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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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oryppp · 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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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가장 혼란스럽고 강렬한 일이 죽음이기 때문입니다. 죽음은 정말 부당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일단 삶을 맛보고 나면 죽음은 전혀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는 삶이 끝없이 계속된다고 생각해왔지요. 내심 그렇게 확신했습니다.
에브리맨 - 필립로스 (20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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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yol-kim · 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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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이 소설의 저자 필립 로스는 "처음부터 두려워하던 바로 그대로, 어디에도 없는 곳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현대 미국 문학의 4대 작가로 꼽힐 정도로 인정을 받고 있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리 널리 읽히지는 않는 듯싶다. 2012년 절필을 선언했기 때문에, 2006년 작인 이 작품은 작가로서의 인생에서 말년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세부적인 사실들은 아니겠지만, 그 안에 담고 있는 정서적인 면에서는 어쩌면 작가 자신과 그리 멀지 않은 이야기로 비춰진다. 이 이야기는, 주인공인 "그"의 장례식으로 시작된다. (이름은 한참 뒤에 나오는데, '그웬'이다.) 첫 번째 부인과의 아들 둘과 두 번째 부인과의 딸 "낸시"가 참석하고 있다. "그"는 평생 세 번의 결혼과 이혼을 경험했다. 보석상 "에브리맨"을 운영하던 아버지와의 유년 시절의 추억들이 아련하게 기억 저편에 자리잡고 있다. 육체의 욕망을 억제하지 못하고, 어머니가 위중한 가운데에도 출장을 핑계로 불륜에 빠지고, 그로 인해 두 번째 이혼과 세 번째 결혼을 경험하게 되기도 하지만, 어느덧 하루하루 육체가 쇠잔해가는 이른바 노년의 시기로 접어든다. 치기 어린 젊은 시절의 무책임함은 접어두고, 은퇴 후 딸이 곁을 지켜주기를 바라는 바램을 내비치기도 하고, 가슴속에 담아두었던 그림에 대한 열망을 펼쳐낸다. 그러나, 시간은 그리 친절하지 않게 "그"의 얼마 남지 않은 꿈도 펼칠 여유도 용납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 대통령이니 과학자가 돼서 노벨상을 타느니 아주 거창한 꿈을 꾸곤 한다. 물론, 그 꿈을 위한 노력을 위해 박차를 가하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범인들은 점점 쪼그라들어가는 꿈을 부여잡고 하루하루 살아가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아이들을 키우고, 주변을 챙기면서, 그렇게 노년을 맞이하게 됨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삶이 초라하기만 할까? 우리는 천재들을 신격화하면서, 본인들을 한없이 자조하곤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천재들은 일상의 파탄자임을 부정할 수 없다. 하나 또는 두 가지의 특별한 재능을 위해 일상을 포기할 수 에 없는 것이다. 바꾸어 보면, 우리는 "일상의 천재들"인 것이다. 우리들의 평범한 삶의 균형을 위해 하루하루 선택과 집중을 고뇌하고 있다. 그 고뇌의 먼 미래를 이 소설은 사실적으로 아주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냥 오는 대로 받아들이세오. 버티고 서서 오는 대로 받아들이세요." (p.13) #bookreview #북리뷰 #서평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서 #필립로스 #에브리맨(인천계산동에서) https://www.instagram.com/p/CYHDbi3PNM3/?utm_medium=tumbl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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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dyup · 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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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수 없음
죽음은 필연적이다. 
개인의 시간은 태어난 순간부터 계속 죽음을 향해서 흘러가며, 누구도 멈추거나 되돌릴 수 없다. 따라서 인간의 존재는 매시 매분 매초 자동적으로 과거에 편입된다. 그걸 무자비하다고 하는 것은 무력한 인간의 투정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우리가 자신이 행한 과거의 실수에 대하여 뒤늦게나마 깨닫고, 후회하고, 자책한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우리 자신의 마음일 뿐, 우리의 과거는 결코 바뀌지 않는다. 그리고 후회하고 자책하는 그 순간에도 여전히 우리의 죽음은 서두름없이 정해진 한걸음씩 우리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건 인간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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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lovlun ·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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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 페소아를 만나다 김운하
작가의 말 01. 내 모호한 열정의 숭고한 대상, 나는 무엇을 원해야 하는가? 스콧피츠 제럴드,《위대한 개츠비》 02. 흔들리는 내 자아, 미성숙한 육체와 영혼 사이의 딜레마 서머싯 몸,《인생의 베일》 03. 자의식 과잉, 자존심이 강한 건 자랑이 아니야 도스토옙스키,《지하생활자의 수기》 04. 나의 기억은 불완전하고, 추억은 완성되지 않는다 파트��� 모디아노,《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마르셀 프루스트,《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05. 내 영혼을 잠식하는 불안의 정체는 무엇일까? 페르난두 페소아,《불안의 서》 06. 어느 날 문득, 사는 게 덧없다고 느껴질 땐 무얼 하면 좋을까? 외젠느이 오네스코,《외로운 남자》 서머싯 몸, 《면도날》 07. 삶의 의미에 관한 말들과 태도라는 이름의 자유에 관하여 서머싯 몸,《인간의 굴레》 페터 비에리,《삶의 격》 빅토르 프랑클,《삶의 의미를 찾아서》 08. 내 인생은 온통 사소한 것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밀란 쿤데라,《무의미의 축제》 09. 나는 젊어서 죽고 싶진 않다, 그렇다면 늙을 수밖에 장 아메리,《늙음에 관하여》 필립 로스,《에브리맨》 10. 순간을 영원으로! 지금 여기뿐인 삶의 품격 버지니아 울프,《댈러웨이 부인》 11. 우리는 방황하고 노력하며 생을 통과한다 제임스 설터,《올 댓 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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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mon2sang · 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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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https://www.imdb.com/name/nm0744980/ ) 낸시는 관 쪽으로 몸을 돌려 흙을 한 줌 쥐더니 그것을 관 뚜껑에 뿔리기 전에 가볍게, 여전히 어쩔 줄 모르는 어린 소녀 같은 느낌으로 말했다. "아, 결국 이렇게 되네요.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요, 아버지." 그 순간 낸시는 아버지가 수십 년 전 초연한 태도를 유지하기 위해 좌우명처럼 여겼던 말을 기억하고 울기 시작했다. "현실을 다시 만들 수는 없어요." 낸시는 아버지에게 그 말을 돌려주었다. "그냥 오는 대로 받아들이세요 버티고 서서 오는 대로 받아들이세요." (p12-13) 그것으로 끝이었다. 특별한 일은 없었다. 그들이 모두 하고 싶은 말을 했을까? 아니, 그렇지 않았다. 또 물론 그렇기도 했다. 그날 이 주의 북부와 남부에서 이런 장례식, 일상적이고 평범한 장례식이 오백 건은 있었을 것이다. 두 아들 때문에 뜻밖의 방향으로 흘러간 삼십 초, 그리고 죽음이 발명되기 이전에 순수하게 존재하던 세상, 아버지가 창조한 에덴, 구식의 보석상이라는 탈을 쓴 폭 5미터 깊이 12미터밖에 안되는 크기의 낙원에서 이루어지던 영원한 삶을 하위가 아주 공을 들여 정확하게 되살려낸것 외에는 다른 여느 장례식보다 더 흥미로울 것도 덜 흥미로울 것도 없었다. 그러나 가장 가슴 아린 것, 모든 것을 압도하는 죽음이라는 현실을 한 번 더 각인시킨 것은 바로 그것이 그렇게 흔해빠졌다는 점이었다. (p22-23) 유일하게 불안한 순간은 밤에, 해변을 따라 함께 걸을 때 찾아왔다. 힘차게 쿵쿵거리며 밀려들어오는 어두운 바다와 별이 가득한 하늘 때문에 피비는 환희에 젖었지만 그는 겁을 먹었다. 수많은 별은 그가 죽을 운명이라고 분명하게 말하고 ���었다. 바로 몇 미터 밖에서 천둥소리를 내는 바다-그리고  광기에 사로잡힌 물 밑의 검디검은 악몽-와 만나면 망각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 그들의 아늑하고, 환하고, 가구가 별로 없는 집으로 달아나고 싶었다. 한국전쟁 직후 사나이답게 해군에서 복무할 때는 광대한 바다와 커다란 밤하늘을 이런 식으로 경험하지 않았다. 그때는 그런 것들이 한 번도 조종처럼 다가오지 않았다. 그는 도대체 이런 공포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으며, 안간힘을 써야만 피비에게 그것을 간신히 숨길 수 있었다. 오랜만에 비로소 그 어느 때보다 분명하게 내 인생의 주인이 되었다는 느낌이 드는 이 순간에 왜 내가 내 삶을 불신해야 할까? 차분하게, 똑바로 생각해보면 앞으로 훨씬 더 견실한 삶이 남아 있는 것 같은데, 왜 내가 소멸의 가장자리에 있다는 상상을 할까? 그러나 매일 밤 별 아래에서 해변을 걸을 때마다 그런 일이 일어났다. 그는 별난 사람도 아니었고, 일그러진 사람도 아니었고, 어떤 식으로든 극단적인 사람도 아니었다. 그런데 왜, 이 나이에, 죽는다는 생각에 시달리는 걸까? (p37-38) 어머니나 아버지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몰라 곤란했던 적은 없었다. 그들은 어머니이고 아버지였다. 그들은 다른 욕망에 물든 일이 거의 없었다. 이제 그들은 몸이 차지하던 공간이 텅비어버렸다. 평생에 걸쳐 유지되었던 그들의 실체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평범한 소나무로 만든 아버지의 관이 띠에 묶여 어머니의 관 옆에 파놓은 구멍으로 내려졌다. 죽은 사람은 그곳에서 자신이 보석을 팔면서 보낸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할 터였다. (p61) "노동자들이 다이아몬드를 사는 건 큰일이야." 그는 두 ��들에게 말했다. "아무리 작은 거라도 말이야. 마누라는 아름다워 보이려고 그걸 낄 수도 있고, 품위가 있어 보이려고 그걸 낄 수도 있어. 어쨌든 자기 마누라가 그걸 끼고 있으면 그 남편은 단순한 배관공이 아닌 거지. 다이아몬드를 손에 낀 마누라를 둔 남자가 되는 거야. 그의 마누라는 썩어 없어지지 않는 것을 소유한 거지. 다이아몬드란 건 그 아름다움과 품위와 가치를 넘어서서 무엇보다도 불멸이거든. 불멸의 흙 한 조각. 죽을 수밖에 없는 초라한 인간이 그걸 자기 손가락에 끼고 있다니!" (p63) 하위는 엄숙한 태도로 무덤 위쪽으로 걸어가더니 잠시 걸음을 멈추고 생각을 하다, 삽을 약간 아래로 기울여 흙이 천천히 미끄러져 떨어지게 했다. 흙은 관의 나무 뚜껑 위에 떨어지면서 삶의 존재 안으로 빨려드는 소리를 냈다.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는 소리였다. (p64) 해안으로 간 처음 몇 달 동안은 딸과 딸의 자식들이 테러 공격의 피해자가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괴로웠다. 그러나 일단 해안으로 가자 자기 자신에 대한 불안은 사라졌으며, 그 엄청난 참사가 모든 사람의 안정감을 뒤집어버리고 일상생활에 지울 수 없는 불확실성을 끌어들인 이후로 매일 그에게 붙어다니던 느낌, 무의미하게 위험을 무릅쓰며 살아간다는 느낌도 사라졌다. 그는 그저 살아 있기 위해 그가 합리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할 뿐이었다. 늘 그랬지만, 그리고 다른 모든 사람도 대부분 그렇겠지만, 그는 종말이 꼭 와야 하는 순간보다 일 분이라도 더 일찍 오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p72) 낸시가 그의 병실 침대에 앉아 그의 품에서 운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그녀가 열세 살 때 그가 그녀를 떠난 것도 중요한 이유였다. 그를 도우러 해안까지 오기는 했지만, 이 차분하고 분별력 있는 딸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부모의 이혼으로 생긴 어려움들을 되새기면서 반평생 이상 품고 살았던, 부모의 화해라는 사라지지 않는 환상을 고백하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현실을 다시 만드는 건 불가능해." 그는 작은 소리로 말하며 딸의 등을 쓰다듬고 머리카락을 어루만지고, 품 안의 그녀를 살며시 흔들었다. "그냥 오는 대로 받아들여. 버티고 서서 오는 대로 받아들여라. 다른 방법이 없어." (p83) 자신이 이렇게 된 것이 부끄러운 거로구나. 그는 생각했다. 자신도 인정할 수 없을 정도로 부끄럽고, 수치스럽고, 초라한 거겠지. 하지만 누군들 안 그럴까? 그들 모두 자신이 지금 이런 꼴이 된 것이 부끄러웠다. 나는 안 그런가? 신체의 변화가 부끄러웠다. 남자의 힘이 줄어든 것이 부끄러웠다. 그를 비틀어버린 오류들과 그를 기형으로 만든 충격들-스스로 가한 것과 외부에서 온 것 모두-이 부끄러웠다. 밀리선트 크레이머가 겪는 축소의 과정에 무시무시한 웅장함을 부여하는 것, 그리고 그것과 비교되어 자신의 황량함이 아주 작아 보이게 만드는 것은 물론 그녀가 겪는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심지어 손자들의 사진, 할아버지 할머니가 보통 집 사방에 걸어놓고 있는 그런 사진들, 어쩌면 이 여자는 이제 그런 것도 안 볼지 몰라.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제 통증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p96-97) 그의 생활에 딸 외에 다른 여자는 없었다. 딸은 매일 아침 출근 전에 반드시 전화를 했다. 그 전화가 아니면 그의 전화벨이 울리는 일은 거의 없었다. 첫 결혼에서 난 아들들의 호의는 이제 바라지도 않았다. 그들의 어머니나 그들의 기준에 따르면 그는 옳은 일을 한 적이 없었다. 이런 비난의 되풀이, 또 두 아들의 입장에서 읊어 대는 가족사에 저항하려면 상당한 전투성이 필요했는데, 그것은 이제 그의 무기고에서 사라지고 없는 것이었다. 전투성은 거대한 슬픔으로 바뀌었다. 긴 저녁의 외로움 때문에 아들에게 전화하고 싶은 유혹에 굴복하고 나면, 그 뒤에는 늘 슬픔이 찾아왔다. 슬프고 기진맥진했다. (p98) "내가 뭘 그렇게 잘못해서 당신이 나한테 이런 모욕을 주고 싶어한 걸까? 왜 모든 걸 흔들어놓고 싶었던 걸까? 그렇게 끔찍했어? 놀라서 말도 안 나올 지경이야. 어서 이 상태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잘 안 돼. 내가, 한 번도 당신을 의심해본 적이 없는 내가, 당신한테 뭘 물어볼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는 내가, 이제 당신 말은 한마디도 더 믿을 수 없게 됐어. 나는 당신이 다시 진실해질 수 있을 거라고 절대 믿을 수가 없어. 그래, 당신은 그 비서 일로 나한테 상처를 줬어. 하지만 난 입을 다물고 있었지. 당신은 내가 안다는 것도 몰랐지, 그렇지? 어때요, 알았어요?" "몰랐어." "내가 당신한테 내 생각을 감췄기 때문이야. 그런데 안타깝게도 나 자신한테는 감출 수가 없었어. 그런데 이제 그 덴마크 여자일로 또 상처를 주고, 거짓말로 나를 모욕했어. 이제는 내 생각을 감추지도 않을 거고, 입을 다물지도 않을 거야." (...) "뭐든지 견딜 수 있어." 피비가 그에게 말하고 있었다. "설령 신뢰가 깨져도 말이야. 솔직하게 말만 한다면. 그때는 다른 방식으로 인생의 파트너가 되겠지만, 그래도 파트너로 남는 건 가능하단 말이야. 하지만 거짓말이라니.... 거짓말은 정말 경멸스러운 방식으로 값싸게 다른 사람을 통제하려는 거야. 다른 사람이 불완전한 정보에 따라 행동하는 걸 지켜보는 거야. 다른 사람이 수모를 겪는 걸 지켜보는 거라고. 거짓말은 아주 흔하지만, 당하는 쪽이 되어보면, 그건 정말 경악스러운 거야. 당신 같은 거짓말쟁이들에게 배신을 당하는 사람들은 점점 많은 수모를 겪게 돼. 그러다보면 마침내 당신도 그 사람들을 전보다 하찮게 여길 수밖에 없어, 안 그래? 당신처럼 능숙하고 집요하고 사악한 거짓말쟁이들은 언젠가는 틀림없이 자신에게 심각한 한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거짓말을 하는 상대한테 그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게 될 거야. 아마 스스로 거짓말을 한다는 생각조차 못할 거야. 거짓말이 섹스도 안 하는 가여운 짝의 감정을 고려해주는 친절한 행동이라고 생각하겠지. 자기 거짓말이 미덕이고, 자기를 사랑하는 얼간이를 향한 관용의 행동이라고 생각할 거야. 하지만 이건 그냥 이거야. 빌어먹을 거짓말이라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빌어먹을 거짓말이란 말이야. 아, 이런 짓을 계속할 필요가 뭐가 이썽. 이런 일은 너무 잘 알려진 거잖아." 피비는 말했다. "남자는 결혼생활을 이어갈 뜨거운 마음이 식어버렸는데, 그런 뜨거움이 없으면 살 수가 없지. 아내는 실용적이지. 현실적이야. 그래, 뜨거움은 사라졌어. 아내도 나이가 들어 예전의 그 여자가 아니거든. 하지만 아내는 육체적 애정이 있는 걸로 충분해. 그냥 침대에 남편과 함께 있는 거. 아내는 남편을 안고, 남편은 아내를 안고. 육제척 애정, 부드러운 태도, 동지애, 친밀함.... 하지만 남편은 그걸 받아들일 수가 없어. 남자는 없으면 살 수가 엇거든. 그래, 하지만 이봐요, 당신은 이제 진짜로 없이 살게 될거예요. 많은 것이 없이 살게 될 거야. 없이 산다는 게 도대체 뭔지 제대로 알게 될 거야! 아, 제발 나한테서 떠나줘, 제발. 당신이 나에게 맡기고 나를 묶어놓으려는 그 역할을 견딜 수가 없어. 남편에게 거부당해 원한을 품고, 썩어빠진 질투심에 시달리는 애처로운 중년의 아내! 격분하고! 비위에 거슬리는 짓이나 하고! 아, 무엇보다도 바로 그것 때문에 당신이 싫어. 가버려, 이 집을 떠나. 그 착한 행동을 하는 사티로스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당신 꼴을 보고 있을 수가 없어! 당신은 나한테서 용서를 얻을 수 없어. 절대! 난 이제 날 가볍게 다루는 걸 두고 보지 않을 거니까! 떠나, 제발! 나 좀 혼자 있게 해달라고!" (p125-128) 연속된 전화 세 통 뒤에-그리고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일이지만 진부하기만 하고 쓸모는 없는 격려 발언을 늘어놓은 뒤에, 옛날의 에스프리를 소생시켜보려고 동료들의 삶의 기억들을 되살리고, 절망에 빠진 사람들이 힘을 얻어 삶의 마지막 가장자리에서 돌아오게 할 만한 것들을 찾아내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한 뒤에-몇 시간 동안 그는 딸과 통화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딸은 피비와 함께 병원에 있었다. 그러나 그것으로는 모자랐다. 그는 어머니와 아버지와 전화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어 자신의 에스프리를 소생시키고 싶었다. 그러나 그가 알게 된 것은 삶의 종말이라는 피할 수 없는 맹공격이 가져온 결과 전체와 비교하자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가 긴 직장생활 동안 사귄 모든 사람의 괴로운 사투를 알았다면, 각각의 사람들의 후회와 상실과 인내가 담긴, 공포와 공황과 고립과 두려움이 담긴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알았다면, 이제 그들이 떠나야 할 것, 한때 그들에게 생명과도 같았던 그 모든 것을 알았다면, 그들이 체계적으로 파괴되어가는 과정을 알았다면, 그는 하루 종일, 또는 밤늦도록 계속 전화기를 붙들고, 전화를 적어도 수백 통은 해야 했을 것이다. 노년은 전투가 아니다. 노년은 대학살이다. (p161-162) 자신이 없애버린 모든 것, 이렇다 할 이유도 없는 것 같은데 스스로 없애버린 모든 것, 더 심각한 일이지만, 자신의 모든 의도와는 반대로, 자신의 의지와는 반대로 없애버린 모든 것을 깨닫자, 자신에게 한 번도 가혹하지 않았던, 늘 그를 위로해주고 도와주었던 형에게 가혹했던 것을 깨닫자, 자신이 가족을 버린 것이 자식들에게 주었을 영향을 깨닫자, 자신이 이제 단지 신체적으로만 전에 원치 않았던 모습으로 쪼그라든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수치스럽게 깨닫자, 그는 주먹으로 가슴을 치기 시작했다. 그의 자책에 박자를 맞추어 쳤다. 심장제세동기를 불과 몇 센티미터 차이로 빗나갔다. 그 순간 그는 자신이 어디가 부족한지 랜디나 로니보다 훨씬 잘 알 수 있었다. 보통 냉정하던 이 사람은 마치 기도하는 광신자처럼 사납게 자기 가슴을 쳤다. 이 실수만이 아니라 자신의 모든 실수, 모든 뿌리 깊고, 멍청하고, 피할 수 없는 실수들로 인한 가책에 시달리다-자신의 비참한 한계 때문에 정신을 못차릴 지경이면서도, 마치 삶의 모든 파악할 수 없는 우연을 스스로 만들기라도 한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그는 큰 소리로 말했다. "심지어 하위도 없어! 이렇게 심지어 하위도 없이 끝이 나다니!" (p164-165) 인생에서 가장 혼란스럽고 강렬한 일이 죽음이기 때문입니다. 죽음은 정말 부당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일단 삶을 맛보고 나면 죽음은 전혀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는 삶이 끝없이 계속된다고 생각해왔지요. 내심 그렇게 확신했습니다. (p175) 그들은 그저 뼈, 상자 속의 뼈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뼈는 그의 뼈였다. 그는 그 뼈에 가능한 한 바짝 다가가 섰다. 그렇게 가까이 가면 그들과 연결이라도 될 것처럼, 미래를 잃은 데서 생겨난 고립감은 완화되고, 사라진 모든 것과 연결되기라도 할 것처럼. 그다음 한 시간 반 동안은 그 뼈들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처럼 여겨졌다. 돌보지 않아 쇠락해가는 묘지는 초라하기 짝이 없었지만,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그 뼈들뿐이었다. 일단 그 뼈들과 함께 있게 되자 뼈를 떠날 수가 없었다. 뼈에게 말을 걸지 않을 수가 없었다. 뼈가 말을 하면 거기에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었다. 그와 그 뼈들 사이에서 많은 일이 벌어졌다. 그와 아직 육신을 입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지금 벌어지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이 벌어졌다. 육신은 녹아 없어지지만, 뼈는 지속된다. 내세를 믿지 않고, 신은 허구이며 지금 이것이 자신의 유일한 삶이라는 사실을 의심의 여지 없이 믿고 있는 사람에게 뼈는 유일한 위로였다. 처음 만나던 시절의 젊은 피비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의 가장 깊은 기쁨은 이제 묘지에 있다고 해도 과히 지나치다 할 수는 없었다. 오직 이곳에서만 만족을 얻을 수 있었다. (p176) 뼈들이 해준 말 때문에 그는 기운이 솟았고 어떤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렵사리 가장 어두운 생각들을 이겨낸 것도 같은 역할을 했다. 거친 바다 저 멀리 100미터나 나간 곳에서 대서양의 큰 파도를 타고 해변까지 단숨에 들어오던 늘씬한 작은 어뢰처럼 상처 하나 없는 몸을 지닌 그 소년의 활력은 어떤 것으로도 꺼버릴 수 없었다. 아, 그 거침없음이여, 짠물과 살을 태우는 태양의 냄새여! 모든 곳을 뚫고 들어가던 한낮의 빛이여. 그는 생각했다. 여름의 매일매일 살아 있는 바다에서 타오르던 그 빛이여. 그것은 눈에 담을 수 있는, 엄청나게 크고 귀중한 보물이었다. 마치 아버지의 이름 머리글자가 새겨진 보석상 루페로 귀중하고 완벽한 행성 전체를 살피고 있는 것 같았다. 그의 고향을, 십억, 조, 천조 캐럿짜리 행성 지구를! 그는 쓰러지는 것과는 거리가 먼, 불길한 운명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느낌으로, 다시 충만해지기를 갈망하며 밑으로 내려갔지만, 결국 다시 깨어나지 못했다. 심장마비. 그는 이제 없었다. 있음에서 풀려나, 스스로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어디에도 없는 곳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처음부터 부려워하던 바로 그대로. (p187-188) - 필립 로스 , ' 에브리맨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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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busu0 · 8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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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로스, <에브리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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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catkd · 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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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맨』
떠나기 직전에 하위는 그에게 조용히 말했다. "이번에는 좋은 여자를 얻었구나. 망치지 마라. 떠나게 하지 마."
"노동자들이 다이아몬드를 사는 건 큰일이야." 그는 두 아들에게 말했다. "아무리 작은 거라도 말이야. 마누라는 아름다워 보이려고 그걸 낄 수도 있고, 품위가 있어 보이려고 그걸 낄 수도 있어. 어쨌든 자기 마누라가 그걸 끼고 있으면 그 남편은 단순한 배관공이 아닌 거지. 다이아몬드를 손에 낀 마누라를 둔 남자가 되는 거야. 그의 마누라는 썩어 없어지지 않는 것을 소유한 거지. 다이아몬드란 건 그 아름다움과 품위와 가치를 넘어서서 무엇보다도 불멸이거든. 불명의 흙 한 조각, 죽을 수밖에 없는 초라한 인간이 그걸 자기 손가락에 끼고 있다니!”
어머니의 손을 잡고 입에 갖다 대는 순간, 그는 불과 몇 시간 사이에 헌신적으로 그를 뒷받침했던 두 여자를 잃었음을 깨달았다.
그는 피비에게 거짓말을 하고 또 거짓말을 하고 또 거짓말을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는 몸을 기울여 그녀의 머리, 부드럽고 하얀 머리를 쓰다듬으며 울지 않으려고 애썼다. 다시 기억이 났다―편두통, 낸시를 낳던 일, 광고회사에서 피티 램버트와 처음 마주친 날, 상큼하고, 겁에 질려 있고, 흥미로울 정도로 순수하고, 제대로 교육받은 아가씨, 세실리아와는 달리 유년의 혼돈으로 인한 먹구름 없이 맑게 갠 아가씨, 건전하고 말짱하고, 다행스럽게도 잘 폭발하지도 않고, 그러면서도 마냥 단순하지만은 않은 그녀의 모든 것.
노년은 전투예요. 이런 게 아니라도, 또다른 걸로 말이에요. 가차 없는 전투죠. 하필이면 가장 약하고, 예전처럼 투지를 불태우는 게 가장 어려울 때 말이에요.
필립 로스, 『에브리맨』에서.
이 소설은 황량하지만 친절하게 한 남자의 인생 속 장��들을 그림 넘기듯 보여주며 '보통 사람'으로서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지 조언해준다. 필립 로스는 별 뜻 없이 살아가는 나날들이 먼 시간 뒤에서야 빛나고 소중한 때로 되짚을지 모르기에, 이 순간을 제대로 살아야한다는 조언을 설득력 있게 전하고 또 전한다.
다른 장면들보다 주인공이 전(前) 부인이었던 “피비에게 거짓말을 하고 또 거짓말을 하고 또 거짓말을 했”던 장면에서, 피비가 주인공에게 쏟아내는 분노가 섞인 말들을 기억하고 새겨 절대 잊지 말 것. 소중한 상대에게 거짓말을 하지 말 것이며, 거짓말을 해야 할 일들을 하지 말 것.
“하지만 거짓말이라니…… 거짓말은 정말 경멸스러운 방식으로 값싸게 다른 사람을 통제하려는 거야. 다른 사람이 불완전한 정보에 따라 행동하는 걸 지켜보는 거야. 다른 사람이 수모를 겪는 걸 지켜보는 거라고. 거짓말은 아주 흔하지만, 당하는 쪽이 되어보면, 그건 정말 경악스러운 거야. 당신 같은 거짓말쟁이들에게 배신을 당하는 사람들은 점점 많은 수모를 겪게 돼. 그러다보면 마침내 당신도 그 사람들을 전보다 하찮게 여길 수밖에 없어, 안 그래? 당신처럼 능숙하고 집요하고 사악한 거짓말쟁이들은 언젠가는 틀림없이 자신에게 심각한 한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거짓말을 하는 상대한테 그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게 될 거야. 아마 스스로 거짓말을 한다는 생각조차 못할 거야. 거짓말이 섹스도 안 하는 가여운 짝의 감정을 고려해 주는 친절한 행동이라고 생각하겠지. 자기 거짓말이 미덕이고, 자기를 사랑하는 얼간이를 향한 관용의 행동이라고 생각할 거야. 하지만 이건 그냥 이거야. 빌어먹을 거짓말이라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빌어먹을 거짓말이라는 말이야.”
2018.06.
필립 로스, 『에브리맨』, 문학동네,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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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ahn · 1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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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한 건 어쨌든 사람들을 옳게 이해하는 게 삶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사람들을 잘못 아는게 삶이다. 잘못 알고, 잘못 알고, 잘못 알고, 그러고는 주의를 기울여 다시 생각하고는 또 잘못 안다. 그게 우리가 살아있다는 것을 아는 방법이다. 우리는 틀렸다.
필립 로스, "에브리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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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ningrainstory-blog · 9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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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맨 #필립로스 '나는 태어날 때부터 저 얼굴을 보아왔어.' 아버지에 대한 언급이었다. 무덤에 아버지를 묻는 장면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나는 부모의 죽음을 경험해보지 못하였으나 상상이 더 괴로울 때가 있어 견디지 못하고 책장을 덮었다. 죽음은 늘 우리 곁에 있고 살아가는 행위를 겸허하게 하며 겸손을 가르친다. 더불어 용기. - 손톱을 다듬었다. 생각했던 색을 주인이 말했다. 가을에 버건디는 뻔한 선택이지만 안전하기도 하다. 때마침 티비에 김구라가 나오고 있길래 농담인 듯 지난 밤 꾸었던 꿈 이야기를 했다. 나이에 비해 지나치게 어린 얼굴을 한 사장은 눈길을 피하며 말했다. "꿈 속에서 그 사람이 한 말, 사실은 고객님의 마음인지도 모르잖아요. 지금 외롭고 누군가가 필요한데 기대고 싶은 누군가가 옆에 있으신 건 아니예요?" 멈칫. 그래, 마냥 어린 사람은 아니었구나, 농담처럼 할 말도 아니었고. 입을 꼭 다물었다. 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또다른 나라고 했다. 누군가에게 끌리는데 혹여 외로워는 아닐까, 진짜 감정이 맞을까, 스스로 경계하며 거짓된 변명으로 거리를 두는 상태. 나에게 내 걱정을 들켰다. - 책을 쓰고 그 책처럼 살라고 했던가. 아직 멀었다. 그래도,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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