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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적리얼리즘의탄생
handyup · 2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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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 의미의 소설의 이상향이 현실의 정교한 모사라고 한다면, 보다 현대적인 소설은 독자로 하여금 이것이 리얼이 아니라 허구의 이야기에 불과함을 불시에 혹은 계속해서 일깨워주고자 한다. 이를 통해 독자가 소설 자체에 매몰되어 버리는 것을 방지하고, 독자로 하여금 현실과 허구의 텍스트간의 괴리와 간극에 대해 사고할 것을 유도 혹은 강제한다. 그럼으로 인해 소설은 보다 다층적이고 메타적인 의미를 가지게 된다. 
한편, 이와 별개로 지극히 상업적인 이유로 소설이 그 모사의 대상을 현실이 아닌 다른 허구의 이야기/콘텐츠를 삼는 경우도 있다. 생산자가 소비자들에게 이미 익숙해진 이야기를 따라함으로써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콘텐츠를 더욱 효율적으로, 그러니까 진입장벽없이 빠르게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아이러니한 부분은 예술적인 의도를 가지고 현대적인 소설을 쓰려는 의지를 가진 작가와 그런 난해하고 어려운 작품을 읽으려고 하는 진지한 독자들이 힘들게 얻어내는 그러한 현대적 소설의 가치가 단지 킬링타임용으로 지극히 즉물적이고 피상적인 오락만을 추구하는 상업적 콘텐츠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동일하게 생성되고 발견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쓰레기지만, 아니 오히려 쓰레기라서 만들어지는 가치도 있다는 말이 아즈마 히로키가 라노벨과 미연시를 분석하면서 하는 소리다(이 점에서 쓰레기를 기어이 쓰레기가 아닌 척 포장하고 싶어하는 한국의 평론가와는 질적으로 차별화된다고 생각한다).
추가로, 
비슷한 시기에 같은 일본인이 쓴 <남편의 그것이 들어가지 않아>라는 에세이를 읽었는데, (믿어지지 않는, 도무지 믿을 수 없는) 현실은, 아무리 현실을 작가의 의도와 필요에 따라 정교하게 재구성한 허구의 이야기와는 결이 다른 임팩트를 준다는 사실을, 현실은 허구보다 훨씬 더 조야하고, 폭력적이면서도, 동시에 끝도 없이 지리멸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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