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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쌤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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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mnotsamami · 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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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21일
심장내과 실습의 하루
<Code Blue>
오늘도 여전히 졸린 아침을 맞이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어제와 똑같이 오전 Coronary angiography와 PCI 시술 참관을 위해 심도자실에서 동기와 함께 대기하고 있었다.
오전 8시30분 쯤 심혈관계중환자실에서 code blue가 방송이 되었다. 그리고 얼마 후 여러명의 의료진들이 함께 응급실 카트로 환자를 심도자실로 이송을 했다. 그 순간 난 이 환자분이 방금 code blue의 원인이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했다. 내가 눈치가 어지간히 없어서 그런지 PA선생님한테 환자 시술 참관해도 되냐고 여쭤봤는데 침착한 톤으로 “우선은 캣방 모��터로 봐주세요“라고 대답해주셨으나 납복을 입느라 급해 보이는 모습을 보고 그제서야 눈치를 챘다 - “이 환자 곧 죽겠구나”.
그러고 심도자실 안에서 많은 사람들이 환자가 expire하지 않도록 정신없이 움직였다. 교수님은 ecmo를 다시 잡기 위해 열심히 femoral artery와 사투를 벌이고 있었고 PA쌤 한명은 CPR를 끊임없이 치고 있었다. 다른 PA쌤은 인턴을 호출하고 또 하나의 PA쌤은 필요한 물품들을 찾으며 전달해주고 있었다.
1시간 정도의 CPR 끝에 vital은 잡혔다.
그렇다면 난 무엇을 하고 있었나? 이 모든 과정을 흥미롭게 구경하고 있었다. “흥미롭게”라는 표현이 조금 어울리지 않겠지만 마땅히 대체할 단어가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난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 내 머릿속에는 그저 “이 환자는 나이가 49살에 신장이식을 3번이나 받으면서 end stage kidney disease는 여전히 있고 당뇨까지 있었는데 도대체 어떻게 생활을 하고 관리를 했길래 이 지경까지 온거지?” 이라는 비판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물론 틀린 말을 아니다. 하지만 내가 다시 생각해보니 변해가고 있는 내 모습에 스스로 놀라웠다.
여기서 핵심은 이 모든 상황이 ”흥미롭고“ ”비판적인 생각을 한 것“과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는 것이다.
병원에서 Code blue는 일상일 것이다. 아직 학생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알진 않지만 이 길을 걷는 모든 의대생들은 결국 비슷하겠구나 싶다. 결국에는 그들도 사람이며 이런 무서운 상황을 결국에 get by하는 수 밖에 없고 자연스레 넘기게 될 것이다. 물론 나도 그럴 것이며 내가 거쳐야 하는 과정의 일부이다.
아차, 그 환자는 다시 arrest가 나도 이상하지 않다. 아니나 다를까 EMR에서 확인을 해보니 그 환자의 가족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이상 오늘 하루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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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mnotsamami · 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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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실습 중이다.
첫 외과6주를 돌면서 많은 환자들을 보기도 했지만 환자를 제대로 만나서 문진을 하거나 얘기를 해본 적이 없다. 전에 간담췌 외과 돌 때 케이스 발표 준비를 위해 환자를 처음 만나서 몇마디 나눠본 것 외에는 따로 없었다.
하지만 현재 소화기내과를 돌고 있는데 다시 또 케이스 발표을 위해 환자를 봐야하는 경우가 와서 제대로 마음을 다잡고 질문도 많이 하려고 준비하고 얘기를 많이 해보려고 했다. 오늘의 이야기이다.
84세 김0문 할아버지.
간세포암의 과거력으로 3차례나 TACE 치료를 받으셨으나 만성 HBV 간염과 알코올로 인한 간경변증이 심해져서 복수와 숨참 증상으로 내원하셨다. 깡마른 몸에 복수 때문에 매우 빵빵한 배를 가지고 계셨다. 문진을 하려고 질문거리를 준비하고 병실에 올라가서 얘기를 나누려고 했지만 긴장이 되었다. EMR상 검사에 대한 compliance가 떨어져있었기 때문에 뭐라고 막말을 하실까 걱정했기 때문이다. 물론 제대로 된 문진이 처음인 것도 있기 때문인 것도 있다.
병실에 들어갔을 때 할아버님은 주무시고 계셨지만 용기를 내서 깨우고 자기소개를 하고 몇가지 물어볼 것이 있다고 하면서 어렵게 대화를 시작했다. 복수 때문에 숨이 차기도 하셨고 발음이 너무 안좋으셔서 내가 잘 듣진 못했지만 그래도 대화상대가 있다고 생각하셨는지 너무나도 신나하신 것 같았다. “술을 왜 끊어!!” “술은 인류가 만든 가장 최고의 발명품이지!!.” 와 같은 반장난 반진심이 ���긴 말씀을 하시면서 술에 대한 엄청난 사랑을 표현하셨다.
그러고서는 술 드시면 간이 더 안좋아진다고 말씀 드리고 잘 회복하셔서 퇴원하셔도 꼭 술은 드시지 말라고 말씀을 드릴 땐 “네, 술 안마실께요 선생님, 잘 부탁드려요” 와 같은 말씀을 하셨다. 그 외에는 공자의 가르침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고 여러가지 사담을 나누기도 했다. 대화가 다 끝나고 나서야 긴장이 조금 풀렸다. 하지만 마음은 좋지 않았다. 말기 간경변증을 앓고 계신데 알코올에 대한 애착을 버리지 못하시는 그 모습이 너무나도 슬펐다. 그리고 간이식을 받지 않으시는 이상 완치가 절대 안될걸 알면서도 “치료 잘 받으시고 회복하셔서 퇴원하셔야죠~”라고 말한 내 자신을 돌아보면서 내가 잘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심지어 수술 조차 할 수 없는 상태이기도 하시다.
너무나도 잘 먹고 혈압도 좋다고 자부하시고 열이랑 두통도 없고 멀쩡하다고 자부하시는 김0문 할아버님의 모습을 보고 너무 마음이 아팠다. 사실 할아버님이 살 날이 얼마 안남으신걸 나는 뻔히 알면서도 거짓말을 해버린 것이 나를 괴롭히고 있는 것 때문인가도 생각했다. 나도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인간들은 모두 외롭다. 외로워서 술에 의존하고 외로워서 서로를 이용하고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것은 비단 인간들의 탓은 아니다. 긴 여생을 살아오고 많은 것들을 하는 경우가 있지만 모두가 다 그런 삶을 사는 것이 아니다. 평생을 방황하며 힘들기 때문에 무언가에 의존을 하며 마음의 안정과 평화를 찾기 위한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난 술을 개인적으로 별로 안좋아하지만 건강을 해쳐서야까지 술을 내려놓지 못하는 할아버지의 마음을 또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할아버님, 건강하셨으면 정말 좋겠어요. 현재 할아버님의 상태를 보았을 때 완치가 절대 안되는 것을 알면서도 거짓말 해서 죄송해요. 근데 저는 마음만큼은 정말 할아버님이 얼른 쾌차하셔서 더 오래 건강하게 사셔서 가족들이랑 행복한 나날들을 보냈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저 그런 바램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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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mnotsamami · 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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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2.23.
오늘은 엄빠랑 강화도를 다녀왔다. 갑자기 가자고 하길래 오랜만에 서울 밖을 돌아다니고 맛있는 것을 먹고 돌아왔다. 나는 사실 여행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귀찮아서인지 집이 좋은거지 아무튼 나가기 싫어한다. 그런데 오랜만에 먼 곳을 나가보니 생각보다 괜찮은 것 같다. 익숙하지 않은 것을 도전해보고 마주할 용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도 그래야지. 아 그리고 어제 풋살할 때 다친 발목 오늘 보니 팅팅 부어 있어서 얼음찜질을 했다… 영광의 부상(?)이라고 생각하려고 한다. 그리고 요즘 우울한 것도 행복한 것도 아니지만 묘하게 섞인 감정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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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mnotsamami · 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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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22 (옛날에 다른 곳에서 쓴거 다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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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병리실습이 있어서 아침 일찍 병원을 가게 되었는데, 정문에 어떤 중년의 남성 환자가 휠체어에 떨어져서 땅바닥에서 넋이 나간채 멍하니 미세먼지가 가득한 허공을 보고 있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난 병원을 들어가지 않고 옆에서 엿보듯이 관찰을 하고 있었다. 물론 병원 스태프 분 한명과 보호자가 부축하려고 곁에 있었지만 그 외 아무도 관심이 없던 병원 앞에서의 차가운 기운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러자 뒤에서 갑자기 나타나 학교 동기가 내게 인사를 하며 “어 안녕!! 저기 왜 저러시는거야?” 나는 “응 안녕, 나도 모르겠네”하던 순간 내게 “응, 나 던킨 들려서 커피 사서 갈꺼니까 먼저 가! 강의실에서 보자!”하며 먼저 갔다.
서로 비슷한 얼굴을 한 주제에 서로에게 틈입을 주지 않고 외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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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mnotsamami · 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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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8.23.
열번 잘해도 한번 실수로 관계는 무너진다.
그러나 열번 못하고 한번만 잘해도 관계는 생긴다.
01.29.23.
난 항상 사람을 만나고 나면 우울해진다. 그러나 막상 만날때는 괜찮다. 인간혐오증인가. 사회 불안증인가. 나도 잘 모르겠지만 종 잡을 수 없는 슬픔이 밀려온다. 30대까지 사는 것도 원하지도 않고 적당히 살다가 생을 빨리 마감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01.30.23.
뭘 쓰려고 했는지 까먹었다.
02.06.23.
난 결코 선한 사람이 아니다. 많은 노력을 하지만 대화의 흐름이나 특정 상황에서의 나의 행실을 보고나면 나 스스로도 한심하다. 음 한심하다기보단 사실 토가 쏠리는 정도인 경우도 있다. 내가 이렇게 태어난 이상 선할 수가 없는 것 같다. 완벽하길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나의 도덕적 기준을 어느정도 충족시키고 싶지만 언제나 도달 할 수 없는 불가능의 경지에 있는 것 같다. 완벽하지 않은 것을 포용하자. 사람은 모두 불완전해서 아름다우니까.
02.09.23.
내일이 아버지 생신이라서 꽃 사드리려고 이촌역 근처 꽃집을 갔다. 걸어가던 도중 어떤 청년이 전기공사? 매장 앞에 계속 서 있었는데 알고 보니 가게 앞에 있는 강아지와 마주보고 있었다. 이 청년에게서 매우 선한 기운이 느껴져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저 강아지에게 내미는 청년의 손과 그걸 차분히 만지게 해주는 강아지. 이 각박하고 답답한 세상에 한 줄기의 빛 같은 잠깐이지만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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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2.23.
사람들은 내 본 모습을 싫어하는 것 같다. 그래서 친구가 많이 없는 것 같다. 난 가식적인 것들이 싫고 껍데기만 화려한 것���을 볼때마다 엄청 불편해진다. 나답게 살고 싶어도 사회문화적으로 모두 행복과 즐거움만을 요구한다. 우울과 슬픔은 용납되지 않으며 오히려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솔직함이 오히려 독이되는 경우가 있다. 나도 거짓말을 안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가식적일 순 없다. 하지만 이 세상은 가식으로 쌓여져 있는 것 같다. 가끔씩 견딜 수가 없게 불편해서 토가 쏠린다. 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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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mnotsamami · 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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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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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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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mnotsamami · 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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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왔으면 좋겠다
나는 여태까지 영혼이 빠진듯한 인간들의 일상을 경계 했다. 무책임함 사회와 1차원적인 쾌락, 무지한 사람들의 뻔한 패턴에 대한 일방적인 혐오를 느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부러움이 아닌 듯한 궁금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나도 즐겁고 싶다. 나도 재미를 느끼고 하하호호 떠들면서 쓸데없는 얘기를 나누면서 행복하고 싶다. 나도 같이 따라 어울리려고 하지만내가 아닌 것 같다. 기형도가 말하길 가장 ���대한 잠언이 자연 속에 있음을 믿는다고 한다. 나도 믿고 있지만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은 자연이 아닌 것 같다. 
오늘 눈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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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mnotsamami · 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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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d’P - 날개짓
오늘도 날개짓을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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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mnotsamami · 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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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zymandias - Percy Bysshe Shelley
영원할 거라는 어리석은 착각이 눈 앞을 가려버리네. 먼지가 불려가듯 지나가는 쓸쓸한 나의 잔상. 언젠가는 더 이상 내 것이 아니게 될 나의 슬픔과 행복 그리고 열망들.
위대한 것도 잊혀진다는 건 흔한 일이겠지.
근데 영원한 건 없단 그 말, 그럼 영원하지 않을거잖아 그 생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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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mnotsamami · 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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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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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유일하게 손이 가는대로 순수하게 그린 그림. 나의 자아를 그려내듯 자유롭게 표현을 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그러나 어쩌다가 불의의 사고로 그림이 찢어져 훼손이 되어버렸다. 그림이 찢겨진 것뿐만이 아닌 나의 자아도 찢어져 버린 것이다. 결국 남겨진 것은 사진 뿐.
내 이름을 따서 sam이라는 이름을 지어줬지만 결국 찢겨서 없어지게 되어 지금도 생각하면 가끔 가슴이 메어진다. 불쌍한 sam.
그 상처도 사랑해야겠지.
“베어진 풀에서 향기가 난다. 알고 보면 향기는 풀의 상처다... 상처도 저토록 아름다운 것이 있다.”<김재진-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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