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예순네번째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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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ranproject · 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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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감”
*단감
얼마 전에, 집에 큰 택배가 왔다.
엄마랑 아빠랑 뭘 또 잔뜩 보냈나보다.
큰 스티로폼 박스 안에는 김치, 파김치, 얼려둔 갈비, 쌀, 그리고 단감이 있었다.
나랑 내 동거인은 집에서 밥을 잘 안 먹는 터라, 게다가 과일도 잘 안챙겨 먹는데,
그럴 줄 알면서도 고민끝에 보내준 음식들이었다.
그 중에 제일은 의외로 단감.
단감이 너무 맛있었다.
한 알 한 알 전부 깎아서 담아 보내준 엄마의 정성에 욱여넣는 마음이 먹먹했다.
냉장고 가득한 김치냄새가 싫으면서도 든든했다.
30줄을 바라보면서도 냉장고 하나 채울 줄 모르는 내가 뭘 채울 줄 알까.
아직도 나는 어린애, 철부지 어딘가 즈음 이겠지.
-Ram
*단감
하루는 집에 돌아오는 길에 동수가 얼마 안되는 작은 아파트단지 앞을 지나가는데 아파트 정문 관리사무소 건물 바로 뒤로 감나무가 엄청나게 큰 것이 심어져 있었다. 마침 때가 가을이라 주홍빛 감이 주렁주렁 열려 있었는데, 진한 초록잎과 쨍한 주홍빛 감과 새파란 하늘이 너무 조화로워서 집에 가지못하고 계속 그 밑에서 위를 올려다보며 서성서성 거린 적이 있었다. 그것들의 조화가 진짜 너무 마음 벅차게 예뻐서 보는 내내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 상당히 안정적인 색들이면서도 가슴뛰는 조화였다. 하루는 제주도에 가서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하는데, 귤인지 감인지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귤이 유력하다. 제주도였고 나무도 약간 낮았다) 어떤 농장에 초록나무에 노란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그 모습이 왜 이렇게 귀엽고 예쁜지. 계속 예쁘다, 귀엽다를 연발하며 그 곳을 지나갔다. 나무에 동그란 열매가 매달린 모습이 나는 정말 좋다. 누군 나보고 열매성애자라고 한다. 껄껄.
-Hee
*단감
한 해를 돌아보는 연말파티. 고운 접시들 위로 단감이 가지런하게도 정리되어 있었다.
함께 올 수도 있었던 이 자리. 단감을 하나 집어들던 그이는 자기도 모르게 생각에 빠져 멍하니 서있었다.
“저기요?” “아, 네”
뒷사람의 부름에 금새 웃는 얼굴을 하고는 비켜선다.
‘결국 이곳까지 함께 도달하지 못했다.’
인연은 쉬이 맺어지지 못했고 입에 단감을 밀어넣던 그이는 약간의 죄책감 그리고 아쉬움과 속상함이 되는대로 ���섞인 먹먹함을 느꼈다.
-Cheol
이번 주는 휴재합니다.
-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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