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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11
그새 재미난 일들이 많았다. 면접 봤던 두 곳으로부터 모두 오퍼 메일을 받을 수 있었고, 최종적으로 덕택에 카운터 오퍼에 기반해 입사를 확정하게 되었다. 판교로의 첫 출근이 될 것이다. 개발자들의 성지라 불리는 곳으로 어언 4년만에 입성하게 된 것이다.
퇴사 통보를 위해 팀장과 HR에게 차례로 통보를 했고, 주변의 동료들에게도 하나 둘��� 소식을 전하기 시작했다. 떠나는 길을 보니 진작 떠나야 하는 곳이었구나 할 정도로 팀장과 HR의 반응은 싸늘하고 무관심했다. 그러나 섭섭할 것은 없었던 것은 내가 떠날 곳이거니와 좋아하던 인간들도 아니기 때문이었다.
큰 제의를 받은 뒤 옮기는 첫 직장으로써, 사실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급여를 받고 일한다는 게 실감나는 건 통장에 돈이 꽂힌 뒤 이후일 것이다.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내게 주어진 페이가 적절한 것인지는 동료들의 물음으로부터도 충분히 밝혀질 것이다.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 다시 출발이다. 뿌리를 더 단단히 만들 때다. 연말에 주어진 이 큰 행운을 그저 지나가는 것이 아닌 것으로 만들어야만 한다.
그래 삶이란 힘들다가도 좋은 일이 찾아오고, 그리고 다시 힘든 일들이 찾아오는 과정이겠다. 경력이 한참 모자를 적부터 되뇌이고 되뇌이던 인생은 새옹지마가 현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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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02
새로운 달이 시작되었음을 모를 정도로 바쁜 나날이 지나간다. 한 집단을 떠나려 채비할 때 받는 눈쌀은 한 집단에서 그저 일할 때보다도 훨씬 못하다. 무엇이 능력이고 무엇이 성취고 무엇이 발전인지 물음을 가지려는 찰나 새롭게 커리어를 시작하는 주니어를 보니 위안이 생긴다, 마치 내가 자리를 옮기고 난 뒤 이 개발 포지션이 그저 빈 자리처럼 느껴지지는 않겠구나 싶으면서 떠난 뒤 또 다른 공허함을 찾으러 가야 하는 그 입장을 떠올려 보면 다시 무엇이 맞고 좋은 선택일지 돌이키게 된다.
두 곳에서 면접을 앞둔 채 준비해야 할 것들에 대해 짧게 상기한다. 아직 확정까지 간 곳은 없으면서도 내가 협상을 마치고 그 자리에 앉았을 때의 마음가짐과 벌이를 생각해 본다. 이번에는 2년 넘게 자리 붙일 곳이 생길까, 나의 수준은 이제 과연 4년 경력자라 부를 법 한 걸까, 여전히 부족하고 더 알아가야 할 것은 산더미다. 하지만 나아가고 개선할 것이 있다는 점은 언제나 즐겁고 기대되는 부분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어서 떠나고 싶다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메우면서도 한편으론 가기 전에 코를 납작하게 만들 역작같은 개발을 하고도 싶었다. 알아줄 이 없을 결과물을 만든다 생각하면 섭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접근하다간 결국 남에게 보이기만을 위한 결과만을 찍어내려 할 것이다.
말 한마디가 천냥 빚을 갚는다는데, 내가 내일 갚을 것은 내가 새롭게 갈 곳에 대한 자릿값이다. 뭐라고 해야만 할 까, 이직의 이유는 사실 한결 같을 것이면서도 고민하고 달리 말해야한다는 점도 어찌 보면 우습다. 무엇이 되었든, 어떤 의미를 가졌든 이유는 합리적이고 그저 뱉어서는 안될 말들일 터다. 그 순간에 있어서 내 열정은 누구보다 명확하면서 확고해야 하고, 내 충성심과 기업을 향한 열망과 존경은 객관적이면서도 모자름 없어야 할 것이다.
나의 이전에 대해 모자름 없이 설명하며, 당황하기보단 솔직해야 하는 것이 중요할 테다. 결국에 다 그런 것들이 이 사회에서 한 구성원으로 살아가며 나를 보이고 내세우며 일하고 돈을 받고 살아갈 수 있는 방법들이다.
개발자는 모름지기 헛으로 알아서는 안된다. 정확하게 딥하게, 트렌드에 대해서도 모자름 없게 알아야만 한다. 손가락과 눈에 여유를 주지 마라. 주말은 쉼의 시간이자 기회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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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27
또 다시 나는 인생의 과도기에 있다.
진작에 정이 떨어진 회사를 두고 나는 이직을 꿈꾼다.
이사와 동시에 이���까지, 뚝딱 하고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터다.
거듭 반복하는 이직을 하면서 느끼는 점은 사실, 어딜 가나 과연 '만족'할까 라는 생각이 드는 곳이 있긴 할까 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떨어지는 효율의 팀과 프로세스, 공정함은 사라지고 정치만 남은 집단, 경력 대비 떨어지는 페이를 보고 있자면 그래도 이곳이 아니라면 어디든 낫겠지 하며 이직을 마음을 먹게 되는 것이 애석하기먄 하다.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내게 쏠려 있는 팀장의 눈, 그리고 여러 개발 이슈들을 뒤로 떠난다고 할 때의 그의 표정, 그들의 표정이 어떠할지 사뭇 떠올리며 일을 하게 되면 그만한 짜릿함도 없다 싶다.
어쨌거나 앞으로 찾아올 다양한 일들과 이직의 마무리까지 나아가기 전에, 봉합해야 할 일들에 대해서는 이를 꽉 깨물 수 밖에 없다. 일을 하고자 한다면 나 자신을 입력받은 대로 동작하는 로봇이라 생각해야만 한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건 시간 대비 결과물이지 판단이나 인사이트가 아니다.
11월의 마지막 주는 아주 바쁜 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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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 후 11시간이 경과했다.
엄청 고생을 했다는 후기를 접종 이전에 봤기에 대비는 해야겠다 생각은 했다. 집에 남은 타이레놀을 놓아 두고, 전날엔 가볍게 음주와 고기를 먹었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나는 새벽에 잠을 설쳤다. 세시쯤 부터 눈을 뜬 뒤, 자려고 발버둥을 쳐도 쪽잠을 잘 수 있는 것이 최선이었다. 아직 이른 아침에 나는 부리나케 집을 정리하고, 빨래를 돌렸다. 목적의식 보단 본능적으로 할 일을 한 듯 하다. 그동안 고장나 팽개쳐져 있던 암막커튼도 제자리에 다시 되돌려놓았다. 한동안 구석에 박혀있던 탓인지 퀴퀴한 냄새가 풍겼다.
혹시나 접종에 늦을까, 장소를 잘못 찾지 않을까 걱정을 조금 했지만 접종은 마치 어느 시간 중에 들린 투표소 느낌과 같았다. 다만 시간은 정해져 있는 것이었다.
오래지 않아 접종이 끝난 뒤 15분을 앉아 있었다. 놓은 부위에 따끔함이 강했다. 글쎄, 다른 질병에 대한 백신을 맞은지도 굉장히 오래된 이후였었다. 그렇다고 낮선 느낌은 아니었다. 올 때 타고왔던 공유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되돌아 왔다. 그동안의 2년 가량의 사투가 이런 주사 한 방으로 끝나는 걸까? 문득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백신이라는 게 만들어지기 부터 임상을 거치고 허가를 받아 국내까지 도달하는 것은 그렇게 한방으로 될 일은 아니었을 터다.
맥주 반 캔을 마신듯한 가벼운 어지러움 외에 큰 증상은 없었다. 하지만 접종 후 9시간이 지난 시점부터 맥박이 빨리 뛰고, 몸살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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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는 잠을 설쳤다. 머리가 아팠고 땀이 계속 났다. 잠을 자려는 내 이성과 잠을 잘 수 없는 육신이 서로 맞서 싸우는 듯 했다. 정신이 없었다. 파편화된 꿈을 꾼 것만 같다. 물을 계속 꺼내 마셨고, 화장실도 가는 대로 가야만 했다.
격정적인 하루가 지나고 아침이 되자, 나는 이제 몸살의 끝자락에 있는 듯한 상태에 들었다. 머리가 멍했고, 접종 부위에 통증이 있었다. 잠을 설쳐서인지, 이걸 근육통이라 해야할 지 몰라도 등 뒤가 쓰리다. 접종 후 24시간이 경과한 것이다.
자랑이라 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딱히 약을 복용할 것 없이 가장 큰 고비를 넘겼다 생각했다. 오늘 밤에 다시 찾아올 까 싶은 생각이 들지만, 어제가 고비의 정점이었다면 아마 이제 회복기로 접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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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짧은 시간 안에 꽤나 친해졌고, 종종 술을 마셨던 사람과 연락을 자주 한다. 무슨 중력이 생긴건지 몰라도 나는 계속 나아가고 있는 듯 하다. 세상에 더도 없는 성격을 가진 사람, 군더더기 없는 몸을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것이지 이성적으로 따지기도 전에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래서 부담이 덜 한 것 같기도 하다. 이후에 나를 받아들이든 받아들이지 않든 크게 연연해하지 않을 사람 같아서. 사실 시간이 짧기 때문에, 지금의 적적함을 가득 메우는 사람이라는 것 그 사실 하나 때문에 착각에 든 것인지는 몰라 조심하는 마음이 있기도 하다. 재밌는 건 두 사람 모두 굳이 못해보는 것 보다는 해 보는 것이 났다는, 경험주의라고나 할까 그런 지점이 있다는 것이다.
에어콘이 틀어진 채로 땀을 흘리며 지샌 밤 뒤의 바�� 햇볕은 굉장히 따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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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속절없이 흐른다. 성과와 성취감이란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되었다. 가장 큰 두려움이 있다면 이 시간의 속도라는 것인데, 이 빨리 흘러가는 시간이 내게 하여금 지금을 누리게끔 하는 마음가짐을 흐트러 놓고, 지금에 머무른다기 보다는 지금을 놓치고 말 순간에 집착하고 초조해지게끔 하는 것이 있다.
여기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 4년이 지났을까, 나는 여전히 글을 써 내린다. 어떤 해소되지 않는 답답함을 해결해주지는 못할 망정 위로는 할 수 있음은 이런 간간히 속에 응어리 진 생각들을 늘어놓음으로써 가능해진다.
이전에는 노력이라는 것이 어떠한 목표를 뚜렷이 두고 하는 것이 있었다면 지금은 어떤 목표라는 것을 두지 않은 채 망망대해를 부유하면서, 좋은 섬과 육지가 있으려니 하며 살아가는 듯만 하다. 대단한 결과를 내기에 앞서 내 능력에 대한 믿음은 여전히 단단하지 않다. 그런 마음가짐이 다���스레 공부를 지속하게 끔 하는 듯 하지만, 그런다고 내 인생이 종이의 앞뒷면처럼 뒤바뀔 것은 아닐것이란 생각을 하면 의지가 꺾이는 것은 분명히 있다.
아니나 다를까, 삶의 고민을 지나 인생을 즐기고 서스름 없이 살아가고 팠던 인생관이 지금 내게 드문드문 재밌는 경험들을 만들어주는 것은 있어 까딱하면 굴곡 없이 밋밋하게 살아갈 수도 있을 인생 선을 흔들어주는 듯 하다.
다만 거기에 부작용이 있다면, 흔들리는 인생 선 사이에서 내가 지켜오자 했던 선의 중심이 어디 있었는지, 도무지 찾아도 볼 수가 없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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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어느 날의 꿈
어느 산골짝에 있는 듯 했다. 공기가 알싸 했던듯 싶다. 무엇을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찌되었든 돌아가기 위해 차를 타야만 했다. 하지만 세워 두었던 자리에 차가 있지가 않았다. 도난을 당한 것으로 생각되었다. 내가 당시 문을 잠갔었는지, 잠그지 않았었는지, 차는 어디로 갔을지, 어떻게 신고하고 추적해야 할 지를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고민했다. 근심이 절정에 달한 순간, 나는 꿈에서 조금 깨었다. 차가 오피스텔의 주차장에 주차되었을 것임을 인지하고 나서는 그것이 꿈이었음을, 당최 일어날 수 없는 일임을 상기하고는 편한 마음으로 다시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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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려가는 계절이 무척이나 반가우면서도 정신적인 부분보다는 육체적인 외로움이 두드러짐을 느낀다. 불현듯 스쳐 지나간 이들 과의 장면 장면이 머릿속을 맴돌곤 한다. 그 기억들은 모든 계절과 날씨에 있었다. 비가 내리던 주말에는 애틋함이 서렸던 제주의 숙소 생각이 떠올랐다.
4월은 또 어떻게 흘러 나갈까, 이번 달도 분명 바쁠 것임에 틀림 없는 전망 하에 얼마만큼 돈을 아껴낼 수 있을까, 그리고 나는 또 어떤 재미난 경험을 얻어낼 수 있을까, 나는 나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을까. 숱한 상실과 고독은 이미 마음 한 켠에 굳은 살을 만들어 주었으나 흘러가는 시간이라는 것은 분명 누군가를 붙잡고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픈 욕구를 만들어 내는 것임에 분명하다.
출근길에 가져 나가던 두꺼운 양장본의 책이 슬슬 끝나간다. 공부를 손에서 놓은지는 오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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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옷이던 자기 전에 입게 되면 답답하다고 결국은 벗어던지게 된다. 문을 열기에는 바깥은 먼지로 가득하다. 오피스텔의 에어콘은 중앙 제어로 되어 있어 난방을 냉방으로 바꾸기 전에는 틀 염두도 낼 수 없다. 점검 기간에 쉰다고 하루 휴가를 내었지만 애초에 선 잠마냥 가볍게 쉴 생각이었다.
갖은 생각이 마치 꿈마냥 머릿속에 모였다가 흔적 없이 흩어질 때가 종종 있다. 그러는 중에는 꽤 자주 일에 있어서 해결점을 찾을 방법들이 얻어 걸리는 경우가 있다. 그런 걸 보면 의식하지 못하는 찰나에 다방면에서 뇌는 이미 사고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스친다.
여전히 읽지 않은 책들이 침대 옆에 쌓여가면서도 마치 이 책을 읽은 것만 같은, 어떤 심리적 포만감에 하루 하루를 지내가고 있다. 책을 가장 많이 읽게 되는 건 출근 혹은 퇴근길의 지하철이다. 적적한 곳에서 책의 세계로 빠지기 보다는, 상호작용하는 붐비는 세계 속에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분주함 속의 고요함과 긴장 그리고 전율을 만끽하고자 하는 심리가 책을 방 안보다는 바깥에서 펼치게 끔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번 달은 아마도 최근의 몇개월 동안 소비를 가장 적게 한 달의 축에 속하지 않을 까 싶다. 여전히 달의 중순이라지만, 과거의 소비로 인한 압박감은 분명 이전의 달 보다는 덜한 것이었다.
그만큼 사실상, 바라고 기대하던 것들을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가지고 싶다는 충동과 욕구가 소비의 원천이 되었다면 그것도 마음 속에서 죽어나가는 추세에 있었고, 무엇이 좋은 것이 있을까 하며 살 것을 두리번 대려는 시도들 조차 빈도가 크게 줄게 되었다.
요즘에는 사실, 기분 좋은 순간이 있다면 그저 일에 집중하고 내가 바라던 성과를 얻어 내는 것, 좀 더 팀과 소비자가 만족해 할 만한 ���비스로 양성해 가는 것에 있었다. 물론 마음과 현실은 떨어져 있을 수 있으니, 이것이 얼마만큼 발현되느냐와 발현하기 위해 얼마만큼의 노력을 정확히 기울이느냐가 관건이 될 수 있다.
감당할 수 있는 여지의 일들을 마주하는 건 좋은 일이다. 정말 어려운 건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일과 순간들과 마주했을 때. 바로 그때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건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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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밤에 또 꿈을 꿨다. 상대는 내가 알던 사람중에 한 사람으로 보였으나, 누구중에 누구라는 특징을 보유하지는 않았다. 많은 인파를 뚫고(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우리는 몸을 붙여 플랫폼을 향해 걸아 나갔고, 그 친구는 내 관자놀이 부분에 입을 맞춰대었다.
사실 금번의 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그 꿈의 현상 속에 나타난 그 사람의 입술의 감촉일 것이다. 아무래도 내용을 넘어서는 건 생생하고 자극적인 감각인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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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의 꿈
어제의 꿈에 나는 엘리베이터에 갇혀있었다. 조금 이상한 낌새를 느낀 뒤 아니나다를까 엘리베이터는 추락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추락이 길지는 않았다. 2층이 채 되지 않는 정도의 높이를 추락한 엘리베이터에서 나는 사람의 낌새를 느끼고 문에 손을 올린 채 크게 소리질렀다. 웅얼거리는 소리는 명확치 않았으나 나의 존재를 알고 괜찮냐고 물어보는 것이란 걸 알 수 있었다. 그 소리의 불명확함이 내게는 신경쓰이는 것이었다. 소리가 흐리멍텅할 수록, 내게 남은 구조의 기회도 사라져가는 것만 같았다. 손을 나팔 모양으로 만들어 문에 대고 크게 소리쳐댔다. 다만 바깥에서 들려오던 소리가 먹먹했던 것 처럼, 내가 내는 소리도 그렇게 크게 울리지 않는 듯 했다. 엘리베이터라는 공간을 생각했을 때, 그것 치고는 내 소리는 너무도 무미건조하게 마치 종잇장을 벽에 덧대듯 울린 뒤 사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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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서 꿈을 꾸면 내용은 상세하지 않아도 어떤 임무를 수행하는 꿈들을 꾼다. 그러니까 무엇인가를 해야 하기 때문에 그 과정들을 일련의 장면들로 마주하고, 고민하고 결정하는 과정들을 꿈에서 해나갔던 것이다.
오랜만에 잠을 푹 잤다. 이틀 전엔 과히 술을 마셨고 아직 숙취가 깨지 않은 상태로 격한 축구를 했다. 어지럽고 몽롱한 하루였으나 그 하루가 준 보상은 깊은 숙면이었다.
주말 중에 전달받은 고객 애로사항을 듣고나니 한편으론 분하고, 한편으론 부끄러움이 그득했다. 실수로 치부할 정도는 아니겠으나, 어떻게 보면 엔지니어로써 정교함이 떨어지는 설계를 한 모양새가 될 수도 있었다.
더 쓸데 없는 생각을 하기 전에, 그저 개선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상기해야 겠고, 다음의 할 일을 보다 정교히 생각하고 조금은 더 상상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어졌다. 최초에 정교한 로직을 짤 자신이 없다면, 그 로직이 최대 어떠한 경우의 수를 가지게 되는지와 그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지만 생각해도 충분할 것이다.
슬슬 오늘 할 일들에 필요한 것들을 바리바리 싸들고, 짧고 긴 여정에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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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식구를 사무실에 들였다.
막연히 화분 하나를 놓아볼까 품었던 생각을 발현한 것이다. 이미 여기저기 길게 뻗어 있던 아이비를 조금 정리해 달라고 했다. 갖고 오고 나서는 가져와서 정리할 걸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잘라낸 걸 되돌릴 수는 없는거니까.
요즘엔 피로가 체화된 건지, 그렇게까지 피로하게 살지 않았던 것인지 출근 후 퇴근 까지의 컨디션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 일은 그럭저럭 하고 있다지만, 그새 반년이 지난 이 시기에 개인의 성장 혹은 성과를 위해 노력하고자 하는 열망은 온데간데 찾아볼 수 없다. 조금의 고독감을 느낀달까, 어느 포지션의 크고 작은 일이나 다 마찬가지겠지만, 일은 결국 일일 뿐 큰 의미부여 하지 말라던 예전 여자친구 말도 일리 있는 것이었을까.
요즘엔 쓰는 돈을 상당폭 줄였다지만 외출만 했다 하면 지갑을 열어젖히는 버릇은 아직 남아 있는지라, 집에서 해먹기 싫다 나갔던 길에 와인과 맥주, 고기까지 해서 잔뜩 싸들고 오게 됐다. 나가기 전 눈독 들였던 짜파게티 봉지나 뜯었다면 5만원은 아꼈을텐데. 그렇다고 오늘 뜯은 봉지덕에 훗날 아낀 5만원을 영영 쓰지 않을 것도 아닐테니. 다만 가파르게 올라가는 카드 사용액에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 결국 문제이겠다.
요즘엔 푹 패인 과거의 손실을 덮어 보겠다고 너도 나도 한다는 주식을 밤이나 아침마다 들여다 본다. 하나 분명한건 P2P만치 업체의 리스크도 없다는 것이고 코인마냥 근거 없이 들이댈 곳도 아니기에, 어느정도 적정한 분석과 타이밍만 잘 찾으면 해볼 법도 하겠다 싶은 생각에 기대 반 재미 반으로 수익률을 들여다본다.
밤의 끝에 들어서 드는 생각은, 직장을 옮긴지 그새 반년이 지나가는 이 시점에, 지금에 안주하려는 생각과 지금의 이 순간만 있으려니 생각하는 심리가 내 안에 그득했다는 것이었다. 이대로는 나는 오늘 하루를 다시 반복할 수 밖에 없다. 언젠가보다 나빴다거나 언젠가보다 좋았다는 날도 아닌, 그저 '하루중의 하루'로 치부할 날을 더 자주 보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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켜켜이 쌓여가는 핸드폰 사진을 떠올리다 보니 내가 기억하던 순간들만 추린 기록을 만들고 싶어졌다. 기록으로 남기지 않은 사진은 이제 바이트 코드로의 흔적조차 남지 않을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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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1일
3년여의 사회생활 동안 이전 만큼의 불확실성은 줄었고, 삶의 환경도 나아졌다지만, 잘못된 판단으로 없는 돈인양 되어버린 수천의 돈을 생각하면 평안 속에도 종종 화가 치밀어 오를 때가 있다. 돈이라는 것이야 항상 있다가도 없는 것이고, 없다가도 있는 것이라지만, 아마 지금의 환경보다 더 나은 마음 상태, 무엇인가 더 마음 놓고 할 수 있는 여력을 찾자니 과거의 일로 뿌리를 뻗치는 듯 싶다. 예전의 내가 이랬다면 하면서 결국에 바뀌는 것은 없는 감정 소모를 하게 되는 것이다.
실업자가 우후죽순 넘치고, 감염병으로 인해 달라진 세상 속에서 벌이를 유지하는 것 만으로도 감사할 일일 것이지만, 나는 역시 생각해보아도 내게 주어진 행운을 다뤄낼 줄 몰랐던 듯 싶다. 내가 얻은 운과 은혜를 잘 간직은 못할지언정 부서뜨리고 망가질 때 까지 이를 ‘감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벌이도 시원찮은 삶을 탕진하듯이 살아온 것도 사실 아니었기에, 그런 내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노력 자체를 상회하는 크나큰 손실들은 그 노력들에 있어서 허무함을 자주 느끼게끔은 하는 부분들이다.
1월이 지나 2월도 지���가는 중에 나갈 돈들을 내보내고 난 뒤에 보이는 숫자들은 분명,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차고 넘치게끔 하는 것들에는 분명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달이라고 돈을 덜 쓴것도 아니었고, 더군다나 충동적으로 컴퓨터를 업그레이드 했던 일들도 있었기에 당연히 남탓이니 세상 탓이니 불운이니 등등의 말들을 해댈 것도 아니었다.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다시금 돈으로 하여금 잘못된 선택을 하게 끔 된다던지, 돈에 억죄여 내 삶의 중요한 부분을 잃어버린다던지.. 떠올린다면야 많은 것들이 있겠다만은 차라리 지금은 그런 부분들에 집중해 살아내고 싶은 마음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아직 새해에 마음 먹었던 일들을 아직 매우 온전히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이라고 할 것도 없는 두 달의 시간 동안 ‘최대한 돈을 쓰지 말자’ 라는 문장은 마치 누구에게 언제 밥이나 먹자는 말보다도 헛헛한 것이 되고야 말았다.
짧은 2월이 끝나가는 지금, 3월은 조금 달리 보낼 수 있을까? 각오 보다는 원칙이 필요하고, 원칙을 상기하게 끔 하는 내 거지같은 상황을 떠올려 봐야 아마 바뀌는 것이 조금 있을 지 싶다. 와신상담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니겠지. 사람은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도 자연스레 잊게끔 되어있기 마련이니까, 좋은 방향으로 작용하는 망각도 있겠지만 현재의 삶을 위태롭게 만드는 요소가 있었다면 이는 일백번 씹고 씹어 내 행동을 좌우하는 ‘통각’으로써 작용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불현듯 열심히 사는 듯 하면서도 한숨이 나오는 상황들을 돌이켜 보며 끄적였지만, 물론 그렇다고 영영 불행히 살아가고 있지도 않다. 지금의 일을 즐기고 있고, 내가 가진 기술들이 무르익어 가는 모습을 보면 그 큰 손해들을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력하고 살아가게 끔 하는 힘을 만들어 준다.
어쨌거나 지금의 삶은, 실패와 성공과 행복 그리고 상실로 다채롭다. 무미 건조한 삶 보다는 형형색색의 색깔을 띈 지금의 시간들을 나는 제법 애증한다. 다만 애증이 원망으로 바뀌어나가지 않도록, 현재에 존재하면서도 원인과 결과에 대해 경계하며 살아가야만 할 것이다.
계절은 따스해졌고, 바깥은 익숙한 회색 빛으로 찬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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