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바람
Explore tagged Tumblr posts
kim-oroshi · 24 days ago
Text
Tumblr media
나도 인생은
내 것으로만 처음 살아보는 중이라
내 인생이 제일 힘들고 어려울 뿐더러
종종 낯설기도 하다.
벌써 작년이 되어버린 그 해도 그랬다.
365번의 하루들은 매번 나에게 무심했고,
365일 불어대는 바람은 매번 차가웠다.
불현듯 주변과 멀어져 수면 아래로 잠기고는 했다.
내숭 없이 지낸 오랜 친구들과 나누는
한 해의 마무리 인사는
“와 올해도 참 길고 유난히 힘들었다.
썩 꺼져버렸으면 좋겠다.”
삼십대가 대체로 항상 그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석도 풍화도 되지 않고
아직까지 온기를 가진
살아있는 생물이라는 것은,
지나쳤던 누군가의 글처럼
불행 중 수많은 다행으로 지나온
시간들 때문이었겠지.
이제쯤 끝났을 인연이라 생각했음에도
잊지 않고 들춰 안부를 물어주던 다정함,
나에게 쉼을 주던 공간, 철없는 고양이,
맛있던 음식, 대차게 웃어댄 시답잖은 농담들,
기대하지 않던 별거 아닌 공짜 쿠폰들,
발 밑까지 차올랐던 한강과 가까웠던 달빛,
그날의 좋았던 날씨와 도시락,
그날따라 파랗고 맑았던 하늘,
별일 없이 일상을 나누던 대화,
조용히 사색할 시간을 주던 공원,
코 밑이 시커메진 아직은 애기 같은 조카들.
나를 지탱해 주던 모든 것들이
나에겐 다행이었다.
무기력했던 시간들은
지나고 보니 휴식이 되었고,
더 나은 뭔가를 만들어낼
동기를 부여해 주었다.
거창한 목표나 계획은
이제는 어울리지 않고
소박한 바람들 몇 가지로
한 해를 시작해야지.
-
나는 오늘이 항상 최상의 인물.
내가 아끼는 사람들에게
조금 더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이 되기를.
-
2024-2025
250101
2 notes · View no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