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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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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rcheologists · 1 year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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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안지대>를 보고 와서, 나는 연극이 너무 재미가 없다고 말했음. 첫째로 너무 1. 연기들을 유아적으로 하고-아마 연극이 하도 재미없으니 통상적으로 귀여운 포인트를 넣거나 웃기기라도 해서 착향료를 가미하는 것 같음- 2. 모르는 주제 모르는 이야기를 하는데 대사도 안 들리고.
그랫더니 박정현이 -거기다가 사람들은 즐기려고 보러 왔는데 우울하고 진지한 얘기들을 심지어 못 알아듣게 마이크도 안차고 전달력 없이 하고 있다는 게 또 한 몫 한다고 말함. -동의함.
유독 연극에서-관객들은 정말 재미없는 개그에도 웃어줌. 나는 항상 "이게 웃겨?", "이게 재미있어?" 속으로 생각함. -> 관객들도 그게 재미있어서 웃는게 아니라 하도 연극이 재미가 없어서 그거라도 잡고 가는 거임.
내가 재미있게 본 연극이 뭐가 있었나 생각해보면..없음. 그냥 관극을 하면 할 수록 점점 재미없는 연극 리스트만 추가됨. 박정현도 그렇다고 함.
감동적이고, 웃기(려고 노력하)고, 노래도 부르고 뭐뭐 열심히들 하는데 그게 그냥 되게 짠하거나/촌스럽거나/ 관객에게 굽신거리는 특유의 광대 바이브가 균형을 조금씩 녹슬게 하고 이내 극을 무너뜨림. 소극장은 소극장이어서 찌질하고, 대극장은 대극장스럽지 못하게 굴고, 젊은 창작은 젊은 창작이라는 타이틀 하에 너무 제멋대로 우울하거나 다듬고 갖추려는 노력없이 마구잡이로 발설하고. 각기 다른 방식으로 하품 나옴.
그냥 이대로 연극에 대한 흥미가 무너져버리는 것 같음. 내가 한국에서 여태껏 본 연극들이 전부라면, 나는 이제 정말 연극 공부를 그만두겠음. 연극이 정말 좋을 게 없음. 그런데 자퇴를 못하게 하는 힘이 하나 있음.
2
연극개론 수업 때 내가 되게 흥미로웠던 연극인들은 1. 아돌프 아피아 2. 하이너 뮐러 3. 리처드 쉐크너 4. 로버트 윌슨 이렇게 생각남. 압도되고 사로잡는 연극. 이 사람들의 연극에는 각기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정서적으로 관객의 머리에 망치로 한 방을 때릴 자기만의 아이디어가 있음.
그리고 그건 극의 내용이 아님.
그들의 연극에는 분명한 카리스마가 있다는 말이다. 연극은 압도하는 힘이 있어야 함.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무대에 있어야 함. 이제 듣도 보도 못한 것들이 무대 위에 올라와야 함.
하이너 뮐러는 그 사람이 쓴 희곡 자체가 정말 이게 뭐지..싶은 신선한 충격이 있음. 이 사람이 그려내는 내용 앞에 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싶음. "햄릿기계"만 읽어봐도 그 사람이 뭔가 알맹이를 가지고 오래 생각해서 바꾸고 바꾸고 바꾸고 하면서 자기 감정을 쏟아낸다는 걸 알 수 있음.
위의 4명에 한 명만 더 추가하자면 수전 손택. 이 사람은 원래 할리우드 시나리오 작가이고 로버트 윌슨의 부탁으로 입센 작품을 7개의 이미지로 바꿔준 사람인데 이 사람은 <해석을 거부한다>라는 책도 썼음. 나는 그 감각 자체가 되게 날카롭다고 봄. 박정현은 요즘 연극이 하도 전달력이 없다 보니 이제 연극에 다 해설자가 필요하다고 말했음. 친절해져야 한다고. 그런데 나는 수전 손택의 맥락으로 이 의견에는 반대함. 해석을 못해서 연극이 재미없는 게 아냐..해석이 안되어도 그 자체로 좋아서 다시보는 영화가 있듯이...해석이 안되어도 재미있을 수 있고 해석이 안되는데 재미있으면 그 맛에 재관람 하는 거지. 우리는 쿠엔틴 타란티노 영화에 해석을 필요로 하지 않음. 총 쏘고 피터지는 호탕한 씬들을 보면서 몸 속의 말초 감각이 그냥 그 영화에 반응하는 거임. 우리는 레오 카락스 영화가 친절하지 않다고 문제 삼지 않음. 해석이 안되어도 뭔가 마음이 이끌리는 데가 있음. 연극이 재미없는 이유는..그냥 재미가 없어서 그런거야. 그 냥 재 미 가 없 다 고.
우리도 이런 원리로 연극을 할 수 있다면 나는 연극이 계속 관람 가치가 있다고 봄.
젠틀몬스터에서 알바할 때, 근무 교육 시간에 그 브랜드가 뭘 추구하는지 알려줬었음. 젠몬은 두가지 키워드를 잡고 컬렉션 아이디어를 냄. 하나는 "이상함"이고, 하나는 "아름다움". 우리 연극에는 아름다움(은 사실 아니고 아름다우려는 흉내)만 잇음. 추가로 이상함이 필요함. 추함이 아니고. 이상함. 이상할 수 있는 것은 능력임. 자존감이나 내면의 카리스마가 없으면 이상해질 용기를 못 내지 않나? 우리가 누군가를 좋아하게 될 때 맘 속으로 "하여간 희안해...", "하여튼 특이해.."하면서 점점 좋아지게 되는 그런 누군가의 마성의 매력 같은 것. 그게 연극에 필요함. 내가 하고 싶은 유일한 연극은, 이상하고 아름다운 연극임. 아까 말한 '관객 머리를 망치로 때릴 수 있는 요소'가 이상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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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 이제 유일한 연극의 기능은..
계속 얘기하다가 내가 아주 아주 재미있게 본 연극이 생각났음. 심지어 이 연극은 무료였음. 그리고 연극의 배우들은 모두 무명이었지만 모두 유명했음. 뭔 소리냐하면 고등학생 때 학교에서 후배들이 했던 연극. 우리 학교는 연말에 <문학의 밤>이라는 행사를 하는데 그때마다 유명한 소설을 가지고 극을 써서 연극을 했음. 황순원의 "소나기"를 했는데 친한 애들이 나와서 무대 위에서 어리바리 까면서 더듬더듬 연기를 하는 게 너무 웃기니까 매년마다 정말 전교생이 배터지게 웃으면서 봤음. 그러면서도 후반부로 이어지면 우리도 조용히 점점 더 집중하게 되고 클라이막스에 가서는 모두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음. 이게 왜 재미있었을까. 연기를 잘해서도 아니고 무대가 멋진 것도 아니고 훌륭한 연출이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닌데. 평소에 잘 아는 사람들이 나오기 때문인 것 같음. 그리고 연극을 처음 해보는 친구들이 가진 특유의 진정성이 있음. 그 친구들이 선생님 한 분 모시고 자기들끼리 연극을 준비하면서 재미있게 즐겼던 그 과정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무대 위에 고스란히 있음. 그건 그들이 무대에서 긴장을 했든 말을 절든 감춰지지 않음. 나는 걔네들의 삼류 발연기가 하나도 우스워보이지 않았음. 내가 연극의 꿈을 꾼 계기가, 사실 그때 그 친구들이 하는 연극이었던 것 같기도 함.
연극은 하는 이들에게 아주 큰 유희임. 내가 아는 저 애가/ 다른 사람이 되어/ 나와 함께 이 무대에서/에너지를 주고 받는 다는 것은 아주 재미있는 놀이임. 모든 맥락은 이 과정에서 생겨남.
그런데 이 사람들이 누군지도 모르고 과정에 대해서는 더더욱 모르는 생전 초면의 낯선 관객이 이 연극을 본다? 아무것도 재미없음.
이런 얘기를 하니까 박정현이 아청극을 이야기함. 아동, 청소년은 연극을 통해 어떤 가치들을 배우기에 아주 적합한 사람들이고, 보통 그 시기에 연극을 처음 해보고 무대 언어를 경험하면서 다양한 배움을 얻는다는 점에서..그리고 가장 연극을 즐기는 사람들이기도 한 거 같음.
요약
요즘 연극에는 카리스마가 필요함. 이상함과 아름다움이 균형을 잘 맞추어 공존해야 함.
함부로 웃기려고 하면 안됨. 개그는 관객을 집중시킬 자신 없을 때 쓰는 비겁한 연출 언어임.
이제 연극은 관객을 위한 것이 아니라, 연극을 하는 사람들이 즐기기 위한 놀이로서의 측면이 더더욱 재발견 되어야 할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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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rcheologists · 1 year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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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rcheologists · 1 year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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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rcheologists · 1 year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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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막 일부) 두 사람은 몸이 굳었다. 앞을 보지 않는다. 엄지를 응시하고 있다.  배우들의 소리는 더 격렬해진다. 다시 서서히 조명이 나간다. 이내 다시 밝아진다.   조종사: 아냐, 조금 짧다.  부조종사: 조금 짧아요. 300 피트.  조종사: 엔진 출력. 부조종사: 내려가고 있습니다. 조종사: 파워 최대로 올려. 최대로 가야 돼. 이거 넘어야 돼. 부조종사: 내려가고 있습니다.  조종사: 이거 넘어야 돼.  부조종사: 올라가질 않습니다. 출력이 짧아요. 배우들은 이제 거의 운다.  조종사: 주여… 급한 암전과 함께 모두 침묵. 
(7막 일부)
질문자1: 우리는 왜 살아있나요? 거짓잠언: 죽지 않았기 때문이지.  질문자2: 왜 저는 아직 살아있나요? 어제 죽은 사람이 저렇게 많은데.  거짓잠언: 그게 아니라, 너희가 오해를 하는 거야. 우리가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게 아니라 삶을 살려고 발버둥 치는 와중에 실수로 죽음을 만나는 거야.  질문자2: 모든 죽음은 실수인가요? 거짓잠언: 그래.  질문자1: 그럼 저는 매일 실수를 하는데요.  거짓잠언: 그것들도 다 작은 죽음이야. 죽음의 파편이라는 거야.  질문자2: 그럼 실수를 하지 않으면 영원히 살 수 있나요? 질문자1: 가만히 있으면 안 죽어. 너가 뭘 자꾸 하고 싶어하니까 죽음이 틈을 타는 거야. 거짓잠언: 아니야. 너는 단 한 번도 가만히 있은 적이 없어. 질문자1: 전 지금도 가만히 있는데요.  거짓잠언: 넌 가만히 있지만 네 생각이 움직이잖아.  질문자2: 제 생각은 저인가요? 거짓잠언: 네 생각은 네가 아니야. 질문자1: 제 욕망은 저인가요? 거짓잠언: 네 욕망은 네가 아니야. 질문자1: 그럼 전 뭔가요? 거짓잠언: 그 질문이 바로 너야. 네 생각도 아니고 욕망도 아니고 마음도 아니고 네가 말하는 질문이 너야.  질문자2: 왜 우리는 귀찮게 배고픔을 느끼나요? 영원히 배고픔을 느끼지 않고 싶어요.  거짓잠언: 왜 배고픔을 느끼지 않으려고 하니? 그건 바보같은 생각이야. 질문자1: 제 욕망이 다 저를 옥죄는 굴레같이 느껴져요.  거짓잠언: 굴레 맞아.  질문자2: 그럼 굴레에서 해방되면 저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상태가 되나요? 거짓잠언: … 질문자1: … 질문자2: … 질문자1: 아직도 모르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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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rcheologists · 1 year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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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형적 구조Linear로 진행하는 연극이 있음.
순환적 구조Circular로 진행하는 연극이 있음.
내 작업의 특징은 뭐든지 좌우 반으로 가른다는 것임.
왼쪽에서는 이야기가 선형하고 오른쪽에서는 순환하는 이미지를 만들고 싶음.
아주 간단한 구조로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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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트의 왼편에서는 배우1이 아주 뒤에서 앞으로 걸어옴. -어떤 식으로 걸어올지는 생각을 해봐야 함- 사이트의 오른편에서는 배우2가 아주 앞에 앉아있고, 무슨 이야기를 함. 그 이야기는 처음과 끝이 모호하고 끝없이 이어짐.
이때. 임의의 방향에서 사람이 걸어옴. 이 사람은 종횡에 대한 이해가 없음.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뒤에서 앞으로 오는데, 이 극의 일부가 아님. 그래서 지금 여기서 뭔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모름. 이 사람이 두 배우 사이를 가로질러 갈 길을 가는 것인데 그 행위가 연극 안에서 보면 프레임 종횡을 가로지르는 움직임이 됨. 그리고 사라짐.
또 다른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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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좀 웃기긴 한데. 저렇게 프레임이 좌우로 나눠져있는 것이고. 역시 여기도 2명의 배우가 나옴. 왼쪽문 앞에 있는 사람은 자신의 뒤-정확히는 발끝-를 보기 위해 고개를 뒤로 돌리고 끝없이 회전함. 오른쪽에 있는 배우는 뭔가를 중얼거리면서 앞으로 나옴. -그 무엇의 내용은 만들어야 함-
루크 레너드 수업 때: Epic이 있고 plot이 있고 뭐 하나가 있었는데 또 까먹음. 그 세 가지 중 그 뭐 하나가 ingredients가 되고 epic은 그것들을 포괄하는 개념임.
-> 내가 뭔가를 작위적으로 의도하지 않았는데 그 뭔가가 이미 서로 만들어지고/단지 그뿐 아니라 '작용'하고 있음.
-> 내가 말하는 작용한다는 건 서로 주고받거나resonating 연결된interlocked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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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rcheologists · 1 year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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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없음1> 아직 실제로 제목을 못 정함
어떤 메세지를 전하고자하지 않아도 작품의 말미에는 무언가 이해하게 됨. 왜냐하면 인간이 의미부여하지 않고서는 못 배기는 존재들이라서. 그 점을 트릭처럼 쓰는 제작임/
조건;
60분 이내일 것
각 에피소드 내에서는 의미를 전달하고자 하는 노력 혹은 의도에서 벗어날 것
의미 전달은 오로지 에피소드 간의 배열로만 할 것
2026년이 끝나기 전에 공연할 것
그러니까 어떤 결과가 나올 지 아직 모름. 희곡은 -이거를 희곡이라고 쳐준다면- 무의식적인 것들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도록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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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rcheologists · 1 year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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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기
연극 요소 씹기는 연극을 해체하고 다시 재배열하려는 시도임.
연극에 대한 기존 정의 말고, 내 직관이 추론해 낸 연극의 기본 골격이 무엇일지를 먼저 생각한다 예) 사람이 등장하여 움직인다는 것 / 프레임이 있다는 것
그것들을 각각 독립적인 요소로 분리해서 재정의한다
다시 합쳐서 무대 위에 올린다
새로운 이미지를 형성한다
나는 기존 연극 정의의 사각지대 혹은 그레이존을 찾고 싶음.
이런 식의 극을 진행하기에 배우는 1인 혹은 2인이 적절할 거라고 판단함.
마동과 나동 주위, 혹은 아텍 등 공간과 공간 사이에서 실험 구도를 형성할 수 있을만한 사이트들을 포착함(배우들이 담길 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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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뭘 해야할까 구체적으로는 없음. 그러나 모든 것이 최대한 추상적이고 열려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음.
*이미지화? 이미지 연극인 것인가 생각해봤는데 그것보다는 조금 더 정확한 표현으로서 "영화 언어로 연극을 소화하려는 노력"에 가깝다고 느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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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rcheologists · 1 year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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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rcheologists · 1 year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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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you are interested in how to kill yourself without dying we will serve you somewhat helpful demonstr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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