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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세계
권나영님은 길거리 고양이에게 밥을 준다. 누가 시키지 않았고 잘했다고 후하게 칭찬해주지도 않는다. 그저 우리와 같이 태어나서 살고 있고, 엄마도 아빠도 형제도 없이 차가운 도로에 다닐 뿐인데 밥 한 끼 따듯하게 못 주냐고. 주지 않는 건 문제 되지 않으면서 주는 걸로 문제 삼으면 안 되는 거라고. 혈액을 투석 받으면서도 오직 고양이 생각뿐 이었다. Gv 도중 그런 편견과 눈초리만 사라지더라도 좋겠다고 엉엉 우셨다.
오늘 본 영화 속 리키도 우리 사회의 한 파편이었다. 가정을 꾸리는 것이 선택한 삶이라고 밀어붙이려 한들 그 선택에 수반하는 것과 그 외의 변수까지 생각하게 될 겨를은 없었을 것이다. 나 하나도 벅차고 급급한데 피부양자가 있는 세상에선 아파도 일을 하고 싸워도 일을 하고 밥을 먹다가도 일을 한다. 너무나 가혹하다. 하지만 그러지 않을 수 없다.
줄곧 이런 생각을 한다. 사는 게 뭘까? 올 초 디아스포라 영화제에서 본 영화의 잔상이 떠오른다. 또 그들만의 언어를 몇 달 배우기 이전 "보이지 않는 삶보다 더한 것은 없을 거라고 들리지 않는 것에 비하면" 이라고 경중을 가리던 나의 경망함이 스친다. 올 한해 나에게 머물렀던 키워드는 '공생' '공존' 이었던 것 같다. 내가 생각했을 때 그건 거창하지 않지만 서로 따뜻하게 밥을 먹는 거 같다. 각자가 좋아하는 음식 한 끼를 나누며 안색을 살피고 안부를 묻는 것이다. 생각보다 쉬운 일 일 거 같지만 또 의외로 어려운 일이다.
나는 아직도 여전히 풀썩 가라앉고 또다시 건져 올려야겠지만 우리 같이 있다면 어려울 것도 없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나는 그것을 끝까지 살아서 꼭 증명해내고 싶은 마음이다. 우리가 악착같이 살았으면 좋겠다. 죄다 어쩌겠나 싶을 때에 우리 같이 밥 한 끼 할 때 서로의 텃밭에 무언가 한 줌씩 심어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것들이 퇴색되지 않게 자주 꺼내어 보며 행복하기도 하고 심심한 위안을 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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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 있게 살기
배부르고 등 따뜻한 지금 이렇게 사는 것도 꽤 괜찮다는 생각과 동시에 몸부림치는 1시 49분. 내일 아침 일어 날 걱정이 없어 새벽 1시에 커피를 마셔도 기분이 좋다. 왜 이 밤에 커피를 마셨을까 맛도 아니고 향도 아니고 하면 그냥 습관이 되었다. 근데 그냥 그게 좋다. 정형화된 선택지의 폭은 넓지 않아도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신중히 골라보고 좀 더 나은 것을 지향하면 그 마음의 방향, 결을 취향이라 부른다. 굳게 믿는 마음은 소신이고 그걸 열심히 다진다. 이것마저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하다 보면 내가 뭘 원하는지 명확하게 알게 될 거야. 다가오는 5월에는 재미있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길 바라며. 아 벌써 재밌다. 왜냐면 아직 계획서도 안 썼고 마감은 내일이야! 이럴 때 보면 적당한 자기학대를 즐기는 사람 같다. 학교 다닐 때 평소 계획적이고 미리미리 하는 내 친한 친구가 날 따라 해보겠다며 자정 마감인 과제 3시간 전에 같이 과제를 시작했다가 나는 마감하고 그 친구는 압박감에 10시쯤 바르르떨며 오바이트했다고 전화가 왔다. 거짓말 같지만 진짜 진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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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적 허기를 이틀에 한번 술 그리고 음식으로 채우는데 요즘 최고 좋아하는 음식은 리틀파파포쌀국수 간장계란밥 아 파스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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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열여덟 일 때 새벽 6시 반에 스스로 일어나 버스를 타고 서울에 갔다. 일주일에 고작 두 번 두 시간 수업을 들으러 왕복 네 시간을 왔다 갔다 했다. 그리고 어두운 암실에 박혀 또 네 시간을 보내면 손에서는 지린내가 그리고 멀미가 났다. 이상하게도 그 냄새를 맡으면 퍽 기뻤다. 하교길에 교과서와 카메라를 들쳐매고 먼 길을 돌아서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집까지 사진을 찍으면서 갔다. 철컥철컥 시원하게 셔터 내려가는 소리가 좋았다. 그때 찍었던게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꽤 여러가지 였는데, 보이는 거 좋아하는 거 이상한 거 남들에게 보여주면 칭찬받을 거 같은 거 였다. 한창일 땐 9월의 땡볕에 옥상 문을 스스로 잠그고 점심부터 해가 질 때까지 사진을 찍었던 적도 있었다. 그때는 정말 좋아서 돈도 안 받고 그랬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생계가 되려고 할 때 혹은 좋아하는 것을 쫓기 위해 생계를 유지해야 할 때 현실에서는 많은 변수들이 생긴다. 내 생활에 대한 책임을 마땅히 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24시간을 48시간처럼 쓰는 사람은 못되어서 적당히 주어진 것들을 주워 먹다 보니 이렇게 되어버렸다. 어떻게 냐면 하루를 급하게 쫓아가느라 목적도 방향성도 없어져 버리게 된 것이다. 정말 무섭다. 그것을 자꾸 ‘아 이 정도면 아직 괜찮아’ 라고 타이르고 정말 괜찮다고 오인하며 만족하고 지내는 것이다. 더 이상 책임을 전가하지 않을것이다. 나 지금 나를 너무 던져놓고 회피하고 있다. 조금 더 무모해져도 될 거 같다.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게끔 굳어지게 만들도록(그렇지만 딱딱하면 안되고 약간의 틈은 있어 호흡할 수 있게 또 유쾌하게!)
새벽 세시 아직도 집 근처 학교에는 불이 켜져 있고 누군가는 생계를 위해 배달 일을 한다. 누구에게나 시간은 다르게 가고 있다. 그중 몇몇은 자기만의 시간으로 나와 같이 깨어있다. 아무도 틀리지 않았다. 나도 사냥을 나가야겠다. 도구는 나를 믿는 마음이다. 부족해 주춤하기엔 지금 내 일상이 사치라는 생각을 하며 해가 떠도 지금의 다짐이 바라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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