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스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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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ey774 · 11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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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추위
뉴욕의 추위는 스티브에게 그다지 협조���이지 못했다.
오랜 시간 얼음에 갇혀 있었던 스티브 로저스였지만, 뉴욕의 추위는 적응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침마다 단정히 빗고 나�� 머리가 무색하게 휘몰아치는 바람은 더더욱 그랬다. 아직 겨울은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찬바람에 코끝이 아려왔다. 뉴욕을 벗어나는 차창 밖에선 건물들이 점차 낮아지고 있었다. 스티브는 아직도 처음 타임스 스퀘어의 그 기억을 잊지 못했다. 헝클어진 머리를 다시 정돈하곤 다시 장갑을 꼈다. 추워, 암트렉으로 갈아타면서도 스티브는 얼굴을 파묻은 워머를 벗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수퍼솔저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온 몸을 감싼 스티브가 차에 들어오자 토니는 킥킥대며 웃었다. 토니는 한겨울의 바람을 이기지 못하는 스티브에게 늘 시카고 가면 아주 날아가시겠어, 라고 농담을 던졌다. 하지만 스티브는 토니 역시 시카고에서 겨울을 난 적이 없음을 알고 있었다. 그저 이 추위를, 바람을 견디지 못하는 모습이 이토록 우습나 하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토니가 차의 히터를 틀었다. 스티브는 그제야 워머를 벗고 얼굴을 드러냈다. 빨개진 코끝은 흡사 강아지의 무언가를 연상시켜 토니의 얼굴에 웃음기가 떠올랐다.
토니의 별장은 뉴욕에서 먼 곳에 있었지만 뉴욕 주를 벗어나지는 않았다. 알바니를 조금 지나 어디야, 라고 토니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스티브로서는 도저히 어디인지 알아낼 수가 없었다. 스티브가 아는 것이라곤 암트렉을 타고 한참을 가서, 토니의 차를 타고도 더 가야 하는 곳. 사람도 뭐도 아무것도 없고 덩그러니 집 한 채만 있는 곳이었지만 고립되었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화려한 토니의 취향과는 다르게 깔끔하고 소소하게 꾸며진 집 외관이 스티브의 눈에 들어왔다. 미리 벽난로에 불을 붙여두었는지 굴뚝에서 연기가 나오고 있었다. 둘은 차에서 내려 눈을 밟았다. 토니가 자신의 뒤를 따라오느라 자박거리는 소리를 묵묵히 듣던 스티브가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문을 열었다. 옛날식으로 열쇠를 꽂아 돌리는 문은 토니가 스티브를 위해 특별히 달아 둔 것이었다.
스타크 궁전에 온 걸 환영하네, 토니는 한 손으로 코트를 대충 걸어두며 스티브의 몸을 잡아 끌었다.
“같이 살자.”
“그러긴 싫네.”
“이런 노인네 말투도 던져 버리고.”
“내 ���투가 그런가?”
딱딱하고 차가운 아크 리액터가 몸에 닿자 스티브는 몸을 움츠렸다. 타들어가는 장작이 토니의 몸을 매끈하게 비추었다. 스티브는 토니가 그토록 과학 기술을 신봉함에도 이 작은 별장의 난방만은 벽난로를 고집하는 이유를 알고 싶었지만, 한 번도 물은 적은 없었다. 토니의 손이 스티브의 콧날을 쓰다듬었다. 코가 지나치게 높아서 그래, 매번 코끝이 빨개지는 거. 토니는 장난기 많은 아이처럼 스티브의 코끝을 검지와 중지로 번갈아가며 도닥였다. 스티브는 고개를 살짝 들어 토니의 손끝에 입술을 대었다. 쪽 하는 소리에 토니의 기분이 좋아졌다. 살짝 닿는 보드라운 감촉이 좋아 자연스레 토니의 손끝이 스티브의 입술을 찾았다.
“이상하지.”
“뭐 말인가?”
“이렇게 보면 그냥 그런데.”
이상하게 좋아서 완전 미치겠어. 소리를 죽여 귓가에 전하는 목소리의 습도가 스티브에게 느껴졌다. 자네 이거 칭찬인가? 스티브의 말을 뒤로 하고 토니는 스티브에게 키스했다. 토니의 수염이 스티브의 기분을 이상하게 만들었다. 스티브의 큰 손이 토니의 뒤통수를 어루만졌다. 이 순간만큼은 아무 생각 하지 말아 줘. 내가 토니 스타크이고, 네가 캡틴 아메리카라는 사실도.
-내가 이럴 수 있을 거라 상상도 하지 못했네.
-남자와 섹스를 하는 거?
-..그 편 보다는, 자네를 사랑하게 될 거란 거.
토니는 과거의 스티브와 나누었던 대화들을 천천히 되새기고 있었다. 떨어진 입술만큼 벌어진 사이로 숨이 엉겼다. 토니가 스티브와 맞닿아 있던 몸을 들어 올려 자리를 잡았다. 스티브의 가슴께에 남은 아크 리액터 자국을 토니의 손가락이 쓸었다. 손가락이 그대로 주욱 내려가는 감각을 느끼며 스티브가 짧게 숨을 뱉었다. 스티브는 머릿속을 맴돌던 토니의 말들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뜨겁고 축축한 감각이 온 몸을 감싸는 것 같았다. 머물러 있던 뜨거운 감각이 빠져나가자 스티브는 눈을 떴다. 스티브는 몸을 세운 채로 자신을 바라보는 토니가 원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입 안에 차오르는 감각은 아직도 스티브에게 익숙하지 않았다.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이 일순 피어올랐다 뭉근함만 남기고 사라졌다. 토니의 가빠지는 숨소리를 들으며 스티브는 조용히 토니의 손을 찾아 꼭 쥐었다. 고개를 숙여 스티브를 내려다보던 토니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잠깐 동안 스티브는 숨을 고르며 습관처럼 베게 옆을 더듬어 손에 집히는 비닐을 찢어 토니에게 내밀었다. 토니는 싱긋 웃고 몸을 기울여 스티브를 눕히며 이마에 살짝 키스했다. 눈을 감고 있던 스티브는 천천히 차고 드는 뜨거움에 고개를 뒤로 젖혔다. 토니가 뱉는 만족감 가득한 소리에 스티브는 눈을 떴다. 여유를 둔 토니의 움직임에 스티브의 몸도 천천히 적응하고 있었다. 좋아, 좋아, 좋아서 미치겠어. 숨이 섞인 토니의 뜨거운 말이 스티브의 귓가를 간질였다. 토니의 혀가 보채듯 스티브의 귀를 간질였지만 스티브는 절대 토니가 원하는 말을 해주지 않을 셈이었다.
토니의 땀이 스티브의 가슴으로 떨어졌다. 스티브의 손이 토니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땀에 젖은 토니의 살갗이 스티브의 손에 달라붙었다. 스티브는 천천히 토니의 턱을 감싸고 끌어당겼다. 토니는 스티브의 손을 따라 쭉 허리를 굽혔다. 둘 사이가 충분히 가까워지자 스티브가 조용히 말했다. 사랑하네, 토니 스타크. 진심일세. 토니의 눈이 커졌다. 내가 잘못 들은 건 아니지? 스티브는 토니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토니의 입술을 찾았다. 스티브의 조금 더 큰 손이 토니의 손을 잡아다 제 것을 문지르게 했다. 오늘 왜 이렇게 적극적이야? 입술을 떼어낸 토니가 짓궂게 물어왔지만 스티브는 대답 대신 달뜬 숨소리만 뱉어낼 뿐이었다. 아아, 하, 읏! 짧은 소리 끝에 토니의 손이 축축이 젖었다. 뒤이어 토니의 움직임도 잦아들었다.
“아까 뭐라고 하셨지? 스티브 로저스?”
가쁜 숨이 진정이 되자마자 장난스럽게 몸을 일으키며 물어오는 토니에 스티브는 잠이 든 척 했다. 일어나! 일어나라고! 몇 번을 보채던 토니도 벽난로의 따스함을 이기지 못하고 잠에 빠져들었다.
“봐, 스티브.”
토니는 창을 가리고 있던 커튼을 젖혔다. 토니의 짙은 머리가 햇빛을 받아 톤이 살짝 밝아졌다. 스티브는 몸을 일으켜 창가로 다가갔다. 소복이 눈이 쌓인 나무 사이로 사슴이 눈을 빛내고 있었다. 토니는 의자에 걸쳐져 있던 담요를 가져와 자신과 스티브의 몸을 감쌌다. 부드러운 담요 안으로 스티브의 박동 소리가 토니의 가슴을 타고 느껴졌다. 자신보다 좀 더 큰 스티브의 어깨를 토니의 입술이 어루만졌다. 스티브는 아직도 창밖의 사슴을 보고 있었다. 사슴이 멀어지는 소리가 들렸지만 스티브는 뒤에서 끌어안은 토니 때문에 몸을 돌릴 수 없었다.
“스티브.”
“왜 그러나.”
“정말 좋아해. 정말. 아주 많이.”
“....네.”
“뭐라구? 안 들려.”
“...도 그렇네.”
간신히 얻어낸 작은 대답에 토니는 스티브의 어깨를 더욱 꼭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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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lbookdesign · 10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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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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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뱀파이어 설정이 끼얹어지고 마블 느와르 시리즈 설정과 1차 세계대전 이후와 주류법이 시행되고 있을 쯤의 미국을 배경으로 했다.
토니스팁 / 토니피터 책이었는데 약간 스팁과 피터한테서 부자지간의 향기가 나던 그런 책. 실제 책에서는 저 바탕으로 깔은 무늬가 거의 나오지 않아서 아쉬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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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ey774 · 11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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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할때는 분명히 재미있었으나 결과는 망한 글
자.
토니가 건넨 서류를 받아든 스티브가 꼼꼼히 서류를 살폈다. 고맙네. 서류에서 눈도 떼지 않고 대답하는 스티브에서 토니는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윈터 솔저, 신원 미상, 존재가 확인되지 않았으나 워싱턴DC에서의 사건 이후로 확인됨. 도시전설처럼 내려오는 그의 존재와 능력에 대한 것은 전부 기록이 말소됨. 목격자에 따르면 그는...] 기록을 천천히 읽던 스티브가 한숨을 쉬고 서류를 던졌다. 파일 밖으로 삐져나온 서류에 찍힌 [일급비밀] 이라는 문구에 토니의 시선이 머물렀다.
그래서, ���에게 그 윈터 솔저라는 친구를 소개시켜 줄 마음은 있는 건가?
스티브는 토니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토니는 스티브가 보라는 듯이 파일을 집어다 천천히 읽었다. 캡틴 아메리카와의 조우를 끝으로 행적이 보고되지 않���. 스티브는 한숨을 쉬었고 토니는 다시 파일을 책상에 집어 던졌다.
윈터 솔저가 자네의 친구로 추정된다고, 그래서 뒤를 쫓는게 맞는 건가?
나는 그의 얼굴을 보았네, 스타크. 그가 확실해.
몇 달째 그의 행적이 알려지지 않았는데, 그를 굳이 찾으려는 이유가 뭔가?
토니의 질문에 스티브는 대답하지 않았다. 스티브는 복잡하게 떠오르는 생각들을 잊으려는 듯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고 있을 뿐이었다. 토니는 언제나 그렇듯, 스티브의 복잡한 생각을 읽어낼 수 있었다. 왜, 구닥다리 시절 소꿉친구를 만나서 반가운 건가? 도발적인 토니의 말에 스티브가 불쾌한 표정을 지었지만 토니는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그게 아니라면, 같이 잠이라도 잔건가? 캡틴 아메리카의 첫사랑 쯤 되는건가.
토니의 빈정거리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스티브가 토니의 멱살을 잡았다. 나와 버키의 사이를 그렇게 말하다니 제정신인가? 스티브의 과격한 행동에도 토니는 놀란 표정을 짓지 않고 있었다. 외려 자신만만한 미소가 토니의 입가를 따라 올랐다.
스티브 로저스, 나는 너를 잘 알아. 사실을 부정할 때면 어떤 표정을 짓는지도 알고 있단 말야.
토니는 그렇게 말하며 스티브의 손을 쳐냈다. 스티브는 지금 당장 토니를 죽일 것처럼 노려보고 있었다. 봐, 지금 그 표정. 자네는 참 거짓말을 못 해. 토니의 웃음이 끝나기도 전에 스티브의 주먹이 토니의 얼굴로 날아들었다. 토니는 휘청하다 간신히 중심을 잡고 스티브를 올려다보았다. 스티브는-방금 전에 주먹을 날린 사람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차분하게서 있었다.
스타크, 정말 자네가 나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나? 자네 아버지의 서류에 적혀 있는 나에 대한 기록 말고, 슈퍼솔저가 되기 전의 삶까지?
냉랭한 스티브의 목소리가 토니의 방을 울렸다. 토니는 스티브에게 얻어맞은 얼굴을 붙잡고 벙벙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스티브는 토니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바라보고 있었지만 토니는 스티브의 눈빛에 담긴 경멸과 분노를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대치하던 스티브는 토니의 책상에 널브러진 서류를 파일 속에 간추려 챙겼다.
나는 자네가 절대로 알 수 없는 세월을 살았네. 자네가 서류 몇 번 넘겨보는 걸로 알 수 없는 일들이 내겐 있었다고. 70년 전의 나는, 그리고 버키는 자네처럼 모든 것을 가벼운 관계로 끝내는 사람이 아니었네.
자네가 오만한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스티브는 그 말을 끝으로 입을 닫았고 토니는 방에 무겁게 눌러앉은 끔찍한 고요함이 싫었으나 무엇을 말해야 할 지 떠오르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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