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있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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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intongues · 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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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나쁜 꿈 (Bad Dream) ARTIST: 언니네 이발관 (Sister’s Barbershop) ALBUM: 홀로 있는 사람들 (People who stay alone) - 2017
LYRICS (Korean + English)
오늘도 참 멋졌던 하루 난 심심해서 거릴 걷다가 너를 봤지 그런데 넌 날 지나치더니 가던 그 길을 가버렸어 난 상관도 않고
today was another splendid day feeling bored, i wandered the streets and then saw you but you walked right past me and continued on your way without a care for me
안녕을 말하는 넌 매직 난 이런 일엔 소질이 없는데 겪을 때마다 내 눈엔 언제나 매번 똑같은 게 흘러 내려
you, saying hello, are magic i have no talent for this kind of thing every time i go through this, the same thing falls from my eyes
니가 뭐라고 내게 “너라는 인생엔 더는 비밀이 없어” 분노가 밀려와 너의 헛소리 난 그저 말없이 듣고만 서 있네
who are you to tell me “there are no more secrets in that life of yours” rage washes over me at your gibberish i just stand around wordlessly listening to it
제발 생각 좀 해봐 니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please think about it about exactly what you’re saying right now
거짓 말들이 오가는 하루 너는 잘 해낼거고 넌 대단하고
a day of lies going back and forth you’re going to do well and you’re amazing and
안돼를 말하는 넌 매직 난 이런 일엔 소질이 없는데 자꾸 반복해서 겪어봐도 어느새 두 눈엔 그게 흘러
you, saying no, are magic i have no talent for this kind of thing even though i’ve gone through this repeatedly, before i know it from my two eyes it falls
넌 또 뭐라고 내게 “니 어디에도 더는 비밀이 없어” 슬픔이 밀려와 너의 그 말에 그래도 말없이 듣고만 서 있네
who are you to tell me “there are no secrets left anywhere in you” sadness washes over me at your words but still i stand around listening to it
소리 내어 울어도 아무렇지가 ���아지질 않아 어떡해
even if i cry out loud i can’t become indifferent to it, what do i do
니가 뭐라고 내게 “니 몸과 영혼 모두 쓸모가 없어” 분노가 밀려와 그대의 말에 그래도 난 그저 듣고만 서 있네
who are you to tell me “your body and soul are both useless” rage washes over me at your words but i just stand around listening to it
니가 대체 뭐라고 “너라는 사람 기억 나는 게 없어” 짜증이 밀려와 너의 헛소리 말없이 주먹만 불끈 쥐어 보네
exactly who are you to tell me “there’s nothing to remember about you as a person” annoyance washes over me at your gibberish i just make a fist to myself wordlessly
아무래도 난 (넌 어쩔 수가 없어) 벗어날 수 없겠지 숨막힐 듯 답답한 이곳 (늘 그래왔으니)
it seems like no matter what i (there’s nothing you can do) won’t be able to escape it this suffocatingly oppressive place (it’s always been like this)
바보같은 말 (누굴 가르치려 들어) 이나 듣고 살겠지
i’ll end up living my entire life (who are you trying to teach?) hearing idiotic drivel
날 안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from people who say they know me
아무래도 난 벗어날 수 없겠지 바보들이 가득한 이 곳 (니가 제일 바보야)
no matter what, i won’t be able to escape it this place filled with idiots (you’re the biggest idiot)
오늘같은 날 얼마든지 많겠지 결코 변하지 않을 곳에서
there will be more days like today, i’m sure in a place that will never change
숨막혀 숨막혀 이 곳의 모든 게
it’s suffocating, suffocating, everything about this place
너는 누구니
who ar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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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lift · 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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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몇 주간 너무 피곤하고 아무 의욕이 없었던 것 같다. 하고 싶던 것들도 현실감이 없게 느껴지는 듯 했고 덕분에 더은 날씨가 나를 괴롭게해줬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도 잘 모르겠고 만사가 귀찮다. 주변에서는 연애 생각 없냐고 하길래 이제는 별 생각이 없다고 했다. 관계에 대한 기대나 믿음이 많이 상실한 걸지도 모르겠다. 그것 뿐만 아니라 요즘 하는 일들도 별로 성과가 없는 것 같아 잘 하는 것 같지도 않고 해서 씁쓸한 하루만 지속된다. 할 줄 아는 건 몇가지 있는데 잘한다고 못느끼는 것 같다. 사람들 사이에서도 외롭고 그렇다고 주목받으면 도망가고 싶으니, 그냥 홀로 조용히 지내는게 나은 것 같다. 적어도 지금은.
잘 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한다. 날이 시원해지면 밝은 날 홀로 공원 벤치에 앉아 사람들을 구경하고 싶다. 그런데 그 경험을 상상하자니 외로움에 금방 집으로 돌아올 생각을 할 것 같다. 내 마음이 편할 수 있는 휴식 방법은 무엇일까.
내 이야기는 어느 순간부터 빙빙 돌고 돌아온다. 어느 덧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 같고 사이클에 행복과 자유가 낄 틈이 없다. 그렇다고 이전처럼 절망스러운 수준으로 묘사하는 것은 아닌데, 조금 투박해진 이야기가 되어가는 것 같다. 꿈에서 아주 넓은 대공원에서 길을 헤맸던 것같다. 꿈 속의 나는 항상 어딘가로 향하고 있고 모험을 즐기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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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mkenlee-blog · 8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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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적 벨리 댄스
내후년을 목표로 삽질 중인 '그 남자의 벨리 댄스' 책 기초 다지기 작업 중 하나. 과거에 이미 쓴 내용이 일부 있음… -=-=-=-=-=-=-=-=-=-=-=-=-=-=-=-=-=-=-
위키 백과에서 벨리 댄스는 다산을 기원하는 고대 제사 의식에서 기원했을 거로 추측한다고 나온다. 또한 하렘 여성들이 술탄에게 왕비나 후궁으로 간택되고자하는 과정에서 관능적인 몸짓으로 변했다고도 한다.
이렇게 보면 벨리 댄스는 '여성 전용'으로서 남자에겐 접근 불가 영역이어야 한다. 더구나 나처럼 '운 + 동'의 출발점이 무술인 데다 여성성이 거의 없는 캐릭터라면 더더욱 멀리해야 했을 텐데, 매주 1회 1년간 수업 참여 후 만 2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홀로 수련을 이어가는 중. 이는 (댄서로서가 아닌 몸공부 수련자로서) 이걸 해야만 하는 이유가 차고 넘치기 때문에.
나는 자칭 타칭 몸치로서 보이지 않는 벽을 넘어가 보려고 아등바등하다 수련 짬밥이 십 년을 갓 넘긴 시점에 드디어 최초 각성을 경험했다고, 이미 책에 여러 번 밝힌 바다. 그때 제대로 알았는지, 헛다리 짚은 건지 검증해야 해 춤 관련 서적과 영상을 힘닿는 대로 구해 살펴봄. 춤 자체를 본 게 아니고 그런 동작을 가능케 한 운동법과 이���을 다년간 비교 연구 끝에 마침내 자기 확신을 얻었다.
이 시기에 당연히 벨리 댄스도 살펴봤었고, ��디롬 영상을 보고 허접하게나마 따라 하는 과정에서 이것이 관능미를 보여주기 위한 목적치고는 말도 안 되게 힘든 내공을 오래 쌓아야 한다는 건 앎. 땅고판에서 알게 된 지인 한 분이 벨리 댄스 선생이고 초보자를 위한 수업을 개설했고 남자도 참여 가능하단 소식을 접했을 때 바로 신청할 수밖에.
일반적으로 "무술"하면 대개 쌈박질(=격투기)만을 떠올리는 듯하나 스포츠화한 맨손 무술은 여러 콘텐츠 중 일부에 불과하다. 여러 무술 분야 중에는 공부(=쿵푸)도 있다. 아마도 이렇게 이름 붙여진 이유는 첫째, 목적이 쌈박질 아닌 다른 걸 추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고, 둘째, 각성에 다다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단 의미라고 봄.
모든 몸공부의 궁극은 결국 명상일 수밖에 없다. 바꿔 말해 명상적 요소가 없는 운동법은 저급한 것이다.
명상은 冥(=어두울 명) + 想(=생각 상)을 쓴다. 그래서 '어두운 생각'으로 착각하기 쉽다.
"어둡다"라는 것은 빛이 없기 때문이다. 또는 빛이 도달하지 못할 만큼 깊단 의미이기도 하다.
빛이 닿을 수 없으므로 눈(=目)으로 볼 수 없다. 마음(=心) 눈으로만 보인다. 그래서 상(想)을 쓴 것이다.
마음 눈을 뜨기 전까지 빛 없는 어둠 속을 오래도록 헤맬 수밖에 없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한 줄기 빛이 보인다. 그럼 방황을 멈추고 그 빛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이때부터 비로소 내공이란 게 쌓이기 시작한다.
사색과 명상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사색은 생각의 흐름일 뿐이다. 명상은 깨어있는 채로 의식과 심층의식이 교차하는 트랜스 상태가 핵심이다. 그 결과 저절로 몰입이 일어난다.
이 단계로 들어가는 방법은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몸을 아주 천천히 움직이면서 몸속 깊은 곳(=冥)에서부터 일어나는 변화를 관찰한다.(=想) 둘째, 단순 동작을 무한 반복하는 동안 부지불식간 트랜스로 진입한다.
힙써클, 카멜, 마야 같은 동작엔 이미 느리게 움직이는 명상적 요소가 들어가 있다. 단, 다른 분야 운동법과 마찬가지로 하단전 + 중단전 무게중심 각성이 선결돼야 한다. 또한 남이 보기엔 거의 멈춰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훨씬 더 느리게 움직여야 하며 이 부분에서 명상과 춤이 충돌한다. 명상적 움직임은 외부 시선을 단철한 채 '몸 나'와 '마음 나'의 소통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하지만 느리게 움직임으로써 트랜스로 들어가는 건 태극권으로도 가능하다. 반면에 쉬미는 내 몸공부 과목엔 없던 것이라 특별하다. 단순 동작을 반복하는 방편으로서 개인적으로 향후 몸공부에 큰 진전을 이룰 중요한 도구를 손에 넣은 듯한 확신이 있다.
유튜브에서 "belly dance meditation"으로 검색해봤으나 주목할만한 영상을 찾지 못해 조금 뜻밖이었다. 각자 하고는 있으나 대중의 주목을 끌지 못하고 돈이 안 돼 콘텐츠를 안 만들었을 뿐이라면 이해할 순 있다.
'젊음'은 화무십일홍이다. 젊은 무술가라면 당연히 격투기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나이 먹으면 그 안에서 명상적 요소를 찾아 공부의 길로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잘 늙을 수 있다.
춤도 그렇지 않을까? 젊을 때 그렇게 노력한 것을 세월이 흘러 사람들 앞에서 춤출 수 있는 시기가 지났다고 그냥 버리기엔 너무 아깝지 않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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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ire-adventure · 10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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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많은 이유와 상황이 있지만 뭉뚱그리고 픔) 오게 된 뉴질랜드.
지난 기억들이 뭉쳐져 있는 나에게는 조금 재미없어 보이는 첫인상,
몇 번을 외국에 나와도 타향살이 적응은 참 어렵다.
특히나 마음 맞는 사람을 아직 발견 못했을 때는 더욱더.
나도 사람인데 왜 이렇게 편한 사람 찾기가 어려울까?? 나도 남들에게 편한 사람은 아니겠지 뭐.. 최화정 님 사고 방식으로 퉁쳐야 할까? ㅋ
아무튼, 많은 사람들 틈에 복��복작 시끄럽다 조용한 집에 홀로 있으니 참 공허하다. 나처럼 외로움 많이 타는 사람이 이렇게 외국 살이 하는 것도 웃픈일이고.
울고싶은건지 아닌건지, 안도감인지 두려움인지, 뭔지 모를 감정들이 여러갈래로 교차한다. 하지만 마음에 울먹이는 응어리가 진거 같은 느낌을 보면, 아마도 울고싶은 마음이 75프로 정도인거 같다.
왜 울고 싶냐. - 그냥 한 곳에 정착해서 나를 자알 아는 사람들과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삶을 포기하고, 굳이 외로운 타국에서 이 사람 저 사람 경계하며, 하지만 또 혼자 외로운 건 싫어서 이 사람 저 사람 찾아다니는 내 자신이 웃겨서..
분명 나는 인복이 있다. 사람을 '귀인' '악인'으로 선명히 나누기 어렵지만 굳이 분류해보자면 '귀인'들이 많다. 근데, 무서운 사람들도 많이 봤다. 그런데 이렇게 외국에 나오면 그 경계가 참 모호해지고, 잘 파악이 안될때가 많아서 두려운 순간이 많다. 지나치게 경계하면 너무나 외롭고, 너무 마음을 열면 큰코 다칠 때가 많다. 그래서 항상 신경이 빠짝 곤두서있다. 지금도 그렇다. 그래서 무섭다. 그래서 울고 싶다. 근데 아직 눈물이 안나와서 마음에 울렁울렁 눈물 방울만 맺혀있는 느낌이다. 슬픈 드라마라도 보며 방울을 빼내야 하는데... 울고 싶지 않다 ㅠ
다 돌아보면 또 미화된 기억만 남아서 오늘 이 순간도 그리울까...?
알수가 없다 인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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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sesarebleu · 2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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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연애' 잘 보고 있었는데, 티부 논쟁부터 시작해서 다교씨의 찌질한 전 여친이 한 같잖은 폭로, 리원씨의 과거 비제이 활동 논란으로 정점을 찍네. 리원씨 과거 파헤친다는 것들은 진짜 최악인 게 영상 보겠다고 VPN까지 썼단다. 리원씨 가리키면서 더럽다느니 레즈비언들 이미지 실추시켰다느니 지껄이는 너희들이야말로 더럽다 더러워. 이 말도 부족���고 추잡하다. (대체 왜 써야 할지 모를) 사과문 읽으니까 리원씨는 줄곧 피해자의 인생을 살아왔던데 어째서 가해자인양 비난을 받아야 하나. 본인의 성적 지향에 대한 내적 갈등으로 인해 헤매다가 인생이 살짝 꼬이게 되어 오늘날에 이르렀고 보나마나 인두겁 쓴 금수일 전 남친에게 데이트 폭력 당하고 현재 법적 분쟁까지 하고 있던데 그런데도 그리 밝고 당차시다니 나는 용한 분이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 평생 송사 한 번 안 치르는 거 엄청난 복이라는 말 안 들어 봤나. 그 만큼 법적 분쟁이 견디기 힘들다는 것인데 이를 감당하면서 미디어에 출연할 정도라면 굉장히 용기있고 강한 사람이다. 본인은 무조건 상대방을 돌봐주고 바람펴도 용서해줄 거라 말씀하실 때부터 어떤 풍파를 겪으셨겠거니 감은 잡았다마는 돌이켜보니 본인에게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는 의미였네. 시간 문제일 뿐 언젠가는 본인의 과거가 드러날 수 있다는 두려움을 항상 가지고 있었을 테니 무조건 내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 간절하셨겠지.
아마 리원씨는 적어도 여자들은 본인을 도���주리라 믿으셨을 듯한데 상황이 어처구니없게 돌아가고 있다. 리원씨 과거를 까발린 놈도 여자, 그걸 퍼트린 놈도 여자, 해명 및 사과 요구한 놈도 여자, 편집 요구하는 놈도 여자야. 정작 남자들은 프로그램에 별로 관심도 없고 그렇다보니 욕하는 놈도 별로 없다. 혐오에 뇌가 절여진 시헤녀야 그렇다치고 레즈비언들이 더 집요하게 비난하는 꼴 뭐냐. 리원씨를 지지하는 사람들 호구로 몰아가던데 나는 그의 삶을 섣부르게 재단하고 비난하는 것들이 훨씬 순진하고 세상 무서운 줄 모른다고 본다. 너희들이 도덕적이고 성실하니까 그런 일에 휘말리지 않은 줄 아는 모양인데 그냥 운이 좋았을 뿐이야. 어떻게든 여자들 이용해먹으려는 이 나라에서 조금이라도 비끗하면 추락하는 게 현실인데 '음지' 에 대해 살짝 아는 수준의 정보, 스치듯 들은 얘기만으로 한 사람의 삶을 단정짓고 그가 저지른 모든 일이 온전히 그의 선택이었으리라 확신할 수 있나. 너희들이 비끗하지 않은 건 처음부터 비끗하지 않을 여건이었거나 비끗해도 다시 올라올 안전망이 있는 환경에서 자라났기 때문이다. 특별히 너희들이 고결한 존재라 '양지' 에 머물게 된 게 아니란 말이다.
음지, 양지 이런 말도 더럽게 좋아하더만 나는 그 표현부터 싫다. 이를 나누는 기준이 뭔데? '너의 연애' 에서 출연자들이 성실이란 말도 자주 하시던데 약간 거부감이 들더라고. 양지에서 성실하게 산다고 (정확하게는 그리 보인다고) 해서 좋은 사람이리라는 보장 없다. 외적으로는 깔끔해보이고 사회적 지위도 안정적이지만 속은 시커먼 놈들 많고 겉은 단정치 못하고 비주류여도 마음 여린 사람들 또한 많다. 요즘 이 나라에서 엘리트라는 자들이 나라 망치고 있는 짓거리 봐라. 내란 수괴인 윤석열이 버젓이 외식하며 돌아다니는데 과거에 붙들린 여자는 쏟아지는 비난을 홀로 감내하고 이게 '양지' 라 불리는 세계에서 버젓이 일어나는 중인데 양지와 음지의 경계가 뚜렷한지부터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내 보기에는 수살귀마냥 리원씨를 물에 처넣으려는 여자들이 더 '음지' 라는 말에 잘 어울리는 언행을 하고 있네. 음침하다는 말이 주는 느낌을 이번만큼 제대로 실감한 적이 드문 것 같다. 이래서 내가 무슨 여자들의 연대 이딴 소리 들으면 헛웃음만 나오고 비현실적이라 여기는 거야. 조선시대도 아니고 성적 착취에서 벗어나 남들처럼 살겠다는 여자를 환향녀 취급하면서 본인의 고매함을 증명하려는 여자들에게 연대 의식이 있을 턱이 있나. 툭하면 책잡아서 깎아내릴 궁리나 하지. 조선시대에는 여자 앞머리 한 오라기만 내려와도 조신하지 못하다며 망신을 줬다. 솔직히 한국인이 그 수준에서 얼마나 발전했는지 의문이다.
다교씨도 고작 잠수 이별했다는 전 여친의 폭로 (감이나 되는지도 모르겠네) 만 두고 이상한 여자로 매도될 뻔했잖나. 그들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도 모를 뿐더러 다교씨가 이별을 통보할 수 없는 사정이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해서는 안되는데 함부로 비난하는 여자들 많았다. 설사 정말 다교씨가 무례했다고 할지언정 그게 미디어에 얼굴도 못 비칠 사유가 되나. 여자가 행실이 바르지 못하다며 나무라는 꼴 보고 있자니 내가 조선에 사는지 한국에 살고 있는지 헷갈릴 지경이더라.
티부 논쟁은 떠올리기만 해도 짜증난다. 티부사랑단인 나로서는 존재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인데 레즈비언이 남자 대체제로 오해받는다, 티부는 남자 흉내내는 사람이라 여자가 아니다 별 해괴한 말을 해. 공통점은 죄다 남자 타령이다. 페미니스트를 자처하시는 분들이 남자 눈치는 왜 그리 보시는지 그래서야 이 거친 나라에서 어떻게 페미니즘을 하시려나. 적극적인 성격이면 다 부치인 줄 착각해서 엉뚱한 출연자에게 부치 갖다 붙이기도 하던데 부치, 펨은 스타일이야 이 여자들아! 앞서 외양과 내면은 다를 수 있다고 썼듯이 부치라고 성격이 전부 외향적이거나 주도적이지 않고 펨이 에너지 넘치는 경우도 숱하다. 그리고 부치 스타일이라 정의하려면 머리카락이 목을 덮어서는 안된다. 물론 긴머부도 있긴 한데 머리만 길지 스타일링을 하거나 정돈되어 있지 않고 빗질만 겨우 해야 부치다. 레즈비언들은 딱 보면 안다. 머리 길어도 꾸밈새 보고 아... 저 사람 부치구나 이렇게 본능적으로 알아. 제일 확실한 건 옷인데 치마? 부치 사전에 치마 입기란 없다. 생존을 위해 입어야 하는 상황 아니라면 무조건 헐렁한 바지 입는다. 상의는 박시한 셔츠, 체크 무늬 남방, 후드티를 돌려가며 입는지라 가끔 IT 계열과 혼동되기도 한다. 수트는 특별한 날에만 입고 찐부치들은 거슬리는 옷을 싫어한다. 내 최애인 에리카 린더도 긴머부인데 일할 때는 수트를 착용해도 헤어, 메이크업 세팅 완벽하지만 평상시에는 과하리만치 대충 입는다. 심지어 몇 년 전에 입었던 옷을 또 보게 된다니까. 일반인은 상관없지만 모델이 이러면 너무하잖아. 그런데 이게 부치야. 화장도 안 한다. 누군가의 기준으로 화장하는 미랑씨는 부치로 분류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부치도 개인마다 차이가 있어서 루비 로즈처럼 옷은 널널한데 센 언니 식의 진한 색조 화장하는 부치도 소수 있다. 해외 셀럽을 예로 들긴 했으나 이 나라에도 비슷한 부치들 꽤 있고 더욱 강렬한 분위기의 보기만 해도 괜히 죄송하다는 말 절로 나올 왕부치들 계신다. 요즘 시대에 치마 입고 화장했으니 부치 아니라는 말 하는 것 자체가 꼰대스럽다는 애들도 있던데 아닌 건 아니라고 말 해주는 게 꼰대의 자세 아니겠는가. 이 꼰대로서는 티부를 계속 부정하려는 너희들이 성별이분법을 철저히 따르는 반동분자로 보인다. 일스를 고집하는 경향은 계집이 감히 사내 옷을 입으면 안되고 계집 옷을 입어야 계집답다고 인정해주겠다는 뜻 아닌가. 이게 반동이지 뭐야. 누가 누구에게 꼰대래.
'너의 연애' 공개 직후 터지고 있는 일련의 작태들은 어째서 이 나라의 페미니즘이 점점 패미니즘이 되어가며 실패를 거듭하고 여성들이 가부장제에 부역하는 결과를 초래하는지 그 이유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 나라 페미니즘이 좀처럼 힘을 못 쓰는 게 남성 중심의 사회 구조 탓도 있지만 여자들이 방향을 잘못 잡고 크게 중요하지 않은 데에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여성 권리 운동 한다면서 여자 단속하기, 경계긋기에만 집중한다는 점이다. 여자 단속하면 저절로 권리가 샘솟나. 오히려 자기 검열하면서 위축되고 스스로 가능성을 차단한다. 비혼과 미혼 그리고 기혼, 성소수자와 비성소수자, 토종과 이민자, 양지와 음지의 여자 (이렇게 쓰니까 일본 드라마 제목 느낌이라 비웃음 나와) 등 한도 끝도 없이 경계를 긋고 근거없는 루머 양산하며 이간질하고 갈등을 조장해서 여자들이 무엇을 얻나. 경계 바깥으로 쫓겨난 여자들은 페미니즘에 반감을 갖게 마련이고 이는 페미니즘을 겨냥한 공격으로 되돌아온다. 쇼가 아니라 진심으로 페미니즘이라면 치가 떨린다는 여자들 최근에 늘어나는 추세인데 나는 그들의 의견은 공감 못하지만 감정은 이해한다. 레즈인 나도 환멸날 만큼 극성인데 페미니즘이 무엇인지도 잘 몰랐던 여자들이 갑자기 공격당하면 위협감을 느낄 만하지.
이번 일로 레즈비언 연애 프로그램 더이상 제작 안 될까 봐 걱정된다는데 출연자 사생활도 제대로 보호가 안 된다면 없어지는 쪽이 백 배, 천 배 낫다. 예전부터 나는 연애 프로그램 안 봤고 본 거라고는 '남의 연애' 와 '너의 연애' 두 개가 전부인데 사실 '남의 연애' 도 공개 전후로 참가자의 과거나 사생활이 폭로되면서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아주 사소하기 짝이 없는 부분을 엄청난 문제처럼 부풀리는 졸렬한 놈도 있어서 게이들도 어지간히 연대 의식 부족하고 의리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우리 동네가 더 심하네요~ 의리도 없고 관용도 없고 이러니 독일에서는 극우 레즈가 당수로 나와서 나는 그저 유색인 여자를 만나서 결혼한 여자일 뿐 레즈비언은 아니다라는 헛소리를 지껄이지.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안 했다 이 말과 뭐가 달라. 그런데 이 나라 레즈 중에 그 여자 부러워하거나 동경할 놈들 적지 않을걸. 리원씨가 이런 이기적이고 배타성 강한 놈들 믿은 게 몹시 안타깝다. 그냥 시헤녀였다면 순탄하게 사셨을 분인데.
예전에도 포스팅했지만 이 나라가 개인의 과오, 실수에 관대해지고 새로운 기회를 주는 열린 사회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미디어에 얼굴 안 비췄으면 논란도 안 일어났다고? 웃기시네. 사과문 꼼꼼히 안 읽었나. 전 남친이 계속 협박했다는데 조용히 살면서 그 놈으로부터 벗어날 방법이 있었을까. 나는 리원씨가 방송에 나와 아예 못박아버림으로써 데이트 폭력과 성적 착취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 외에 길이 없었으리라 본다. 원래 방송이 최후의 수단이잖아. 시사 프로그램에 제보할 수도 있지만 요즘에는 비슷한 사례가 차고 넘쳐서 구분이 안 될 지경이다. 차라리 리원씨 말이 거짓이었으면 좋겠다. 저게 다 사실이라면 개인이 감당하기에 너무 가혹하다. 호구 소리 들어도 상관없으니까 거짓인 편이 좋아. 사과문 내용이 전부 사실이면 이 나라가 완전히 미쳐 돌아가고 있고 저 지경에 이를 때까지 여성을 보호, 구제하는 국가 시스템이 미비하다는 증거다. '비제이' 라는 단어에만 꽂혀서 숲이 썩어들어가거나 말거나 나무 한 그루 탓만 하고 앉았고 그 나무 꼴보기 싫으니까 뽑아버리라는 식으로 꽥꽥 소리지르는데 그게 페미니즘이냐. 웨이브는 귀 아프다고 이 싸움에서 밀리면 질질 끌려다닐 미래만 남으니까 신중하게 판단해라. 리원씨 분량만 걷어 내면 이 난리가 끝날까. 한번 억지가 통하기 시작하면 말도 안되는 요구 사항이 그치지 않는다. 이 말을 여자들 막으려 하게 될 줄이야. 여태까지 남자들이 손가락 보며 난리를 쳐서 여자 밥줄 끊는 꼴만 보다가 여자가 벽을 넘으려 손을 뻗은 여자를 어떻게든 걷어차 바닥으로 떨어뜨리려 하면서 이게 페미니즘이야!! 라고 박박 우기니 호러가 따로 없다. 이 나라 여자들 반쯤 미쳤고 레즈비언들은 더 미쳤다는 거 알고는 있었지만 이제는 남자들 패악질 탓에 미쳤으니 봐주자고 넘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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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jukim · 2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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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 기��하고 싶은 순간들
1. 칭찬 동호회
일정 때문에 늦게 합류하게 됐는데 멀리서 달려가는 날 보고 동시에 같이 팔을 흔들며 뛰지 말고 천천히 오라고 해맑게 웃던 S와 C의 모습이 참 강렬하게 각인됐다. 무해하고 귀여운 사람들. 둘의 따뜻한 기운 덕에 하루 종일 미소를 머금느라 그날 약속이 끝나고 귀갓길에 광대가 욱신거렸다.
2. 웃음이 많아졌대
웃음이 없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최근엔 유난히 웃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같으면서 다르기도 한 M과 작년에는 떨어져 지낸 시간이 길었는데 올해는 더 가까이서 일상을 함께할 수 있는 날들이 많아져서 좋다. 누군가의 행복이 나에게도 기쁨이 된다는 걸 배우게 되고, 갈수록 애정이 깊어지는 듯하다. 앞으로도 ��틈없이 사랑받고 예쁜 미소 더 보여줘라.
3. 노래하며 하는 일
가본 건 나도 한 번뿐이었지만 아주 오래 재방문을 기약했던 바. 오랜만에 찾았는데 홀에서 술�� 제조하시던 직원분이 내내 노랫말을 따라 부르셨다. 리듬과 술을 동시에 타며 무심한 듯 세심하게 챙겨주셔서 잔잔하니 좋은 기운이 번졌다. 나오고 있는 노래를 문의했더니 삐뚤빼뚤 글씨로 제목이 적힌 쪽지를 받았다. 요즘엔 누군가의 순수함을 엿볼 때면 그게 참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인다. 이후에 그분도 우리를 기억하고 계신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 듣게 됐는데, 누군가에게 기억된다는 건 늘 감사한 일이다.
4. 세상을 바꾸겠다는 꿈
거친 표현 때문에 닳고 닳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그의 반짝이는 눈빛이 천진한 어린아이 같았다. 뻔하게 닳은 게 아니라 오히려 나이답지 않게 솔직한 거였다. 단편적인 말과 행동으로 사람을 오해할 뻔했다는 내 오만함을 다시 마주하고, 모두가 가는 길의 반대를 고집하는 그를 알게 된 것이 귀감이 되었다.
5. 귀여움 받는다는 것
젊음이 무기였던 나이를 지나 점차 조급해지기 시작할 때, 사회가 그 조급함을 부추긴다고 느끼는 시기에 날 애기처럼 대하는 J 앞에서 묘하게 수줍어졌다. 어른이고 싶은 나도 누군가의 눈엔 그저 애기구나. 멀리서 온 건 정작 본인이면서 오느라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자기는 알아서 먹겠다면서 계속 내 접시를 채워주고, 예쁘다며 잘할 거라며 기특하다며 칭찬을 쏟아내고. 뭐 이리 사람이 다정하지? 눈에 계속 담고 싶은, 닮고 싶은 밝고 상냥한 그녀. 마침 가라앉기 딱 좋은 날이었는데 J의 에너지를 빌려 웃을 수 있었다.
6. 걱정이라는 위로
좌절에 약한 내가 이 시스템에 맞춰 실망스러운 소식들에 익숙해지고 무뎌져야 한다는 게 영 불만이지만 곁에는 날 건져 올려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그리고 그런 고마운 손길을 삐딱하게 보지 않을 수 있는 여유가 아직은 남아있다는 것에 안도를 느낀다. 걱정된다는 말이 참 힘이 될 때가 있다. 내 편이라는 얘기 같아서. 언젠가 홀로 감당해야 하는 무게가 되면, 지금 저장해 둔 예쁜 마음들을 꺼내 곱씹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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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male-leopard-1985-ott · 6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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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영화 메효 암표범 1985 female leopard 여표 ott 자막 일본의 감독 이노우에 타케시(井上剛)가 만든 2007년 작품으로, 일본 사회의 전통적인 가족 관계와 개인의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복잡한 감정선과 변화하는 가족의 유대감, 그리고 사람들이 자신과 타인의 관계를 재구성해 나가는 과정을 그립니다. 주인공 유코(夕子)의 귀국을 계기로 펼쳐지는 이 영화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빠져드는 일상 속에서 잊고 지냈던 가족의 의미와 그 유대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듭니다.
영화의 주요 인물
유코(夕子) 유코는 일본에서 자란 후, 6년 동안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며 외국에서의 삶을 체험하고 돌아온 여성입니다. 그녀의 귀국은 단순히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의 이동을 넘어서, 자아와 정체성의 문제를 드러내는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유코는 부모님이 일찍 사망한 후,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역할과 자신의 정체성 사이에서 갈등을 겪습니다. 그녀가 귀국하면서 처음으로 마주하는 것은 6년 동안 변화해버린 일본과 그동안 자신이 떠나 있었던 가족의 모습입니다.
이와세(岩瀬) 이와세는 유코의 오빠로, 부모님의 죽음 이후 혼자서 살아가고 있는 인물입니다. 그는 유코가 떠난 후 홀로 남아 부모님의 죽음과 가정의 변화 속에서 점차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왔습니다. 유코가 귀국하자 처음에는 반갑게 맞이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간의 오랜 시간 동안 무언가 다르게 변해버린 관계를 마주하게 되는 갈등을 겪습니다. 그는 과거의 유대를 회복하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살아온 시간이 만든 간극을 인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합니다.
줄거리의 전개 영화는 유코가 미국에서 돌아오는 장면을 시작으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유코는 6년 만에 일본으로 돌아오지만, 그동안 일본은 많이 변했습니다. 예전과 같은 정적이고 전통적인 분위기의 일본이 아닌,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 그녀는 어딘지 모르게 이방인처럼 느껴집니다. 그동안의 변화는 그녀의 마음속에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그녀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많은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일본영화 메효 암표범 1985 female leopard 여표 ott 자막 유코가 돌아오게 되는 집은 부모님이 사망하고, 오빠인 이와세가 홀로 살고 있는 집입니다. 유코는 그곳에서 다시 한 번 과거의 가족들과 마주하게 되는데, 영화는 이들의 대화를 통해 각 인물들의 내면적인 갈등과 상처를 드러냅니다. 유코는 6년 전 떠날 때의 자신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 돌아왔고, 이와세 역시 그 사이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이 두 사람은 서로에게 적응해가며 새로운 형태의 관계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가족과 상실의 문제 "메효"는 가족의 의미와 그 유대가 시간과 함께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해 심도 깊게 탐구합니다. 부모님의 죽음은 이 영화의 핵심적인 배경이자 출발점입니다. 부모님이 떠난 이후, 남매는 각자의 방식으로 상실을 겪습니다. 유코는 유학을 떠나면서 부모님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또 다른 삶을 시작하게 되지만, 그 사이의 공백은 그녀에게 큰 상처로 남아있습니다. 유코의 귀국은 단순히 외국에서 돌아오는 일이 아니라, 부모와의 마지막 연결을 끊고 다시 한 번 그들의 죽음을 직시해야 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이와세는 부모님의 부재 이후, 혼자서 모든 책임을 떠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는 유코의 귀국을 반기지만, 내면적으로는 그동안 독립적으로 살아왔던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불안감이 커집니다. 그가 얼마나 부모님의 죽음을 고통스럽게 여겼는지, 그리고 그 상처를 어떻게 지탱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장면들이 영화 내내 펼쳐집니다. 이와세는 과거의 부모님을 잊지 못하면서도, 유코와 함께 살아가야 할 새로운 현실을 맞이해야 합니다.
시간의 흐름과 변화하는 관계 영화의 중요한 테마 중 하나는 바로 시간의 흐름입니다. 시간은 모든 것을 변화시킵니다. 유코는 6년 동안 외국에서 살면서, 자신도 모르게 많은 변화를 겪고 성장합니다. 그녀는 그 시간 동안 일본에서의 과거를 뒤로 하고,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합니다. 그러나 일본으로 돌아온 후, 그녀는 다시 한 번 자신의 과거와 마주해야만 합니다. 시간이 지난 후 돌아본 과거의 유대는 이제 다시 형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합니다.
이와세 역시 과거의 상처와 부모님의 죽음, 그 후의 고독을 감내하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다시 사람들과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됩니다. 이 영화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해가는 사람들의 내면과 그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과거의 관계를 회복하려 하지만, 시간이라는 장벽은 결코 쉽게 허물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죠.
가족의 회복과 변화 영화의 결말은 단순한 해피엔딩을 지향하지 않습니다. 대신, 각 인물들이 변화하는 과정을 통해 회복과 성장을 보여줍니다. 유코와 이와세는 오랜 시간 떨어져 있었지만, 서로�� 이해하고 다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갑니다. 그들의 관계는 처음에는 어색하고 서먹하지만, 점차 서로를 받아들이고, 과거의 상처를 치유해 나가려고 합니다.
영화는 결국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사람들 간의 감정적 유대를 다시 형성해 나가는 과정을 그리며, 그 속에서 인물들이 어떻게 성숙해 가는지를 보여줍니다. 시간과 상실, 변화 속에서도 가족의 의미는 여전히 존재하며, 그 관계는 끊어지지 않고 다시 이어지려고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일본영화 메효 암표범 1985 female leopard 여표 ott 자막 단순한 가족 드라마가 아니라, 상실과 회복을 주제로 한 깊은 성찰이 담긴 작품입니다. 각 인물들은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다시 가족으로서의 유대를 회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성장합니다. 영화는 과거의 트라우마와 관계의 회복, 그리고 그 안에서 개인들이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의 내면적인 변화를 세밀하게 그려냅니다.
이 영화는 일본 사회에서의 전통적인 가족 관계의 변화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자, 동시에 모든 가족이 겪을 수 있는 감정적인 갈등과 회복의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깊은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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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ntopiabooks-blog · 1 year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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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자신의 깊은 내면으로 들어가고 자기 존재의 가장 중심으로 들어가는 것, 그것이 바로 명상이다. 자기 존재의 중심에 그대라는 영원불멸의 존재가 있다는 것에 놀라움과 경이로움을 느낄 것이다. 죽음이라는 것은 존재하지도 않았고 지금도 존재하지 않는다.
실체는 형태만 바뀔 뿐 죽는 건 아무것도 없다. 질병이 육체를 무너뜨릴 수는 있겠지만, 육체는 어차피 파괴될 운명이다. 거기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살아남기를 바랄 수 없다는 것을 아는 게 더 낫다. 의사의 진단으로 그대의 그런 바람마저 죽었다. 이제 치료방법이 없으니 그대는 그 사실을 마주해야만 한다. 외부의 도움은 불가능하다. 그대는 자신의 내면에 의존해야 한다. 이제 그대는 홀로 남겨진다.
사실 모든 사람은 항상 혼자였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누구나 홀로 그 여행을 이어간다.
군중 속에서 살아갈지도 모르지만, 그대의 홀로 있음은 파괴될 수 없다. 그것은 늘 존재한다. 그대는 자신의 홀로 있음을 감추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이지만 아무도 성공한 적이 없다. 진실은 진실이다. 그대는 그저 약간 뒤로 미룰 수 있을 뿐이다.
죽음이 존재한다는 것에 눈을 떠서 그것을 완전히 확신하는 게 좋다. 이제 그대 안에 있는 죽음을 초월하는 불멸의 뭔가를 발견할 때이다. 명상을 하기에 더없이 좋은 때이다.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라. 죽음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 원인이 뭔지를 아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정신분열에 빠지지 말라. 오히려 선택받은 몇 안 되는 사람들 가운데 자신이 속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기뻐하라. 모두가 자신의 죽음에 대해 무지한 상태이지만, 그대는 그렇지 않다. 자신의 죽음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앎으로써 자신을 더 깊게 알게 되는 여지가 생길 것이다.
자신의 영원불멸함을 아는 것, 늘 여기에 있었고 앞으로도 늘 그럴 거라는 점을 아는 것은 위대한 계시이다. 바로 그 계시로 자신을 축복하면 된다.
- 오쇼의 <초월의 명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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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3magazine · 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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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23 Vogue Korea
모든 순간, 진심의 RM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기쁨, 낮추고 배우려는 열정, 안일함을 물리치는 의지, 그것이 청춘이자 R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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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면 인터뷰의 답변은 인터뷰이가 편안한 상태에서 쓰곤 합니다. 지금 어느 시간대, 어느 공간에 있나요? 고개를 들면 무엇이 눈에 띄나요?
이런 서면 인터뷰는 휴대폰으로 쓰고 싶지 않아 작업실에 와서 컴퓨터를 켤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지금은 토요일 오후 10시 30분이고, 운동과 작업 후에 작업실 의자에 앉아 있어요. 고개를 들면 늘 걸려 있는 윤형근 선생님의 그림과 각종 작업 장비가 눈에 띕니다. 제 손때가 묻은 가장 익숙한 물건이 많죠.
한국가구박물관에서 <보그> 커버 촬영을 함께 합니다. RM은 단순히 ‘멋진 모습을 촬영한다’를 넘어 화보 촬영 하나에도 확고한 주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보그> 커버 작업에서 달성하고 싶은 목표 혹은 바람은 무엇인가요?
개인 커버는 처음인 데다 <보그> 커버라서 부담이 큽니다. 맞아요. 단순히 외양이나 느낌이 멋있다기보다는, 정서나 정신이 같이 담길 수 있는 사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저보다 외형이 멋진 분은 많으니까요. 그리고 보테가 베네타와 함께하는 만큼, 그들의 감도나 철학이 같이 은은히 비치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아티스트는 홀로 창작과 표현의 영역을 감내하지만, 이번 화보 촬영처럼 여러 스태프와 함께 하는 일도 많습니다(두 개가 함께 간다고 봐야겠죠). 하나의 결과물을 위해 여러 사람과 작업할 때 고수하는 원칙이 있나요?
최근에 아주 다양하고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어요. 전에는 혼자 끌고 가거나 적은 인원과 일하는 경험뿐이어서 이번 기회에 신선한 자극과 영감을 많이 받는데, 원칙을 세우는 중이에요. 다만 제 이야기가 담긴다면 어디에서건 저의 크리에이티브를 지켜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삶을 다각도로 조망하고, 충실하고 빼곡하게 매일의 페이지를 채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삶에 충실하고 노는 것에도 충실해야, 작업과 창작도 잘할 수 있겠죠. 창작도 결국 하나의 직업일 뿐이라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해요.
보테가 베네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티유 블라지와 인스타그램에서 서로를 향한 코멘트를 주고받았죠. 마티유는 RM의 보테가 베네타 캠페인 사진을 올리면서 ‘가족’이 된 것을 환영했고, 당신도 일원이 돼서 기쁘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지난 2월 밀라노에서 열린 보테가 베네타의 2023 F/W 컬렉션에도 참석했죠. 올 블랙 룩이 브랜드 이미지와 부합하면서도 RM다웠습니다. 그간 음악과 미술에 대한 당신의 열정은 여실히 드러났지만, 패션에 대한 생각은 읽기가 쉽지 않았어요. 당신에게 패션은 어떤 의미인가요?
언젠가 “패션은 사상이다”라는 말을 접하고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과장됐다 싶으면서도 일견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부분이 있었어요. 늘 패션을 일종의 태도나 자세에 가깝다고 여겨왔습니다. 옷을 벗고 다닐 수는 없으니까요. 남들에게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우아하게 스스로를 드러낼 수 있는 날개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요즘에는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고 해요. 가끔은 그런 생각이 저를 잡아먹는 것 같아서요, 하하. 그러나 저는 여전히 패션을 사랑하고, 중요하게 여깁니다. 저의 패션사도 계속 변해왔거든요. 스트리트에서 고딕, 아메리칸 캐주얼로, 또 미니멀에 꽂힐 때도 있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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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예술 사랑, 특히 한국 예술 사랑은 유명합니다. 지난 <보그> 인터뷰에서도 “집에 미술품을 거는 건 영적 체험”이라고 말했어요. 제게 미술이 처음 다가온 때는 2015년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마크 로스코(Mark Rothko) 전시였어요. 그의 빨간 추상화에 빨려 들어갈 것 같았거든요. 그 작품을 보고 “나도 색깔 그림을 그리고 싶어”라고 말한 꼬마도 기억나요. 미술과의 강렬한 첫 만남을 묘사해주세요.
기억은 계속 편집되기 때문에 정확하지는 않지만, 제가 기억하는 처음은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모네와 고흐, 쇠라의 그림을 접할 때였어요. 아마도 2018년 말쯤으로 기억됩니다. 투어 중이었는데 ‘뮤지엄 한번 가보자’는 생각으로 갔던 게 강렬한 체험이 됐죠. 교과서나 컴퓨터에서만 보던 그림을 실제로 마티에르까지 접하게 되니 ‘아, 역시 직접 가서 보는 게 맞구나’ 싶더라고요. 제가 그림에 소질이 전혀 없어서, 생전 처음 보는 대가들의 색채 감각과 작업물에 경탄하면서 정신없이 봤던 기억이 나요. 특히 ‘그랑 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가 아주 강렬했어요.
당신이 찾아가는 전시, 인스타그램에 인증한 작품은 단연 화제예요. 그것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좋은 전시를 대중에게 알렸다는 뿌듯함도 느낄 것 같은데, 어떤가요? 관람한 전시를 대중에게 소개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몇 번 얘기한 적 있는데, 각자 인스타그램, 특히 퍼블릭 피겨의 피드는 일종의 큐레이션 아닐까요. 그 사람이 무엇을 좇는지, 무엇을 드러내고 싶은지 어느 정도 여실히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워낙 전시를 많이 다니고 이쪽의 인플루언서로 소개되다 보니 부담스러운 면도 없지 않지만, ‘제게 관심 있거나 절 좋아하는 분들이 한 분이라도 더 좋은 체험을 할 수 있다면…’ 하는 마음으로 포스트를 올리는 편이에요. 특히 한국 근현대 미술이나 고미술에 대해 저와 같은 젊은 세대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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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아트나 퍼포먼스 쪽보다는 회화, 공예에 관심이 많아 보여요. 마음이 그 방향으로 가는 이유를 생각해봤나요?
글쎄요. 아무래도 보통 미디어아트나 퍼포먼스 쪽으로 가는 과정이 좀 더 번거롭고 어렵긴 하겠죠? 그리고 전시관에 가서 보는 것도 일종의 체험인데, 미디어나 영상은 1시간가량 되는 무거운 분량이 많아서 아무래도 조금 힘들게 느껴지기도 해요. 그러나 점점 미술을 좋아하면서 그쪽에도 나름의 관점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도 백남준이나 이승택, 슈타이얼, 브루스 나우먼 등은 아주 흥미롭게 봤습니다. 퍼포먼스는 아무래도 직접 목격할 일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영상으로는 조금 약하게 느껴져요. 제게는 전시에 가는 것도 일종의 취미이자 일상의 환기인데, 회화나 공예는 보면서 스스로 마티에르라든지, 얽힌 이야기라든지 좀 더 해석과 감상의 여지가 많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사실, 일단 더 예쁘고 쉽고 편하잖아요. 하하. 이걸 부정하면 안 되겠죠.
<알쓸인잡>을 보면서 더 느꼈는데, 지식과 지혜를 흡수하고자 하는 열정이 커 보여요. 보통 사회생활을 오래 하거나 일가를 이루면 ‘자신만의 기준’(고집에 가까운)이 생기기 마련이라 귀를 닫곤 합니다. 특히 슈퍼스타라면 그렇게 되기 더 쉽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당신이 마음을 열고 배우려는 태도가 신기하고 대단합니다. 지식과 지혜를 탐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근래 탐닉하는 영역은요?
50·60·70대에도 여전히 새로운 것에 열려 있는 분들을 보면 경외감부터 듭니다. ‘정보 과잉’ 시대에 갓 서른도 젊은 꼰대가 되기 십상인 시대잖아요. 제 결함이나 부족을 제대로 알려고 노력합니다. 새로운 체험이나 결과물을 접할 때 처음 드는 불쾌감이나 프레임에 갇히지 않으려고 애쓰는 편입니다. 지적 욕망은, 저는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공부는 평생 하는 거라고들 하잖아요. 세상에 제가 모르는 것들, 흥미로운 분야가 정말 많아요. 미술사, 미학, 건축, 세계사, 한국사 등을 통해 더 지혜로운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어요. 최근에는 사진과 고미술에 탐닉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황소윤(So!YoON!) 앨범에 함께한 곡도 좋았고, 솔로 앨범에서 체리필터 조유진, 박지윤과 함께한 트랙도 좋아합니다. 들으면서 ‘이 아티스트는 제한 없는 사람이구나, 자유로워 보인다’ 싶었어요. 어떤 뮤지션과 함께하고 싶나요?
예전에는 그런 기준이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다만 어느 위치에, 어느 정도의 확신을 갖고 서 있든, 무���가를 향해 더 나아가려는 사람들. 단순히 욕망만이 아니라, 실현할 수 있는 역량과 재능을 갖추고 길을 찾아 헤매는 사람을 좋아해요. 결국 저는 그런 사람들로부터도 제 이야기를 찾고 있지 않을까요? 대가든, 신인이든 말이죠.
“현재를 사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꿈을 가진 계기는 무엇이며, ‘지금 여기’에 집중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나요?
아트를 오래 접하고 음악도 오래 해오다 보니 결국 영원성으로 귀결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 아이러니하게도 영원성에 가장 가깝게 가닿는 방법은 현재에 푹 잠식되는 것이라고 느꼈어요. 이 시대에는 특히나, 혹은 한국의 사회 환경 탓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우리의 정신적 시제가 늘 과거나 미래에 가 있잖아요. 후회하거나, 아쉬워하거나, 욕망하거나, 꿈꾸는 것들 모두 현재였고 현재일 것들인데, 정신이 계속 다른 시제에 가 있다 보면 지나갔거나 오지 않을 것들에만 집착하게 돼요. 하루에 딱히 어떤 성취감이나 달성한 느낌이 없더라도, 하루의 끝에 오늘 있었던 일을 상기하면서 ‘이렇게 많은 것을 하고, 많은 생각을 했구나’ 하고 달래줍니다. 그리고 좋은 일은 시작하기도 전에 아쉬워하거나, 아니면 나쁜 일을 두려워하거나 하는 것을 경계하려는 편이에요. 루틴이 무척 중요한 것 같아요. 요즘은 작업, 술, 전시, 운동, 산책… 이런 키워드를 기둥처럼 세워놓고 곁가지를 뻗어나가며 살고 있어요. 나쁘지 않습니다.
“워라밸을 중시하고 안 지켜지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는데요. 아티스트로서 쉽지 않습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워라밸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누차 말씀드리지만 예술도 결국 삶에서 나오는 자기 것이에요. ‘삶’과 ‘놂’이 병행돼야 멋진 창작물도 나올 수 있겠죠. ‘음악을 위한 음악’ ‘바이브를 위한 바이브’ 이런 것들에 잡아먹히면 안 되겠죠. 라이프가 선행되고, 그것이 워크를 만들어낼 수 있는 그런 균���감이라고 할까요. 늘 평균대 위에 있다고 생각하고 살아요. 그것을 즐기는 수밖에 없어요. 창작은 천형이나 형벌 같은 거니까요. 그래도 즐겁고, 이런 직업인으로 살 수 있어서 행운입니다.
요즘 김애란의 단편 ‘서른’의 문구를 자주 떠올려요. “그동안 나는 뭐가 변했을까, 그저 좀 씀씀이가 커지고, 사람을 믿지 못하고, 물건 보는 눈만 높아진, 시시한 어른이 돼버린 건 아닌가.” RM은 ‘더 나은 사람’이란 방향성을 반복해 자각할 거 같아요.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은 패시브 스킬처럼 갖고 가는 삶의 총체적 키워드가 아닐까요. 늘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죠. 그런데 사랑한다는 말 자체보다 사랑의 내용이 훨씬 더 중요한 것처럼 먼저 ‘더 나은 사람’에 대한 정의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봐요. 사람마다 다르겠죠? 말씀드린 것처럼 전 삶의 키워드를 적어놓고 균형 감각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또 모르는 것을 공부하고, 친구들과 열심히 놀고 주변 사람들도 챙기려 해요. 더 나은 사람이 된다는 것은 정말 어렵죠. 평생 해야 하는 거니까요. 그래서 그런 목표와 마음으로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을 볼 때 우아하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그들에겐 어떤 후광 같은 게 느껴지지 않나요. 그렇게 사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좀 더 나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근래 안 해봤는데 해봐서 좋았던 일은 무엇인가요? 아니면 안 해봤지만 언젠가는 꼭 하고 싶은 일은요?
요즘은 새로운 사람들과 부딪치고, 친구가 되고, 또 작업도 해보고 있어요. 인간관계를 놓고 봤을 때 지난해 중반까지는 좁고 폐쇄적으로 살아오지 않았나 싶어요. 그런 자극이 힘들고 낯간지럽고 때로는 무겁기도 하지만, 무언가 제 안에서 조금씩 변하는 게 느껴져요. 제가 이 균형을 잘 잡으면 그것을 좋은 변화로 이끌 수 있겠죠? <보그> 커버도 제게는 큰 도전이자 새로운 체험이었어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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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lish translation
RM stays truthful to every moment
The joy of admiring beauty, the passion to humble oneself and learn, the determination to fight complacency: The essence of youth, the essence of RM.
As this is a written interview, I imagine that you’re answering these questions at your convenience. Could you tell the readers where you’re writing and what time it is? What do you see around you now?
I didn’t want to type my answers on my phone, so I waited until I could return to my studio and turn on my computer. It’s 10:30 p.m. on a Saturday, and I’m sitting on a chair in my studio, having worked out in the gym and worked on some songs. Looking around me, I notice a painting by Yun Hyong-keun that’s been decorating my wall for some time, and the studio equipment. I’m surrounded by familiar objects.
You’re scheduled to do a Vogue Korea cover shoot at the Korea Furniture Museum. Your fans expect you to take part in such photo ops for some sort of purpose beyond just producing nice pictures. What are you aiming for with the upcoming Vogue cover?
It’s actually my first time to appear on a cover all by myself. And the publication is Vogue, of all things! My fans are right to expect not just photos that are pleasing to the eye, but photos that express who I am, what I’m thinking, what I believe. There are so many other people who’d be more pleasant to look at on the cover than me. Since I’m doing this with Bottega Veneta, I also hope the brand’s philosophy will come through, but in a less obvious way.
An artist often suffers alone during the process of creation and expression, but some creative processes, like the upcoming photo shoot, can be very collaborative, involving many people. What are your rules on collaborating with others to achieve a certain artistic outcome?
I find myself meeting and working with a wide range of new people these days. This is quite refreshing and inspiring because I was used to working either alone or with just a few people. As for the rules … I’d say that I’m still working on them. The only rule I can think of now is to make sure that any stories about me convey my creative convictions, whatever the outlet may be. In order to convey these convictions, I believe I must consider my life from multiple viewpoints and live each day as fully as possible. I believe creativity comes from a commitment to life and a commitment to play. I try not to forget the fact that artistic creation is a job, just like any other.
You’ve exchanged comments on Instagram with Matthieu Blazy, Bottega Venetta’s creative director, with Blazy welcoming you to the brand family by posting pictures of your campaign. You responded that you were happy to join the effort. And you attended Bottega Venetta’s Fall/Winter 2023 fashion show in Milan this past February. Your all-black look was both Bottega Venetta and RM at the same time. You’ve spoken at length about music and art on many occasions, but you haven’t shared many of your thoughts about fashion. What does fashion mean to you?
I remember being quite impressed when I heard somewhere that “fashion is ideology.” This might sound like hyperbole, but I saw some truth in it. I’ve always thought of fashion as a statement of one’s attitude. You can’t walk around naked, can you? Fashion seems to give you an elegant and subtle tool for self-expression, but not in a way that forces others to consider and follow you. These days, though, I try not to read so much into anything, partly because I’ve learned that that kind of habit can eat away at me. Nevertheless, I still love fashion and see its importance. My own fashion has evolved over time, from street style to gothic, to American casual, to minimal.
You’re known for your love of fine art, especially works by Korean artists. You mentioned, in your last interview with Vogue, that “hanging a work of art at home is a spiritual experience.” Personally, I had my first intimate encounter with art at the Mark Rothko exhibit held at the Hangaram Art Museum in 2015. His red abstractions seemed to swallow me whole. I even heard a kid standing nearby say, “I want to paint colors like that.” Have you had a similar experience? A powerful first encounter with art?
Since our memories tend to edit themselves, I can’t vouch for the accuracy of mine, but I believe I had a moment like that while viewing paintings by Monet, van Gogh and Seurat at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I think it was toward the end of 2018. I was on tour at the time, but I decided to use some free time to visit a museum that day. When I saw those famous paintings that I’d only seen in art textbooks or on the Internet, and actually felt their matières and presence, I knew I’d made the right choice. I have no artistic talent, so I couldn’t help but marvel, with my jaw on the floor, at the incredible colors and techniques of those master artists. For some reason, I was quite shaken by A Sunday on La Grande Jatte.
The exhibitions you visit and the works of art you photograph and post on your Instagram page have gone viral. This phenomenon probably puts pressure on you while also making you proud to be able to use your platform to introduce great works of art to the public. Are there any particular reasons you like to share the art you see at exhibits with the public?
I’ve spoken about this a few times elsewhere, but I think of an Instagram account — especially that of a public figure — as a channel of curation. It shows what the account holder is interested in, what they want to reveal and express about themselves. Yes, I do find my role as some kind of art influencer burdensome at times, but I post about these art shows and works in the hope that people who like me and follow me on social media will also get some enjoyment out of it. Especially so because I’d like members of the young generation, including myself, to take more interest in modern and contemporary Korean art as well as ancient art forms.
You seem to be more interested in paintings and crafts than in media or performance art. Why’s this?
Well, it seems to me that media and performance art is harder and takes more effort to appreciate. I think it’s important to view and experience art in the spaces where it’s meant to be shown, such as a museum. But it’s difficult for me to spend an hour or more watching a media show or some performance art at a certain venue. As I grow fonder of art, though, I expect I’ll develop more of an interest in those forms of art. I do find the works of Nam June Paik, Lee Seung-taek, Hito Steyerl and Bruce Nauman quite fascinating. I haven’t seen any performance art live yet. What I see on YouTube feels a bit weak to me. I enjoy going to art exhibits not just for the sake of art, but also as a pastime, for a change of surroundings. While viewing paintings and crafts, I love interpreting and analyzing the matières and the background stories. To be honest, paintings and crafts are prettier and more accessible, aren’t they? I think it’s hard to deny.
Your passion to learn and gain wisdom was on full display when you appeared on the Korean talk show The Dictionary of Useless Human Knowledge (Alsseulinjab). As people gain experience, and even attain a certain reputation or level of success in their line of work, they can become stubborn and stop listening to others. Being a global superstar like yourself can probably have that effect, too. So, it’s all the more refreshing and amazing to see you striving to stay open-minded and continuing to learn Why do you want to learn so much? What are you learning these days?
Likewise, I’m amazed by people who stay open-minded in their 50s, 60s or even 70s. Being bombarded with information as we are these days can make even a 30-year-old close-minded. I try to be aware of my shortcomings and weaknesses. I try to go beyond the initial sense of discomfort or prejudice that I might feel when encountering new things. As for my desire to gain knowledge, I think it’s only natural to want to learn and study throughout one’s life. There are so many things I hardly know anything about and find interesting. I do believe that I can become better and wiser by studying art history, aesthetics, architecture, world history, Korean history and other subjects. These days, I’m fascinated by photography and ancient art.
I like the song you worked on with So!YoON! for her most recent album. I also enjoy the tracks on your solo album featuring youjeen and parkjiyoon. As I listen to these songs, I can’t help but think that you’re limitless and free-spirited as an artist. What kind of musicians do you like to collaborate with?
I think I had standards in the past about whom I wanted to work with, but I’m not so sure anymore. In whatever I do, though, I tend to be drawn to people who are self-assured and who strive for something bigger at the same time, to people who have not just desire, but also the capability and talent to forge their own path. It’s probably through such people that I try to find my own story, whether they have well-established names or not.
You’ve said your dream is to live in the present. Where did this dream come from? What efforts do you make to focus on the here and now?
Now that I’ve been involved in music and art for some time, I keep thinking that all these efforts are attempts to exist in timelessness. At some point, though, you kind of realize that the ironic shortcut to eternity is to be fully immersed in the present. In this day and age — or maybe particularly in Korea — our minds tend to wander toward the past or the future. We regret, long for, desire and dream about things that are gone or that may never materialize even though we’re stuck in the present. I may pass a day without doing anything significant, but I try to tell myself at the end of the day that I’ve done so many little things and thought so many little thoughts. I also consciously try to avoid being either too excited about good things ahead or too afraid about bad things that might happen. It’s extremely important to set a routine and stick to it. These days, I maintain a routine based on a few keywords, such as work, drinking, art exhibits, working out and taking walks, adding a few more and subtracting others when necessary. It’s not so bad.
You’ve said that you value having a work-life balance, and that you get stressed out when that balance is upset. It’s not so easy for artists to maintain such a balance, is it? What does work-life balance mean to you?
I say this over and over again, but art ultimately comes from life. I believe I can create something awesome only by continuing to put living and playing at the forefront. I don’t want to pursue music for music’s sake, art for art’s sake, etc. Life always comes first, and that creates the balance needed to work fruitfully. I always think of myself as standing on a balance beam, and try to enjoy it as much as I can. Creating is like punishment. But I try to endure it with pleasure, counting myself lucky to have a creative job.
I try to become a better person. In her short story 30, Kim Ae-ran writes, “How have I changed thus far? I fear all I have managed to become is someone who spends a little more, someone who distrusts others, someone who is discerning only when it comes to the quality of the goods she is about to buy. I fear I have become a pathetic adult.” What would becoming a better person mean to someone like you?
I think trying to become a better person is a passive skill we all apply to our lives. We all want to become better people. But we do need our own definition of what a better person is, just like what love actually entails is much more important than the words ‘I love you,’ for example. I bet the answer differs from person to person. I’ve mentioned the keywords that I base my routine and life around. I try to stay focused on these keywords to remain balanced, continue learning, keep playing and interacting with friends, and be kind to those around me. It’s very difficult to become a better person, not least because it is a lifelong journey. That’s why I admire those who’ve lived a long time but still continue trying to better themselves. It’s almost as if I can see halos around their heads. If there were more people like that, wouldn’t the world be a better place?
Have you tried anything new recently and found yourself enjoying it? Is there anything you haven’t tried yet but want to try in the future?
These days, I’m constantly meeting new people, befriending them and starting to work with them. I think my social life was pretty limited until about the middle of last year. Getting to know new people can feel like a lot of work at times, making me feel embarrassed and even shy at times, but I do feel these new interactions are changing me. As long as I keep my equilibrium during all these new encounters, I think the results will be positive for both me and my audience. Becoming a solo cover model for Vogue is a huge new experience for me, too. I’m grateful for this opportunity. Stay healthy, everyone. (VK)
Source: Vogue Korea ENG: Vogu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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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dremio · 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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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칠순이었다. 근사하게 자란 자식 하나 없는 불쌍한 우리 아빠는 우리로부터 대단한 대접은 전혀 기대하지 않고 계셨다. 다만 아빠의 후손이기에 나눠질 수 있는 아빠의 짐을 조금 가져가 주시길 기다리시는 듯 했다. 치매가 심해지면서 집에서 혼자 거동하는 것이 힘들어진 할머니를 요양 병원에 모시고 나서, 시나브로 늙어가던 시골 집도 같이 훅 늙어버려 걱정을 시키는 모양이었다. 가끔씩 사람이 가서 뜬불도 때고 물도 틀어줘야 하는데, 할머니가 이 병원 저 병원을 옮겨다니시느라 바빴던 사이 여기저기 고장이 났다. 그러고 보니 아빠가 가끔 가 봐도, 그 집은 병이 길어 순식간에 늙어버린 아빠의 엄마만 떠오르게 하는 것 같았다. 아빠가 칠순에 바라신 것은 단 한 가지, 아빠의 후손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들이 다 같이 모여 우리의 시골집에서 먹고 놀다 하루 자고 가는 것이었다.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신 후 시작하려면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더해진 상실에 휩싸여 그 집을 등질까 걱정되셨는지, 그 날이 오기 전에 자식들과 손자들이 다 모여 집에 좋은 기억을 불어넣어가면서 그 날이 오더라도 집의 생명을 이어갔으면 하시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아이들이 할아버지와 함께 황량한 밭에 자기만 탐욕스럽게 열린 산수유를 따고 있는 동안 나는 다른 할 일은 찾아야 했다. 그냥 널부러져 누워 있는 등 밑의 아랫목은 뜨끈뜨끈했지만 동시에 따끔따끔했기 때문이다. 바닥이 식지 않도록 덮었던 이불을 곱게 다시 깔아놓고 어려서부터 수만 번은 여닫았을 것 같은 여닫이 문을 열고 나와 어른이 되어 없어진 꼬리를 생각하며 가운데를 맞춰 닫았다. 이 문 하나에도 얼마나 많은 공을 들이셨었는지 되새긴다. 그 당시로서는 혁신적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앉은키에 맞춰 문을 여닫지 않고도 밖에서 누가 오는지 볼 수 있도록 종이 사이에 끼워넣은 유리창이 있다. 신경쓰지 않아도 문을 닫으면 가운데서 멈추도록, 그러면서도 걷는 사람들 발에 걸리지 않도록 숨겨놓으셨던 걸림쇠, 매년은 아니지만 가끔씩 온 집안의 창호지를 다 갈아붙이셨던 할머니 생각이 머릿속을 지나갔다.
수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던 집에서 어느새 혼자가 되어 살아가면서 사랑하는 이들을 향한 그리움을 집안을 가꾸는 일로 달���던 할머니의 큰집은 벽이 여기저기 헐어 떨어져 나가고 집이 어떻게 이렇게 무거운 지붕을 이고 있는 것인지 궁금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런 꼴들을 보며 점점 우울해져서 나는 도피하듯이 대문 밖으로 나갔다. 우리가 차를 몰고 들어오며 활짝 열어젖힌 철 대문은 할머니가 누군가를 불러 칠했던 초록색 대문조차 페인트칠이 벗겨지고 녹이 슬면서 이어붙인 곳마다 규칙적으로 구멍이 나려고 하고 있었다. 초록색 위에 흘러내린 갈색 녹을 보며 어릴 때의 꿈을 생각했다. 언제나 초록색이었지만 다른 색이기를 바랐던 어린 마음. 클릭으로 색을 바꾸듯, 고즈넉했던 기와집들에 어울리지 않는 대문을 다른 색으로 칠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내가 항상 그렇듯 바꾸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어떻게 바꾸고 싶다는 구체적인 생각은 떠오르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혼자서 훈련한대로 내 마음이 그 생각이 함부로 일어나지 않도록 누르고 있는지도 몰랐다. 실패할 여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약한 나를 보면서도 일으켜 세우지 못한다.
나를 괴롭게 하는 대문을 떠나 동네 길로 나서니 손질한 다른 집들은 더이상 관리에 신경쓸 수가 없었는지 담장 근처에 심은 나무들은 온데간데 없고 담 바로 옆에 다 창없는 건물이 줄지어 서 있었다. 언젠가는 할머니의 이웃이고, 들어가 본 적 없어도 우리 할머니는 누가 어디 사는지 다 알았던, 아파트와는 사뭇 달랐던 그 동네. 이제 외지인이 들어왔는지 살던 분이 계속 사시는 건지 나는 알 길이 없다. 엄마가 미안하다는 듯이 우리 집 앞만 낙엽이 지저분해서 좀 그렇더라 하시는 말을 듣고, 아파트에 살지 않았던 한 세대 전 사람들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생각했다. 나도 어려서 방학 때 할머니네서 지내면 여름 방학이라 낙엽은 없었지만 가끔씩 대문 밖을 쓸어야 할 때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서울에서 열 시간 가까이 걸리던 그 때는 한 달에 한 번은 커녕 명절 때나 제사 때 예외없이 찾아뵙는 것만 해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 때를 기다리며 닭장에서 달걀을 찾아 가득 채운 그 해의 햅쌀자루 위에 차곡차곡 또 달걀판을 채우고, 다 채우고 나서는 있는 중 오래된 걸 드시면서 빈칸에 햇계란을 넣으셨던 할머니. 그 달걀과 쌀이 다 기다림만큼 쌓였을텐데. 가끔씩 찾아온 할머니의 집은 여전히 열 명이 넘는 식솔들을 거느린 듯 항상 그득했다. 나중에야 엄마가 할머니가 쌀을 너무 쌓아두셔서 수시로 다시 풀어 쌀벌레를 잡고 그래도 나방이 날아다녀 골치였다는 말을 들었다. 어느 날 나는 문득, 방학에는 우리가 와서 아침 저녁으로 쓸어주지만 할머니 혼자 살면 얼마나 자주 방을 쓸어야 하냐고 물어보았다. 할머니는 하루에 세 번도 쓸지만 어쩌다가 긴 머리카락이라도 나오��� 아이고 우리 손녀 왔구나 마치 손녀 만난듯이 반가워 웃음이 나온다고 했다다. 그 날도 그랬지만 생각만 해도 살갑다. 세상에 내가 잘 해 드린 것이 도통 없는데 왜 어떻게 그렇게 나를 아껴주신걸까. 머리카락으로 우리를 만나셨던 날엔 왠지 우연히라도 올지 모르는 우리를 기다리시면서 대문 밖에 나와 오가는 차를 보며 그 중에 혹시 우리 애들 차가 있나, 비슷한 차가 지나가면 혹시 저 차에서 내리는 이가 내 소중한 이인가 눈으로 재차 확인했을 할머니 마음이 어설프게나마 되새겨진다. 이웃들도 다 죽어서 떠나가고 좁은 길에 바퀴도 안 빠뜨리고 벽도 안 긁으며 가기 어려운 어르신들은 더 이상 차를 타고 이 길을 지나다닐 일도 없다. 아무도 방해하지 않을 것이 확실한 이 길을 나는 집중해서 힘껏 쓸어본다. 내 마음대로 낙엽과 먼지를 여기저기 모으고, 또 쓰레받기로 날라다가 애들 할아버지가 군고구마 만들겠다고 놓은 짚불 위에 비워버린다. 뭐든 불타버리길. 불타없어지듯이 사라져 다행인 나의 시간들처럼 눈에 거슬리는 더러운 것들은 사라져버리길.
그런 뿌듯하면서도 쓸모없는 듯한 일과 생각을 하며, 할머니와 아빠가 물려준 동네의 번듯한 큰집에서 주말을 보냈다. 그 시간이 지나고 이 글을 쓰며 돌아 보니, 내가 내 집에 누군가 초대하는 사람이 아니라 늘상 남의 집에 놀러만 가는 잔챙이가 되었다는 사실이 절망과 함께 안심을 가져다 준다. 이런 내가 딱히 마음에 들거나 닮고 싶은 대상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이렇다는 건 알게 되었다. 아직도 어린애처럼 사는 나는 할머니가 치매에 걸리시기 전에 미국 유학생이 된 내가 시골에 갈 때마다, 우리 둘째 손녀는 팥죽을 좋아하니 끓여줘야 한다며 가마솥이 있는 별채로 향하시던 기억에 울고 말았다. 누군가를 위해 불을 지피고 팥을 불리고 갈고 끓이고 간을 하고, 다된 팥죽은 곱게 담아 뜨뜻한 집에 가져다 주신 후에는 홀로 별채로 돌아가 지핀 불을 끄고 꺼져가는 불에 고구마를 구워 늦은 밤에 다시 가져다 주시던 할머니에 비하면 그런 노력이 수고로워 시작조차 하지 않고, 심지어 앞으로도 그냥 이렇게 살고 싶다고 속으로 바라고 있는 내가 너무나 하찮고 게으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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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mkenlee-blog · 4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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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정월대보름 소회'란 제목으로 올린 글에서 아이디어가 떠올라 단편 소설을 썼습니다. 현실과 착오 없으시길. 본인 모친은 살아 계심. -=-=-=-=-=-=-=-=-=-=-=-=-=-=-=-=-=-=-=-=-=-=-=-
[단편소설] 텅 빈 집
"오늘 엄마가 죽었다"란 문장으로 시작하는 소설처럼, 나에게도 그날이 왔다.
오늘은 아니고. 작년에 엄마가 죽었다. 갑자기 떠나갔다. "몸이 아파…"란 말 꺼내고 일주일 만에.
아마 조짐이 있었겠지만 진통제로 버티며 내색하지 않았던 것 같다.
젊은 날, 한 남자를 열렬히 사랑해 날 낳았다고 했다. 하지만 남자는 사기꾼 놈팽이였고, 즉시 떠나가 버렸다. 자세한 얘길 하진 않았다.
엄마는 미혼모였고, 나는 소위 애비 없는 자식으로 자랐지만 세간의 평이 뭐라고 하든 둘이 꽤 재밌게 잘 살았다.
유산이 조금 있었다. 풍족하진 않았지만 곤궁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큰 병치레까진 감당할 수 없음을 스스로 알고 택한 길이기도 했을 것이다.
설령 돈이 충분했을지라도 엄마는 치료를 거부하지 않았을까 짐작케 하는 두 가지 근거가 있다.
돌이켜보니 그녀를 죽음으로 이끈 병은 일종의 유전병이었던 것 같다. 조부가 비슷한 증세로 치료를 받다 가셨다.
엄마는 병간호를 하며 병이 깊어가는 단계를 하나하나 목격했다. 꽤 건강했던 조부는 나날이 수척해졌고 잠자다 고통으로 깨기 일쑤였고 끝내 의식불명 상태로 몇 주를 보내다 가셨다.
병원에서 병명을 확인한 엄마는 완치 가능성이 반반 쯤 되는 상황에서 죽음이 두려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선뜻 치료를 받기보다 본인이 원하는 종말을 택했을 것이다.
또 하나, 삶에 딱히 애착이 없었다. 아마 남자의 배신이 큰 충격을 줬겠지만, 근본적으로 타고난 본성이 그랬던 것 같다.
저축을 하긴 했지만 재테크 따위 개념은 없었다. 물론 보험도 없었다.
푼푼이 돈을 모아 적당히 쌓이면 나를 데리고 그때그때 마음 가는 곳을 택해 여행을 떠났고, 소위 '엥꼬'가 날 때까지 탈탈 털고 왔다.
비행기 이코노미석에 몸을 맡긴 뒤 몇 시간 후 도착한 곳에서 신기한 풍광, 낯선 동네 냄새, 여기저기에서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 떠드는 사람들, 처음 맛보는 음식 등등을 경험했다.
"즐거웠지만 허무하다". 둘이 여행을 다녀온 뒤 낮은 목소리로 습관처럼 내뱉는 독백이었다. 모전자전이라고, 나는 그 말이 싫기는커녕 깊이 공감했다.
"인간은 내던져진 존재"란 말처럼 두 사람은 인간계에 내던져졌고, 어디에도 안식할 곳을 찾지 못한 들뜬 존재 아녔을까.
매년 늦가을엔 엄마가 김장하는 것을 돕곤 했다. 모자가 겨우내 먹을 양은 얼마 안 돼 굳이 김장까지 할 필요는 없지만 신김치를 좋아해 5~6월까지 먹기 위함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부산스럽게 벌려 놓은 식재료를 옮기거나 주변을 청소하거나 절인 배추에 속을 넣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게다가 일이 서툴러 외려 방해가 될 때도 많았다.
하지만 엄마는 꼭 나와 함께 김장을 담았다. 이 점을 감사히 여긴다. 매년 반복했던 작업은 순서가 뒤죽박죽 엉킨 채 뇌리에 저장돼 아름다웠던 나날로 윤색됐다.
"음식은 손맛"이란 말이 있다. 엄마는 요리 솜씨가 딱히 뛰어나다고 할 순 없지만 고유의 맛이 있었다.
어쩌면 '손맛 = 미원맛'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소금, 설탕, 화학조미료 배합 비율은 알 수 없다. 본인조차 어떻게 고유의 맛을 내는지 설명하지 못했을 테니.
딱 하나, 어디에 내놔도 손색 없을 만한 특별식이 하나 있었다.
김장 때마다 했던 것인데 절인 배추, 돼지고기를 기본으로 해 살짝 간을 한 뒤 푹 끓인 찌게 종류로 이름조차 없는 것이지만 나는 무척 맛있게 먹곤 했다.
엄마가 가고 난 뒤 가끔 이 음식이 미치도록 생각날 때가 있었다. 누구도 재연할 수 없는 맛.
몇 년 전부터 땅고 음악에 빠져들며 가수 마리아 그라냐(María Graña)가 노래한 '기와가 있는 큰집(=Caserón de Tejas)'이란 곡을 좋아했다.
엄마를 갑작스레 떠나보내고 홀로 집에 왔을 때, 문득 이 노래를 떠올렸다. 좁았던 공간이 텅 비어 보였다. 아, 이 집이 이렇게 컸었나.
나는 홀로 남아 한동안 멍한 채로 시간을 보냈다. 책을 읽어봐도 눈을 통해 들어온 문맥을 뇌가 받아들이질 못했다.
머릿속으로 엄마와 관련한 기억을 떠올리면 맘속에서 마른 눈물이 흘렀다. 하지만 괴롭다고 계속 외면하면 기억이 사라지진 않을까 불안감이 엄습했다.
당시에 내가 느꼈던 감정을 반추해 보니, 그녀가 죽어 슬프다기보다 친구 같았던 존재의 느닷없는 부재가 가져온 충격이 더 컸던 것 같다. 아마도 그 정체는 극심한 고독감이었을 것이다.
그 시기 무작정 밀롱가를 찾아가 그냥 앉아 있는 날이 많았다. 의욕 없이 혼자 있자니 안 좋은 생각이 팝콘처럼 튀어 오르곤 했는데, 사람들 틈에 있으니 잡념이 완화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몇 주가 흘렀다. 원래는 음악 들으며 조용히 있다 가려고 했는데 어쩌다 춤 신청이 됐다가 뜻밖의 체험을 했다. 낯선 여성과의 아브라쏘에서 엄마이자 친구였던 한 여성의 품을 연상했다. 음악에 맞춰 함께 걷는 동안 잠시 잊고 있던 몰입감이 되살아났다.
딴다가 끝난 후에도 잠시 아브라쏘를 풀지 않고 있었고, 고맙게도 상대 여성 또한 받아주었다. 땅고는 언어를 초월한 몸 대화라 구체적으로는 몰라도 무슨 사연이 있구나 직감했기 때문 아니었을까.
이후에도 나는 여러 불특정 여성으로부터 큰 위안을 얻었다. 그리고 받았으면 돌려줄 줄도 알아야 한다. 언젠가, 누군가에게, 내가 밀롱가에서 받았던 위로가 퍼져나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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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tonas · 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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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lation below
“The Autumn rain falls on you in springtime”
This rain makes me tremble I’d wanted to avoid it But that couldn’t have happened The whole world got you and me soaked
In the morning we open our eyes Then kiss, then eat breakfast Then watch the TV together and then-
It’s blissful without you I walk through this rain on my own I’d wanted to turn around But that couldn’t have happened You pushed me forward with your entire body You, who doesn’t smile once even in dreams
In the evening we roam around in streets And kiss, then eat dinner Then watch a movie together and then-
Come back here, lie down here again
I didn’t want to do anything at all so I wandered Down this street and then saw you for the first time Did you also come here because you were lonely like me?
There’s no such thing that compares to the days I can’t forget These memories are so fragile I just
I didn’t have one thing that was precious to me so I wandered Down this street and then saw you for the first time The you, who wasn’t capable of loving anything just like me That’s why I asked you again
Are you also lonely like I am?
Just this once I want to know, I want to know why am I here I want to know, I want to know where am I going now
I want to know, I want to know so bad Where are you, at what place
Even in dreams you never smiled at me once
In case you run into me on this street I’d like to ask you to tell me “It’s all okay.” Just like that
I’m feeling lonely without you I’m feeling lonely without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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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yims6 · 8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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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rlasttango ·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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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에 우아할 것
우리는 앞으로도 꾸준한 실패를 하게 될 것입니다. 일하는 장면에서, 관계를 시작하고 유지하는 장면에서, 크고 작은 실패를 경험하겠지요. 우리는 그때마다 우아한 쇠퇴, 우아한 실패를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점차 늘려갈 회복탄력성에 기반해, 내가 지금 실패한 이 지점에서 내가 어떤 사람이기를 바라는지 거리를 두고 생각할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은 성공할 때에는 아이처럼 굴어도 좋지만, 실패할 때만큼은 더 세련되고 우아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뇌는 그렇게 작동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어, 당신에게 그럴 만한 기질적 자원은 갖춰져 있습니다. 이에, 다음의 세 가지 잔소리를 덧붙이고자 합니다.
먼저, 잦은 실패 경험으로 만성적인 무력감과 공허감을 겪는 시기에도, 당신은 이제 자리에서 일어나 ‘뭐라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사랑받지 못했고, 실패했고, 무쓸모한 사람>이라는 과거의 기억은 명확한 근거나 디테일 없이 무턱대고 당신을 규정해버립니다. 내가 정말 모든 사람에게 불쾌한 존재였을까, 내가 정말 살 이유가 없을까, 나는 그동안 계속 불행했을까, 모든 일이 실제로 실패했을까, 하는 질문을 해 보면 그간 습관처럼 과잉일반화하고 파국화한 막연한 세계와 나의 실제 사건들 간 균열이 생깁니다.
그 정도는 아니었어요. ‘소확행’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면서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에 대비되는 뭔가 행복의 대단한 이상적인 상태가 있을 것만 같아 오히려 사람들이 자신의 행복을 가볍게 여기기 시작해 그것이 한편으로 걱정이지만, 원래 행복은 그런 거였습니다. 소소함. 홀로 소소하게 행복해왔던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어느 순간 머릿속의 비좁은 방에 밀어 넣고는 나는 행복해서는 안돼, 하는 주문과 함께 그 방을 닫아버렸지만요.
뇌와 마음이 뭉뚱그려 만들어 낸 '나는 이 정도 일로 행복해서는 안 되는 사람' 따위의 프레임은 사실 어쩌면 그 실체가 없기에, 그 불행하고 어렴풋한 윤곽을 지속하기 위한 심리적 에너지는 계속 소모됩니다. 지금-여기에 머물러 순간적인 행복감을 알아차릴 능동적인 주의력과 활력은 그만큼 줄어들고요. 지나온 일들을 곱씹으며 나는 이제껏 그래왔듯 금세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어, 정말 큰 행운이 찾아올 때 '마음을 놓자' 생각하다 보면 시야는 점점 좁아지고 스스로를 더 다그치게 됩니다.
그러나 백일몽과 기억에 잠겨있는 순간, 그리고 실제로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시간은 무력감을 배우는 시간일 뿐입니다. 사회적 불안이 높은 사람들은 긍정적 피드백, 부정적 피드백을 다 받아도 긍정적 피드백을 유독 기억하는 일반대조군과 달리 굳이 부정적 피드백을 기억해 내 자기 개념에 꾸역꾸역 통합시킵니다. 그러는 거 아니에요.
어쩌라고 정신으로 살아야 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는데 어쩌라고' 하면서 기억과 사고를 다잡으세요. 기분이 흘러가는 대로 자신을 표류하게 두지 말아요. '뭐라도 하자'며 자신의 외부에서 자신의 머리 끄덩이라도 잡아서 일으키는 게 더 우아합니다. 또다시 바닥이 보이지 않는 불안감과 우울감이 당신을 들여다볼 때, 입 밖으로 소리 내어서라도 그 순간을 당신이 종결해야 합니다. '뭐라도 하자', 꾸준한 습관만이 당신의 길을 냅니다.
두 번째로, 당신은 기대해도 됩니다. 기대를 하면서 경험하게 되는 실망이 너무 고통스럽겠지요. 어떤 경우에도 실망하지 않는 법을 배운다면 최선이겠지만 우리는 보통 기대가 무너질 때 실망하게 됩니다. 그러나 남에게 전시하기 위한 피상적인 실망이나, 최선을 다하지 못한 자책을 가리기 위한 기만적인 실망은, 당신의 성격구조를 차츰 왜곡시킵니다. 그냥 혼자서 멋쩍게 실망하고 지나갈 일에도 점차 나의 실패와 부족한 점�� 굳이 변명하려 하거나 내가 누릴 수도 있었던 것을 자꾸 알리려 합니다. 무엇보다 당신은 실망을 하면 할수록 기대를 하지 않으려 하잖아요.
기대를 하지 않으려 애쓰지 마세요. 당신의 기대는 한 번도 죄였던 적이 없습니다. 당신은 그냥 순수하게 기대했던 것뿐이고 당신의 기대가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믿음은 아무 이유 없이 운 좋게 성취될 때도 있고 그저 아무 이유 없이 무너질 때도 있습니다. 기대는 죄가 없고, 당신도 죄가 없습니다. 그냥 상황이 그랬습니다. 당신에게 불행감을 가져오는 사건들은 많은 경우 당신의 노력과 기대와는 상관없이 운과 상황에 의해 좌우됩니다.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당신은 한다고 했습니다. 수백 번 무너져 내리는 마음을 일으켜가며 어떻게든 끝까지 하려 했습니다. 당신이 모두 알지요. 운이 나빴을 뿐입니다. 주인공이 나였으면 좋았을 일이지만, 내가 아니면 안 되는 일 따위가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억지로 만들어 낸 가치 아니어도, 당신과 나는 이대로 충분합니다.
기대하세요. 내일의 날씨, 이따가의 점심메뉴, 오랜만의 시내 외출, 개봉할 영화와 새로운 드라마.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실패에도 다시 일어나는 힘은, 지치지 않는 기대에서 나옵니다. 오늘 점심으로 먹은 달걀샌드위치가 형편없었대도, 저녁으로 먹을 소고기덮밥은 괜찮을 수 있습니다. 이번 학기의 학점이 개판이었대도, 내일 보기로 한 영화는 재미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의 취미는 '기대하는 것'. 백 번을 실망한대도.
마지막으로 자신의 의존성을 비난하거나 회피하지 말고 그저 유연히 받아들이길 바랍니다. 나의 의존성과 취약성, 나의 감정적 약점과 개인적 결함들이 없었으면 좋겠지만, 있어도 상관없습니다. 이런 건 실패가 아닙니다. 실패일리가요. 이미 배웠잖아요. 대부분의 사람은 원래 의존적이며 사회적인 뇌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차차 나의 이 조각들을 불편감 없이 자연스럽게 바라보고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될 것입니다. 누군가가 이미 독립성이 높다면, 이는 많은 경우 운에 기반했습니다(풍부한 문화적 환경, 높은 사회경제적 상태와 같이 독립성을 학습할 기회가 더 많았지요).
나의 부적절감이나 의존성에 홀로 수치스러워 날을 세워 사람을 밀어내지 않아도 시간이 흐르면 어차피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을 사람은 당신 곁에 다정히 남습니다. 그 사이 우리는 천천히 독립적인 삶이 무엇인지 알아나가며 성장할 것이고요. 사람을 만나면 만나는대로, 만나지 않으면 또 그런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됩니다. 날 세우지 않아도 돼요. 노력하되, 애쓰지 말아요. 인지하되, 의식하지 말아요. 자신의 타고 태어난 의존성을 편안하게 인식하고 그 종류와 방향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수용할 때, 우리는 (의존성 대비) 독립성의 지분을 차츰 높일 수 있는 독자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을 고안하게 될 것입니다.
다만 연애를 한대도, 당신이 그 사람과 있을 때에도 행복하고, 혼자 있을 때에도 행복한지를 꼭 셀프 점검해야 합니다. 실제로 연애나 동거, 결혼을 결심할 때, 당신은 혼자서도 잘 노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외로울 때 동반을 결심하게 되면 괴상한 역동이 생겨 괴상한 짝을 만납니다. 가장 이상적인 연애-결혼은, 분리(독립)와 융합(의존)이 순간순간 유연하게 이루어지는 관계. 부부라면 더욱이 육아문제+시댁/친정문제+경제적 문제+건강문제가 얽히면서 순식간에 병리적 융합체가 돼버리기 십상입니다. 당신 인생의 반을 사람으로 채우려 하지 마세요. 그게 누구든.
실패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래왔듯 (일희일비는 고사하고) 일비일비 할 필요는 없음을 꼭 말해주고 싶습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과 하지 않아도 되는 생각과 신념들에서 부드럽게 물러서고 당신의 삶을 그렇게까지 싸잡아서 0 혹은 1 단 두 가지의 결과로 규정하지 않고 해야 하는 일에는 할 수 있는 만큼만 (당신과 당신의 사람들이 불행하지 않을 만큼만) 전력을 다하고 그 이후로는 운명의 시간으로 떠나보내기를 바랍니다.
어떤 경우에는 고통스럽게 아파도 내 의지와 바람과는 상관없이 결국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임을 알고 또 그것이 아주 그렇게 당신 탓인 것은 아님을 부디 알고 당신이 누군가에게 거대한 민폐를 끼치는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가면서 낮아진 외현적 자존감을 보상하기 위해 기이하게 커진 자의식도 내려놓았으면 좋겠습니다. 당신 탓이 아니에요. 실패에 한없이 추락하는 기분이 든다 해도 그 기분이 당신의 어떤 측면도 감히 규정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를 바랍니다.
더욱이 당신의 과거는 당신의 미래를 정하기엔 힘이 약합니다. 당신은 실제로 힘든 시간을 보내왔지요. 그러나, 그때에는 지옥 같았던 상황, 내가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것 같았던 사람들을 지금 다시 만난다고 생각해보면, 그때만큼 내게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나와, 나의 강점과, 취약점과, 행복을 느끼는 지점들에 대해 계속 배우면서 나는 그때보다 너무 성장해버렸습니다. 이제 나를 해칠 수 있는 것은 나 외에는 없을 만큼, 나를 지킬 수 있을 만큼, 나는 점차 어른이 되고 있어야 합니다. (평생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는 말장난은 집어치워야 합니다. 그만큼 미성숙하게 도피하는 방법도 드물어요. 당신은 어른이면서 순진하게 행복할 수 있습니다. 어른이면서 순수하게 사랑할 수 있어요.) 우리는 매일 더 어른스러워야 합니다.
이제 당신은 당신의 보호자, 당신의 책임자, 1인 가족의 가장. 당신은 이제 당신의 인생을 살아요. 당신의 가치를 주입식으로 폄하하는 부정적인 사람들, 환경들과 우아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당신이 품위를 잃을 필요가 있는 일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정신의학신문 : 허지원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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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directory · 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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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를 모를땐 하얀 태양 바라봐
얼었던 영혼이 녹으리
드넓은 이 세상 어디든 평화로이 춤추듯 흘러가는 신비를
오늘은 너와 함께 걸어왔던 길도
하늘 유리 빛으로 반짝여
헤어지고 나 홀로 걷던 길은
인어의 걸음처럼 아렸지만
삶은 여행이니까 언젠가 끝나니까
소중한 너를 잃는 게 나는 두려웠지
하지만 이제 알아
우리는 자유로이 살아가기 위해서 태어난 걸
용서해 용서해 그리고 감사해
시들었던 마음이 꽃피리
드넓은 저 밤하늘 마음속에 품으면
투명한 별들 가득
어제는 날아가버린 새를 그려
새장속에 넣으며 울었지
이젠 나에게 없는걸 아쉬워 하기보다
있는 것들을 안으리
삶은 계속되니까
수많은 풍경속을 혼자 걸어가는걸 두려워 했을 뿐
하지만 이젠 알아
혼자 비바람 속을 걸어갈 수 있어야 했던걸
눈물 잉크로 쓴 시, 길을 잃은 멜로디
가슴과 영혼과 마음과 몸이
다 기억하고 있어
이제 다시 일어나 영원을 향한 여행 떠나리
삶은 여행이니까 언젠가 끝나니까
강해지지 않으면 더 걸을 수 없으니
수 많은 저 불빛에 하나가 되기 위해 걸어가는 사람들
바라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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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hdrkqsorl · 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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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갑내기 부부 41
오랜만입니다. 45부 안으로 끝이 날 것 같습니다. (이후에는 단편 형식으로 해프닝을 쓸 예정입니다.)
동갑내기 부부 41
***
"I like it when you take control. Even if you know that you don’t own me, I’ll let you play the role. I will be your animal.”
(비록 니가 나를 가지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니가 나를 리드할 때 좋더라. 너만의 동물이 돼줄게. 니가 리드해.)
빌리 아일리시, Bad Guy (나쁜 년) 중…
“Bruises on both my knees for you, but don’t say thank you or please. I do what I want when I’m wanting to…”
(너를 위해 두 무릎에 멍이 들어도 (너한테 대줘도), 고맙다거나 보채지마. 내가 (섹을) 원할 때 내가 원하는 거 (섹) 하는 거야…)
빌리 아일리시, Bad Guy (나쁜 년) 중…
***
덩그러니 나 홀로 남겨진 나는 착잡한 마음 뿐이었다.
주희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라 생각했던 도청 어플은 내가 어플의 존재를 이야기를 한 이후 사실상 주희의 연락이 뜸해지는 단점으로 바뀌어버렸다. 게다가 늘 내가 자기를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지 나에게 시위(?) 하듯, 주희는 24시간 내내 야동만 나오는 케이블 채널처럼 사무장이랑 함께 지내며 야한 얘기를 주고 받거나 섹스를 즐기고(?) 있었다. 매일 밤 야구 분석을 해주는 프로그램처럼 신혼 여행때와 신혼 여행을 다녀온 이후 어느 기간 동안은 매일 주희의 정사를 엿듣거나 훔쳐보곤 했었지만 어느 순간 그마저도 중단해 버렸다.
특히 나는 주희가 결혼 전에는 한 번쯤 내 얼굴을 보고 갈 줄 알았지만, 전화 한 번 없이 사진 한 장만 남겨두고는 훌쩍 여행을 떠난 행동에 도청 어플의 존재를 후회했다. 나는 주희의 ‘두 번째’ 결혼식 날, 소주와 함께 결혼 앨범을 꺼내 한 동안 물끄러미 바라봤다. 현태를 비롯해 주희를 따먹은 동기들, 큰 가슴을 가진 주희를 끔찍히도 좋아했던 선배, 그리고 주례를 봐주고 신부 대기실에서까지 주희를 따먹었던 주희의 첫 직장 이사장, 그리고 숱하게 주희를 따먹은 매형의 얼굴을 앨범에서 찾을 수 있었다.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지나가자, 흐릿한 앨범사진 곳곳에서 주희를 따먹거나 찝적거린 모든 남자들이 점차 하객 얼굴 위로 오버랩되어갔다. 재수할 때 주희의 공부 대신 섹스 공부를 시켜주었던 주환이 형, 주희에게 처음으로 시오후키를 느끼게 할 정도로 밀어붙인 운전면허 강사, 결혼 전 동호회 활동에서 만났던 아저씨들, 잠깐이었지만 마음까지 나누었던 전대장, 그의 못된 행동으로 인해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로 주희를 데이트 약물로 취했던 (나는 얼굴도 모르는) 전대장 지인인 두 남자, 신혼 여행 때 주희를 찝적거렸던 대니와 그 친구, 잠시 문구점 알바를 할 때 알게된 (그 당시 학생이던) 동현이와의 여러 (찜질방 포함) 사건, 그리고 이민 가기 전에 태국 배낭여행때 주희와 놀아났던 제임스, 이민 생활 때 만났던 주희의 뒷구멍을 따먹고 얼굴에 정액 폭포를 퍼부었던 공장 생산라인 담당자 벤. 그리고 내가 알아챌까 전전긍긍하던 주희를 ‘인지부조화’ 수준으로 몰아붙이며 주희의 보지를 찢을 듯이 비집고 들어가는 윌리엄의 자지에 흥분된 얼굴을 가리려 애쓰던 주희의 애처로운 몸짓을 사진으로 찍어 내게 보냈던 철천지 원수(?) 윌리엄까지.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만 해도 이만큼이나 되는데,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다른 사람들의 말이나 단톡들을 미루어 짐작해면 훨씬 더 많은 남자가 주희를 탐냈을 거라는 생각에까지 미치자 내가 어쩌다 이런 지경에 까지 왔을까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매일 밤마다 그 생생한 과거들이 자괴감보다 더 큰 흥분감에 사로 잡히게 만들었고, 현재 사무장과 신혼 생활을 즐기고 있는 주희의 모습보다 더 나에게 위안을 주곤 했다. 주희가 찍힌 예전의 여러 사진들과 동영상들을 보며 숱하게 자위를 하다 잠에 드는 나였다.
/정주! 오늘도 정주ㄱㄱ?/
주희의 연락을 기다리던 날들을 세는 것조차 잊어버린 어느 주말, 점심 때가 가까워 오던 오전, 소일 거리가 없어 그냥 폐인처럼 소파에 누워 있던 나는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톡 내용이 보이자 몸을 일으켰다. 주희의 새로운 애칭이 ‘정주’인 듯 싶었다. 사실 두 사람이 거의 같이 붙어있다시피 했던 지라 사무장이 주희에게 보내는 톡이 많지 않았기에 이렇게 애칭을 (들어)본 적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단톡도 조금씩 정리해 나가는 주희였기에 도청 어플로 톡을 확인할 수 있는 횟수가 점점 뜸해지고 있었다. 게다가 두 사람이 같이 있는 시간 외에는 서로의 생활을 존중 해주는 것인지 내가 나중에 따로 확인을 해도 톡 이외로 연락을 주고 받는 것을 확인하기 힘들었다.
/ㅈㅈ! 바뻐?/
주희를 ㅈㅈ으로도 부르는데 왠지 모르게 의미가 야했다.
/정주! 오빠가 부르면 쪼르르 달려와서 ㅈㅈ 대령해야지? 연락도 안되고 어디간거야?ㅋㅋ/
내 예상이 거의 맞는 듯 했다. 좆집… 내 아내… 정주희…
거의 오 분 간격으로 톡이 하나씩 떴다. 나도 답장이 없는 주희가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어플 카메라를 동작시켜보니 한동안 천장 만을 비추고 있었다. 얼핏 보니 헬스장 같아 보였다.
아직 압류를 위해 경매 등 이런 저런 절차가 남아있음에도 주희는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삶이 다시 자리 잡았는지 운동을 하며, 사모님(?)의 삶으로 복귀를 마친 듯 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폰을 집어든 주희 옆에 피티를 해주는 강사인 듯한 거대한 팔뚝의 남자가 서 있었다. 톡을 확인하려 집어든 주희는 힘든 운동을 방금 마친 듯 거친 숨을 내쉬는지 가슴이 오르내리고 있었는데, 스포츠브라 때문에 가슴이 더욱 짱짱하게 모아진 탓인지 도드라지게 보이는 가슴골 사이로 땀이 흘러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정주는 무슨ㅋㅋ 나 운동하느라 힘들어ㅋㅋㅋ/
얼마 지나지 않아 주희의 답장이 올라왔다. 나는 피티 강사가 옆으로 와서 주희의 허리춤에 손을 얹으며 계속 운동을 해야된다는 표정과 함께 주희의 가슴골 사이로 꽂히는 시선을 볼 수 있었다. 주희는 1분만 쉬자는 의미인지 고개를 돌려 강사를 올려다보며 손가락 하나를 내밀었다. 손가락을 내민 주희가 싱긋 웃었는지 강사 역시 어깨를 으쓱하며 미소를 지으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피곤하면 더 정주 가야지!ㅋㅋ/
/으이그~ 알았어! 지난 주부터 노래를 부르더니ㅋㅋㅋ 그게 뭐라구ㅋㅋ/
/왜? 오빠 정주가 마늘주사 보다 더 좋은 거 몰라?ㅋㅋㅋ/
정주가 뭔지 점점 더 궁금해져갔다.
/그러엄 알지~ㅋㅋ 내 보지 안에 깊숙히 오빠가 주사 놓아주는 건데ㅋㅋㅋ/
주희는 바로 옆에 다른 남자가 있음에도 웃으며 야한 말을 서스럼없이 보내는 모습에 아랫도리가 묵직해져 왔다. 그리고 ‘정주’라는 것은 정액주사의 줄임말임을 알아차리자 이름 자체에서 주희의 이런 성격이 타고 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생리가 다가오는 주희에게 사무장이 그 날 주희에게 질싸를 하겠다는 의미였다.
/ㅇㅋ 오늘밤 기대해!ㅋㅋ 근데 그 전에 우리 형권씨 불러서 한강 데이트나 하자~ 신혼 여행 갔다와서 한번도 안 봤잖아~/
의아하게도 주희가 아닌 사무장이 나를 챙기는 듯했다.
/오빠가 왜? 에이… 신경쓰지마~/
/그냥 뭔가 잘 사는 모습 보여주고 싶기도 하고~ 우리 둘 사이만 있는 건 아니니까~/
말에서 오는 뉘앙스가 다소 독특했다. 다자 연애에서 자신이 우위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욕구인지, 주희를 이렇게 배려하면서 자신이 좀 더 쿨한 모습을 보여 주희의 믿음을 더욱 얻어내려는 것인지 알아차리기 힘들었다.
/그래 그럼~ 날씨도 시원하고 좋은데 오빠는 언제 일 끝나?/
/나는 이제 끝나서 집으로 가려구~/
/알았어~ 그럼 나도 지금 곧 갈게~/
“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해요! 나 약속있어!”
“주희씨! 오늘 허벅지랑 복근 하는 날인데~ 이렇게 가면 그냥 피티 1회 차감해버린다아?”
“응~ 오늘은 내가 일이 있어서 그냥 가는 거니까~ 차감해줘요~ 쌤 미안해 호호~”
톡을 끝낸 후, 잠시 카메라의 시야가 한동안 흔들리더니 운동을 더 하고 가야된다는 트레이너의 반협박성(?) 채근마저 주희가 밀어냈다.
웅웅.
내 전화기가 울렸다. 주희였다. 얼마만인지 가슴이 덜컹하며 내려 앉을 정도로 설렜다.
“여..여보세요?”
목이 메어 말이 잘 나오지도 않았다. 얼마만에 말을 하는 건지 사실 까먹은 상태였다.
“어! 형권아~ 나야… 아직도 자는거야? 목소리가 아직도 잠겨있어?”
“어.. 크흠… 무.. 무슨 일이야?”
“우리 데이트 하자구~ㅎㅎㅎ 반포 쪽 한강공원으로 와~”
“응? 지금 바로?”
알면서 모르는 척 연기를 했다.
“지금 바로 너는 준비해야되지 않을까 여기까지 오려면?ㅋㅋ”
“응~ 알겠어!”
“좀따 보자~”
나는 전화를 끊고 고민에 빠졌다. 덥수룩하고 아무렇게나 난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어떻게 하고 나가야 되나 옷차림을 고민했다.
소심한 나는 역시나 침잠되어 있던 당시의 내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더 후줄근하게 입고 주희의 관심을 얻고자 했다. 꾸며봤자 사무장을 외모적으로 이길 수 없다는 생각에 오히려 청개구리처럼 더 티나게 보이기 위해 나는 색바랜 7부 바지에 등산복 상의와 감지 않은 머리를 누르기 위해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선글라스를 꼈다. 운동화 뒷축을 접어신고는 절뚝거리며 간만에 집 밖을 나섰다. 내 감정과 달리 너무나 맑고 깨끗한 하늘을 향해 나직이 욕지기를 날렸다. 나 역시 이런 여러 감정의 오르내림이 익숙하지 않았다.
****
반포 한강공원에 낡은 나의 트럭을 주차를 하고 주희가 일러준 곳에서 전화했지만 주희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의아해 하면서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주희를 찾아보았다.
크게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서 눈에 띄는 한 커플이 있었다. 선글라스를 끼고 훈내가 풀풀 풍기는 남자가 재밌는 듯 크게 웃으며 팔을 내밀어 전동휠을 타는 여자가 넘어지지 않도록 잡아주고 있었는데, 여자 분의 까무잡잡한 피부가 눈에 띄었다.
주희인 듯 싶어 좀더 자세히 살피니 머리를 질끈 묶어 올려 넘어지려 할 때마다 이리저리 머릿결이 찰랑 거리고 있었고 얼굴에는 큼지막한 선글라스를 껴 따가운 햇살이 반사되고 있어 확실하지 않았다. 짧은 형광 오렌지 반팔티를 입었는데 스판끼가 상당히 많이 들어간 버튼크롭티여서 여성 분의 큰 가슴이 도드라져 보였고, 그 분의 움직임에 따라 지나가는 남자들이 슬쩍슬쩍 쳐다보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동시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밑위가 올라간 하이웨스트 검은색 반바지를 입어 다리가 엄청 길어 보였다.  
옷 디자인이 그녀의 육감적인 몸매를 더욱 드러나게 했는데, 원단이 세로무늬로 되어있다보니 가슴부분은 물결이 치는 느낌이 들어 가슴 볼륨을 더욱 돋보이게 했고, 크롭티 중앙으로 스냅 단추가 줄지어 박혀 있는데다 가슴 부분과 아래 단추는 두어 개를 풀어놓아 연습하다 넘어질 때마다 출렁이는 가슴과 함께 가슴골이 보였다. 그녀는 넘어질 때마다 하얀 이가 드러날 정도로 박장대소를 했는데 남자는 그 모습이 사랑스러웠는지 전동휠에서 그녀가 내려올 때마다 꼭 안아 주었다. 포옹이 센슈얼한 느낌이었을까 꽤나 얇은 재질인 버튼크롭티였는지 젖꼭지가 옷 위로 올라 올 정도였다. 또 반바지는 기장이 매우 짧아 안주머니가 일부러 보여지게끔 만들어진데다가 밑단이 다리를 꼭 잡아주는 핫팬츠가 아니라 퍼지는 핏이라 땅에 발을 디딜 때마다 출렁이는 엉벅지까지 적나라하게 볼 수 있었다. 앉아서 다리를 벌리면 팬티까지 보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연습 몇 번만에 한 바퀴 스스로 돌아서 남자에게 돌아가자 남자는 기특하다는 듯이 박수를 쳐주었고 그 여성분은 두 팔을 그 남자의 어깨에 걸고 키스를 했다. 누가 봐도 너무나 잘 어울리는 커플처럼 보였다.
나는 다시 다이얼을 눌러 전화를 걸었고 아니나 다를까 키스를 하던 여자가 뒷주머니에 꽂아둔 핸드폰의 진동을 느꼈는지 팔을 풀더니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형권아~ 어디야?”
조금의 딜레이가 있었지만 내 귀에 들려오는 목소리와 입 모양이 일치하는 것을 보고 내가 주시하던 여자가 주희임을 알아차렸다.
“여기 니가 말했던 편의점 근처야! 여기서 저어기 자전거 대여소도 보이는데?”
“나 보여? 손 흔들고 있는데?”
주희는 제자리에 빙글빙글 돌며 반대쪽 팔을 한껏 하늘로 뻗어서 흔들고 있었다. 흔들리는 가슴으로 함께 출렁이는 크롭티는 주희가 팔을 들자 같이 딸려올라가 하이웨스트 바지로 인해 겨우 가려져 있던 복부 일부가 드러날 정도였다.
멀찌감치 떨어져서 주희의 행동만 보아도 그 동안 느꼈던 섭섭함과 아침에 집을 나설 때 느꼈던 우울한 기분이 모두 날아가고 있었다.
“어! 보인다~ㅎㅎ”
좀 더 주희가 나를 위해 손을 흔들어주길 바랬지만 혹시 주희가 팔이 아플까 고민도 잠시 보인다는 말을 하고 주희 쪽으로 절뚝이는 발걸음을 옮겼다.
절뚝이며 발걸음을 옮기면서 내가 가진 섭섭함은 금새 그 실체가 드러났다. 주희가 저 사무장과 있는 시간이 나랑 있는 시간보다 더 행복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나를 향해 웃으며 가슴이 출렁일 정도로 빨리 걸어오는 주희를 보며 나는 역시나 주희와 계속 같이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사랑하는 유일한 사람인 주희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왜 내가 우울해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에 미치자, 주희에게 고작 알량한 관심하나 받자고 입고 나온 후줄근한 복장, 덥수룩한 턱수염이 너무나 창피했다.
주희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사랑의 소유자였음에도, 너무나 행복하게 자기 삶을 꾸려가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주희를, 아니 나 자신을 못 믿고 있었던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 장형권 빨리 왔네?ㅋㅋㅋ”
역시나 주희는 내가 입고 온 복장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나를 보자마자 볼에다 뽀뽀를 해주며 반갑다는 듯이 싱긋 웃었다. 신혼여행이 좋았다는 둥의 그런 얘기도 하지 않았다.
“너무 빨리 나오느라 준비안하고 걍 나왔어~ 어디가서 좀 씻고 옷좀 갈아입고 올까?”
나는 어수룩하게 변명을 늘어놓았다.
“너 편할대로 ㅋㅋㅋ 여기서 좀만 걸어가면 우리 집이야~”
“형권씨 왔어요?”
사무장도 싱글벙글한 웃음을 지으며 나한테 걸어와 악수를 청했다. 그 순간 만큼은 나만 질투를 느끼고 나만 우울했다는 생각이 들어 느낌이 묘했다.
“형권이 우리때매 급하게 나오느라 씻지도 못했대~ㅋㅋ 집에 가서 좀 씻으라 그랬어”
주희가 내 팔짱을 끼며 어깨에 얼굴을 기댔다. 주희의 풍만한 가슴이 내 팔뚝에 느껴졌다. 찰나의 순간에 사무장의 안광이 잠깐 빛나는 느낌이 들었다. 역시 남자들은 다 똑같은 거였다. 질투.
“그러실래요?”
그렇지만 사무장은 아무렇지 않게 승낙했다.
“근데 형권아~ 날씨도 좋은데 자전거 타고 싶었거등~ 너 다리도 안좋은데 걸어다니는 것 보다 낫잖아! 게다가 자전거 타면 땀 날텐데 데이트 끝나고 씻으면 더 좋지 않아?”
주희가 일리 있는 말을 내게 던졌다. 그렇지만 나는 좀더 주희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멋진 사무장을 보고 나니 더 비교되는 느낌이었다.
“그래요 형권씨~ 나 이거 전동휠 충전해야되서 갖다 놓고 나 자전거 갖고 나올게~ 둘이서 먼저 타고 있어요!”
사무장은 전혀 거리낄 게 없다는 식으로 싱긋 웃었다. 사실 나처럼 밴댕이 소갈딱지 만한 소심한 사람에게는 삐딱하게 보이는 것이었지 지금 와서 보면 사무장에게는 나에게 질투를 느낄 만한 그 무엇인가가 없었다. 본인이 대놓고 남의 와이프를 데리고 사는 거였으니까. 그렇지만 나는 그런 쿨한 사무장의 태도가 오히려 부러웠고, 질투가 슬몃슬몃 올라오곤 했다.
“아싸~ 우리 2인승 타자?”
내 팔짱을 낀채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 내 얼굴을 바라보며 신나하는 주희의 얼굴을 보니 정말 행복함 가득이었다. 나와 사무장을 동시에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점점 와닿았다. 신혼여행도 그저 하나의 작은 이벤트였을 뿐, 어젯밤에도 사무장의 자지를 깊숙히 받았더래도, 그리고 그날 밤에도 정액주사(?)가 예정되어 있더라도 나와의 시간이 너무나 행복한 주희였다.
“형권아 타!”
자전거를 빌려 온 주희는 자연스럽게 자기가 앞자리에 탑승했다. 우리 둘 관계에 있어 리드하는 입장인 주희가 이런 것에서도 티가 나는 듯 싶었다. 주희의 행복한 얼굴을 보며 점점 얼굴에 미소가 가득 걸리는 나도 절뚝이며 뒤에 탑승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언발란스한 우리의 옷차림을 보며 웃는 경우도 있었지만, 주희는 개의치 않은 듯 했다.
“아 공기 넘 시원해~”
앞에 앉은 주희는 페달을 밟으니 짧은 반바지가 더욱 말려올라가 뒤에서 보니 엉덩이가 반 이상 드러나 있었다. 두툼한 엉덩이가 자전거 안장에 짓눌려 너무 야릇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고, 한 번씩 내 얼굴을 보기 위해 몸을 돌릴 때마다 덜컹거리는 자전거에 의해 출렁이는 주희의 가슴 역시 내 눈을 계속 어지럽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페달을 밟는게 지겨운지 주희는 발을 멈추고 주변 경치를 감상하고 있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다리가 밖으로 벌어졌는데 맞은편에서 지나쳐가는 사람들 대부분이 주희를 쳐다보는 듯 했다. 아무래도 반바지 사이로 아랫도리가 보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형권아~ 더 빨리!ㅋㅋ”
손잡이를 잡고 자전거의 컨트롤은 주희가, 추진력은 내가 내고 있는 이상한 모습이 되어버렸다. 주희와 나와의 관계처럼 물밑에서 주희를 내가 받쳐주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주희가 가는 방향으로 내가 노력해서 주희를 도와주어야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여보세요?”
그 때 주희의 전화기가 울렸다. 사무장인 듯 싶었다. 한참을 설명하더니 방향을 왔던 방향으로 돌렸다.
“이제 집에서 출발한대~ 가서 만나서 맥주 마시자 ㅎㅎㅎ”
잠깐 전화를 받느라 자전거를 멈춰 세우고 다리를 땅에 디딘 주희는 나에게 몸을 돌려 씩 웃었다.
“야~ 너 꼭지 뽈록 솟아서 다 보여~”
소심한 내가 소심한 말을 또 했다.
“뭐 어때~ㅋㅋ 다른 사람이 날 쳐다보면 기분이 야시꾸리해지면서 내가 좋아하는 거 알면서~ㅋㅋㅋ”
토끼상인 주희가 혀를 길게 쭉 내밀며 나를 놀리자 10년이 훌쩍 넘은 그때도 지금도 똑같이 사랑스러웠다.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는 주희의 행복 포인트.
주희의 뒷태와 주희를 지나치며 가는 사람들의 눈빛들을 감상(?)하며 출발했던 편의점으로 돌아왔다.
“어! 저기 사무장님 계시네~”
내가 먼저 사무장을 발견하고는 주희에게 말을 건넸다.
“벌써 맥주 사놨나 본데?ㅎㅎㅎ”
주희가 기분이 좋은 듯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무장 앞에 자전거를 세우고는 손가락으로 엉덩이까지 올라가버린 반바지를 끌어내리며 사무장에게 걸어갔다.
“재밌었어?”
사무장이 우리를 향해 싱긋 웃으며 물어보자 주희가 다가가 둘이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짧지만 진한 딥키스를 나누었다. 앉아 있는 사무장에게 주희가 허리를 굽혀 왼손으로 사무장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나누는 친밀함이 넘치는 키스였다.
“우리도 잠깐 타고 올까?”
사무장이 주희의 엉덩이를 쓰다듬으며 얘기했다.
“그러자~ㅋㅋ 형권아 맥주 먼저 까고 있어ㅋㅋ”
주희가 싱긋 웃더니 좀 전까지 내가 탔던 뒷자리에 앉았고, 사무장이 주희를 뒤에 태우고 출발했다. 순간 의아했지만, 상대방의 의도와 마음을 기막히게 맞춰주는 주희임을 알고 있었기에 주희가 온전히 ‘주희’인 것은 나와의 관계에서만 그렇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그럼에도 다소 헛헛한 마음이 가시질 않는 나는 맥주 캔을 따 한 모금을 마시며 멀어지는 두 사람을, 아니 주희를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쳐다보았다.
/안주 이것저것 존나 많이도 사놨네/
나 혼자 중얼거리며 비닐 봉지를 뒤적이다 쥐포 하나를 꺼내 입에 질겅질겅 씹고 있자니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봐도 꽤나 비싸보이는 바이크를 내 옆에 있는 테이블에 세워두는 배 나온 중년 아저씨를 곁눈질로 쳐다봤다.
맥주를 좀 더 마시고 있자 일행인 듯, 또 다른 중년 남자 한 명이 자전거에서 내리며 바이크 헬멧을 벗고 먼저 온 아저씨 맞은편에 앉았다.  
“야 진짜 따라갔어?ㅋㅋ 철 좀 들어라 쫌ㅋㅋ”
“ㅋㅋㅋㅋ 와 씨발~ 죽이데ㅋㅋㅋ”
“그 오렌지에 검은 바지?ㅋㅋ 어때~ 뒷모습이 더 가관이디?ㅋㅋ”
나는 무의식적으로 두 사람으로 시선이 향했다. 분명히 주희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듯 했다.
“뒤따라 가봤는데 와~ 씨발년 옷 다 밀려 올라가꼬 방댕이 다 내놓고 타더라ㅋㅋㅋ 방뎅이가 눌려서 그런가ㅋㅋㅋ 엉덩이가 남미년 같애ㅋㅋㅋ 잡고 치면 홍콩 가겠던데?ㅋㅋ”
내가 좀 전에 주희 뒤에 앉아 자전거를 타며 뚫어지게 봤던 광경을 본 듯 싶었다. 좀만 더 기다리면 또 볼 수 있을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핸드폰을 꺼내 톡을 하는 척하며 귀를 한껏 열었다.
“지랄한다ㅋㅋㅋ 남미년 본적도 없는 새끼가 남미년 타령이네ㅋㅋㅋ”
“야동야동ㅋㅋㅋ 게다가 내가 또 한 눈 하잖냐ㅋㅋㅋ 우리 마주쳐 지나가는데 와~ 다리를 벌리고 앉아 있었잖아~
“그랬지ㅋㅋ”
“거 팬티까지 보이더라 싯팔ㅋㅋㅋ”
“남의 여잔데 뭘 그리 관심을 두고 지랄이냐~ㅋㅋ 엉덩이를 잡고 치든 가슴을 잡고 치든 앞에 남친이 따먹을건데ㅋㅋ”
“뭐~ 간만에 눈 호강하고 좋지머~ 그나저나 지 여친이 그렇게 입고 있는데도 뭐라 안 그러는 그 남친은 제정신인가 싶네ㅋㅋㅋ”
“여친도 없는 새끼가 뭘 안다고ㅋㅋㅋ”
“죽는다 니!ㅋㅋㅋ 근데 분명 브라 안했어 그렇게 이리저리 흔들리는 거보면~ ㅋㅋ 그런 년들이랑 사귀는 애들은 전생에 나라를 구한 건가 싶고ㅋㅋㅋ”
“하긴 가슴 사이즈가 좀 크긴 하더라ㅎㅎ 야~ 그만해ㅋㅋ 쏘세지나 하나 먹고 가자.. 내가 사올테니 자전거나 지키고 있어!”
“아 몰라ㅋㅋㅋ”
주희를 따라갔던 중년 아저씨는 동료가 편의점에 가든말든 신경 쓰지도 않고, 의자에 깊숙히 기대 앉더니 핸드폰을 꺼내서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 듯 했다.
/나른하네…/
나도 더 이상의 대화가 이어지지 않자 햇빛을 오랜만에 쬐서 그런지 잠이 왔다. 예전처럼 누가 주희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도 조금은 덤덤해 진 것일까 나도 의자에 기대서 잠깐 눈을 감고 있었다.
“형권이 벌써 술 취해서 자나봐ㅋㅋ”
잠시 뒤 주희의 목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내 옆으로 와서 내 얼굴에 본인의 얼굴을 갖다댔다. 나는 이미 주희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눈을 뜨고 있었기에 가까이 다가온 주희의 장난끼 어린 표정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아까와는 다르게 까먹었는지 주희가 자전거에서 내렸음에도 바지를 정돈하지 않아 반바지 밑단이 사타구니 라인까지 올라와 브이 모양처럼 보였다. 그렇다면 뒤에서는 엉덩이가 그대로 드러나 있을 거였다. 나는 바로 옆에 앉아 주희를 씹어대던 두 아저씨를 눈알을 돌려 쳐다봤더니 쏘세지를 씹던 것도 멈추고 주희 하체에 시선을 꽂고 있었다.
“뭐야~ㅋㅋㅋ 눈 뜨고 있었네ㅋㅋㅋ”
주희가 내 얼굴에 손을 대려하자 나는 재빨리 두 아저씨를 보던 눈동자를 거뒀고, 동시에 주희가 내 선글라스를 쓱 내렸다. 내가 눈을 감고 있을 거라 예상하던 주희가 나랑 눈이 마주치자 수줍은 표정을 지었는데 순간 당황하는 주희의 표정은 나를 너무나 설레게 했다. 동시에 계속 주희를 욕정의 눈빛으로 보고 있을 두 아저씨를 생각하니 마음이 또 쿵쾅거렸다.
“어 왔어? 사무장님은?”
내가 대답을 하자 주희는 손을 엉덩이 뒤로 가져가더니 바지를 끌어내리며 옷매무새를 고쳤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야했는지 옆에서 콜록거리며 사레가 들린 듯 했다.
“자전거 반납하러ㅋㅋ 엄맛!”
주희가 웃으며 의자에 앉으려 했는데 플라스틱 의자 발 하나가 찌그러졌는지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주희의 몸이 뒤로 넘어가버렸다.
“어이쿠… 아가씨 괜..괜찮아요?”
주희가 옆에 세워져 있던 자전거 쪽으로 넘어지면서 자전거에 머리를 부딪혔는지 자전거가 주희 얼굴 위로 넘어져버렸다. 다행히 주희가 반사적으로 뻗은 두 손에 자전거가 놓여서 얼굴에 직격을 당하지는 않았지만, 놀랐는지 주희가 쉽사리 일어나지 못했다.
“아이고… 이거 머리카락이 꼈네… 움직이지 말아봐요”
다리가 불편했던 내가 일어서긴 했지만 내가 조치를 취하기 전에 두 아저씨의 동작이 훨씬 더 빨랐다. 머리를 위로 질끈 묶어 올린 스타일을 한 채 넘어졌고, 자전거가 밀리면서 바퀴가 돌아가서 그런지 주희의 머리가 어디엔가 끼어버렸고, 대수롭지 않게 주희를 안아 일으켜 주려던 아저씨가 주희의 머리카락이 끼인 것을 알아채고는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주희를 바닥에 눕히자니 머리가 더 엉킬 것 같았고 주희를 일으키자니 자전거를 들어야되는 상황이라 다들 당황하고 있었다.
“어.. 어떻게 된거예요? 많이 심각해요?”
주희가 다소 당황한 듯 자기 머리카락을 잡은 채로 본인을 안다시피 주희를 부축하고 있는 아저씨에게 물어봤다.
“아… 이걸 어쩐다…”
자기들도 다소 당황한 표정이 드러났다. 얼마 전까지 주희에 대해서 이런저런 말을 늘어놓고 있었는데 갑자기 자신들이랑 엮였으니 그럴만도 했다.
“체인을 빼봐~ 그리고 저쪽으로 아가씨 좀 안아봐봐”
아까 전에 주희를 따라갔다던 목소리의 주인공이 자전거의 주인인 듯, 자전거를 자세히 살피던 아저씨가 자전거를 원래 자리로 옮기면서 바퀴를 돌리면 주희 머리칼이 다시 빠질 것 같았는지 주희를 안아들어보라는 지시를 했다. 소심한 나는 그 모든 것을 뻘쭘하게 서서 지켜보고 있었다. 어정쩡하게 누워있는 주희를 무릎을 꿇고 받치고 있었던 아저씨는 주희를 반쯤 돌려 튀어나온 자기 배에 주희의 가슴이 닿게끔 자세를 고쳐주었고 한 손은 주희의 겨드랑이에 또 다른 손은 주희의 맨다리 한쪽을 받치고 있었다.
“허참���ㅋㅋ 이런 날벼락이 있네요ㅋㅋㅋ”  
품에 주희를 안은 아저씨가 주희에게 말을 건넸다.
“그러게 말예요~ 죄송합니다…”
주희는 상황이 화가 날 수 있었음에도 사과를 먼저 했다.
“이 자전거 엄청 비싼 거예요… 비싼걸 아시는 분 같네요 넘어져도 이쪽으로 넘어지시다니ㅋㅋ”
자기의 부를 과시하려는 건지, 주희에게 부담을 주려는 건지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는 느낌이 들었다.
“아…”
주희 역시 거기서 무슨 말을 할까 싶었다.
“야 절로 조그만 더 가봐~”
계속 주희의 머리카락을 빼려고 노력하는 아저씨가 바퀴를 이리저리 돌리며 조금씩 주희의 위치도 이동시키고 있었다.
“이쪽으로?”
주희를 안고 있던 아저씨가 무릎을 꿇은 채로 살짝 뒤로 물러났다. 주희의 허벅지에 올린 손에 대해 주희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용기를 낸 것인지 오른 손을 슬금슬금 주희의 엉덩이까지 올려 잡아 주희를 받치고 있었다. 주희가 당황했기 때문에 신경을 못 쓸거라 생각했는지 반바지 안으로 손을 넣어 미세하지만 끊임없이 주희의 엉덩이 맨살을 쓸어대고 있었다.
“야… 이거… 머리카락을 좀 잘라야 되겠는데요?”
수 분 간 주희의 머리칼을 잡고 낑낑대던 아저씨는 대부분의 머리카락은 빼냈는데 바퀴 축에 감겨버린 주희의 머리칼은 어찌 할 수 없는 듯 우리쪽으로 손가락 가위모양으로 제스쳐를 취했다.
“아~ 제가 편의점에서 가위좀 빌려볼게요~”
“형권아~ 얼른 다녀와… 힘들어…”
“동생분이 다리가 좀 불편하구나…”
내 뒤로 아저씨 중 한 명이 나직한 말로 얘기하는 것을 넘기며 주희가 재촉하자 나는 재빠른 동작으로 편의점에 가서 가위를 빌려왔다.
“… 우리가 막 덤탱이를 씌우는 사람은 아닌데 그래도 혹시 기어를 교체 해야될 수도 있으니까…”
내가 가위를 들고 다가가니 주희를 안은 채 무슨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까 죄송하다고 말씀 드렸잖아요…”
“웬만한 자전거면 우리도 봐주고 싶지… 근데 기어 부분만해도 500이 넘는 거야… 일반 자전거가 아니라니까?ㅎㅎ”
지금껏 주희의 머리카락을 빼려고 전전긍긍한 아저씨는 우리보다 한참 나이가 많다고 느끼자 본격적으로 반말을 하기 시작했다.
“여기 가위…”
“아! 왔네요… 동생 분 잘 봐~ 응? 요기 보이지? 나머지는 다 풀어줬는데… 누나 머리카락이 바퀴 축에 감겨서 엉키는 바람에 요만큼만 자를게… 최대한 바퀴에 붙여서~ 티도 안날꺼야 아마ㅋㅋㅋ”
“아네네”
사각. 머리카락 조금이 잘려나가며 주희와 자전거가 분리되었다.
“됐어? 됐어? 형권아 나 손 좀 잡아줘~”
“에이 동생분 다리도 불편한데 무슨~ 계속 나한테 안겨 있었으면서 새삼스럽게~ㅎㅎ”
내가 다가오는 속도보다 주희를 품에서 일으켜 세우는 속도가 훨씬 더 빨랐는데 마지막까지 한 손은 주희의 엉덩이에 얹어져 있었다.
“에휴… 이래서 속도가 나려나 모르겠네~”
나에게 가위를 다시 넘겨주면서 투덜투덜 거리는 또 다른 아저씨를 보니 자전거가 비싸긴 한 듯 싶었다.
“분해해 봐야돼~ 견적이 얼마나 나오는지 보자구~”
“아 씨발~ 근데 우리 어떻게 돌아가냐...”
중얼중얼 거리는 아저씨의 말을 들어보니 꽤나 먼곳에서 출발한터라 곤란한 상황이긴 했다.
“다시 타고 돌아가시면..”
주희가 살짝 끼어들었다.
“어유 씨… 안되요~ 더 고장나…”
주희에게 욕지기를 퍼부으려다 위아래 훑고는 입 밖으로는 내지 못한 듯 했다.
“아! 제가 트럭을 몰고 왔는데 실어다 드릴게요~ 그정도는 해드려야죠…”
내가 아이디어를 냈다.
“오~다행이네…”
주희를 지금껏 안고 있던 아저씨가 다행이라는 한숨을 내쉬었다.
“근데 네 사람 다 탈 자리는 없을 거 아냐? 아가씨는 차 없어? 나 태워줘야지~”
그 때까지는 본인 자전거가 문제가 생겼으니 편하게나 가자는 생각인 줄 알았다.
“네네~ 제가 차 가지고 올게요오~ 기다리세요! 형권아 갔다오자”
“잠깐 잠깐만… 그냥 이렇게 가면 어떡해? 번호는 주고 ���야지~”
“아냐… 여기 자전거도 있고 하니까 있어 그냥 내가 혼자가서 차 가지고 올게 일단…”
나는 주희의 폰 번호를 따가는게 싫어서 주희를 말려봤다.
“괜찮아~ 아저씨 제 번호… 01x-xxxx-xxxx… 이게 아저씨 번호예요? 잠깐만 계세요~ 가자!”
주희는 개의치 않은 듯이 번호를 알려주고 자전거를 끌고 왔다.
“괜찮아?”
“아유 뭐~ 괜찮아ㅋㅋ 이런식으로 또 남자가 꼬이는 거지뭐~ㅋㅋ”
한동안 사무장이랑만 보내다보니 평소에 꼬이지 않던 남자가 이렇게 꼬이는 것 같다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주희였다.
“견적 많이 나왔다고 물어달라 그러면 어케?”
“그 새끼 눈빛 봤어?ㅋㅋ 백퍼 뻥치고 자기랑 술 몇 번 마셔주면 봐드릴게요 할거야ㅋㅋ”
“사무장한테 말해~ 사기 공갈 그런건 전문일거 아냐~”
“에이 뭐 재밌는데 어때? 역시 너랑 있으니까 이런 일도 일어나는 거봐ㅋㅋㅋ 오빠랑 있을때는 전혀 없었는데ㅋㅋㅋ 넌 내가 뭘 좋아하는지 넘 잘알아ㅋㅋ”
“술 먹고 자려구?”
“괜찮으면?ㅋㅋㅋ 너 병신 취급하는데 좀 찌릿하긴 하더라ㅋㅋㅋ 니가 넘어지고 내가 빌었으면 더 찌릿찌릿했을텐데 ㅋㅋㅋㅋ”
“야! 뭐야ㅋㅋㅋ”
“ㅋㅋㅋ~ 응 오빠!”
웃으면서 사무장에게 전화를 건 주희는 대수롭지 않은 듯 상황을 설명하고 나랑 자기가 운전을 해서 일 처리를 하겠다며 전화를 걸었다.
“그럼 나는 오빠 만나서 같이 집으로 갈게~ 니가 자전거 좀 실어줘~ㅋㅋ”
“응 알겠어~”
나는 트럭을 가지고 와서 두 아저씨의 자전거를 싣고 단단히 고정이 끝나며 주희를 기다리는 동안 두 아저씨는 마실 거를 산다고 다시 편의점으로 향했고 그 사이에 주희가 차를 가지고 왔다.
“어디갔냐~ 아저씨들?”
나는 주희가 타고 온 차가 옛날 처음 운전할 때 탔던 아버님의 옛날 차였기 때문에 깜짝 놀랐다. 나는 적어도 사무장이 타고 다니는 차를 가져올거라 생각했는데,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편의점에~ 근데 아직도 이 차 굴러가냐? 사무장이 차 안 사줘?”
“ㅋㅋ 괜찮아~ 내가 막 재산 노리고 들어간 꽃뱀같이 보이니?ㅋㅋ 내 차는 이거야 왜이러셔ㅋㅋㅋ 그리고 이런 차 가지고 와야 나를 쉽게 볼거 아냐ㅋㅋㅋ”
“그건 또 뭔 소리래?”
“나 협박하는데 쉬우라고ㅋㅋㅋ”
피식. 주희의 생각은 범점하기 힘들었다. 자신이 심리적 우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 아저씨들이 하는 행동에 맞춰주면서 쾌락 같은 걸 느끼는 주희였기에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생각 구조였다. 그리고 데이트라면서 이런 식으로 흘러가는 것도 어이없긴 했다.
“갑시다~ 와… 아가씨 몇살이에요?ㅋㅋ 남매가 쌍으로 차는 우리 나이보다 더 많은 노인정을 끌고 다니네ㅋㅋㅋ”
얼마 후 우리가 있는 곳으로 다시 돌아온 아저씨들은 우리 차를 번갈아 쳐다보더니 비웃음을 날리는 듯 했다.
“남친은 고새 없어졌나? 자전거 반납하러 갔다면서…”
슬쩍 떠보는 질문이 내 눈에도 보였다.
“갖다 놓을게 많아서… 어차피 금방 모셔다 드리고 올거니까요”
“일단 가면서 얘기합시다~ 자전거샵 사장이랑 통화를 했거든요~ 집 근처에 있으니까 바로 견적보러 갑시다…”
“동생~ 누나 차 잘 따라와요~”
주희를 따라갔던 아저씨가 앞자리에 주희를 안고 부축했던 아저씨가 뒷자리로 들어갔다.
*****
나는 자전거를 싣고 주희 차 뒤를 따라갔다. 그리고 주희 폰의 도청어플을 실행시켜서 들으며 따라갔다.
“주희는 몇 살?”
언제 통성명을 했는지 이름은 이미 깔고 있고 본격적인 호구조사가 시작된 듯 했다.
“몇살 같아 보여요? 답변 잘하셔야 되는거 아시죠?ㅋㅋㅋ”
“음~ 몸살ㅋㅋㅋ”
아… 아재여…
“ㅋㅋㅋㅋ 아 뭐예요ㅋㅋㅋ”
주희는 이런데서도 터졌다. 일부러인지 진짜 웃긴지는 표정을 보지 못해 알 수 없었다. 주희가 분위기를 풀어주니 아저씨들 입에 모터가 달린 듯 말들이 쏟아졌다.
“왜~ 맞잖아~ 주희 니 몸에 살이 많으니까 몸살ㅋㅋㅋ”
“네에? 몸에 살이 많다구요? 요즘 피티 받는데ㅠㅠ”
“야ㅋㅋㅋ 피티하는데 꼴아 박을 돈 있으면 차나 바꿔ㅋㅋㅋ”
“그러엄 몸에 살이 많지ㅋㅋㅋ 군데 군데 일부분에 엄청 몰려있잖아~”
“ㅋㅋ 그런 뜻이었어요?ㅋㅋㅋ 깜놀했네ㅎㅎㅎ”
“ㅎㅎㅎ 남친 만나는 날에는 주희 남친이 몸살 걸리는 거 아닌가 몰라ㅋㅋㅋ”
“오오~ 밤새 뭐 하길래 몸살이 걸린데?ㅋㅋㅋ”
“아~ 진짜 미쳐ㅋㅋㅋ 몸살 좀 걸려봤으면 좋겠네요ㅎㅎㅎ 맨날 남자들은 말로만 그래ㅋㅋㅋ”
수위가 좀 쎈 것도 받아쳐 주는 주희는 대화 레벨 역시 지존급인 듯 했다.
“몸살 걸리고 싶으면 오빠들 한테 말해ㅋㅋㅋ 알았지?”
“몸살걸리면 주사 맞는 병원이랑 다르게 우리 오빠들한테는 주사 맞으면 몸살 걸려ㅋㅋㅋ”
이 아저씨들은 적당히라는 것을 모르는 듯 했다.
“불주사 같은 건가?ㅎㅎㅎ 어릴적에 맞고 존나 열나고 아팠는데ㅋㅋㅋ”
주희의 대화를 들으면서 고개가 절로 저어졌다. 대단했다.
“뭐… 그런 거지ㅋㅋㅋ 아픈 부위가 다를 뿐이야ㅎㅎㅎ”
기싸움이 끝난 듯 싶었다. 웃으면서 슬쩍 발을 빼는 듯 보였다.
“그나저나 주희야… 너 몸매 죽인다야…”
“웬 뜬금없이 칭찬이래요?ㅋㅋ”
“남자들은 삐쩍 마른 거 싫어하는 거 아나 몰라? 니 같이 안음직스럽고 박음직스러운 몸매를 좋아하거등~ 운동 넘 많이 하지마… 진짜 니를 위해서 하는 말이다”
“아이고~ 울 오빠야들 칭찬에 몸둘 바를 모르겠네~”
“둘 바를 모르면 오빠 주사기 위에 주희 엉덩이 갖다 두면 된다ㅋㅋㅋㅋ”
“ㅋㅋㅋㅋ 미치겠다 완전 웃기네 이 오빠들ㅎㅎㅎㅎ”
“이참에 의남매 맺으까 우리?”
“의남매가 먼데ㅋㅋㅋ”
“삼국지처럼 의형제 맺는거… 모르나?”
“ㅋㅋㅋㅋ진짜 미치겠다ㅋㅋㅋㅋ”
“사실 솔직히 이야기하면 니 델꼬 견적 떼러 가서 덤터기 씌울려고 샵 사장이랑 얘기 끝내놨거등… 그래서 돈 받는 대신에 주희 너 좀 따먹어 볼까해서 들이댄건데~ㅋㅋ 이렇게 쿨하고 재밌으면 두어번 따먹고 빠빠이 하는 것보다 계속 만나는게 더 낫거등~ㅎㅎ”
“머래ㅋㅋㅋ 이 오빠들 철컹철컹 은팔찌 찰려고 용을 쓰네ㅋㅋㅋ”
“자연스레 친해져서 주희 니가 자발적으로 오빠들한테 다리 벌리는 거 아니라면, 이런 대화하는게 우리 나이 되면 더 재밌다는 거 니도 알끼다 나중에 되면ㅋㅋ”
“오빠들 갑부는 아닌데 어느정도 먹고 살 만하거등~ㅋㅋㅋ 어때? 우리 의남매 하자ㅋㅋㅋ”
“아이구~ 알았어요ㅎㅎㅎ 의남매 까짓거 해요 뭐~ㅋㅋㅋ 손가락이라도 잘라야되나?ㅋㅋㅋ”
주희는 자기한테 들이대는 남자들을 이런식으로 요리하는 데에 도가 튼 듯 싶었다.
“뭐 의식이라고 할 건 없고ㅋㅋㅋ 내 갑자기 생각난 건데~”
“새끼… 또 머길래 뜸 들이는데?ㅋㅋ”
“나 운전중이에요ㅋㅋㅋ 두 오빠 목숨 내 손에 있어요!ㅋㅋㅋ”
“주희가 손으로 우리 자지 한 번씩 훑어주고 우리가 주희 가슴 한 번씩 만져보는 걸로 의남매 맺는 의식. 어때?”
척추가 찌릿하며 흥분감이 타고 내려갔다.
“찬성!”
“뭐야ㅋㅋㅋ 다수결로도 안되잖아요~ㅋㅋㅋ”
“자~ 그럼 주희도 동의한 걸로 알고 의식을 시작하겠습니다~ㅋㅋ”
“아 진짜 못말려…ㅋㅋ”
“어후~ 사이즈 봐라…”
“아까부터 궁금하긴 했어~ 꼭지가 뽈록 올라와서 브라를 했는지 안했는지~”
“아 뭐래요~ㅋㅋㅋ��
톡톡 거리며 스냅단추가 뜯기는 소리가 들렸다.
“아 이런거를 안에 입는 거구나~ 그래서 보이나보다”
“튜브탑이라고 안에 받쳐서 입는건데~ 오늘은 패드를 안해서…”
“슴골 쩌네.. 뒤에서 이렇게 내려다보니 장난 아니다ㅋㅋ”
“주희야 내 평생에 너 같은 마인드를 가진 여자 처음본다ㅋㅋ 우리 만난지 1시간도 안됐지?”
“그니깐… 몸매보다는 그냥 니 뇌를 꺼내서 박아버리고 싶다ㅎㅎ”
(다른 멘트는 조금씩 기억에서 희미해지고 있지만 이것 만큼은 여전히 내 머릿 속에 남아 있다.) 한동안 감탄사만 이어지면서 아저씨 둘이서 주희의 몸을 감상하는 듯 했다. 주희 또한 내가 없었다면 절대 하지 못했을 행동들 - 다른 사람이 리드하게 끔 - 마음껏 내보이고 있었다.
“자~ 이제 튜브 머시기 요걸 허리쪽으로 내리면?”
“어우야…”
또다시 침묵이 이어졌다. 주희의 맨 가슴을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게 틀림 없었다. 나 역시 자지가 용솟음 치고 있었다.
“찐빵 같다ㅋㅋㅋ 촉감 쩌네… 자연…산 맞지?”
“딱 보면 모르냐?ㅋㅋ 하여간 여친 없는 거 티를 내요ㅋㅋㅋ 요런 식으로 빨통이 쳐지는데 의젖이겠냐?ㅋㅋ”
“미쳐.. 빨통이 뭐예요 수준 떨어지게ㅋㅋㅋ 얼른 끝내요 진짜ㅋㅋㅋ 밖이 어두우니 망정이지ㅋㅋㅋ”
운전 중에 자기 가슴을 만질 수 있게 해준다니 상상을 초월하는 주희의 행동이었다.
“주희가 피부가 까무잡잡하니까 흑미 찰찐빵이네ㅋㅋ”
“아 이 오빠들이 미쳤나바ㅋㅋㅋㅋ”
“우리 동생 별명 흑찐빵 하면 되겠다ㅋㅋㅋ 흑진주말고 흑찐빵ㅋㅋ”
“콜!”
“아 살풋한 살냄새 죽인다야ㅋㅋ”
“냄새를 왜 맡아요ㅋㅋㅋ다 늙어서 주책이야 이 싸람들이ㅋㅋㅋ”
“우리 흑찐빵 운전하니까 이제 옷 잠가주자~ 내가 뒷좌석에 있으니까 시트 뒤로 팔 이렇게 해서 해줄게~”
“오~ 씨바ㅋㅋ 가슴이 딱 걸려갖고 튜브가 안올라간다야ㅋㅋㅋ”
“덜렁덜렁덜~렁!”
“꺄~ㅋㅋㅋ 미쳤어! 사고나! 얼릉!”
아무래도 주희의 가슴을 흔들어 댄 것 같았다.
“자~ 단추 일단 중앙에 세 개만 해놓고 나중에 빵빵이가 잠궈~”
“응 대충해~ 이제 찐빵이가 우리꺼 딸 잡아줄 차례니까~”
“ㅋㅋㅋ 뭐래ㅎㅎㅎ”
“그래~ 찐빵이 한테 딸 잡는다가 뭐냐!”
“알았어알았어~ㅋㅋ 잡아주기만 하면 되는거니까 뭐ㅋㅋ”
“헉ㅋㅋㅋ 왜 벌써 이렇게 커져 있어?ㅋㅋ 됐지? 다음ㅋㅋ”
“야~ 1초도 안 잡았다ㅋㅋ”
“뒷좌석에 있는 오빠는 어케 잡아줘?”
“야~ 의자 뒤로 좀 젖혀봐ㅋㅋㅋ 내가 다리를 좀 앞으로 뻗을게ㅋㅋ”
뒤에서 뒷창문을 통해서 보니 난리도 아니었다. 검은색 인영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게 보였다.
“쟤 보단 내가 낫지?”
“어ㅋㅋㅋ오빠가 큰 오빠해야겠네ㅋㅋㅋ 자~ 끝! 똑바로 앉어~ 얌전히 갑시다 이제!”
“쟤 꺼 조금 더 크다고 좀 더 만지는 거 봐라~ㅋㅋ 찐빵아 너도 천상 색골인가봐 ㅋㅋ”
“야 똑같애! 나 꼴랑 1초 정도 더 만져줬다ㅋㅋㅋ 쪼잔하게 무슨 말이냐 얘한테~ㅋㅋ”
“미쳐 진짜ㅋㅋㅋ 근데 어디로 가? xx교로 나가라며?”
“어~ 벌써 다 왔어? 그냥 나가서 xx역 근처에서 세워줘~ 우리가 알아서 갈게~ㅋㅋㅋ”
“ㅋㅋㅋ 찐빵이 동생은 우리가 이러는 거 꿈에도 모르겠지?ㅋㅋㅋ”
아뇨. 너무나 잘 알고 있어요라고 외치고 싶었다.
“찐빵이 동생이 뒤에 따라오고 니 남친도 기다리니까 오늘은 울 찐빵이 조심히 보내줘야지~ㅋㅋ”
“그래~ 오늘만 날인가 뭐… 종종 만나서 의기투합해야지~”
“그건 뭐예요?”
“그런게 있어! 아 새끼~ㅋㅋ 막 이상한 말 쓰지마~ 존나 아재같잖아~”
“ㅋㅋㅋ 쏴아리~ 찐빵아! 저기 신호등 옆에 xxx보이지? 저기다 세워주면 우리가 알아서 갈게ㅎㅎ 너 배려해주는거야~ㅋㅋ 차 돌려 나가기도 쉽거등~”
“ㅎㅎㅎ고마워용~ㅋㅋㅋ”
주희의 차가 슬슬 멈췄다.
“응~ 여기여기! 고마워 태워다 줘서~ㅋㅋㅋ 크~ 찐빵이 허벅지 살결도 죽이네ㅎㅎ 남친은 좋겠다!”
“허벅지가 튼실해야 주사액 쭉쭉 빨아먹는 거니까~ㅋㅋ 어디~ 찐빵이 동생 잘 따라왔나?”
뒷좌석 문이 열리더니 주희를 안고 부축했던 아저씨가 내렸다. 내 트럭을 알아챘는지 손을 흔들어댔다.
“찐빵아~ 나는 결혼 아직 안했다~ 쟤는 유부남이지만ㅋㅋ”
“결혼 안 했어요?”
“그냥 그렇다고~ㅎㅎ 나중에 얘기해줄게~”
“나중에 또 뵈요~ 자전거 수리비 많이 나오면 어떡하나 몰라?”
“그러게~ㅋㅋㅋ 찐빵이 찐빵 한 번 더 만지고 가야겠네~ㅎㅎㅎ”
“으이그ㅋㅋㅋ 빨리 내려~ㅋㅋ”
“아이고ㅋㅋ 쫀득쫀득해라~ 올해 들어 제일 운 좋은 날이네ㅎㅎㅎ 나중에 술 한 잔 사줄게 찐빵아~”
앞 자리에 탔던 아저씨도 내렸다.
“응 가요~”
다들 내려서 내 트럭으로 왔지만 작지만 빳빳이 선 자지 때문에 선뜻 차에서 내리기 힘들었다.
“동생분! 내려줘야지~~?”
나한테 손짓을 하자 어쩔 수 없이 나도 내렸다.
“어~ 근데 자전거샵으로 가신다고 하시지 않으셨나요?”
나는 모른 척 짐짓 말했다.
“응~ 오늘 그… 뭐냐~”
“사장님이 내일 오래~”
“어! 그래.. 영업 끝났다고~ 내일 견적 받자고 하시더라구요~”
우물쭈물 하며 두 아저씨들이 당황한 표정을 볼 수 있었다.
“아~ 그러셨군요… 내일 그럼 저희가 같이 나올게요~ 죄송합니다… “
“아냐아냐~ 견적 나오면 우리가 누나한테 연락 할게요~ 걱정말구~”
“조심히 들어가세요~”
내가 차에 돌아가 앉자 맞춰주는 데는 도가 튼 주희도 차 밖으로 나와서 배웅하려는 듯 인사를 했다. 그러자 진짜 동생인 듯 머리를 쓰다듬고 등을 쓸어주는 아저씨들의 옆 표정을 볼 수 있었고 마지막에 헤어지기 전에는 올라간 바지를 정돈하지 않아 살이 반쯤 나온 주희의 엉덩이를 두어 번 주물럭 거리는 모습을 두 눈으로 보니 또 큰 흥분감이 들어 가슴이 쿵쾅 거렸다.
“히히~”
씨익 웃으며 다가오는 주희의 상기된 표정이 너무나 해맑았다.
“사고 날 뻔 했어 너~!”
주희는 내 트럭을 타지 않고 운전석 문 쪽으로 다가오자 나는 창문을 내렸다. 첫 마디는 역시 소심한 나만이 할 수 있는 말, 주희의 걱정만 입 밖으로 튀어 나왔다.
“괜찮아~ 이렇게 해서 돈 굳었고 사람 얻고 하는 거지머~”
내 걱정이 진심이라는 걸 아는 주희는 여전히 싱글싱글이었다.
“니가 그냥 이렇게 진심으로 행복해 하는 걸 보니까 그 동안 걱정들이랑 섭섭함이랑 다 사라지네~”
주희는 내가 창문 틀에 얹은 팔 위에 자신의 얼굴을 기대고는 나를 지긋이 올려다 보고 있었다. 백미러로 보이는 한 쪽 다리가 공중에서 까딱 거리고 있었다. 다리가 움직이면서 다시 서서히 바지가 올라가 엉밑살이 드러나는 것이 보였다.
“으 닭살이야~ 장형권!”
역시 주희였다. 지긋이 나를 보면서 미소를 지으면서도 느끼한 것은 못 참는 주희.
“오늘 그냥 집에 갈게~ 다시 돌아갔다가 집에 가면 너무 피곤할 것 같은데…”
“그래? 알았옹~ 그럼 내가 내일 너네 집에 들를게~”
“집 좀 치워야겠다ㅋㅋㅋ”
예전 같았으면 주희를 배려한답시고 ‘아니야~ 니가 좋을 대로 해’라는 말이 튀어나올 법도 했지만 (사실 목구멍까지 올라왔었지만…) 주희의 삶 속에서 내가 큰 부분을 차지 하는 것을 느낀 나로서는 나도 조금은 소심함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깨끗이 해놔~ 안 그러면 안 들어간다!”
“알았어~ㅋㅋㅋ”
“농담이고 다리병신 좆 병신아~ ㅋㅋㅋ 무리하지마! 내가 가서 해도 돼!ㅎㅎㅎ 너 무리하다가 어떻게 됐었는지는 니가 더 잘알지?”
주희 식의 배려였다. 그리고 내 머릿 속에 지나가는 주희와 윌리엄의 격렬한 정사.
“ㅋㅋ 요즘엔 윌리엄 생각 안나?”
무심코 입 밖으로 나온 그 사람.
“…하루에도 수십 번!”
얼굴 방향을 바꾸긴 했지만 내 팔에 기대 오래도록 침묵을 지키던 주희는 몸을 일으키더니 나에게 가운뎃손가락을 펼쳐 들어보이며 자기 차로 돌아갔다.
“……”
어색한 시간이었다. 우리 둘 사이에 항상 남아 있는 그의 흔적.
“윌리엄이 너에게서 나를 떼어내어 나를 가지고 놀았듯이 울 오빠가 그 역할 해주잖아~ 대신 파괴적인 윌리엄 대신 우리 둘을 존중하는 사람이라 다행인 거구~”
주희는 내가 도청어플을 아직 안 끈 것을 알기나 한 듯, 차 안에서 혼잣말로 나에게 고해성사(?)를 했다.
“그렇지만 그 크기랑 힘, 그리고 너를 해코지하는 것을 보던 그 쾌감은 어떻게 잊겠어…”
붉은색 한 쪽 미등만 켜져있는 주희의 차는 출발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야에서 없어졌다. 가로등만이 남은 이면 도로에서 이런 저런 생각에 나는 쉽사리 차를 출발 시키지 못했다. 장모님의 피가 흐르는 것인지는 몰라도 주희의 1인분이 넘는 사랑은 나 이외에 주변을 돌아보게 했고, 그 가운데서 주희가 체득했던, 그리고 주희가 얻을 수 있던 모든 쾌락을 주었던 윌리엄을 잊기란 사실 불가능한 일이었다. 볼드모트가 자신의 영혼을 쪼갰듯, 주희도 본인이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 윌리엄이 주었던 쾌감의 분신을 나누고 있었다.
내가 예전 집 앞 놀이터에서 불량 학생들에게 맞았던 날 밤, 주희의 자위 행위가 머릿속에서 스쳐지나갔고, 주희의 행복을 위해 다음으로 해야할 행동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더 이상 주희 혼자 그 짐을 짊어지게 할 필요가 없었다.
몇 주 전 받은 중학교 동창 모임 참석 여부를 묻는 카톡에 답장을 했고, 오랜만에 누나에게 안부 전화를 했다. 그리고 룸미러에 비친 내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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