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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yol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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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yol-kim · 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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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원작자로 유명한 동화 작가이지만, 에드거 앨런 포 상으로 수상할 정도로 실력 있는 추리물 및 미스터리 작가로 손꼽힐 정도였다. 2차 세계대전 시에 공군 조종사로 활동하다가 부상 이후에 화이트 스파이로도 활약하였고, 페트리샤 닐의 남편으로도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여담이지만, 최근 넷플릭스에서 그의 많은 작품들이 계약되면서 한 해 5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여서, 사후 유명인 수입 순위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하기 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2021년 포브스 선정) 물론, 대부분의 수익은 본인 이름의 재단으로 환입되어 어린이 관련 사업에 쓰이고 있다. 표제작인 "맛"을 포함하여 총 10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한결같이 예상치 못한 행운 또는 기회를 통해 점진되는 기대감과 주변의 관심으로 무르익지만, 급격히 추락하는 상황 또는 파국으로 점철되어 있다. 이야기의 흐름 및 분위기는 담고 있는 내용에 비해 상당히 밝고 희망차다. 물론 말미에 나타나는 반전의 효과를 증폭시키기 위한 장치라고 보이지만, 이를 표면적인 기존 체제의 표리부동함에 대한 조소로도 보일 수도 있으며, 그 체제를 구성하는 기성세대를 대놓고 부정하고 있다. 새롭게 기존 체제 속에 들어온 이들에게 기성세대들은 음험하고 약삭빠르게 접근하여 이익을 편취하려 하나, 이들 역시 한 치 앞 파국도 못 보는 바보들일 뿐이다. 작가 자체가 나치로부터 세상을 구하고자 했던 군인이었지만, 말년에 반유대주의적인 발언으로 비난을 받는 등 다소 모순적인 성향을 보인다. 아동문학계의 셰익스피어라는 찬사까지 받았지만, 성인들을 위한 미스터리물에서는 상당히 아동 비하적인 표현들로 문제가 되곤 했다. 이러한 그의 행보가 경원할 수밖에 없는 대작가의 위치에서 친근한 인간적인 느낌의 재담꾼 아저씨로 다가설 수 있게 해주고 있다. 환상적이면서 유머스러운 그의 절묘한 필치는, 재미있게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 서슬 퍼런 위트로 오늘의 우리에게 쉽지만은 않은 세상을 살아가는 묘수들을 내보여주는 것처럼 보인다. #bookreview #북리뷰 #서평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서 #로알드_달 #맛 #roald_dahl #taste(Dangjin, South Korea에서) https://www.instagram.com/p/CnTgD6FPqrT/?igshid=NGJjMDIxMW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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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yol-kim · 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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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사실상 마오쩌둥을 향한 무한한 봉사를 상징하던 혁명 구호인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为人民服务)"를 내걸고, 치파오를 입은 여인의 뒷모습과 그녀와의 만남을 기대하는 한 청년의 상기된 얼굴, 그리고 붉은 표지가 안 어울리면서도 묘하게 욕동을 자극한다. 이 소설은 검열로 일부가 삭제된 채로 잡지에 연재되었으나, 결국엔 당국의 판금을 피하지 못했다. 옌렌커(阎连科)는 그의 작품들이 당국의 검열의 칼날에 스러질 때마다 아이러니하게도 중국 밖에서의 명성은 높아져만 갔다. 인민해방군의 혁명 정신을 고양한다는 기치 아래 설립된 해방군 예술대학 문학과에서 수학하고, 20여 년의 군 생활에도 중국 사회에 대한 날선 비판 의식을 담은 작품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지금까지 총 8개 작품이 판금 되었다. 그리고, 시대에 불화한 공로(?)를 높이 산 한림원은 지금까지 꾸준히 노벨상 후보 명단에 올려놓고 있다. 고지식할 정도로 성실하고 당에 충실한 삶을 살아온 젊은 군인 우다왕은 사단장의 집에서 요리를 책임지는 일을 부여받고 이마저도 '인민을 위해 복무한다'는 신념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사단장은 사단 병원의 젊은 간호사인 류렌을 두 번째 아내로 들였고, 더 큰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 장기 출장이 빈번하다. 주로 2층에서 생활하는 류렌은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구호가 써진 명패를 통해 우다왕을 유혹하고, 우다왕은 가족의 안위를 건 도박에 응하게 된다. 소설 속 모든 인물들은 혁명 정신을 온몸으로 체화하고 있고, 당과 인민에 배치된 생각과 행동들에 대하여 무조건적인 혐오를 드러낸다. 하지만, 그 붉디붉은 혁명의 깃발 아래 숨겨진 각자 개개인들의 욕망의 빛깔은 더없이 선연한 붉은빛이었다. 사단장은 후사를, 감시원을 포함한 부대원들은 자신의 안위를, 그리고 우다왕과 류렌은 가족의 미래, 후사는 물론 자신들의 원초적인 욕정까지도 끊임없이 그리고 일관되게 추구하고 있다. 마지막 류렌에게 자신에 대해 잘 이야기해 달라던 감시원의 그 솔직함은 왠지 모를 씁쓸한 웃음까지 나게 한다. 그 거대한 당과 국가를 빈틈없이 이끌고 가는 진정한 원동력은 모든 일에 "인민을 위해 복무" 하듯 하라는 혁명 정신이 아니라, 사소하지만 처절하기까지 한 삶을 연명하려는 "인민"들의 욕망이 아닐까 싶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영화가 개봉되었다. 아직 보진 못했지만,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노출로만 소구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겉으로 보이는 휘황한 장면들 너머로 슬며시 저리는 회한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으면 한다. 세월이 지난 후 초로의 우다왕이 류렌에게 소식을 전하고 답신을 기다리던 그 모습 속에서 느껴지던... #bookreview #북리뷰 #서평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서 #옌렌커 #인민을위해복무하라(인천계산동에서) https://www.instagram.com/p/CmifCmePlPF/?igshid=NGJjMDIxMW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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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yol-kim · 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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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힘겹게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십 대 시절 책 좀 읽었다는 사람들의 책장에 항상 꽂혀있던 책, 그리고 그 책 속에서 가장 유명한 철학적 글귀다. 그노시스즘, 아니마/아니무스는 모르더라도 왠지 멋져 보여 수첩에 고이 적어놓고 외우곤 했던 문장이었다. 그 시절 이 책을 읽는 나 자신이 멋져 보이기까지 했었다. 헤르만 헤세가, '에밀 싱클레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관념적이지만 자전적인 소설이며,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16년에 집필하여 1919년에 세상에 내놓았다. 이 작품이 담고 있는 철학적 사유와 소재가 낯설고 다소 사변적이긴 했지만, 특히 독일의 젊은 대중은 바로 이 소설에 열광했고 한순간에 성장소설 (Bildungsroman)의 교범이 되었다. (헤세는 열성적인 반전 및 반나치주의자여서 스위스로 망명까지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소설에 열광하던 일군의 젊은이들은 훗날 나치의 지지기반으로 성장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작품에 대한 유별난 애정이 있는데, 그 배후에는 독문학자 전혜린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요절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에세이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에서 소개되면서, 수많은 문학청년들의 필독서로 자리 잡았다. 싱클레어는,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라틴어 학교 학생이다. 프란츠 크로머라는 동네 불량배를 만나서 꼬투리가 잡히면서, 지금까지 살아온 평안한 세계 뒤에서 숨어있던 험악하고 음습한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얼마간의 곤혹스런 시기를 지내다, 데미안이라는 어른스러운 아이를 접하게 되는데, 지금까지 들어왔던 방식과는 다른 이야기들로 생경한 느낌을 준다. 또한,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지만, 그간의 골칫거리인 크로머와의 관계를 깔끔하게 처리해 준다. 이후, 다른 지역으로 진학하면서 방황도 하고, 일탈행위도 하지만, 어느 순간에 데미안은 이상한 방식으로 연락을 해온다. 싱클레어는 오르간 연주자인 피스토리우스와의 교제를 통해 철학적인 사유의 폭을 넓혀가지도 하지만, 이후 견해 차로 인해 해어진다. 성년이 되어 다시 데미안을 만나고, 그의 모친 에바 부인을 동경하기도 한다. 이 와중에 1차 대전이 발발하고 전장에 뛰어들게 된다. "이따금 열쇠를 찾아서 운명의 모습이 잠든 어두운 겨울이 있는 나의 내면 깊숙한 곳을 들어가면, 나는 어두운 거울 위로 몸을 숙여 나의 모습을 바라보기만 하면 되었다." 소설의 큰 얼개로 보면 별다른 이야깃거리가 없다. 심지어는 중간 이후로는 다분히 관념적이어서 그 흐름을 따라가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읽는 시점 및 상황에 따라 달리 읽혀진다. 간단히 보자면 한 아이의 성장 소설이 되고, 종교적으로는 한 구도자의 역정으로도 보인다. 헤세의 페르소나인 싱클레어는 바로 읽는 사람의 자신이다. 지금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고뇌와 역경을 두고 어쩔 줄 모르고 있을 바로 나인 것이다. 데미안은 선과 악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는 아브락사스 (영지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데미우르고스, 칼 융은 내 속의 아니마라고 본다.)의 현신일 것이다. 정말 절망적인 상황에서 서서 보면, 나를 도와주는 "데미안"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만히 나 자신에게 시선을 옮기면 나에게 올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제는 "기차를 타고, 또는 말을 타고" 오지는 않지만... "이젠 완전히 내 친구, 나의 인도자인 그와 똑같이 닮은 모습이다." #bookreview #북리뷰 #서평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서 #헤르만_헤세 #데미안(인천계산동에서) https://www.instagram.com/p/CgeVMDXv-uX/?igshid=NGJjMDIxMW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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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yol-kim · 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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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힘겹게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과해야 한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십 대 시절 책 좀 읽었다는 사람들의 책장에 항상 꽂혀있던 책, 그리고 그 책 속에서 가장 유명한 철학적 글귀다. 그노시스즘, 아니마/아니무스는 모르더라도 왠지 멋져 보여 수첩에 고이 적어놓고 외우곤 했던 문장이었다. 그 시절 이 책을 읽는 나 자신이 멋져 보이기까지 했었다. 헤르만 헤세가, '에밀 싱클레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관념적이지만 자전적인 소설이며,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16년에 집필하여 1919년에 세상에 내놓았다. 이 작품이 담고 있는 철학적 사유와 소재가 낯설고 다소 사변적이긴 했지만, 특히 독일의 젊은 대중은 바로 이 소설에 열광했고 한순간에 성장소설 (Bildungsroman)의 교범이 되었다. (헤세는 열성적인 반전 및 반나치주의자여서 스위스로 망명까지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소설에 열광하던 일군의 젊은이들은 훗날 나치의 지지기반으로 성장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작품에 대한 유별난 애정이 있는데, 그 배후에는 독문학자 전혜린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요절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에세이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에서 소개되면서, 수많은 문학청년들의 필독서로 자리 잡았다. 싱클레어는,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라틴어 학교 학생이다. 프란츠 크로머라는 동네 불량배를 만나서 꼬투리가 잡히면서, 지금까지 살아온 평안한 세계 뒤에서 숨어있던 험악하고 음습한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얼마간의 곤혹스런 시기를 지내다, 데미안이라는 어른스러운 아이를 접하게 되는데, 지금까지 들어왔던 방식과는 다른 이야기들로 생경한 느낌을 준다. 또한,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지만, 그간의 골칫거리인 크로머와의 관계를 깔끔하게 처리해 준다. 이후, 다른 지역으로 진학하면서 방황도 하고, 일탈행위도 하지만, 어느 순간에 데미안은 이상한 방식으로 연락을 해온다. 싱클레어는 오르간 연주자인 피스토리우스와의 교제를 통해 철학적인 사유의 폭을 넓혀가지도 하지만, 이후 견해 차로 인해 해어진다. 성년이 되어 다시 데미안을 만나고, 그의 모친 에바 부인을 동경하기도 한다. 이 와중에 1차 대전이 발발하고 전장에 뛰어들게 된다. "이따금 열쇠를 찾아서 운명의 모습이 잠든 어두운 겨울이 있는 나의 내면 깊숙한 곳을 들어가면, 나는 어두운 거울 위로 몸을 숙여 나의 모습을 바라보기만 하면 되었다." 소설의 큰 얼개로 보면 별다른 이야깃거리가 없다. 심지어는 중간 이후로는 다분히 관념적이어서 그 흐름을 따라가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읽는 시점 및 상황에 따라 달리 읽혀진다. 간단히 보자면 한 아이의 성장 소설이 되고, 종교적으로는 한 구도자의 역정으로도 보인다. 헤세의 페르소나인 싱클레어는 바로 읽는 사람의 자신이다. 지금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고뇌와 역경을 두고 어쩔 줄 모르고 있을 바로 나인 것이다. 데미안은 선과 악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는 아브락사스 (영지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데미우르고스, 칼 융은 내 속의 아니마라고 본다.)의 현신일 것이다. 정말 절망적인 상황에서 서서 보면, 나를 도와주는 "데미안"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만히 나 자신에게 시선을 옮기면 나에게 올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제는 "기차를 타고, 또는 말을 타고" 오지는 않지만... "이젠 완전히 내 친구, 나의 인도자인 그와 똑같이 닮은 모습이다." #bookreview #북리뷰 #서평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서 #헤르만_헤세 #데미안(인천계산동에서) https://www.instagram.com/p/CgeVMDXv-uX/?igshid=NGJjMDIxMW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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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yol-kim · 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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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죽거리 잔혹사', '강남 1970'으로 대표되는 폭력 3부작으로 유명한 영화감독 '유하'. 하지만, 이러한 대중적인 유명세 이전에 그는 영화 이전에 1988년에 등단하여 김수영문학상까지 수상한 촉망받는 시인이다. 이전의 '시인' 유하의 모습을 기억하는 독자들에게 강렬한 욕망과 폭력으로 점철된 영화들은 꽤나 생경했을 것이다. "죽음을 걸었던, 너를 향한 내 구애의 말들 덧없음이여, 나는 나 이외에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내가 날아들었던 당신이라는 불꽃 오랫동안 나는 알지 못했다. 실은 그 눈부신 불꽃이 나를 비추는 거울이었음을 나의 사랑은 나비처럼 가벼웠다." ("나의 사랑은 나비처럼 가벼웠다" 중에서...) 발화된 언어는 욕망의 표현이다. 언어는 욕망의 대상을 향하는데, 수용자의 의지에 반하는 건 단지 폭력일 수밖에 없다. 이 역학 관계를 찬찬히 바라보면 '덧없음'의 상태일 것이다. "느린 열정 느린 사랑, 달팽이가 자기 몸 크기만한 방 하나 갖고 있는 건 평생을 가도, 멀고 먼 사랑에 당도하지 못하는 달팽이의 고독을 그가 잘 알기 때문" ("느린 달팽이의 사랑" 중에서...) 현실 세상에서는 모든 것이 빠르다. 서로서로 수많은 말들과 행동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 속에 있어야 할 서로에 대한 마음은 너무나도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 밖으론 한없이 부풀리지만, 실상 가닿아야 할 마음은 더도 덜도 아닌 딱 그 정도만 있으면 된다. 가지 못한 내 마음도 그렇지만, 와야 할 너의 마음도 아직이기에 한없이 외롭기만 하다. "그대여, 내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나가지도 더는 들어가지도 못하는 사람 이 지독한 마음의 잉잉거림, 난 지금 그대 황홀의 캄캄한 감옥에 갇혀 운다" ("사랑의 지옥" 중에서...) 시인일 때는 가닿지 못한 언어로, 영화감독일 때는 비감 어린 폭력으로 고독한 자아의 헛된 욕망이 한없이 부질없음을 그려 놓았다. 우리 눈에 비치고, 우리 귀에 들리는 것들의 허망함을 넘어서서, 바로 앞에 있는 이들을 지긋이 지켜보고 가만히 들어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이토록 아름다운 시어들로 웅변하고 있다. #bookreview #북리뷰 #서평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서 #나의사랑은나비처럼가벼웠다 #유하(Changwon에서) https://www.instagram.com/p/CbywA9RPd3b/?utm_medium=tumbl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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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yol-kim · 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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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 새하얀 눈을 배경으로 히로스에 료코가 제복 모자를 쓰고 경례를 하는 모습을 한 포스터가 창문 블라인드를 필두로 갖가지 인테리어 소품에 프린트되곤 했다. 동명의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였는데, 실제로 영화를 본 사람은 많지 않지만, 그 포스터만큼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2001년에는 최민식 주연의 "파이란"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장백지라는 홍콩배우가 출연한다는 것만으로도 이슈가 되었다. 이 또한, 위 단편소설집 중에 "러브레터"가 원작이었다. 그 단편소설집에 수록된 다른 작품들은 모두 일본에서 드라마로 제작되어, 나오키상 수상작 중에 가장 많은 영화/드라마 제작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저자 아사다 지로는, 소설가가 되기 전에 수많은 직업을 전전했지만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작품들을 읽고 글을 쓰기로 결심하고, 36세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데뷔했지만, 유수의 굵직한 상들을 수상하면서 화려하게 작가로서의 경력을 시작했다. 이 단편소설집으로 나오키상을 수상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유명세를 치렀고, 2008년에도 본인이 제일 아낀다는 '중원의 무지개'라는 작품으로 다시 한번 오시카와 에이지 문학상을 거머쥐었다. 훗카이도의 작은 시골역 호로마이에서 평생을 철도원으로 근무하는 오토마츠는 정년을 앞두고 있다. 오토마츠가 퇴임하고 나면, 이 역을 폐역될 예정이다. 불과 몇 년 전 아내도 앞세우고 지금은 혼자다. 17년 전 어느 겨울날, 아내는 딸아이를 낳고, 이름은 눈의 아이라고 뜻으로 '유키코'라고 지어준다. 하지만, 열악한 역사에 딸린 방에서 두어 달 만에 감기에 걸려 가슴속에 묻고 만다. 딸의 시신을 앉고 돌아오는 아내가 탄 기차가 도착하는데도, 깃발을 흔들어야 하는 오토마츠, 그 모습에 아내는 비정하다며 오열한다. 정년을 앞둔 그는 그 생각이 자꾸만 머리에 맴돈다. 눈이 하염없이 내리던 저녁, 초등학생인 듯한 여자아이가 종이 인형을 놓고 갔다며 한적한 역사를 찾아와서, 한바탕 휘젓고 간다. 잠시 후 중학생인 듯한 아이도, 그리고 마지막엔 고등학생 무렵의 아이도 찾아온다. 이들은 모두 자매인 듯 얼굴이 닮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낯익은 느낌이 드는 건 무엇일까... '철도원', '러브레터'을 포함해서 이 단편집에 있는 작품들을 관통하는 정서는, 바로 회한이다. 내 의지이건 불가항력이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것에 대한 한없는 후회인 것이다. 다시는 그 시절로 돌아가 만질 수 있는 건 고사하고, 한 번만이라도 볼 수 없는 지금에서야 느껴지는 그런 후회이기에, 그렇게도 이 작품들이 먹먹하게 다가오는 것이리라. 여하튼 새하얀 눈밭이나 차가운 바람이 부는 인적 없는 해변에 서서 소리 없는 눈물만 쏟고 싶게 만든다. #bookreview #북리뷰 #서평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서 #아사다지로 #철도원(Changwon에서) https://www.instagram.com/p/CaW3SVUvhaU/?utm_medium=tumbl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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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yol-kim · 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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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가 저물어갈 무렵, 인류의 세계관에 큰 영향을 미친 세 권의 책이 있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바꾼 마르크스의 "자본론", 인간과 자아의 관계를 발견한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 마지막으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재정립한 다윈의 "종의 기원"이 바로 그것이다. 이 책들이 현대에 미친 영향들은 실로 어마어마했으며, 특히 "종의 기원"은 그 논쟁이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종의 기원"을 직접 읽는 건 그리 녹녹한 일은 아니다. 그 당시로는 워낙에 획기적인 개념으로 치부될만한 이론이었기에, 다윈도 의도적으로 장황하게 또는 이해가 쉽지 않도록 써놓았다고 이후에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비글호를 타고 갈라파고스 제도에 도착해서 핀치를 관찰하면서 얻은 영감을 '진화론'으로 정립하기까지의 의식의 흐름을 간접적으로나마, 하지만 세세하고 꼼꼼하게 �� 내려간다. 다윈이 갈라파고스에 첫 발을 디딘 지 140여 년이 지난 후, 피터와 로즈메리 그랜트 부부가 갈라파고스핀치들을 관찰하면서, 그동안 품고 있던 '진화론'에 대한 갖은 '의심'과 '오해'를 해결해 가는 과정이 이 책의 핵심이다. 갈라파고스 제도는 생각보다 크고 작은 섬들이 많아, 이들은 대프니 메이저라는 비교적 작은 섬을 근거지로 삼아 (과학적으로 표현하자면, 실험군을 한정(限定)하여), 그 안에 있는 핀치들만으로 생태적인 변이점인 '부리'를 관찰하기로 한다. 섬 안에 있는 모든 핀치들에게 번호표를 부여하고, 그들이 먹는 모든 먹이들을 관찰하고, 어떤 개체가 어떤 개체와 번식을 하여 어떤 개체를 낳는지도 빠짐없이 기록한다. 그 일을 몇 년을 꾸준이 실행한다. 그 사이에 극심한 가뭄이 지나가고, 긴 홍수도 지나가고, 한 세기에 손꼽을 만한 엘니뇨도 끼어든다. (참고로, 엘니뇨의 중심이 바로 갈라파고스라는 점도 재미있는 포인트이다.) 그들은 그렇게 겪어내면서, 다윈이 그렇게 들려주고 싶었던 '진화'라는 거대한 이야기를 귀여운 핀치들과 함께 설명하고 있다. 우리는 진화가 아주 오랜 시간에 거쳐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런 경우도 있지만, 우리 주변에 아주 순간적으로도 이루어지는 경우들도 비일비재하다. 살충제에 맞서는 속칭 해충이라 불리는 곤충들의 대응들은 아주 신속하고 적확해서, 우리의 의도를 무색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나날이 더 강력한 살충제가 나오지만, 해충이 완전히 근절되었다는 뉴스는 거의 없다는 게 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조금 더 곤충의 특성과 생태에 더 관심을 가져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적도 모르고,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채, 이리저리 대포만 쏘는 군대같이 행동하지 말고... "... 다른 동물들이 우리의 행동을 지켜본다면, 하루하루가 코미디일 것이다. 우리는 물고기에 비해 수영실력이 형편없고, 새처럼 자유자재로 날지도 못하고, 치타가 보기에 가소로운 속도로 달리며, 개미보다 협동작업에 서투르다. 그러나 인간은 당대에 가장 성공한 종이다. 우리는 학습을 통해 앞선 세대의 기술들을 모두 한꺼번에 습득할 수 있었기에 다른 모든 동물들의 영토를 점령하고 전복해왔다. ... 우리 인간은 탈전문화의 전문가이다." (p.464 ~ 465) 수많은 일들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거리다가, 더 이상 진척이 되지 않을 때 흔히 주변에서 하는 이야기는, 잠시 쉬라는 것이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쉬다 보면, 뜻하지 않게 막혀있던 일의 실마리를 발견하고 한다. 기존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풀려가는 것을 종종 경험한다. 수만 년 전, 현재의 동아프리카 지역에서 나무 위에 살던 우리 조상들이 갑자기 서늘해진 날씨에 먹을 것들이 점점 없어지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 누군가 과감하게 나무에서 내려와 두발로 서서 드넓은 초원으로 바라봤을 것이다.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저 끝도 보이지 않는 초원으로 나아가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하나. 그는 잘못하면 굶어죽을 수도 있다는 걱정을 품고 당당하게 걸어나갔으리라. 하지만 그 당당한 걸음이 없었다면 지금의 우리들도 없었겠지. #bookreview #북리뷰 #서평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서 #핀치의부리 #조너던와이너(인천계산동에서) https://www.instagram.com/p/CZtlxUOvzV6/?utm_medium=tumbl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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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yol-kim · 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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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이 소설의 저자 필립 로스는 "처음부터 두려워하던 바로 그대로, 어디에도 없는 곳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현대 미국 문학의 4대 작가로 꼽힐 정도로 인정을 받고 있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리 널리 읽히지는 않는 듯싶다. 2012년 절필을 선언했기 때문에, 2006년 작인 이 작품은 작가로서의 인생에서 말년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세부적인 사실들은 아니겠지만, 그 안에 담고 있는 정서적인 면에서는 어쩌면 작가 자신과 그리 멀지 않은 이야기로 비춰진다. 이 이야기는, 주인공인 "그"의 장례식으로 시작된다. (이름은 한참 뒤에 나오는데, '그웬'이다.) 첫 번째 부인과의 아들 둘과 두 번째 부인과의 딸 "낸시"가 참석하고 있다. "그"는 평생 세 번의 결혼과 이혼을 경험했다. 보석상 "에브리맨"을 운영하던 아버지와의 유년 시절의 추억들이 아련하게 기억 저편에 자리잡고 있다. 육체의 욕망을 억제하지 못하고, 어머니가 위중한 가운데에도 출장을 핑계로 불륜에 빠지고, 그로 인해 두 번째 이혼과 세 번째 결혼을 경험하게 되기도 하지만, 어느덧 하루하루 육체가 쇠잔해가는 이른바 노년의 시기로 접어든다. 치기 어린 젊은 시절의 무책임함은 접어두고, 은퇴 후 딸이 곁을 지켜주기를 바라는 바램을 내비치기도 하고, 가슴속에 담아두었던 그림에 대한 열망을 펼쳐낸다. 그러나, 시간은 그리 친절하지 않게 "그"의 얼마 남지 않은 꿈도 펼칠 여유도 용납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 대통령이니 과학자가 돼서 노벨상을 타느니 아주 거창한 꿈을 꾸곤 한다. 물론, 그 꿈을 위한 노력을 위해 박차를 가하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범인들은 점점 쪼그라들어가는 꿈을 부여잡고 하루하루 살아가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아이들을 키우고, 주변을 챙기면서, 그렇게 노년을 맞이하게 됨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삶이 초라하기만 할까? 우리는 천재들을 신격화하면서, 본인들을 한없이 자조하곤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천재들은 일상의 파탄자임을 부정할 수 없다. 하나 또는 두 가지의 특별한 재능을 위해 일상을 포기할 수 에 없는 것이다. 바꾸어 보면, 우리는 "일상의 천재들"인 것이다. 우리들의 평범한 삶의 균형을 위해 하루하루 선택과 집중을 고뇌하고 있다. 그 고뇌의 먼 미래를 이 소설은 사실적으로 아주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냥 오는 대로 받아들이세오. 버티고 서서 오는 대로 받아들이세요." (p.13) #bookreview #북리뷰 #서평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서 #필립로스 #에브리맨(인천계산동에서) https://www.instagram.com/p/CYHDbi3PNM3/?utm_medium=tumbl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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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yol-kim ·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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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작품보다 본인이 유명한 몇 안 되는 작가가 바로 로맹 가리일 것이다. 가난한 러시아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나, 프랑스의 외교관을 거쳐 콩쿠르상을 수상한 인기 작가가 되고, 누벨바그의 거장 장 뤽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의 히로인, 진 세버그와의 세기의 사랑으로 자신의 후반기를 뜨겁게 불살랐다. (이름과 예명 모두가 불꽃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본명으로 콩쿠르상을 수상하고,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이 작품으로 두 번째 수상을 했다. 이 상은 한 작가에게 한 번만 수상하는 게 원칙이지만, 복수 수상은 내가 아는 한 로맹 가리가 유일무이한 사례일 것이다. 유서를 통해 에밀 아자르가 본인임을 밝히면서, 프랑스 문학계를 통렬히 조소한 것으로 보인다. ⠀ 주인공은, 가난한 창녀의 아들인 '모모'. 엄마는 친부의 질투에 의한 살인으로 잃고, 이런 아이들을 거두는 것을 업으로 하면서 지내는 '로자' 아주머니에게 맡겨진다. 어린 시절 길에서 몸을 팔았던 시절을 최고의 전성기로 기억하고 있고, 나치 수용소 생활이 트라우마처럼 남아 밤잠을 ��치기도 한다. 모모의 친절한 말동무 역할을 해주는 '하밀' 할아버지, 든든한 버팀목인 여장남자 '롤라' 아줌마, 항상 걱정하는 의사 '카츠' 등의 사람들과 함께 인생의 이러저러한 것들을 배워간다. 하지만, 형기를 마친 친부의 출현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사랑으로만 자기를 보살피고 있다고 생각한 '로자'는 매달 돈을 받고 있었다는 것과, 자기가 실제로 4살 많다는 사실이다. '모모'는 이 사실들을 통해 생각이 많아진다. 이 즈음 '로자'는 급격히 몸 상태가 악화되어만 간다... ⠀ 소설 속 인물들은 한결같이 예외 없이 사회의 가장 어두운 그늘 속에 있다. '안나 카레리나'의 법칙을 들이댈 필요도 없이, 이러저러한 사연들로 '불행'하다고 할 수 있다. 누가누가 더 불행할 수 있는지 경쟁이라도 하듯 그 사연들도 기구하기만 하다. 하지만, 그들은 최선을 다해서 '행복'하다. 어떠한 조건들이 갖춰져서 행복하거나, 행복해야만 해서 그러한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것이다. 영면한 '로자'와 몇일을 지낸 '모모'가 우리의 눈으로 끔찍한 참상 속에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과연 누가 '모모'가 그 순간이 '불행'했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의 '모모'는 이 세상 속에서 더 큰 사랑을 주고받으며 살아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볼 수 있었기에, 그리고 그 모습 속에 '내' 모습이 있기에, 이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기가 너무나 아쉽다. ⠀ "하밀 할아버지,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나요?" "난 쿠스쿠스를 무척 좋아한단다, 빅토르야. 하지만 매일 먹는 건 싫구나." "하밀 할아버지, 제 말을 못 들으셨나 봐요. 제가 어릴 때 할아버지가 그러셨잖아요. 사람은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다고." 그의 얼굴이 속에서부터 환하게 밝아졌다. (p.303) ⠀ #bookreview #북리뷰 #서평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서 #에밀아자르 #로맹가리 #자기앞의생(Incheon, South Korea에서) https://www.instagram.com/p/CTlJIhJvJpo/?utm_medium=tumbl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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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yol-kim ·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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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밝은 밤"이라는 장편소설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최은영의 단편소설집으로, 2014년 젊은작가상 수상작을 표제작으로 하고 있다. 데뷔작이지만, 일반 독자보다는 작가들에게 더 큰 반향을 이끌어내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읽는 순간보다는 읽고 난 이후에 잔향이 더 자욱하게 감도는 게 인상적이었다. 표제 작을 포함한 작품들에는 작가의 여리여리한 모습이 배여있지만, 이어지는 문장들이 점점 거친 심지를 드려내면서 이야기의 힘 속에 부지불식간에 잠식되어간다. 파스텔 톤 배경 속에 여인의 뒷모습이 자리 잡은 책 표지는 독자의 방심(?)을 의도했다고 의심이 든다. "쇼코의 미소"의 화자는, 고등학교 시절 자매학교 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일본의 여학생 "쇼코"을 집에 몇 주 동안 들이게 된다. 그 시절을 되돌아보면, 쇼코는 나이에 비해 어른스러워 보이며, 할아버지와 엄마와 함께 해 온 가족 관계에 색다른 변화를 가져다준다. 특히, 무뚝뚝하기만 했던 할아버지와 친근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일본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편지로 지속적으로 교류하게 된다. 화자와는 물이 식어가듯 연락이 뜸해지게 되지만, 대학교 시절 어학연수 중에 쇼코의 친구와 조우하게 되면서 다시금 옛 기억을 복기하게 되면서, 직접 편지 속 주소로 쇼코를 찾아가게 된다. 하지만, 그곳에서 보여준 쇼코는 그간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이미지로 각인되면서, 마음속으로 절연하게 된다. 이후에도 할아버지와는 계속 편지왕래는 계속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다시 한번 한국으로 온 쇼코에게서 의외의 사연을 듣게 된다. "쇼코의 미소"를 포함해 "신짜오 신짜오",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 등으로 이루어진 이 책이 담고 있는 대부분의 이야기는, 소중한 존재와의 '이별'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이별'은 '이해'의 파편으로 보고, 나와 다른 이들을 이해하는 것에 실패함 또는 주저함을 이 작품들에서는 '서툶'으로 상정하는 것으로 볼 수 있겠다. 그 '서툼'은 '어림'과 '젊음'으로 다르게 표현된다. 하지만, 그 '젊음'은 부조리한 세상 현실에 던져진 가련한 존재이지 않을까 싶다. 이 피투적 존재들에 대한 애잔함이 이 소설을 관통하는 정서일 것이다.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가, 아직도 그 관계들이 능숙해지지 않은 '서툰' 피투적 자아라서,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가슴이 이렇게 아려오는 것이리라. #bookreview #북리뷰 #서평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서 #최은영 #쇼코의미소(Incheon, South Korea에서) https://www.instagram.com/p/CS_Nm62lbuO/?utm_medium=tumbl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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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yol-kim ·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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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부모에게 무사히 돌아오면 좋겠지만, 최악의 경우에도 죽었다는 사실은 분명해지는 것이다. 부모의 슬픔이나 고통은 오래 이어진다고 해도 언젠가는 체념으로 변한다. 부모도 자신의 마음을 바꿔야 한다. 아니,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고 노력해야 할 때가 찾아오는 게 아닐까? 하지만 누군가 아이를 데려가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도 모른 채 오랜 세월을 보내는 것은, 부모나 가족이 아니라도 상상하는 것만으로 숨이 막힌다. (p.44) ⠀ 유독 최근에 아이들과 관련된 처참한 사건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팍팍한 경제 상황과 지지부진한 역병 시국 등의 악재가 주된 원인이 되어, 가장 취약한 계층인 아동들이 희생양의 자리에 놓였다고 생각되지만, 그 단순한 불행의 도식을 넘어선 이 씁쓸한 안타까움은 여타의 다른 사건들과는 다른 여파를 남긴다. 물론, 그 나이대의 자녀를 두고 있다면, 더욱 더할 것이리라. ⠀ 푸른 빛이 감미롭게 도는 책 표지의 이 작품을 처음 짚어들었을 때에는, 작가의 다른 작품들처럼 아사무사한 서사가 짙은 이야기들이리라 예상했다. 그 기대는 처음 몇 장을 읽어내는 순간, '어?'라는 의아함과 함께 왠지 모를 장르적 흐름에 놀라게 된다. 물론, 끝까지 읽어내면 다른 느낌이겠지만, 중반부에 이르기까지는 색다른 재미가 흥미롭기까지 했다. 여타의 작품들에서 볼 수 없는 긴장 가득한 전개가 작품의 전부는 아니지만, 이 작품을 다채롭게 하는 즐거움이 되어 주었다. ⠀ 겐야는 LA에 사는 고모의 일본 여행 중 사망으로 인해 그 해결을 위해 미국으로 건너간다. 도착하자마자, 변호사로부터 400억이 넘는 유산을 자신에게 남겼다는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된다. 하지만, 의아한 단서가 붙어있다. 6살때 백혈병으로 죽은 줄로 알았던 조카가 사실은 유괴가 되었다는 사실과, 만약에 잘 살고 있다면 그 딸에게 남은 유산의 70%를 전해주라는 것이다. 이 착한 화자는 조카를 찾아 나서게 되고, 그 옛날 유괴에 관련된 충격적인 사실들과 마주하게 된다. ⠀ 자식을 잃은 이후의 부모의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좋았지만,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영원한 이별을 감내할 수 있는지도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던져준다. 물론, 작중 고모는 그 영원한 이별에 대한 당위적인 설정으로 그 결정을 합리화하였지만, 실질적으로 그 선택이 정말 최선이었는지에는 약간의 의문점이 있지만, 그 이후 보여주었던 고독한 삶과 서서히 드러나는 희미한 희망의 근거들은 가슴 한켠을 저미게 하는 좋은 소재들이었다. 역시, 이 세상의 모든 이들보다 강한 건 바로 "어머니"라고 불리는 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 #bookreview #북리뷰 #서평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서 #미야모토테루 #풀꽃들의조용한맹세(Incheon, South Korea에서) https://www.instagram.com/p/CRqLfd7lT3M/?utm_medium=tumbl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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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yol-kim ·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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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즈 미켈슨 주연의 "더 헌트(The Hunt)"라는 영화가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유치원 선생님이 다른 아이들에게 잘 해주는 걸 질투한 아이가 거짓말을 하게 된다. 이 거짓말은 결국 이 선생님의 인생을 송두리채 파멸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게 된다. 이 "믿을 수 없는 화자"로 촉발된 사건이 그 주변의 사람들에 미치는 영향이 이 영화의 주된 소재라면, "속죄(Atonement)"는 "믿을 수 없는 화자"가 지어낸 의도적인 거짓말로 인해 내 주변 사람들의 인생을 뒤틀어 놓은 잘못을 차츰 차츰 참회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 영화 "어톤먼트"의 원작으로 이언 매큐언의 2001년 작품이다. 줄리언 반스의 소설처럼 정교하게 축조해낸 구조가 이 작품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영화가 인물들의 애절한 감정선과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기 급급한 반면, 소설은보다 더 다층적인 의미들을 켜켜히 쌓아두고 있다. 단순한 로맨스와 윤리적인 문제 뿐만 아니라, 시대를 둘러싼 역사적인 의미 및 소설을 포함한 창작물의 윤리까지도 그 자장 안에 있다고 볼 수 있겠다. ⠀ 1940년대 영국 서리 지방에 정부의 고위관리의 대저택이 있다. 1남2녀의 자녀를 두고 있는데, 그 중 막내딸 브리오니가 주된 화자이고, 집에 대소사를 봐주는 분의 자제인 로비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으나, 마음을 받아주지 않고 있다. 어느 날, 2층 자신의 방에서 내려다보니, 큰 딸인 세실리와 로비의 석연치 않은 광경을 목격한다. 세실리가 갑자기 옷을 벗고 분수대로 뛰어들고 잠시 후 다시 나온다. 이를 언니에 대한 강압적인 상황이라고 판단하는데, 사실 이 둘은 분수대로 떨어진 물병 조각을 줍고 있었다. 이 후 거실에 이 둘은 격한 사랑의 순간을 가지려는 순간, 안타깝게도 브리오니가 또 목격하면서 중단된다. 이 순간을 브리오니는 다시 한번 폭력적인 순간으로 생각하고 로비를 악인으로 규정한다. 이런 와중에, 사촌언니 롤라에 대한 강간 사건이 발생하게 되는데, 직접 목격하지 못했음에도 범인으로 로비를 지목하고, 그 결과로 로비는 구속된다. 이후 출소 후에 로비는 2차 대전의 전화 속에 뛰어들게 되고, 언니 세실리는 이 일로 가족과 의절하게 된다.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브리오니는 이 사건에 대한 자신의 확신을 점차 불신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속죄의 의미로 간호사로써 복무하게 된다. ⠀ "하지만 그는 그 애를 용서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그 애에게 진 빚을 두고두고 되갚아줄 수 있는 길이니까." (p.330) ⠀ 한 가지 이 소설은 단순히 한 소녀의 거짓말으로 인한 파국을 속죄하는 작품일까? 저자는 더 치밀하게 역사적인 의미를 깔아놓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로비는 이 저택의 지원을 받고 의대 공부를 앞두고 있던 사람이다.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던 로비는 왜 한순간에 범인으로 몰리고, 한 마디의 변명의 기회를 가지지 못하고 퇴출되는가? 이는 저자가 영국의 제국주의적인 사회와 계급적인 한계에 대한 기만적인 시각을 조롱하고 있다. 로비는 애초에 정원사가 되려고 했으나, 자신의 능력을 알게 되자 의사가 되고자 한다. 하지만, 이 순간 로비는 계급적 체계의 파괴자로 규정되고, 브리오니로 표상되는 지배 계급은 철저하게 응징하게 된다. 이는 이 시기의 제국주의와 식민지의 관계의 우화라고도 보인다. 로비는, 계급적인 질서 속에서의 희생양이자, 제국주의의 충돌인 2차 대전 속에서 다시 한번 피를 흘린다. ⠀ 브리오니는 자신의 성급한 판단을 두고두고 곱씹고 있고, 그에 대한 속죄를 평생 동안 하고 있다. 지극히 한국적인 표현을 빌리자면, 염치를 알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자신에게 발화된 말과 글조차 타인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을 잠시만 생각해 본다면 어떨까? 저자가 911 사건 이후 "비행기 납치범들이 상상력을 발휘하여 승객들의 생각과 느낌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면, 이런 일을 계획했더라도 끝까지 진행하진 못했을 것이다"라고 했듯이, 타인과 나 사이의 간극을 조금만 줄일 수 있는 노력이 더욱 필요한 지금이다. ⠀ #bookreview #북리뷰 #서평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서 #이언_매큐언 #속죄(Changwon에서) https://www.instagram.com/p/CQs5W0pFD05/?utm_medium=tumbl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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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yol-kim ·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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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면 새들의 아름다운 합창이 울려 퍼지곤 했는데, 이제는 기묘한 침묵만이 감돈다..." (본문 중에서) ⠀ 1962년 해양생물학자인 레이첼 카슨은, DDT를 포함한 여러 살충제의 해악과 그 사용 양태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책을 출간하게 된다. 이 후, 사람들은 화학물질의 위험성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고, 환경 문제들을 환경학 및 생태학을 통해 학문적으로 연구하게 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50년이 지난 지금 20세기를 변화시킨, 가장 중요한 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 이 때까지 DDT는 전후 재건기의 세계에서는 축복과도 같은 물질이었다. 아직 위생관념이 미흡했던 전후 인류에게 이와 벼룩으로부터의 해방을 가져다 주었고, 폭발적인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 새로 개간된 농경지로부터 수많은 해충들을 말끔히 제거해 주었다. 그 즉각적인 효과에 사람들은 열광했고, 그 맹신은 더욱더 공고해져 갔다. 머리에 하얗게 DDT를 뒤집어쓰고 해맑게 웃고 있는 아이들의 흑백 사진들은 아직도 인터넷을 통해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 당시 정책적, 조직적으로 대대적으로 농지에 살포되기도 했다. ⠀ 만사 고랑이 있으면 이랑도 있다고 했을까. 이 순백의 DDT는 우리를 괴롭히던 해충들에게만 영향을 준 것이 아니라는 걸, 그 때는 몰랐다. 수많은 곤충들이 우리가 키우던 농작물 밑에 새까맣게 죽어 있었고, 얼마 후 아침을 깨우던 새떼가 주변 나무 근처에 떨어져 있었고, 마을 근처 숲 입구에 사슴을 포함한 야생 동물들이 다리를 떨면서 거친 숨을 몰아쉬고 누워있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그마저도 이듬해에는 볼 수가 없었다. 큰 농장에서 일하던 젊은이들이 앓아 눕게 되었고, 시냇가에서 놀던 아이들도 몇 명 입원했다는 소식을 돌았다. 더 끔찍한 건, 옆 동네에서는 한쪽 팔과 다리가 없는 아이가 태어났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이 이야기는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었다. 저자가 이 책을 쓰던 시기에 심심치 않게 보던 풍경이었다고 한다. ⠀ 각종 해충 또는 유해 동식물 박멸 목적으로 제조된 화학물질들에 대해 너무나도 무지했던 그 당시 사람들에게, 자신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돌아보라고 이야기한다. 유머 한 줄 없이 빡빡하게 써 내려간 문장들이 가득한 이 책이, 아이러니하게도 유려한 장르물 소설처럼 읽히는 건 저자의 문학적 소양 때문 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를 둘러싼 자연물에 대한 애정과 너무나 무지하기 때문에 얼마나 잔인한 줄도 모르는 인간들에 대한 분노가 고스란히 담겨있기에, 읽는 나도 이 답답한 가슴을 어찌할 수가 없다. ⠀ 우리에겐 아직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가습기 세정제 사건을 목도하고 있다. 당국의 허술한 관리와 그 틈 속을 비집고 들어간 업체들의 욕심을 떠나서, 명명백백히 들어난 위험성에 대해서 아직도 반성하지 못하는 뻔뻔함이 더 무서운 것이다. 그 후안무치함은, 앞으로 더 크게 자연을 파괴할 것이고 공존보다는 유아독존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메르스나 사스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의 오만함은 얼마나 무서운 존재의 뚜껑을 열게 될까 두렵다. 앞으로 새소리를 못 듣는 건 고사하고, 그 소리를 들을 우리조차 사라지진 않을까? ⠀ #bookreview #북리뷰 #서평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서 #레이첼_카슨 #침묵의_봄(Changwon에서) https://www.instagram.com/p/CPU7IpMlfCV/?utm_medium=tumbl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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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yol-kim ·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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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개와 고양이를 포함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이 주변에 너무나 많다. 사회학적으로 파편화된 가족 형태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진단하고 있고, 간단히 사람과 같이 살 수 없으니 차선책으로 선택했다는 이야기로 정리할 수 있겠다. 이에 만약 같이 할 사람이 있다면, 그 관계는 더 이상 지속이 가능하지 않게 되어 또다른 문제로 부각되기도 한다. ⠀ 어린 시절부터 개를 키워왔고, 지금도 여러 마리의 냥이들과 함께 하고 있다. 그들과 처음 조우했을 때에는 내 방식을 강요했지만, 지금은 그게 전혀 좋은 게 아니라는 걸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었다. 그러한 과정을 조금 더 철학적으로 써내려가고, 그 과정에서 저자가 철학자로써 늑대를 하나의 동물에서 하나의 붕우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옮겨놓은 것이 이 책이다. ⠀ "우리는 늑대의 그림자 속에 서 있다. ... 늑대의 그림자란 늑대가 드리우는 그림자가 아니라 늑대가 발하는 빛 때문에 인간이 드리우는 그림자를 말한다. 그리고 이 그림자 속에 서서 우리를 뒤돌아보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가 인정하기 싫어하는 인간의 본질이다." ⠀ 인간은 도덕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인간으로써의 가치라는 실존적인 우월성을 내세우곤 한다. 저자는 여기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그 도덕성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우리는 거짓말을 한다고. 그 가식적인 태세가 바로 우리의 진정한 행복으로 가기 위한, 가장 큰 장애물이라는 걸, 브래닌이라는 늑대를 통해 깨닫는다. 사냥감을 위해 조용히 풀숲에 드러누워 기다리고, 적절한 시기에 되면 가차없이 뛰어들며, 그 성패를 떠나 그 순간을 가감없이 즐기는 그 모습을 통해서... ⠀ 즉자적 존재인 늑대는 어쩔 수 없이 인간보다 짧은 수명을 가졌다. 하지만, 그 11년의 강렬한 짦음은 저자에게 큰 깨달음의 흔적을 남겼다. 나의 첫 냥이 "용랑이"가 올해로 11살이다. 처음 내 품에 안겨서 골골거리던 이 녀석도 언젠가 내 곁을 떠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그 이별을 잠시나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음... 그러나, 난 아직 그 준비가 제대로 안된 것 같다... ⠀ #bookreview #북리뷰 #서평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서 #마크_���랜즈 #철학자와_늑대 (Changwon에서) https://www.instagram.com/p/COKttYDlOWN/?igshid=14t096uvl8g5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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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yol-kim ·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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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초속 5센티미터"의 낙화가...(Jinhae, Kyŏngsang-Namdo, Korea에서) https://www.instagram.com/p/CM81COMluW_/?igshid=1t1xwbbbasc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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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yol-kim ·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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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근대사에 가장 잔혹한 사건 사례를 들자면, 나찌에 의해 자행된 홀로코스트를 빼 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에 관해 인간의 잔혹함, 또는 그를 둘러싼 역사적 맥락을 다룬 책들은 이제까지 수없이 많았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책도 이 사건을 가장 주요한 사례로 다루고 있으나, 저자의 시선은 그 사건을 거쳐온 사람들, 또한 그 와중에 있던 사람들의 마음 속에 머물고 있다. ⠀ 서사가 사건보다는 그 혹독한 악몽의 터널을 지나온 사람들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다른 어떤 책들보다 "생존자"들이 느꼈을 그 감정에 쉽게 이입할 수 있다. 이에 모두 읽어낸 이후에 감정적인 피로와 진폭이 대단하다. ⠀ 나찌 경찰 또는 헌병에 의해 호송 기차에 올라섰을 때, 마침내 수용소 정문에 섰을 때, 또한 수감자들과 함께 잠자리에 들기 직전 등등의 장면이 세세히 생존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서술되고 있다. 그 시시각각 그들의 시선을 통해 "생존자"들은 어떻게 견뎌내었는지, 그리고 다른 이들은 어떻게 삶의 끈을 놓을 수 밖에 없었는가를 보여준다. ⠀ 제목이 "생존자들(Survivors)"이 아니라, "생존자(The survivor)"인 것이 의미심장하다. 각각의 생존자들 개개인이 우연 또는 능력으로 살아남은 영웅이 아니라, "생존자"들은 어떠한 공통의 특질과 소소하지만 강한 "집단"의 힘을 빌어 삶에 대한 투쟁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 "집단 강제수용소에 들어간 사람은 처음에는 절망감으로 인하여 자신의 외모에 대해 무관심해지지만, 점차로 씻지 않고는 살아남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p.124) ⠀ "생존자는 어떤 상징이나 기념비 같은 영웅적 존재가 아니다, 누더기와 먼지를 뒤집어 쓴 채 누구와도, 당당하게 맛설 수 있는, 희미하나마 눈동자의 빛을 잃지 않은, 의연한 사람이다." (p.360) ⠀ 한 가지, 저자인 테렌스 데 프레에 대해 검색하다 보면, 국내 소개 자료로는 1987년 11월 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Wikipedia에서 보면 사고가 아니라, 목을 매어 자살한 것으로 실려 있다. 이런 숭고한 저작을 집필한 저자의 결말로는 너무나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 #bookreview #북리뷰 #서평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서 #생��자 #테렌스_데_프레 (Changwon에서) https://www.instagram.com/p/CMwbr05lH_n/?igshid=1t1hfzd4rfsc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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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yol-kim ·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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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소회하려고 조금씩 생각을 정리하는 데, 왠지 얼마 전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었던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와 분위기며 기본적인 감정선의 유사점이 있었다. 물론 일본계이지만 20세기 말 영국 작가와 주로 19세기와 20세기의 전환기에 활동한 일본 작가 사이에 이렇게 유사한 회한의 정서는 무엇 때문일까? ⠀ 나쓰메 소세키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통해 급속한 근대화의 격랑 속에서 흔들리는 지식인들의 표리부동함을 그렸다면, 여기 "마음"에서는 합리주의가 시대정신으로 자리잡고 있던 시대 속에서 인간의 성정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던져주고 있다. ⠀ 소설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화자와 선생님이 처음 만나 교우를 나누게 되고, 2부에서는 화자가 졸업 후 고향으로 내려오게 된다. 아버지가 졸업을 축하하며 잔치를 열고자 하나 천황의 서거로 인해 취소되고, 혼담도 오고 가게 되는데 이 또한 재산 문제를 둘러싼 이권분쟁에서 기인한 것을 알게 되고 큰 실망을 한다. 다시 도쿄로 돌아가려 할 때, 집으로 선생님에게서 다소 두툼한 편지를 받게 된다. 이 편지 속의 이야기가 바로 3부의 내용이다. 유산을 둘러싼 가족의 배신과, 사부인과의 혼인 과정에서 본인이 행한 친구 "K"에 대한 배신, 그리고 그 이후의 외로움과 죄책감... ⠀ 작가의 인간에 대한 시선은 따뜻하다. 하지만, 그 따뜻함을 넘어서는 염려가 있다. 사람들의 타고난 마음은 맑고 깨끗하며, 타인에 대한 배려가 넘친다. 그러나, "갑자기" 그 모든 마음은 합리적이라는 탈을 쓰고 "악"의 칼날을 드러낸다. 이에 대한 경계와 고민이 이 작품에 전반적인 정서로 읽힌다. 빅터 E. 플랭클의 말을 빌리자면 "호모 페이션스(고민하는 인간)의 가치가 호모 파베르(도구적 인간)보다 더 높다"고 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가 이 소설을 써 내려가던 시절에 그렇게 경계하고 했던 건, 합리적인 생각보다는 타인을 향한 고민, 그리고 주저하는 "마음"이 아닐까? ⠀ #bookreview #북리뷰 #서평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서 #나쓰메_소세키 #마음 (Changwon에서) https://www.instagram.com/p/CL1EYj7F0NF/?igshid=1wg9rwbwri78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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