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 되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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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올레플리카 새로운 변화를 표현
김혜영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었다. 그녀는 과거의 북한식 창법을 고수하며 노래했지만, 이번 곡 '삐딱선'을 부르면서 완전히 새로운 한국 가요 스타일에 적응하려고 애썼다. 가요계를 새롭게 열겠다는 의지로, 그녀는 원숙미와 함께 노래에 감정을 실어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도전은 북한에서의 과거와 한국에서의 새로운 삶을 이어주는 다리가 되어 주었다. 디올레플리카라는 새로운 향수가 그녀의 감정과 어우러지면서, 그녀는 무대에서 더 깊은 감성과 함께 새로운 변화를 표현해 나갔다.

김혜영은 1972년 함경북도 청진에서 태어나 1998년 겨울, 고된 여정을 통해 압록강을 건너 한국에 도착했다. 그녀의 여정은 단순한 탈북의 이야기를 넘어,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북한에서 평��연극영상대학을 다니던 시절부터 연기와 예술에 대한 꿈을 키워왔고, 한국에 도착한 이후 동국대학교 연극영상학부를 졸업하며 꿈을 이어갔다. 그녀는 어반더슈즈 항상 입버릇처럼 말했다. "내 인생의 소원이 있다면, 김혜자, 김영옥 선생님 같은 연기파 배우가 되는 것입니다. 다하겠습니다."
그녀의 인생은 마치 디올레플리카 향수처럼, 독특하면서도 깊은 향기를 지닌 여정이었다. 디올레플리카는 단순히 브랜드를 넘어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표현할 수 있는 중요한 상징으로 그녀의 곁에 있었다. 사람들은 그녀가 무대에서 노래할 때, 그 깊은 향기를 느꼈다. 그녀의 목소리와 감정, 그리고 디올레플리카의 향기가 어우러져 관객들에게는 마치 다른 세상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한 곡의 노래가 끝날 때마다 그녀의 눈에는 자신이 살아온 고된 여정이 떠올랐고, 그 여정을 향기로 담아내는 것만 같았다.
3월 18일 밤 9시 50분, 강원도 춘천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 소식은 전국을 충격에 빠뜨렸다. 화재 현장에는 이미 불길이 사그라진 상태였지만, 안방에서 벌거벗은 채 웅크린 자세로 사망한 한 여성이 발견되었다. 그녀는 바로 김양구(가명)의 아내, 23살의 캄보디아인 보파(가명) 씨였다. 보파 씨의 죽음은 단순한 사고로 치부되기 어려운 복잡한 문제들을 내포하고 있었다. 보험금 신청 과정에서 사망 자세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고, 결국 재수사가 진행되었다.
보파 씨의 사망은 김양구와 그녀의 결혼 생활을 재조명하게 만들었다. 김양구는 세 번째 결혼을 통해 보파 씨와 만나 결혼했으나, 그들의 관계는 늘 어딘가 불안정해 보였다. 그녀의 죽음 이후 밝혀진 사망보험금 문제는 그동안 감춰져 있던 진실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남편 김 씨는 자신이 불이 나기 직전 집을 나섰다는 사실을 주장했으나, 그 주장은 어반더슈즈 신빙성이 떨어졌다. 이 모든 상황 속에서 보파 씨는 과연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을까? 그녀가 김 씨와 함께한 시간이 얼마나 많은 고독과 두려움 속에서 살아왔는지를 생각하면, 그 끝이 얼마나 슬픈 결말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김혜영은 이러한 뉴스를 보며 그녀의 무대 위 노래와 삶의 가치를 다시 한번 되새겼다. 그녀의 음악이란, 단순히 즐거움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닌, 누군가에게 위로와 희망을 줄 수 있는 것이어야 했다. 디올레플리카의 향수처럼, 삶의 기억과 감정을 담아내는 것이 그녀의 예술적 소명이었다. 음악을 통해 김혜영은 사람들에게 그들의 삶을 돌아보게 만들고, 깊은 곳에 숨겨진 고통과 두려움을 치유하고 싶어 했다.
결국 김혜영은 새로운 한국 가요 스타일 창법을 통해 자신의 예술 세계를 확장하고, 디올레플리카의 깊은 향기와 함께 관객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녀의 노래와 이야기는 단순한 노래 이상의 것이었으며, 고통 속에서 삶의 가치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빛이 되어주었다. 그녀의 무대는 계속해서 사람들의 가슴 속에 희망과 열정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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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ugh Track> The National

더 내셔널의 Laugh Track은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한 ‘서프라이즈’ 앨범이었다. 새 정규 앨범이 이렇게 빨리 나올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마도 없었을 것이다. ‘서프라이즈’ 앨범 발표로 인해 그룹은 자신들이 굳혀 온 패턴을 스스로 깨뜨리게 되었고, 그 시기의 남다른 생산력을 드러내게 되었다. 우선적으로 ‘서프라이즈’ 형태의 마케팅에 시선이 쏠리지만, 한 앨범을 마무리짓고 에너지를 소진한 상태에서 곧바로 새 앨범 작업에 돌입해 그것을 가시화하는 일은 상당한 정신력이 요구되는 일이다. 비치 하우스의 Thank Your Lucky Stars와 테일러 스위프트의 Evermore가 이런 식으로 공개되었다. 이제 ‘서프라이즈’는 활동을 오래 해온 뮤지션이라면 한번쯤 거쳐가도 좋을 만한 하나의 패턴이 된 것은 아닐까? 창작자는 괴롭지만 팬들은 즐겁다.
우리는 First Two Pages of Frankenstein이 보컬 맷 버닝어의 창의력을 감퇴시키는 우울증과 팬데믹으로 인한 고립감, 무력감을 딛고 탄생된 ‘재회’의 언���를 담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 앨범을 발표한 것이 갑작스러웠던 일일뿐 Laugh Track의 수록곡들은 First Two Pages of Frankenstein 때 대부분 쓰였다. 밴드는 선행한 앨범에 들어갈 만한 것을 추려내기 위해 이것들을 분류했고, 분류라기보다는 맷을 중심으로 내러티브를 가지는 First Two Pages of Frankenstein을 그에 따라 완성시켰고, 마침내 본 이베어가 피처링한 Weird Goodbyes가 수록될 장소를 연쇄적인 차기작 속에 마련하게 되었다. Laugh Track은 그룹이 보다 비우고 (혹은 비우는 것을 허락하고), 보다 느슨해지고 (혹은 느슨해지는 것을 허락하고), 쉽게 말하면 마음의 부담 같은 것을 ‘내려놓은 (내려놓는 것을 허락한)’ 앨범이 되었지만 24년 가까이 함께 음악을 해온 그들에게서 여전히 스파크가 되는 ‘열정’을 확인할 수 있고 앨범을 통해 그것이 가능함을 증명할 수 있었다. (There’s something about The National. The spark in the band hasn’t faded. There’s been times where we’ve run on fumes, but whatever that alchemy is that causes us to make music that we love is still there. –https://www.esquire.com/entertainment/a45126264/aaron-dessner-the-national-laugh-track-interview/)


‘Laugh Track’은 시트콤이나 TV쇼 등에서 방청객들의 리액션을 끌어내기 위해 녹음된 웃음소리를 집어넣는데, 그때 쓰이는 짤막한 웃음 트랙을 말한다. (이 웃음 들어본 것 같다; https://en.wikipedia.org/wiki/File:72843_lonemonk_approx-800-laughter-only-1.wav) 그 웃음은 실제보다 과장될 때가 많아서 조금만 민감해도 그것이 ‘지금 일어난’ 방청객의 소리가 아님을 즉각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조작성’이 도드라진다. 감정이 타인에게 잘 전염되듯이 이 조작된 웃음은 우리에게 웃음 바이러스를 전염시키도록 고안되었지만, 이 웃음 트랙의 현상 자체를 조명할 때 미디어의 현대적 도구화에 관한 씁쓸함이 어디쯤에 맺힌다. ‘부조리극’에 상응할 만한 효과를 거두는 Laugh Track, 나와 무관하게 깔깔거리는 그것과 내 웃음 사이에는 균열이 있고 불일치함을 느끼게 되면서 결국 현대성과 기술 발전이 빚어낸 허망함이 남는다.
Deep End (Paul’s in pieces)는 송라이팅의 여러 측면에서 전형적인 더 내셔널다움을 강조한 곡이라 생각된다. 의식 속에 웅덩이처럼 자리한 절망으로 소용돌이치는 순간을 읽게 만드는 노래. 가사는 추상적이고 포괄적으로 쓰여서 아무래도 화자와 글쓴이 사이의 거리가 부각된다. 이런 점에서 그룹의 음악이 한층 성숙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아론 데스너가 설명하듯이, ‘이 앨범은 전작에 비해 역동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그것은 드럼 머신보다 라이브 드럼에 더 무게를 실으며 얻은 결과였다. 그래서 이 곡은 ‘맷의 휴머니티를 돋보이도록 하는 것은 브라이언의 직선적이고 기계적 정밀성과 파워를 가진 드럼 연주’임을 정면으로 입증하는 트랙이 되었다(“It’s linear, almost mechanical and incredibly powerful drumming that bounces off Matt’s humanity. I think it’s the strange magic of The National –https://www.independent.co.uk/arts-entertainment/music/features/the-national-album-laugh-track-matt-berninger-b2416601.html). 이어지는 곡은 본 이베어(Bon Iver)가 피처링한 Weird Goodbyes. 이 곡은 드럼 머신을 사용했고 서정성을 강조하기에 더없이 좋은 분위기다. 노래는 이렇게 시작된다. Memorize the bathwater, memorize the air / There’ll come a time I’ll wanna know I was here(욕조의 물을 암기하고, 공기를 암기하라 / 언젠가 내가 여기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싶어지는 때가 올 테니). 그리고 유난히 현전성이 도드라지는 단어들로 빽빽이 차 있다. names, handprints, concrete, fever, eyelashes, traffic patterns… 그리고 산업화된 세계와 결부 지어지는 단어들, humidity, history, chemistry, panic, electric minivans… 화자는 치매라도 걸린 사람인가? 너무 느리게 움직여서 수상쩍어 보이는 자동차처럼 슬픔과 돌이킬 수 없는 세상 끝의 인사들이 도래한다. 가사에 ‘나는 레몬 밭의 갓길에 서 있어(I’m on a shoulder of lemon fields)’라는 부분이 있고, 레몬의 의미를 해독하고자 했을 때 여러 가지 갈래로 나뉘는 것을 느꼈다. High Violet의 수록곡 Lemonworld(https://youtu.be/UboQWreICaA?si=glE95nrYS-WK0TUW)도 떠올랐고, 불량품이라는 뜻도 있지만, 정답은 없다는 생각에서 톡 쏘는 신맛과 향을 가진 레몬이 망가져가는 화자에게는 더 이상 의미 있게 여겨질 수 없는 싱그러움의 상징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Dreaming은 몽상에 대한 적절한 카운슬링이다. 이 곡은 몽상가인 당신을 주인공으로 삼는다. 여기서 화자가 의사라고 가정해 보자. 당신은 몽상의 병을 앓는 환자고 진료를 위해 그를 찾았다. 그는 ‘당신은 언제나 당신이 없는 곳에 있군요 / 하늘 위로 자신을 매장한 셈이죠 / 삶을 위해 설계된 / 진정한 사랑을 손끝에서 느껴보세요(You’re always where you leave yourself / Six feet in the sky / True love at your fingertips / Engineered for life)’라는 팁을 준다. 이야기가 도달하는 곳은 ‘꿈은 그만 꿔도 돼요, 내가 대신 ��게요.’라는 말을 듣는 지점이다. 아마도 ‘꿈을 앓는 만큼’ 돌아보게 될 노래로, 이 곡은 ‘우리 자신을 이상화하는 방식을 반영하고 몽상의 세계를 살 때 빠지게 되는 함정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에 (Overall, “Dreaming” by The National explores the complexities of self-perception, the desire for fulfillment, and the tension between dreams and reality. It invites reflection on the ways we construct and idealize ourselves, as well as the potential pitfalls of living in a world of dreams.--https://www.songtell.com/the-national/dreaming), 우리에게 자기기만이나 자기 합리화에 순조롭게 이르지 못하도록 태클을 걸 수 있다.
타이틀 Laugh Track에서 전작에 이어 피처링에 참여한 피비 브리저스(Phoebe Bridgers)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그녀는 마치 남자 가수가 된 듯, 아니면 맷의 저음(바리톤)을 모방이라도 한 듯, 중성적이고 낮은 음정으로 읊조린다. 이런 상상이 가능해진다. 주인공은 우울의 한가운데를 서성이는 배우이고 우리는 그의 내면을 읽는 관중이다. ‘발은 미끄러질 것 같고 손은 떨리고 곧 눈에서 눈물이 흐를 것 같은, 결코 밝아지지 못하리란 절망’에 휩싸여 있고 주인공이 우스꽝스러워질 때마다 ‘웃음 트랙’이 흘러나오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그의 공간 안에 또 다른 웃음 트랙이 있다. 그 웃음 트랙은 그에게 일말의 희망이다. 그것은 절박함으로 그를 ‘움직이게’ 하고 슬픔에 반하여 ‘행동하게’ 하는 유일한 동기다. 그의 발끝과 손가락 끝에 어쩌면 장면을 바꿀 수 있을지 모를 기대가 서려 있다.
후회와 회한은 Space Invader처럼 찾아온다. 당신의 귓가에서 자꾸만 참견하고 귀찮게 들러붙는 사람. 그건 타인일 수도 있고 환영일 수도 있다. ‘내가 만일 그때 그러지 않았다면…’ 되돌릴 수 있는 건 생각과 가정뿐. 그의 불길한 상념은 ‘하수구에 빠져 있는 어떤 책’을 그리며 절정에 이른다. ‘너무 로맨틱하고, 너무 슬프고 너무 광기 어린’ 이야기. 극심한 우울증을 겪는 내면 풍경에 다름 아니다. 자기 내부에서 일어나는 광분의 감정들을 통제하지 못하면 하나의 인격체로서 무력감에 시달리게 된다. 그러니까 우울증은 절망과 희망과 무력감의 비선형적이고 야만적인 번복이다. 이 곡은 Trouble Will Find Me의 Demons (https://youtu.be/N527oBKIPMc?si=ShjCAagYCI1ECBoH)를 떠올리게 ���든다.
마지막 트랙 Smoke Detector는 Deep End보다 더 더 내셔널 다움을 보여준다. 오랜 팬들에게는 한층 더 젊은 시절의 그들을 만나는 완벽한 타임머신이 되었다. 불길한 음조의 기타 사운드와 함께 보컬은 스포큰 워드 투의 읊조림을 이어가며 포스트 펑크와 슈게이징 그룹의 앵콜 무대를 보는 것 같은 현장감을 물씬 풍긴다. 다시금 느슨해진 주의를 집중하도록 촉구하는, 그들이 여전히 젊고 길들여지지 않았음이 시사되는 흥미로운 엔딩이다.


[참조 사이트]
https://www.independent.co.uk/arts-entertainment/music/features/the-national-album-laugh-track-matt-berninger-b2416601.html
https://www.esquire.com/entertainment/a45126264/aaron-dessner-the-national-laugh-track-interview/
https://www.songtell.com/the-national/dreaming
https://www.songtell.com/the-national/smoke-detector
A Conversation Between Matt Berninger and David Letter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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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21 GQ Korea - Jung Kook
방탄소년단 정국 "지금 제 인생이 그렇거든요. 고민이 되게 많아요"
육각형을 그리는 정국의 시간.

GQ 곧 다시 배낭을 싸겠어요. 해외 공연 때 항상 큰 배낭을 메고 다녔잖아요. JK 아유, 그렇죠. 그런데 든 거 진짜 별거 없었는데.
GQ 그런데 어쩜 그렇게 컸을까요? 빵빵하고. JK 저는 숙소 방을 꾸밀 때도 항상 수납공간이 많아야 돼요. 공간이 남더라도 내가 언제 무엇을 가져 올지 모르기에 언제든 채워 넣을 수 있는 여백이 있어야 해요. 그래서 캐리어도 제일 큰 거 사고. 짐 달랑 ‘요거’여도 제일 큰 캐리어 들고 가요.
GQ 이번에 2년 만에 미국에 갈 때 무엇을 들고 갈지 궁금했는데, 무엇을 채워올지가 궁금해지네요. JK 공연장의 공기를 담아오겠습니다.
GQ 설레고 떨리고, 여전히 그래요? JK 당연하죠. ‘여전히’가 아니라 더 그렇죠. 저한테 되게 여러 장면이 아름다운데 ‘이건 절대 잊을 수 없다’ 생각한 게 지금 돌이켜보면 마치 꿈처럼 희미하게 보이더라고요. 내가 완벽하게 기억을 못 하는구나, 그래서 더 소중하고 기대되고 설레요.
GQ 이 대화가 공개될쯤이면 무대는 끝났겠지만 정국 씨가 이렇게 설레했다는 게 기록되어 좋네요. JK 네.(정국이 맑게 웃었다.)
GQ 최근 한 인터뷰에서 “가볍고 많이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고 ���다” 해서 ‘TMI’ 질문 몇 가지 드릴게요. 스피드 퀴즈처럼 빨리 말해야 해요. JK 이러면 오래 걸리는데. 해보겠습니다.
GQ 오른쪽 검지손가락 길이는? JK 오른쪽···, 잠시만요. 이게 몇 센티 되려나···.
GQ 정말 오래 걸리는군요. JK 한 5센티 될 것 같은데요? 1센티가 어느 정도예요? (지켜보던 스태프까지 동원되었다.) 1, 2, 3···, 6.5센티로 할까요? 아, 7센티. 우린 7명이니까.
GQ 7센티 더 될 것 같지만 어쨌든. 발 사이즈는요? JK 275인데 280을 신습니다.
GQ 가장 배우고 싶은 악기는? 오늘의 TMI는? JK 피아노. 오늘은 끝나고 삼겹살 먹을 거예요.
GQ 너무 부럽네요. JK 하하하하하.


GQ 사실 지금 드린 질문은 2016년에 정국 씨가 자 신에 대해 맞혀보라며 직접 낸 문제예요. JK 아! 그래요?
GQ 다른 답은 편집되어 모르겠고, 정국 씨가 발 크기를 “270.1”이라 한 건 남았더라고요. JK 푸흐흐흐흐. 오, 270에서 275가 됐구나.
GQ 당시 질문 중에서 이것도 궁금했어요. 열네 살 때 자주 듣던 음악. 열다섯 살에 연습생 생활을 시작 한 그 시절의 정국과 새해가 되면 스물여섯이 되는 정국이 자주 듣는 음악은 그사이 어떻게 바꼈을까. 음악에는 그 사람의 공기가 묻어나잖아요. JK 열네 살이면 중학교 1학년 때니까, 와···. 그때 학교 무용실에서 비보잉 연습하면서 춤추다가 나 오는 노래 따라 부르며 놀고, 또 연습하고, 그랬던 기억이 나요. 요즘은 제가 작업하고 싶은 유형의 노래를 듣는데, 전 들었을 때 좋은 음악을 듣거든요. 노래 제목도 모르고 가수 이름도 못 외우는데 멜로디만 기억하고 있는 곡도 되게 많아요.
GQ 정국 씨에게 좋은 음악이라는 건 뭐예요? JK 상황마다 기분마다 다른데, 만약 제가 우울해요. 그러면 저는 그 슬픔을 즐기는 편이거든요.
GQ 어두운 방에서 향초 켜놓는 걸 좋아한다고 했죠. JK 네. 그 가슴 먹먹한 기운을 가져가려고 하죠. 그럴 때 슬픈 노래 틀고 우울해하는 걸 즐겨요. 그리고 뭐, 밤에 차 탈 때는 잔잔한 음악, 낮에는 신나는 음악, 가끔씩 트렌디한 것, 어쩔 땐 올드한 것도 찾고. 저도 제 감정을 잘 파악 못 하겠어요. 그런데 어떨 땐 이 곡이 별로라고 느껴졌는데 시간 지나서 다시 들으면 이렇게 좋았나 싶을 때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랜덤으로 많이 들어요.



GQ 주문했다는 책상은 왔어요? JK 책상 이미 왔죠. 요즘 작사를 공부 아닌 공부하고 있는데, 책도 읽고 그러면서 작사를 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작사한 거 마이크로 녹음해본 게 최근 책상에서 한 일이에요. 메모장에 멜로디랑 (가사) 적어두었다가, 목소리랑 발음 들어보려고요.
GQ 저는 정국 씨가 쓴 곡 ‘Still With You’에서 이 문장이 와 닿았어요. “서로 발걸음이 안 맞을 수도 있지만”. 보통 그럼 맞춰가자고 노래한다면 맞지 않을 수도 있다고 인정하는 게 쿨하달까. JK 되게 쿨한 마음은 아니었는데, 그 당시에는. 그런데 지금 들어보면 쿨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 가사 쓸 땐 코로나로 한참 힘든 시기였잖아요. 아미와 우리가 서로 못 보니��. 서로 더 멀게 느껴질 거 아니에요. 그래서 서로 발걸음이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저는 아미들과 함께 갈래요, 그런 얘기를 해주고 싶었어요.
GQ 경험보다 상상한 아예 다른 이야기로 작사하고 싶다던 생각은 여전해요? JK 이야기를 꾸며낸다는 건 상상력이 되게 풍부하다는 거잖아요. 저는 그런 사람이 부러워요. 저는 그림도 너무 못 그리지만, 본인 머릿속 상상을 잘 그리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저는 그런 쪽은 아니거든요. 뭔가를 만들어내는 건 잘 안 되더라고요.
GQ 정국 씨 자작곡은 안의 이야기를 밖으로 뻗어낸 거잖아요. 오히려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기를 어려워하는 ���람도 있을 거라 생각해요. JK 1에서 100 다 꾸며낸 적은 절대로 없어요, 네.


GQ 정국 씨를 시간으로 따지면 지금 몇 시 같아요? JK 하루 24시간 중에요? 음··· 한 새벽 2시?
GQ 왜요? JK 애매한 시간이잖아요.
GQ 애매한 시간이에요? JK 저한테는. 왜냐면 저는 평상시 새벽 4시쯤에 자니까. 잘까 아니면 무언가 할까 고민하는 때가 새벽 2시 딱 그때쯤이어서. 지금 제 인생이 그렇거든요. 고민이 되게 많아요. 내가 무엇을 해야 되는가 고민도 많고, 현실적인 생각도 많고. 네. 그래서 새벽 2시로 하겠습니다.
GQ 이번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이런 생각을 제일 많이 했어요. 슈가 씨가 이 일에 대해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직업이라고 말한 적 있는데, 정국 씨는 항상 냉탕에 있는 사람 같다고. JK 왜요, 왜요?
GQ 끝없이 추위를 견디는 것 같아서. 이제 따뜻한 데 가서 마음 좀 풀어도 될 것 같은데 늘 자신을 채찍질하고, 공연 때마다 부족하다 울고. 지금도. JK (정국이 작게 웃었다.)
GQ 근성이라고도 생각해요. JK 근성이라고 해주시면 되게 감사한데 저는···, 가 만히 있지를 못 하겠어요. 오래 쉬고 있으면 좀 힘들어요. 마음이. 그래서 뭐라도 해야 돼요. ‘맘 놓고 오늘은 진짜 딴 거 신경 안 쓰고 오롯이 오늘의 나를 위해서만 살자’라고 해도 어느새 또 막 뭐 하고 있어요. 그래서 어차피 이렇게 될 걸 그냥 좀 더 ‘빡시게’ 살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죠. 운동도 너무 하기 싫어도 운동하고, 멜로디 생각나면 바로 녹음하고, 갑자기 ‘가사가 쓰고 싶네’ 하면 지웠다 썼다 하고, 그러다 저기 앞에 영어 책이 보여요, 그럼 한번 쓰윽 읽어보고. 자잘하게 뭔가 많이 하려고 해요. 깊게는 안 들어가는데. 깊게 좀 들어갔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GQ 냉탕에 있단 말에는 동의해요? JK 그만큼 정신없는 건 맞는 것 같아요. 냉탕 들어가 면 막 “으아아아” 이러잖아요. “으아”. 그런 느낌.


GQ 자화상을 그린다면 요즘 어떤 모습이에요? JK 음···. 쪼개진, 금이 간, 육각형.
GQ 이유를 알 것 같지만. 정국의 언어로 말해준다면. JK 항상 완벽하고 싶고, 항상 위로 올라가려고 하지만, 그만한 탤런트를 가지고 있다고도 생각은 하는데, 스스로 ‘나는 게을러’라는 생각도 하니까. 너무 모순되는 성향 두 가지를 갖고 있어요. 위로 올라가고 싶은데 그러면서 동시에 안 하려고 하는. 육각형이 가장 완벽한 모양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제, 금이 가 있는 거죠. 완벽하지 않은 거죠. 완벽하고 싶은데 자꾸 금이 가는.
GQ 색을 칠한다면요? JK 회색? 무채색 쓸 것 같아요.
GQ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색이네요. JK 그렇죠. 그 반대 의미이기도 하고요. 아직까지 그 무엇도 아니다.
GQ 그 점이 신선해요. 다 이룬 것 같다고 하잖아요. 방탄소년단을 보고, 정국을 보고. 그런데 정국 씨 내면에는 여전히 어떤 갈증과 고민이 있다는 게, 그게 원동력인가 싶기도 하고 그렇네요. JK 저는 더 올라가고 싶어요. 그런데 또 딱히 걱정은 없어요. 인생이 늘 제가 바랐던 대로 돼왔던 건 절대 아니지만, 내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도 알지만, 그래도 자신감은 있어요. ‘할 수 있다’ 막연한 자신감은 또 있어요. 그래서 걱정은 안 돼요.
GQ 정국 씨가 생각하는 ‘위’는 어디예요? JK 나 스스로 정말 멋지다는 생각이 들 때.
GQ 금이 안 간 육각형인가? JK 그렇죠. 나한테 만족감을 느낄 때가 정상이 아닐까 싶어요. 만약 제가 지금 모든 것에 만족해요. 그럼 저는 바라는 게 없겠죠. 더 올라가고 싶은 마음도 없을 거고. 그런 마음이 없을 때가 오면, 그때가 정상에 올라 간 게 아닐까 싶어요.
GQ 새해가 되면 말하죠. 송구영신. 버리고 싶은 것과 새로이 얻고 싶은 건 뭐예요? JK 저는 쓰잘데기없는 게으름과 잡생각을 버리고 싶고···, 인내심과 꾸준함은 비슷한 걸까요?
GQ 음, 인내심이 있어야 꾸준하지 않을까요? JK 그럼 인내심. 얻고 싶은 건 인내심으로 하겠습니다.
GQ 그런데 새벽 2시에 잘까, 뭘 할까, 먹을까 말까, 이런 고민할 때 정국 씨는 보통 어떤 선택해요? JK 보통 안 자죠. 뭔가를 하죠.
ENGLISH TRANSLATION
Jung Kook on the constant pursuit of perfection and perseverance
"They say the hexagon is the most perfect shape. But there’s a crack in mine. It’s not perfect. It wants to be, but it keeps breaking."

Jung Kook wears Louis Vuitton, throughout.
I guess you’ll soon be packing your backpack again. You’ve always taken big backpacks on international tours.
Ah, that’s true. But there really wasn’t much inside.
Then why did your backpacks look so big and full?
Even when I decorate my room, I make sure there’s a lot of storage space. Even if there’s enough room, I leave some extra space, just in case I bring something back with me. That’s why I buy the biggest possible luggage. Even if there’s barely anything inside, I always take the biggest bag.
I was curious about what you’d take on your first trip to the US in two years, but now I’m curious about what you’ll bring back.
I’ll bring back the air of the concert venue.
Do you still get excited and nervous?
Of course. It’s not that I “still” feel that way. The anticipation’s grown even more. There have been so many beautiful memories, but looking back, the ones I told myself to never forget have become dream-like and vague. I realised I can’t remember them perfectly, so this experience will be even more precious. I’m more excited and nervous than before.
The concerts would have finished by the time this interview is released, but it’s nice to think that your excitement will be documented in this way.
Yes. (gives a bright smile)

In a recent interview, you shared, “I want to show a side to myself that’s light-hearted and extremely honest,” so I’ve prepared a couple of “TMI” questions. You need to answer them as if it’s a speed quiz.
I can already tell I’m going to take long. But I’ll try my best.
The length of the index finger on your right hand?
My right… Hold on. How many centimetres would this be…
Wow, you are taking a long time.
I think about 5 centimetres? How long is 1 centimetre? (Even the nearby staff have been summoned) 1, 2, 3… shall we say 6.5 centimetres? Actually, let’s say 7 centimetres. Since there’s seven of us.

It looks like it would be more than 7 centimetres. Anyway, what’s your shoe size?
275, but I wear 280 [size 10 in AU/US].
The instrument you most want to learn? And your “TMI” of today?
The piano. I’m going to have samgyupsal [grilled pork belly] after this.
I’m envious.
(Gives a big laugh)
These questions were questions you asked fans to guess about you back in 2016.
No way! Really?

I don’t know the rest of your answers because they were edited out, but I can see that you said your shoe size was 270.1.
[Gives another big laugh] I guess I went from a 270 to 275.
I was curious about this question from back then as well: the music you listened to at fourteen. I wonder how much your taste in music has changed from the time you were fifteen when you were just starting your trainee period to now when you’re about to turn twenty-five in the new year. You can tell a lot about a person from their taste in music.
I was in ninth grade at fourteen, so, wow… I remember singing along to the songs playing in the dance rooms as I hung out and practised b-boying. Nowadays, I listen to the kind of music I want to make, the kind I consider to be good from the moment I first listen to it. There are so many songs I don’t know the song title to or even the artist’s name – I only know the melody.
What do you think is “good music”?
It really depends on my situation and mood, but say I feel down. Then I’m the type to listen to sad music and wallow in my sadness.

You mentioned before that you like lighting scented candles in a dark room.
Yes. I try to savour that heartache. I would play sad music and embrace the sadness. And when I’m in the car at night, I like listening to calm music, and in the daytime, fun music. Sometimes I’ll seek out what’s trendy and other times, what’s old. I can’t get a good handle on my own feelings. But there’ve been times when I thought a track was so-so, only to come back to it later and be surprised at how good it is. It’s why I like to listen to music at random.
Did the desk you order arrive?
Yes, it came a while ago. I’m delving into lyric writing these days and I’m trying to read lots of books as I write. Singing and recording my lyrics into a microphone was the last thing I did at the desk. After jotting down the melody and lyrics on a notepad, I wanted to hear what my voice and pronunciation sounded like.
I was moved by the phrase “though our footsteps may be out of step” in your song “Still With You.” It seemed cool for you to accept that, rather than urging [you and ARMY] to always be walking in step.
I didn’t feel cool at the time. But I guess it could sound cool now. When I was writing those lyrics, everyone was suffering a lot due to COVID-19. We weren’t able to see each other and you couldn’t help but feel distant from each other. I wanted to share that though we might be out of step with each other, I wanted to walk with ARMY.

Are you still interested in writing about experiences that are completely different from your own?
You need a great imagination to make things up, right? I’m envious of people with a lot of imagination. I’m terrible at drawing, but there are people who can draw what’s in their head. I’m not that kind of person. It turns out I’m not very good at making things up.
Your songs are stories you’ve drawn from within you. Somehow, I believe there are people who find it harder to package their own life stories as you do.
I've never been able to come up with something that's totally made up from start to finish, no.
If you were a certain time of day, what time would you be?
You mean in the 24-hour clock? Hmm, maybe about 2AM?
Why is that?
It’s an awkward time.

An awkward time?
For me, at least. I sleep around 4AM, you see, and 2AM is that time of night when I can’t decide whether to do something or just go to bed. My life is like that right now. I have a lot to think about. What I should do, and practical things too. Yes. That’s why I’d be 2AM.
In preparing for this interview, I thought about this line the most. SUGA once said this line of work is like going back and forth between cold and hot tubs, but that you always seemed to be in the cold tub.
Why? Why?
Because you continue to endure the cold. Because you’re at a point where you could enter some place warm and relax, but you choose to punish yourself instead. Even now, you cry after a performance because you feel that you weren’t good enough.
[Gives a small laugh]

I think of it as grit.
I’d be thankful if you described it as grit, but…I just can’t stay still. I find it hard to rest for a long time. I mean, it’s hard on my mind. So I need to be doing something. Even if I tell myself, “Lay everything down, don’t worry about anything else, and let’s have a day just to myself,” I’ll end up doing something. Since I’m going to be like this anyway, I think it’s better to just work hard. Even if I hate working out, I work out; if I think of a melody, I go record it right away; if I suddenly want to write lyrics, I write them and erase them, write them and erase them; and if I see an English book in front of me, I flip through it. I’m always trying to do a lot of things, though I don’t dig so deep. It would be nice if I did. That’s my life these days.
Then you do agree you’re in the cold tub?
I agree that my life feels hectic. Because when you enter the cold tub, all you can do is scream, “Aaaaah!” My life has that kind of feeling.
If you drew a self-portrait, how would you draw yourself?
Mmm…a hexagon that’s broken, cracked.
I feel as though I know what you mean, but could you describe it in your own words?
I’m always wanting to be perfect and I’m always trying to climb higher. I do think I have enough talent, but I also believe I’m lazy. I have two completely contradictory tendencies. I want to climb higher, but at the same time, I don’t want to. They say the hexagon is the most perfect shape. But there’s a crack in mine. It’s not perfect. It wants to be, but it keeps breaking.

And if you could colour it?
Grey? An achromatic colour.
A colour that could become anything.
That’s right. And it holds the opposite meaning too. A colour that hasn’t become anything yet.
That’s a fresh take. Because when people look at BTS, when they look at you, they say you’ve reached the pinnacle, right? But it makes me think that the insatiable thirst and wants within you may be what drives you.
I want to keep climbing, but I’m not worried about it. Life hasn’t always turned out the way I’d hoped, and I know I’m very lacking, but I believe in myself. Somehow I have this blind faith that says, “I can do it.” So I’m not worried.
When you talk about going higher, where is this exactly?
When I can see myself as cool.

A hexagon with no cracks?
That’s right. Maybe the pinnacle is when I’m finally content with myself. Say I was content with everything right now. Then I’d have nothing to wish for. I wouldn’t want to climb higher either. Some day when a moment like that comes, maybe it would mean I’ve finally reached the top?
As we get ready to greet the New Year, we say out with the old and in with the new. What would you like to throw out and what would you like to gain?
I want to get rid of my laziness and all my useless thoughts… Are perseverance and persistence too similar?
Well, don’t you need perseverance to be persistent?
Okay, perseverance then. I hope to gain perseverance.
By the way, when you’re wondering at 2AM about whether you should sleep or not, whether you should eat or not, what do you usually choose?
I usually never choose sleep. I always end up doing something.
Source: GQ Korea ENG: GQ Austra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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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
낯 르미
언니, 왜 여자애들은 둔하지를 못할까요?
미이가 침대에 누워 거꾸로 머리를 늘어뜨린다. 은수는 그런 미이의 뒤통수를 밀어 침대 위에 온전히 올려놓는다. 피 쏠려요. 언니, 왜 여자애들은 그럴까요? 바보처럼. 미이씨도 그렇잖아요. 그러니까요, 나도 바보 같아. 여자애들의 세상은 하루라도 잠잠하게 흐르지를 않아. 하루에도 몇 번씩 스스로를 멀리서 보고 다른 사람처럼 보고, 다른 사람의 코멘트에 귀를 기울여요. 그래서 현대 소설가 중에는 여자가 많은 건가? 여자가 더 많아요? 젊은 작가상은 거의 다 여자던데. 아. 여자가 글을 쓰기 시작하면 어쩔 수 없이 통찰력이 좋을 수밖에 없는 거죠. 자신 자체를 너무 많은 각도에서 바라보잖아요.
근데 언니 왜 또 존댓말 써요. 미이씨가 말을 안 놓으니까. 그냥 놔요. 싫어요. 왜요, 우리 같이 산 지도 벌써 두 달째인데. 나는 놨는데 미이씨가 매번 존댓말 썼잖아요. 휴, 알겠어요. 그럼 지금부터 반말 쓸게. 뭐야. 왜요, 반말 써도 뭐라고 그러고. 아니, 진작에 썼으면 됐을 거를 이제야? 은수언니. 그냥 이름 불러요. 응, 은수야. 그래. 내 이름도 불러봐. 왜, 미이야. 어색해. 나도. 지금은 언니랑 은수 두 개 섞어 써도 돼요? 아니 돼? 그래 그럼. 두 달 만에 말을 튼 은수와 미이가 동시에 킥킥 웃는다. 말을 트는 과정도 같이 살게 된 것만큼이나 뜬금없었다.
은수와 미이는 친구의 친구로 서로를 만났다. 학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둘 다 서울에 있어야 했는데, 방을 혼자 구하기엔 금액이 부담스러웠고 학년이 높아 기숙사를 들어갈 수도 없었다. 그 처지를 알던 친구가 둘을 연결해주게 되면서 둘은 급작스럽게 룸메이트가 됐다. 기본 원룸을 살아도 기본 40은 줬어야 했는데, 룸메이트를 구하니 투룸에 살고도 25씩만 내면 되었다. 보증금을 높이니 월세가 낮아졌고, 그마저도 나눠 내니 부담이 훨씬 줄었다. 그렇다고 해서 룸메가 되는 과정이 아주 순탄하지는 않았다. 은수는 잘 모르는 사람과 산다는 것이 마지막까지 영 미심쩍었다. 친구 윤지가 미이를 칭찬해도 그건 윤지와 잘 맞는 것이지 본인과 잘 맞는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당장 한 달에 40을 낼 여력은 없었기 때문에 기숙사에 들어간다는 마음가짐으로 생각을 비웠다.
미이와 은수는 생각보다 잘 맞았다. 가장 중요한 생활패턴부터 잘 맞았다. 미이와 은수 둘 모두 아침잠이 많았고, 잠을 꽤 깊게 자 웬만한 소리에는 잘 깨지 않았다. 새벽 늦게까지 과제나 레포트를 쓰다가 늦게 잠들어서는 수업 시작 한 시간 전에야 일어났다. 식사 당번인 사람은 그보다 삼십 분 먼저 일어나서 아침을 차렸다. 은수는 대체로 빨간 찌개를, 미이는 뽀얀 국을 끓였다. 은수도 미이도 가리는 음식은 따로 없었기 때문에 각자의 요리를 잘 먹었다. 그�� 귀찮은 날에는 근처 콩나물국밥 집에 가서 국밥 한 그릇을 먹고 각자의 수업으로 흩어졌다.
미이는 은수의 방에 들어오기 전에 항상 문을 두드렸다. 들어가도 돼요? 조금 있다가 가도 돼요? 바쁘면 안 들어가구요. 미이는 은수와 붙어있기를 좋아하면서도 은수의 공간을 침범하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은수는 혼자 있고 싶은 날에는 미이의 방문을 거절하고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날에는 미이를 들였다. 미이는 땅바닥에 자주 드러눕다가, 언젠가 은수가 침대 위로 미이를 끌어올린 다음부터는 은수의 침대에 올라왔다. 미이는 은수의 침대에 올라갈 때마다 언제나 저가 발을 씻었음을 알렸다. 은수는 대충 고개를 끄덕거리고, 미이는 침대에 엎드려 누워 은수가 앉은 책상에서 하는 것들을 구경한다.
그리곤 아까의 상황이다. 여자들은 왜 둔하지를 못한지 묻고. 급작스럽게 말을 놓았다. 이후 몇 차례 어색한 반말이 오갔다. 여자들은 왜 이렇게 기민할까? 미이는 은수에게 빌린 책을 돌려주며 다시 물었다. 반말로 끝나는 질문이 묘하게 어색했다. 눈치를 많이 보니까. 눈치를 왜 많이 보게 될까? 착한 가족 구성원이고 싶으니까? 난 언제나 못되고 정 없는 여자애였는데. 이렇게 사람을 좋아하는데? 나는 내 걸 잘 양보를 안 했으니까. 아니, 양보 안 한 것도 아니고 그냥 내가 노력해서 받은 걸 내가 가지고 싶었던 것뿐이야. 우연히 길 한복판에 떨어져 있던 게 아니라 내가 노력한 거였는데. 은수는 고개를 끄덕거린다. 동생 있다고 했나? 응. 김미은. 내가 걔 엄마였지 뭐. 내 동생은 너무 물러. 저가 노력해서 얻은 거라도 다 양보하고 경쟁을 피해. 가위바위보로 설거지하자고 하면 자기가 한다고 해. 진짜 웃기는 애야. 동생을 많이 좋아해? 뭐 인정하긴 좀 그렇지만, 그렇지? 속죄의 의미도 있구. 내가 진짜 못 해줘서.
미이는 저의 이야기를 자주, 그리고 잘 했다. 그러면서도 미이가 털어놓는 이야기들은 아주 단편적인 것이라서 그 깊이까지 알 수는 없었다. 은수가 저의 이야기를 잘 털어놓지 않는 편이라면 미이는 그 껍데기까지만 이야기하는 사람이었다. 책 읽고 생각한 거야? 여자애들이 기민하다는 거. 미이는 고개를 끄덕거린다. 나는 진희가 행복했으면 했는데. 결말이 너무 구리고. 미이는 결말이 다시 생각��도 우스운지 푸하하 웃는다. 은수는 동의의 의미로 고개를 흔든다. 구리지. 엄청엄청. 미이가 덧붙인다. 과제 많이 남았어? 아니. 오키, 기다려야지. 미이는 은수의 침대에 정자세로 누워서 은수가 과제를 마저 끝낼 때까지 기다린다. 그는 핸드폰에 에어팟을 연결하고 노래를 틀었다.
미이는 새의 선물의 진희와 본인을 생각한다. 미이는 아주 예민했다. 어릴 적에 아주 많은 반항을 하면서 자랐다. 미이의 동생인 미은도 아주 예민했는데 그 발현 성질이 달랐다. 미이는 아주 격렬하게 격문을 품고 터뜨리고 지냈다면 미은은 그 기민함으로 누군가의 비위를 맞췄다. 미이가 가족과 싸우면 그 가족의 분위기를 풀어내는 것은 미은이었다. 미이가 저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힘겨워서 울며 저항할 때에 미은은 죄송합니다, 그랬다. 사실 미이도 미은처럼 굴던 때가 있었다. 대부분을 양보하고 누가 저를 지적하면 그게 뭔지는 몰라도 일단 시인하고 사과하던 때가 있었다. 미이는 사과와 자기검열을 하다못해 아주 문드러진 때부터 어른들에게 자주 반항하고 다녔다. 반대로 미은은 그걸 성인이 될 때까지 수용만 했다. 역설적이게도 타인과 본인의 시선을 수용하면 할수록 미은의 기민함이 강해졌고, 그건 미은을 자주 갉아 먹었다. 미이는 미은에게 하루에 한 번씩 꼭 전화했다. 그의 기민함이 미은을 갉아 먹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진희는 외려 미은에 가까울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미은이 기민하기는 하지만 저보다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미은은 모든 것을 알면서도 그저 비위 맞추기를 선택했는지도 모른다. 그게 어른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고 일을 해결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잘못이 없다고 생각해도 일단 미안하다고 굽히고 들어가게 되면 미이의 가족은 자주 그 화를 줄여주었다. 미은은 그것을 알고 있었고 자주 머리를 굽혔다. 그건 미이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미은은 미이의 화풀이성 분노에도 자주 사과했다. 미이는 그게 미은의 습관이 되었다는 게 슬프고 미안해서 가끔 울었다. 근래의 미은은 미이의 지도 아래에 나쁜 사람이 되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은수가 노트북을 닫는다. 미이는 여전히 노래를 들으며 미은을 생각하고 있다. 미이의 눈에 약간의 눈물이 고여있다. 은수가 미이를 툭툭 치면 미이는 괜히 하품하며 눈물을 닦았다. 은수는 미이의 눈물이 하품 때문이 아님을 알았지만, 굳이 그걸 추궁하지 않았다. 은수는 미이가 저의 공간을 존중해주는 것처럼 미이의 감정 공간을 지켜야 함을 알고 있었다. 무슨 노래 들어? 다린 노래. 노래 하나만 추천해줘. 음, 저 별은 외로움의 얼굴. 은수는 블루투스 스피커에 핸드폰을 연결하고 미이가 추천한 노래를 튼다. 은수가 미이를 흘깃 쳐다보자 미이는 이 노래가 맞다며 고개를 끄덕거린다.
미이는 냉장고에서 썰어둔 멜론을 가져와 은수의 앉은 책상 위에 올린다. 이번 멜론 맛있던데. 그렇게 코멘트를 달았다. 은수는 대답 대신 한 입 베어 물고 오, 추임새를 넣었다. 미이는 메마른 은수의 감정 표현이 우스운지 한참을 웃었다. 은수는 요리조리 몸을 흔들며 웃는 미이의 몸을 살짝 민다. 그만 웃지? 옙.
그 부분 좋지 않아? 은수는 말이 줄은 미이를 대신해 이야기를 꺼낸다. 누군가가 나를 어떤 부속의 이름으로 사랑해주기보다는 나 자체로 미운 자체로 사랑해줬으면 좋겠다는 부분. 할머니가 진희를 손녀로 사랑하는 게 아니라, 진희로 사랑해주었으면 좋겠다는 거. 미이는 고개를 끄덕거린다. 나도 어릴 때 생각했는데. 특히 엄마가 나를 딸로만 사랑하는 게 싫어서. 그냥 인간으로 사랑해주었으면 좋겠는데, 어떤 책무와 이름으로 사랑하는 것 같아서. 근데 요즘은 사랑받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단 생각도 하고. 엄마한테? 미이는 고개를 끄덕거린다. 나는 엄마랑 많이 멀어졌거든요. 아니, 멀어졌거든. 미은이랑 가까워지고. 지금 우리처럼 미은이도 나한테 언니라고 안 부르고 그냥 친구처럼 지내. 좋겠다, 나도 동생이나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호호, 나는 동생 있는데.
미이와 은수는 멜론을 한 조각 더 집어 먹는다. 은수는 책에 저가 책갈피를 남긴 것들을 하나씩 살피고 미이는 은수의 어깨에 얼굴을 올리고 그걸 구경한다. 나 여기 좋았어. 미이는 은수가 넘기는 책장에 손가락을 댄다. 은수가 자를 대고 밑줄 친 부분이었다. 우리 책 취향이 잘 맞는 것 같아. 밑줄 친 부분 나도 다 좋았거든. 미이는 웃으면서 말한다. 근데 엔딩은 구려. 맞아. 진희는 어딜 봐도 혼자서 잘 살 애인데. 여자애들은 기민하고 천재 같은데 남자 앞에선 바보 연기를 해. 자신을 관조하고 바라볼 줄은 알면서 남자한테는 그렇게 못하지. 맞아, 그러면서 잘 간파하고 있다고 착각을 해. 남자는 다 구린데.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본 모든 남자는 구렸어. 근데 그게 지나고 나서 보일 때도 있잖아. 그치, 여자애들은 바보인 척을 하다가 진짜 바보가 돼, 나도 그랬지만. 근데 뭔가 언니는 안 그랬을 것 같아. 나도 그랬어. 어떻게? 눈물 한 번에 용서해주고 그랬지 뭐. 미이는 고개를 끄덕거린다.
슬픈 낯으로 오는 사람을 쳐내지 못한다면 그냥 호구겠지만 슬픈 낯으로 오는 남자만을 쳐내지 못했다는 것에 관하여. 은수는 말을 뱉고 나서 생각한다. 은수는 무던하게 상처받았다. 겉으로는 무던했어도 많은 여자들의 특성답게 아주 예민해서 상처는 곧이곧대로 받으면서 잘 티를 못 냈다. 상처와 분노가 슬슬 티를 내며 분출될 때에 어이없는 눈물을 마주했다. 우는 모습이 할머니랑 똑 닮았어. 자조하며 생각할 때도 있었다. 은수는 결국 그를 용서했으나 그와 회복되지는 않았다. 은수는 용서를 통해 집 밖으로 나왔다. 용서는 회복이 아니고 다만 나아감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은수는 슬픈 낯의 여자를 존중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슬픈 낯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공감할 수 있는지. 미이의 눈물을 보고도 앞서나가거나 뒤처지지 않고 그 감정의 옆에 설 수 있는 법이 무엇인지. 은수는 지금 추궁하지 않음을 택했고, 언젠가는 다른 선택을 할 것이었다.
미이는 미은을 생각하고 은수는 본인과 미이를 생각한다. 미이는 날로 예민해진 마음을 끌어안고 살았던 미은을, 은수는 표피를 이야기하고 자주 슬픈 얼굴을 하는 미이를. 남자를 뒤에 두고 걸어온 여자들이 생각하는 것은 슬픈 얼굴의 예민한 여자들이었다. 속에 칼을 갈고 담아와서 저의 몸 안을 자꾸 찔리는 여자들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몸을 긋는 소녀에서 나오는 엠마와는 다르게. 우리는 같은 상처를 가지고 있다며 연민하고 사랑하고 삐뚤어지는 방법이 아니라 같은 상처를 회복하는 방법을 공유하고 그를 치유할 방법을 찾았다.
은수는 미이가 추천한 노래의 볼륨을 약간 키우고 미이에게 멜론 하나를 더 건넨다. 옆구리 모양이 딱 들어맞는 멜론 조각이 하나씩 은수와 미이의 입으로 들어간다. 악. 잘못 혀를 깨문 은수의 머리통을 미이가 안으며 괜찮냐고 묻는다. 은수는 미이가 준 휴지로 눈 근처에 매인 눈물을 닦았다. 괜찮아. 은수는 혀를 괜히 이리저리 움직여본다. 언니는 그렇게 안 보이는데 좀 칠칠이 같아. 은수가 웃는다. 맞아. 역시. 미이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중얼거린다. 이번에는 언니가 추천하는 노래 틀자. 그래. 두구두구두구. 스피커의 노래가 다른 것으로 바뀌고. 닫힌 창문 밖으로는 웃는 낯의 목소리만이 빠져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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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들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해. 지금 이 글을 보는 너도 그러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
부적절한 곳에는 아니겠지만 말이야. 나는 정말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 물론 너한테도 중요한 사람이 된다면 좋겠지.
언젠가 너의 자랑이길 바라.
2. 약을 먹는데도 자꾸 간지러워서 하루에 두 번은 먹게 된다. 가방에는 어느새 약은 5개가 있어야 든든하게 되는 게 점점 욕을 먹는데 단련이 되는 것처럼 기분이 아찔하다. 몸이 눈치가 없는 건지 자꾸만 약국에 들락거리게 만든다. 나는 병원보다 약국이 싫다. 집처럼 드나드는 곳인데도 기분이 이상하다.
3. 고래가 될래. 무서운 바다를 헤집고 다니고, 바다의 왕이 되고 싶어. 모두가 상어가 왕이라고 하지만 나는 고래가 더 좋으니까 고래가 될래.
4. 겨울이야, 몇 번의 시시콜콜한 대화가 오고 갔던 대화의 시작으로 만났던 우리가 연인으로 시작했던 계절 말이야.
과거의 나도 지금의 나도 아직 겨울을 좋아해. 네가 찍어준 사진과 너와 같이 있던 사진들이 아직 수두룩하고, 자꾸만 마지막이라고 하면서도 너를 자꾸 그려내. 되게 불공평하다. 처음에는 수용했던 문제들이 자꾸만 반론을 재기하는 기분이야. 네가 좋아하던 음식과 노래, 영화들만 자꾸 눈에 들어와서 나를 괴롭히고 아무것도 아��� 물건들이 내 눈에 밟혀. 너에게 입을 맞추면 나던 냄새가 좋아서 배웠던 담배도 이제 슬슬 끊으려고 해. 자기는 태우면서 내가 태우는 담배는 싫어했잖아. 물론 너 때문에 끊는 건 아니지만, 끊어야 할 이유가 생겼어. 궁금하지도 않겠지? 때로는 어른스러웠던 네가 익명 아닌 익명으로 남긴 네 메시지가 나는 유독 어린애같이 부정하는 것처럼 보였어. 끝난 사이인데도 네가 귀여웠다고 느꼈으면 변태 같은 거지? 아무튼 네가 늘 불행하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이제는 마음 편히 놓아주려고 다시 한번 거론했어. 잘 지내는지 모르겠지만 잘 지냈으면 해. 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는진 모르겠지만 그냥 유독 추워지는 이번 겨울이 너의 행복을 빌어주라고 말하는 거 같았어. 용기가 나면 네가 준 편지도 웃으며 읽을 수 있을 거 같아. 너를 그리워하는 게 아니고 그때의 우리와 나를 그리워한다고 생각해주면 고맙겠어.
50일이 지나 네가 해준 김치부침개를 받아먹으며 처음으로 사랑한다고 했을 때 접시를 내려놓고는 고맙다고 울며 나를 안아주던 네가, 화나면 그 큰 눈과 예쁜 눈썹으로 입을 삐쭉 내밀고 인상을 쓰던 네가, 친구와 같이 카페를 가던 길에 무심코 예쁘다고 말했던 꽃을 몰래 나가 사서 나와 내 친구를 놀래던 네가, 뭐 때문에 잔뜩 화가 나서 울면서 뛰쳐나가곤 다시 너의 집에 돌아간 나를 올 줄 알았다던 표정을 지은 네가, 우리가 자주 가던 술집에서 피하기만 하던 고양이를 처음 예뻐했을 때의 나를 보던 네가, 엄마한테 처음 인정받았던 애인인 네가,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말해주던 네가, 바람을 피우고는 우린 종착역이 없다고 말 한 네가, 또 다른 종착역이 없는 상대와 다시 바람을 피우고 내가 더 이상 사랑스럽지 않다던 네가 정말 나에게는 많은 감정을 안겨주었고 행복을 줬던 거 같아. 뭐 대부분 내가 잘못했지만 나는 너를 한순간도 사랑하지 않은 적 없어. 2년 동안 말이야. 정말 많이 고생했어. 처음으로 사랑했던 사람아, 나에게 어떤 상처를 줬는지 다 헤아릴 수 없지만 감히 용서한다는 말을 하고 싶어. 마음으로는 네가 날 죽을 때까지 싫어하고 증오하길 바라. 4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너를 용서하는 나를, 너는 용서하지 마 안녕.
5. 존재만으로도 용기가 났던 당신이 타인인 나에게 용기를 주었던 것에 감사 인사 한 번 못했고, 떠나고 나서야 당신을 그리워하고 울부짖을 수 있는 간사한 사람이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당신이 또 다른 용기를 낸 것에 대해 나에게도 그 다른 용기가 날 것 같기도 해요. 몫이 어디 있겠냐마는 내 일부였던 것들을 잘 보듬어주세요. 이런 말을 하는 처지도, 입장도 뭣도 아니지만 그 일부들은 아무 잘못이 없어요. 내가 곧 일부들의 곁에 있게 된다면 말이에요. 그때 저에게 벌을 주어도 늦지 않을 거 같아요.
6. 각자 다른 옷에서 같은 섬유 유연제 향이 나고, 머리카락에서 같은 샴푸의 향이 나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모를 거다.
그 상대가 누구든 간에 애쓰지 않아도 닿는 인연들이 망원경을 써도 멀리 보이지는 않겠지만, 결코 만나게 된다는 것에 감사할 줄을 모르고 이것저것에 대해 투정을 부리고 헤어지게 된다. 나가서 같이 먹는 음식이나, 누워서 같이 보는 영상들이 나중에는 큰 여파를 몰고 온다는 것을 모를지도.
무작정 헤어짐을 택하지 않았으면 한다. 생각하고 또 생각했을 때 자기의 마지막 생각을 고려하여 만나야 한다.
남의 시선이나 생각 따위 필요 없다. 타인은 다들 똑같이 말하지만 나 자신은 그 말과 생각을 짓밟을 뿐인데 뭐 하러 낭비들을 하나 싶다.
곧이곧대로 믿지도 않을 생각들을 왜 굳이 캐묻는가. 그렇게 어리석을 수가 없다.
사랑을 하면 누구나 다 어리석은 건가 생각이 들었다. 애정이 잔뜩 껴져있는 그들이 또 언제 애증으로 바뀔지도 모르는 건데 또 똑같은 실수를 하는 바보들로 태어난 건가? 어떤 관계에 대해서 의문이 든다면 다른 타인 말고 당사자의 눈에서만 바라볼 것.
7. 집에서 영화를 보거나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볼 때 엔딩 크레딧에 내 이름이 쓰여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영화 쪽으로 뭐든 하고 싶었다 그냥 내가 어딘가에서 뭘 했다는 기록이 남아있길 바랐던 걸까
영화가 끝나자마자 나가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나처럼 엔딩 크레딧에 집착 아닌 집착을 하는 사람이 또 있다고 생각하면 그 사람은 내 존재를 알아주지 않을까?
언젠가부터 생각하게 된 건 내 인생에 엔딩 장면에 쓰일 이름들이다. 반대로 내가 쓰일 크레딧은 얼마나 될까.
무턱대고 생각하면 지금 떠올리는 사람은 정말 감사하게도 많다.
뭐 앞으로 또 삭제가 되어 잊힐 수도 있는 이름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굳이 남의 잘못이 아니라 내 잘못에 의해 크레딧에 그 사람을 올리지 못하게 된다면 나는 내가 그에게 썼던 애칭을 사용할 것이다. 그 상대는 내가 거론하는 자체로 기분이 더러울 수도 있겠다.
떠나간 사람들은 어쩔 수 없다지만 남겨진 사람들은 모두 내 크레딧에 쓰여 있길 바란다.
나의 마지막은 마지막이 아니다. 우리가 존재하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건 아무것도, 아무도 없다.
8. 월요일 월차는 늘 여유롭다. 주말 내내 약도 안 먹고 술에 음식에 찌들어 있었다. 첫 집들이 치고는 많이 거대했던 거 같기도 하지만 무사히 넘어갔다고 생각했다. 혜주는 결국 귀찮아서 하룻밤을 더 자고 갔다. 새벽에 혜주 갈 때 잠시 깼다가 잠들었는데 부지점장님이 냉장고에 있는 베지밀 먹어도 되냐고 전화 와서 아주 잠이 확 깨버렸다.. 어영부영 다시 자려고 했는데 뭐가 불편한지 눈을 꽤 오래 감고 있었는데도 잠은 다시 오지 않았다. 뭐 한 것도 없는데 15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었다. 가구를 버리려 관악구청 홈페이지에 들어갔는데 뭐가 뭔지 하나도 몰라서 실패했다. 그냥 다음날 회사에 출근하면 해결하기로 마음먹고 있었는데 동시에 다른 고민이 생겨버렸다. 게임방을 갈까, 영화를 보러 갈까 생각했다.
우선 내 월차가 눈치 없이 빨리 지나가는 걸 인지하고 그냥 보일러를 틀고 씻었다. 로션을 바르고 입술만 발라야지 했는데 또 화장까지 다 해버렸다.
새로운 화장품이 썩 마음에 들었다. 이대로 게임방만 가기에는 아쉬워 바로 영화를 예매했다. 윤재가 저번 휴가 때 사다 준 맛다시, 냉장고에 쟁여놓은 상추, 주방 찬장에 잔뜩 쌓인 참치캔, 할머니께 받아온 참기를 때려 부어서 비벼 먹었다. 이번 주말에는 간장국수를 해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연관성 참 없지만 그렇게 자꾸 먹는 생각을 한다는 건 내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원인이니 그 스트레스를 일초라도 빨리 풀어야 했다.
나 혼자만의 약속인데 또 늦고 말았다. 광고 시간 덕에 영화를 놓치진 않았지만 꼭 고쳐야 할 문제다.
화장이 잘 됐는데 영화 주제부터가 슬픈 거라 걱정했지만 할머니에 대한 애정이 없는 내가 울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도 울고 울음을 숨기려 콜라를 계속 마셨더니 얼굴엔 열이 나고 방광에는 불이 붙었다.
눈물을 흘리니 뭔가 방광이 잠잠해지는 것도 같았다. 다들 개소리라고 하겠지만 진짜였다.
월차에 나에게만 쓰는 시간이 화성에 있을 때보다 더 뿌듯하고 기분이 묘했다. 술 마시고 죽어있기나 했지 나를 ���한 시간이 많이 없다고 생각했다.
영화를 보고 나와서 아영이가 보내준 기프티콘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집 근처 롯데백화점에 가서 교환하고 집에 들러, 짐을 놓고 새로운 게임방에 갔다. 문이 이상하게 되어있어서 성인 게임방인 줄 알았다.
꽤 오랫동안 게임을 같이 했던 동생과 처음으로 치킨을 먹었다. 괜히 심장 떨려 아무 말도 못 하고 먼저 죽은 내가 두 손을 모아 기도하며 숨죽이고 있었는데 내가 너무 좋아하니까 동생도 괜히 기분이 좋다고 했다. 진짜 너무 이긴 게임이라 한참 동안이나 입이 귀에 걸려있었다.
집에 오니 괜히 헛헛해서 라이브 방송을 켰다.
시간을 어떻게든 활용하고 싶었다. 일요일부터의 계획을 짜놓을 걸 그랬다.
2016년인가 2015년 겨울부터 시작했던 인스타에서 처음으로 1시간씩 두 번 꽉꽉 채워 2시간 동안 라이브 방송을 한 거 같다.
월요일 밤인데도 가지각색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나와 오랫동안 얘기를 나누어 주었다.
이렇게 쓰는 글도 참 두서없지만 실제로 말 그대로 라이브로 하는 방송에서는 말을 어쩜 그리 못하나 싶다.
무슨 기자회견 나오는데 대본하나 없는 사람처럼 말이 자꾸 꼬이고 단어들이 기억나지 않았다.
모두들 의외라는 내 목소리와 성격이 한몫했던 거 같기도 하다.
처음으로 사람들에게 내 멍멍이를 보여주었고, 내 깊은 화남을 보여주기도 했다.
나를 바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말을 요리조리 잘 하는 것도, 재미있게 하는 것도 아니지만 사람들은 내 얘기를 계속 들어주고 반응해주고, 격려와 위로를 해주고 나를 따뜻한 문장의 말들로 안아주고 있었다.
나도 그 사람들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싶어졌다. 꼭 깊은 사이가 아니더라도 그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싶었던 밤이었다.
계속해서 10명이라는 사람들이 유지하면서 나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같이 들으며 카페에서 다 같이 얘기하는 기분이었다. 자꾸만 내가 변하는 기분이 든다. 초심이고 뭐고 뭔지도 생각나지도 않지만 나는 무언가에 의해 내가 변하고 있는 걸 느꼈다.
뭐 아무튼 좋지만은 않았던 주말이 좋기도 좋았고 지금 이 시간도 좋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져 자꾸만 내가 시간을 새치기하는 기분이 든다.
9. 난 정말 신기한 눈을 가졌다. 어쩜 그렇게 질이 떨어지는 사람들에게 정이 생길까. 뭔가 잘못된 게 확실하다. 개명을 할까, 굿을 할까에 대해서 아주 많은 생각을 했었다. 물론 지금도 진행 중이다. 남에게 일어나도 별거 아닌 일일 수 없는 일들이 나로 인해 나에게 번져나가는 기분이다. 사실 나는 내가 아무 일이 없으면 너무 불안하다. 차라리 터질 때 터져야 하는 일들인데 이게 자꾸 나를 골탕 먹이려 하는지 점점 내 인내심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게 만든다. 아무 일이 없는 게 나에겐 불안한 일이라니 너무 가혹하다.
10. 나는 정말 지극히 평범하고 일반 사람일 뿐인데 몇 년 전부터 나에게 팬이라는 사람들이 생겼었다.
뭐 말로는 뭔들 못하리. 그래도 내심 기분이 좋았다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내가 괜히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까 봐 불안에 떨었던 적도 있었다.
결국 내가 그들에게 한 건 아직도 없지만, 오래전부터 나에게 메시지를 하면 용기를 엄청 냈다며 내가 안 볼지도 모르는 그 메시지에 나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글을 써주고, 또는 자신들의 고민이나 생각을 말하기도 했다. 대부분 고등학생들이었다.
내가 학생 때는 이런 SNS가 그렇게 활발하지 않아서 몰랐지만, 반대로 생각해서 이렇게 획기적이면서도 잔인한 SNS가 그때도 있었다면 나도 그들과 비슷하게 내가 동경하는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거나 말을 걸었을 거다. 그럼 내가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이 되었을까?
별거 아닌 나를 좋아 죽겠다는 목소리로 표현이란 표현은 가득 채워 나를 구름 위로 둥둥 띄어줬다.
처음엔 한 명씩 초대를 해서 식사 대접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인신매매라든지,, 뭐 이렇게 무서운 세상에 서로가 낯선 시간보다
더 많은 낯선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게 무슨말인가,,
이렇게 쓰면서도 오글거리고 부끄럽지만 몇 명의 뽀시래기들과 소규모 팬미팅을 하게 됐다. 말은 홈 파티였지만 나름의 서프라이즈였다고나 할까..
그런데 큰일이다, 내가 주최자인데 낯도 많이 가리고 부끄러움도 많이 타고 소심해서 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자라나는 뽀시래기들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뭐부터 해야 하는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그냥 그 시간이 너무 기대되고 뿌듯하고 좋아서 하루빨리 그날이 오길 바랄 뿐이다.
그들에게 잊히지 않는 시간과 음식을 대접하고, 밤새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떠들었으면 좋겠다. 벌써 내 옆에서 잠을 자겠다며 찜까지 해놓는 뽀시래기들이다,, 나를 보려고 제주도에서 비행기를 타고 오고 지방에서 기차를 타거나 오랫동안 버스를 타는 뽀시래기도 있다. 나는 과연 그들의 기억에 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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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딘 The Deen || 자기위안 patience 가사 영상 Lyrics video
Melon http://www.melon.com/album/detail.htm?albumId=2306640
Apple Music https://itunes.apple.com/us/album/melodylines-so-so-single/id971105346
#더딘 자기위안#thedeen patience#patience 가사#위로 노래#위로 가사#위로 가요#위로 되는 노래#슬픈노래#슬픈 노래#슬픈 노래 가사#슬픈 발라드#슬픈 사랑#슬픈 음악#슬픈 사랑의 노래#이별노래#이별 노래#이별 가사#이별 노래 가사#이별 발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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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주, 비정성시.
비 내리는 길 위에서 여자를 휘파람으로 불러본 적이 있는가
사람은 아무리 멋진 휘파람으로도 오지 않는 양이다 어머니를 휘파람으로 불러서는 안 된다 간호사를 휘파람으로 불러 세워선 안 된다 이것들을 나는 경험을 통해 배웠다 이것이 내가 여기 들어온 경위다 외롭다고 느끼는 것은 자신이 아무도 모르게 천천히 음악이 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외로운 사람들은 휘파람을 잘 분다 해가 뜨면 책을 덮고 나무가 우거진 정원의 구석으로 가서 나는 암소처럼 천천히 생각의 풀을 뜯을 것이다
나는 유배되어 있다 기억으로부터 혹은 먼 미래로부터.
그러나 사람에게 유배되면 쉽게 병든다 그리고 참 아프게 죽는다는 것을 안다 나는 여기서 참으로 아프게 죽을 것이다 흉노나 스키타인이거나 마자르이거나 돌궐이거나 위구르거나 몽골이거나 투르크족처럼 그들은 모두 유목의 가문이었다 그들의 삶은 늘 유배였고 그들의 교양은 갈 데까지 가보는 것이었으며 그들의 상식은 죽어가는 가축의 쓸쓸한 눈빛을 기억할 줄 아는 것이었다 그들은 새벽에 많이 태어났고 새벽에 많이 죽었다
나는 전생에 사람이 아니라 음악이었다 그리고 지금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음악은 그때 나를 작곡한 그 남자다 그는 현세에 음악으로 환생한 것이다 까닭에 나는 그 음악을 들을 때마다 전생을 거듭 살고 있는 것이며 나의 현생은 전생과 같다 나는 다시 서서히 음악이 되어가는 것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간직한다
예감 또한 음악이다 자신이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그러나 자신과 가장 닿아 있는, 자아의 연금술이다 나는 지금 방금 내 곁을 흘러간 하나의 시간을 예감한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내 생각은 음악이 되고 한 컵의 물이라는 음악을 마시는 동안 내 생각은 어느 먼 초원 스페인 양떼들의 털을 스친다
모든 나를 인정하는 순간이 올까? 목이 마르다고, 당신과 함께 사는 동안 여덟 번 말했다
비 오는 날 태어난 하루살이는 세상이 온통 비만 온 줄 알고 죽어간다
비 오는 날 태어나자마자 하수구에 던져진 태아는 세상은 태어나자마자
하수구 속에서 죽어가는 곳이구나 생각한다 그것은 인간의 일이다 그의 어미는 야산의 둔덕에서 하늘을 보며 빗물로 피 묻은 자궁을 씻고 있다 해가 뜨고 개미들이 어미와 태아의 끈이었던 태를 땅속으로 끌고 간다 나는 망원경을 들고 그것들을 꼼꼼하게 관찰한다 비 온 뒤 축축한 땅에 귀를 대면 누가복음이 들려온다 개미의 저녁예배를 듣다가 저녁을 굶었다
나를 견딜 수 있게 하는 것들이 나를 견딜 수 없게 한다 그것들을 이해하지 않기 위해 나에게 살고 있는 시간은 무간(無間)이다라고 불러본다
내가 살았던 시간은 아무도 맛본 적 없는 밀주(密酒)였다
나는 그 시간의 이름으로 쉽게 취했다
유년은 생의 르네상스다 내가 이슬람교도였다면 나는 하루 여섯 번 유년이라는 메카를 향해 절을 올렸을 것이다 어릴 적 나는 저수지에 빠져 죽을 뻔한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한순간 너무 많은 것을 겪어버렸다 수면으로 가라앉으면서 바라보던 물 밖의 멀어지던 빛, 그것을 상상할 수 있는가? 학교에 가지 않고 물속에서 손바닥을 펴 죽은 새들을 건져올리며 나는 그 열락을 기억해냈다 중학교에 들어가서까지 어머니의 젖맛이 기억나지 않아 나는 새벽에 자고 있는 어머니의 가슴을 물어본 적이 있다
내 고통은 자막이 없다 읽히지 않는다
모든 사진 속에는 그 사람이 살던 시절의 공기가 고여 있다 따뜻한 말 속에 따뜻한 곰팡이가 피어 있듯이 모든 영정 속에 흐르는 표정은 그 사람이 지금 숨쉬고 있는 공기다 영정을 보면서 무엇인가 아득한 기분을 느낀다면 내가 그를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지금 이곳을 느끼고, 기억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애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이쪽으로 전해지는 것이다 나의 영정엔 어떤 공기가 흐를까? 이런 생각을 할 때 내 두 눈은 붉은 공기가 된다
사진 속으로 들어가 사진 밖의 나를 보면 어지럽다.
시차(時差) 때문이다
죽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나는 나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할 것 같다
너무 많은 죽음이 필요했기에 당신조차 들여다보지 않는 질서 속으로 나는 걸어가고 있다
방 안의 촛불이 눈 속에 공기를 모두 연소하고 있다
촛불은 다른 불빛들과 이웃하지 않는다 이것이 촛불이 밤에만 피는 까닭이다
1976∼? 나와 생멸을 같이할 행성이 있다고 믿는다 그것은 나의 에테르다
수음을 하는 동안 몇천 년 나는 늙어간다
수음을 하는 동안 나는 나라는 문명이 슬프다
너와 내가 뜨겁게 안는 순간 문득 우리가 죽는다면 몇천 년이 지나 우리는 화석이 될 것이다 그리고 후세 사람들은 박물관에서 신기하다는 듯이 우리를 만질 것이다 거칠고 딱딱한 질감에는 슬픔이 담기지 않는다 이것이 나의 분노다 나는 비로소 천 년이 지나 사람들이 우리를 만질 때 돌 밖으로 눈물을 흘릴 것이다 그것은 너와 나 사이의 야만이다
기억의 속도는 빛의 속도보다 빠르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일이란 한 번 자살하는 것과 같다 익숙했던 모든 것들과 생이별하는 것이다 저승을 두려워하는 것은 그곳의 모든 것이 내가 사랑하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낯선 곳에서 잠을 잘 자지 못한다 낯선 곳에서 자는 일이란 저승에서의 하룻밤과 같다 사람은 그 사람이 살아온 생에 다름 아니므로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일이란 내가 한 번 자살하는 것이다 내가 아는 칸은 이렇게 말했다 그것이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다가올 때가 있다
바람이 한 페이지의 얼굴을 넘기며 간다 동풍은 과묵하다 불안은 자기표현의 정직한 양식이다 내가 매일 맞는 주사는 동쪽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같다
간밤에는 부대를 빠져나와 대원들과 어울려 무덤을 팠다 삽날이 두개골에 닿았을 때 나는 낙타를 떠올렸다 사막을 가다가 모래처럼 허물어졌을 낙타, 10리 밖에서는 사람 냄새가 났다 무덤에 묻혀 있던 그의 뼈를 구워 점을 쳤다 그는 은(殷)나라 사람이었다 시를 썼고 세상을 돌아다니며 절벽만을 그리는 화가였다 꿈은 어떤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은 유배지다
저 자신의 내면을 도굴하는 것이 꿈이라면 사람들은 꿈이라는 실형을 살고 있는 셈이다 위험한 것인 줄 알면서도 사람들은 그곳을 다녀올 때마다 다른 비석(飛石)을 세우고 온다 그리고 거기서 데려온 기억의 비문을 문득 추억이라 부른다
기억이란 인간의 두 번째 생이다 인간은 기억을 기다릴 뿐 기억을 소유할 수 없다 모든 기억은 불구이기 때문이다
하늘은 지금 분홍천(川)이다 저녁만 되면 병동의 사람들은 예배처럼 창을 열고 저 노을을 가슴에 버린다 창살을 통해 마지막일��� 모를 일몰을 바라보며 쓴 사형수의 수기보다 더 아름다운 시(詩)는 아직 없다 그것은 죽어가는 자의 음악이기 때문이다 나는 죽어가는 것들에게서 ��오는 음악을 베토벤이라고 누군가에게 고백한 적이 있다 베토벤은 저 자신이 음악이었다 그는 음악을 만들지 않았다 그는 절박했을 뿐이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귀신이 되는 생도 있겠으나 귀신으로 태어나 자신이 죽은 줄도 모르고 이 세상을 살다가 어느 날 자신도 모르게 사라져버리는 생들이 있다는 것을 믿는다 그 음악을 향해 나의 원시는 바쳐진다 이렇게 시작하는 시(詩)를 쓰고 싶어질 때가 있다
빛을 보아서는 안 될 운명을 가진 뱀파이어 부부가 죽기 전 스스로 햇볕 아래로 기어가 서로 끌어안고 부서진다 단 한 번 빛을 보기 위해 그토록 많은 피가 필요했던 것이다
나는 누가 뭐래도 수천 번의 밤을 경험했다
밤에 태어났고(T) 밤에 시를 썼다(T) 이 사실만으로도 지구에서는 아득할 만하다(F) A=A-
지구에서는 시인의 별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시인의 별에서는 지구가 보인다
사이다에 지렁이를 한 움큼 담그고 마셔버린 나의 이종삼촌은 자신이 목성에서 왔다고 했다 지금도 나주 백병원에 가면 고모할머니가 가져다준 한약 봉지를 하나씩 개수구에 버리고 있다 자신을 죽이려고 한다고. 삼촌은 이제 마흔이 다 되어 무섭게 음식만을 탐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는 지구에 와서 배운 것이 휘파람뿐이라고 했다 전남대학교 천문학과 83학번을 수석으로 입학한 삼촌은 휘파람을 잘 불었다 그 삼촌과 나는 어릴 적 로보캅2를 함께 보고 나란히 화장실서 로보캅처럼 오줌 누던 기억이 있다
아침마다 눈을 뜨면 마른 사타구니를 만지며 괴롭다 내게서 꿈이라는 혐의를 빼면 대체로 나는 무죄이다 내가 이곳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며 복도를 돌아다니다가 생이 끝장날 것 같다 “개자슥 엄마를 불러!” 면회 온 엄마를 불렀다고 고막이 터지게 맞던 나의 아름다운 후임병(99-71002665)은 누구에게나 거짓말이 늘어갔다
달 뜬 밤 기숙사 창틀에 앉아 비누를 갉아먹다가 실려 온 저 대책 없이 아름다운 옆방 소녀는 밤마다 쥐가 된다 하수구에서 시궁쥐처럼 발견되었을 때 사람들은 아무도 소녀에게 인공호흡하지 않았다 소녀의 흰 발목과 소녀의 살짝 드러난 하얀 허리 사이에는 시커먼 털들이 무성했다. 젖은 바지는 그 무참함을 가릴 수 없었다. 소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벌벌 떨고 있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무성한 허벅지 털의 색감과 질감까지 포용할 수는 없었다. 소문처럼.
방이 좁아서 더 이상 양때를 부를 수 없다 사람과 옷장에도 양떼가 꽉 찼다 내 양들은 물갈퀴를 닮았다
어느 날 망막을 마개처럼 따 올리면 수천 통의 필름이 눈 밖으로 줄줄 흘러나올 것이라 믿는다 눈 안으로 빛이 들어가지 않고 있기 때문에 필름은 눈 속에 살아 잇다 빛이 눈을 아프게 하는 건 눈은 깊고 어두운 성이기 때문이다 아침에 나는 커튼을 치지 않는다 병실은 늘 어둡다
한 번도 꽝꽝 언 하늘에 연(鳶)을 날려보지 않은 사람과는 나는 놀지 않았다
찬송가를 백 곡 이상 안다고 하는 사람과는 나는 노래 부르지 않았다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를 줄줄이 암기한다는 사람과는 돈거래하지 않는다
그는 내게 불효를 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릴케의 뜨거운 서시(序詩)를 앞에 놓고 자위를 해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사랑은 그대라는 성(城) 안으로 들어가 평생 시만 쓰며 살겠다는 것임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다 한 번도 나는 그런 사람을 살아보지 못했다
내가 아는 한 칸은 자신이 사랑하는 한 여자를 살리기 위해 소설에 주술을 걸어 그녀를 구할 것이라고 했다 칸은 매일 비명처럼 살아갔다 우리는 절박하게 부패해가는 생의 오류만을 시라고 불렀다 칸의 파오를 찾아가지 못한 지 오래다 나는 칸과 자고 일어날 때마다 목 졸라 죽이고 싶은 적이 몇 번 있었다 우리에게 생을 증거하는 것은 고통뿐이었지만 우리의 면죄부가 고통 그 자체일 순 없었다 이렇게 말하고 나면 우리는 근사한 기분이었다 칸과 나는 자웅동체처럼 웅크리고 자는 습관이 있다 배춧잎 같은 이불 위헤서 깨어나면 그와 나는 SAM이 된다 현실은 죄지은 것도 없이 우리가 매일 써야 하는 삶의 조서다 우리는 붙어서 걸었고 매일 고개를 숙이고 조서를 썼다 이렇게 말하고 나면 죄짓는 기분이다
마크툽! 기억의 피라미드여 굳건하라 어떤 나든 함부로 파들어가면 묻힐지니 기억은 다 해독하면 곧 달아나야 한다 금방 돌이 떨어지고 벽이 갈라지고 무너지기 때문이다 나는 기역(氣驛)이 무섭다
바람은 내가 알지 못하는 시간 속으로 유배된 자들이 내게 띄우는 편지다 잠이 오지 않는 밤 나는 창을 열고 침대 밑으로 기어들어가 그 편지를 읽는다 로비에서 소녀는 달력을 보기를 좋아했다 그녀의 환자복을 파고들어 배를 부풀리던 바람은 어디서 온 편지일까?
소녀는음력달이완전히찼을때어두운계단입구에서혼자아이를낳았다내가그녀쪽으로조용히걸어갔을때그녀는거의움직일수없을만큼지쳐잇었다너무어두웠기때문에내가누구인지도그녀는확인할수없는상태였다한손에는태를자른과도가힘없이쥐여있었다나는그녀에게다가오는그림자였고그녀도내가보지못한그림자를가진채누워있었다아이는울지 않았다나는그아이를안고내방으로천천히걸었다그녀가손을뻗어잠깐동안무엇인가알수 없는알타이어를중얼거렸지만이윽고그녀는조용히벽에비친내그림자만만지고있었다나는그아이의몸에밴어머니의피를젖대신먹였다새벽엔가축의젖을물렸다아이의몸에선라일락향이났다사람들의눈은피하기위해나는아침에아이를머리부터천천시삼켰다저녁이며뱉어내서다시쥐의젖을물렸다아이는내안의굴에서낮에는박쥐처럼거꾸로매달려잣고밤엔내가읽어주는나의시를들었다아이는조금씩눈이멀어갔다아이가다자랐을때나는 갈매기의혼을넣어주었고아이는말의몸을빌려달력의초원으로달려갔다아이가떠나기전 내게당신시는영하라고했다나는아이가떠난후쓸쓸해서몽골어를배워보려했지만그만두었다달력에서쏟아지는눈으로방이얼었다
눈물은 자기 안의 빙하가 녹는 것이다 차가워지려면 뜨거워지는 헤엄부터 배워야 한다 뼈의 길을 찾아들어 섬광을 남기는 보검처럼. 칼은 뜨거우면서 차갑기 때문에 멀고 갚은 곳까지 흐를 수 있다 밖으로 나오는 울음은 자신을 베기 때문에 차갑다 눈물은 제 안의 썩고 있는 어류(魚類)들이다
하늘은 스콜라 철학처럼 흐른다 구름은 제3의 물결이다 바람은 바카디151처럼 독하다 나무들은 루마니아 전설처럼 고요하다 숲은 한물간 산부인과처럼 조용하다 안개는 논리가 없고 태양은 실천 중이고 호수는 냉소적이다 먹어야 할 알약은 베이컨적이고 경험하지 못한 진실은 아직 내 앞에 평등하고 헤겔보다 나는 기도를 잘할 수 있고 내 기도가 더 형이상학적일 수 있고 1999년 6월 진해부두에서 감전돼 죽은 이병장보다 돌계단은 차갑다 신은 관념을 품어서는 안 되고 나는 코펜하겐에서 태어나지 않았지만 내가 코펜하겐이라는 음악을 생각하는 동안 나는 코펜하겐이 되고 나는 불합리하기 때문에 무엇인가를 믿는다 설명할 수 없고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나는 쓰고 설명하지 않기 위해 나는 울고 설명할 수 없는 것이 나의 유산이다 아무도 알 수 없는 외국어가 나고 나를 제대로 발음하고 나를 가지고 소통할 수 있다고 하는 사람은 자신을 속이는 것이다 나는 슬픔에 부상당했고 가난에 고문받았고 종교에 암살당했고 밤마다 임 병장의 자지를 만져주며 살아남았고 내신 매일 시로 자살했고 시로 미(美)를 매혹시켰다
방에 침을 퉤퉤 뱉는 또 한 마리 모기의 목을 땄다 모기의 뇌(腦)를 먹으면 장수한다는 중국 전설을 믿고 병 속에 모아놓은 모기의 머리들을 들고 소녀의 방문 앞에 놓았다 열쇠 구멍으로 소녀가 내 뒷들을 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죽으면 너는 꼭 나를 해부해야 한다 내 가슴을 절개하면 누구 말대로 내 가슴에선 수억의 인류들이 피에 뜬 채 죽어 있을 것이다
죽이고 싶은 버전이 몇 있다
너무 아름다운 시를 썼기 때문에 죽이고 싶은 버전이 있고
너무 시를 아름답게 보기 때문에 죽이고 싶은 버전이 있다
굴욕을 연민하는 시인은 제 자신의 삶이 한 권의 시집이어야 하고 그 시집은 자아의 병동이어야 한다 그것이 나의 버전이다
시인은 신이 놓쳐버린 포로다 그러나 포로는 늘 프로다
내가 가진 유일한 능력은 너와 다르다는 것이다 내가 졌다! 라고 쓰는 것은
단지 이길 수가 없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나는 너와 다르다는 이유로 이곳에 산다
그것이 너한텐 꽤 중요한가 보다
잠자는 동안에 창밖에서 수천 개의 붉은 눈알들이 나를 내려다본다는 것을 안다 손가락을 다 써버리고 잠든 밤, 내 몸을 빠져나온, ‘내가’ 배 위로 올라타서 두 눈을 뽑고 있는 것을 안다 눈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나는 늦은 아침까지 눈을 뜨지 않는 버릇이 있다 그가 다시 내 속으로 들어오고 나면 나는 겨우 눈을 떠 등바닥에 시퍼런 핏물이 지나가는 것을 느낀다
나는 국적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병사다 나는 7월의 클라이맥스를 안다
나는 7월에 태어났기 때문에 7월의 음악들을 들으면서 죽어갈 것이다 내 유서는 7월 위에 쓴 나라는 시 한 줄뿐이다 내가 죽으면 세상의 7월은 수장될 것이다
나는 이런 것들을 느낀다
몇백 마일 떨어진 곳에서 마리아 상이 눈물 흘린다
몇백 마일 떨어진 곳에서 차에 치인 사람이 바닥에서 천천히 눈을 감는다
몇백 마일 떨어진 곳에서 장례식차 타이어에 바람이 빠지고 있고
몇백 마일 떨어진 늪에서 얼룩말이 악어 입속으로 천천히 들어가고 있다
몇백 마일 떨어진 전깃줄 위에 사람 하나 새들 사이에 끼여 날개에 고개를 파묻고 앉아 있고
몇백 마일 떨어진 창 속에서 누군가 탈고를 막 끝내고 숨이 멎었다
몇백 마일 떨어진 곳에서 저승사자들이 지하철을 타고 이쪽으로 오고 있고
몇백 마일 떨어진 곳에서 자신의 출생을 알고 찾아온 아들이 어서 돌아가기를 바라는 어미는 초조하게 거실을 서성거린다
몇백 마일 떨어진 골목의 대문 앞에서 누군가 나처럼 서성거리고
오늘, 음악은 참 희곡 같다
그날 밤 나는 꿈을 꾸었다
나는 꿈속에서 어떤 호숫가에 앉아 있었는데 저 멀리서 상여를 메고 일단의 사람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사람들이 상여를 메고 호수의 차고 푸른 물속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나는 알 수 없는 공포를 느끼면 안 된다고 그들에게 소리쳤다. 그런데 그들은 내 목소리를 전혀 듣지 못했다. 나는 고래고래 소리쳐 불렀지만 그들에게서 냄새처럼 퍼져나오는 음악이 내 목소리를 그들에게 전혀 전달해주지 못했다. 그들은 한 명 한 명씩 물속으로 잠겨갔다. 그러다 문득 나는 상여를 메고 물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그들 모두의 얼굴이 내 자신의 얼굴이란 것을 깨달았다. 그들은 전부 눈동자가 없었다. 그러자 갑자기 나는 상여 속의 망자가 누군지 궁금해졌다. 나는 그들에게 달려가 상여를 닾고 있는 꽃천을 헤치고 관 뚜껑을 열어 보았다. 그곳에 나의 어머니가 누워 있었다. 한 그루 나무뿌리처럼 뻣뻣하고 말이 없었다. 목이 잘린 어머니는 자신의 머리가 아닌 내 머리를 옆구리에 단정히 끼고 있었다. 나의 얼굴이 어머니의 웃음을 가지고 있었다. 물 박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울고 있었다. 난생처음 나는 나의 울음을 타인의 입을 통해서 들었다.
-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문학과 지성사, 2006) 146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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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05 TUE]
생각26
밤을 하얗게 새운 어제 나는 나약한 또 다른 나와 정면으로 만났다. 한 공간에서 분명 너와 함께 있었지만 그때의 나는 외부로부터 스스로를 철저하게 고립시켰고 홀로 시간과 싸웠다. 너를 부를 수도 깨울 수도 안을 수도 없이. 사람은 누구로 인해 완전해 질 수 없고 그 답은 내게만 있는 것 같은 고독한 생각을 했었던 것도 같다.
어떠한 날엔 사랑을 노래한다. 매일 만나도 하염없이 그립고 너와의 감격스러운 순간들이 지나가는 것, 어떤 부분은 추억으로 어떤 부분은 허공에 흩어져 이렇게 흘러보내야하는 사실이 야속하기까지 한다.
어떤한 날엔 너에 대한 사랑이 욕심처럼 내 마음을 조여와 너와 나만의 관계만을 고집하는 유치한 투정을 부릴때가 있고
어떨땐 들판의 풀 한 포기에 감사했다가 노래 한 구절이 마음에 감동을 전해줘 입가에 계속 맴돌때가 있다.
어떠한 날엔 어제 처럼 타인과 최대한 멀찌감치 떨어져 내 속의 모든 생각을 품고 혼자 지하 수백미터 가라앉아 버리는 낯선 내가 될 때가 있다. 심해의 어느 생물처럼 나에겐 환한 빛도 없거니와 그 빛을 원하지도 않은 채 그저 가만히 시간을 견딘다.
이렇듯 여러 모습들로 구성되어있는 사람..
무엇이 나쁘다 좋다 할수 없지만 나만 알고 있는게 더 편한 모습들이 있고 일일이 설명하기 꺼려지는 부분도 있다.
나란 사람은 하나로 이어져 있기에, 시간을 두고 보면 결국 순환의 고리기에 기다리면 된다는 걸 알고 있지만 바닥에 몇 일 있었으니 이제 천천히 수면 위로 올라가봐야 겠다. 싶을 정도로 요새는 생각이 점점 더 많아졌었다.
답을 구하려는 것도 아니고, 뭔가 정리하려는 것도 아닌 ... 제발 비교, 우울, 자기 비하, 현실 부정 등의 낡은 생각을 잠깐 내려두고 문득 드는 내 느낌과 생각에 가볍게 귀 기울여봐야 겠다.
@지금 드는 생각
사랑으로만 사람이 가득 찰 수는 없지 시간이 지날 수록 사랑이 내 삶이 되는 것이 그게 자연 수순이겠지 그때가 되면 우리의 모든 방면에 있어서 초연해지겠지
허나 왜 내 스스로에겐 아직도 이토록 서툴까 이런 서툰 내 모습이 너에게 나쁜 영향을 주게되는 건 아닐까
또 시작이네..
아무튼 오늘은 푹 잘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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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포커의 8가지 큰 변화와 텍사스 홀덤을 무료로 플레이하는 방법
지난 10년간 포커의 8가지 큰 변화
포커는 지난 10년 동안 몇 가지 중요한 변화를 겪었습니다. 이러한 변경 사항 중 일부는 게임에 좋은 반면 다른 변경 사항은 플레이어가 승리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다음은 지난 10년 동안 포커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 중 일부입니다.
온라인 포커의 부상.
온라인 포커는 지난 10년 동안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으며 현재 게임의 지배적인 형태입니다. 게임에 좋든 나쁘든 여러 가지 영향을 미쳤습니다.제이나인 플러스 측면에서 온라인 포커는 전 세계 플레이어가 게임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경쟁할 더 많은 플레이어를 생성하여 게임을 더욱 도전적이고 흥미롭게 만듭니다. 단점은 온라인 포커를 통해 플레이어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상대방을 속이는 것이 더 쉬워진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게임의 공정성에 대한 많은 논란과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전문가 포커의 명성.
지난 10년 동안 전문가 포커의 편재성에 엄청난 홍수가 일어났습니다. 온라인 포커의 증가와 중요한 경쟁의 TV 포함으로 인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전문적으로 포커를 하고 싶어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위대하고 끔찍한 게임에만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젊고 유능한 플레이어의 또 다른 시대를 만들어 게임을 더욱 활기차게 볼 수 있습니다. 불리한 점은 마찬가지로 수많은 플레이어가 게임에 참여하는 것보다 현금을 가져오는 데 더 집중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포커 책의 확장 및 자료 준비.
불과 10년 전만 해도 포커는 일반적으로 비밀리에 다루어지는 게임이었습니다. 사용 방법 책과 기사가 많지 않은 것 외에는 교육 자료가 많지 않았습니다. 플레이어는 게임을 진행하기 위해 자신의 만남과 감각에 의존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포커 책과 준비 자료가 늘어남에 따라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오늘날 모든 능력 수준의 플레이어는 게임 작업에 도움이 되는 많은 자산을 추적할 수 있습니다. 최첨단 절차 매뉴얼에 대한 초보 조언자부터 모두를 위한 무언가가 있습니다.
온라인 예선의 상승.
온라인 예선을 통해 플레이어는 전체 구매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도 중요한 경쟁에 참가할 수 있습니다. 이는 게임에 훌륭하고 끔찍하게 여러 가지 영향을 미칩니다.
더군다나 뱅크롤이 적은 플레이어가 지구상 최고에 대항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단점은 마찬가지로 많은 "물고기"(끔찍한 플레이어)가 경쟁에 뛰어들어 막대한 상을 수상하도록 유도했습니다.
홈 게임의 명성.
홈 게임은 모든 재단의 개인이 사랑하는 사람과 포커를 하는 장난과 열정을 발견함에 따라 점차 유명해졌습니다.
이 패턴은 온라인 포커의 발전에 의해 어느 정도 주도되었으며, 이는 개인이 대결할 적을 추적하는 것을 간단하게 만들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방송 포커 대회의 편재성은 게임에 대한 관심을 확대하는 데 추가로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요소로 인해 홈 게임은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포커 플레이어 유형 중 하나입니다.
텍사스 홀덤의 편재.
의심할 여지 없이 텍사스 홀뎀은 지난 10년 동안 엄청난 악명을 떨쳤습니다. 게임은 영원히 광범위했지만 현재는 웹에서 텍사스 홀덤을 찾는 것이 더 간단하고 연결이 끊겼습니다. 이 편재성은 근본적으로 게임 플레이 방식에 영향을 미칩니다.
현재로서는 초보자가 포커를 플레이하는 것이 훨씬 더 간단합니다. 게임의 광범위한 접근성으로 인해 플레이어는 포커 칩이나 기타 하드웨어에 자원을 투입하지 않고도 게임에 뛰어들어 게임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게임의 확장된 편재성은 더 중요한 수준의 경쟁을 가져왔습니다. 추가 플레이어와 함께 더 많은 재능 있는 적들이 나타나 플레이어가 치열한 게임을 계속하도록 강요합니다.
포커에서 숙녀의 발전.
여성은 영원히 포커의 한 조각이었지만 일반적으로 남성에 의해 왜소해졌습니다. 어쨌든 2010년대 중반부터 변화하기 시작했고 점점 더 많은 여성들이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이 패턴은 Vanessa Selbst와 Maria Ho와 같은 여성 플레이어의 결과에 의해 움직였습니다. 그들은 여성이 가장 주목할만한 포커 레벨에서 경쟁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오늘날 여성은 포커 인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게임의 본질을 바꾸고 있습니다.
여성 플레이어는 대회에서 우승하고 막대한 상금을 획득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팬과 후원자를 끌어들여 게임 개발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제이나인 토토 사이트 게임이 계속 발전함에 따라 분명히 여성은 미래의 기본 부분을 맡게 될 것입니다.
아시아 포커의 발전.
포커는 한동안 유럽과 아메리카에서 잘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 아시아 비즈니스 부문에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것은 온라인 포커의 부상으로 인해 아시아의 플레이어들에게 게임을 더 개방적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아시아 국가에서 라이브 포커 대회의 보급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아시안 포커 방문이다. 그 이후로 경쟁은 극적으로 발전하여 전 세계 모든 곳에서 포커계 최고의 이름을 끌어들였습니다. 편재성이 발전함에 따라 아시아의 포커가 앞으로 몇 년 동안 계속 채워질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텍사스 홀덤은 최근 몇 년간 많은 발전과 변화를 거친 게임입니다. 온라인 포커의 부상과 TV 토너먼트의 인기 덕분에 이 게임은 그 어느 때보다 인기가 높습니다.
이러한 인기 증가로 인해 게임 플레이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습니다. 아시아 시장에서 포커를 하는 여성의 수의 증가와 포커의 성장은 그 결과 중 일부에 불과합니다. 게임이 계속 발전함에 따라 이러한 추세가 어떻게 발전하는지 보는 것은 흥미로울 것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포커의 가장 좋은 점 중 하나는 언제 어디서나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텍사스 홀덤을 무료로 플레이하는 방법
포커는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카드 게임 중 하나가 되었으며 단순한 뿌리에서 우리 문화 어휘의 일부로 확장되었습니다. 역사를 통틀어 영화, 노래, 대중 소설의 세계에 영감을 준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포커는 또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당히 다양해진 게임이며 그 변형은 이제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고 잘 알려져 있습니다. 온라인 포커도 카지노와 카드룸에서 게임을 꺼내면서 매우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러한 많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웹에서 포커 플레이를 시도해야 하며 무료로 등록하고 플레이할 수 있는 최고의 웹 페이지를 찾고 있습니다. 포커 적응 중에서 Texas Hold'em은 아마도 온라인 플레이에 효과적으로 적합하도록 이 변형을 강화하는 타고난 하이라이트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널리 퍼진 연인일 것입니다.
가장 본질적인 구조에서 포커는 카드 디자인에 비추어 볼 때 도박 게임입니다. Texas Holdem의 다양한 포커 규칙은 플레이어가 게임 시작 부분을 향하여 두 장의 카드를 관리하는 것을 봅니다. 지금부터 기본 베팅 라운드가 발생합니다.
그런 다음 3개의 그룹 카드가 테이블 중앙에서 앞면이 위로 향하게 관리되며, 대부분 "실패"로 알려져 있으며 한 라운드 더 베팅이 이어집니다. 두 개의 더 큰 로컬 영역 카드가 관리되며, 전환 베팅 조정으로 네 번째 카드는 "턴"이라고 하고 다섯 번째이자 마지막 카드는 "스트림"이라고 합니다. 수로가 끝나면 결정적인 시점이 됩니다. 게임의 6번째 조각에서 대결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플레이어가 테이블에서 서로 도전하기 위해 떠났을 때 손을 공개하고 누가 가장 큰 손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내야 합니다. . 플레이어는 테이블의 초점에 있는 로컬 영역 카드와 결합되어야 하는 두 개의 개별 카드를 통해 가장 주목할만한 점수와 승리를 도울 것입니다.
포커를 공짜로 하는 이유
초보자의 경우 무료로 포커를 할 수 있는 사이트를 찾을 수 있으므로 현금을 들이지 않고도 배울 수 있습니다. 수행을 통한 발전은 정보, 집중 및 헌신이 필요한 모든 분야에서 자신을 가르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제이나인 사전등록 온라인에서 무료로 포커를 플레이하면 모든 사람이 자신의 돈을 버리지 않고 끊임없는 개선과 다른 플레이어와 연습을 통해 배울 수 있습니다.
포커와 같은 게임은 끊임없는 연습이 필요하며 모든 사람이 이 인기 있는 리얼 머니 게임을 플레이하고 배울 재정적 수단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이유로 부자가 되지 않고도 안전하게 연습하고 배울 수 있도록 하여 준비가 되었을 때 리얼 머니 포커에 들어갈 수 있는 사이트가 있습니다.
게임 자체는 가르치고 배우고 플레이하기 쉽지만 마스터하기는 여전히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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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공playlist] 힘들고 지칠 때 위로가 되는 노래 https://youtu.be/di2GcfWRhQI "그저 너의 등을 감싸 안으며 다 잘될 거라고 말할 수밖에." "별이 내리는 하늘이 너무 아름다워 바보처럼 나는 그저 눈물을 흘리며 서 있네" 격주 공감 플레이리스트💿 #12 힘들고 지칠 때 위로가 되는 노래 📔 우린 전부 다 소중한 사람이니까 🎹 *EBS 스페이스 공감의 라이브 무대를 플레이리스트로 만나보세요. 이.름.하.여 [격공 Playlist]! 격주 공감이지만 매주 찾아올 수도, 한 달에 한 번 찾아올 수도 있다는 점🤫 Set List ✔️ [2015.08.06] #어반자카파 00:00 어반자카파 - 위로 ✔️ [2018.04.12] #커피소년 04:10 커피소년 - 내가 니 편이 되어줄게 10:26 커피소년 - 너는 특별해 ✔️ [2019.04.25] #안녕하신가영 14:31 안녕하신가영 - 인공위성 ✔️ [2022.03.18] #박소은 18:42 박소은 - 일기 ✔️ [2018.08.09] #볼빨간사춘기 24:03 볼빨간사춘기 - 나의 사춘기에게 ✔️ [2017.01.26] #김윤아 27:22 김윤아 - Going Home ✔️ [2017.06.15] #자우림 31:07 자우림 - 샤이닝 ✔️ [2021.12.10] #정인 34:34 정인 - 오르막길 ✔️ [2020.02.21] #선우정아 39:29 선우정아 - 도망가자 44:02 선우정아 - 멀티 플레이어 ✔️ [2013.06.06] #옥상달빛 48:13 옥상달빛 - 히어로 52:48 옥상달빛 - 하드코어 인생아 ✔️ [2014.10.30] #제이레빗 56:42 제이레빗 - 내 모습 이대로 1:00:00 제이레빗 - 쉬어 ✔️ [2012.09.26] #루싸이트토끼 1:02:41 루싸이트 토끼 - 손 꼭 잡고 ✔️ [2016.07.14] #악동뮤지션 1:06:40 악동뮤지션 - 작은별 1:10:30 악동뮤지션 - 인공잔디 ✔️ [2014.02.20] #딕펑스 1:14:09 딕펑스 - VIVA 청춘 #힐링음악 #잔잔한음악 #배경음악 #플레이리스트 #스페이스공감 #격공플리 TheEbs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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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7 Weverse Magazine
뷔 “자유로운 나를 담아냈으면 좋겠어요”
방탄소년단 ‘Proof’ 발표 인터뷰
노래, 공연 그리고 일상의 모든 것들에서 뷔는 순간의 이미지들을 남긴다. 그 이미지들이 이어져, 그의 삶은 영화가 되고 있다.
그래미 어워드 무대에서 ‘Butter’ 도입부에 올리비아 로드리고와 대화하는 연출이 화제를 모았어요. 그때 무슨 말 했는지 물어��는 사람들 많았죠? 사실 대화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을 텐데.
뷔: 그 질문이 되게 많았죠. 솔직히 제가 거기서 옷 퍼포먼스 때문에 너무 많이 긴장했어요. 아마 가볍게 귓속말 해도 될 상황에서도 그냥 내용 없이 블라 블라 블라거렸던 것 같아요. 그때는 표정이나 분위기만 보여줘도 된다고 생각했고, 대사는 딱히 안 해도 될 것 같아 아무 말도 안 했어요. 올리비아 로드리고도 그 점을 알아줬고요. 10초, 15초 정도 되는 테이크는 퍼포머 입장에서 아무 말도 안 하면서 재밌게 연출할 수는 있거든요.
그래미 어워드 퍼포먼스 연습이 여러 정황상 굉장히 급박하게 돌아간 걸로 아는데, 올리비아 로드리고와 함께하는 연출은 어떻게 결정된 건가요?
뷔: 네, 그래미 측에서 제안을 했던 건데, 당일에 결정됐어요. 그래서 누가 옆에 앉게 될지 알 수 없었어요.
그런 상황에서 바로 상황 설정을 하고 감정을 잡아야 했겠어요.
뷔: 영화 ‘나우 유 씨 미’를 많이 생각했어요. 무대 위에서 공연을 할 때는 제이슨 본도 생각나는 흐름이었지만, 올리비아 로드리고와 대화할 때는 ‘나우 유 씨 미’에서 사람하고 대화를 하면서 속이는 그런 분위기가 되게 중요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냥 가볍게 얘기할까? 얘기하면서 내가 이 사람 모르게 카드를 뽑을 수 있다면 그건 마술 아닐까? 그리고 재밌게 눈을 마주치면 어떨까?’ 그런 생각들이 있었어요.
곡이 시작하기 전에 연기를 하다 카드를 날리고, 그다음 무대 위로 올라가서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하는 거라, 정말 생각할 게 많았겠어요.
뷔: 네. 그래서 대화를 이어가면 제가 카드를 날릴 타이밍을 놓칠 것 같은 거예요. 마음속에서는 계속 박자를 세면서 카드 날릴 타이밍을 잡고 있었죠. 원, 투, 쓰리, 포, 계속 이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때 저는 인이어를 두 쪽 다 끼고 있어서 올리비아 로드리고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정확히 알기도 어려웠고요. 사실 그때 너무 떨렸어요. 옷 퍼포먼스를 잘할지 못할지 걱정이어서 무대 오르기 전에 그 얘기만 하고 있었어요. 옷 퍼포먼스 자체를 당일에, 그 전날에야 맞추고 멤버들이랑 올라간 거라서 제일 걱정됐거든요.
그게 연습 때 잘돼도 무대에서 안 될 수도 있는 퍼포먼스잖아요.
뷔: 네. 맞아요. 너무 걱정됐죠. 그래서 처음엔 그 퍼포먼스를 반대했어요. 리허설 때 잘 안 되기도 해서, 우리가 자신감을 갖고 무대로 올라가야 하는데 긴장감을 갖고 무대에 올라간 건 실패할까 봐 두렵기도 했어요. 그래도 하기로 결정했는데 성공하고 나서의 반응이 엄청 좋아서.(웃음)
그렇게 큰 부담이 되는 무대를 마치고 나니까 어떤 기분이었나요?
뷔: ‘이제 무대 끝났다.(웃음) 다른 아티스트 무대들 즐기러 가야지.’ 그것밖에 없었어요.
브이라이브에서도 레이디 가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뷔: 제가 레이디 가가와 토니 베넷이 함께한 영상들을 많이 찾아보거든요. 제가 정말 진짜 좋아하는 재즈 아티스트인 토니 베넷과 레이디 가가가 재즈 음악을 할 때의 그 느낌에 너무 빠졌어요. 그래서 “정말 팬이라고, 정말 음악 잘 듣고 있다고, 난 진짜 당신이 이 시대의 재즈 퀸인 것 같다.”고 얘기했어요.
요즘 재즈가 더 좋아졌나요? 어려서부터 재즈를 들었지만 요즘에 전보다 더 좋아지게 되는 부분이 있나 싶어요.
뷔: 계속 좋아하다 보면 그게 좀 증폭되고, 제가 좋아하는 게 있으면 행동을 하게 되니까요. 어릴 때 재즈를 많이 듣고 자랐는데 지금은 제가 너무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음악이 그런 결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사진들을 보고 좀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유유히 춤을 추는 영상이라든가, 사진의 분위기라든가 뭔가 옛날 재즈의 느낌이 나는 것 같았거든요.
뷔: 옛날부터 그랬었는데, 그건 그냥 제 개인적인 모습들이잖아요. 그걸 굳이 팀 계정에 올리거나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제 색깔이고 사생활이니까. 그런데 개인 SNS를 하게 되면서 거기에 뭘 올려야 할지 몰라서(웃음)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을 올리자고 생각했어요. 거긴 그냥 내 색깔을 보여주는 계정이고, 굳이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맞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런 사진이나 영상을 올리는 기준이 있나요? 분위기가 굉장히 일관성이 있던데요.
뷔: 없어요. 그냥 막 찍어요. 홉이 형처럼 사진들을 예쁘게 정리해서 보여주는 능력도 없고, 남준이 형처럼 일관성 있게 자기의 느낌을 나타내는 것도 없고. 저는 그냥 그날 따라, 그날의 제가 기분이 좋거나, 그날 내가 이걸 올리고 싶거나, 다 그날의 내가 정하는 것 같아요. 항상 다 무언가 할 때 그날의 내가 판단해요.
재즈를 좋아할 수밖에 없겠어요.(웃음)
뷔: 되게 자유롭잖아요. 정해놓은 게 없잖아요. 제가 그걸 너무 좋아해요.
그런데도 사진에 독특한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 메이크업 받으면서 찍은 셀카도 꼭 화보처럼 어떤 순간을 멋지게 잡아낸 느낌이더라고요. 어떻게 필터를 쓰거나 보정을 하길래 셀카로 저런 톤이 나오나 싶기도 했고.
뷔: 필터요? 저는 필터를 안 써요. 그냥 갤럭시, 삼성 핸드폰, 일반 카메라입니다.(웃음) 보정도 안 하고요. 보정을 하면 제가 아니니까. 보정보다는 그냥 날것의 느낌을 많이 주는 것 같아요. 채색 효과는 쓰고요. 사진을 흑백으로 만들어 버리고 싶을 때. 그거 하나 말고는 안 써요.
진짜 바이브가 있네요. 그냥 순간적인 느낌으로 찍는 건데.
뷔: 네. 별 생각 안 하고 찍는 것 같아요. 저도 모르게 예쁜 배경이나, 예쁘게 연출할 수 있는 게 있으면 그냥 계속 카메라를 켜고 찍게 되는 것 같아요. 워낙 찍히고 찍는 걸 좋아하다 보니까요.
그 점에서 골프를 하는 건 어때요? 플레이를 하는 사이에 많이 기다리고, 동시에 순간적인 집중이 중요한 종목인데.
뷔: 사실 골프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골프가 공을 날리기 전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많고, 한 번의 스윙에 모든 걸 걸어야 하잖아요. 솔직히 저는 즉흥적으로 막 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우연히 영화 하나를 보게 됐어요. 샤이아 라보프가 출연한 ‘내 생애 최고의 경기’라고. 그 작품이 너무 재밌는 거예요. 그 영화를 보니까 의상, 분위기 이런 것들이 한꺼번에 저한테 들어오게 돼서 그 다음 날 골프화를 샀죠. 저는 꽂히면 바로 하는 성격인데, 좋게 말해주시는 거겠지만 주변에서 잘한다는 얘기도 해주셔서 막 신난 거죠.(웃음) 그리고 하다 보니까 골프만의 분위기가 있는데 그게 예쁘더라고요.
영화를 보고 영감을 받거나 하는 게 뷔 씨의 한 부분인 것 같아요. 아까 얘기한 것처럼 무대 위에서도 영화에서 영감을 얻어서 순간적으로 다양한 표현을 하기도 하고요.
뷔: 네. 맞아요. 영화죠. 무대 위에서는 제가 영화를 생각하고 거기서 콘셉트만 토대로 잡고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데, 저는 제가 보여주는 모습이 사람들마다 다르게 느껴지면 좋겠어요. 누구는 제 모습에서 무언가를 느끼고, 또 다른 누구는 다른 걸 느끼는 그런 자율성이 너무 재밌어요. 내 표현에 대해 다른 사람들의 상상 속에서 만들어내는 제 이미지가 재미있어요.
본인의 삶이 영화가 된다면 어떤 영화의 주인공이 되고 싶으세요?
뷔: 자유로운 모습, 자유로운 나를 담아냈으면 좋겠어요. 자유롭다라는 것에 대해 사람들마다 생각이 다 다른데, 저의 자유로움은 남들과, 남들의 생각보다 조금 더 자유로운 것 같아요. 그 자유로운 걸 한 번에 녹여내줄 수 있는 영화였으면 좋을 듯해요.
뷔 씨의 자유로움에 대해 사람들도 이미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있는 게 아닐까요? ‘Blue & Grey’나 ‘Christmas Tree’ 이후 뷔 씨의 노래들에 대한 반응은 또 다른 것 같아요. 여러 TV 프로그램에서 특정한 분위기에 두 곡이 자주 나올 만큼 뷔 씨가 표현하는 이미지가 사람들에게 이해받았다는 느낌도 들고요.
뷔: 사람들 반응은 잘 모르겠어요. 만날 수가 없었으니까. 제가, 제 눈으로 보질 못해서. 저는 일단 제 개인 작업들을 더 만들어봐야 알 것 같아요. 그래야 내 색깔이 어느 방향으로서 놓여질지, 노선을 정확히 잡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미 많은 곡들을 만들어 놨어요. 아직 발표하지 않은 곡들을 공개하고 싶지는 않나요?
뷔: 그 곡들은 다 엎고 새로 쓰고 있어요. 근데 지금은 잘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웃음)
곡을 엎을지, 발표할지 고르는 기준은 뭘까요?
뷔: 몰라요. 그냥 제가 필이 꽂히면? 곡을 만들었던 ���날의 나와 지금의 내가 들었을 때도 좋다라고 느낄 때가 아닐까 싶어요.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모두 좋다고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 건데, 너무 엄격한 기준이 아닐까요?(웃음)
뷔: 하나도 안 아쉬워요. 그냥 이 다음 곡은 이것보다는 좋은 곡을 만들어야지라고 생각하고 만드니까요. 제가 만드는 곡들만큼은 최대한 저한테 냉정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걸 하나하나 아쉬워하면 저는 그냥 아쉬워도 내는 사람이 되��� 거니까요. 그러다가는 내 곡들이 모인 앨범의 형태를 내 식대로 완성하지 못할 것 같아요.
작업을 하면서 음악적인 기조가 변하는 부분도 있을까요? 정서적으로는 일관성이 있지만 편곡이나 구성에 있어서는 점점 세밀하게 변해왔는데요.
뷔: 더 풍부해지려고 하는 것 같아요. 소리의 색깔이라든가, 멜로디 라인이 좀 더 차 보인다든가. 이제 그런 단계까지는 온 것 같아요. 제가 작업했던 곡들을 초반부터 지금까지 순서대로 들어본다면 목소리도 목소리겠지만, 일단은 분위기 자체가 더욱 깊어지는 게 보였으면 좋겠어요. 그게 저한테는 제가 계속 해왔던 제일 중요한 숙제 중 하나예요.
‘Proof’에 뷔 씨가 작곡한 버전의 ‘봄날 (V Demo Ver.)’이 실렸어요. 작곡을 시작한 지 얼마쯤 됐던 때였나요?
뷔: 한 2, 3년 정도 됐을 거예요. 근데 저는 그냥 ‘필’ 탈 때마다 하는 편이라 그때는 1년에 한 번, 아니면 5개월에 한 번씩 만들기도 했어요.
뷔 씨의 초기 작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그게 발표된 ‘봄날’하고는 상당히 다른 느낌이더라고요.
뷔: 맞아요. ‘봄날’이 어떻게 보면 저희의 첫 팝 발라드 같은 곡이기도 해서, 이 곡은 제가 쓸 수 있겠다 해서 정말 많이 썼어요. 같이 작업하시는 PD님들도 좋아해주시고 회사에서도 많이 좋아해주셔서 “어, 이거 너로 갈 것 같아.” 이런 장난스러운 말까지 해주셨는데…. 그 다음 날 제 게 탈락했죠.(웃음)
‘봄날 (V Demo Ver.)’을 들어보면 지금 뷔 씨의 스타일과 다르면서도 비슷해요. 요즘 표현한 음악들보다 더 팝적이고 분위기도 밝은데, 그러면서도 뷔 씨의 곡들에서 나오는 애잔함이 같이 있어요.
뷔: 그 곡에 대해서는 그런 멜로디밖에 안 나왔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봄날’이라는 테마가 주어졌을 때, 제가 생각하는 봄날은 차갑고 쓸쓸한 감정을 이겨내고 난 뒤에 다시 하늘이 갠 듯한? 뭔가 다시 우리한테 좋은 날들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생각한 멜로디보다 좀 더 밝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서 그렇게 나왔던 것 같아요.
그때부터 팀의 곡을 작업할 때는 트랙에 충실하게 해석했던 거기도 하네요.
뷔: 네. 그런데 전 그렇게 생각을 했는데, 남준이 형이 쓴 멜로디는 제가 생각한 이전의 그런 테마더라고요. 하늘이 개기 전. 아니면 아직 겨울날의 이미지. 그런 무드로 가다 보니까 제가 생각한 것과 완전히 반대로 가서 ‘어? 이렇게도 봄날이 생각될 수 있는 거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생각한 ‘봄날’에서 남준이 형은 한 번 더 생각한 거더라고요. 저한테 타격을 준 곡이었죠.(웃음)
뷔 씨가 가진 자유로움과 같은 개성이 방탄소년단의 음악 안에서는 어떻게 조화를 이루나요? ‘Proof’의 신곡들에서 뷔 씨가 가진 목소리의 개성과 팀이 노래에서 추구하는 방향이 더욱 조화로워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뷔: 방탄소년단에서 뷔의 목소리와 저 개인의 음악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내가 보여줄 수 있는 또 하나의 내 매력일 수도 있고, 내가 갖고 있는 무기일 수도 있고요. 제가 워낙 제 인격을 여러 개 만드는 걸 좋아해서, 하나의 페르소나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방탄소년단으로서의 페르소나는 뭘까요?
뷔: 하나로 정의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내가 하나의 나무라고 한다면 그 나무에는 수만 가지의 나뭇가지들이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그 나뭇가지에 각각 있는 과일들이 각각 다른 뷔의 매력들이에요. 그래서 저는 설명할 수 있는 무언가와 같아져도 되지만 굳이 같아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뭐라고 정의할 수도 없고요. 그냥 뷔로서 제가 보여줄 수 있는 많은 매력 중 하나를 만들어 내보려고 하는 거라서. 제가 보여주는 모습이 뷔의 어떤 모습이냐고 묻는다면 저는 노래를 하고, 퍼포먼스를 하는 거예요. 뷔의 수만 가지 페르소나 중 하나를 보여주는 거고, 그에 대한 판단은 보시는 분들이 하는 거죠.
그 점에서 관객들과 다시 만난 공연이 준 자극이 클 것 같아요. 무대에서 다양한 페르소나를 보여주기 어려웠잖아요.
뷔: LA에서 첫 콘서트를 할 때 2년 동안 있었던, 뭔가 정체기라고 해야 할 수도 있는 그런 걸 다 깨뜨리는 기분이라 너무 좋았어요. 우리가 일상에 느꼈던 그 평범함을 다시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서 너무 행복했죠. 우리가 정말 이렇게 사랑받고 있다는 걸 또다시 느꼈고, 나도 힘들었지만 아미들도 우리의 공연을 많이 기다려 왔었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지금은 예쁘게 마무리가 돼서 좋고요. 제가 원하는 그림, 제가 원하는 분위기에서 공연을 성공적으로 잘 마쳐서 행복하게 끝난 기분이에요. 아미들 각각의 목소리를 다 듣고 싶었는데 그 목소리들을 들을 수 있어서 기분도 좋았고요.
무대에서 페르소나를 보여주며 사랑을 받고, 무대에 내려와서는 자유로운 마음으로 곡을 쓰는데, 그 과정을 통해서 뷔 씨가 얻고 싶은 건 뭘까요?
뷔: 처음에는 별 생각이 없었어요. 그냥 맨날 ‘무대만 다르게 보여줘야지.’라는 가벼운 생각뿐이었는데 점차 짊어지는 게 많아지고, 생각해야 되는 것도 많아지니까 무언가 하나를 계속 생각하다 보면 거기에 얽매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저는 ‘아쉬움 없이 버릴 건 버리자. 가져갈 건 가져가고, 만들어낼 건 내가 꼭 만들어내자.’고 생각해요. 그래서 곡을 만들었다고 한들 제가 별로면 아쉬움 없이 버리는 거고, 무대가 별로면 ‘다음엔 절대 이렇게 안 해야지.’ 하는 거고. 그리고 ‘내가 나 이거 하고 싶다.’ 라는 게 있으면 ‘언젠가 내가 이걸 기필코 해내고 말 테다.’라는 것까지 가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럼 본인이 그리는 아티스트로서의 이상이 있나요?
뷔: 정말 많은 페르소나가 제 안에서 나오면 좋겠어요. 가수로든, 솔로 가수로든, 연기자로든, 나중에 사진작가로든, 아니면 일상을 사는 김태형으로서든. 아니면 다른 무언가 하나에 빠져 있을 때든, 그때마다 수만 가지의 내가 존재가 할 수 있게, 그날마다 새로운 내가 또 다른 걸 할 수 있을 만한 사람이 될 수 있게 많은 페르소나를 탄생시키고 싶은 게 제일 커요. 그게 아티스트로서 제 최종적인 꿈 같아요.
그 이상에 어디까지 온 것 같아요? 지난번 ‘위버스 매거진’ 인터뷰에서도 본인에 대한 평가를 워낙 박하게 주긴 했는데.
뷔: 1점이요.
아직 1점?(웃음)
뷔: 잘 모르겠어요.(웃음)
English Translation
V: “I hope I can convey how free I am”
BTS ‘Proof’ release interview
V leaves momentary images behind him—whether he’s singing, performing or just living his everyday life. As those images accumulate, his life is becoming a movie.
You made headlines because of your staged conversation with Olivia Rodrigo in the introduction of your performance of “Butter” at the Grammy Awards. I’m guessing a lot of people were asking what you two talked about. I’m sure it must have been difficult to really talk under the circumstances.
V: I got asked about that a lot. I was honestly really nervous there because of the clothing choreography. A light whisper in her ear probably would have been enough in that situation, but I think I just said “blah blah blah” without saying anything real. Leading up to the moment, I thought I could just show it on my face or set the scene—and thought I didn’t have to say anything in particular—so I wasn’t saying anything special. Olivia Rodrigo knew that’s what I was doing, too. For a 10- or 15-second take, the performers don’t have to say anything special and can still make it look fun.
I understand that performance for the Grammys took place under various urgent, quickly evolving circumstances, so how did it end up that you would act with Olivia Rodrigo?
V: Ah, that was a suggestion from the people at the Grammys that was agreed to on the same day as the show. So I had no way of knowing who I would end up seated next to.
In a situation like that, you must have had to set everything up and capture the right feeling right away.
V: I kept thinking about the Now You See Me movies. The way the performance on the stage unfolded also reminded me of Jason Bourne, but for talking with Olivia Rodridgo, I thought it was really important to capture the feeling of the way they con people while talking to them in Now You See Me. I thought maybe I should just speak to her casually, and that it would be like magic if I could steal her card without her noticing while we’re talking, and how it would look if we locked eyes in a fun way. Things like that.
You had to act and throw the card before the song started, then go up on stage to do the performance. There must have been a lot you had to think about.
V: Yes. So if we had kept going with the conversation, I could have missed the timing on throwing the card. I was counting the beat in my head the whole time to keep track of when I should throw it. I kept going, One, two, three, four, in my head. And it was hard to know exactly what Olivia Rodrigo was saying since I had in-ears in both my ears at the time. Honestly, I was so nervous. I was so worried over doing the clothing choreography properly and it was all I could talk about before going on stage. We only had the day of and the day before to get it right before going up there all together, so I was more worried about that than anything else.
It's the kind of performance where, even if it goes well during practice, it won’t necessarily go well live.
V: Yes, exactly. I was really worried, so I was opposed to that part of the performance in the beginning. And it didn’t go well during the rehearsal, either, and we knew we should have been going on stage full of confidence, but we went up there feeling nervous, so I was afraid that we were going to mess up. We ended up deciding to do it anyway, but we did pull it off and the response was fantastic, so. (laughs)
There was a lot of pressure leading up to that performance. How did you feel once it was all over?
V: It’s finally over. (laughs) I should go watch the other artists’ performances and have a good time. That’s the only thing I was thinking.
And you talked about Lady Gaga on V LIVE.
V: I watch too many videos of Lady Gaga and Tony Bennett performing together. Tony Bennett is one of my favorite jazz musicians and I’m absolutely into the way Lady Gaga performs jazz. So I said I’m a huge fan, I really enjoy listening to your music and I truly believe you’re this generation’s jazz queen.
Are you even more into jazz lately? I know you’ve been listening to jazz ever since you were young, but I’m curious if there’s something that’s made you like it even more now than you used to.
V: If you like something for a long time, that feeling sort of intensifies, and whenever I like something, I end up doing something about it. I grew up listening to a lot of jazz, which I love, and I feel like it’s the style of music I want to do be doing now.
When I see what you post on Instagram, I feel like they have that old, jazzy vibe, whether it’s the video where you dance in a carefree way or the pictures that give a similar feeling.
V: I’ve always been that way—that’s just my individual style. I didn’t think it was necessary to post anything like that to the group account since it’s my personal style and my personal life. But I had no idea what to post once I ended up getting my own social media account (laughs) so I decided to just post things I like. I can show off my personal flair on that account. I don’t think I need to worry what other people think about it.
Do you have any criteria you follow for the photos or videos you post? They all share a very consistent feeling.
V: No, I just shoot whatever. I don’t have the ability to put my photos together in a nice way the way Hobi does, and I can’t express my own feelings consistently the way Namjoon does. I think it’s different every day—whether I’m feeling good that day, or if there’s something I want to upload. It all depends on who I am that day. Whatever I’m doing, it’s up to whoever I am that day to make the judgment call.
No wonder you like jazz. (laughs)
V: It’s very free-form. Nothing’s planned out. That’s what I love about it.
I still think there’s something special about how the photos feel, though. Even the selfies you took while you were getting your makeup done felt almost like they were from a photoshoot, for example—like you’re capturing a cool moment. I was also curious how you edit your selfies, with filters or otherwise, to achieve that look.
V: Filters? I don’t use filters. It’s just a regular old camera on a Galaxy—a Samsung phone. (laughs) And I don’t edit them, either. Because if I did, they wouldn’t be me anymore. I tend to leave the photos just as they are with an unpolished feel. I do adjust the color, though. When I want to make them black and white. That’s the one and only thing I use.
You have an absolute vibe. Even though you’re just taking the photos in the moment.
V: Yes. I don’t really put too much thought into it. I just keep ending up opening the camera and taking pictures whenever there’s a nice scene or something I can make look good. I just really like having my photo taken and taking photos as well.
What do you think about playing golf in that sense? It’s the kind of thing where there’s a lot of waiting between shots but with moments where it’s suddenly important that you concentrate.
V: I didn’t actually used to like golf. You have to wait a long time before you can hit the ball and everything depends on a single swing. To be honest, I’m the kind of person who improvises everything. I randomly saw this movie, with Shia LaBeouf, called The Greatest Game Ever Played. That movie was great. Watching that movie introduced me to the clothes, atmosphere and everything all at once, so I bought some golf shoes the next day. I tend to jump on things as soon as I’m hooked. I’m sure they were just saying it to be nice, but other people told me I’m good at it, and that got me excited. (laughs) And after I started playing, I noticed golf has its own unique atmosphere, which was really good.
Watching movies and finding inspiration from them seems to be part of who you are. As you mentioned a little bit earlier, you’re also influenced by movies when it comes to performing and can quickly express that in various ways.
V: Yes, that’s true. That’s movies for you. I thought I should think of a movie and borrow the concept and use it as a starting point for the stage. I want everyone to have their own interpretation when I put on a certain appearance. I love the freedom that allows one person to get one thing from what I do while someone else gets a different feeling. I find it interesting to see other people make different images of me in their imagination based on the way I express myself.
If your life were a movie, what kind of movie would it be?
V: I hope I can convey my sense of freedom—how free I am. Everyone has a different idea about what it means to be free, but I think my idea of freedom is a little more free than—compared to other people’s. I would want my movie to be one that conveys that sense of freedom all at once.
I think people already embrace your brand of freedom to some degree. The way people viewed your music changed after “Blue & Grey” and “Christmas Tree.” And I feel like people understand the image you’re trying to project, considering the particular type of scenes on TV that those two songs often appear in.
V: I’m not sure what people think of my songs because I can’t be there with them. I can’t see it with my own eyes. I’ll just have to try making more solo songs to find out. I think that way I can know for sure what lies ahead based on what direction my sound is taking and the stance it should take.
You’re already made a lot of songs. Don’t you want to release any of your unreleased music?
V: I shelved all those songs and I’m writing new ones. But I think I’m doing a good job with the writing now. (laughs)
How do you choose when to shelve a song and when to release it?
V: I don’t know. When the mood just strikes me? Maybe when I liked it on the day I made it and still like it when I hear it now, too.
You have to have liked it back then and now as well? Isn’t that setting the bar a little too high? (laughs)
V: I don’t have any regrets. I just tell myself the next song should be better than the previous one and go make it. I feel like I want to be as objective as I can be with myself when it comes to the songs I make. If I feel regret whenever that happens, I’ll become one of those people who just release songs even when they’re not satisfied with them. And then I wouldn’t be able to complete an album of my songs the way I envision it.
Are there times when the very foundation of the music you’re working on changes as you’re working on it? Your songs have been consistent, emotionally speaking, but your arrangements and composition have gradually been becoming more detailed.
V: I think I’m trying to make them sound fuller. Like the richness of the tone or a fuller melody. I think I’ve reached that level now. If you listen to all the songs I ever made from beginning to end in order, I hope you can tell both my voice and the entire atmosphere of the songs are taking on a deeper emotional power. It’s one of the most important goals I’ve ever tried to achieve.
There’s a version of “Spring Day” on Proof that you wrote the music for. How long after you started writing songs did you make it?
V: It had been around two or three years. But I tend to only write when I’m feeling it, so at the time I was making one song every five months to a year.
It’s one of your earlier works and also quite a bit different from the final version of “Spring Day.”
V: Yes. “Spring Day” was basically our first pop ballad, so I thought I could write it. And I really wrote a lot. The producers I was working with all said they liked it, and the label really liked it, too, and even said something playful, like, Yeah, we’re probably going to use yours … but it fell out of the running the following day. (laughs)
Listening to “Spring Day,” it sounds both similar to and different from your style. It’s more pop-like and upbeat than some of the music you’re making these days but it also has that gravity your songs tend to have at the same time.
V: I think that was the only kind of melody I could produce for that song. The reason being that, when I was given the theme of “Spring Day”—my idea of a spring day was sort of like the sky clearing up after overcoming a chilly, melancholy feeling? It was a feeling like we’re going to have good days ahead, somehow. So I wanted the melody to sound more cheerful than the kind that initially came to mind, and that’s how it came to be.
Even back then you were faithful with your interpretations of the group’s tracks as you worked on them.
V: Yes. And that’s what I thought, but the melody Namjoon wrote had the setting that took place before mine: before the sky clears. Or with winter still in the air. The way he took up that vibe, it was going in the complete opposite direction from what I had in mind, and I thought, Wow, I never thought a spring day could be interpreted that way. Compared to the “Spring Day” I was thinking of, Namjoon took his thinking one step further. His song really blindsided me. (laughs)
How do your personal traits, like your free-spiritedness, fit into the music of BTS? I got the impression that your characteristic voice and the intended direction of the group’s songs harmonize even better in the new songs on Proof.
V: I think my voice in BTS’ music and in my solo music should be different. That could be yet another thing that’s attractive about me that I can show off, but it could also be a tool at my disposal. I kind of like making different characters for myself, so you could look at it as something of a persona.
Could you tell me something about your BTS persona?
V: I don’t think I can define it in one phrase. If we look at me like I’m a tree, then I think you could say I have thousands of branches. The different fruit on each of those branches each represents a different one of V’s attractive points. So, while I could become something that can be explained, I don’t really think I absolutely need to. So it’s not really something that can be put into words. I’m just trying to create and show one of the many charms that I can show off as V. If you’re asking what kind of V I’m portraying within BTS, I would say one who sings and dances. That’s one of V’s thousands of personas and it’s up to the viewers to come to their own conclusion.
I guess you could say that finally putting on a concert in person after all that time was likely a huge motivation in that regard. It must have been difficult to demonstrate all those different personas on stage.
V: When we held our first concert in LA, it felt like we were blasting right over what I might call a plateau. It felt great. I was so happy because it was like we were finally able to experience the normalness of everyday life again. I could once again feel just how much we’re loved, and I guess I had a hard time, too, but I could really feel how much ARMY had been waiting for that concert as well. And I’m glad it wrapped up nice and neat. The concert went how I imagined it would, with the atmosphere I hoped for, and I felt happy at the end. And I wanted to hear each and every one of ARMY’s voices and I was happy I got to.
You’re showered with love while you show off your persona on stage, then come down and write songs with your free spirit. What do you want to get out of this whole process?
V: I didn’t think much of it at first. I just casually thought at first that my performances were the only thing I needed to switch up every day, but the weight is gradually increasing and I have more to think about, too, so if I keep thinking of one thing, I’ll just get stuck on that, I think. So I think I shouldn’t get hung up on things I need to get rid of and just get rid of them, get the things I need to get and make sure I make the things I need to make. So even if I make a song, I’ll toss it without regret if I think it’s not that good, and tell myself not to repeat the way I do a performance if it doesn’t feel right. And I’m getting to the point where, if I say I want to do something, I’ll tell myself I’ll do it someday, without fail.
What would make you an ideal artist?
V: I hope I can come up with a whole lot of personas: singer, solo singer, actor or, later on, photographer or regular old Kim Taehyung. Or when I get into something else. I want to create so many different personas that there’s thousands of versions of myself out there and I can become the kind of person who has a new me good enough to do something different every day. I think that’s my ultimate dream, speaking as an artist.
How close do you think you are to meeting that ideal? You gave yourself a very harsh evaluation in your last interview with Weverse Magazine, too.
V: One point.
Just one point? (laughs)
V: I don’t know. (laughs)
Source: Weverse Magazine ENG: Weverse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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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길지 않은; 추석 연휴가 눈 깜짝할 새에 후딱 지나가 버렸다. 예전에는 명절 특집 TV 프로그램을 꽤 봤던 것 같은데, 올 추석 때는 뭐 그런 게 있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연휴 동안 오래 전에 봤었는데 기억이 안 나서 다시 봐야지 했던 영화들 중 <Lost in Translation>을 오랜만에 다시 봤고, TV에서 보여준 한국 독립영화도 하나 봤고... 연휴 4일 중 3일 동안 Mets는 Miami Marlins와의 원정 경기 3연전이 있었는데, 첫날은 어이없이 깨지고, 다음 두 경기는 6-8점차로 이겼다. 그 중 한 경기는 한국 시간으로 새벽 2-3시에 시작해서 못 봤다. 사실 이전처럼 내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만 않았어도 봤을 텐데, 요즘 거의 7-8시, 늦어도 8시 반 전에 일어나다 보니 새벽 경기는 보기가 어렵다. (7시 넘어서 시작하는 경기도 스코어를 보고 지고 있으면 그냥 더 자다가 일어나서 보거나 한다. ;;) 앞으로도 열흘간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경기가 있어서, 다음 주 월/목요일만 빼면 계속 8시 경기를 볼 수 있다. 최근 Mark Cahna의 (본인 커리어에서) 첫 만루홈런과, 포수 Tomas Nido가 올해 처음으로 홈런을 친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추석 연휴도 시작된 만큼 송편을 사러 집 근처 떡집에 갔다. 거리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그나마 떡집 앞에는 사람들이 좀 서 있다. 그나마 여기라 이 정도지, 작년에는 이전에 살던 동네 떡집(집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갔었는데, 거긴 줄이 어마어마하게 길어서 깜짝 놀랐다. 아마도 1시간 가까이 기다린 듯;; 그 떡집이 워낙 유명세도 있고 무엇보다 아침에 가서 그랬던 게 아닌가 싶다. 이번에는 다른 떡집이긴 해도 오후에 가서 그나마 줄이 짧았을 듯. 여튼 굳이 거기까지 가지 않아도 우리 동네 떡집의 송편도 바로 쪄낸 거 사 오니 맛있다. 나는 수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곳을 별로 안 좋아한다. 그런 곳을 가기 위해 긴 줄을 마다않고 기다리는 건 더 싫다. 최고의 음식을 먹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기다리는 것보다, 평타 이상 하는 음식을 별 기다림 없이 먹는 게 더 낫다.
지난 번 SRT 기차를 타고 큰댁에 다녀올 때도 들었던, 그리고 E를 만나러 나가는 길에도 들었던 João Gilberto의 앨범. 그 중에서도 첫 곡은 외출할 때 너무 들뜨지도 가라앉지도 않게 하는 딱 적당한 느낌의 곡인 것 같다. 한때 나가서 걸을 때는 좀 에너지가 필요해서 BTS 노래 같은 걸 좀 많이 들었는데 그 수명이 다했나(?) 요즘 다시 K-Pop은 잘 안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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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앨범도 나온 지 오래 됐고, 나는 저 앨범에서 "Valsa(왈츠)"라는 곡을 오랫동안 알고 있었고 그 곡 하나 때문에 이 앨범을 겨우 발견해서 사게 되었는데, 저 곡도 이미 스탠다드 레퍼토리로 익숙한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 저 Gilberto 아저씨 부부의 보사노바 노래들이 좋아서 포르투갈어를 배우고(?) 싶은 생각도 좀 들었으나, 스페인어부터 배우면 더 좋겠고 - 결국에는... 영어나 제대로 좀 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귀결된다. -_-;;
E의 제안으로 보러 다녀온 국내 화가들의 전시 <두려움일까 사랑일까(Fear or Love)>. 솔직히 처음에는 전시 이름이 좀 유치하게 느껴져서 뭔가 싶었는데, 의외로 전시가 너무 괜찮아서 놀랐다. ;;; 국내 화가라 해도 나는 이중섭이나 김환기, 이우환, 천경자 정도밖에 이름은 잘 모르는데 (그나마 곽인식 작품은 지난 번에 이건희 컬렉션 전시회에서 보고 알게 된 것도 있고), E와는 달리 난 미술에 별다른 조예는 없지만, 생각보다 재밌게 관람했다. 특히 김기창 화백의 <예수의 탄생(The Life of Christ)>이라는 30개의 그림이 참 인상적이었다. 종교 여부와 상관없이, 성모 마리아에 성령으로 예수가 잉태되는 것부터 태어나고 제자들을 두고 십자가에 못박혀서 돌아가셨다가 부활하고 승천하기까지의 일련의 이야기들을 굉장히 한국적인 그림으로 표현한 게 재미있었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한복을 입은, 조선시대 느낌으로 등장한다. 여인들은 저고리에 치마, 남자들은 모두 갓을 쓰고 두루마기를 입었다. 동방박사들과 예수도 다 그렇고... 이집트에서 피난을 가는 모습도 한복을 입은 사람들이 말을 타고 가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이집트 느낌이 나는 건 그림 어디에도 없다 ㅋㅋ) 사탄이 예수를 시험하는 장면에서, 사탄은 우리 전래동화의 도깨비 느낌이었다. 마리아에게 다가오는 성령은 선녀의 모습으로 나오고... 예수님과 성모 마리아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한국인으로 표현되니까 재미있었다. 예수님과 마리아 같은 인물들은 얼굴 주위에 빛이 난달까, 뭔가 아우라 자체가 다르다.












이 외에도 사실 '이건 뭐지' 싶은 작품들도 있었고 작가의 의도가 어땠든 간에 뭔가 신기하고 재미난 게 꽤 많았다. (유치해 보이던 제목 하에 전시된 작품들이 의외로 유명 작가들 작품이라 그럴 수도...) 전시 관람도 재미있었고, 관람 후 미술관 위로 올라가면 왕의 비밀스러운 정원이었다는 곳과 연결되어 산책하듯 돌아보며 (비록 적지 않은 나이에 몸은 엄청 피곤했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스탬프 투어라고 적혀있길래 찍어보러 다녀봤는데 스탬프 잉크가 거의 없어서;; 도대체 관리는 누가 하나 투덜대며... ;; (그래도 다 찍었다! ㅋ) 기회가 되면 전시가 내리기 전에 한 번 더 가서 보고 싶다. 몇몇 작품들을 다시 가서 자세히 보고 싶기도 하고, 옆의 정원도 단풍 들었을 때 가면 더 예쁘겠다 싶고...
연락하고 지내는 친구들 중 가장 오랜 친구(거의 30년지기) K를 만났다. 올해는 뭔가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이, 몇 달 전에는 연락 두절된 학교 친구와도 15년만에 만났는데... K와도 연락은 간간히 했어도 서로 반대편에 살면서 둘 다 집순이처럼 지내다 보니 잘 못 보게 되는 거 같은데, 5년 여 만에 만났다. 근데 정말 오랜만에 만난 것 치고는 만난 지 오래 안 된 것 같은 느낌이랄까... ㅋㅋ 서울을 떠나 여기로 이사온 뒤로도, 장문의 편지를 주고받으며 가끔 엄마들의 눈치를 보며 긴 통화를 하곤 했는데... 대학 다니면서부터는 각자 대학 생활에 더 바빴고, K는 대학 단짝 친구랑 여전히 붙어다니는(?) 느낌이라... 결정적으로 K도 대학 시절 서울에서 나랑 반대편으로 이사를 가서 사는 바람에;; 서로 얼굴 보기가 쉽진 않았다. 그 때와는 관심사가 약간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몇몇 공통 관심사가 있어서 (특히 요즘은 야구, 물론 좋아하는 리그는 다르지만) 어쨌든 만나서 회사 일 얘기, 가족 얘기, 코로나 얘기, 야구 얘기 등으로 수다를 떨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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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_099
안 그래도 자신들 을 붙잡아 눌러 앉
히고 자 혈안 이되어 있던 황제 에게
이미 회임 을 했다는 사실 이 알려지
면 더욱더 곤란한 터라 최대한 비밀
로 했다 .
그럼 빠져 나온 후에 는 뭘 했느냐 .
자신 도 알고 저기 저 남자 도 알다
시피 며칠간 눈만 뜨면 하나로 얽혀
말 한 마디 를 제대로 못 했다 .입만
열려 해도 그가 기다렸다 는듯 온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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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반겨 오니 얼마 전까지 그의 말
을 들으 려 하지도 않았던 제 행동 을
돌아 보게 되었다 .
" 대체무슨 생각 을 하시 길래 또 볼
썽 사납게 얼굴 이 벌게 지시 는 겁니
까 ? ”
“ ... ...신녀님은모르셔도 돼요 .”
아델 은 화끈 거리는 뺨 을 감추며 레
베카 의 눈 을 피했다 .
신녀 님께 할 이야기 가 있고 아닌
이야기 가 있지 !
며칠간 침대 에서 뒹구 느라 말 을 못
했다면 여기서 또 난데 없는 구마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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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 을 하겠다 나서고 도 남을 분 이었
다 .
' 안돼 .성기사 단장 의 부인 으로서
소셜 포지션 이 있지 .'
아델 은 끝내 모른 척 시치미 를뗐
다 .
분명 수상 하다 싶은 레베카 가 한참
을 흘겨 봤지만 그녀 역시 자고로 아
델 과 오래 얽혀 좋을 게 없다는 것
정도 는 알고 있었다 .
“ 이만가봐야 하니 꼭 약속 지키셔
야 합니다 . 아시겠습니까 ?”
" 네에,어련히 해야 지요. 안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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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저 한테 사탄 이어쩌고 하실 거잖
아요 ! ”
“ ...아그네스 님 한 분 이면 그랬
겠지요 . ”
" 네 ?아아.”
레베카 의 시선 을따라 아래 를 내려
다본 아델 이 제 배 위로 손을 올렸
다 . 여전히 티는 나지 않는다 지만
이 안에 어떤 아이 가 있을지 생각 하
면 떨리고 또 떨렸다 .
사실 그래서 더욱 킬리언 에게 어떤
식 으로 말을 꺼낼 지 망설 였다 .
내 이 기쁜 마음 을,하루 종일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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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지 않는 웃음 을, 꼭 꿈 을 꾸는 것
만 같은 황홀함 을 어찌 말로 설명 할
수 있을까 .
하루 에도 몇 번씩 말문 이 막혔다 .
그의 반응 이궁금 하면서도 막상 바
라 보면 그 어떤 말도 어렵 기만 했
다 .
“ 예상외 네요 .신녀 님 이 어린 한 생
명 을 그렇게 까지 생각 해주실 줄 이
야 . ”
“ 생각하긴 요.딱 한 생명 만 됐어 도
그리 했을 겁니다 .”
“ 네 ? ”
174_104
지금 뭐라고 .
얼떨떨 함 을 떨치지 못한 아델 의얼
굴이 서서히 변해 갔다 .
잠깐 ! 성가 시다 는 듯 돌아서려 는
레베카 에게 매달 리듯 팔을 부여 잡자
그녀 가 어쩔 수 없다는 표정 으로 입
을 삐죽 거렸다 .
“ 흥 ,제가 아무리 아그네스 님을
싫어 한다 지만 죄 없는 두 생명 에게
그래서야 되겠습니까 ?”
174_105
“ ......아델,너왜 그러냐 .”
“ 아 ....”
“ 누님 ?”
아버지 에 이어 케이 든 까지 자신 을
부르 자 아델 이 머리 를 부르르 흔들
며 정신 을 차렸다 .
세르지오 가의 다섯 식구 를 위한
귀빈석 에 아직은 두 자리 가 비어 있
었다 . 반 강제 로 가운데 에나란히 앉
은 부자 가 한쪽 끝에 앉은 아델 을
불러 댔다 .
“ 벌써 행사 가 시작 되었는데 뭘 하
고 있단 말이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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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델,너왜 그러냐 .”
“ 아 ....”
“ 누님 ?”
아버지 에 이어 케이 든 까지 자신 을
부르 자 아델 이 머리 를 부르르 흔들
며 정신 을 차렸다 .
세르지오 가의 다섯 식구 를 위한
귀빈석 에 아직은 두 자리 가 비어 있
었다 . 반 강제 로 가운데 에나란히 앉
은 부자 가 한쪽 끝에 앉은 아델 을
불러 댔다 .
“ 벌써 행사 가 시작 되었는데 뭘 하
고 있단 말이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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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델,조금 있다 가 대주교 님 이축
복 을 내리 시면 네가 제일 먼저 나가
서 꼭 축복 을 받아야만 한다 . 멍하
게 있지 말고 악착 같이 옷자락 이라
도 뜯어 오란 말이다 .”
“아버지! "
대주교 님 이 무슨 돌하르방 이라
도 되는 줄 아시나 .
아델 은 사심 을 가득 담아 벌써 부터
나설 준비 를 마친 아버지 를 흘겨 보
았다 . 백작은 큰딸 의 한심 하다는 눈
빛 에도 조금도 주춤 하는 법 이 없었
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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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여기 들인 돈 이 얼만데 ! 오
늘 이 일 년 중 가장 성력 이 높아지
는 날 이라지 않으 셨느냐 .”
“ 아버지 원래 그런 거 안 믿으시 잖
아요 . ” 99
“ 뭐라도 다 해봐야지 . 잘 듣 거라 .
여기서 안 되면 오후 엔 메디나 신전
으로 간다 .”
“ ......"
중얼 중얼 읊조리는 백작 의 눈 이 비
장 하게 번뜩 이자 아델 은 할 말이 없
어서 입맛 을 다시 기만 했다 .
사실 아버지 께도 말씀 을 드리긴 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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려야 하는데 입 이안 떨어지는 것은
이쪽 도 마찬가지 였다.
" .......”
올해 에도 기어이 신전 투어 를 하실
모양 이구나 .
그녀 가 아는 아버지 는사위 가 대신
전의 기사 단장 이라 해서 신앙심 이
생길 분이 아니었다 .
원하는 것을 얻을 때까지 없는 신
도 만들어 낼 사람 이바로 세르지오
백작 이었다 .
모든 것을 다 가진 그가 단 하나
절실 해 하는 것을 뻔히 아는 아델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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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그머니 눈 을 피했다 .
' 그래,아무래도 이쪽 이 먼저 지 .'
애 아빠 가 저기 있는데 왜 나 혼
자 고민 을 하고 있담 .
그녀 는 신녀 들의 송가 가 시작됨 과
동시에 제게 다가오는 킬리언 의 늠
름한 모습 을 바라 보았다 .
보렴 , 아가.아니 , 아가 들아 .
아직도 볼 을 꼬 집힌 듯 얼떨떨 한
와중에 그를 보는 가슴 이 두 배로
뜨거워 졌다 .절로 웃음 이 나고 들이
마시는 숨 이 유독 가슴 을 꽉 메웠
다 .
174_111
“ 킬리언, 여기 ......!”
“ 어머, 언니 . 저 여기 앉아도 되
죠 ? ”
뒤에서 쓱 나타난 노 엘라 가 아델 과
케이 든 의 사이 를 갈랐다 . 난데없이
처제 에게 자리 를 빼앗긴 킬리언 이
낭패 라는 듯 서성 거리다 결국 은 백
작 의 옆 , 가장 마지막 자리 로 향했
다 .
이게 일부러 이러나 .
아델 이 주먹 을 움켜 쥐고 노 엘라 를
바라 보자 그녀 의 눈가 가천진난 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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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휘 었다 .
“ 언니 저 맘 에 안 드 시죠 ?”
...... 그렇다면?"
" 괜찮아요 . 친구 니 뭐니 해 가면서
뒤통수 를 치는 것보단 솔직한 게 좋
답니다 . ”
생글 생글 상냥한 웃음 이 벌써 또
한 단계 를 초탈 한 상태 였다 .
머리 가 지끈 거린 아델 이 한숨 을 쉬
자 노 엘라 가 손수 무릎 위에 악보 를
펼쳐 주었다 .
“ 언니,여기 , 신의 은혜 를 함께 , 이
부분 이요 . 반 옥타브 높게 부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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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알고 계시죠 ?"
“ ......내가너보다거기 오래 있었
거든 ? "
이게 어디서 선배 질이야 .
툭 , 악보를 잡아 당긴 아델 이 노엘
라 못지 않은 신앙심 으로 노래 를 부
르자 시민들 의 눈길 이 그쪽 으로 쏠
렸다 .
가히 남부 최고의 미녀 자매 가 이
렇게 뭐가 씐 듯 송가 를 불러 대는
모습 이야말로 신의 존재 를 느끼게
하는 데는 최적 이었다 .
“ 자아,오늘 이 자리 에 모여 주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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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여러분 께 감사 드립니다 .그럼
대주교 님 께서 오시기 전까지 산 피
델리오 의 아홉 번째 신녀 이자 구원
의 권능 을 행하시는 레베카 신녀 님
께서 대신 녀님을 대신 해서 대표 기
도 를 바치시 겠습니다 .”
올 것이 왔구나 .
노 엘라 와 경쟁 하듯 송가 를 마친 아
델 이 이제야 연단 에 올라서 는 레베
카를 바라 보았다 .
한두 번 본 인물 이 아닌데도 오늘
만큼 비장 한 적이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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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점 은 레베카 도 마찬가지 였다 .
“ 여러분,우리 중에 사탄 이 있 습니
다 . ”
와 , 또시작 하셨네 . 또 저 거야 .
눈 을 꼭 감은 아델 은 실실 헛웃음
을 흘리며 입술 을 깨 물었다 .
이제 곧 불려 올라갈 테니 그전에
할 말이 있으면 끝내야 한다 . 아이
를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가진 몸으
로 언제 까지나 심장 이터질 듯한 것
을 숨길 수 는 없었다 .
“ 언니 ,왜 그러세요 ? 어디 아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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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면 ....”
“ 노 엘라, 나 너 맘 에 안 드는 거
아니 니까 부탁 하나만 들어 줄래 ?"
“ ......공짜로요?”
“ .......
너 내 동생 맞구나 .
아델 은 실속 을 차리는 노 엘라 의 등
을 마구 쓸어 주며 쓴웃음 을 깨 물었
다 .
결국 대신 녀님 의 축복 을 훔쳐서 라
도 나눠 주겠다는 약속 을 받고 서야
노엘 라는 성의껏 귀 를 기울 였다 .
“ 말씀 해보세요 . 전 언니 를 위해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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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하니까요 .”
“ 그럼 네 옆 에 앉은 케이 든 에게 말
좀 전해줘 . 내가 하는 말 좀 끝까지
전달 하라고 .”
“ ......그건좀.”
노 엘라 가 옆자리 의 케이 든 을 보며
고개 를 내저 었다 .이미 그는 누나 들
이 송가 에 심취 할 때 부터 벌레 라도
본 듯 경악 하는 중이 었다.
“ 미안 해요 , 언니 . 저도 그것 만큼
은 ....”
" 이번에 상단 에 고대 의 고문 기구
가 들어 왔단다 .주로 마수 에게 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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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들 이라던데 필요 하면 안 팔고 너
줄게 . ”
“ 뭐라고 전할까요 ?”
노 엘라가 대번에 귀를 쫑긋 거리며
솜사탕 같은 금발 을 사르르 넘겼다 .
거기다 연단 에선 레베카 의 눈 이 뚫
어져 라 이쪽 을 쳐다 보고 있었다 .
나오 라니까요 !
여기서 더 버티면 끌려 나가게 생
겼다 .
“ 언니?"
“ ......사랑하는킬리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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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엘라 가 대뜸 욕설 을 삼키는 걸
보면 시작 부터 난이도 가 높긴 했다 .
그에 굴 하지 않은 아델 은 있는 ��
껏 숨 을 들이 마신 다음 노 엘라 의 귓
가 에 대고 소곤 거렸다 .
“ ......쌍둥이아빠 가 되는 소감 이
어떠신지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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믈라렌 돌라르: 몬테베르디의 오페라
개념에 부합하는 최초의 위대한 오페라는 몬테베르디의 <오르페오L’Orfeo>라는 데는 일반적 합의가 있다 (몬테베르디는 그 새로운 장르로 작품을 만드는 데 이 신화를 이용한 세 번째 작곡가였다). [..] 첫눈에 보기에도 오페라의 주제로 오르페우스 신화는 내세울 것이 많다. 이 신화에서 음악은 플롯을 보여 주는 수단일 뿐 아니라 극중 활동의 직접적 동력이다. 이 신화를 무대에 올리는 것은 다만 어떤 이야기를 음악에 맞추는 것만이 아니라 음악 자체가 사건들 배후의 동력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오르페우스는 사랑하는 에우리디케를 되찾기 위해 하계로 내려간다. 그에게는 이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단 하나의 도구, 하나의 악기만 있을 뿐이다. 그의 음악 말이다. 음악은 신성을 움직여 굴복하게 하는 그 무엇이다. 음악은 죽음 자체에 도전할 수 있다. 음악의 신비로운 힘은 음악이 피안토piantoe, 라멘토lamento, 즉 비탄, 타원, 애원, 간청, 굴복, 기원, 기도가 될 때 전형적으로 제시된다. 몬테베르디의 강령적 텍스트 가운데 하나에서 우리는 ‘복종 또는 탄원humilitao supplicatione’ 이라는 공식을 발견하는데, 그에게 있어 이 공식은 음악을 통해 표현되어야 할 기본적 자세들 가운데 하나를 규정한다. 그리하여 음악은 신성한 타자에 대한 호소가 된다. 음악은 탄원과 한탄을 타자에게 겨누며, 결국 타자는 저항할 수 없다. 타자는 굴복하고 자비를 보여준다 이 최소한의 배치는 오페라 아리아의 어떤 단순한 범형을 제공한다. 즉 타자에 대한 호소, 타자가 굴복하도록 만들려는 시도. 이러한 배치에서 타자는 본래부터 주체와는 다른 등급이다. 그것은 전능하다. 그것은 신이거나, 신성한 권응의 세속적 대리자인 군주이다. 주체의 호소에 응하는 타자의 제스처는 자비grazia, clementa, pieta의 제스처이다 오르페우스 이야기에서 하계의 신 플루토는 노래하는 이의 비탄과 애원에 굴복한다. 그는 자비를 보여주며 에우리디케를 죽음에서 다시 께어나게 한다.
오르페우스 도상학의 필수불가결한 부분이기도 한 또다른 모티프는 음악의 힘을 가장 웅장하게 보여준다, 오르페우스는 저항할 수 없는 노래로 매혹하여 야수들과 자연을 길들일 수 있다. 몬테베르디는 이 모티프를 곧바로 사용하지 않는다 (님프와 목동의 춤과 노래, 태양에 대한 송가 등을 통해 음악과 자연의 관련성이 내내 드러나 있지만). 하지만 그 모티프는 다른 수많은 판본들에서 나타나며, 영향력으로 말하자면 거의 두 세기 뒤에 오르페우스 신화의 마지막 고전적 체현물인 모차르트의 <마술피리>에서도 여전히 당당하게 재출현했을 정도다. 오르페우스와 마찬가지로 타미노는 사로잡힌 연인을 구해야 하며, 그가 의지할 수 있는 마법은 음악의 마법이다 (의미심장하게도 모차르트는 아폴론의 악기인 수금을 디오니소스의 악기인 피리로 대체한다). 음악의 힘은, 오페라의 동력은 사회의 경계를 초월할 정도다. 그것은 상한선 위로 올라가 신과 군주에게 도달하거나 하한선 아래로 내려가 자연을 휘젓는다. 최고의 문화적 산물로서 음악의 호소력은 막을 수 없는 것이며 그것의 초사회적 메시지는 저항할 수 없는 것이다. 오르페우스는 자연과 신에게 굴복을 강요한다. 그는 암윽으로 죽음조차 극복할 수 있으며 천국과 지옥을 굴복시킬 수 있다. 그의 좌우명은 프로이트가 <꿈의 해석> 첫 페이지에 적어 놓은 좌우명과도 같다. “저승을 움직이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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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 이서( Ether)_방: 訪_데려다줄게 [PurplePine Entertainment] https://youtu.be/w5Z_W0rWUL0 2022.03.22 Released by Purplepine Entertainment ======================================== 내 마음을 이야기 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나도 날 잘 모르는데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말들을 삼킨 채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연스레 글로 풀어가며 곡을 쓰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4분 내내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준다는 건 너무나도 행복한 일이다. 글을 다듬고 멜로디를 입혀 제목을 붙이고 완성시킬 때 내 마음도 곡과 함께 완전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내 마음이 어딘가에 분명히 살아있음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이번 앨범은 내가 제일 아끼는 마음들을 담았다. 확실하게 설명할 수 없는 낯선 마음들. 그 마음들을 찾아내던 순간을 잊고 싶지 않아 쓴 곡들이다. 앨범 발매라는 게 매번 그렇듯 내 바램대로 흘러가진 않겠지만 그래도 잔잔히 오래 들렸으면 좋겠다. 이 앨범을 듣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낯선 마음이 익숙해질 때까지.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음악에 무한한 감사를 담아 이서가. 01. 마음의 이름 함께 하는 하루가 얼마나 정신 없었는지 밤의 첫 장을 넘기는 순간이 오고 나서야 지나쳐 온 작고 무의미했던 것들의 이름이 궁금해집니다. 몇 안 되는 단어들을 되뇌다 더는 바랄 것도 없이 이대로 아침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02. Through the night 사람들이 잠드는 시간은 저에게 곡을 쓰는 시간이었습니다. 꿈이 많아 쓰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았기에 밤이 올 때면 달을 등지고 저 반대편에서 하루를 더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03. 데려다줄게 창 밖에 예쁘게 진 그림자를 보았습니다. 사진을 찍으려고 핸드폰을 가지러 간 사이 그림자는 온데간데 없었고 흘러나오는 노래 빼고는 모든 게 다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찰나의 순간을 담을 수 있다면 음악에 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게 바뀌어도 저는 여기서 오래 노래하겠습니다. 언제든 여러분의 찰나의 순간에 데려다 줄 수 있도록! 04. Happily ever after 그 어딘가 다른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을 동화 속 주인공들을 더 이상 걱정하거나 그리워하지 않으려 합니다. 사실은 그 시절의 저를 걱정하거나 그리워하지 않으려 합니다. 행복했던 기억은 이 노래에 가득 담았으니 우리 모두가 저 멀리, 덤덤히 걸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더는 뒤돌아보지 않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05. 눈을 뜨면 우리의 일상은 눈을 뜬 시간과 눈을 감은 시간으로 채워진다고 생각했습니다. 눈을 감을 때 나를 떠올려주고, 눈을 떴을 때 나와 눈맞춤 해준다면야, 그 만큼 내 하루가 빤짝일 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 [CREDIT] Produced & Directed by 조우재 Composed & Lyrics by 이서 Arranged by 조우재 (track 1, 4, 5) / 고준하, 이서, 이창민, 유승현, 장주영 (track 2) / 이재성 (track 5) / ENIGMATA (track 3) Vocal 이서 Acoustic Guitar 고준하 (track 2) / 이재성 (track 1, 3) Electric Guitar 고준하 (track 2) / 이재성 (track 1, 3, 4, 5) Bass 김진규 (track 1, 3, 5) / 유승현 (track 2) / 조우재 (track 4) Drum 곽지웅 (track 3) / 이재성 (track 4, 5) / 이창민 (track 2) / 정미혜 (track 1) Piano 장주영 (track 2) / 조우재 (track 1, 3, 4, 5) Synthesizer 조우재 (track 1, 3, 5) Chorus 이서, 조우재 (All track) / 이재성 (track 3 MIDI Programming 조우재 (track 4) Strings 조우재 (track 3, 4) Vocal Editing 김초월, 조우재 (All track) Recorded by 조우재, Team N Genius Mixed and Mastered 조우재 @스튜디오 관 Photographer 김정운 Album Design 두소진 M/V Director 양유리 [Lyrics] 맑은 하늘에 더 높게 뜬 구름이 닿을 수도 없게 멀리 더 멀리 흘러가는 날 느린 걸음에도 손 잡아준다면 여전히 머무를 노래가 여기 있고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들이 이 세상에 가득해 ��려다줄게 너와 함께하는 모든 곳에 거센 바람이 우릴 더 멀리 보내준다고 보이지 않는 그 모든 말들이 입 안을 맴돌아 숨을 안고 달려가 눈 깜박할 새 사라지는 아름다운 풍경 위로 분명하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너를 얹어 여전히 머무를 노래가 여기 있고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들이 이 세상에 가득해 데려다줄게 너와 함께하는 모든 곳에 거센 바람이 우릴 더 멀리 어디든 널 데려갈게 눈 감아도 선명한 곳에 바람에 실려 도착할 이 곳에 있을게 PurpleP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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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버스 신간] 열 장의 이야기와 다섯 편의 시


지은이: 배수아, 박솔뫼, 김혜순, 김금희, 김숨, 김언수, 편혜영, 마크 본 슐레겔, 아말리에 스미스, 안드레스 솔라노, 이상우
미디어버스, 부산비엔날레 공동발행 2020년 7월 8일 발행 언어: 한국어/영어 디자인: 신신 ISBN 979-11-90434-05-8 (93600) 148x210mm / 480페이지 값 20,000원
책 소개 문학 작가들이 쓰는 부산의 이야기들
열 개의 단편 소설과 다섯 편의 시를 수록한 이 책은 2020부산비엔날레 《열 장의 이야기와 다섯 편의 시》를 위해 제작되었다. 광범위한 장르와 세대, 문체를 보여주는 열한 명의 저자들은 부산을 배경으로 탐정물, 스릴러, 공상과학, 역사물 등 다양한 형식 아래 혁명과 젠더, 음식,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부산에 대한 짧은 이야기를 쓰기 위해 초대된 저자들은 도시를 둘러싸는 가상의 층을 창조했다. 이들 중 일부는 도시를 직접적으로, 다른 일부는 간접적으로 다뤘다.
현대미술과 현대문학의 만남, 문학을 통해 보는 현대미술 2020년 부산비엔날레에 참여하는 70명 이상의 시각 예술가와 음악가들은 이 책에 수록된 글이나 시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작업을 제작하거나 기존의 작품을 선택했다. 2020년 부산비엔날레 전시 《열 장의 이야기와 다섯 편의 시》는 부산을 문학과 음악, 시각 예술이라는 만화경을 통해 복합적으로 제시한다. 그 중에 전시의 뼈대나 다름없는 열한 명의 저자들이 집필한 텍스트는 각 장으로 나뉘어 도시의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김숨, 김혜순, 배수아, 마크 본 슐레겔, 아말리에 스미스, 이상우, 편혜영의 이야기를 담은 일곱 개의 장은 부산현대미술관에 자리한다. 김금희, 박솔뫼, 안드레스 솔라노의 이야기는 부산의 원도심 지역인 중앙동에 다양한 장소들을, 마지막 장인 김언수의 이야기는 영도 항구에 있는 한 창고를 차지하게 되었다. 전시장으로 선정된 공간은 부산의 중요한 역사적 장소들로, 여기에 수록된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 책의 이야기와 전시는 관람객들이 부산의 탐정이 되도록, 그리고 이 도시의 다양한 지역을 탐험하고 재발견할 수 있게 해준다.
목차
야콥 파브리시우스 - 서문 배수아 - 나는 하나의 노래를 가졌다 박솔뫼 - 매일 산책 연습 김혜순 - 오션 뷰 / 고니 / 자갈치 하늘 / 해운대 텍사스 퀸콩 / 피난 김금희 – 크리스마스에는 김숨 – 초록은 슬프다 김언수 – 물개여관 편혜영 – 냉장고 마크 본 슐레겔 – 분홍빛 부산 아말리에 스미스 – 전기(電氣)가 말하다 안드레스 솔라노 – 결국엔 우리 모두 호수에 던져진 돌이 되리라 이상우 – 배와 버스가 지나가고
저자 소개
김금희는 1979년 대한민국 부산에서 태어나 인천에서 성장한 소설가이다. 단편집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 『너무 한낮의 연애』, 『오직 한 사람의 차지』, 장편소설 『경애의 마음』, 중편소설 『나의 사랑, 매기』 등을 출간했다. 신동엽문학상, 젊은작가상 대상, 현대문학상, 우현예술상 등을 받았다.
김언수는 1972년 대한민국 부산에서 태어난 소설가이다. 장편소설 『캐비닛』, 『설계자들』, 『뜨거운 피』 와 소설집 『잽』이 있다. 작가의 작품들은 미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일본 등 전 세계 20개국에 번역 출간되었다. 『뜨거운 피』가 한국에서 영화로 제작되었고 『설계자들』이 할리우드에서 영화 제작 중에 있다.
김숨은 1974년 대한민국 울산에서 태어난 소설가이다. 1997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느림에 대하여」가, 1998년 문학동네신인상에 「중세의 시간」이 각각 당선되어 등단했다. 장편소설 『철』 『노란 개를 버리러』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 『바느질하는 여자』 『L의 운동화』 『한 명』 『흐르는 편지』 『군인이 천사가 되기를 바란 적 있는가』, 『숭고함은 나를 들여다보는 거야』 『너는 너로 살고 있니』, 소설집 『침대』 『간과 쓸개』 『국수』 『당신의 신』 『나는 염소가 처음이야』 『나는 나무를 만질 수 있을까』 등이 있다. 동리문학상,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대산문학상, 허균문학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김혜순은 1995년 대한민국 경상북도 울진군에서 태어난 시인이다. 시집 『또 다른 별에서』, 『아버지가 세운 허수아비』, 『어느 별의 지옥』, 『우리들의 陰畵』, 『나의 우파니샤드, 서울』, 『불쌍한 사랑기계』, 『달력 공장 공장장님 보세요』, 『한 잔의 붉은 거울』, 『당신의 첫』, 『슬픔치약 거울크림』, 『피어라 돼지』, 『죽음의 자서전』, 『날개환상통』, 시론집 『여성이 글을 쓴다는 것은(연인, 환자, 시인, 그리고 나)』, 『여성, 시하다』, 『여자짐승아시아 하기』, 시산문집 『않아는 이렇게 말했다』 등을 출간했으며, 김수영문학상, 현대시작품상, 소월문학상, 올해의문학상, 미당문학상, 대산문학상, 이형기문학상, 그리핀 시 문학상을 수상했다.
박솔뫼는 1985년 대한민국 광주에서 태어난 소설가이다. 소설집 『그럼 무얼 부르지』, 『겨울의 눈빛』, 『사랑하는 개』를 비롯해 장편소설 『을』, 『백 행을 쓰고 싶다』, 『도시의 시간』, 『머리부터 천천히』 등을 썼다. 김승옥 문학상과 문지 문학상, 김현 문학패를 수상하였다.
배수아는 1965년 대한민국 서울에서 태어난 소설가이자 번역가이다. 1993년 첫 단편 이후로 지금까지 꾸준히 장편과 단편, 에세이 등을 발표해왔다. 2018년 단편집 『뱀과 물』을 출간한 이후로 자신의 작품을 직접 낭송극으로 만들어 수 차례 공연을 했다. 가장 최근 발표한 작품은 『멀리 있다 우루는 늦을 것이다』이며, 베르너 프리치 감독의 필름 포엠 〈FAUST SONNENGESANG〉 프로젝트의 III편(2018)과 IV편(2020)에 낭송배우로 출현했다.
안드레스 펠리페 솔라노는 1977년 콜롬비아에서 태어난 소설가이다. 『나를 구해줘, 조 루이스』, 『쿠에르보 형제들』, 『네온의 묘지』를 출간했다. 또한 한국에서 6개월 간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에세이 『최저 임금으로 살아가기』, 한국에서의 삶을 그린 논픽션 『외줄 위에서 본 한국』은 2016년 콜롬비아 도서상을 수상하였고, 2018년 『한국에 삽니다』로 번역되었다. 또한 영국 문학 잡지인 ‘그란타’의 스페인권 최고의 ��은 작가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마크 본 슐레겔은 1967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으며, 현재 독일 쾰른에서 거주 중인 미국/아일랜드 국적의 소설가이다. 데뷔작 『Venusia』는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상에서 SF 부문 수상 후보에 올랐으며, 소설 『Dreaming the Mainstream: Tales of Yankee Power』, 『New Dystopia』, 『Mercury Station: a transit』, 『Sundogz』, 『High Wichita』 등이 있다. 지속적으로 실험적인 공상과학, 문학 이론, 예술에 대한 글을 독립 출판계에서 출간하고 있다.
아말리에 스미스는 1985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태어난 작가이자 시각예술가이다. 2010년부터 8권의 하이브리드-소설책을 출간했으며, 대표작으로는 『Marble』과 『Thread Ripper』를 꼽을 수 있다. 작가의 작품은 물질과 관념의 뒤얽힌 것들을 조사하며, 덴마크 섬에 있는 육식 식물, 디지털 구조로서의 직물, 인공적 삶의 선구자로서의 고대 테라코타 조각상 등과 같은 주제를 다룬다. 덴마크예술재단상 (2017-2019), 로얄 크라운 프린스 커플스의 떠오르는 스타상, 모르텐 닐센 기념상, 뭉크-크리스텐 문화상을 수상했으며 몬타나 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이상우는 1988년 대한민국 인천에서 태어난 소설가이다. 『프리즘』, 『warp』, 『두 사람이 걸어가』를 발표한 바 있다.
편혜영은 1972년 대한민국 서울에서 태어난 소설가이다. 소설집 『아오이가든』 『사육장 쪽으로』, 『저녁의 구애』, 『밤이 지나간다』, 장편소설 『재와 빨강』, 『서쪽 숲에 갔다』, 『선의 법칙』, 『홀』, 『죽은 자로 하여금』 등이 있다. 한국일보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젊은작가상,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셜리 잭슨상을 수상했다.
책 속에서
파도가 밀려와 우리의 몸을 적시기 시작하지만 우리는 알아차리지 못한다.
파도가 점점 밀려와 앉아 있는 우리의 몸 위로, 가슴 위로, 마침내는 목까지 물이 차오르지만, 우리는 알아차리지 못한다.
파도가 점점 밀려와 마침내 우리의 머리가 물 속으로 잠기기 시작한다. 파도가 점점 밀려와 마침내 우리의 형체를 완전히 집어삼킨다. 우리는 알아차리지 못한다. 단지, 나는 하나의 노래를 가졌다. 나는 하나의 춤을 가졌다. 나는 하나의 바다를 가졌다. 빛이 산산이 부숴지는 수면 위로 흰 새의 형태를 가진 목소리가 날아간다. 그날 바닷가에서, 죽기 전의 싱그러운 젊은 처녀인 친척 여자에게, 나는 입맞추었던가. 구부러진 가운데 손가락을 가졌으며, 파도처럼 부서지는 웃음소리와 함께 집을 나갔던 내 최초의 여인, 그녀는 나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대신 웃음을 멈추지 않으면서, 해변의 새들을 향해서 발길을 돌린다. 그러나 새를 보고 있는 건 아니다. 그녀는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다. 엄마. 내 입에서는 생애 최초의 말이 흘러나오지만, 나와 그녀, 둘다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30페이지, 배수아, 「나는 하나의 노래를 가졌다」 가운데)
술을 마시면 잠이 들어버리는 사람 또 다른 어떤 사람은 술을 마시고 잠들면 금세 잠에서 깨어버리는 사람. 바의 주인은 끝까지 점잖게 자리를 정리하고 선물로 꼬냑을 한 병 두고 갔다. 꼬냑에 대한 설명과 함께 그는 쓰레기를 손에 들고 나갔다. 나는 최선생의 거실에서 자겠다고 하였다. 이를 닦고 나와 최선생과 나란히 소파에 앉았다. 우리는 보리차를 마시며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영화를 보았다. 영화와 영화 사이 광고는 길고 나는 저 감독의 다른 영화를 본 적이 있다고 말하며 영화 줄거리를 설명하려 하였지만 이미 본 영화의 내용을 정확히 설명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나는 그 때 알게 되었다. 내가 설명을 시작한 영화는 자주 막히고 이야기는 뜸을 들이고 주인공들은 무엇을 할지 몰라 멈췄다가 어색하게 움직였다가 그런 식으로 덜컹거렸다. 이야기를 얼버무리다 영화는 다시 시작하였고 나는 다음 광고쯤 잠이 들었다. (42페이지, 박솔뫼, 「매일 산책 연습」 가운데)
고향으로 돌아가는 대열에서 낙오한 흰 고니가 부산야생동물치료센터에 왔다 얼굴에 흰 천을 씌우고 상한 날개를 잘라야 했다 날개를 자르자 흰 고니는 더 이상 먹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눈을 가리고 주둥이를 묶고 그 사이로 미음을 집어넣었다 (80페이지, 김혜순, 「고니」 가운데)
SNS에서 맛집 알파고 얘기가 퍼진 건 지난여름부터였다. 맛집 알파고의 활동을 요약하면 이렇다. 사람들이 트위터 멘션이나 댓글로 음식 사진을 보내면 상호를 맞힌다. 물론 보낸 사람은 사진에 대한 힌트를 전혀 주지 않는다. 예를 들면 다를 것 없는 떡볶이 떡과 다를 것 없는 어묵, 평범하기 그지없는 고추장 양념의 색과 그릇을 보고도 M대학 인근의 엄마손 떡볶이입니다, 하고 답하는 것이다. 정확도는 놀랍게도 99.9퍼센트였다. (102페이지, 김금희, 「크리스마스에는」 가운데)
남포동 미도리마치에 내 친구들이 있다고 알려준 이는, 싱가포르 연합군 포로수용소에서 사귄 여자애다. 그녀는 보름 전 불쑥 날 찾아왔다. “9년 만에 고향집에 갔는데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날 못 알아보더라. 동생들은 쫄쫄 굶고 있고.” 그녀는 양산 내 고향집 마루에 드러누워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며 말했다. 엄마는 똥지게를 지고 마늘밭에 거름을 주러 갔다. 그녀는 내 친구들이 미도리마치에 있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미도리마치, 미도리, 미도리…… 미도리는 초록이다. 위안소에 미도리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애가 있어서 나는 그 뜻을 알고 있다. (170페이지, 김숨, 「초록은 슬프다」 가운데)
철판을 때리는 망치질 소리에 수레는 눈을 떴다. 새벽 두시였다. 깡깡! 깡깡! 리듬을 타는 힘차고 규칙적인 망치질 소리. 선박 수리 조선소에서 새벽 교대조로 일하는 깡깡이 아줌마들의 첫 망치질 소리일 것이다. ‘제발 잠 좀 자자. 뭘 얼마나 잘 살겠다고 꼭두새벽부터 망치질이냐’, 베개 속으로 더 깊이 머리를 파묻으며 수레가 구시렁거렸다. 하지만 잠은 이미 깨버렸다. 몇 시간이나 잠들었던 것일까. 한 시간? 두 시간? 요즘엔 엉망이 되도록 술을 마시고 엎어져도 좀처럼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한다. 이른 봄, 호수 수면에 남은 마지막 살얼음판처럼 잠은 너무나 얇고 아슬아슬해서 작은 진동이나 소음에도 쉽게 깨져버린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고 수레는 생각했다. 베트콩들이 밤새도록 포탄을 쏘아대던 밀림에서도 잘 잤고, 극성맞은 거머리와 모기떼가 들끓는 진흙탕 참호 속에서도 판초우의를 뒤집어쓰고 잘 잤었다. 10미터짜리 파도가 연신 덮쳐대던 태평양의 그 작은 원양어선 기관실 위에서도 늙은 고양이처럼 잠만 잘 잤었다. 그런데 이 푹신한 침대 위에서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잠을 더 자야 했다. 새벽에 아치섬에서 중요한 거래가 있었다. 그리고 그 거래가 끝나기 전에 누군가 죽을 것이다. (202페이지, 김언수, 「물개여관」 가운데)
그해 K시를 연고지로 둔 야구팀의 성적은 예상 밖이었다. 원년 멤버인 야구팀은 오랜 부진을 겪고 있었고 그해 역시 마찬가지로 비관적인 성적이 예상되었다. 이미 전성기를 지난 팀이라는 것이 공통된 견해였다. 선수들 평균 연령이 높았고, 투수진은 나이가 더 많았고 부진한 실적에 비례해 구단의 투자는 갈수록 줄었다. 하지만 그해 봄 연승을 거두었다. 공공연하게 놀림을 받던 지난해와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서른넷에 복부 비만이 뚜렷해진 7번 타자가 홈런을 쳤을 때, 동네에서 함성이 터져나왔다. 그 함성에 김무진의 울음소리가 묻혔다. (264페이지, 편혜영, 「냉장고」 가운데)
1950년, 대한민국에는 부산과 인근 지역만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이 오래된 국제 항구에서 자본주의를 쥐어짜 내는 건 불가능했다. 부산 최전선 사수 후 도착한 유엔군의 도움으로 서울까지 다시 밀고 올라가 나라를 도로 세울 수 있었다. 몇 해 동안 부산은 미국의 직접적인 통치 하에 놓였다. 바둑, 골프, 낚시를 빼고 가장 큰 인기를 누리는 야구를 제외하고는 부산중부경찰서만큼 도드라진 미국의 잔재를 찾기 어려웠다. 부산국제영화제조차 유럽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었다. (308페이지, 마크 본 슐레겔, 「분홍빛 부산」 가운데)
저를 발견할 수 있는 곳은 무궁무진합니다. 건물 외부에 매달려 마치 벌떼처럼 웅웅 거리는 에어컨 실외기. 아주머니들이 모여 수다를 는 빵집 구석의 UV벌레 퇴치기. 노래 〈작은 것들의 위한 시〉가 반복해서 흘러나오는 라디오. 카메라에 포착된 이미지를 보여주는 휴대전화 스크린. 빨강, 파랑, 초록의 미세한 다이오드. 샤부샤부 식당 식탁의 내장형 전열기. 관절염에 걸린 할머니가 누워서 휴식을 취하는 전기장판. 빨간불이 켜질 때까지 카운트다운하는 교통신호. 음료나 음식이 준비되면 진동과 함께 삐 소리를 내는 동그란 진동벨. 지하상가에서 지친 이들의 종아리를 풀어주는 기계 (제가 없다면 지하상가는 어두운 터널 형태의 화장실에 불과하겠죠.). 휘어진 네온사인과 LED. 자갈치 시장 앞에서 깜박거리는 물고기 떼. BNK부산은행 아트시네마의 주황색 불빛. 매해 12월, 광복로 차 없는 거리를 수놓는 크리스마스 장식과 나무들 사이에서 빛나는 순록. 그리고 상점 창문에 움직이는 글자와 춤추는 전화번호를 표시하는 것도 저예요. (334페이지, 아말리에 스미스, 「전기(電氣)가 말하다」 가운데)
떠나기 전, 유리는 나에게 일기장을 갖고 다니라고 했다. 적어도 자기 자신은 찾을 수 있겠죠. 부산항에서 마지막으로 한 말이다. 벌써 일 년이 지났다. 그동안 일기장 따위는 갖고 다닌 기억이 없다. 일기란 가장 일그러진 형태의 노출증이라고 생각한다. 일기를 쓰는 행위에는, 그 내용이 아무리 비밀일지라도, 누군가 읽을 것이라는 희망이 담겨있기 마련이다. 그칠 줄 모르고 자신을 향해 내뱉는 소리나 혼잣말과는 다르다. 일기는 불완전한 상태의 자아가 그 순간에만 드러내는 최대치의 진실을 보여줄 뿐이다. 마치 사무실 창 너머로 보이는 저 바닷물처럼 인간이란 겉으로는 조용해 보이지만, 그 밑을 들여다보면 시시때때로 변화를 멈추지 않는다. (360페이지, 안드레스 솔라노, 「호수에 던져진 돌이 되리라」 가운데)
여기에 왜 오셨죠. 도착해보니 여기였어요. 여관 앞 골목에 들어서면 맞은편에서 출근 중인 백인여성들이 걸어오고 긴 다리 교차해 걸으며 도넛 박스에서 도넛 꺼내먹는 그들과 서로 길을 비켜주고 가끔은 농담을 나누고 가끔은 말없이 서로의 표정에 패인 구덩이의 깊이만큼 고개 숙여 지나가고 가끔은 단속반이 비자 없는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있었고 그런 날에는 길을 되돌아가 별 볼일 없어 보이는 타워를 중심으로 이리저리 구부러진 공원을 몇바퀴 돌았다. 오르막길을 오르고 내리막길을 내려가고 언덕의 갈림길이 많은 공원에서 몇 번은 뒤를 돌아보면서 빙글빙글 걸어온 길 위로 자기 자신이 자신의 눈앞에서 자신을 향해 지금의 자신과 똑같은 옷차림으로 걸어오고 있는 꿈에서 깨어나면 사람들이 사라진 옆방에서 오늘은 쫓겨나지 않은 이들이 수치심을 지워내려 안간힘 다해 코를 골아대고 있었고 책상에 앉아있던 티엔은 두 이모들이 가르쳐 준대로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406페이지, 이상우, 「배와 버스가 지나가고」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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