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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et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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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aggm · 8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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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waii
지금은 비오는 하와이. 내가 도착한 하와이의 계절은 겨울이었고, 우기라고 했다. 다행이도 와이키키 와이키키 말로만 많이 들었던 와이키키 해변을 갔을 적엔 비가 (거의)오지 않았다. 와이키키 해변에서 스무디를 마시며 멍때릴 적에, 뒤통수를 때렸던 비가 전부였다. 하늘은 맑았고, 나는 더웠다. 캐리어를 질질 끌고 다녀서 힘들었다. 숙소에는 버스를 타고 1시간 반 가량을 갔고, 걸어가니 뭐 하니 하다 보니 결국 2시간이 걸렸다. 잠을 서른시간 넘게 자지 못해서 너무도 피곤했다. 일찍 잤다. 
둘째 날은 놀았다. 시크릿 아일랜드에 가서 놀고, 말을 타고 놀았다. 꿈같은 경험이었다.
셋째 날, 오늘은 진수의 결혼식이었다. 신랑 이름은 캐빈. 일을 하러 왔고, 일을 했다. 내 몸에서 운동부 남자애들의 라커룸 냄새가 났다. 어쨌든 잘 마무리하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중이다.
글쎄다. 기억에 남는 건 아마도 어제의 말타기와 오늘의 즉흥적 바다수영이 아니려나 싶다. 보통 지난 기억들은 거의 잊혀진다. 그 중 살아남은 아이들은 꽤나 오래도록 기억에 남더랬다.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것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 바로 이렇게 긴 기억을 가질 만한 경험을 하게 되는 일 아닐까. 사실 오래도록 기억하고 행복하게 생각 할 자신은 별로 없지만.
어느 곳에 여행을 가면, 그 곳이 지루해지고 질릴 만큼 지내야 하는 건가 싶기도 하다. 지금 하와이를 느끼기엔 너무 시간이 없었고. 최선을 다해 놀아서 기분은 들떴지만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는 순간 모든 것들이 다 싸늘하게 식어버린다는걸 안다. 그냥 그렇다. 며칠 더 놀다 가고 싶은 마음이 삐뚤게 향한다.
여행이 아니라 일 하러 왔단 사실은 점점 더 명확해졌다. 그냥 그랬다. 앞으로는 이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후회가 잦아진다. 왜이럴까나. 너무 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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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aggm · 8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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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투스 키보드가 왔다
이제 여긴 파괴하고 이사가야겠다
키보드가 귀여워서 충동구매 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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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aggm · 8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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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La Land
라라랜드가 처음 개봉했을 적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정말로 보고 싶은 생각이 듦과 동시에, 영화를 보면 너무도 슬플 것 같다고 느꼈던 것 같다. 주변 모든 사람이 보고 난 뒤에도, 그 후에도, 한참 후에도 보지 않던 영화를 이제서야 볼 타이밍인가 싶어서, 컴컴한 집에 웅크리고 앉아 복잡한 마음으로 시작한 라라랜드.
우스갯소리로, ‘매 년 한번은 크게 다치더라’고 얘기하며 다녔던 나였더랬다. 하지만 작년엔 큰 사고 없이-어쩌면 몸이 아닌 다른 게 심하게 다친 것 같지만-한 해를 보냈다. 맑은 하늘,  예쁜 구름이 두둥실 떠 있던 오늘의 오후가 생각난다. 여기저기 생채기가 난 몸을 덤덤하게 치료하던 어젯밤의 내 모습이 생각난다. 쓰린 상처를 안고 돌아온 집에 홀로 앉아 멍하니 있던 시간이 생각난다. 좀 더 서럽다는 생각이 들어서 눈물이 날 줄 알았는데, 미리 생각해버려서일까, 아니면 그런 슬픈 마음조차도 낡아 버려서 감흥이 없었던 것일까, 의외로 평소와 다를 게 없었다. 지끈거리는 몸뚱이가 야속하다고 느꼈던 것만 기억난다. ‘아, 겨울이 오기 전에 스쿠터를 타고 다닐 수 없겠구나’라는 단순한 생각만 둥실거렸다.
날이 밝을 무렵에 잠이 들었고, 늦잠을 잤다. 일어나 어제 사 온 조각 피자를 먹었고. 양이 차지 않아 라면을 끓였다. 끓이는 동안 빨래를 돌렸고, 청소기를 돌렸다. 엉망인 집을 적당히 정리하고, 끓인 라면에 밥까지 말아 먹었다. 빨래를 널고, 다른 빨래를 다시 돌렸다. 설거지를 했다. 침대에 누웠다 일어나는게 고통스러웠기에, 컴퓨터 앞에 앉아 줄창 유튜브를 봤다.
준비하고 기대해왔던, 다음 주말에 있을 게임 이벤트에 스쿠터를 타고 참석할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쉬웠다. 하지만 그 아쉬움은 또 의외로 쉽게 사라졌더랬다. 뭔가 게임에서 하고 싶었던 것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 말이다. 그보다는 앞으로 뭘 어떻게 할 수 있을지가 궁금했다. 월요일 오전에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으면 뭔가 더 명확해 질 거라 생각했고, 월요일이 기다려졌다. 나는 어떤 상태인가요.
스쿠터를 타고 가는 길에 택시가 갑자기 끼어들었고, 넘어졌고, 다쳤다. 토요일 새벽 한 시의 일이다. 오늘은 일요일을 지난 월요일 새벽 한 시. 이틀이 지난 지금 더 걱정되는 건 몸이 아닌 것만 같다. 그간 머릿속은 언제나 복잡했고, 마음은 어떤 모양인지 분간도 하기 힘들었다. 거리를 돌아다니고 스쿠터로 낯선 동네를 다니며 게임을 했던 이유는, 처음엔, 그런 알 수 없는 머릿속과 마음을 내 관심사로부터 멀게 느껴지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게임을 시작하고 일 년이 넘게 지난 지금은 조금 다르지만, 비슷한 마음으로 즐겨 왔던 것 같다. 게임에는 우리 편이 있었고, 너희 편이 있었다. 편한 세상이었다.
몸이 적당히 망가지고 나니, 홀로 앉은 집에 마주 앉은 나를 오랜만에 오랜 시간 바라보게 되는데, 이게 여간 고통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쩌면, 이런 상태의 나를 일 년 넘게 유지하고 살아오던 나에게 라라랜드 같은 영화는 독약 같은 느낌이 아닐까. 아프고 고통스럽고 눈물이 난다. 후벼 파인다. 파인 상처에서 그간 묵혀왔던 감정들이 쏟아져 나오고, 외면했던 기억들이 흩어져 날린다. 돌처럼 굳어졌었던 사랑 같은 단어들이, 흙이 되고 먼지가 되어 온 방 안에 떠다니는 것만 같았다. 하고 싶은 일 중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외로웠다.
 퇴근 후 밤거리를 헤매며 게임을 하지 않으면, 토할 것 마냥 스며 올라오는 뻑뻑한 감정들을 느끼기가 싫었다. 집에 늦게 들어왔고, 씻고, 잠들었다. 그랬었다. 근데 이젠 어쩌나.
  라라랜드를 보기 전, 화창한 풍경을 바라보며, 나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정리되지 않고 어지럽혀진 나의 작은 집마냥, 오래도록 방치된 나는 한없이 초라해진 것만 같다. 나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의미 없이 빚어져 봉투에 담겨 구석에 처박힌 점토 덩어리리같다. 안쓰럽게.
 아직까지도 계속되는 나름의 가슴앓이라고 생각하는 게 마음 편하려나. 하하. 못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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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aggm · 8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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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령을 넘어 내려오며 노래를 불렀다. 헬멧을 스치는 바람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였기에- 점점 노래가 아닌 고함이 되어갔다. 풍경은 너무나 아름다운데, 해묵은 서러움이 올라왔다. 서은진이 보고 싶다고 소리를 지르다가도, 내가 사랑했던 서은진은 이제 없다는 사실에 서글퍼져서 가슴이 먹먹했다. 되도않는 노래는 주문진에 와서야 멈췄다. 언제쯤 되야 여행이 온전히 즐거울 수 있을까. 일 년 혹은 이 년, 언제든 같이 여행하자고 말했다면 무언가 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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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aggm · 8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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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5.6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의 사진들을 정리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폰으로 시작하다 왈칵 울고 말았다. 컴퓨터를 켜서 하나하나 살펴보며 삭제 혹은 공개범위 수정. 무심한 손은 마구마구 클릭질을 하고 있지만 눈시울이 파르르 떨린다. 이런 슬픈 짓거리를 스스로 하고 있다니. 언젠간 해야 할 테고, 해야만 하는 일이겠지만, 시각으로 다가오는 슬픈 추억은 너무도 잔인하다. 개떡같은 하루가 될 것 같다. 이런다고 내 맘 한켠이 정리가 될까. 예상된 슬픔이었건만, 근 일년간 외면해왔던 현실의 충격파에 모든 의지를 잃은 기분이다. 이게 끝일까. 이렇게 하고 나면 정말 모든게 끝이 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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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aggm · 9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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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world] 2013/5/15
 나는 내가 자라고 있지 않다고 생각되는 시간이 불쾌하다. 무언가 갈망하는 것들에 대하여, 능숙해지고, 익숙해지고, 늘어가는 느낌들이 들지 않을 적마다 심한 우울함을 느낀다. 그것들의 범위는 매우 광범위하다. 집안 걸레질 부터 시작해서, 이를 닦는 방식을 비롯해, 설거지와, 요리, 더 나아가 그림이나 사진, 촬영과 편집, 상상력과 인내심, 키스와 스킨십, 포옹과 섹스에까지도. 내가 할애하는 모오든 시간들은 나를 위한 시간들이며, 할애되는 모오든 것들은 나를 위한 것들이기에, 모오든 것들은 궁극적으로 행복해야 하고, 과정적으로 즐거워야 하며, 심리적으로 매력적이어야 하고, 객관적으로 섹시해야 하고, 부분적으로 완벽해야 하고, 이타적으로 전이가 필요하며, 인간적으로 사랑스러워야만 한다. 강박적이지 않을 필요성이 절실하고, 스트레스에서 멀어질 의무감이 요구된다. 심신의 건강이 동반되며, ��존감과 자신감을 잃거나, 잊거나, 파괴되거나 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일 년이 지날 적에, 한 살을 ���지 못했다는건- 그건 너무 슬픈 일이다.  이기적인 생각으로 바탕을 깔고 나면, 사랑이라는 몰랑멜랑꼴랑한 정의에 대해서도, 비교적 명확해지는 것만 같다. 나는 나를 나로서 존재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는 느낌을 받는 사람을 좋아하며, 나를 나다운 사람으로 발전시켜 주는 사람을 사랑한다. 쉬이 사랑에 빠질 만한 이유가 되며, 나는 그 순간부터 그 사람과 같이 자라고 싶어한다. 거의 완벽에 가까운 이타심이라는, 희귀한 감정을 품고 만다. 세상의 그 어떤 아름다운 단어들로 ��칠해도 좋을 만큼의, 사랑이 피어난다. 사랑의 시작이고, 사랑의 발전이며, 사랑이 사랑으로 느껴지게 되고, 사랑이라는 단어로밖에는 설명할 수 없으며, 사랑을 말할 수 밖에 없는 순간이 지속된다.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순간은, 커피를 마시는 손가락의 모양처럼 소소하고 사소한 일들에서부터 비롯되며, 그 후엔 소소하고 사소함이라는 단어는 사라지고, 그것들은 너무도 큰 존재로 가슴에 담겨진다. 나는 울게 되고, 안을 수 밖에 없게 되며, 나만을 위해서 할애했던 시간들을, 사랑하는 타인에게 할애하게 된다. 심지어 내가 가진 모오든 것들까지도 모두 주고 싶게 된다. 부분적이든, 전체적이든, 그러한 행위와 시간들은, 심장에 무리가 갈 만큼 높은 온도를 가진다. 그것은 지진보다 강력하여, 나의 하늘과, 나의 땅을 뒤바꿀 만한 힘을 지녔다. 그것은 먼지보다도 작으며, 우주만큼 거대하다. 상상할 수 없는 것 조차도 상상할 수 있게 만든다. 자라는 나는, 변하고, 자라며, 또 변한다. 대상을 향한 사랑은, 다시금 자기애로 돌아오며, 그 자기애는 또다시 사랑하는 대상에게로 돌아간다. 세상의 거의 모든 것들이 아름다워지는 순간이다.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는 중인 것 같다. 사랑에 빠지고 마는 것에는- 내가 개입할 선택지가 없다.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다. 나는 나를 가꾸고, 아끼며, 자라게 해야만 한다. 사랑을 받기 위해선, 사랑스러워져야 한다는 말-과 같은 이치랄까.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오늘, 지금, 새벽 세 시 오십 삼 분의 사랑은 이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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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aggm · 9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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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3.18 낙산공원 올라가는 길.
인스타그램 대굴욕사진 성지순례에 힘입어 서비스컷 추억팔이 뿌잉뿌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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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aggm · 9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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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병 한 병에 원하는 만큼 신경을 쏟지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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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aggm · 9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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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가볍고 강력한 카메라를 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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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aggm · 9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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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진이가 너무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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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aggm · 9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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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0 근황
이전에도 그랬고, 그 이전에도 똑같았다. 나는 여전히 이전을 기억하지 않았고, 못했고, 하려고 하지 았았으며, 그 기억속 시간의 나를 이해하려 하지도 않았다. 마치 다른 사람인듯 대하며, 살가운 외면을 했었다. 아마도 그 일련의 행동들은 마음의 소리였으리라. 몇시간 전 아미를 만나고 이야기하다 서로의 싸이월드를 털기로 합의를 보았다. 깔깔거리는 와중에 아미가 찾아낸 몇가지 내 이전의 글들에서 느끼는 감정들은 또 한번 새삼 묘한 찌릿함을 준다. 질투같기도 하고, 시샘같기도 한. 그 촌스럽고 철없어 보이는 글들에서 가늘게 느껴지는 재수없음과, 이제는 그렇게 말하지도 못 하고, 쓰지도 못 할 뿐더러, 그런 생각들을 떠올리는것조차 할 수 없다는 사실에 경악을 느꼈다. 부들거리는 마음을 간신히 잡고 버티고 있었다고 해야 하려나. 촌빨날리는 심정들을 어찌 그리 남겼을까. 싸이월드는 무엇이 그리 위대했기에 수많은 이들의 마음을 표면으로 이끌어 내었나. 우리는 다같이 부끄럽지 않을 병신이 되기를 자초하며, 그렇게 많은 밤들을 기록해냈었더랬다. 어렴풋이 병신같다고 생각하면서도, 수줍게 비공개로 전환할지라도, 그 소심하고, 혹은 극단적이거나, 혹은 진심이 아니더라도 뇌세포 표피에 스치는 그 수많은 개똥같은 생각들을 한글자 한글자 풀어내려가기 위해 진심을 짜냈었더랬지. 싸이월드 미니홈피와 블로그가 사라졌기에, 이제는 그렇게 할 수 없다는 변명을 하기엔 이미 늙어버린걸까. 채 5년도 되지 않은 짧은 시간 사이에, 포털 사이트 하나의 몰락이, 사소한 일기를 적어내는 마음을 뭉개버린걸까.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는 강박만 남은 시간들을 무료하게 바라본다. 베란다에 홀로 앉아서, 혹은 고단하고 지루한 노동의 틈에 앉아서. 줄지 않는 욕심과, 제어할 수 없는 성격-그 뒤에 숨은 본능같은 것-과, 변할 것 같지 않기에 죽을만큼 까고 싶은 사회적인 모든 이슈들, 내 주변의 모든 사소한 일들과, 그 사소한 일들에 스민 짧디짧은 인간관계들, 어설프게 아는 이들의 니글니글한 깨달음들, 그 느끼함을 곱씹어삼키며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또다른 이상한 변화를 추구하려는 마음들, 그 무엇도 할 수 없고 살 수 없는 가난과, 막연한 기대를 먼발치서 흩뿌리는 나의 가족들, 게으름의 원천 같은 살찐 몸뚱이의 여기저기 모든 부분들, 한없이 높아지는 눈에 너무도 쉽사리 비치는 위대한 타인들. 이 모든 것들이, 왠지 나는 안 될 것 같다는 빌어먹을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왠지 나는 조만간 지쳐 쓰러져버릴거라고 확신하게 한다. 언제쯤 나는 내가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을 다시금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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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aggm · 9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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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은진 옛날사진 뿌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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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aggm · 9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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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aggm · 9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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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새벽 4시. 용석이의 졸업작품 단편영화 콘티를 그리고 있다. 배가 고파 라면을 끓여 먹었다. 밥도 말았다. 배가 부르다. 집중이 잘 안 된다. 그림을 꾸준히 그리지 않아서 손이 굳었다. 이전보다 나아진 것 하나 없는 나의 그림을 실시간으로 보노라니 짜증이 솟구친다. 러프하게 그려도 무난할 터. 그렇지만 눈만 높아진 나로선, 또다시 자괴감을 마주하고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금은 월요일 새벽이고, 아마도 저녁 늦게 즘에 나 마무리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게을렀던 지난날들의 순수하고 정직한 대답들이 내 정신력을 후벼 판다. 같은 이유로 힘들었던 경험들을 되뇌며, 똑같은 고민을 반복하고, 똑같은 방황의 길을 걷는, 나의 우직한 멍청함에 찬사를 보낸다. 창작에 관해서 그 무엇도 세련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표현하는 게 좋아.’라고 말했던, 용감하고 명료했던 과거 어떤 날들이 입속의 모래알갱이처럼 씹힌다. 선택을 불가능하게, 혹은 정당화할 수 있게 만들던 수많은 변명이 부끄럽다. ‘나는 바빴고, 피곤했고, 정신이 없었고, 일했고, 배가 불렀고, 졸렸고, 돈을 벌어야 했다’고, 입버릇처럼 되뇌던 말들은, 결국엔 이렇게 내 눈 앞에 펼쳐진 볼품없는 선으로 스며들었다. 언제부턴가 내가 일상처럼 해왔던, 그리고 나의 즐거움이었고, 일부는 실력이 되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일부가 되어 오던 수많은 행위가, 냉장고 한 쪽에 처박힌 락앤락 속의 잊힌 음식물마냥 부패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금 빛나는 눈을 가지고 싶다. 오월부터는 하고 싶은 것들을 조금씩 해나가야지. 그런 시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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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aggm · 9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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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암동 방향으로 가 주세요.”
 우리가 함께 집으로 향하는 택시에 탈 적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었다. 덧붙여서, 길음 쪽이라고 하면 뉴타운 방향으로 가니깐, 종암동이라고 말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끄덕였지만, 후에 택시를 타며 종암동을 기억하지 못하는 나를 보고 그녀는 아직도 모르냐고 핀잔을 줬었다. 그러려니 했다. 사실 택시를 즐겨 타지 않았기에, 부암동이든 종암동이든 별 상관없다고 생각했더랬다.
 은진이가 네팔로 떠나고 난 후 어느 퇴근 시간에 비가 왔다. 출근할 적부터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스쿠터를 집에 두고 온 터였다. 가게 마감을 하고 택시를 탔다. “종암동 방향으로 가 주세요.” 라고 말했고, 기사님의 짧은 대답과 함께 출발했다. 밖엔 비가 내리는데, 괜스레 뭔가 짠했다. 부암동이라고 헷갈리지도 않았고, 정확히 그녀가 말한 그대로 말했다. 가는 동안 방향이 어딘지 설명할 필요도 없이 택시는 종암동 방향으로 달려 집 앞에 멈춰 섰다. 한동안 “종암동 방향으로 가 주세요.”라고 말했던 은진이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계속 울려댔다. 집 정리를 하며 은진이의 흔적들을 하나 둘 셋 넷 물끄러미 바라볼 때와 비슷한 느낌이랄까. 아마도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할 때, 그리고 내가 다시금 저렇게 말할 적 마다 가슴이 울릴 것 같다. 쓸쓸함도 외로움도 아니고, 내가 은진이를 그리는 나만의 소소함인 것만 같다. 그게 좋다. 나는 이제 종암동과 부암동을 헷갈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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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aggm · 9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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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9. 24. 독일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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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aggm · 9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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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어느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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