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콘

[bittersweet-chocolate-cake]

박정대, 해적방송

베로니카, 삶이 가난한 것은 건물들 때문이 아니야

우리는 지금 저녁의 한적한 카페에 들어가 한 잔의 술을 마실 수도 있고

말레콘에 부서지는 파도의 음악소리를 들을 수도 있잖아

저녁이 오면 낡고 오래된 말레콘에 앉아서 지나간 혁명이 찬란했다고 말하지는 말자, 나의 혁명을 추억이라고 말하지 말아 줘

그러니까 베로니카, 우리는 세상을 버리고 그냥 우리에게 망명해버리자 나는 지금부터 당신의 말레콘이야

카리브 해의 파도를 음악으로 바꿔 밤새도록 당신을 위한 단 하나의 해적 방송을 할 테야

베로니카, 그러니까 기억해야 해

꿈 속에서도 잊으면 안 돼

사랑해, 그래 여기는 파도치는 말레콘 해적 방송이야

[ganadarayun]

긴 방파제를 따라 파도가 치지

파도에 밀려 저녁이 오면 나는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방송을 시작해

당신은 듣고 있을까, 오로지 당신을 위해, 긴 긴 말레콘을 따라가며 부서지는 파도치는 말레콘 해적 방송

영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을 보면 <찬찬>이라는 음악과 함께 파도치는 말레콘의 풍경이 나오지

그런 말레콘을 따라 오래도록 당신과 함께 걷고 싶었어

아바나의 밤하늘엔 노란색 별들이 떠 있고 우리는 가난한 건물들 사이를 아무 걱정도 없이 걸어가겠지

베로니카, 삶이 가난한 것은 건물들 때문이 아니야

우리는 지금 저녁의 한적한 카페에 들어가 한 잔의 술을 마실 수도 있고 말레콘에 부서지는 파도의 음악 소리를 들을 수도 있잖아

거리에는 가난한 악사들이 그들의 영혼을 연주하지

선풍기가 없어도 밤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우리의 가슴을 식혀줘, 겨울에도 우리는 춥지 않아, 베로니카, 당신의 따스한 가슴에 묻혀 잠들 수 있으니까

저녁이 오면 낡고 오래된 말레콘에 앉아서 지나간 혁명이 찬란했다고 말하지는 말자, 삶은 결국 지나갈 테니까, 지나간 삶은 그래서 찬란할 테니까

베로니카, ��직 따스한 내 손을 잡아줘, 당신 안에서 찬란하게 빛나던 나를, 나의 혁명을 추억이라고 말하지 말아줘

아직 내 마음의 말레콘에는 파도가 치고 별빛이 빛나고, 당신과 나는 작은 손전등 하나를 들고도 우리의 낡은 침낭 속으로 스며들 수 있으니까

침낭 속에서 우리는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것을 볼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베로니카, 우리는 세상을 버리고 그냥 우리에게 망명해 버리자

나는 지금부터 당신의 말레콘이야

카리브해의 파도를 음악으로 바꿔 밤새도록 당신을 위한 단 하나의 해적방송을 할테야

당신만 들어주면 돼, 그러면 돼, 나는 밤새도록 당신의 귓가에서 파도치며 출렁일테니 당신만이 꿈의 주파수로 날 들어주면 돼

베로니카 그러니까 기억해야 해, 꿈속에서도 잊으면 안 돼

사랑해, 그래 여기는 파도치는 말레콘 해적방송이야

[bokamh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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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ygirlsneedinfo-blog]

[Review] 리얼 연애담 '쿠바의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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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리얼 연애담 '쿠바의 연인'



    쿠바의 연인들 (2009)

감독: 정호현’

등장인물: 정호현, 오리엘비스

    지난 주말 체감 온도 영하 16도의 추위와 강풍을 뚫고 KT&G 상상 마당에 가서 ‘카페 느와르’와 같이 본 발칙하면서도 독특한 독립 영화이다. 이 영화를 연출한 정호현 감독의 자전적 연애이야기를 담은 다큐이고 단순히 국적이 다른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뛰어넘는 수작이라는 영화평을 읽고 점찍어 두었었다. 포스터는 다소 선정적인 샷인데 그곳에 적혀 있는 “연애는 혁명이다 Amor Revolucion !!” 이라는 구호가 뜻하는 것을 생각해 보았다.

  쿠바는 나에게는 정신적인 휴식처이다. 아직 직접 발로 밟아보지는 못했지만 ‘Buena Vista Social Club’, ‘Havana’, ‘Leaving Havana’, ‘Havana Blues’ 같은 영화나, 화가 사석원의 여행 화집 <황홀한 쿠바>, 김병종 화백의 <라틴 화첩 여행>과 원화 전시회, 체 게바라나 피델 카트르로와 관련된 서적들, 그리고 David Alan Harvey 사진집 등을 통해 막연한 환상 혹은 동경을 품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휴가철이 되면 상상 여행을 자주 떠나기도 했다. 하지만 쿠바는 이데올로기 차이때문에 세계 사회에서 경제적으로 고립되어 궁핍하게 살고 있고,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에 의해 혁명은 성공했지만 공산 독재 정부하에서 통제를 받으며 행복하지 못하게 살고 있는 쿠바 국민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다. 단지 우리는 보고 싶은 면만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카리브해의 진주라고 불리우는 Havana,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가 아름다운 말레콘,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건축물들과 50-60년대 빈티지카, Cuban Jazz, 그리고 구리빛 피부의 섹시한 쿠바 청년들이 그 예이다.

  영화 내내 감독은 쿠바 사람들의 생활에 깊숙히 개입해서 밀착된 인터뷰를 보여준다. 카메라 앞에 선 사람들도 진솔하게 자신들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이 용감했다. 영화 도입부에서는 외국 관광객에게 접근해서 이익을 챙기려는 쿠바 청년들처럼 보이고 싶지 않아 정호현 감독을 보고도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던 오리엘비스의 내레이션이 나온다. 그들이 처음 사랑을 나눈 밤은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이 화면에 덧붙여져 나온다. 이질적인 문화와 국적, 그리고 열 살이라는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사랑에 빠진 그들은 결혼을 결심한다. 쿠바에는 일제 시대에 사탕수수 농장에 취업하기 위해 이민한 한국인들이 많았고 그들의 자손들이 현재 살고 있어서, 한 동양인과 쿠바 청년 커플의 모습을 쿠바인들은 그리 낯설게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에 들어온 오리엘비스를 대하는 정호현씨 가족과 친척의 반응은 너무나도 흥미로웠다. 외국인에게 아직도 배타적인 ‘단일 민족’ 한국인의 일반적인 반응이었으리라. 사실 한민족은 인��학적으로 단일 민족과는 거리가 멀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또 오리엘비스의 레게식 머리칼을 보고 지옥이니 악마를 운운하는 지하철의 한 열성 기독교 신자 할머니도 황당했다.

  씨네 21에서 이영진씨는 “국적도, 피부색도, 나이도 다른 두 남녀가 벌이는 애정행각은 국경을 넘어선 뜨거운 사랑이 존재함을 증명하려 드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사랑이 ‘차별받지 않고 대우받을 수 있는’ 공간이 과연 지구상에 존재하는지를 따져 묻는다. 한국과 쿠바를 오가며 벌이는 두 남녀의 도발적인 사랑은 그러니까 일종의 시위인 셈이다“라고 이야기했다.

  8mm 비디오 클립을 영화 속에 섞어서 애니메이션과 같이 편집한 아이디어도 신선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꾸미지 않고 보여준 정감독의 러브스토리에 공감이 갔다. 쿠바 사탕수수 농장에서 서로를 찾아 헤매는 암시적인 씬에서  감독의 상반신 누드도 나온다. 여느 커플들처럼 의견 차이로 티격태격하다가 곧 풀어지는 그들의 젊음이 부럽기도 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오리엘비스의 반짝거리는 순수한 눈이 내내 기억된다. 

  이제 곧 정호현과 오리엘비스는 같이 쿠바로 돌아간다. 오리엘비스는 잠깐의 휴식을 취한 후 한국에 돌아와 애니메이션과 음악, 그리고 아마도 외국인학교에서 시간제 교사 일을 계속하고, 정호현은 아들 이안과 함께 한국-쿠바교류재단을 만들기 위해 1년 간 그곳에서 머물 예정이라고 한다. 임신을 한 정호현 감독의 초음파 사진에 나온 아기 영상을 보여 주고 나서, 항공기 안에서 찍은 구름을 배경으로 쿠바로 떠나는 비행기를 조그맣게 그려넣은 엔딩 씬은 후속편을 기대하게 했다.  이 가족이 내내 행복하기를…

    씨네 21 인터뷰 기사  차별받지 않는 사랑을 위하여! (이영진 글)

씨네 21 리뷰 기사 한 개인의 낭만적인 로맨스의 기록이자 두 사회의 대차대조표 <쿠바의 연인> (정한석 글)

    감독

정호현

출연

오리엘비스, 정호현

개봉

2010 대한민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