao
words to rem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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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trog · 5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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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리운 건 그대일까, 그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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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trog · 5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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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trog · 5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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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것들을 부정해왔고, 갖지 못한 것들을 미화시켜왔다. 그러고 있는 줄 몰랐는데 문득 깨달았다. 내거 아닌 삶을 꿈꾸며 나의 삶을 저버린 채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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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trog · 5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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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나이 서른이 안 되었을 때에도 벌써 '그 당시에는'이라고 말하곤 했다. 그때까지도 그녀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이다.
- 소망 없는 불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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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trog · 5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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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GV 부티크 3관
커다란 막에 자국들이 새겨져
그것을 환하게 비추면
남의 눈깔에 흘러내리고 다시 차오르는 것들에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영혼이 더 성숙한듯
혼자먼 아는 미소를 띄우고
출입구의 문을 닫는 소리를 듣는다
그러고 나면
그러고 끝이다.
시선과 시선이
하늘님의 힘을 빌려 만났지만
서로에개 닿지는 못했다.
커다란 막에 새겨진 자국들에
몇 개 더 자욱이 들러 붙었지만
그것이 너무 끈적였던지
모든 것이 그곳에 벗겨지고 버려져서
그러고는 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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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trog · 5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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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brain has been feeling stone dead. I started relying on indirect way to stimulate my spirit to write. It can't be good. But who ca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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