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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사장의 주술호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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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레이블 붕가붕가레코드 대표 # 개인적인 주제들 # 140자 이상 1000자 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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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nga-blog · 11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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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라는 가능성
(조선일보. 2014.10.10. 기사 링크)
지금 이곳은 이태원, 서울국제뮤직페어가 열리고 있는 현장이다. 흔히 ‘뮤콘’이라 줄여 일컫는 이 행사는 국내외의 음악산업 관계자들이 모여 얘기 나누며 함께 벌일 수 있는 일을 궁리하는 이른바 ‘글로벌 비즈니스 뮤직 마켓’이다. 나 같은 업계의 풋내기에게는 세계적인 거물 프로듀서로부터 유명 해외 페스티벌의 프로그래머에 이르는 다양한 해외의 산업 관계자를 비행기 탈 필요 없이 지하철 타고 가서 만날 수 있는 드문 기회다.
작년 이맘때 소속 밴드 ‘술탄 오브 더 디스코’가 울산에서 열리는 비슷한 성격의 행사인 아시아태평양뮤직마켓을 통해 세계 최대 페스티벌 글래스톤베리에 초대된 바 있다. 그 결과 올해 싱가포르,영국, 일본으로 해외 공연을 다니게 되었고, 그러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예전에는 ‘해외’라면 그저 막연한 느낌을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발라드(50%)와 댄스(25%) 음악에 포위된 한국과 달리 다양한 음악이 공존하는 곳이니 우리 같이 인디 음악 하는 이들은 국내에서보다 차라리 저쪽으로 가는 게 낫지 않을까 마음이 드는 게 한편. 하지만 그와 동시에 오랜 역사를 가진 음악 선진국으로서 우리와 같은 변방의 음악인들 따위는 거들떠보지 않을 거라는 두려움이 반대편.
몇 번 해외 경험을 해보니 실상은 다르긴 했다. 영국 사람도 일본 사람도 우리의 한국말 노래에 신나 하고 춤 추는 걸 보면서 주눅 들 필요 없겠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한편, 그렇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하여 그것이 반드시 새로운 기회를 의미하는 것도 아님도 알게 되었다. 해 볼만 하다. 하지만 그 가능성을 이루기 위해서는 손해를 감수하면서 이곳 저곳을 다니는 투자가 필요하다. 이게 우리 형편으로 되는 일일까? 모르겠다.
일단은 가타부타 따지지 않고 3일 동안 영어 울렁증에 시달리며 영업을 다녔다. 사실 즐거웠다. 한류 타고 싸이 같은 대박은 바라지도 않으니까. 그저 조그마한 기회로 족하다. 평소 성공의 경험이 드문 인디 음악 사업자에게는 아직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길만한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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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nga-blog · 11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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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안에 개인의 음악 취향이 있다: 음악 산업에서 빅데이터의 활용 가능성
('창조산업과 콘텐츠' 2014년 7/8월호)
모든 산업 분야가 그러하겠지만 음악을 생산하는 기업에 있어서 지상 과제 중 하나는 소비자의 취향을 파악하는 것이다. 물론 예전에도 데이터는 있었다. 빌보드 차트가 대표하는 음반/음원 판매량, 그것을 성별, 연령, 지역에 따라 쪼갠 통계들은 기업의 결정에 있어서 중요한 지표가 되었다. 그런데 이제 웹의 사용이 전세계적으로 광범해지고 수집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짐에 따라 예전에는 수집할 수 없었던 데이터들이 수집되기 시작했다. 소위 빅데이터(big data)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에 한국의 음악 산업에서도 SM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자사의 유튜브(YouTube) 채널에서 뮤직비디오를 시청한 사용자들의 지역 통계를 이용하여 세계 진출 전략을 구상한다는 얘기는 대표적인 빅데이터 활용 사례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축적되고 있는 빅데이터의 가능성은 이 정도에서 그치지 않는다. 집단으로 뭉쳐 있던 예전의 데이터와 달리 지금 소셜 미디어를 통해 쏟아지는 데이터는 아예 소비자 개개인을 단위로 취향을 파악할 수 있는 바탕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만약 소비자들의 취향을 분석하면 그에 입각한 표적화(targeting)을 통해 음악의 판매를 늘리고 더 나아가서는 시장의 확대를 도모하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다. 만약 분석만 가능하다면.
그렇다. 문제는 분석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옛말은 빅데이터와 관련한 이슈에 정확히 들어 맞는다. 데이터를 분석하여 의미를 가진 정보(information)으로 변환하는 문제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음악 산업에서 소비자의 취향을 분석하기 위해 빅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사실 빅데이터가 커다란 화두로 떠오르기 전부터 그와 관련한 시도는 있어왔다.
협업 필터링(collaborative filtering)을 이용한 개인의 음악 취향 분석
아직 빅데이터라는 개념이 존재하기 전인 1995년 MIT의 샤다난드(Shardanand)와 메이스(Maes)는 링고(Ringo)라는 이름의 음악 추천 시스템(recommender system)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의 목적은 특정한 사용자의 음악 취향을 추론하여 그의 취향에 적합한 새로운 음악을 추천해주는 것. 이를 위해 그들이 사용한 알고리즘은 아주 간단하지만 상당히 효율적인 아이디어에 입각하고 있었다. 소비자가 새로운 음악을 찾으려고 할 때 자신과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추천을 받는 입소문(word-of-mouth)의 메커니즘을 자동화한 것이다.
일단 링고는 사용자들에게 특정한 노래들에 대한 그 사람의 선호가 어떠한 지를 7점 척도(아주 좋다 7점~보통 4점~아주 안 좋다 1점)로 평가하게 한다. 이렇게 사용자의 프로필을 만들고 나면 이제 그것을 바탕으로 개인 간의 취향 유사도를 계산한다. 예를 들어 A라는 사용자의 취향이 {소녀시대:7점, EXO:6점, 비틀즈: 1점}이라면 이 사용자의 취향은 {소녀시대:2점, EXO:3점, 비틀즈:7점}인 B보다 {소녀시대:5점, EXO:5점, 비틀즈:2점}인 C와 더 유사하게 판단되는 것이다. 이렇게 A와 C가 유사하게 판단되면, 이제 C가 높게 평가한 것 중에 아직 A가 평가하지 않은 것(즉, 들어보지 못한 것)을 추천해주는 것이다. 요컨대 A와 C의 취향이 비슷하므로 C가 좋아하는 것은 A도 좋아할 것이라는 가정에 입각한 것이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향후 협업 필터링(collaborative filtering)이라는 이름의 알고리즘으로 정립된 이후 실용화 과정에서 ‘노래를 들었다=좋아한다, 노래를 많이 들었다=많이 좋아한다’는 식으로 평점을 매기는 과정까지 생략한 단순한 알고리즘이 사용된다. 대표적인 예가 영국의 음악 추천 서비스인 라스트닷에프엠(Last.fm)이다. 라스트닷에프엠은 취향을 분석하기 위해 오디오스크러블러(Audioscrobbler)라는 응용 프로그램을 이용, 사용자가 컴퓨터나 모바일 장치, 혹은 특정한 웹 서비스에서 들은 음악의 목록을 모두 긁어 모은다. 한 사람의 음악 청취 이력이 고스란히 모이는 것이다.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사용자의 취향에 대한 분석은 보다 정확해질 것이고, 이렇게 분석한 취향을 바탕으로 협업 필터링 알고리즘을 통해 유사한 취향을 가진 다른 사용자의 재생 목록을 이용하여 추천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모인 데이터의 양은 얼마나 될까? 노래 한 곡당 평균 3분이라 생각하고, 한 사용자가 하루에 1시간씩 노래를 듣는다고 생각하면 하루 한 사람에게 누적되는 데이터는 20곡의 재생 목록이다. 4천만명이 사용한다는 라스트닷에프엠의 통계에 따르면 하루에 8억곡의 청취 이력이 누적된다고 볼 수 있다. 이미 2000년대 중후반부터 빅데이터라고 일컬을 수 있는 양의 데이터를 수집하여 그것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구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협업 필터�� 알고리즘은 1차적으로 음악 소비자들이 새로운 음악을 발견하는데 도움을 주고 이를 통해 보다 많은 음악에 대한 소비를 촉진하게 기여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음악 생산자들의 의사 결정에도 중요한 판단 근거를 제공하게 된다. 예전의 음악 제작사들이 주로 전문가들의 ‘감’에 기대어 시장의 경향을 분석했다면, 이제는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들 개개인의 취향에 보다 정확하게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만약 신인 아티스트를 데뷔시킨다고 했을 때 해당 아티스트와 유사한 소비자군을 가지고 있는 아티스트를 벤치마킹하거나 혹은 그에 대항할 수 있는 경쟁전략을 수립하기 보다 용이해진 것이다.
소셜 미디어의 시대, 사람 사이의 관계를 데이터로 그런데 라스트닷에프엠이 시작되었던 2000년대 중반과 달리 최근 빅데이터가 생성되는 원천은 주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SNS)를 위시한 소셜 미디어(social media)들이다. 2011년 세계 최대의 SNS인 페이스북(Facebook)은 자신의 사이트에서 다양한 음악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하여 이뤄진 사용자들 간의 청취 경험의 공유가 한달 사이에 15억번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사용자의 취향을 표현하는 데이터가 하루에 5천만개, 초당 580개 생성된 것이다. 당시 페이스북을 기반으로 한 대다수의 서비스들이 초기 단계에 있던 스타트업(start-up)이었음을 감안하면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은 훨씬 더 많은 양의 데이터가 생성되고 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단지 페이스북만은 아니다. 또 다른 대표적인 SNS인 트위터(Twitter)에서도 음악은 TV/영화 및 스포츠에 이어 세 번째로 인기 있는 주제로서 2백만명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들이 6개월 동안 생성한 음악 관련 트윗(tweet, 트위터에서의 게시물)의 개수는 1억 1천만개에 이른다.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모바일이 최대의 이슈로 떠올랐던 2000년대 중반의 데이터 수집이 주로 데스크탑과 모바일을 통합하여 한 개인의 데이터를 완전하게 수집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면, 소셜 미디어 시대의 데이터 수집은 사회적 관계를 전제로 한다. 따라서 오직 청취 이력만을 사용했던 예전의 협업 필터링과 달리 이제 사회적인 관계를 활용하여 보다 정확한 유사성을 계산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예전부터 사회학, 경영학 등 여러 분야에서 이뤄지던 정보 전달 과정에서의 영향력(influence) 연구에 입각한 것으로 특정한 사람이 정보를 찾는 과정에서 어떤 관계에 있는 이들에게 더 의존하는지를 이용한 것이다. 예컨대 A와 B의 취향 유사도를 평가할 때 단순히 청취 이력만을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둘 사이에 메시지를 주고 받는 등 상호 작용을 하는 빈도가 어떻게 되는지, 서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유사한지를 수치화, 영향을 높게 받는 관계에 보다 높은 유사도를 매기는 것이다. 나는 비틀즈와 유사한 음악을 들어본 경험은 없지만, 내 친구가 비틀즈를 좋아한다면 나 역시 비틀즈를 좋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실제로 현재 세계적인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스포티파이(Spotify)의 경우 자신과 친밀한 친구를 통해 새로운 음악을 발견할 수 있게 하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으며 페이스북도 관계를 이용하여 음악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계획 중에 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이처럼 음악 산업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소비자들의 취향을 분석하고 그에 입각하여 음악을 제공, 판매하는 것은 이미 그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고 실제 현장에서도 활용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그 가능성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것은 아직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것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플랫폼 사업자들, 예컨대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SNS나 스포티파이 등의 음원 유통 업자들로 제한되어 있다. 위의 서비스들을 비롯하여 최근에는 한국 최대의 음원 유통 플랫폼인 멜론이 사용자들의 청취 정보를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등을 통해 외부 사업자들에게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지만 아직 그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기에는 음악 생산자들의 체질은 여전히 ‘감’에 의존하는데 ���물러 있다. 이제 음악 생산자들이 데이터 분석(data analytics)의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시작할 때가 된 것이다.
한편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개인 정보의 유출 문제가 있다. 최근 페이스북에서 사용자들 모르게 실시한 실험이 큰 파장을 일으켰듯, 개인의 취향에 대한 정보의 수집은 동시에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정보의 수집에 대해 명확하게 동의를 구하는 절차로부터 데이터의 활용 과정에서의 투명성을 구축하는 것, 그리고 활용의 결과 소비자에게 명백하게 효용을 준다는 점을 납득시키는 설득의 과정까지, 음악 산업에서의 빅데이터 활용을 위해서 정책 기관과 각 기업들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매년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음악 산업의 현황을 봤을 때 빅데이터가 가지고 있는 가능성은 이를 활용하기 위해 들여야 할 노력을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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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nga-blog · 11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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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여 관객 "한 곡 더" … 황홀했던 영국의 여름 밤
(중앙일보. 2014.07.02. 기사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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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스턴베리를 처음 경험한 건 아내와 의기투합해 신혼여행 삼아 다녀왔던 지난해의 일이었다. 평생 동경해오던 축제는 세계 대중 음악의 중심에서 만들어낸 40여 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모든 면에서 기대를 넘어섰다. 하루 평균 17만 관객이 3.6㎢에 달하는 야외 공연장에서 캠핑을 하며 음악 공연부터 서커스까지 100개 이상의 무대를 즐겼다. 경이로웠지만, 너무 대단했기에 스스로 하찮게 느껴지는 우울함도 있었다. 복잡한 마음으로 3일을 보내고 마지막 날 밤, 조그마한 무대에서 이름 모를 밴드의 공연을 보게 됐다. 그리고 꿈을 품었다. '이 커다란 축제의 품 안에 이런 작은 무대가 있다면 우리도 10년 후에는 올 수 있지 않을까.'
17만 관객, 100개 이상 무대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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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스턴베리엔 올해도 어김없이 하루 평균 17만 명의 관객이 모여 음악과 뒹굴었다. 사진은 50여 개 음악 무대 중에서 두 번째로 큰 ‘디 아더 스테이지’.
그런데 1년만에 꿈은 현실이 됐다. 글래스턴베리 관계자가 지난해 한국에서 열린 국제음악박람회 '에이팜'에서 세 팀의 공연을 보고 페스티벌에 초청한 것이다. (디스코 음악을 하는 '술탄'은 밴드지만 멤버 중에 댄서가 있다. 디스코란 장르를 모든 관객과 즐길 수 있도록 춤이라는 보편적 코드로 접근한 것이 좋은 점수를 받았다.) 현실감이 없긴 했지만 한편으론 일생일대의 기회였다. 무려 글래스턴베리가 아닌가!
하지만 쉽지 않았다. 출연진이 예년만 못하다며 공연 볼 스케쥴을 한가롭게 짜고 있었던 게 출발하기 전이다. 고난은 영국에 도착한 24일부터 시작됐다. 항공사 측의 실수로 공연 의상을 포함한 수하물이 도착하지 않았고, 항공사는 자기 알 바 아니라는 태도로 일관했다. 결국 26일로 예정되어 있던 독일 공연을 위해 베를린으로 넘어갔고 그곳에서 새 의상을 구입하려고 미친 듯이 돌아다녀야 했다. 영국 도착 72시간 후에야 짐을 찾을 수 있었지만 이미 페스티벌 현장 도착 예정 시간을 5시간 넘어선 시점이었다.
밤 10시, 숙소로 예약한 캠핑카에 도착하니 설상가상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영국 사람들은 참으로 친절하고도 여유로웠기에 결국 우리는 깜깜한 차 안에서 첫날 밤을 보내며 아침까지 기다려야 했다. 첫 날 예정했던 모든 홍보 일정을 취소했던 것은 물론이다.
꼬인 일정 … 홍보도 못하고 공연
그리하여 둘째 날. 도착이 늦은 바람에 아쉽게도 같은 한국 팀인 '잠비나이'의 첫 날 공연을 볼 수 없었지만 최고은의 공연은 볼 수 있었다. 아침 이른 시각에 비가 왔음에도 적지 않은 사람이 함께 모인 무대에서 최고은은 예의 뛰어난 가창력과 함께 능란한 영어로 무대를 이끌어갔다. 그녀의 공연이 끝난 후, 이제 본격적으로 돌아다녀보려 했지만 이미 피곤은 극에 달해 있었다. 진창 속에서 돌아다니는 것에 지쳐 금세 숙소로 돌아와 잠이 들고 말았다. 깨어보니 어느새 저녁. 공연은 하나도 보지 못한 채로 글래스턴베리의 이틀이 지나가버렸다.
하지만 그때부터 우리의 진짜 축제가 시작됐다. 29일 0시, 래빗홀이라는 작은 텐트에서 공연을 올렸다. 60분간 12곡을 불렀다. 반응은 굉장했다. 200여명의 사람이 꽉 들어차있던 것은 물론, 관객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한국어 가사에도 모든 춤을 따라 추려 애쓰며 공연을 즐겼다. ('술탄'은 모든 곡에 안무가 있다.) '오리엔탈 디스코 특급'과 '탱탱볼'을 부르며 엉덩이를 흔들었고, 서정적인 곡인 '캐러밴'을 들으며 여름밤을 음미했다. 심지어 헤드라이너급 공연에서 볼 수 있다는 "One More Song(한 곡 더)!" 연호까지 나왔다.
그리고 30일 새벽. 우리는 1000명이 들어가는 공연장 '라 푸시 팔루어(La Pussy Parlure)'에서 다시 한번 공연을 했다. 더 대단했다. 이 무대를 위해 단련해온 멤버들이 최고의 음향을 만나 굉장한 무대를 보여줬고 어제보다 훨씬 많은 관객들이 더 강력한 반응으로 멤버들을 맞아줬다. 마찬가지로 나온 "한 곡 더" 연호. 시간에 걸맞게 '일요일밤의 열기'라는 노래로 올해 글래스턴베리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BBC 리포터 “올해 최고의 무대”
글래스턴베리는 국내에 우후죽순 생겨나는 록페스티벌과 차원이 달랐다. 돈보다는 관객에게 새로운 영감을 줄 수 있는 공연을 만들고 있었다. 음악 외에 다른 장르나 사회운동을 끌어들이면서 독자적인 문화를 만들었다.
물론 우리에게 달라진 건 없다. BBC의 한 리포터가 트위터에 "올해는 술탄 오브 더 디스코가 최고"라고 표현했지만 어디까지나 개인 의견일뿐 아직까지 공식적인 보도는 없다. 하긴, 세계 무대의 공기를 마시는 것만으로 뭔가 크게 달라지진 않을 거라고 생각은 했다. 그럼에도 그 공기를 마시는 것만으로 우리는 성장했고, 술탄의 음악이 세계 음악의 중심에서도 먹힌다는 가능성을 알게 됐다. 수많은 역경에도 다시 한번 이곳을 찾고 싶은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이번보다는 더 큰 무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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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nga-blog · 1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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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와 따다 쓰기
내가 아주 흠모하는 밴드인 Pulp의 1994년작 'Do you remember the first time?'의 공식 프로모션 비디오는 아래와 같다. Pulp - Do You Rember the First Time (Promo Video) 그리고 서태지 솔로 2집에 수록된 2000년작 '인터넷 전쟁'의 비디오는 아래와 같다, 서태지 - 인터넷 전쟁 (공식 뮤직 비디오) 스테이지가 세로 방향으로 회전하는 메인 컨셉이 상당히 흡사한 걸 알 수 있는데, 굳이 발매 시점을 따지지 않더라도 그를 통한 내러티브 전개 등을 감안했을 때 무엇이 오리지널인지는 금세 파악 가능. 물론 저 뮤직 비디오를 감독한 ���종호가 원래 모방을 즐겨 하는 이라고 감안하면 ('외국에서 수억 들여서 하는 걸 한국에서 몇백만원에 구현해낸다'는 식으로 자랑했던 것이 기억난다.) 이 모방의 혐의가 과연 서태지 개인으로 귀결시킬 수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자신과 관련한 모든 계획을 몸소 감독하는 서태지의 성향을 봤을 때 그에게 혐의가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실 장르를 종횡무진함에도 그의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것은 '음성적으로 최적화된 (그래서 의미를 상당 부분 포기한) 가사' '강박적일 정도로 다듬은 사운드' 그리고 '특정 스타일을 모방한 듯한 혐의'라고 할 수 있을 듯. 이 정도로 일관되게 무엇인가를 모방하고 있다면, 그것은 베껴쓰기라기 보다는 뭔가 다른 용어로 칭해야 하지 않을까? '따다 쓰기' 정도면 그럴듯할까? 결코 비꼬는 게 아니다. 사실 서태지는 오리지널리티에 지나치게 강박적으로 구는 아티스트들에게는 확실히 반면교사가 될 법한 점이 있다. 그저 그에게 과도하게 덧씌워진 아티스트로서의 아우라는 걷어낼 필요가 있다. 오히려 그의 가치는 아티스트의 전형에 반함에서 발생하는 것을. 혹자는 그를 두고 '테크니션'이라고 하지만, 그것도 적합한 용어는 아닌 거 같다. ...무슨 말이 적합할까. 그런데 갑자기 뜬금없이 서태지 얘기냐고? Pulp의 노래를 듣다가 생각났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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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nga-blog · 1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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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의 팬덤
지난번 아이돌 육상대회에서 퍼진 집단 강간 루머 이후 트위터 데이터를 살펴보면서 팬덤에 관한 트윗들을 발견하고 신기함을 느끼고 있다. 내가 알고 있던 트위터와는 전혀 다른 논리의 트위터가 펼쳐진다. 하긴 팔로워 수 기준으로 하면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는 계정들이 이외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아이돌. 물론 이들의 팔로워 중에는 외국인들도 많기 때문에 이들이 트위터의 주류라고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어쨌든 그럼에도 이들의 존재는 트위터를 '정치 네트워크'라고 섣부르게 규정할 수 없다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어쨌든 한미 FTA에 관해서 팬덤이 대응하는 두 가지 방식을 볼 수 있었다. 하나는 CD 값이 4만원으로 오르고 공연 값이 20만원으로 오르기 때문에 FTA를 반대해야 한다는 논리. (이러한 트윗은 대부분 '무한알티'와 같은 단어를 포함하고 있다.) 반면 '오빠'들에게 FTA에 관해 발언을 요구하라고 요청하지 말라고, 자칫 얘기했다가는 방송 같은 데 영영 못나오게 되는 수가 있다는 트윗도 관찰할 수 있었고. 물론 새로운 현상은 아닐 것이다. 인터넷이 대중화된 이래로 계속 이러한 현상이 있었지. 그리고 십년 전에도 BBS와 싸이월드에서 비슷하게 행동하던 이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십년이 지난 지금, 열살의 나이를 먹은 그들은 인터넷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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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nga-blog · 1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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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말미
군 장병에 의한 총기 난사사고는 2000년 이후 비교적 뜸했지만 1980~90년대까지만 해도 종종 발생했다. 1996년에는 4건의 총기 난사사고로 병사 4명이 숨지고 민간인 1명을 포함, 20명이 중경상을 입기도 했다.
베스트 댓글
군기강이 땅에 떨어졌다.이는 사회에서 기초 인성교육이 않됬기때문이다. 교사가 5초동안 엎디려뻣쳐 했다고 징계를 하지않나 여교사 치마밑을 사진찍지않나 학생이 선생턱뼈를 부수지않나 초중등교육이 이따위니 군생활을 견디지 못하는것이다.교육자(특히전교조)나 부모 사회 모두가 책임져야할 문제다.
체벌 금지가 실시된 걸 넉넉잡아 2000년으로 잡으면, 사고는 그 이전에 많았다고 기사에 나와 있지 않나.
댓글 쓴 사람은 누구고 찬성 쓴 사람은 누구인지, 기사는 읽고 쓰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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