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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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인생은
내 것으로만 처음 살아보는 중이라
내 인생이 제일 힘들고 어려울 뿐더러
종종 낯설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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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작년이 되어버린 그 해도 그랬다.
365번의 하루들은 매번 나에게 무심했고,
365일 불어대는 바람은 매번 차가웠다.
불현듯 주변과 멀어져 수면 아래로 잠기고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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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숭 없이 지낸 오랜 친구들과 나누는
한 해의 마무리 인사는
“와 올해도 참 길고 유난히 힘들었다.
썩 꺼져버렸으면 좋겠다.”
삼십대가 대체로 항상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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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석도 풍화도 되지 않고
아직까지 온기를 가진
살아있는 생물이라는 것은,
지나쳤던 누군가의 글처럼
불행 중 수많은 다행으로 지나온
시간들 때문이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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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쯤 끝났을 인연이라 생각했음에도
잊지 않고 들춰 안부를 물어주던 다정함,
나에게 쉼을 주던 공간, 철없는 고양이,
맛있던 음식, 대차게 웃어댄 시답잖은 농담들,
기대하지 않던 별거 아닌 공짜 쿠폰들,
발 밑까지 차올랐던 한강과 가까웠던 달빛,
그날의 좋았던 날씨와 도시락,
그날따라 파랗고 맑았던 하늘,
별일 없이 일상을 나누던 대화,
조용히 사색할 시간을 주던 공원,
코 밑이 시커메진 아직은 애기 같은 조카들.
나를 지탱해 주던 모든 것들이
나에겐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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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했던 시간들은
지나고 보니 휴식이 되었고,
더 나은 뭔가를 만들어낼
동기를 부여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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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한 목표나 계획은
이제는 어울리지 않고
소박한 바람들 몇 가지로
한 해를 시작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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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이 항상 최상의 인물.
내가 아끼는 사람들에게
조금 더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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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2025
2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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