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owingdead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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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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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건 영상 촬영이랑 정신분석학. 오로지 두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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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사실 없다. 있나? <키딩>이라는 드라마를 다시 보고 있긴 한데, 요근래 무엇을 보든지 등장물의 심리를 알아보려고 분석을 하는 것이 습관이 됐다. 나오는 하나의 답은, 나도 얘도 쟤도 다 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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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힘들 때, 잘 지내?라는 안부가 너무도 짜증나고 화가 났다. 특히나 내가 잘 지내지 않는 걸 아는 친구들이, 나를 걱정하며 물어볼 때 혹은 인사치례로 하는 저 말을 할 때, 나더러 대체 어쩌라는거야? 이런 생각이 먼저 들었다. 잘 못 지내는데 그렇다고 잘 못 지낸다고 하기도 싫고, 그렇다고 잘 지낸다고 거짓말하기도 싫고. 내가 이렇게 답하기 곤란할거 조금만 더 생각하면 알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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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 뒤론, “그냥 그렇게 지냈어요.” 라고 답한 뒤에, “제가 정말 잘 지냈으면 잘 지냈다고 했을 거예요. 근데 그게 아니라서 잘 지낸다고는 못 하네요.” 라는 말을 덧붙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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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말하는 부정적인 뉘앙스의 말들이 싫어서 말이 짧아지고 있다. 말하기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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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티를 내고 싶지는 않은데, 내가 힘든 걸 알아주고 걱정해줬음 좋겠어. 이런 심리의 이유를 생각해봤는데, 내 유기공포증 때문에 그런 것 같다. 혹은 나의 불안정한 애착 방식 때문에. 내가 버겁고 부담스러워서 상대방이 떠나는 것이 싫다. 사실 또 상대방을 그렇게 믿지도 않는다. 난 남에게 의지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의지하는 것이 낯설다. 남들에게는 그런 것이 성숙하고 부러울만한 특징으로 비추어지기도 한다. 아냐 사실은 남에게 의지할 용기와 여유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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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무언가 외롭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난 학기 초부터, 정확하게는 퇴사한 시점부터 끊임 없이 누군가를 마음에 품었다. 그리고 그 사람과 이루어지지 않을 나의 모습을 상상하고 자각하며 고통스럽고 슬퍼했다. 의도한 건 아닐까? 나는 그냥 공허하고 슬픈 내가 되고 싶어서 이유를 만드는 건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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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지만 좋아하는 내색을 안 내는 나는 뒤에서 그 사람을 엄청 그리워하기도 한다. 그래서 한동안은 거리를 두며 자제를 하려고 한다. sns 피드에 보이지 않게 팔로우를 끊거나 하는 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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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증세를 적어보자면. 숨이 잘 안 쉬어진다. 답답하다. 목까지 물이 차오른 느낌이다. 이건 평상시. 그리고 자주 어지럽다. 메스껍다. 밥을 먹어서 배불러도, 밥을 안 먹어서 배고파도, 담배를 펴도. 구역질도 난다. 체도 한다. 밥맛은 물론 없다. 또 뭐가 있을까. 나 사실 죽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적 없는데 요새는 ��가 살아있는지, 아니면 그냥 여길 부유하는 존재인지가 헷갈려서 육체에 자극을 주고 싶다. 성욕은 거의 없고, 타투와 비슷한 그런 자극이라도 줘서 무언가 따끔한 식의 정신 깸을 경험하고 싶은 것 같다. 커터칼을 쥔 손을 움직여 그을 용기는 안 나서 커터칼로 살을 꾹 누르는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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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가족과 싸우고, 혹은 답답할 때 벽을 주먹으로 쳤다. 주먹에서 튀어나온 손가락 뼈가 엄청나게 따끔해지고 붉은 점들이 피부에 보이고 혹은 피멍이 들고 부어오르고 나면 만족스러웠다. 내 감정을 손들이 대변하고 있으니까. 내가 이만큼 화가 나고 힘이 든 것을 부어오른 모습을 보면 확인할 수 있으니까. 아 위에 나온 폭력적임, 자해랑은 조금 다른 류인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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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지금 와서 학교를 포기하는 게 정말 아쉽고 아깝고. 어이 없는데. 그 남은 2주를 버티는 것이 너무 힘들다. 과제랑 시험 생각만 하면 질식할 것 같아. 난 그걸 할 기력이 없는데 그걸 해야 하고 하고 싶으니까 그 간극에 끼어서 죽을 것 같아. 그래서 난 쉬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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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지금도 숨이 잘 안 쉬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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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23:25 인천공항 도착 / 택시 탔더니 예상보다 일찍 도착. 오자마자 3층에서 글로벌 와이파이 찾음. 3층에 있다가 공차 카페인줄 알고 내려갔는데 카페도 아니고 1:30부터 연다고 해서 흡연실에서 버티다가 공차 사서 다시 3층으로 올라갔다. 근데 자리에는 콘센트도 없고 까먹고 아이폰 8핀 젠더를 안 가져와서 모든 것의 배터리가 부족한 상황. 폰은 중간에 꺼져서 결국 일본 와서 사려고 한 8핀 젠더를 편의점에서 삼.
08:00 비행기를 ��는데 창문이 생각보다 작았고 풍경도 기대만 못한것 같았으며 너무 졸려서 자버림. 이때까지도 여행계획을 안 짰다.
09:40 입국
13:05 라피트 전철을 ���때까지 공항에서 헤맴하은 유심 꽂고, 나 계획 대충 짜서 티켓 예약하고, 예약한 티켓 공항 라운지에서 찾느라
13:44 난카이 난바 도착할때까지 둘 다 풍경보다가 기절
14:10 15시부터 체크인이라 캐리어를 맡기고, 나는 3층 라운지에서 세시까지 버티다가 좀 자고 나가려고 했는데 어쩌다가 하은이랑 묶음으로 21시까지 들어오는걸로 됨. 2000엔을 더 내고 female룸에 묵겠냐고 물어서 고민하겠다고 대답. **이제부터는 무작위.

일본에는 타바코 매장이 엄청 많다. 그리고 사전조사한 바로는 길거리에서는 흡연하면 안된다고 하여서 나름대로 지키고 있는데... 문제는 현지인들이 아무데서나 담배를 잘 핌. 현타오는 순간... 무튼 ‘타’의 획 자리에 다른 싸인이 머물고 있는 게 재밌음.

하루에 돈키호테 세번을 다녀왔다 ;; 24시간. 최고 짱짱 맛있는 게 많다. 커비 뽑기(300엔)를 하는데 동전 투입구를 착각해서 위에 있는 가챠 투입구에 200엔 넣고 아차! 해서 급하게 한국어 가능하신 분들을 찾아서 해결했다. 커비 남은 하나.. 내가 겟또. 도움 주신 직원분들 감사합니다 ㅠㅠ

안에 부드럽게 굴곡진 게 이쁘다. 근데 사진에서는 그렇게 드러나지 않네. 엄청 자연스럽게 굴곡졌다. 딱딱 직각느낌 아님.

두개 간판에 걸쳐서 써놓은 폰트 느낌이 귀엽다.

이건 히로야(아직도 ‘로’랑 ‘루’랑 헷갈린다) 만두 아저씨 찍으려고 한 사진이지만 일본에는 배수관(?)이 저렇게 건물 외관에서 고개를 뱀처럼 내밀고 있는데 마음에 든다. 배수관 컬렉션 시작.

당연한 이야기지만 신호등이 귀엽다. 일본은 매번 간략하면서도 전달력이 좋은 표지판 등의 디자인 때문에 날 놀랍게 한다,, 무인양품 디자인 같다고 하면 되나

귀여웡 히야시아메? 누?

자전거 바퀴에 달린 잠자리 날개 같은 게 신기해서 찍었는데 뒤에 있는 불색도 네오하고 신비로워서 좋당

피아니시모 엄청 기대했는데 아니 내가 꽃향이나 복숭아가 아니라 라즈베리를 사버린거임!~! 막 나쁘진 않고 피아니시모 특유의 깔끔함은 있는데 또 사..고 싶진 않은. 일단 얇은 에쎄가 입에 익다보니 두꺼운건 좀 별루.

로손 표지판이 귀엽당. LAWSON STATION. 우유목장 같은 느낌.

롯데리아 로고 디자인도 한국과 다르다. 로고 디자인에 맞게 ‘L’의 폰트도 변형했다.

소화기가 거꾸로 매달려있는 게 좀 웃기고 네오.

색조합이 이쁘다. 쨍한 RBW. 가독성도 굿. 일본 디자인 조아

로손 편의점 옆에 쌓여있던 무언가. 담배 피면서 봤는데 ‘하늘 아래 같은 파랑 없다’는 말 떠올랐다.

택시아저씨 바이바이~~ 타진 않았지만 택시도 참 이쁘다. 뭐랄까 영화 아가씨에 나올 것 같은 느낌. 일본 택시는 빈차 글씨가 운전석 앞에 붉게 표시된다. 비도 바람도 꽤나 있었지만 낫밷. 사진도 많이 찍고 도톤보리의 진풍경도 알게 되고 좋았는데 어쨌든 문제는 너무너무 힘들었다 1일차... 그래서 두번째로 돈키호테 갔을 때 까먹은 휴족시간을 사서 숙소 와서 호다닥 씻고 휴족시간(이때는 휴족미인)을 붙이고 잤당. 1시 정도에 자서 9시 완전 기상? 2층침대 2층이라서 잠/몸이 완전히 깰 때까지는 움직이기 무섭... 자칫하면 위험할 수도. 계단폭이 작다. 여긴 안 올렸지만 점심-일본 첫 밥으로는 국물 없는 우동을 먹었는데 쫄깃한 면 + 노른자 + 그외 파/튀김가루/고춧가루/간장 만으로 .. 맛있었다. 유부는 맛있는데 너무 향이 강하다. 달구. 일본 음식은 다 그런듯, 당고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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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순간 멍해지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취미가 뭐예요? 찰나에 곰곰이 생각해보았는데 명확하게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그러게요. 제 취미가 뭐죠. 딱히 없는데. 영화 보는 것도 좋아하고, 노래 듣는 것도 좋아하고, 문학-그중에서도 단편소설-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데, 아 또 고양이랑 노는 것도 좋아하구요, 나를 둘러싼 것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도 좋아하는데. 여러 가지 답은 떠오르는데 요 근래 그것들 중 제대로 한 것이 단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그것들을 대답하기는 나 자신에 대한 포장, 거짓말이고. 대답하기가 참 난감했다. 사실 그나마 하는 것이라곤 밥 먹는 동안 유튜브 안을 돌아다니며 좋아하는 스트리머의 영상을 아무런 감정 소모 없이 보는 것 밖에 없는데 또 그걸 취미라고 하기에는 뭐랄까... 내가 그것들이 좋아서, 마음이 가서 소비한다기보단 딱 내가 가지고 있는 소량의 여유에 할 수 있는 것이 그런 것뿐이랄까? 사실 생각을 거쳐서 보는 것도 아니고, 무의식적인 습관에 가까웠다. 그것들은 나에게 뒤 일정에 차질이 갈만한 여운을 남기지 않을 가벼운 콘텐츠 정도. 왜냐하면 난 밥 먹는 시간이 끝나면 다시 할 일이 많아서. 할 일이 없다고 해도 그것들을 담을 심적 여유가 없었나 봐. 내가 매 순간에 쫓겨 살아왔나? 갑자기 깨달았다. 달갑지 않게도. 뭐 대답은 몰아서 영화 보기라고 뭉뚱그려서 했다. 말 그대로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의욕이 생긴다면 하는 일이니까. 하지만 그것도 사실 오래전 이야기. 더 솔직하자면, 거기서 대답을 안 하는 것이 부끄럽게 느껴져서 무엇이라도 말해야 좀 더 나은 사람 같아서. 그 이후로 고민이 많아졌다. 내 취미는 무엇이었지? 위에 나열된 것들. 하지만 지금은 어슴푸레 기억만 나는 것들. 나는 왜 지금 취미가 없지? 생각하는 것이 귀찮아. 마음 쓰기 싫어. 왜? 내가 많이 지쳤나 보다. 그래서 난 마음에 담지도 않을 것들이 있는 공간을 정처 없이 떠돌아다녔던 것 같아. 왜 지쳤지? 무엇에 지쳤지? 그것은 아직 모르겠다. 학교생활에 지친 것일 확률이 높긴 한데, 그럼 학교생활에서 어떤 부분이 지쳤지? 난 그 누구보다 나에게 무리가 안 가는 선에서 일을 처리해나간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무리가 갔던 걸까? 뚜렷한 윤곽 없는 슬럼프, 무언가에 대한 불안감이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시작되었구나. 난 그걸 인식하지 못했구나. 않았구나.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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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타는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요즈음 내가 갈피를 못 잡는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내가 어떤 작품을 하고 싶은 것일까? 아니, 작품을 하고 싶기는 한가? 잘 모르겠다.
그나마 털어놓을 곳이 이 인터넷 구석탱이라는 것이 씁쓸하기도 하고, 어짜피 내가 이러한 것들을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아봤자 답을 찾아야하는 것은 온전히 나의 몫이기에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쨌거나 시각 예술을 전공하고자 하지만, 드로잉을 이다지도 하기 싫은 것이 괜찮을까 싶기도 하고. 드로잉을 못 하기도 하지만, 왜 못 하는지 그 이유도 내가 알기에.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일까?
‘삶은 두카이다.’라고 바라보는 불교의 철학에도 나는 이렇다할 반박을 하지 못 한다. 내가 열심히 한 모든 것은 한 순간이고, 모든 현상적인 것들은 한 순간이라는 것에 나는 쉽게 수긍해버리고 만다. 나는 일시적인 것들을 어떤 목표 의식을 가지고 만들어야 할까?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는 유명한 예술가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작품을 만들었을까? 적어도 내 작품이 후세까지 영향을 끼쳤으면 한다는 생각보단, 순간에 집중을 하는 경우가 많겠지?
사실 이것조차 변명이다. 왜냐하면 지금은 그저 무기력하게, 이불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편하다. 이렇게 한없이 쉽게 내리막길을 가고 있으니, 끝없이 기분도 저 지하 끝으로 내려가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명확한 것은 지금 내 기분이 우울하다는 것.
난 앞으로 무엇을 해야하지? 주변 사람들이 하는 멋진 작업들을 보면서 아무런 발전도 없어보이는 내가 한없이 작게 느껴지기도 한다. 노력을 하는 것도 아니다. 노력도 어떠한 열정이 있어야 함을 느낀다. 난 맨땅에 헤딩을 하는 것도 싫고, 지금 하기 싫다고 느끼는 것은 안 해야 하는 속히 말해 yolo적인 생활에 익숙해져 있다.
하기 싫은 것은 안 해야 한다 - 그렇다면 내가 지금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지? 열정을 느낄만한 것이 없다. 엊그제에는 나름대로 공부를 열심히 해보았는데, 정말 우습게도 일순간 내가 공부한 것들이 나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줄 수 있을지를 따져본다.
남들이 보기에는 정말 편하게 산다고 생각할 수도 있게 행동을 한다. 과제가 하기 싫어서 한껏 미룬다. 그러다가 코앞에 닥쳐서 한다. 가능한 미뤘다가 정말 코를 누를 정도로 앞에 닥쳐서야 일을 한다. 작년만 해도 부지런했는데. 지금 내가 하는 �� 패턴이 괜찮은 것인지 모르겠다.
졸업을 하고나서 나는 무엇을 해야하지? 난 죽기 전까지 어떠한 목표를 가지고 살아야 하지?
아무 곳에도 취직하지 못한다면 그저 정치 운동에 몸을 담그고, 공부도 하고 살아야겠다는 생각과 말을 습관처럼 해왔는데, 어느순간 정말 그렇게 쉽게 생각해도 되는 것일까? 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똑같은 말이 반복되고 있지만, 지금 난 정말 무엇을 해야 할까? 과제? 공부? 작업? 모르겠다.
내가 하고 있는 상상과 이상들이 모두 망상처럼 느껴진다. 노래를 들어도 이전처럼 즐겁지가 않고, 영화를 봐도 그러하다. 책을 읽어야할까? 하지만 무슨 책을 읽어야하지? 뭘 읽어야 갈피를 잡을 수 있을까도 잘 모르겠다. 그냥 시체처럼 이불 안에서 생각을 요구하지 않는 것들을 보며 뒹굴거리다가 잠들고, 배가 고프면 먹고, 화장실 가고, 학교를 가야하면 학교를 가고. 지금 내 삶이 그러하다. 나 자체가 지금 텅 비어 있으니, 모든 것들이 들어왔다가 다시 바람처럼 빠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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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방학의 마지막 기록이 될 수 있는 기록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 후다닥 기록을 한다. 꽤 바쁜 방학을 보내느라 나도 모르는 새에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쳤다. 정말 많은 순간순간 모두 포기할까? 그냥 잠수 탈까? 심하게는 그냥 죽을까? 라는 극단적이 생각이 스칠 때도 있었다. 아무래도 난 엄살이 심한 편이 맞는 듯하다. 잠을 푹 자지 못하니, 신경도 날카로워지고 모든 것들이 예민하게 받아들여지며, 무언가를 신나서 열정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끝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체처럼 일을 해치우는 느낌으로 지난 일주일을 보냈다. 미루지 말고 부지런하게 해놓을걸 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너무 피곤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폭풍 같은 저번 일주일 덕택에, 지난 주말에 정말 시체처럼 집에서 잠을 자고, 유튜브와 sns를 정처 없이 떠돌다가, 맛있는 걸 사와서 집에서 먹은 후, 다시 잤다. 영양가 없어보일지도 모르지만 그 주말 덕분에 다시 ���운을 차려서 이렇게 글을 쓴다. 어제(일요일)는 오늘의 세미나를 위해 잘 안 먹는 커피까지 마셔놓고선, 정말 도무지도 읽을 마음이 생기지 않아서 결국에는 책을 덮고 유튜브를 켰다. 재밌어서 보는 것도 아니였다. 그저 귀가 심심했고, 생각 없이 소비할거리들이 필요했을 뿐이였다.

그러다가 문득 책상 위에 산더미 같이 쌓인 것들을 치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왜 그러한 귀찮고 먼 여정을 시작한 것인지 모른다. 수강신청할 과목들을 담으면서, 내가 졸업할 때까지 어떠한 수업을 들을까, 얼마나 들어야 하나, 아 근데 교양은 50학점 밖에 인정이 안되는데 그럼 이를 넘어선 교양들은 학점이수로 안 쳐주나? 그럼 내가 만약 추가학기를 다니게 됬는데 장학금을 받기 힘들면 어떡하지? 정말 휴학을 하고 돈을 벌어야하는 상황이 오는 건가? 별에별 생각이 다 들더라. 그러다보니까 지금의 무기력한 나로 머물면 안되겠다는, 다시 부지런하고 열정 가득했던 시절의 나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려나? 그렇게 하여 한꺼번에 치우자는 생각에 한없이 쌓아놨던 짐을 치워갔다. 바닥에 쌓인 먼지도 치우고, 물로 닦고, 버릴 것들은 내다 버리고, 책장을 정리했다. 책장을 정리하면서 가장 많은 생각을 한 것 같다. 책상 위에 올려져있던 이 수많은 책들을 방학에는 읽겠다고 다짐했던 예전의 내가 떠올랐다. 바쁜 세월동안 이 책들은 그저 책상 위에서 자신의 위에 쌓이는 쓰레기더미 아래에 파묻혀있었다. 2학기 때 읽고 싶었던 책들 위주로 정리하면서 이번에는 계획을 철저하게 하여서 꼭 독서를 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벌써 이년전이 되어버린 수험생활 때 썼던 스톱워치도 발견했는데, 아직 작동이 되어서 시간을 조정해놓았다. ‘집중’이라고 써져 있는 스톱워치를 보면서, 그 때 내가 얼마나 죽기살기로 공부를 했는지 다시 떠올렸다. 정말 독하게 공부했다. 그런 순간이 다시 올 수 있으려나, 이루고 싶은 것을 위해 나머지를 희생할만큼 간절하던 때.

정리된 책상 위에 노트북을 올려놓고 다시 인터넷창을 켰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유튜브창이 아니라 여러 참고자료 사이트들을 열었다는 것? 이런저런 레퍼런스들을 보면서 이학기에는 이러한 작업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차곡차곡 채워나갔다. 사실 방학동안에는 이렇다할 정도로 아무 작업을 안 해도 될까?라는 생각이 중간중간 들기도 하였는데 외면을 해왔다. 어짜피 할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고, 있어도 자느라 바빴겠지. 그런데 다시 여러 작업물들을 보니,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 많고, 나도 그들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영상작업을 하고 싶은데 자신이 없어서 다른쪽으로 눈을 돌렸으나, 순간적으로 그곳의 소개영상을 보고선, 배경음악을 찾아서 매일매일 들으면서 그 꿈을 키워갔던 학기초의 내가 떠올랐다. (지금도 그 노래를 들으면서 기록 중이다.) 붙고 나선, 과제를 내야하면 조금 귀찮아서-혹은 다른 과제들의 뒷전으로 밀려나서-언제나 생각한 것보다 퀄리티가 낮은 작업물을 내곤 했는데, 그것이 지금 생각하면 참 아쉽다. 영상 소모임에 붙었을 때 꿈만 같았는데, 작년에 이 과에 와서 영상 작업을 하면 이 사람처럼 멋진 작업을 할 수 있을까?했던 사람들과도 인연이 닿게 되었는데, 또 기회가 생겨 그 사람들과 작업을 하고 있는데, 어느새 나는 그순간의 벅참과 설렘을 잊고 지냈다. 다행스럽게도, 지금 다시 그 감정이 고개를 들고 있다.

(보드가 머드쉐이크 초코 맛있다. 깔루아밀크랑 비슷하기도 하고. 근데 도수 약하다고 벌컥벌컥했다가 볼터치한거 같이 됨. 뉴질랜드 나빠! 이렇게 맛있는 걸 만들면 어떡하냐 진짱)

어쨌거나 이학기에는 다시 일학기 때의 그 열정으로, 설렘으로, 꾸준함으로, 돌아가고 싶다. 물론 일학기 때가 내가 완벽한 노력을 기울인 것은 아니지만... 아 그럼 바꾸자. 일학기 때보다 더 열심히 살고 싶다. 앞으로 더더더더더 열심히 살고 싶다. 과거의 나와 경쟁을 해서 이기고 싶다. 열정 경쟁!!!! 아래에는 이학기 때 해내고 싶은 것들을 기록할 생각이다. 일종의 위시리스트 메모다. 지칠 때마다 이 노래를 들으면서 읽으면서 힘이 되길. 다시 태어나길. 지쳐도 다시 힘을 낼 수 있길. 지치면 한 번 쉬어가도 포기하지 않길! 남은 이주의 방학, 그리고 이학기, 잘 부탁해 나의 체력, 정신력아! 버텨줘!

0. 독서 - <병역거부, WRI> - <교과서 밖에서 배우는 역사공부, 정은교> - <이상한 정상가족, 김희경> - <말, 사르트르> - <자본2, 마르크스> : 세미나 계획중 - <자본1, 마르크스> : 방학 세미나 복습 1. 책표지 디자인 작업
2. 여행 다녀온 후기 : 사진, 영상 콜라보 3. 단체 아카이빙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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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정말로 좋아하는 베이컨. 그가 만들어내는 일그러진, 그래서 알아볼 수 없는 형체, 그리고 거기에 섞인 오묘한 색감까지. 그의 그림의 모든 부분을 나는 빠짐없이 좋아한다.

1. 왜 나의 일기장(언제부터 일기장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은 항상 후회와 반성으로 가득한지 모르겠다. 나는 왜 이렇게 후회할 짓을 할까. 그리고 과거에 고백했다시피 그 후회는 대부분 나의 게으름으로부터 온다. 그런데 사실 잘 모르겠다. 요새 나는 왜 이렇게 피곤한지. 한가지를 해도 제대로 하리라는 다짐은 어디로 던져버리고, 또 나는 여러 가지를 시작하여 그 모두를 다 제대로 못 하는 불길함을 느끼는지. 무엇 하나 제대로 하는 것도 없는데 왜 또 몸은 이렇게 피곤한지. 책을 읽다가 잠시 머리 식히려고 10분동안 자는동안 나는 왜 극도로 피곤할 때만 꾸던 자각몽을 꾸었는지. 나는 왜 지금 극도로 피곤한 것인지. 당최 하나도 모르겠다. 어찌되었거나 나는 또 한 번의 반성을 하려고 글을 쓰고자 한다. 저번 일기를 기점으로 나는 또 게을러졌고, 항상 부지런하고자 하는 것은 글 쓰는 그 순간 뿐이었다. 너무나도 더운 여름이 나를 너무 피곤하게 만드는 것이다, 라는 변명을 해보겠다. 무엇 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없다고 느껴질지라도 나름대로 이 모두를 끝까지 포기하지는 않고자 오기를 부리는 중이다. 끝까지 끌고 가면 무엇이라도 남겠지, 가 나의 습관적인 변명이다. 그런데 사실이기도 함. 일단 끝내지 못 한 팀플이여도 일단 나가면 좋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많은 활동을 하면서 많은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나마 최고로 위로가 되는 것은 이러한 새로운 인연을 맺는다는 점이다. 책을 꼼꼼히 읽고 가지 못한 세미나여도, 세미나에 일단 가면 무언가를 얻어서 온다. 특히나 오늘 세미나에서는 오랜만에 한 집중 덕분에 꽤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저자의 생각을 짚어가는 과정은 정말 말그대로 어렵다. 일단 그와 나는 동시대에 살고 있지 않고, 그렇다고 공통된 국적, 성별, 등등이 아니기에 그가 하는 말을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그리고 몇몇 부분들은 그냥 재미 자체가 없다. 집중이 너무 안 된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나에게 확 꽂히는 부분들이 있고, 이를 파고드는 것은 보통 재미가 아니다. 이를 나중에 유의미한 논의로 끌고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설레기도 한다. 과연?? ?? 흠. 일단 책을 꼼꼼히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다짐을 여기에 써둬야겠다.

2. 무지개 색깔의 테이프에 ‘좌시하지 않겠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 것에 꽂혀서 사게 된 텀블벅 굿즈. 같은 세미나를 듣는 분들께서 활동하고 있는 단체에서 만든 것이다. 무언가 같은 관심사(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고자 하는)를 가진 사람들과 같은 무언가에 대해 공부를 한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과 이에 대해 논의를 한다는 것은 매우 멋지고 재밌는 일이다. 슬픈 것은 내가 아직 공부가 부족하기에 더욱 활발한 논의를 할 수 없다는 점... 이를 위해서는 게으름을... 어서 빨리... 극복해야 해...!!! 조금이나마 게으름을 줄여보고자 독서기록장을 만들었다. 그저 엑셀이라는 허접한 포맷이지만, 그래도 나름 기입하는 것에 ���듯함을 느낀다.

3. 여름이 너무 더워오. 후덥지근하고 숨이 막히는 날씨에오.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는 것은 정말로 정말로 원치 않지만, 에어컨 없이는 버티기가 힘든 날씨에오. 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까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오. 지구와 친하게 지내고 싶어오...

4. 몇년째 하는 다짐 중에 꼭 달이 이쁘게 찍히는 렌즈를 사는 것!이 있는데, 돈이 모이지 않아서 fail. 아, 렌즈하니까 생각 났는데, 요새는 작업도 게을리 한다. 정말 못말리네... 남은 한 달의 방학은 이렇게 보내면 안되는데. 아, 그리고 예전에 쓴 글 중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들이 있어 수정을 해보자면... 흡연자에게 흡연을 같이 하러 가자고 권유한 것...이다. 글에는 명시되어 있지 않아서 자칫 잘못 읽으면 엄청나게 못된... 아무튼 그러하다. 오늘의 일기는 여기서 끝. 긴 여름, 다시 힘내서. 알차게 보내자.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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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이제는 항상 밤이 오기를 기다린다. 밤이 되면 집의 밝은 형광등이 다 꺼지고, 거실이 온통 캄캄해진다. 그리고 온가족이 잠이 들면 드디어 내가 항상 기다리던 나만의 시간이 온다. 그때 담배를 피면, 온통 새카만 공간 가운데에서 담뱃불만이 빛난다. 어디에 말하면 허세 부리는거 같다는 이야기를 들을 것 같아서 이곳에만 털어놓는 것이 아쉽지만, 분명 누군가는 공감할 거다 정말로. 요새는 담배를 피면 정신이 멍해진다. 쉴새없이 잡생각을 하던 내가 그순간만큼은 그냥 그 순간을 즐기게 되는 것이 너무 신기하다. 생각이 너무도 많아서 가동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정신이 맑은 가운데 멍하다는 것, 너무 상쾌한 경험이 아닐 수가 없다. 담배 필 때는 항상 Hard feelings라는 곡을 듣는다. 그 곡만큼 시원하게 귓속에 울려퍼지는 노래를 아직 못 찾았다. 웃기게도 처음 담배를 혼자 피기 시작한 것도 이 곡을 알고나서부터다. 소모임에서 어떤 친구가 영상에 이 곡을 사용했는데, 그때 처음 듣고 꽂혔던 기억이 아직도 난다. 계속 귓가에서 맴돌던 그 노래를 비로소 찾게 되었을 때 처음으로 담배를 사서 피웠다. 그때는 밤이 조금 추웠던 봄인데, 과제를 하려고 학교에서 밤을 새려고 할 때면 문이 잠기는 늦은 11시 직전에 나가서 담배를 피며 이 노래를 듣는 것이 소소하고도 큰 기쁨이었지.

1 생각해보면 정말 많은 것이 변했다. 전에 다니던 학교에서는 담배를 피던 주위 친구들에게 몸에 좋지 않으니까 끊는 것이 어떻냐고 권유하고 다녔는데, 지금은 내가 이렇게 피고, 권유하러 다니고. 예전 친구들과 만나게 된다면 엄청 어이가 없을 수도. 또 문득 든 생각은 난 참 좋은 가족을 가졌다는 것 정도. 학창시절에는 가족 때문에 정말 많이 힘들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종교적인 문제로 엄마와 아빠가 자주 싸웠고, 아빠는 결국 집을 나갔고, 엄마와 할머니는 아빠의 사랑을 온전히 받지 못할 나를 걱정하여 엄청난 사랑을 주었다. 그러나 결국 그 사랑이 집착으로 변하여 나를 과하게 옭아매게 되었고, 또 어쩌다 연락이 닿은 아빠는 나에게 처음 한 말이 ‘교회를 가자’는 말이었다. 그래서 중학교 때는 공부를 거의 하지 않았다. 종종 나쁜 일탈 행동도 했는데, 뜬금없지만 술도 마시고 학교도 안 나갔던 그때조차 담배는 피지 않았다. 정말 내가 담배를 피게 될줄은 몰랐다. 어쨌든 학창시절 그 안에 있던 나는 항상 불행했는데, 사실 그러면서도 행복했다. 지금은 연락을 끊었지만 다양한 친구들과 많은 추억을 쌓았다. 학교를 가지 않았을 때는 친구 집에 가서 놀거나, 피씨방에 가서 게임을 하거나, 혹은 학교와 가까운 계곡에 가서 놀았다. 엄마도 내가 하도 학교에 가지 않으니까 담담해진 바람에, 중간에서 애꿎은 담임선생님만 발등에 불이 나랴 날 찾아다녔던 기억이 난다. 오랜만에 보고싶은 선생님. 중학교 2학년 때 선생님은 종종 기억이 난다. 붙잡지 않을테니 학교에 와서 점심을 먹고 가라는 말에 깜빡 속아서 밥을 먹고 가방을 가지러 교실에 갔는데 선생님께서 대기하고 계실줄이야. 놀랐으면서도 고마웠다. 1학년 때는 추운 겨울에 체육시간에 나가기 싫어서 교실에 숨어 있다가 걸려서 엉덩이를 10대인가 맞았는데, 속바지 안에 휴지를 뭉쳐 넣었다가 첫 한 대가 너무 쎄서 그 휴지가 온통 밑으로 밀리는 바람에 나머지를 고스란히 맞았다. 그순간에는 눈물 나게 아팠겠지만, 지금은 웃음거리로 친구들에게 말하곤 한다. 그리고 그때쯤 다니기 시작한 학원에서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인연이 닿았던 친구를 만나게 되었는데, 지금은 역시 연락하고 지내진 않지만, 그리고 인연의 끝이 좋지도 않았던 친구지만, 그 친구와 함께 했던 추억만큼은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정말 나와 잘 맞았던 친구였고, 고등학교 때도 항상 붙어다녔고, 한복처럼 긴 치마를 조금 줄인 것을 갈아입고 주임 선생님을 피해다니던 추억과, 열감지 시스템이 있는줄 모르고 학원 교실에서 불을 꺼놓고 통닭을 뜯어 먹다가 그대로 쫓겨난 적도 있다. 학원에서 새벽 1시까지 공부하고 7시에 학교에서 다시 함께했던 친구니까,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매일 함께 했다고 볼 수 있다.

2 추억팔이에서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지금의 나도 행복하다. 그때와는 한참 다른 사람이다. 가장 변한 것은 내가 사회의 일원으로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노력한다는 점이다. 물론 신기하게도 대학교에 들어오기 전에도 종종 이런 생각을 했다. 지금의 세상이 불공평하고 바뀌어야 함을, 그리고 그 세상을 꿈 꾸었다. 정말 비겁하고 슬프게도, 수능을 위해 달리던 때는 그런 생각을 제쳐두었다. 당장의 눈앞이 불안정하고 급박한데, 그런 것들을 볼 시간이 어디있어 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난 정말 태생부터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수많은 철학자들만큼 똑똑하지는 않지만, 철학적인 생각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기에, 국어 지문에서, 논술 지문에서 만나는 수많은 지문들 속에서 의문이 드는 것들, 감명 깊은 것들의 꼬리의 꼬리를 무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3 요근래 내가 가장 기뻐할 때는, 내가 sns에 공유한 글들에 공감할 때이다. 친구들과 이야기해보면 당연하게도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거나, 내가 관심가지는 사회문제에 무관심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예전에는 그저 슬펐다. 너 역시 불평등한 세상의 피해자일 수도 있고, 그러한 세상을 함께 바꾸어나가야 하지 않을까? 왜 이렇게 답답할까. 절망적이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친구들을 만나면 첫째로는 나를 되돌아본다. 내가 친구가 공감할만한 이야기를 했는지, 내가 잘못 생각한 것은 아닌지를 생각해본다. 그 다음으로는 그 친구가 나와 다른 생각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일지 생각해본다. 그래서 일단은 최대한 편하게 그 친구와 이야기를 한다. 정말 고맙게도 많은 친구들이 나를 좋은 리스너, 파트너라고 생각해 주어서인지 나에게 많은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해준다. 뭐, 그냥 솔직한 친구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열에 아홉은 그 친구가 그러한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정신분석학에 혈안이 되어있어서 그럴 수는 있지만, 사람이 어떠한 생각, 태도를 갖게 된 데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마지막으로는 그 친구를 기다린다. 그 친구가 스스로 관심을 가졌으면 하며 나는 계속 그러한 글들을 전체공개로 내 sns에 공유한다. 그리고 가장 벅차는 순간이 찾아온다. 무조건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 했던, 모든 사람들의 최종 목표가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냐던 친구가 부당하게 노동자를 해고했다는 규탄글에 공감을 표하거나, 동물권과 역사 문제에는 관심이 있지만 가끔씩 자신도 모르게 혐오 표현을 하던 친구가 모든 비속어가 혐오 표현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에 공감을 표한다. 그런가하면 기대도 하지 않았던 연락도 안 하는 남성 동창이 여성인권은 여전히 지금 시대에도 낮고, 여성이 지금까지 겪어오던 억압에는 관심없고 그들의 과격함에만 집중하는 지금의 남성들을 지탄하는 글에 공감을 표한다. 물론 그들이 아무 생각 없이 공감 버튼을 눌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친구들은 나의 다른 글들이 아닌 그런 것에만 공감을 눌렀기에 나는 희망을 갖고 있다. 가족들과도 마찬가지이다. 가족이 편한만큼 그들에게는 조금은 격하게 주장하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그리고 유하게 말을 하면 세대도 세대인지라 좀처럼 의견이 좁혀지지 않기도 한다), 예전에는 그저 꽃뱀이라고 치부하고 피해자를 손가락질하던 가족들의 생각이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인다. 내가 지금 흡연자임을 떳떳하게 말한 것도, 가족들이 나의 그러한 행동을 이해해줄 것이라고 믿어서였다. 나의 흡연 사실에 엄마와 할머니는 (물론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그저 비타민을 챙겨먹고, 물을 많이 마시라는 말을 해주었을 뿐이다. 지금 나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세상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할 수 있음을 믿는다. 더 많은, 강한 공감을 필요로 하겠지만 그래도 변화는 시작되었다. 벅찬만큼 나역시 더 열린 태도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 많이 배우고, 그 배운 것들을 나누고, 더 목소리를 내야 한다. 산을 삥 둘러가는 길을 갈 때면 항상 생각한다. 차 바로 주변의 풍경처럼 세월은 빠르게 지나가지만, 저멀리 보이는 산, 나의 목표, 이상향은 그대로이다. 나는 그곳을 향해 가고 있다고 확신한다.

4 이 세상에서 진리를 논하기는 쉽지 않다. 모두들 그들만의 고유한 생각, 가치관, 태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누가 옳다그르다를 함부로 말할 수 없다. 누구에게도 그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 모두가 소중한 존재이고, 그렇기에 모두가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도 차별 받지 않고 혐오의 대상이 되지 않을 권리가 있다. 누구도 적어도 굶어서, 혹은 잘 공간이 없어서, 혹은 소외 받아서 자신의 삶을 포기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 이를 외면하게 되면 나 역시도 방관자가 된다.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책임이 있다. 내가 사는 이 세상이 조금이라도 좋은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죽은 뒤의 세상은 더 좋게. 그 뒤에는 더 좋게. 모든 사람이 자신의 위치에서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 우열을 가리는 것은 바보 같다. 모두가 자신의 자리가 최고라고 자신할 수 있어야 한다.

5 더 이상 나태할 시간이 없다. 내가 ���아있는 동안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나는 더욱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여유는 그 안에서 찾아야 한다. 정말로 이젠 나태와 작별해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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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밀렸던 분량을 쓰는 것인지라 좀 많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사진과 글이 관련이 없을 수도 있다. 아무래도 상관없다. 나를 위한 글이니깐.

1 날씨는 많이, 더 많이 더워졌다. 차라리 비가 기다려지기도 한다. 내가 좋아하는 비가 내리는 날이 되면 어떠한 일도 나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는다. 적당히 시원한 바람에, 적당히 차가운 비만 있으면 된다.

2 변화가 두렵다. 갈망하면서도 무섭다. 한편으로는 겉보기에 어설퍼 보이지는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겉모습이 무슨 상관인가. 답답하다.

3 나는 왜 글을 파편적으로만 파악할까. 예전부터 글을 읽고, 쓰고, 논술을 준비할 때 등등 많은 사람들이 내가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본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디테일에 매몰되어서 전체적인 그림을 보지 못한다는 거겠지. 사실 글뿐만이 아니다. 그걸 요근래 와서 많이 느낀다. 오늘도 발제를 해가야 했는데, 분명 부분적으로는 이해가 (아주 온전히는 아니더라도) 되는 것 같은데-이해부터가 안된것일지도 모르지만 발제를 위해서 요약하려고 보니 앞문단과 뒷문단을 어떻게 이을지 도저히 감이 안 왔다. 그래서 또 안 좋은 버릇, 하기 싫으면 미루어두기가 발동되었다. 사실 수식이 나올 때도 잠깐 멈추고,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멈추고. 그러다가 결국 발제를 끝마치지 못했다. 낯부끄러운 거, 자존심 금 가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나 때문에 기다린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었으니 너무 미안한 마음이다. 본인이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는 시간인데,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아는 본인이기에 더욱 그렇다. ㅡ 그걸 알면 좀 열심히 하지. 이미 지난 다음에 후회하는 것은 내 본래 스타일이 아닌데 오늘은 자꾸만 후회를 하게 된다. 글을 잘 쓰고 싶은데, 잘 쓰기까지의 과정이 싫다. (음... 글쎄 싫은건지는 조금 더 생각해봐야겠다.) 많은 것들이 지금의 내게 그렇다. 그림, 영상, 공부. 노력이 귀찮은걸까, 아니면 내가 못 하는 것을 알기에 외면하는 걸까. 꿈은 고래인데 지금은 내가 새우인 것이 부끄러운 걸까. 연습하면 나아질텐데, 항상 그 과정이 어렵다. 입으로만 백번 노력하자고 되뇌이지만, 결국에는 침대행이다. 나약하다. 볼품없다. 움직이지 않으면 난 평생 새우다.

4 변화가 두렵다. 혹은 그것까지 내가 노력해야할 것들이 너무나도 산더미 같음을 알기에 그 과정이 두렵다. 그러면서도 나는 욕심쟁이다.

5 사실 나의 변화를 막는 가장 큰 것은 나태, 그리고 나의 저질스런 체력이다. 둘의 합작이 썩 볼만하다. 게으른 나를 의자에 꽉 잡아줄 엉덩이 힘이 없다. 둘 중 하나라도 있었다면 괜찮았을텐데 아쉬울 따름이다. 그나마 아직까지는 학생시절에 봤던 사주팔자들에서 ‘머리가 나쁘지 않음’이라고 말했던 것에 의지하며 살고 있다. 물론 이것 또한 자기위로일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이유는 전자로 댄다. 그리고 그것이 ‘핑계’임을 어필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정말로 후자로 ‘핑계’대고 다녔다간 나도모르게 이를 진짜 이유로 믿고 자기위로할까봐 싫다. 사람은 보고픈 것을 보고, 믿고픈 것을 믿으니깐. 그래서 나는 나자신에게 더욱 각박하게 대하기도 한다. 이런쪽으로 나를 속이고 과하게 몰아세우기도 한다. “넌 왜 이렇게 게으른거야!!!” 사실 정말 피곤했고, 피곤하다. 앞으로도 피곤하겠지. 이놈의 피로는 죽을 때까지 안 풀리겠지 싶다. 너무 피곤할 때는 그나마 젊을 때 자발적 안락사를 하는 상상을 한다. (주변에 이것을 원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왜 4월 이후로 생리를 안 하는지 모르겠다. 산부인과 가봐야 하는데 또 귀찮고, 시선도 짜증나고. 왜 7월 14일은 그렇게도 더웠으며, 또 습했으며,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다섯가지에 꼭 꼽는) 사람 많은 장소에서 많은 사람들과 10cm 거리로 호홉을 마주했으며, 그렇게 숨이 막히고 머리가 어지럽고 빈혈이 올랑말랑한 아찔하고 불쾌한 장소에서 버텼을까. 차라리 그 장소에서 잠깐이라도 나왔어야 한다. ���건 정말 후회한다. 거기서 기가 쪽 빨린 이후로는 생활 패턴이 무너졌다.

6 그래 뭐 지난 일을 후회해봤자 뭐가 달라지겠냐 만 서 도 요새는 후회가 많이 쌓인다. 마음이 나약해졌나 보다. 빈활 때 친구가 나를 ‘불만에 대해서 엄청나게 솔직한 사람, 그렇지만 그만큼 속도 단단한 사람’이라고 이야기해주어서 엄청엄청 좋았고 마음에 들었는데 요새 나는 왜 이러나 몰라. 똑땽

7 <안전제일>이라는 문구 아래에서 안전하지 못하게 노동해야 하는 세상은 싫다. 이런 기만이 어디 있겠어. 안전한 세상을 만들자. 모두가 일하기 좋은 세상을 만들자.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자. 약자 혐오, 불평등이 사라진 세상을 만들자. 나를 위해, 나의 행복을 위해.

8 빈활(반빈곤연대활동)에서도 동지들과 이야기한바 있지만 내가 학생운동, 사회운동을 하는 이유는 온전히 ‘나를 위해서’이다. 일단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내 주변 사람들이 행복해야 한다. 내 주변 사람들이 행복하기 위해선, 그들 주변 사람들이 행복해야 한다. 그런데 이 지구는 생각보다 좁아서, 몇다리만 건너도 아는 사람이 수두룩하더라. 그리고 거기에는 수많은 약자가 있다. 그들과 연결된 나 또한 약자이다. 우리는 스크럼을 짜야 한다. 기득권을 설득하기 위해서, 혹은 그들과 싸우기 위해서. 싸우고 싶어서 싸우는 사람은 없다. (싸우고 싶어서 시비를 거는 사람도 분명 심리적인 무언가가 작용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데, 이건 내가 정신분석학의 엄청난 덕후여서 그럴지도 모른다.) 아무튼 나는 싸운다. 평화와 평등을 위해서 싸운다. 약자에 대한 혐오(사실 모든 혐오가 사라졌으면 싶지만, 나또한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쉽사리 미워하기도 해서, 아직은 자격이 되지 않는다)와 차별이 사라진 세상을 위해서 싸운다.

9 좋은 것만 보고 편히 살기에는 너무 많은 것들을 봐 버렸달까. 그리고 운 좋게도, 혹은 운이 나쁘게도 나는 정의로운 사람이다. 정의로운 사람이고 싶은 사람이다.

10 그러니까 아무리 교수라도 초면부터 반말은 삼가자. 그게 처음 보는 사람에 대한 예의잖니?

11 변화 뒤 나의 모습을 상상하면 설렌다. 그러니까 바뀌자. 응?

12 일학기 때 썩 좋은 성적을 받지는 않았지만, 정말 놀랍게도 일학기 이후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 그저 녹으면 끈적거려서 짜증났는데, 지금은 녹아내린 표면과 녹지 않은 그리고 내가 수저로 긁은 표면이 너무 아름다워 보인다. 둘의 조화가 좋다. 덮을것만 같이 아슬아슬하면서도, 둘은 잘 어울린다. 녹아내린 표면은 마그마 같이 강렬하지는 않고, 로션 같이 매끄러우면서도 포근해 보인다. 이와 대조되는 표면은 마치 거미줄에 엉킨 흙모래 같다. ASMR로 모래를 깎는? 소리를 평소에도 즐겨 듣는데, 그 소리가 떠오른다. 이것에 색을 입힌다면 나는 선홍색을 입히고 싶다. 마음속 깊은 곳으로 흘러들어가는 약간은 연한 색의 혈액 같지는 않을까.

13 혈액이 굳었다.
0 쓸 게 아직 한창 남았는데, 졸리니 생각이 나지 않는다. 유난이 아니라 정말 나 나이 먹은건가. 자다 일어나서 다음에 써야겠다. 지금은 새벽 오시 사십분. 나는 언제 일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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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지막 과제를 끝마치러 가는길. 내가 정말 좋아하는 길(사람 없는 한적함, 고층 빌딩이 아닌 옛 건물이 많은)인데, 이렇게 낯설어보이다니. 대체 얼마나 이 길을 지나다니지 않았던 것일까. 올 여름에는 작년에 자주 갔던 카페도 가고 그래야겠다. 꼭 꼭!
2. 제본을 마치고 !!!! (과제 마감보다 한참 늦어진 제본-그보다 더 늦은 제출이였지만) 뿌듯하다. 정말 잘한 친구들도 많았지만 (그래서 놀랐지만) 내가 만든 것에 특별한 애정이 가는 것은 당연하다. 나의 취향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겠지. 빨리 2학년 때 타이포그라피 수업을 듣고 레이아웃에 대한 감을 기르고 싶다. 3. 드라이기 소리가 신기한지 무서운지 거슬리는지 그도 아니면 감미(?)로운지 내방문 앞에 삼삼오오 모인 우리집 애옹이들. 나의 사랑. 행복. 4. 치과를 다녀온 후 엄마랑 밥을 먹고 집까지 걸어가는 중이다. 사랑니 두개가 말썽이다. 잇몸이 곪았다. 말썽인 것들을 뽑아야 하는데, 바로 내일부터 다음주까지 일정이 꽉 차서, 그리고 그 일정을 모두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욕심 많은 나는 수술을 이주뒤로 잡았다. 엄마랑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집까지 걸어가는 길이다. 하늘색이 이쁘다. 이뻤다. 5. 그리고 그 다음날의 약속. 선배 졸전 앞풀이 현장. 소수정예를 선호하는 나인지라 역시나 사람들이 많은 자리에서는 쉽사리 입을 떼지 못했다. 않았다. 그럴 마음이 없었다. ‘많은’ 낯선 사람들과의 대화는 항상 스트레스이다. 그대신 그 숫자만 적어져도 금새 마음이 편해진다. 오랜만에 느낀 설레면서도 편한 자리가 그날 늦은 11시 정도부터 시작되었다. 참, 그 사이에 고양이 한마리가 가출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사라진건 훨씬 전인 오후. 세번째 사진에서 윗줄 왼쪽에 자리한 아이이다. 일주일 전부터 날 한창 좋아해주던 친구라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도 집을 찾아왔고 나도 맘을 놓고 술자리를 즐길 수 있었다. 집에서 좋은 노래를 들으면서 담배를 피는 것이 이렇게나 멋진 일인지. (그것도 비흡연자들의 동의와 함께!) 담배를 갈아타야겠다. 팔리아멘트 하이브리드 원 정말 깔끔하다. 그래서 옆자리 친구의 것을 셋이나 얻어내었다.
* 학기가 끝나자 또다시 나태함이 찾아온다. 소모임 과제가 하기 싫어 미루는중이다. 그렇다할 생각이 불거져 나오지 않는다. 괜시리 하기 싫어 레퍼런스만 찾아 본다. 그러다가 2학기 중에 갈 일본 여행을 상상한다. 교토를 가고 싶다. 그런데 교토라고 이야기했다가 도시를 갔으면 하는 엄마와 의견이 맞지 않아 혼자서 열을 올린다. 다시 애프터이펙트 과제를 무엇으로 해야할지 생각해본다. 그냥 쉬운 것으로 대충 때울까 하는 생각은 잠깐, 어쨌거나 결과물이 나오는 것이라면 대충 하고 싶지는 않다. 내일까지인줄 알았는데 오늘 자정까지라고 한다. 그래도 열두시간이나 남았다 싶지만, 내일 떠날 여행길의 짐도 싸야 하고 잠도 자야 하고. 어쨌든 일본 숙소 먼저 예약했으니 기대��다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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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지금까지의 학교 생활을 일기로 남겨두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든다. 파이널 기간인 지금에 이렇게 딴짓을 하지만, 딴짓을 하는 시간은 밥을 먹는 시간이나 담배를 피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딴짓할 시간도 없으며, 대부분은 잠과 고군분투하고, 그럼에도 피곤하고, 이 와중에도 수많은 과제는 해내야 하기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나의 좋은점이자 나쁜점은, 바로 스트레스를 받기 전에 외면하고 포기한다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한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겠다. 며칠 전 6월 8일, 첫 파이널 ���제 제출이 끝났다. 처음에는 온갖 기교를 부려 영상을 만들고 싶었다. 물론 그 방법이 절대 별로라는 것은 아니지만, 나의 손짓, 교수님의 표현으로는 몸짓이 덜 들어간 것은 아닐까 하여서 형식을 조금 더 고전적(?)으로 바꾸어보았다. 플립북을 만들어 스캔하고, 이를 디지털 화면 속에서 재구성해보고자 하였다. 문제는 형식을 과제 제출 일주일 전에 바꾸었다는 사실이다. 나는 항상 마음 속 가득한 욕심에 비하여 끈기가 부족한 편이였다. 머릿 속으로 상상하는 것이 방 한 가득 채워진다고 하면, 그 중에서 현실로 실현되는 것은 손바닥 안에 들어온다고 생각하면 된다. 끈기가 부족해서도 있지만 또 다른 이유는 나의 능력이 그에 아직은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나는 플립북의 형상들과 조금의 기술을 이용하여 내 머릿 속에서 그려지는 멋진 영상을 위해 준비하기 시작했다. 나의 몸짓을 담아낸 영상을 찍고, 이를 다시 그렸다. 몸짓들만 그려내도 거으이 400장이였기에, 배경이 따로 필요하지 않았던 것은 천만다행이다. 아무튼, 부족한 나의 능력과 게으름 덕분에 과제 제출 전날 밤에 과실로 달려가 이 모든 것들을 스캔하였다. 스캔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고, 이를 다시 영상으로 만드는 것 역시 오래 걸렸다. 머릿 속에서 상상하던 것들은 항상 100% 구현된 적이 없다. 그때부터 지금이 비상 상황임을 인지했다. 제출까지는 12시간 남짓 남았고, 그마저도 중간에 시험 범위조차 모르는 시험이 하나 껴 있었다. 그렇게까지 집중하여 무언가를 한 것이 오랜만이였다. 9시간 동안 딴짓 하나 없이 영상을 만드는 것에 몰두하였다. 나도 딴짓을 하지 않을 수 있구나 새삼 깨달았다. 그렇게 현실과 엄청 많이 타협한 과제를 겨우 수업 시작 10분 전에 완성하여 ���고 갔다. 얼렁뚱땅한 과제이기에, 교실까지 걸어가면서 원래 정했던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게 다시 내용을 짜고, 제목을 짰다. 자괴감이 들었다. 이렇게까지 준비되지 않은 과제를 들고 간다니. 정말 잘 해보고 싶었던 과제였기 때문에, 그만큼 기분도 울적하였다. 나는 같은 수업을 듣는 친구들의 작업에 매번 고무되었다. 생각지 못한 좋은 작업들에 항상 감탄했다. 내가 배정받은 반 수업이 아니였지만, 이 수업을 들은 것은 이번 학기 들어 두번째로 가장 잘한 일이라 생각한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이야기하겠지만, 첫번째로 가장 잘한 일은 영상 소모임에 들어간 것이다. 과제 발표를 할 때 매번 그런 것처럼 반응이 딱히 없었다. 물론 모두가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모두가 집중을 하여 봐주었다. 왜 반응이 없을까 생각해보면, 내가 다른 반에서 온 이방인이여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자기 위로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뿌듯했던 것은, 내가 평소에 좋아했던 작업을 한 친구들이 따로 좋은 평가를 해주어서이다. 이만으로도 나는 충분하였다. 나는 모두의 인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원하는 사람들의 인정만 있으면 충분히 행복하고, 고무된다. 기분탓이겠지만, 수고하였다고 하는 교수님의 톤도 그리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물론 정말 기분탓일 것이다.) 일주일 뒤, 정말 마지막 수업에는 과제 설명문과 나의 작품을 전시하는 모습을 담아서 가야한다. 마지막 기회라고 할 수 있겠다. 그때까지 과제를 보충하여 만족하는 결과를 만들고 싶다. 여름방학에는 9월에 할 다른 학교들과 연합 전시를 준비하고, 선배의 졸업 전시 준비에 투입되었다. 후자의 포지션은 조명인데, 많이 배워가고 싶다. 실제 현장에서는 아기로 들어간 사람들은 잡일을 하기 일쑤인데(잡일이라고 이름 붙여도 될지는 조금 더 생각해볼만한 것이지만), 잠깐이라도 조명을 직접 만질 수 있음에 감사한다. 몇년 뒤에는 나도 졸업 전시를 하겠지.
1. 친구의 집에서 친구가 해준 동치미 냉면을 먹고 피곤에 쩌든 나는 거의 바닥에 기절하여 잠이 들었다. 요새 들어 식곤증이 더욱 심해진 것 같다. 신기하고 걱정되게도, 이번 해에 들어 생리도 두달에 한번 하는 꼴이다. 집에 가는 길 지하철, 내가 앉은 자리에서 바로 보이는 화면이 이상하다. 이상한만큼 멋졌다. 마음에 들어서 찍었다. 2. 풀 뒤에 숨은 전등이 만들어낸 바닥 위 그림! 매일 밤에 나를 반기는 풍경이다. 3.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사진을 참 좋아했다. 지금도 좋아한다. 내가 영상 작업에 몰두할 때 사진 작업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욕심이 또 난다. 하지만 둘 다 하기에 지금은 너무 벅차다. 지금은 이렇게 순간을 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할 터이다.
4. 흔들리지 않았지만 흔들린듯한 그림자
5. 세피아 빛의 공사장. 지금은 모든 것들이 잠드는 시간이기에 고요하지만, 낮이 되면 다시 시끌벅적해질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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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눈이 엄청 많이 왔어. 그런데, 문득 고등학교 시절에 김수영 시인의 <기침을 하자>에서 눈은 ‘생명력’의 이미지라고 배운 게 떠오르는 거야. 그래서 말인데. 이틀 전에 너는 나와 다른 세상으로 떠났지만, 너는 그 곳에서 새로운 생명을 얻지는 않았을까? 이틀 전은 나에게는 뼈저리게 아픈 날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너에게는 새로운 삶을 살게 된 날인거야. 그리고 오늘 내린 눈은 새로운 생명을 얻은 너를 축하하기 위해 내린거지. 너의 그 가사처럼, 작별과 만남의 인사를 동시에 해야할 것 같은 기분이야. 안녕, 또 다른 안녕.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어.
평생 괴롭지 않을 세상에서 새롭게 태어난 걸 축하해. 항상 푸른 밤을 보면 너가 떠오를거야. 수고했어, 푹 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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