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8시 비행기를 타고 벤쿠버로 출발. 좌석 여유 있는 비행이였는데 가운데 한 자리 비우고 복도쪽에 앉은 아기 엄마. 젊어보였는데 완전 갓난 아기를 안고 혼자서 상하이까지 장거리 비행 하는 중이랬다. 말투나 매너가 직장다니나 육휴인 사람 같았는데- 왜 이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적당한 선을 지키는 타인과의 대화는 즐겁다.
공항 도착하면 셔틀타고 행어가서 샌드위치들 런치룸 냉장고에 두고 방에 와서 짐 내려두고. 이것이 나의 벤쿠버 출근 루틴. 그리고선 오랜만에 단탄까지 감. 여느 북미 다운타운처럼 여기도 사람 많고 복잡고 지저분해서 안가고싶지만😅
올 해 첫번째 콘서트. 두둥!
Kelly- Marie Murphy: and so be changed to lightning in the end
Liszt: Piano Concerto no.2
Tchaikovsky: Symphony no.4
Nicolas Ellis, conductor
Simon Trpceski, piano
VSO는 대중적인 프로그램 많이 한다. 그래서 좋다. TSO도 그렇고 첫 곡은 캐네디언 작곡가 곡들로 많이들 시작하는데 되게 좋은 현상이라 생각한다. 대부분 월드 프리미어라 미리 들어보고 갈 수 없어 아쉽지만 이런 기회 아니면 내가 어디서 동시대 작곡가의 곡들 들을 듣겠냐며.
첫 곡 끝나고 피아노 무대에 올라오고.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2번은 말 그댜로 피아노랑 오케스트라가 잘 어울어지는 곡이라 생각한다. 이 피아니스트는 그런 점에서 아주 훌륭했고 섬세한 리스트 👍
대망의 (내가 생각하는) 오늘의 하이라이트 차이코프스키 4번 두둥!!! 지휘자가 젊은 세대라 그런가 내가 들어본 어떤 것들보다 속도감 있고 빠바바방 몰아치는 것이 아주 좋았다. 1악장이랑 4악장 너무나 빠방한데 중간에 2악장 완전 서정적이고 뭣보다 3악장 피치카토로 주르륵 깔리면서 피콜로랑 플룻이 또르르륵 나오는 거 너무나 차이코프스키스럽고 엄청 귀여워서 ❤️ 이 교향곡 4번은 뭐 하나 버릴 게 없다. 음하핫“
멋진 홀 사진으로 마무리.
1. vso는 러시아워 티켓없다. 철마다 3 콘서트 묶어 파는데 그렇게 사는 게 제일 저렴하게 티켓 살 수 있음.
2. 프린트된 프로그램북 없음. 앱 깔면 프로그램북 있음. 왠일로 이런 기술을 도입하나!? 👍
요 며칠간 집중해서 들은 결과, 안타깝게도 고래 이야기는 들리는게 없더군, 해안에 누군가가 고래를 칠해놓은 배를 비행 청소년들이 훔쳐갔다는 거 빼곤. 기록들 중에서도, 아무리 읽어도 그 처음 찾았던 보고서밖에 없었다.
하지만 답은 의외로 가까이 있었다. 레나가 해리한테 보내주는 낡은 미확인동물 잡지들 말인데- 그중 하나가 그 순경을 인터뷰했었고 우리는 그걸 읽게 됬다. 뭐, 엄밀히 말하면 해리가 읽은거지만.
어쨋든, 거기 써있기를, 그날 그 순경은 순찰돌 겸 술도 께기 위해 해변을 따라 걷고 있었다. "먼 바다쪽에서 희미한 소리가 들려 고갤 돌리자 [창백 속에서] 무언가가 움직이는 걸 봤다. 그리고 몇초 후, 창백이 바다속에서 뛰어올랐다." 여기까진 보고서에 나와있는 내용이지만, 이 다음 내용은 새로운 정보다.
"...멀리 떨어져 그 창백빛 덩어리를 쫓아 창백이 움직였다. 그 광경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였다- 마치 기름이 물과 만나는 표면과 같았고 동시에 구름이 뭉개져 합쳐진 것같은 자연스러움이었다. 그리고 그 뒤로 거대한 그림자가 보였다. 갈라진 창백빛 꼬리를 향해, 전혀 어울리지 안는 어두운 물체가 잠시 벌어진 창백 사이로 보였다 사라졌다..."
시간이 남으면 통기타를 치고
LP판을 모으신다고 했었나,
음악을 사랑하지만
영어를 가르치게 되었다는
아이러니한 사연까지도
멋져보였다.
좋아하는 걸
남들에게 말하는 것이
왜 그렇게 멋있어 보였는지,
난 그냥 지금도
마땅히 좋아하는 것도 없이
흐르는 대로 흘러가는데
이따금 궁금해지곤 한다.
여전히 기타를 좋아하시는지,
그런 음악을 아직까지도 아끼시는지,
그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기억하는
나를 기억하실런지.
-Ram
*선생님
R에게 현실감을 배우고,
또다른 R에게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난 세상의 다양성을 배우고,
B에게 베시시하게 웃으며 말하는 그 특유의 유머 감각을 배우고,
I에게 독자적인 시각의 필요성을 배우고,
또다른 B에게 확고한 기준을 갖고, 설명하는 법을 배우고,
H에게 자신에 대한 우직함을 배우고,
또다른 I에게 어른스러움을 배우고,
S에게 살아가면서 센스있는 처세들을 배우고,
J에게 정직함의 중요성을 배우고,
또다른 H에게 가장의 모습을 배우고,
D에게 건강하게 먹어야 하는 중요성을 배우고,
F에게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배우고,
W에게 특별한 조건 없이 무한하게 사랑을 주고 받는 법을 배운다.
-Hee
*선생님
내가 아이를 낳고 싶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나의 유년이 너무나 어렵고 힘들었다는 점이다. 체벌, 언어폭력, 일진-비행, 그걸 다 알면서도 묵인하고 부추기는 선생, 성적 경쟁, 압박 따위가 범벅된 환경 속에서 나는 하루하루 병들어갔다. 집구석도 싫었지만 학교에 가기는 더더욱 싫었던 날들. 그런 상황을 내 아이가 겪지 않기를 바란다.
그런데 요즘은 오히려 학생에게 선생이 고통받는 세상이란다. 예전에 선생으로 인해 학생들이 받던 고통과 지금 학생들로 인해 선생이 받는 고통의 양만 놓고 비교하면 이전보다 더 나아진 게 맞지 않냐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내 마음 깊은 곳에는 아직도 피해의식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일까. 그게 아니라면 고통받는 삶들을 너무 많이 봐와서 선생의 고통이 그리 대단치 않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Ho
*선생님
최근에 선생님에 관련된 뉴스 기사를 보면서 마음이 안 좋았다.
공부 잘하고 똑똑한 사람이 굳이 그곳에서 그런 결정을 내린것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을 거다.
세상은 좋은 곳이지만, 잔인하다.
사람을 사람이 죽이기도, 살리기도 한다.
내가 소중할수록 다른 사람도 소중함을 알고,
모두가 행복해야 결국 나도 행복해진다는 걸 느껴가고 있다.
그런데 자기만 생각하는 사람 때문에 선량한 사람들이 다치는 걸 보는게 힘들다.
나보다 더 나은 사람도, 나보다 못 한 사람도 없고
우리는 다 똑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내가 가진 게 없어서인가?
어리고 여리고 이쁜 그 청춘이 그곳에서는 편안하기를..
그리고 우리가 좀 더 서로에게 사랑을 나눠주기를..
다치고 아프고 피 나는 것을 그만 보고 싶다.
왜 피를 보는 건 늘 약하디약한 사람들인지.
약한 사람들에게서 나는 피는 더 매섭고 차갑게 느껴진다.
울음의 짠 기가 그들의 상처를 더 따갑게 해서인가?
사실, 캘거리-벤쿠버는 한시간 비행이고 차로 가도 10시간 하면 가니까 가까운 편이라 이동하는 사람이 원래 많다. 그래도 보통은 주말이나 연휴, 공휴일 정도에 비행기 자리가 없는편인데 아아… 날씨 때문에.
캘거리에 헤일 스톰이 오는 거야 여름이면 그러려니 하는데 그저께 껀 좀 심했다. 우박이 짧은 시간에 우두둑 쏟아졌고 비행기 파손이 상당했다. 웨젯은 16대 망가져서 인스펙션 중이고 우리는 3대 에오지. 그 중엔 또 드림라이너도 있어서 ㅜㅠ. 우박 쏟아지던 당일, 캘거리로 가던 비행기 날씨 땜에 다 회항하고 다음 날 아침엔 캘거리발 비행 취소도 많았다. 공항 자체도 천장이 무너져 승객들 대피하고 현재 터미널 비는 출입 통제 된 상태. 이런 상황때문에 다음 날 벤쿠버에서 캘거리 가는 비행편은 매진. 보통 나는 새벽 근무 마치고 씻고 잠 좀 자고 아침 10시 비행기 타고 집에 오는데 매진인 상황보니 이거 집에 가겠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일 마치고 차에서 두어시간 눈 붙이고 6시 아침 첫 비행기 타고 집에 가는 모험을 하기로 결정.
아침 5시의 벤쿠버 공항. 사람이 없어서 사진 팡팡 찍으며 돌아다님.
여기 이런 게 있었나? 싶을 정도로 사람이 없는 공항 풍경은 다르게 보였다.
아, 차에서 잠을 자는 건 별로 였다. 잘 수가 없었다. 시트를 뒤로 젖혀도 완전 평평하게는 안되니 누워있는 게 불편했고 추웠다. 나는 사람들이 캠핑가서 차박도 한다길래 차에서도 잘만한가보다 했는데 차박은 트럭이나 벤 처럼 큰 차에서나 가능한 듯. 무늬만 4명 좌석이 있는 피앗한테는 무리인 것이였다 ㅎ. 자는 둥 마는 둥 하다 그냥 일어나서 셔틀타고 공항에 왔다. 6시 첫 비행기도 매진이라 오늘 하루종일 공항 대기 하는 건가, 이거 못타면 6시엔 스벅 문 여니 벤티사이즈로 라떼 사다가 마셔야겠네, 폰 충전 콘센트는 어디에 있나 뭐 이런 저런 생각 하다보니 내 ��름이 불렸고 운 좋게 노쇼 승객 자리에 탈 수 있었다.
캘거리 공항 한 구석에 이런 것도 있더라. 회사가 이번 올림픽 스폰서라 이런 행사도 한 모양. 캐나다 금메달 딸 때마자 우리도 복지 포인트 보너스로 받는다. 캐나다 화이팅!
집에 와서 보니 차에 윈드실드 액이 다 떨어져서 월마트 가서 한 통 사 옴. 저 분홍색은 0도까지 쓸 수 있는데 저걸 사서 여름에만 쓰는 사람이 있나? 🤔
저녁엔 동네 연못 걸으면서 다른 집들 덱을 어케 꾸몄나 구경했다. 다들 뒷뜰을 정성스레 가꾸는데 우리집만 너무 휑한듯. 뒤에 덱을 좀 길게 빼고 아예 커스텀으로 짓는 게 나으려나. 그냥 코스코에서 가즈보 사다가 두는 게 젤 편하긴 할텐데 안예쁘려나. 흠.
연못 한바퀴 돌 때 뮤온도 같이 갔다왔는데 낯선 상황에 긴장한 탓인가, 집에 와선 피곤해하며 곯아 떨어졌다. 가방에 넣어 품안에 꼭 껴안고 다녔는데도 제일 피곤해 하는 뮤온.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