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mgik
yoursaaaaaaz-blog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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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왜 날 사랑하지 않냐고 물어봤습니다 유리알은 스스로 빛을 내지 않아 흔들리는 나뭇잎도, 나뭇잎에 부서지는 햇빛 역시 그래 뜨거운 온탕에 머리까지 담그는건 쉽지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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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rsaaaaaaz-blog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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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울타리
아버지는 나에게 언제인가부터 울타리를 가져야한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어릴적부터 울타리와 변두리에 대하여 생각했다
나는 변두리에 작은 울타리를 지키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변두리라는 것은 중심으로부터 떨어진 곳인데
그곳의 울타리에 있는 사람들은 고맙게도 중심으로부터 떨어져있는 나를 중심으로 존재해 주는 사람들이었던 것 같다.
예전에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지금도 고마운 사람들이고 나에게는 필수적이며 꼭 사수하고 싶었던 사람들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어느새 변두리에 있는 삶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어졌고, 사회의 중심에는 체제라는 강한 중력이 있기 때문에 관심을 잃은 나는 자연스럽게 내 자리로 가는듯했다.
아버지가 말씀하시는 울타리는 사회로부터 나를 지킬 수 있는 울타리였던 것 같다.
울타리를 제대로 짓지 못했다고 하는 아버지는 울타리 대신 몸으로, 밀려오는 세상의 불안으로부터 가족을 지켜내셨던 것 같다.
작아지고, 낡고, 허물은 아버지의 몸.
살아서는 마음대로 죽지 못하는 아버지.
술을 마시던 어느날들 중 하루는 변두리에 가 차를 세우고 울었다고 흘려말하던 아버지.
내가 얼마나 울었는 줄 아느냐,
나는 아버지의 울음을 본 적이 없기에 상상할 수 있는 것은 아버지의 자동차와 아버지의 얼굴, 그리고 낯선 곳. 채울 수 없는 것은 정적으로 채웠다.
  아주 어릴 때부터 나는 아버지의 외로움을 알고 싶었다.
아버지를 구하기 위한 것으로 나는 사다리나, 지붕이 되고 싶었는데, 내가 아버지의 울타리가 될 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했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세간의 나이로 어른이 된 지금으로서는 내 울타리를 꾸리는것에 허덕이는 내가 부끄러우며, 동시에 이 울타리를 잘 지어내는 것이, 이기적이지만 아버지의 그간의 세월을 보상하는 방법이라고 믿고 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뒷모습을 바라보는 일이라고 듣기 몇일 전, 나는 낡고 녹이 슨 현관의 문고리에서 엄마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았다.
20여 년간 한곳에서 자리를 지킨 문고리는 본래 띄었던 금빛 칠은 다까지고, 분홍색 살이 다 드러나 있다. 보고 자세히 만져보지 않으면 까져도 까진 줄 모를 문고리의 상처들을 보면서
아버지와 어머니의 20년을 떠올렸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가족에게 돌아오기 위해,
집이라는 것을 지키기 위해 그렇게 낡고 녹이 슬어버린 모습이 왜 나는 그렇게 서러운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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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rsaaaaaaz-blog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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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1일과, 1월 1일은 평소의 어제와 내일과 다름이 없다고 생각했던 작년의 나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리고 지금의 나는 무엇을 기대하고 걱정하면서 12월 31일과 1월 1일에 적을 두었을까.
나는 주로 후회를 느끼는 순간에 변화를 기다리는 버릇이 생겼던 것 같다.
어렸을 때 그렸던 그림도 그랬다. 밑그림 투시가 안맞는다거나 선이 지저분하다거나, 심지어 선이 예쁘게 그려지지 않아도 새로운 종이를 꺼내서 새로 그리고 싶었다. 이런건 도무지 그림도 늘지 않을뿐더러, 아까운 종이만 낭비하는 꼴이라는걸, 나아졌던 기분마저 발전없는 실력에 대한 조급함으로 망쳐버린 재수학원에서 깨우칠 수 있었다.
그림을 완성하는것이나, 한 해를 보내는 것, 그리고 잘 사는 것은 같은 맥락이다.
색을 잘못 칠했든, 지저분하든 완성에 가까워 지려면 계속 고치고 덧칠하는 것 뿐이다.
그렇게 꾸준하게 고치고 덮어가면서 꾸역꾸역 하다가 보면 그림도 완성되고, 어느덧 한 해도 지나있는것이었다. 12월 31일과 1월 1일에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던 나는, 아마도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초연하게 작년 연말과 연초를 맞았던 것 같다.
나름의 성숙된 사고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싶었는데, 올해 1월 1일은 아무래도 특별하게 생각하게 된다. 물론 뻔한 새해인사치레를 몇 번 하고 , 집에는 밥이 다 떨어져서 매일 먹던 냄비에 엊그제 그 라면을 또 끓여 먹었지만, 그래도.
이노우에의 배가본드에 나오는 무사시처럼 의젓하게 온탕에 앉아 무언가를 비워낼 것만 같은 마음으로 사우나에 갔다. 고요히 뜨거운 물속에 앉아 무엇을 비우고 무엇을 채우게 될까.
아마도 사우나까지 가는 길의 나의 호흡은 혼자 독백하던 다케조와 같지 않았을까.
씻어버려야지 16년도의 모든 아쉬움들과 후회들을,
온탕에는 이미 사람이 많았다. 이야기하는 친구들, 도무지 비킬 생각이 없어 보이는 늙은 아저씨의 다리들.
열탕은 너무 뜨거웠고 적당히 온탕에 앉았지만 마음같지 않다. 비장한 마음으로 물에 들어갔다만 신경이 쓰이는 것은 물에 떠다니는 때들뿐이었고, 머릿속을 새롭게 채워줄 한 해에 대한 자신감들은 도무지 찾기 힘들었다.
세신을 받으면서 내몸에 때가 이정도 있었구나, 문신은 아프다던데 옆구리가 제일 아프겠지 정도의 생각을 하면서 목욕을 마쳤다.
바나나우유를 먹으면서 돌아오는 길은 그렇게 개운하지도 그렇다고 찝찝하지도 않았다.
그저 몸이 깨끗해진 느낌. 의미부여를 하고 싶었던 새해의 첫날은 비운것도 채운것도 어제와 무엇하나 다를게 없다. 오늘 내가 비운 것은 바나나우유,
작년 이맘때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본다면 뭐라고 말해줄까. 실망할까, 아니면 지금의 나처럼 담담한 응원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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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rsaaaaaaz-blog · 7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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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탄핵안이 가결되는 날 난 뭘했지. 어김없이 취업고민을 하고 카드빚이 60만원 있지만 애인과 8000원짜리 조각케이크를 먹었고 아버지는 일이 힘들다 하소연하시네 이미 이마가 벗어진 동생을 앉혀두고, 그래도 너는 기술이라도 있잖냐, 그래도 너는.
기술을 배운다면 내가 아버지를 기쁘게 해 줄 수 있을까하고 잠들지 못했다. 내일 아침에도 오늘과 다르지 않겠지 더 좋은일도 더 슬픈일도 일어나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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