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트제로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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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구에서
아름다운 모래의 물결무늬는 희미하다. 부드럽고 고요한 모래들 한 줌 쥐려 하면 방울처럼 맺힌다. 쉽게 무너지는 언덕의 한 움큼 뿌리 깊은 풀들이 엉켜 바람에 흔들린다. 누워있다가도 다시 일어서는 모래들 먼바다에서부터 해안을 넘어 알갱이들이 흩날린다. 하나하나 고운 가루는 날 선 언덕과 하늘을 구분하지 않는다. 그 자리에 대신 억새가 눕는다. 모래를 잡고 있는 풀이 말한다. “걱정마. 발자국은 거기 닿지 않아.” 바람은 사구를 매일 보고 싶지만 언제나 마음으로만 걸어야 한다. 눈앞의 모래가 바다처럼 가득하고 다시 파도처럼 넘실대기를 메마른 땅이지만 작은 집을 짓고 사는 평범한 일상 아직 지켜야 하는 삶의 터전 우리의 영토 순수한 자연과 행복한 사람들이 다시 어울려 살 수 있기를 하늘과 바다 사이 바람과 모래가 만든 풍경 사이 태양이 구름 사이를 비집고 얼굴을 내밀면 모래언덕에도 꽃이 핀다. 사구의 밤하늘을 보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속으로만 그려본다. 눈이 부셔 멀어버릴지도 모르는 모래언덕의 모든 것을 기억하는 바람은 살아있는 거대한 생명체가 소멸해 가는 것을 슬퍼한다. 2022년 10월,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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