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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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ranproject · 1 year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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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수다
나는 수다 떠는 게 제일 좋다.
엄마랑 내내 시시콜콜한 집안얘기 하는 것도,
친구랑 당근이 좋으니 가지가 맛있니 하는 그런 소박한 얘기도,
별스럽지 않은 얘기를 하릴없이 늘어놓는 게 좋다.
자리를 뜨면 그렇게 만들어 둔 수다 덩어리가 화르륵 사라지고 말더라도.
그런 몽글한 감정이 나를 들뜨게 한다.
종종 그런 수다 부스러기가 여기저기 묻어있다가 또 다른 인연도, 설렘도 만들어 주니까, 자꾸만 떠들게 된다.
너무 둥둥 떠버리면 내가 가벼워 보이긴 하겠지.
그런들 시간을 거슬러 이야깃거리를 물고오는 네 모습보다야 덜 귀중한 값어치다.
늘 만나서 잔뜩 떠들고 싶은 날들이다.
-Ram
*수다
예전에 어떤 블로그 포스팅에서 연인 중 한 명이(부부였을 수도 있겠다) '난 너(그 상대방)랑 수다 떠는 게 제일 재밌다'라고 쓴 글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그 말이 되게 내게 임팩트가 컸다. '아, 저런 느낌이 천생연분이라고 하는 건가'라는 생각도 들면서 그 당시 내가 만나고 있던 사람을 떠올렸는데 딱히 저렇지 않아서 절레절레했던 기억이 난다. (결국 그 사람이랑은 오래 가지 못했지) 근데 지금 내 옆에 있는 아주 귀여운 사람이 내게 저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일단 내 마음속 어딘가에 남아있는 말을 그대로 한다는 것에 대해 놀랐고, 그게 어디서 배워서 하는 말이 아니라, 그냥 마음속 깊은 곳 어디에서 우러나와 하는 이야기라는 것이 느껴지니까 아주 행복해 죽겠다. 물론 둘 중 한 사람이 잘 모르는 주제의 대화를 할 때가 있는데, 그런 지점에서 서로에 대한 존중이 전제가 되어 때론 깊이 있는 대화를, 때론 마냥 가볍고 신나게 수다를 떨 수 있게 되어 마냥 기쁘고 감사하다.
-Hee
이번 주는 휴재합니다.
-Ho
*수다
여름날 친구와 편의점 파라솔에서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 한적이 있다. 500미리 4캔으로 시작해서, 몇번이고 계산대를 왔다 갔다 했다. 우리가 처음 맥주를 마시기 시작한 초저녁에 우리를 지나간 어떤 아저씨가 한참뒤에도 아직 그자리에서 술을 마시며 이야기하는 걸보고 “와 아직도 있어요? 이래서 남자들이 여자를 말로 못이긴다” 이랬다. 활자로 쓰니 별로 안와 닿는것 같은데 진짜 유쾌하고 웃겼다. 우리는 그날 진짜 많이 마시고 먹고 이야기 했다. 수다를 떨어도 떨어도 이야기거리는 계속 나왔고, 듣는것도 말하는것도 너무 재미가 있었다. 아직도 내가 그날의 기억이 좋은 기억으로 생생한걸 보면, 그날의 수다가 정말 즐거웠나보다.
이제는 서로 진득하게 메세지를 하는것도 힘들어졌지만, 그 기억이 우리를 여전히 친구로 엮어준다.
이야기를 하고,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 그게 사람을 살게 할수도 있다는 걸 나는 안다. 말할때도 좋지만, 듣는것도 좋다. 더 많이 듣는 사람이 되고싶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니까,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나에게 해도 된다고 나를 믿는 다는 것이니까.
-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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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suda · 10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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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밤문화 여행
남수다는 해외 밤문화 여행을 목표로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입니다. 유익한 자료와 정보를 업데이트하겠습니다. 많은 이용 부탁드립니다.
South Korea
우리를 따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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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ive-and-take · 4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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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you're seeing a bit more Hakyun these days, the movie Joint Security Area/공동경비구역 JSA (plot: North and South Korean soliders accidentally make friends at the DMZ) just had a 25th anniversary screening. He couldn't attend, but the director, Park Chanwook (who made Old Boy, The Handmaiden, etc.), said that if it came out today, the movie would probably include a queer romance between Shin Hakyun and Kim Taewoo's characters, which he says is clear if we "just look at Hakyun's eyes in the movie." It's not the first time he's said it, but the media paid attention this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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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kyun was also in Guns & Talks/킬러들의 수다 (plot: hitman himbo roommates), which turns 25 next year and was Won Bin's first movie. They were both babies at the time. Maybe we'll get to see a little more of them in 2026, t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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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1point · 3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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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이후부터는 먹스타그램이었던 인스타마저 정치 인스타 계정이 되었다. 신경정신과 의사와 정치 이야기를 나눌 줄은 상상도 안해봤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랑 수다 떨다가 윤석열 석방 뉴스를 듣고는 같이 시름시름 앓았었다. 4월 첫날에는 염세적인 생각이 내 머릿속을 헤집어 놨었다. 선고일 발표가 있기 전까지는.
광장에 밤이고 낮이고 심지어 밤샘하며 파면을 소리쳐 외쳐대던 시민들, 발 빠르게 앞장서서 일했던 민주당과 야권 무리, 이태원 참사 유가족분들, 카톨릭을 필두로 모인 종교 대통합, 대학생들, 청소년들, 법학자 역사학자분들, 자영업자 사장님들… 셀 수가 없다. 정말 모든 국민들이 헌법 재판소 판결을 손꼽아 기다렸다.
목소리를 함께 내고, 후원금을 보내고, 인터넷에 글을 올리며 기운을 보태온 사람들을 다 기억한다. 고맙고 또 고맙다. 대통령 직선제를 찾아온 1987년, 내란을 일으킨 대통령을 체포하고(석방되긴 했으나 내란 혐의로 현직 대통령을 체포 한 건 훌륭한 일이다.) 파면한 2025년. 한국은 민주주의 역사를 새로 썼다. 그리고 이제부터 시작이다. 민간인 윤석열과 김건희를 처벌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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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lybae · 4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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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308 ebsfmlisten update
〰️
우리 디제이들이
떨지도 않고 생방송을 너~~무 잘해요~💖
경친들과 함께 가득 채웠던
배디&문디의 첫 생방송!
같이 수다 떨다보니까
두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잖아...🥹
미친 (positive) 진행 능력의 배디&문디!!
내일 또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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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yrrrrr · 11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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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사람들의 건강한 대화 너무 좋다..! 홍경배우가 생각을 표현하는 문장들도 너무나 담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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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원더스, 재택 근무와 맛있는 드립백으로 내린 커피, 저녁 먹기 전 동제랑 커피 산책, 퇴근 후 따뜻한 사람들과의 수다, 곧 보러가는 에드워드 양 영화까지 !
이번주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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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hghjbhj · 15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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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수다 떨 친구 계시면 쪽지 주세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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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yongchul · 27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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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효과라고 하남요 ..?
저쪽 동네에서 펄럭인 나비의 날개짓이 이쪽동네에 가져온 효과
먼저번 12월 3일에 발생한 계엄릐 여파로 그주부터 오늘까지 장장 육개월간의 토요새벽예배가 막을 내렸어요 ..
이게 뭐 별거 아니지 싶어도 금요일에 금요철야가 끝나고 집에 오면 밤 11시쯤 더 먼곳에 사는 분들은 더 늦겠죠
대충 씻고 자면 밤 12시에서 1시 ..
그리고 새벽에 일어나서 교회에 나와 또 봉사 하자면 머리가 띵 해지고 하루가 진짜 길게 느꺼진다 ..
그럴때면 진짜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폭발하듯 솟구치는 어느놈에 대한 무한감사가 마구마구 올라온다 .. ( 아 이러면 않되는데 싶어도 .. 말이지.. 멍한 상태로 교회에 출퇴근 하려면 말이지.. 아놔.. )
주일엔 당연히 새벽세시반에 또 일어나야 하니까 남들에겐 한주의 피로를 풀어주는 주말이 우리에겐 수면부족과 과로로 팍팍한 시간이다 ( 물론 토요새벽예배는 토요새벽예배고 중간중간 정기 새벽예배 도 곁들여 주시니 내가 녹아내린드아 ... )
계엄을 진행한 븐들께 아주 고오~~맙~~ 수다 빠직 !!!
그런데 그노므 사람잡는 시간이 오늘부로 끝났다능 ..
오늘 만큼은 피곤해도 피곤하게 느껴지지 않을듯 ..
남들은 주일 저녁이 가장 삻다고 하지만 난 주일 저녁이 가장 좋다 .
길게 잘수 있으니깐 ..
내일은 이거 먹어야징 ^ ^
#광명전통시장 #광명시장 #전통시장 #추천맛집 #광명왕족발 #광명할머니왕족발 은 #광명소셜상점 #광명8경 #광명동굴 #광명시 #LocalGuides 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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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522 · 2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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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은 유기화합물의 한 종류로서, 생명계가 가장 많이 갖고 있는 분자다. 단백질은 엄청나게 중요하다. 수많은 호르몬, 신경전달물질, 면역계 메신저가 단백질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 메신저에 반응하는 수용체, 그것들은 합성하거나 분해하는 효소, 세포의 모양을 잡아주는 구조 물질 등등도 단백질로 만들어져 있다.
단백질의 가장 중요한 속성은 그 형태다. 단백질의 형태가 기능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세포의 구조를 이루는 단백질은 건설 현장의 다양한 ���계처럼 생겼다(대충 그렇다는 말이다). 호르몬 단백질은 다른 효과를 내는 다른 호르몬과는 다르게 독특한 모양을 갖고 있다.[*노파심에 덧붙이자면, 혈중에는 특정 호르몬 분자(가령 인슐린)가 하나만이 아니라 수백만 개가 있는데 그 모두가 같은 모양으로 생겼다.] 수용체 단백질은 그것이 결합하는 호르몬이나 신경전달물질의 형태와 상보적인 형태를 갖고 있다(「부록 1」에서 처음 소개한 클리셰처럼, 호르몬 같은 메신저는 마치 자물쇠에 들어맞는 열쇠처럼 수용체에 들어맞는다).
어떤 단백질은 제 형태를 바꾸는데, 보통 두 가지 입체 형태를 오간다. 글루코스(포도당) 한 분자와 프럭토스(과당) 한 분자를 이어서 수크로스(자당) 한 분자를 합성하는 효소(단백질이다)를 예로 보자. 효소의 한 형태는 알파벳 V를 닮은 형태를 띠어야 한다. V의 한쪽 끝에 글루코스 분자가 특정한 각도로 결합하고, 다른 쪽 끝에 프럭토스 분자가 결합한다. 두 분자가 다 결합하면 효소는 V의 양 끝이 더 가까워진 두번째 형태로 변하고, 그러면 글루코스와 프럭토스가 이어진다. 형성된 수크로스는 떨어져나가고, 효소는 원래 형태로 돌아간다.
단백질의 형태와 기능은 어떻게 결정될까? 모든 단백질은 아미노산이 줄줄이 엉져서 만들어진다. 아미노산은 트립토판이나 글루탐산처럼 잘 알려진 이름들을 포함하여 약 20가지 종류가 있다.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은 저마다 고유하다. 알파벳이 특정 순서로 배열되어 특정 단어를 이루는 것과 비슷하다. 단백질은 평균적으로 약 300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되고, 아미노산에 20가지 종류가 있으니, 가능한 서열의 가짓수는 10^400에 육박한다(10 뒤어 0이 400개 이어지는 수다). 우주에 존재하는 원자의 총 개수보다 많은 셈이다.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은 그 단백질 고유의 형태(들)에 영향을 미친다. 한때 과학자들은 아미노산 서열이 단백질의 형태(들)를 결정한다고 믿었지만, 나중에 온도나 산성도 같은 요인들도 단백질의 형태를 미묘하게 바꾼다는 게 밝혀졌다. 한마디로 환경도 영향을 미친다.
그러면, 특정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의 특정 서열은 어떻게 결정될까? 특정 유전자가 결정한다.
디엔에이DNA는 또다른 종류의 유기화합물이다. 아미노산에 약 20가지 종류가 있는 것처럼, DNA를 이루는 ‘문자’(뉴클레오타이드라고 한다)는 4종류가 있다. 뉴클레오타이드 세 개의 서열(코돈이라고 부른다)이 하나의 아미노산을 지정하는 부호다. 뉴클레오타이드에 4��류가 있고, 하나의 코돈은 30개의 뉴클레오타이드로 이루어지므로, 가능한 코돈의 가짓수는 총 64개다(첫번째 자리에 4가지 가능성×두번째 자리에 4가지 가능성×세번째 자리에 4가지 가능성=64). 총 64가지 코돈 중 몇 가지는 유전의 끝을 알리는 신호이므로, 그 ‘종결 코돈’들을 제외하고 남는 코돈 61가지가 20가지 아미노산을 지정하는 데 쓰인다. 따라서 거의 모든 아미노산은 하나 이상의 코돈으로 지정되고(61을 20으로 나눈 것이므로, 평균적으로 3개의 코돈이 한 아미노산을 지정한다), 이것을 ‘중복성’이라고 부른다. 한 아미노산을 부호화한 코돈들은 보통 뉴클레오타이드 하나만 서로 다르다. 예를 들어, 아미노산 알라닌을 부호화한 코돈은 GCA, GCC, GCG, GCT의 네 가지다(A, C, G, T는 네 가지 종류의 뉴클레오타이드를 뜻하는 약어다). 중복성은 뒤에서 이야기할 유전자의 진화에서 중요하게 작용한다.
하나의 단백질을 부호화한 뉴클레오타이드 사슬을 유전자라고 부른다. 그리고 한 생물체의 전체 DNA를 유전체(게놈)라고 부르는데 그 속에는 그 생물체의 유전자 수만 개가 전부 들어 있다. 유전체를 ‘서열 분석’한다는 것은 그 생물체의 유전체를 구성하는 뉴클레오타이드 수십억 개의 고유한 서열을 알아낸다는 뜻이다. 전체 DNA는 엄청 길기 때문에(인간의 경우에는 그 속에 약 2만 개의 유전자가 담겨 있다), 몇 개의 조각으로 잘려서 보관되어 있다. 그 조각을 염색체라고 부른다.
이 구조 때문에, 공간상의 문제가 하나 발생한다. 이 DNA는 세포 중심에 있는 핵에 담겨 있다. 하지만 단백질은 세포 속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서나 만들어진다(가령 흰긴수염고래의 척수 뉴런의 축삭말단에도 단백질이 있을 텐데, 그 말단은 그 뉴런의 핵에서 어마어마하게 멀리 떨어져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핵 속의 DNA 정보를 단백질이 만들어질 장소까지 나를 수 있을까? 이 문제를 해결해주는 중개자가 있다. DNA에서 특정 유전자에 해당하는 뉴클레오타이드 서열은 우선 DNA와 비슷하지만 약간 다른 뉴클레오타이드로 만들어진 화합물인 RNA 서열로 복사된다. 염색체는 수많은 유전자가 줄줄이 이어져서 무지막지하게 긴 DNA 사슬이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RNA 서열은 딱 그 특정 유전자의 길이와 같다. 한마디로 더 다루기 쉬운 길이다. 이 RNA가 세포 내의 목적지로 운반되어 그곳에서 아미노산을 이어서 단백질로 만드는 작업을 지시한다(아미노산들은 언제든 단백질 제작에 동원될 수 있도록 세포 내에 많이 떠다닌다). 이 RNA는 2만쪽 두께의 DNA 백과사전에서 단지 한 쪽을 복사한 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RNA 복사지 한 장으로 동일한 단백질을 여러 개 만들 수 있다. 가령 한 뉴런의 축삭말단 수천 개에서 모두 단백질을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 사실이 분명 도움이 된다.)
이 과정은 오늘날 생명의 ‘중심 원리Central dogma’라고 불린다. 1960년대 초에 ’중심 원리’ 개념을 처음 형식화한 것은 DNA의 ‘이중 나선’ 구조 발견으로 유명한 왓슨과 크릭 중 한 명인 프랜시스 크릭이었다(로절린드 프랭클린의 도움을 약간 갈취하다시피 해서 이뤄낸 발견이었지만, 이건 지금 할 이야기는 아니다). 크릭이 주장한 원리는 유전자를 이루는 DNA 뉴클레오타이드 서열이 RNA 서열을 결정하고······ 그 RNA 서열이 그로부터 만들어지는 단백질의 형태(들)를 결정하고······ 그 단백질 형태가 단백질의 기능을 결정한다는 것��다. 요컨대 DNA가 RNA를 결정하고 그 RNA가 단백질을 결정한다는 것이다.[*‘정보는 DNA에서 RNA로, RNA에서 단백질로 흐른다’라는 중심 원리 선언이 늘 참은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는 거꾸로 RNA가 DNA 서열을 결정한다. 이 사실은 일부 바이러스들의 작동과 관련되어 있지만, 지금 우리에게는 중요한 내용이 아니다. 또다른 수정 사항은 2006년 노벨생리의학상의 두 수상자가 발견한 사실로, 전체 RNA 중 많은 비율이 실은 단백질 합성 지정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RNA들은 대신 다른 RNA 서열을 표적으로 삼아서 파괴하는데, 이 현상을 ‘RNA 간섭’이라고 부른다. 또 DNA의 일부 분절을 ‘해독 불능’으로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RNA들도 있다.] 이 원리에는 또다른 중요한 요점이 담겨 있으니, 하나의 유전자는 하나의 단백질만을 지정한다는 것이다. …
우리는 유전자를 부모로부터 물려받는다(두 사람으로부터 각각 절반씩 받는다[본문에서 다루었듯이, 사실 이 명제는 완벽한 참은 아니다]). 누군가의 DNA 유전체가 복사되어 난자나 정자에 담길 유전자를 만드는 과정에서, 실수로 뉴클레오타이드 하나가 잘못 복사되었다고 하자. 유전체에는 뉴클레오타이드가 수십억 개나 있으니, 이런 실수가 가끔 일어나기 마련이다. 만약 수정 단계에서도 누락된다면, 뉴클레오타이드 서열에서 한 군데가 달라진 유전자는 그대로 후손에게 전달된다. 이것이 돌연변이다.
고전 유전학에서는 돌연변이를 세 종류로 나눈다. 첫번째는 점 돌연변이다. 이것은 뉴클레오타이드 하나가 틀리게 복사된 경우다. 그러면 이 유전자가 만들어내는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도 달라질까? 그건 상황에 따라 다르다. 앞에서 DNA 부호에 중복성이 있다고 했던 걸 떠올려보자. 어떤 유전자에 아미노산 알라닌을 부호화한 서열 GCT의 코돈이 들어 있다고 하자. 여기에 돌연변이가 일어나서, 서열이 GCA로 바뀌었다. 그래도 아무 문제도 없다. GCA도 알라닌을 지정하는 코돈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중요하지 않은 ‘중립적’ 돌연변이다. 하지만 대신 GAT로 바뀌는 돌연변이가 일어났다고 하자. 이 코돈은 전혀 다른 아미노산인 아스파르트산을 지정하는 부호다. 저런.
그런데 현실에서는 이것도 큰 문제는 아닐지 모른다. 새 아미노산이 대체된 아미노산과 얼추 비슷한 모양이라면 말이다. 다음과 같은 비유적 아미소산 서열을 부호화한 뉴클레오타이드 서열이 있다고 하자.
“나는/지금부터/이것을/하겠습니다”
사소한 돌연변이 때문에 아미노산이 하나 바뀌어서 아래처럼 된다고 하자. 그래도 별문제는 아니다.
“나는/지금부터/이것을/하겠읍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단백지링 옛날 맞춤법을 쓰다니 나이가 많은가’ 하고 생각하긴 하겠지만, 이 말을 충분히 알아들을 것이다. 단백질 언어로 표현하자면, 이 단백질은 형태가 살짝 다르기 때문에 원래 수행해야 할 작업을 살짝 다르게(어쩌면 살짝 더 느리게 혹은 더 빠르게) 수행할 것이다.그래도 세상이 끝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만약 돌연변이로 바뀐 아미노산 때문에 원래와는 극단적으로 다르게 생긴 단백질이 만들어진다면, 중차대한(심지어 치명적인) 결과가 빚어질 수도 있다.
다시 아래의 비유적 아미노산 서열을 예로 들어보자.
”나는/지금부터/이것을/하겠습니다“
만약 ‘하’를 부호화한 뉴클레오타이드에 돌연변이가 일어나서, 아래처럼 바뀐다면 어떨까? 이것은 큰 차이가 있는 돌연변이다.
“나는/지금부터/이것을/않겠습니다”
곤란하다.
고전적 돌연변이의 두번째 종류는 결실 돌연변이다. 이것은 유전자가 후대에 전달되는 과정에서 복사 오류가 일어나되, 뉴클레오타이드 하나가 틀리게 복사되는 게 아니라 아예 지워지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다음 서열에서 여덟번째 문자가 지워져서,
“나는/지금부터/이것을/하겠습니다”
가 아래처럼 된다고 하자.
“나는/지금부터/이을하/겠습니다”
이처럼 해독틀의 위치가 달라지는 ‘틀이동’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메시지가 말이 통하지 않는 소리로 될 수 있다. 심지어 말은 통하지만 다른 내용이 될 수도 있다(가령 “디저트로는 무스가 좋겠어”에 결실 돌연변이가 일어나서 “디저트로는 무가 좋겠어”가 된다고 생각해보라).
결실 돌연변이는 뉴클레오타이드 하나 이상에서 일어날 수도 있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유전자 하나가 통째 빠질 수도 있고, 심지어 한 염색체에서 유전자 여러 개가 빠질 수도 있다. 절대 좋을 리 없다.
마지막으로, 삽입 돌연변이가 있다. 후대에 전달할 DNA가 복사되는 과정에서, 실수로 뉴클레오타이드 하나가 중복되어 두 번 들어간다. 그래서 아래 서열이
“나는/지금부터/이것을/하겠습니다”
아래처럼 바뀐다.
“나는/지금부터/이것것/을하겠습니/다”
말이 안 되는 소리다. 혹은, 역시 앞에서처럼, 말은 되지만 내용이 달라질 수도 있다. 가령 “메리는 연극을 즐기지 않기 때문에 존의 데이트 신청을 거절했다”에서 두번째 단어에 한 글자가 더 삽입되어 “메리는 연속극을 즐기지 않기 때문에 존의 데이트 신청을 거절했다”가 된다고 생각해보라. 삽입 돌연변이도 가끔 뉴클레오타이드 하나 이상이 삽입될 때가 있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어떤 유전자 전체가 중복될 수도 있다.
대부분의 돌연변이는 점 돌연변이, 결실 돌연변이, 삽입 돌연변이 중 하나다.[*이보다 드물지만 다른 형태의 돌연변이들도 있다. 예를 들어, 아미노산 글루타민을 지정하는 코돈이 유전자 내에 여러 번 반복되는 돌연변이가 있다. 심지어 반복이 수십 번 이어질 때도 있다. 이런 돌연변이는 ‘폴리글루타민 확장 질병’을 낳는데, 가장 유명한 사례가 헌팅턴병이다. 하지만 이런 돌연변이는 극히 드물다.] 결실과 삽입 돌연변이는 종종 사소하지 않은 결과를 낳고, 보통은 그 결과가 해롭지만, 이따금 오히려 그 덕분에 새롭고 흥미로운 단백질이 생겨날 수도 있다.
점 돌연변이로 돌아가자. 점 돌연변이 때문에 단백질의 아미노산 하나가 치환되었는데, 바뀐 아미노산은 정확한 아미노산과는 좀 다르게 작동한다고 하자. 단백질은 여전히 제기능을 할 테지만, 어쩌면 약간 더 빠르게 혹은 더 느리게 작동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것은 진화적 변화의 재료가 될 수 있다. 만약 새 버전의 단백질이 불리하게 작용한다면, 즉 그것을 가진 개체의 재생산 성공률을 낮춘다면, 그것은 차츰 집단에서 제거된다. 만약 새 버전이 더 유리하게 작용한다면, 그것은 차츰 집단에서 옛 버전을 대체하게 된다. 혹은 새 버전이 어떤 환경에서는 원본보다 더 좋게 작용하지만 다른 상황에서는 더 나쁘게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집단 내에서 두 버전이 평형을 이룰지도 모른다. 인구의 일부는 옛 버전을 갖고 있고 나머지는 새 버전을 갖고 있게 되는 것이다. 이때 우리는 특정 유전자에 서로 다른 두 형태 혹은 변이형 혹은 ‘대립유전자’가 있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유전자는 여러 개의 대립유전자가 있다. 유전자의 기능에 개인차가 있는 것이 이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유전학에 관한 두 가지 유명한 명제가 일으키는 혼동을 정리하고 ���어가자. 첫번째는 평균적으로 (일란성 쌍둥이가 아닌) 형제자매는 유전자의 50%를 공유한다는 명제다.[*부모와 자식도 유전자의 50%를 공유한다. 한편 부모 중 한 명만 같은 의붓형제자매나 이복형제자매는 유전자의 25%를 공유하고, 조부모와 손주도 25%를 공유한다.] 두번째는 인간이 침팬지와 유전자의 98%를 공유한다는 명제다. 그러면 우리는 제 형제자매보다 침팬지와 더 가까운 사이라는 말인가? 아니다. 인간과 침팬지를 비교한 것은 형질의 종류를 비교한 것이다. 두 종은 가령 눈이나 근육 섬유나 도파민 수용체에 관련된 형질을 부호화한 유전자들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고, 가령 아가미나 더듬이나 꽃잎에 관련된 유전자들은 갖고 있지 않다. 이 차원에서 비교할 때 유전자의 98%가 겹친다는 말이다. 반명 두 인간을 비교하는 것은 형질의 형태를 비교하는 것이다. 어떤 두 사람은 가령 눈 색깔이라는 형질에 관련된 유전자를 당연히 공통적으로 갖고 있을 텐데, 더 나아가 그들의 그 유전자가 같은 눈 색깔을 부호화한 버전일까? 혈액형, 도파민 수용체 종류 등등도 마찬가지다. 이 차원에서 비교할 때 우리는 형제자매와 유전자의 50%가 겹친다.
(853~861쪽)
행동, 부록 III. 단백질의 기초 - 로버트 새폴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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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mkenlee-blog · 8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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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고 음악 셀프 수다"
'땅고 사리 추가' 쓴 지 얼마나 됐다고, 조금씩 지식이 뇌리에서 증발하고 있다. 원인도 알고 있다. 갈수록 기억력이 감퇴하고 있으니 반복해야 하는데, 삽질 끝냈다고 되새김을 안 하니.
그래서 덕후의 수다가 필요하다. 같은 주제를 놓고 끊임없이 티키타카 할 친구가.
이 없으면 잇몸이라고, 상대가 없으면 스스로 만드는 수밖에. 유튜브 콘텐츠 만들겠다고 결심하고 나니 '글'로 쌓아 놓은 헌 집 물건을 어떤 식으로 바꿔 새집에 옮길까 아이디어가 우후죽순 떠오른다. 아마 100~200여 회까진 큰 무리 없을 거고, 이거 넘어가면 서서히 바닥이 보이면서 후달리지 않겠냐고 예상. 하여간 돈 안 되는 짓만 골라 하며 재밌어하는 것도 일종의 정신병 아닌가 싶긴 한데.
첫 회 만들기 전에 콘덴서 마이크나 보이스 레코더를 사야 하나 잠깐 고민하다 시험 삼아 스마트폰으로 해봤는데 의외로 성능이 좋아서 계속 이걸 쓰기로. 대본을 업로드 하면 AI가 아나운서급 음성으로 변환해 주는 시대이긴 하지만, 그럼 내가 만든 콘텐츠가 아닌 거 같아서 발음이 좀 어눌해도 직접 하려고.
동영상 편집은 윈도우11에 내장된 클립챔프(Clipchamp) 썼고 가위질, 자막 추가, 오버랩, 페이드 인/아웃 기능 정도만 있으면 충분한 내 수준에는 안성맞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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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1point · 1 year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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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랑 수다 떨다가 나온 이야기.
별일 없이 지내고 있지만, 우리가 보지 못하는 저 멀리서 허리케인은 다가오고 있다는 것. 소용돌이에 휩싸이면 워어어어~ 하고 휩쓸리다가 사그라지면 또 사그러졌구나 하고 지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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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ybriankang · 1 year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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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6_kisstheradio: 🌙 240607 디깅더팝 영디가 우다다다 수다 고양이 되는 시간 디깅~~~~더~~팝✨ 락 들으며 잠들던 어린 영디 이야기와 💚시원한 목소리로 말아주는 띵곡 한 소절들 덕분에 고막도 마음도 충만해진 밤🫶 굿나잇 하시기 전에 락 사랑하는 깜장 고양이 보고 가세요🐈‍⬛ #데이식스의키스더라디오 #데키라#영디#영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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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nkhairedhayoung · 11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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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is_9]
한 여름밤, 프롬이와 조금 더 가까워진 수다 시간⛱️
TALK SOME MORE 💚
8월 12일부터 언제든 Day and Night 함께할
'Supersonic'에 많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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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wedata · 1 year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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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9 ♡ official_ONEWE: [#ONEWE]
오늘 하루 위브와 즐거운 수다 타임 😋
#원위 #위브 #WE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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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522 · 4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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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은 유기화합물의 한 종류로서, 생명계가 가장 많이 갖고 있는 분자다. 단백질은 엄청나게 중요하다. 수많은 호르몬, 신경전달물질, 면역계 메신저가 단백질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 메신저에 반응하는 수용체, 그것들은 합성하거나 분해하는 효소, 세포의 모양을 잡아주는 구조 물질 등등도 단백질로 만들어져 있다.
단백질의 가장 중요한 속성은 그 형태다. 단백질의 형태가 기능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세포의 구조를 이루는 단백질은 건설 현장의 다양한 비계처럼 생겼다(대충 그렇다는 말이다). 호르몬 단백질은 다른 효과를 내는 다른 호르몬과는 다르게 독특한 모양을 갖고 있다.[*노파심에 덧붙이자면, 혈중에는 특정 호르몬 분자(가령 인슐린)가 하나만이 아니라 수백만 개가 있는데 그 모두가 같은 모양으로 생겼다.] 수용체 단백질은 그것이 결합하는 호르몬이나 신경전달물질의 형태와 상보적인 형태를 갖고 있다(「부록 1」에서 처음 소개한 클리셰처럼, 호르몬 같은 메신저는 마치 자물쇠에 들어맞는 열쇠처럼 수용체에 들어맞는다).
어떤 단백질은 제 형태를 바꾸는데, 보통 두 가지 입체 형태를 오간다. 글루코스(포도당) 한 분자와 프럭토스(과당) 한 분자를 이어서 수크로스(자당) 한 분자를 합성하는 효소(단백질이다)를 예로 보자. 효소의 한 형태는 알파벳 V를 닮은 형태를 띠어야 한다. V의 한쪽 끝에 글루코스 분자가 특정한 각도로 결합하고, 다른 쪽 끝에 프럭토스 분자가 결합한다. 두 분자가 다 결합하면 효소는 V의 양 끝이 더 가까워진 두번째 형태로 변하고, 그러면 글루코스와 프럭토스가 이어진다. 형성된 수크로스는 떨어져나가고, 효소는 원래 형태로 돌아간다.
단백질의 형태와 기능은 어떻게 결정될까? 모든 단백질은 아미노산이 줄줄이 엉져서 만들어진다. 아미노산은 트립토판이나 글루탐산처럼 잘 알려진 이름들을 포함하여 약 20가지 종류가 있다.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은 저마다 고유하다. 알파벳이 특정 순서로 배열되어 특정 단어를 이루는 것과 비슷하다. 단백질은 평균적으로 약 300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되고, 아미노산에 20가지 종류가 있으니, 가능한 서열의 가짓수는 10^400에 육박한다(10 뒤어 0이 400개 이어지는 수다). 우주에 존재하는 원자의 총 개수보다 많은 셈이다.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은 그 단백질 고유의 형태(들)에 영향을 미친다. 한때 과학자들은 아미노산 서열이 단백질의 형태(들)를 결정한다고 믿었지만, 나중에 온도나 산성도 같은 요인들도 단백질의 형태를 미묘하게 바꾼다는 게 밝혀졌다. 한마디로 환경도 영향을 미친다.
그러면, 특정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의 특정 서열은 어떻게 결정될까? 특정 유전자가 결정한다.
디엔에이DNA는 또다른 종류의 유기화합물이다. 아미노산에 약 20가지 종류가 있는 것처럼, DNA를 이루는 ‘문자’(뉴클레오타이드라고 한다)는 4종류가 있다. 뉴클레오타이드 세 개의 서열(코돈이라고 부른다)이 하나의 아미노산을 지정하는 부호다. 뉴클레오타이드에 4종류가 있고, 하나의 코돈은 30개의 뉴클레오타이드로 이루어지므로, 가능한 코돈의 가짓수는 총 64개다(첫번째 자리에 4가지 가능성×두번째 자리에 4가지 가능성×세번째 자리에 4가지 가능성=64). 총 64가지 코돈 중 몇 가지는 유전의 끝을 알리는 신호이므로, 그 ‘종결 코돈’들을 제외하고 남는 코돈 61가지가 20가지 아미노산을 지정하는 데 쓰인다. 따라서 거의 모든 아미노산은 하나 이상의 코돈으로 지정되고(61을 20으로 나눈 것이므로, 평균적으로 3개의 코돈이 한 아미노산을 지정한다), 이것을 ‘중복성’이라고 부른다. 한 아미노산을 부호화한 코돈들은 보통 뉴클레오타이드 하나만 서로 다르다. 예를 들어, 아미노산 알라닌을 부호화한 코돈은 GCA, GCC, GCG, GCT의 네 가지다(A, C, G, T는 네 가지 종류의 뉴클레오타이드를 뜻하는 약어다). 중복성은 뒤에서 이야기할 유전자의 진화에서 중요하게 작용한다.
하나의 단백질을 부호화한 뉴클레오타이드 사슬을 유전자라고 부른다. 그리고 한 생물체의 전체 DNA를 유전체(게놈)라고 부르는데 그 속에는 그 생물체의 유전자 수만 개가 전부 들어 있다. 유전체를 ‘서열 분석’한다는 것은 그 생물체의 유전체를 구성하는 뉴클레오타이드 수십억 개의 고유한 서열을 알아낸다는 뜻이다. 전체 DNA는 엄청 길기 때문에(인간의 경우에는 그 속에 약 2만 개의 유전자가 담겨 있다), 몇 개의 조각으로 잘려서 보관되어 있다. 그 조각을 염색체라고 부른다.
이 구조 때문에, 공간상의 문제가 하나 발생한다. 이 DNA는 세포 중심에 있는 핵에 담겨 있다. 하지만 단백질은 세포 속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서나 만들어진다(가령 흰긴수염고래의 척수 뉴런의 축삭말단에도 단백질이 있을 텐데, 그 말단은 그 뉴런의 핵에서 어마어마하게 멀리 떨어져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핵 속의 DNA 정보를 단백질이 만들어질 장소까지 나를 수 있을까? 이 문제를 해결해주는 중개자가 있다. DNA에서 특정 유전자에 해당하는 뉴클레오타이드 서열은 우선 DNA와 비슷하지만 약간 다른 뉴클레오타이드로 만들��진 화합물인 RNA 서열로 복사된다. 염색체는 수많은 유전자가 줄줄이 이어져서 무지막지하게 긴 DNA 사슬이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RNA 서열은 딱 그 특정 유전자의 길이와 같다. 한마디로 더 다루기 쉬운 길이다. 이 RNA가 세포 내의 목적지로 운반되어 그곳에서 아미노산을 이어서 단백질로 만드는 작업을 지시한다(아미노산들은 언제든 단백질 제작에 동원될 수 있도록 세포 내에 많이 떠다닌다). 이 RNA는 2만쪽 두께의 DNA 백과사전에서 단지 한 쪽을 복사한 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RNA 복사지 한 장으로 동일한 단백질을 여러 개 만들 수 있다. 가령 한 뉴런의 축삭말단 수천 개에서 모두 단백질을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 사실이 분명 도움이 된다.)
이 과정은 오늘날 생명의 ‘중심 원리Central dogma’라고 불린다. 1960년대 초에 ’중심 원리’ 개념을 처음 형식화한 것은 DNA의 ‘이중 나선’ 구조 발견으로 유명한 왓슨과 크릭 중 한 명인 프랜시스 크릭이었다(로절린드 프랭클린의 도움을 약간 갈취하다시피 해서 이뤄낸 발견이었지만, 이건 지금 할 이야기는 아니다). 크릭이 주장한 원리는 유전자를 이루는 DNA 뉴클레오타이드 서열이 RNA 서열을 결정하고······ 그 RNA 서열이 그로부터 만들어지는 단백질의 형태(들)를 결정하고······ 그 단백질 형태가 단백질의 기능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DNA가 RNA를 결정하고 그 RNA가 단백질을 결정한다는 것이다.[*‘정보는 DNA에서 RNA로, RNA에서 단백질로 흐른다’라는 중심 원리 선언이 늘 참은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는 거꾸로 RNA가 DNA 서열을 결정한다. 이 사실은 일부 바이러스들의 작동과 관련되어 있지만, 지금 우리에게는 중요한 내용이 아니다. 또다른 수정 사항은 2006년 노벨생리의학상의 두 수상자가 발견한 사실로, 전체 RNA 중 많은 비율이 실은 단백질 합성 지정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RNA들은 대신 다른 RNA 서열을 표적으로 삼아서 파괴하는데, 이 현상을 ‘RNA 간섭’이라고 부른다. 또 DNA의 일부 분절을 ‘해독 불능’으로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RNA들도 있다.] 이 원리에는 또다른 중요한 요점이 담겨 있으니, 하나의 유전자는 하나의 단백질만을 지정한다는 것이다. …
우리는 유전자를 부모로부터 물려받는다(두 사람으로부터 각각 절반씩 받는다[본문에서 다루었듯이, 사실 이 명제는 완벽한 참은 아니다]). 누군가의 DNA 유전체가 복사되어 난자나 정자에 담길 유전자를 만드는 과정에서, 실수로 뉴클레오타이드 하나가 잘못 복사되었다고 하자. 유전체에는 뉴클레오타이드가 수십억 개나 있으니, 이런 실수가 가끔 일어나기 마련이다. 만약 수정 단계에서도 누락된다면, 뉴클레오타이드 서열에서 한 군데가 달라진 유전자는 그대로 후손에게 전달된다. 이것이 돌연변이다.
고전 유전학에서는 돌연변이를 세 종류로 나눈다. 첫번째는 점 돌연변이다. 이것은 뉴클레오타이드 하나가 틀리게 복사된 경우다. 그러면 이 유전자가 만들어내는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도 달라질까? 그건 상황에 따라 다르다. 앞에서 DNA 부호에 중복성이 있다고 했던 걸 떠올려보자. 어떤 유전자에 아미노산 알라닌을 부호화한 서열 GCT의 코돈이 들어 있다고 하자. 여기에 돌연변이가 일어나서, 서열이 GCA로 바뀌었다. 그래도 아무 문제도 없다. GCA도 알라닌을 지정하는 코돈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중요하지 않은 ‘중립적’ 돌연변이다. 하지만 대신 GAT로 바뀌는 돌연변이가 일어났다고 하자. 이 코돈은 전혀 다른 아미노산인 아스파르트산을 지정하는 부호다. 저런.
그런데 현실에서는 이것도 큰 문제는 아닐지 모른다. 새 아미노산이 대체된 아미노산과 얼추 비슷한 모양이라면 말이다. 다음과 같은 비유적 아미소산 서열을 부호화한 뉴클레오타이드 서열이 있다고 하자.
“나는/지금부터/이것을/하겠습니다”
사소한 돌연변이 때문에 아미노산이 하나 바뀌어서 아래처럼 된다고 하자. 그래도 별문제는 아니다.
“나는/지금부터/이것을/하겠읍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단백지링 옛날 맞춤법을 쓰다니 나이가 많은가’ 하고 생각하긴 하겠지만, 이 말을 충분히 알아들을 것이다. 단백질 언어로 표현하자면, 이 단백질은 형태가 살짝 다르기 때문에 원래 수행해야 할 작업을 살짝 다르게(어쩌면 살짝 더 느리게 혹은 더 빠르게) 수행할 것이다.그래도 세상이 끝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만약 돌연변이로 바뀐 아미노산 때문에 원래와는 극단적으로 다르게 생긴 단백질이 만들어진다면, 중차대한(심지어 치명적인) 결과가 빚어질 수도 있다.
다시 아래의 비유적 아미노산 서열을 예로 들어보자.
”나는/지금부터/이것을/하겠습니다“
만약 ‘하’를 부호화한 뉴클레오타이드에 돌연변이가 일어나서, 아래처럼 바뀐다면 어떨까? 이것은 큰 차이가 있는 돌연변이다.
“나는/지금부터/이것을/않겠습니다”
곤란하다.
고전적 돌연변이의 두번째 종류는 결실 돌연변이다. 이것은 유전자가 후대에 전달되는 과정에서 복사 오류가 일어나되, 뉴클레오타이드 하나가 틀리게 복사되는 게 아니라 아예 지워지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다음 서열에서 여덟번째 문자가 지워져서,
“나는/지금부터/이것을/하겠습니다”
가 아래처럼 된다고 하자.
“나는/지금부터/이을하/겠습니다”
이처럼 해독틀의 위치가 달라지는 ‘틀이동’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메시지가 말이 통하지 않는 소리로 될 수 있다. 심지어 말은 통하지만 다른 내용이 될 수도 있다(가령 “디저트로는 무스가 좋겠어”에 결실 돌연변이가 일어나서 “디저트로는 무가 좋겠어”가 된다고 생각해보라).
결실 돌연변이는 뉴클레오타이드 하나 이상에서 일어날 수도 있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유전자 하나가 통째 빠질 수도 있고, 심지어 한 염색체에서 유전자 여러 개가 빠질 수도 있다. 절대 좋을 리 없다.
마지막으로, 삽입 돌연변이가 있다. 후대에 전달할 DNA가 복사되는 과정에서, 실수로 뉴클레오타이드 하나가 중복되어 두 번 들어간다. 그래서 아래 서열이
“나는/지금부터/이것을/하겠습니다”
아래처럼 바뀐다.
“나는/지금부터/이것것/을하겠습니/다”
말이 안 되는 소리다. 혹은, 역시 앞에서처럼, 말은 되지만 내용이 달라질 수도 있다. 가령 “메리는 연극을 즐기지 않기 때문에 존의 데이트 신청을 거절했다”에서 두번째 단어에 한 글자가 더 삽입되어 “메리는 연속극을 즐기지 않기 때문에 존의 데이트 신청을 거절했다”가 된다고 생각해보라. 삽입 돌연변이도 가끔 뉴클레오타이드 하나 이상이 삽입될 때가 있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어떤 유전자 전체가 중복될 수도 있다.
대부분의 돌연변이는 점 돌연변이, 결실 돌연변이, 삽입 돌연변이 중 하나다.[*이보다 드물지만 다른 형태의 돌연변이들도 있다. 예를 들어, 아미노산 글루타민을 지정하는 코돈이 유전자 내에 여러 번 반복되는 돌연변이가 있다. 심지어 반복이 수십 번 이어질 때도 있다. 이런 돌연변이는 ‘폴리글루타민 확장 질병’을 낳는데, 가장 유명한 사례가 헌팅턴병이다. 하지만 이런 돌연변이는 극히 드물다.] 결실과 삽입 돌연변이는 종종 사소하지 않은 결과를 낳고, 보통은 그 결과가 해롭지만, 이따금 오히려 그 덕분에 새롭고 흥미로운 단백질이 생겨날 수도 있다.
점 돌연변이로 돌아가자. 점 돌연변이 때문에 단백질의 아미노산 하나가 치환되었는데, 바뀐 아미노산은 정확한 아미노산과는 좀 다르게 작동한다고 하자. 단백질은 여전히 제기능을 할 테지만, 어쩌면 약간 더 빠르게 혹은 더 느리게 작동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것은 진화적 변화의 재료가 될 수 있다. 만약 새 버전의 단백질이 불리하게 작용한다면, 즉 그것을 가진 개체의 재생산 성공률을 낮춘다면, 그것은 차츰 집단에서 제거된다. 만약 새 버전이 더 유리하게 작용한다면, 그것은 차츰 집단에서 옛 버전을 대체하게 된다. 혹은 새 버전이 어떤 환경에서는 원본보다 더 좋게 작용하지만 다른 상황에서는 더 나쁘게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집단 내에서 두 버전이 평형을 이룰지도 모른다. 인구의 일부는 옛 버전을 갖고 있고 나머지는 새 버전을 갖고 있게 되는 것이다. 이때 우리는 특정 유전자에 서로 다른 두 형태 혹은 변이형 혹은 ‘대립유전자’가 있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유전자는 여러 개의 대립유전자가 있다. 유전자의 기능에 개인차가 있는 것이 이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유전학에 관한 두 가지 유명한 명제가 일으키는 혼동을 정리하고 넘어가자. 첫번째는 평균적으로 (일란성 쌍둥이가 아닌) 형제자매는 유전자의 50%를 공유한다는 명제다.[*부모와 자식도 유전자의 50%를 공유한다. 한편 부모 중 한 명만 같은 의붓형제자매나 이복형제자매는 유전자의 25%를 공유하고, 조부모와 손주도 25%를 공유한다.] 두번째는 인간이 침팬지와 유전자의 98%를 공유한다는 명제다. 그러면 우리는 제 형제자매보다 침팬지와 더 가까운 사이라는 말인가? 아니다. 인간과 침팬지를 비교한 것은 형질의 종류를 비교한 것이다. 두 종은 가령 눈이나 근육 섬유나 도파민 수용체에 관련된 형질을 부호화한 유전자들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고, 가령 아가미나 더듬이나 꽃잎에 관련된 유전자들은 갖고 있지 않다. 이 차원에서 비교할 때 유전자의 98%가 겹친다는 말이다. 반명 두 인간을 비교하는 것은 형질의 형태를 비교하는 것이다. 어떤 두 사람은 가령 눈 색깔이라는 형질에 관련된 유전자를 당연히 공통적으로 갖고 있을 텐데, 더 나아가 그들의 그 유전자가 같은 눈 색깔을 부호화한 버전일까? 혈액형, 도파민 수용체 종류 등등도 마찬가지다. 이 차원에서 비교할 때 우리는 형제자매와 유전자의 50%가 겹친다.
(853~861쪽)
행동, 부록 III. 단백질의 기초 - 로버트 새폴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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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ongdia · 1 year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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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읽다 보면 금세 궁금한 것들로 머릿속은 호기심들이 종알종알 떠들어 댄다. 그러다 보니 컴퓨터 앞에서 오만가지 궁금한 것, 알고 싶은 수많은 의문문을 찾아 헤매느라 어느새 하루가 꼴딱 넘어갈 지경. 처음 텀블러를 알게 된 것은 SNS의 이웃을 통해서이다. 글을 쓰는 입장에서 블로그는 자신을 표현하는 좋은 수단이자 때로는 목적이 되기도 한다.
글쓰기, 사진 찍기, 여행하기, 수다 떨기는 상처 입은 마음을 치유하는 훌륭한 도구가 되었고, 나는 세상을 향해 그렇게나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사람이었나 보다. 상상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행위는 나에게는 삶이자, 마음을 보듬고 아픔을 극복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소중한 일이 되고 있다.
2024.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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