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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소년기를 보낸 21세기 기획자의 잡생각 저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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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kyworker · 6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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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서 마음으로
전시기획이라는 직업의 매력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전시는 공동체가 함께 기억하고 공유해야 할 이야기를 전달하는 보람이 있다. 역사를 되짚고 환경 보호의 가치를 전하며 첨단 과학 기술을 소개하는 등 현세대에게 필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게 된다.
둘째, 전시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스스로에게 성장의 기회를 제공한다. 현재 살고 있는 시공간을 이해하고 다양한 분야의 맥락을 읽으며 더 넓은 식견을 갖게 된다.
이 두 가지는 전시기획자가 어떤 태도로 프로젝트에 임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시기획자는 단순히 페이지를 채우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과 소통하고, 설득하며, 변화를 이끌어내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로고스(Logos), 에토스(Ethos), 파토스(Pathos)가 필요하다. 진정성 있는 기획이 사람을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로고스(Logos): 주제의 논리적 이해와 팩트 기반 콘텐츠
에토스(Ethos): 창의적이고 전문적인 체험공간 연출
파토스(Pathos): 공감 형성과 마음을 움직이는 메시지
최근 전시 업계는 어려운 환경에 직면해 있다. 입찰 과정에서 불공정 심사가 만연해 실력보다는 영업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악순환 속에서 창작의 본질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그저 납품과 준공만을 목표로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이 상황이 업계에 미친 부정적 영향은 두 가지다. 첫째, 전시 회사들 간에 좋은 전시를 만들기 위한 경쟁과 고민이 사라졌다. 그러다 보니... 둘째, 회사는 구성원들에게 제대로된 동기부여를 하지 못하고, 실무자들 조차 깊이 고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다들 그렇게 하니까… 나 혼자 노력한다고 되는게 아니니까…" 라는 생각으로 타협한다는 얘기다. 어쩌면 그것은 지쳤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누리는 ’문명‘이 자연발생적이지 않고 많은 이들의 시간과 노력의 산물인 것 처럼, 올바른 전시 업계의 토대도 쉽게 얻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일부의 잘못된 관행과 비효율적 시스템으로 업계 환경이 변질 되었다고 해도 본질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기획자는 꿋꿋이 자신의 일을 해야 한다.
결국, 모든 것은 마음의 문제다. 좋은 전시는 만드는 이의 마음에서 시작되어 관람자의 마음으로 전해진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 세 가지 요소를 실천하려면 머리로만 적용하는 것이 아닌, 업을 대하는 태도와 삶에 진심이 담겨야 한다. 누구나 쉽게 양질의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시대다. 뻔한 이야기와 정보의 나열로는 울림을 줄 수 없다.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기획자 자신이 스스로를 설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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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kyworker · 6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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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머무는 공간
현대 자본주의는 공간을 '순환(흐름)'이라는 기능적 측면으로만 해석하며, 많은 공간을 본래의 목적을 잃은 '정크스페이스(Junkspace)'로 전락시켰다. 렘콜하스는 이를 '경제적 논리만 남은 무의미한 공간'이라 정의한다. 회사도 예외는 아니다. 생존과 매출만을 추구할 때 인간성은 사라지고 기능만 남게 된다.
사람은 공간을 설계하고 공간은 사람을 규정한다. 이 상호작용 속에서 공간은 단순한 물리적 장소를 넘어 철학적, 문화적, 사회적 의미를 지닌다. 안타깝게도 많은 회사들은 비용 절감과 수익성에만 집중하며 공간 속 사람들의 꿈과 성장 그리고 이야기를 지워버린다.
얼마전 9년간 몸담았던 회사를 떠났다. 처음 그곳은 꿈과 열정이 가득한 공간이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숫자와 지표만 중요시 되었다. 사람들의 대화는 활기를 잃었고 더 이상 새로운 꿈을 품지 못했다.
결정적으로 내외부 요인으로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자 근시안적 계산으로 업무 공간을 통폐합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과정과 방향 모두 일방적이었고 구성원들의 의견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기꺼이' 함께 감내할 각오는 되어 있었지만, '당연히'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직장은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정체성이 교차하는 공간이다. 특히 '전시'라는 공간을 만드는 회사라면 더욱더 공간과 사람의 관계에 대한 철학과 문화가 남달라야 할 것이다.
당신이 속한 공간은 어떤 가치를 지향하고 있는가? 당신은 어떤 삶이 펼쳐지는 공간에 머물고 싶은가? 더나아가 직장과 직업에 대한 정의가 급변하는 지금, 새로운 업무공간은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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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kyworker · 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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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져가는 하루의 무게
이 모든 소란과 안달은 왜일까? 왜 이리도 절박하고 어수선하고 번민하고 고군분투하는 걸까? 그런 하찮은 것이 왜 이다지도 중요해진 걸까?
  - 쇼펜하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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