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oros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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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세요,비밀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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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oroshi · 7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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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2009년이었던
언니네이발관 5집
낯선 곳에서의 몸에 닿던 공기,
차갑기도 다정하기도 했던 사람들과
오늘 하루도 무사히 버텼다고 안도하며
어두운 공원을 가로질러 가던 밤,
어느덧 익숙해진 길을 걸으며 느껴진
그립고도 허무했던 마음들
십년 쯤 전까지는
언니네이발관 5집을 들으면
고스란히 오감으로 기억나던
2009년이었다.
-
결국
스스로 바뀌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던 시절
아무리 잊혀졌대도
여전히 나에게는
2009년
240930
2009
Halifax, Nova scotia, Can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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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oroshi · 7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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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한테는 언제 봄이 올까.”
친구와 마주 앉아 되뇌곤 했다.
내 생각보다 겨울이 길었다.
춥고, 메마르고, 텅 빈 듯 허무했다.
매해 봄, 여름, 가을, 겨울은
어김없이 지나가는데
나는 여전히 겨울에 머물러 있었다.
시간은 어영부영 쏟아져 지나갔고
여전히 겨울이 발 끝자락을 붙잡고 있는데,
숨 막히게 타들어갈 듯한 여름이 지나고
오는 건지 마는 건지도 몰랐던
짧디짧은 가을이 지나 어김없이 또 겨울.
사시사철 겨울을 사는 김에
추위도 잘 이겨내는 꽃을 정원에 심고
마당에 모닥불도 꺼지지 않게 피우고
색색의 알록달록 목도리를
나무에 둘러줘야지.
추워 죽겠는 와중에도
당장 얼어 죽지 않을 것처럼 살아야지.
-
사시사철 겨울
겨울의 정원
살다보면
봄이 오긴 오겠지.
24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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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oroshi · 13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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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발하는 확신들 속에서
중심을 잡는다는 것.
밀려드는 추측들 속에서
흐름을 찾는다는 것.
-
뒤척이는 밤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기
241105
Amid the flood of loud convictions,
holding on to your center.
Amid the surge of restless assumptions,
finding your own flow.
-
Restless Night
To Exist As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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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oroshi · 19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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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감이란 것은
어려운 숙제다.
끝없는 불안정성을 가진 사람이
불확실한 환경을 해쳐나가기 위해서,
끊임없이 마음의 안전기지를 만들어
어떻게든 얻어내야 하는.
어쩌면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이
안정감이라는 단어와
제법 맞닿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의외성이라는 것은
가뭄의 단비다.
응당 그럴 것이라고 여겨지던 것들이
막상 뚜껑을 열고 보면
기분 좋게 예상이 빗나가는.
이때 한 끗이 매우 중요하다.
자칫 실망스러워지기 쉽기 때문이다.
지장을 줄 만큼 치명적이지 않은
소박한 범위의 작은 유머러스함 정도 될까.
-
이성과 감성의 조화,
이상과 현실의 접점,
안정감과 의외성.
서로 상반되는 두 가지가
나란히 노를 저어 가는 것.
추구하는 것들
24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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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oroshi · 20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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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이라는 것은
개개인의 고유성을
보다 또렷하게 해주는
영역이라고 보는 편이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좋아하고
어디서부터는 좋아하지 않는지
차근하게 탐구하는 동안
방향이 바뀌기도,
영역이 확장되기도,
혹은 더 확고하게 굳어질 수도.
취향이 잘 정돈된 사람은
자기 자신을 탐구한 시간이
적잖이 누적된 사람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
35개쯤의 넘어야 할 산을 앞두고
적어보는 취향에 대한 잡생각
24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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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oroshi · 21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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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먹해진다.
물 속에 잠기 듯
주변과 멀어진다.
더 깊이 내려갔다가
올라온다.
어디에선가
전기톱으로 쇠를 자른다.
쉬지 않고 자른다.
의식 아래로 잠시 잊혀졌다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다.
때로는 단어들이
다급하게 달려온다.
몸을 부딪히며
날카롭게 두드린다.
아무렇지 않다가도
슬며시 주의를
앗아가는 것들.
다시 의지 위로
애써 올려보는
괜찮아질거라는
기다림.
-
난청, 이명, 기다림
24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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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oroshi · 21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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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밀려가는 구름 같은,
나그네처럼 살고 싶은 때가 있었다.
어딘가에 미련도 집착도 없이
손에 쥔 것들을 내려놓고
흘러가듯 다음 목적지로 옮겨질 수 있는,
벌어지는 상황들을 손쉽게 받아들이고
적응할 수 있는 사람.
그때는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줄 알았다.
혼자서든 같이서든 일단 어디든 떠나면
엄청난 경험들이 저절로 얻어지고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는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그건 사실이긴 했다.
집을 나서자마자 후회하곤 했지만
돌아오며 되새기면
여행은 매번 마음을 풍족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기는 했다.
그치만 나는 유동적인 사람이라기보다
한 곳에 뿌리내리고 그곳을 구심점 삼아
주변을 영위하며 사는 것이
자연스러운 사람이라는 것이
여행마다 더 선명해지고는 했다.
그래도 때가 되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것은
잘 박아둔 구심점이 있기 때문.
-
속세 그 자체라
​나그네는 욕심
24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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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oroshi · 22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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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누군가에게 들었던 말 중에
“아무리 의미 없는 text라도
그것들이 모이면 context가 된다.”
라는 말을 좋아한다.
무의미한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
기어코 만들어내는 유의미한 의미.
일종의 루틴 혹은 성실함,
무엇이 될지 모르지만
꾸준히 쌓아가면 의미가 될 것들.
내 인생도 그랬으면 좋겠다.
결코 대단하지 않은 것들이
결국엔 의미가 되고,
나라는 사람의 일부가 되었으면 좋겠다.
-
text 그리고 context
일종의 루틴
소소한 성실함
그래서 오늘도 난
일ㄱ ㅣ를 쓴 ㄷ ㅏ...☆
무의미한 것들이 만들어낸 맥락
24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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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oroshi · 23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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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
이거 완전 길을 잘못 들어섰네.”
라고 생각할 무렵부터였다.
나를 이 길에서 돌려줄 전환점을
내내 기다린 것이.
우연에 기대어 되돌아갈 전환점이
저절로 나타나길 바랐지만,
잘못 든 길에서 벌어지던 일들은
꼭 겪고 넘어가야 했던 관문 같은
필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모든 우연들이 모여
결론적으로 만들어낸 필연인 건지
어쩐 건지는 모를 일이지만,
-
어쨌든
어디서부터건 내가 깃발을 꽂아야
거기서부터 전환점이 된다는 점.
전환점_🚩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자,
자발성의 연속.
일단 냅다 깃발부터 꽂기
24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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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oroshi · 23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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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코미디 같은
부조리함의 한 가운데에서,
산처럼 쌓인 우연 속에서,
우리는 의미를 찾고
필연을 찾고자 했다.
-
이 개똥밭에서 굴러야 하는 이유를
알아야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서.
25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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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oroshi · 25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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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인생은
내 것으로만 처음 살아보는 중이라
내 인생이 제일 힘들고 어려울 뿐더러
종종 낯설기도 하다.
벌써 작년이 되어버린 그 해도 그랬다.
365번의 하루들은 매번 나에게 무심했고,
365일 불어대는 바람은 매번 차가웠다.
불현듯 주변과 멀어져 수면 아래로 잠기고는 했다.
내숭 없이 지낸 오랜 친구들과 나누는
한 해의 마무리 인사는
“와 올해도 참 길고 유난히 힘들었다.
썩 꺼져버렸으면 좋겠다.”
삼십대가 대체로 항상 그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석도 풍화도 되지 않고
아직까지 온기를 가진
살아있는 생물이라는 것은,
지나쳤던 누군가의 글처럼
불행 중 수많은 다행으로 지나온
시간들 때문이었겠지.
이제쯤 끝났을 인연이라 생각했음에도
잊지 않고 들춰 안부를 물어주던 다정함,
나에게 쉼을 주던 공간, 철없는 고양이,
맛있던 음식, 대차게 웃어댄 시답잖은 농담들,
기대하지 않던 별거 아닌 공짜 쿠폰들,
발 밑까지 차올랐던 한강과 가까웠던 달빛,
그날의 좋았던 날씨와 도시락,
그날따라 파랗고 맑았던 하늘,
별일 없이 일상을 나누던 대화,
조용히 사색할 시간을 주던 공원,
코 밑이 시커메진 아직은 애기 같은 조카들.
나를 지탱해 주던 모든 것들이
나에겐 다행이었다.
무기력했던 시간들은
지나고 보니 휴식이 되었고,
더 나은 뭔가를 만들어낼
동기를 부여해 주었다.
거창한 목표나 계획은
이제는 어울리지 않고
소박한 바람들 몇 가지로
한 해를 시작해야지.
-
나는 오늘이 항상 최상의 인물.
내가 아끼는 사람들에게
조금 더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이 되기를.
-
2024-2025
2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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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oroshi · 26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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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에 떠다니는
생각, 단어 혹은 문장들을
가만히 살펴본다.
끄집어 적어본다.
아직은 무의미한 것들.
그렇게 여러 가지
문장들을 모아 본다.
조합하다 보니
제법 맥락을 갖춘다.
무질서하게
흩어졌던 생각들이
구조를 이루어
제자리를 찾듯
정리되기 시작한다.
정돈된 생각들을
차곡차곡 쌓는다.
그리고 마침내
일부가 된다.
-
일기를 쓴다는 것
더 나은 사람이 된다는 것
2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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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oroshi · 27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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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결핍으로 인해
곁길로 세는 것 같다고 느껴지거나
어디서부터 어긋났는지조차 알 수 없을 때,
나를 원점으로 돌려줄 수 있는 구원은
바르고 옳은 것을 택하는 것이다.
때가 늦지 않은 감사와 사과.
나를 떳떳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최소한의 방식.
‘덕분’이라는 것을 인정할 줄 아는 것,
내 ‘잘못’이라는 것을 시인할 줄 아는 태도.
그래야 상황을 바로잡을 수 있는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고.
우리는 입을 모아 결론을 지었다.
그리고 이것을 알 수 있게
언제든 나를 바로 잡아준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
엇나간 나의 가지를 단단히 잡아 준,
흔들리지 않는 뿌리가 되었던
상황들과 깨달음.
바람이 많이 부는 봄,
가만히 나를 지탱하며 하는 생각.
25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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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oroshi · 28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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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귀여운 것들이 세상을 구한다고 믿어요.
올해의 5월이 저에게는 너무 가혹했던지라
이 귀여운 어른이날 선물이 늦어졌지만,
어느 구석에서든 당신의 하루를 구할
작은 기쁨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작지만 올바른 것들이 모여
끝내는 옳았다는 것이 증명되는 것.
그것이 아직은 우리가 사는 삶이라고 믿어요.
그래서 저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사랑을 담아, Oroshi
25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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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oroshi · 28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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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까지 이어져 있을 것 같던
길고 긴 터널에도 끝은 있었고,
영영 우주를 부유할 것 같던
먼지 한톨은 지구에 발을 디뎠다.
낙엽에 스며들었던 우울은
마침내 절망이 되었고
이불을 덮고 누워
이내 심해로 내려가고는 했다.
서서히 뭍으로 끌어올려진 나는
오랜 시간 몸을 말려야 했다.
구석 구석 눅눅한 곳이 없어질 때까지
구겨진 곳을 찾아 펼쳐야 했다.
영원 같던 터널의 끝엔
엄마가 켜놓은 불빛이
끝내 꺼지지 않은 채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대책없이 광활했던 우주에는
누군가 부지런히 만들어놓은
안전기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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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oroshi · 28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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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때가 너무 늦게 온 것 같아.”
그래도 그게 나 혼자가 아니라
같이 크게 웃었다.
“그게 내 결핍이었던 것 같아.”
라는 말 끝에는
그게 뭔지 너무도 알 것 같아서
같이 울어버렸다.
날씨는 더할 나위 없이 화창했고,
날 위해 싸온 도시락은
친구의 마음만큼이나 든든했다.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앉은
사람들은 여유로웠으며,
한편에서는 곧 공연이 열릴 참이라
시끄럽고 분주해졌다.
우리는 슬슬 자리를 정리하며
아쉬움과 후회는 털어둔 채
발걸음을 옮겼다.
친구는 여전히
더 멋진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고,
나는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
24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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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oroshi · 28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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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성이 여리고
작은 것에도 아파하며 고민하던
친구가 있었다.
나는 그 친구가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친구는 힘들더라도
옳은 것에 대한 중심을 잃지 않았고,
지친다는 이유로
함부로 끈을 놓지 않은 채
항상 진심을 다했다.
시간이 흘러서
친구는 뿌리가 깊고
울창한 나무가 되었다.
쉬어 갈 그늘도
그네를 매달 수 있는 가지도
잘 익은 열매도 내어줄 수 있는
멋진 사람이 되었다.
나는 그런 친구가 자랑스러웠다.
작은 것에도 아파하던 친구가
곧게 자란 나무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감사했다.
어느덧 서른의 끝자락까지 밀려온 나는
비록 지금은 척박한 골짜기일지언정
잘 가꾸어진 정원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해 본다.
기왕이면 호숫가 근처나
작지 않은 연못이 딸린 정원.
볕이 잘 들어 꽃과 나무가 무성하고
작은 동물들이 드나들 수 있는 곳.
그리고 방문하는 이들에게
꽤 괜찮은 차 한 잔 내어줄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가끔, 문득 생각나는
그런 정원 같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
담벼락은 높지만
어서오세요,
비밀의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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