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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백여든일곱번째주제
doranproject · 1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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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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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쌓아오는 일들이 이렇게나 어려운 걸 줄 누가 알았겠어.
어릴 땐 그저 살아가기만 하면 어른이 되는지 알았지.
어른스럽게 나이를 먹는 그런 방법을 어떤 어른도 알려준 적이 없어서.
나는 엄마만큼도 아빠만큼도 대단하지 않은 미숙한 어른이라 여전히 모든 일이 어렵다.
무던한 듯 속상한 일을 견디면서 크는거라고 그런 거라고 알아도 난 여전히 소박한 수준의 벽돌 즈음밖에 크지 못했다.
내가 쌓은 것들은 어떤 모습으로 보여질까,
나는 얼마나 어리고 어리숙하며 불온전한 사람인지, 내가 쌓아올린 것들이 나를 드러내는 것 같아 두렵다.
그런 인생은 뭐, 내세우기엔 조악하니까,
그래서 내가 그런거라고 그렇게 숨어버리게 된다.
-Ram
*건축
최근 유현준 건축가의 유튜브에서 뉴욕에 대한 콘텐츠가 올라오길래 무심코 눌렀다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푹 빠져서 봤다. 어퍼웨스트부터 맨해튼을 지나 첼시, 브루클린까지 쭉 장소들과 유명 건물들에 대해 훑어주는데 이미 알고 있었던 곳인데도 몰랐던 이야기들이 숨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리고 저런 시각이 있구나 싶은 놀라움 반, 흥미 반의 마음으로 두근거리며 경청했다.
<새로 알게 된 흥미로운 사실들>
1. 비 오고 쌀쌀한 오후에 후다닥 걸었던 하이라인이 알고 보니 아래에서 줄지어 가는 차들이 전혀 보이지 않게 설계된 레벨이라는 것, 그리고 그냥저냥 빈 공간에 식물들을 심어둔 것이 아니라 여러 모듈로 공간을 섬세하게 나눠두어서 사람과 자연이 한 공간에 있는 느낌을 줬다는 디테일이 있던 장소였다.
2. 마라톤 뛰던 센트럴파크가 인공으로 만들어진 공원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는데, 센트럴파크를 처음 기획했던 사람이 반대세력을 설득시킬 때 '센트럴파크를 만들지 않는다면 나중엔 이만한 크기의 정신병원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했다는 사실이 내 뇌리에 콕 박혔다.
3. 그리고 지난 뉴욕 여행 때 가보지 못했던 구겐하임 뮤지엄의 독특한 나선형 구조가 모든 층이 하나로 이루어진 층간 교류를 만들어낸다는 사실도 재밌었다. 생각해 보니 작년에 방콕에서 갔던 BACC(Bangkok Art&Culture Centre)의 한 전시관도 저런 나선형 구조로 되어 있었는데 구겐하임에서 영감을 받아 지은 것인가?
그 외에도 역사적 보존가치가 있는 오래되고 낮은 건물들의 용적률 권리를 사서 좁고 높은 펜슬 타워들이 지어졌다는 것도 흥미로웠고, 타임스퀘어 전광판 위치의 의미, 맨홀 등 배수구에서 스팀이 올라오는 의미 등 깨알같은 이야기들도 많아서 두 번, 세 번 더 뒤로 돌려 다시 봤다. 아마 뉴욕을 다시 가기 전에 또 복습 한 번 해보고 가지 않을까 싶네.
-Hee
*건축
동해안 바닷가에 오래된 집이나 땅이 경매로 나온 게 없는지 종종 찾아본다. 관광지와 아주 멀지도 가깝지도 않아서 행락철 관광객의 소란에 생활이 위협받지 않는 곳. 최근에 지어진 집보다는 곧 부서질 것 같은 오래된 집 혹은 빈 땅. 해수욕장이 아닌 해안가에 바로 접해있으면서 마을이라고 부를 수 있는 생태계가 활성화되어있는 곳.
그런 집을 발견해도 당장 살 돈은 없다. 내 마음에 드는 집을 사려면 돈이 얼마나 필요한지 알아볼 겸, 오도이촌의 생활을 상상하며 일말의 긍정을 수집할 겸 찾아본다. 그런 집은 몇 년 고생해서 돈을 모으면 살 수도 있을 법한 가격이다. 그래서 마냥 꿈으로 치부할 수 없을 만큼만 현실적이다. 덕분에 상상이 더 즐거워진다. 오도이촌 생활할 집이 생겨도 주말마다 오가는 교통비가 부담스러운 형편이지만 아무튼.
내가 살 집을 직접 짓는 일은 가장 오래된 꿈이다. 집이 지어질 지역이나 지어질 건물의 형태는 살아오는 동안 꾸준히 변해왔다. 멀뚱멀뚱 서있는 건물 하나가 몇몇 나라를 여행하는 동안 식물과 조화롭게 동화된 건물이 되었고, 동해안으로 지역을 특정하며 집 앞에 바다를 마주한 마당이 들어섰다. 불을 땔 수 있는 아궁이가 하나 있고, 텐트를 한 동 펼칠 수 있을 만큼 넓은 마당이 있고, 수도가 하나 있어서 바다에 들어갔다 나온 몸을 바로 씻을 수 있고, 집 안에서도 파도를 관찰할 수 있는 큰 창이 있고… 막연한 형상에 구체적인 상상이 하나씩 덧붙을 때마다 언제고 현실이 될 거란 확신이 자라난다.
-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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