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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히지] 엘레지

1의 키워드는 자정, 반지하방, 그랜드 피아노, 처절함 입니다! 잘 엮어서 연성해보세요! 파이팅!

[긴히지] 엘레지

별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밤, 부드러운 그랜드 피아노의 선율이 들리자 긴토키는 자동적으로 눈을 떴다. 위태롭게 들리는 음의 향연들, 또 시작이야. 긴토키는 중얼거리며 귀를 막았다. 듣기 싫은 소리. 평소에 히지카타가 자주 들려줬던 피아노였다. 난 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다며, 아주 장난스러운 미소를 띄며 말했다. 우울한 소리를 흘려보내는 피아노 소리는 자신의 귀에 울렸다. 우웅- 우웅. 그것은 귀를 막아도 들렸다. 듣고 싶지 않다고 들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건, 실제로 들리는 소리가 아니었기 때문에.

마치 머릿 속에 라디오라도 켜놓은 듯 정지되지 않고 재생되는 소리는 자신을 미치게 했다. 잊지 않은 히지카타를, 긴토키가 히지카타를 잊지 않으리라는 것을 믿지 못하기라도 하듯 잊지 마. 잊지 마. 하며 긴토키의 뇌에 지나칠 정도의 자극이었다. 모순되게도 그 자극은 너무 부드럽고 아름다워서. 긴토키는 그 자극에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만하라고 자신의 귀를 긁는 것 외에는.

축축한 습기로 가득 찬 반지하방, 긴토키는 겨우 멈춘 선율에 바닥에 그대로 엎어져 지친 숨을 토해냈다. 열병이라도 앓는 듯 달뜬 호흡이 뿜어져나왔다. 쓰러져 쭈욱 뻗은 팔, 긴토키는 흐린 시야로 어두워 형체도 보이지 않는 팔을 바라봤다. 눈을 느리게 깜빡였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차가운 바닥외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 긴토키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생각했다. 이대로, 차가운 시체가 되는 것도 좋을텐데.

긴토키는 식은 땀을 흘리며 눈을 감았다. 죽고싶어. 몇 번이나 칼로 그었던 손목의 상처가 아려왔다. 몇 번이고 긁어 낸 귀의 상처가, 몸의 상처가 따가웠다. 마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걸린 사람처럼, 다 나아 흉터만 남은 그 곳들이 아팠다. 죽고싶어. 긴토키는 한 번 더 생각했다. 감은 눈에 맺힌 눈물은 ���굴을 타고 바닥에 고이듯 떨어졌다. 이대로, 죽어버리고 싶어.

긴토키가 눈을 조심스레 떴다. 파장이 일은 호수를 보는 듯 웅얼거리던 검은 시야에 하얀 형체가 들어왔다. 긴토키는 빛이 밝혀 진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손 끝에, 빛을 밝혀주는 존재가 쭈그려앉아 있었다. 그 형체는 눈과 코의 이목구비도 없이, 입꼬리를 말아 올려 작게 미소지었다. 긴토키가 눈을 찌푸렸다. 눈에 쌓여있던 눈물이 서서히 비집고 올라오려는 듯, 물기가 일었다.

그 형체는 긴토키의 손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장난스럽게 그의 손에 자신의 손을 깍지꼈다. 긴토키의 눈에 달린 눈물은 다시, 고이듯 바닥에 떨어졌다. 축축해진 귀의 소금기는 방금 전의 그 상처를 자극시켰다.

그 형체가 긴토키의 손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차가움만이 느껴지던 세계에, 따뜻하고 부드러운 촉감이 다가왔다. 긴토키의 입가가 일그러졌다. 긴토키는 깍지가 풀리자마자 곧바로 그의 손을 잡았다. 놓치지 않게. 놓치지 않으려는 듯.

형체는 자신의 손을 붙잡은 긴토키의 손을 부드럽게 매만지며 떼어냈다. 형체의 입에 지어있던 미소는 일그러져 자꾸만 울렁였다. 그의 턱에서 아룽거리던 물방울이 뚝 떨어졌다. 그에 따라, 긴토키는 그치지 않을 것 같이 눈물을 뽑아냈다. 바닥이 물로 온전히 적셔져도, 자신의 머리까지 젖어도, 그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곧, 입가만 보이던 흐린 형체의 이목구비는 서서히 선을 갖추어 곡선의 콧날을 만들어냈다. 날카로운 눈가를 만들어냈다. 일그러진 눈가의 주름을 만들어 냈다.

긴토키는 그의 얼굴 속 망가진 눈물을 보며, 작게 아픈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히지, 카타..”

형체또한, 찌푸린 눈을 펴 긴토키를 보며 말했다.

“…미안..”

형체, 히지카타의 울음 가득 담긴 사과를 끝으로 희뿌연 몸이 수증기가 되어 아래에서 부터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빠른 속도로, 긴토키가 막지 못 할 정도로 빠르게 별이 되어 흩어져버렸다. 히지카타의 미소 짓던 눈에 달려있던 물방울. 빠르게 별이 된 그의 형체.

긴토키가 허망하게 히지카타가 있던 자리를 쳐다봤다. 방금 전의 그 온기와 촉감은 처음부터 꿈이었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빠르게 식어갔다. 긴토키가 주먹을 쥐며 입술을 꾹 깨물었다. 흐느끼는 소리가 여리게 새어나왔다.

나는, 아직 네가 쳐 줬던 그 피아노를 잊지 못하고 있어.

긴토키는 여전히 남아있는 피아노의 잔음에 옅게 귀를 막았다.

이대로, 너를 따라 죽으면 좋을텐데.

히지카타.

긴토키가 아프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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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말하는 제목의 뜻

엘레지2 [프랑스어]élégie 명사 1. 서정시의 일종으로 애��와 비탄의 감정을 표현한 시. 셸리, 밀턴, 테니슨 등의 작품이 유명하다. 2. 슬픔을 노래한 악곡이나 가곡.

으앙 결말이 똥싸다 끊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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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09. 긴히지 - 돌아오는 거리.

5년만이었다. 십년 정도 되어야 변한다는 세상은 이제 1년, 아니 반년만 지나도 금방 금방 바뀌었고 5년이라는 제법 긴 시간동안 떠나있던 도시는 히지카타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이 변해 있었다. 슬픔 따위는 금방 견뎌낼 거라 자신했던 것은 오만에 불과했고 결국 히지카타는 모두를 위해, 자신을 위해서 이 거리를 떠나야했다. 도망치는 것이 아니었다. 잃었던 이만큼 살아있는 이들은 소중했고, 그래서 지키기 위해 히지카타는 도시를 나왔다. 그저 조용히. 아주 가끔씩 토시의 나쁜 버릇이라고 말하던 곤도의 말처럼 히지카타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멀리 떠났다. 지금 막 거리에 발을 내딛은 히지카타는 여전히 자신이 도망쳤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남이 보기에는 모양새가 도망과 같을 수 있다는 사실은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

상처는 생각보다 깊었다. 육체적인 아픔은 히지카타에 고통으로 다가오지 못했지만, 비어버린 자리에 대한 상실감은 히지카타를 저 깊은 심연의 바닥으로 끌어내렸다. 멍청하게도, 히지카타는 그녀가 그토록 바랐음에도 그의 인생에 있어 가장 사랑스런 이의 작은 소원마저 이뤄주지 못할 정도로 한심한 남자였다. 행복해야해. 작고 마른 손과 애달프게 말하던 입술�� 온전히 한 남자만을 바라봤지만 히지카타는 그녀가 잠이 드는 그 순간까지 대답할 수 없었다. 어떻게 내가 너를 잊어. 다른 사람도 아닌 미츠바 너를. 자신을 뒤로 하고 행복해야한다는 그녀의 말에 히지카타는 대답대신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미소만을 애써지었다. 5년 전의 히지카타 토시로라는 남자는 그토록 나약하고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그 당시에는 이 거리 가득 오로지 그녀의 흔적으로 가득했다. 아마 그대로 있었다면 히지카타는 영원히 아름다운 과거에만 머무른 채 살아갔을지도 몰랐다. 그래서 다시는 어느 누구도 마음속에 떠올리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한참이나 내딛지 못한 발걸음을 뻗은 히지카타는 조용히 담배 연기를 하늘에 내뱉었다.

5년 전의 히지카타라는 남자는 누군가에게 상처밖에 줄 수 없는 사람이었다. 차라리 그대로 사랑을 끌어안고 영원히 익사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 와중에도 새로이 찾아온 사랑을 거부하지 못해 결국 아픔만 주고 말았다.

5 년전 바로 이 날이었다. 히지카타는 아무 것도 남기지 않고 떠났다. 낯선 타국에서의 생활은 산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게 해주었고, 덕분에 그저 미친 듯이 일에 매진할 수 있었다. 아마 누군가 자신을 찾아내지 못했더라면 평생 그렇게 살았어도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어느 날 우연히 회사 앞으로 찾아와 주먹을 날리던 오키타의 손은 어느새 자란 키만큼이나 매서웠고, 히지카타는 그저 쓴웃음밖에 지을 수 없었다. 히지카타는 묵묵하게 이야기를 들었고, 오키타에게 그 어떤 질문도 하지 않았다. 미츠바에 대해서도, 그리고 사카타 긴토키라는 남자에 대해서도. 차라리 날이 선 악의어린 말이었으면 마음이 편했을 텐데 오키타의 얇은 목소리 위로 퍼져나가는 희미한 울음에 히지카타는 말없이 담배 연기만을 집어 삼켰다. 소고, 그 때 네가 찾아오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결국 1년 뒤 지금 이 거리에 선 히지카타는 그 때의 물음을 또 다시 떠올렸다.

"히지카타...?" "....사카타."

가장 먼저 만나고 싶은 사람이 너였어. 가장 먼저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도 너였어.

긴 거리 위를 반짝 반짝 빛으로 가득 채운 남자를 보며 히지카타는 품에 넣은 휴대용 재떨이를 꺼내 담배를 비벼 눌렀다. 히지카타-. 분노도, 슬픔도, 그 어떤 악의 감정조차 없는 오로지 다정하기 만한 목소리에 히지카타는 잊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이름을 혀 끝 안에 밀어 넣었다. 언제나 그랬어. 너는 내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이었고, 바라면 먼저 손을 ���미는 그런 남자였지.

"토시로-."

나 는 왜 너의 목소리를 잊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을까? 강하게 끌어안는 남자의 손길에 히지카타는 조심스레 사카타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그렇게 부르지마, 멍청아. 질끈 깨문 입술 사이로 나오는 목소리는 꼴사납기 짝이 없는데, 입술 사이로 파고드는 손길은 너무 뜨거워서 아무 생각을 할 수 없었다. 다만 지금처럼 마주할 수 있기를. 물기어린 목소리를 삼키며 히지카타는 아주 오랜만에 사카타의 이름을 부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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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력이 되면 1월 디페 아니면 5 or 8월 디페를 목표로 하는 긴히지 신간.

소제목은 하이쿠에서 따오고 연작식으로 이어지는 내용. 당연히 하이쿠는 작가 이름과 참고한 책 출처 기재합니다. 얼른 낼 수 있으면 좋겠다.... 언제 내지 ㅠ0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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